- (왼쪽부터) 신희석 박사, 미하일로 곤차르, 레오 리트라, 알로냐 헤트만추크, , 김상훈 의원, 나탈리야 부티르스카. 사진=김상훈 의원실 제공
지난 26일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김상훈 의원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3주년을 맞아 방한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만났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신희석 박사도 동행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나토 주재 우크라이나대사로 내정된 알로냐 헤트만추크(Alyona Getmanchuk, 뉴유럽센터 설립자 겸 대표), 나탈리야 부티르스카(Nataliya Butyrska, 뉴유럽센터 선임 연구위원), 미하일로 곤차르(Mykhailo Gonchar, 글로벌 연구 전략 XXI 센터 창립자이자 회장), 레오 리트라(Leonid Litra)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단을 대표하는 알로냐 헤트만추크는 우크라이나 독립 싱크탱크인 뉴유럽센터(New Europe Center) 설립자이기도 하다. 나탈리야는 한국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어 교사로도 일했다.
김상훈 의원은 “정부, 당 지도부와도 오늘 내용을 공유하며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협력을 위해 돕겠다”며 대표단을 맞았다.
우크라 대표단, “한국의 6‧25 전후 복구 인상적”
알로냐 헤트만추크는 “지난 3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준 한국에 감사하다.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 3주년을 맞아 전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 한국을 방문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이란‧북한‧중국의 지원을 받으며 전쟁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우 관계가 일방이 일방을 지원하는 형태가 아닌, 호혜적 관계가 되길 희망한다. 추후 상호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6‧25전쟁 이후 한국의 전후(戰後) 복구가 인상적이었다고 밝히며 이를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교훈으로 삼을지도 얻고자 한다고 했다.
알로냐 헤트만추크는 현 상황을 두고 군사적 대치와 외교적 대치가 있다고 설명하며 군사적 대치 국면에서는 러시아가 북한군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러시아를 직접 지원하는 국가 중 최대 규모로 돕고 있다고 했다.
지난 24일 자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은 전날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 최전선 탄약 수요 중 50%를 북한이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KN-23 미사일 148문을 추가로 공급하리라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KN-23을 실전에 활용하며 미사일 정확도 향상에 도움을 얻고 있다고 본다.
대표단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종전 입장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해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전쟁을 더욱더 격하게 이끌어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즉 전쟁이 휴전이 아닌 열전(熱戰) 형태로 가야 한다는 식으로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물 협정은 백악관 입장권에 불과
대표단은 최근 휴전 협상을 앞두고 오가는 미국-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에 대해 “광물 협정이 곧 휴전, 종전 협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가 종전 협정을 시작하기 위한 필수 입장권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휴전 협상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실한 안전보장”이라고 했다.
이에 김상훈 의원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가장 큰 목표가 나토(NATO) 가입인가’를 묻자 대표단은 “나토 가입이 가장 믿을 만한 안전보장책이다. 우크라이나가 지향하는 포기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현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나토 가입 전까지는 임시로 안전보장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지원하는 형태를 가지리라 예상된다”고 했다.
김상훈, “우크라 재건 사업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 많아”
김 의원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再建)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한국 기업체들이 모임을 결성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표단도 관심을 보였다.
김상훈 의원은 “약 120개 정도 된다. ‘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KUNBA)’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후 여러 재건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추고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상생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 기업에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표단은 “구체적인 참여 기업에 대해 알려주면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정부, 대중에게도 이를 알리겠다”며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도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던 국가들의 기업이 오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는 러시아 지원 국가(중국 등)의 기업은 배제하겠다는 의미이다.
김상훈 의원은 “한국 방산이 미국, 중동, 폴란드 등과 협력하고 있다. 앞서 제안한 대로 우크라이나와도 파트너십을 갖고 협력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유럽, 무기 살 돈은 있지만 생산 기반은 없다”
이에 대해 대표단은 “유럽 국가들은 자금은 있지만 무기 생산 여력(기반 시설 등)은 부족하다.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이에 앞서 한국이 유럽 국가와 방산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하나의 모델”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 유럽 국가들이 공짜로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럽과 방산 협력을 증진하고,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게 된다. 상호 간 필요성이 과거보다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표단은 유럽 의회 등 EU 지역에서 한국 방산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의향도 있음을 밝혔다.
“유럽(나토)-우크라이나-한국 간 협력이 중요하다. 방산 분야는 굉장히 빠르게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럽 국가는 조금 느리게 이를 추진하는 특성이 있다. 상황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할 역량은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와 북한 간의 협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양자 간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한국과 EU 간의 삼각 협력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기를 원한다.”
김상훈 의원은 “우크라이나가 하루빨리 평화적인 종전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오늘 나눈 여러 현안, 특히 재건 사업, 확실한 안전보장, 방산 협력 등에 대해 우리 정부 측 고위관계자와 당 지도부에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