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3분 국회를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며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다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에 약 6시간여 만인 4일 새벽 4시 26분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3일 담화에서 야권을 향해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저는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정치권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급히 국회로 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으로 소집했다.
같은 시점에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내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계엄군이 국회 진입에 나섰다.
계엄군은 12시45분께 로텐더홀에 진입했으나 본회의장 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했고, 이 시각에 우원식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한 본회의를 개의했다.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2분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통과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2시간30여분 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153명,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2명, 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개혁신당 각 1명, 무소속 2명과 함께 여당인 국민의힘 18명이 참여했고 반대표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오전 4시를 넘기는 시점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오전 4시26분께 추가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전날 계엄 선포와 같은 방식으로, 사전 공지 없이 카메라 앞에서 입장문을 읽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4시30분부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군은 4시22분부로 계엄사무에 투입된 병력을 부대로 복귀시켰다.
윤 대통령은 다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로 야당은 물론 여당도 윤 대통령을 향해 혼란을 야기한 책임을 추궁할 전망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 계엄 해제 선언 직후 "내란죄를 피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음이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났다. 즉시 하야하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이 상황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