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9년 11월 4일 오전(현지시각)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 이 사진과 관련해 일본 측에서는 “정의용 실장이 무단으로 사진촬영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청와대 제공
한일 양국이 국교를 수립한 지 어언 56년이 지났다. 이 중 문재인 정부 5년간 양국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2년 9개월 만이었다.
비록 30분가량의 약식 회담이었지만 한일 관계 개선과 대북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최악이었던 한일관계가 단번에 좋아질 순 없다. 양 정상이 현안을 해결해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강제 징용 배상 문제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이유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회담과 관련 이렇게 비판했다.
“사전 대응, 사후 조율도 못 한 실무 외교라인의 무능도 모자라 대통령 스스로 품격만 깎아내렸다. 정상 외교의 목적도 전략도 성과도 전무한 국제 외교 망신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 등 반윤석열, 친문재인 세력은 자신들을 비판하면 과거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일축한다. 그런데도 과거가 거론되는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인 2019년 11월 4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와 10여 분간 환담을 가졌다.
그런데 환담 후 일본 측에서 “정의용 실장이 무단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월 8일 《산케이신문》은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두 정상의 면담 당시 사진은 한국 측이 일본 측에 (양해 없이) 무단으로 촬영해 공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정상 간 대화를 안팎으로 내보이려고 해, 일본 정부가 용의주도한 한국 측에 기습을 당해 한국에 대한 불신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정상 간의 접촉부터 사진 촬영, 언론 공개까지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한국이 기습했다”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와 동행했던 한 관계자는 “총리는 대기실에 있던 10명의 정상과 순서대로 악수했고, 마지막이 문 대통령이었다”고 이 신문에 전했다. 마지막에 있던 문 대통령이 대화를 걸어왔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에는 굴욕외교식의 비판 댓글이 다수 달렸다. 석 달 전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한 문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에게 대화를 걸어 겨우 10분 이야기한 것을 홍보하기 위해 몰래 사진을 찍은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린 행위였다는 지적이다. 강성 친문 성향 네티즌들은 일본 입장에서 쓴 기사라며 기분이 좋지 않다는 황당한 비난 댓글을 달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30분 회담과 문 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의 10분 환담. 무엇이 더 굴욕적인 외교일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