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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입법 폭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독일-프랑스, 국회가 만든 법률에 대해 시행 전에 정부의 요청으로 헌법재판소/헌법위원회가 위헌 여부 판단 가능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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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입법폭주'라며 항의했지만,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 이유를 보면, 그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때 벌어진 북한 어민 강제북송 및 서해 공무원 피살, 코로나 백신 수급 지연, ‘소쿠리 투표’ 논란, 전 정부 임명 기관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적시한 뒤 ‘정치감사’와 ‘표적감사’를 막기 위해 감사원에 대한 국회 통제를 크게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권 방탄법’인 셈이다. 지난 3‧9 대선에서 패해 정권을 내놓게 되자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 등을 통해 밀어붙였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2탄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손발을 묶기 위한 입법은 또 있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을 국회가 모법(母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수정을 요청하거나 60일간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 그럿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란봉투법’도 문제다.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봉쇄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또한 민주당의 주요 지지세력인 민노총의 마음을 사기 위한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런 입법들을 보면, 민주당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기들이 법률의 형식으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국회는 어떤 내용의 법률이든 다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국회의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이 바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다 (헌법 제11조1항). ‘위헌법률심판’이란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가의 여부를 심판하여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효력을 상실케 하는 제도’를 말한다. ‘위헌법률심판’은 입법부의 자의적(恣意的) 입법에 대한 헌법보장기능으로서 헌법재판의 핵심이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前提)가 된 경우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職權)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1항).

1987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지면서 헌법재판소 제도가 도입된 이래 헌법재판소는 활발하게 위헌법률심판을 행해왔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다. 즉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前提)가 된 경우’에 위헌법률심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국회가 위헌적인 법률을 제정하더라도 그 법이 일단 시행되고 난 후, 그 법률에 따라 재판을 하게 되었을 때에 법원이나 재판 당사자가 해당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한 경우에만 헌법재판소가 판단에 나서게 된다. 그러기 전에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아무리 위헌적이고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가령 민주당이 만든 검수완박법을 보자. 이 법을 만들 때부터 이미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경찰이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거나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잘못 행사함으로써 국민들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것이라는 경고가 무수히 나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이 재판의 전제가 되고, 법원이나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이라는 판단을 구하지 않는 한, 그 법은 그대로 유효하다. 이를 ‘구체적 규범통제’라고 한다.

 


국회가 입법을 한 후, 법률이 시행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위헌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은 경우에도, 즉 구체적인 소송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국가기관의 신청에 의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해서 위헌 가능성이 있으면 효력을 정지시키자는 얘기다. 이를 ‘추상적 규범통제’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나라들도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정부, 주정부 또는 연방의회 재적의원의 3분의 1의 신청으로 연방법 또는 주법이 기본법에 형식적 및 실질적으로 합치하는지 여부, 또는 주법이 그밖의 연방법에 합치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견의 차이 또는 의문”을 연방헌법재판소가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제93조 1항 1호). 프랑스헌법은 “조직법은 공포되기 전에, 제

11조에 규정된 의원발의 법안은 국민투표에 회부되기 전에, 의회 의사규칙은 시행되기 전에 헌법위원회에 회부되어 그 합헌성에 대한 재결을 받아야 한다”(헌법 제 61조 1항). “동일한 목적으로 대통령, 총리, 하원의장, 상원의장, 하원의원 60명 또는 상원의원 60명은 법률을 공포하기 전 헌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헌법 제61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 경우에도 정부가 헌법재판소 혹은 헌법위원회에 국회가 입법한 법률의 위헌성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원래 사전적 위헌법률심판제도(추상적 규범통제)를 운영해 왔지만 2008년 개헌 시에 사후적 위헌법률심판제도(구체적 규범통제)도 도입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현행 헌법상 구체적 규범통제만 인정하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추상적 규범통제 도입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국회의장 산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2009년 ‘정부나 국회 재적 의원 1/3이상의 요구로 헌법재판소에 추상적 규범통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강국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도 추상적 규범통제 제도 도입을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쪽에서는 추상적 규범통제가 사회 갈등을 선제적 예방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국민의 기본권을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사회적 갈등이 극심하고 정파간의 이해관계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추상적 규범통제가 오히려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무분별한 위헌법률심판 청구로 법의 시행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반대 주장도 있다. 거기에 더해 추상적 규범통제 도입은 헌법재판소와 법원 두 기관의 위상과 권한과도 관련이 있어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특정 정당이 당리당략적(黨利黨略的) 이유에서 입법 폭주를 거듭할 경우,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헌법 제53조 3항)이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빈번하게 행사할 경우 정치적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헌법 제53조 5항). 그렇다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성을 제3의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미리 판단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자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국회가 모법(母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시행령의 수정을 요청하거나 60일간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 역시 시행령에 대한 추상적 규범통제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나 국회의원의 일부가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을 때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것 역시 논리적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입력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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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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