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씨는 정민씨 가족과 만난 자리(방송에서는 대역 재연)에서 A씨 멘트의 자막으로 `정민이가 예전에도 술을 먹고 뻗는 일이 있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같은과 다른 친구 'ㅇ민이'에 대한 얘기였다.
2. 제작진이 A씨의 가족을 처음으로 인터뷰했다고 강조하며 방송에 등장시킨 인물의 정체가 불분명하다. 자막은 'A씨 가족'이라고 써 있었고 중년남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은 자연히 A씨의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언론도 A씨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 남성은 A씨의 아버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혈연이나 혼인 등을 중심으로 연결돼 '주거를 같이하는' 혹은 '생계를 같이하는' 집단이다. A씨는 부모와 함께 서울 서초구에 살고 있다. A씨 가족은 A씨의 누나 부부 및 작은아버지 부부와 가까운 사이지만 함께 살지는 않는다.
3. 제작진은 정민씨와 A씨가 주고받은 카톡 내용을 임의로 편집해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사실상 왜곡했다.
- 5월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1263회. 사진=SBS 홈페이지
한강에서 숨진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씨 사건이 한달여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어온 가운데 사회적 반향이 큰 사건을 주로 다루는 프로그램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29일 밤 손정민씨 사건에 대한 내용을 방송했다. 방송이 끝난 후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은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정민씨 어머니를 언론 중 유일하게 인터뷰(인터뷰 전문은 월간조선 6월호 게재)했던 기자에게 해당 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문의 연속이었다. 정민씨의 부모는 정민씨가 타살당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 사고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날 이후 A씨와 그 가족의 행보에 의문을 가졌을 뿐이다. 그러나 방송은 타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해명하는데 집중했다.
정민씨 부모는 국과수에서 정민씨의 사인에 대해 '익사 추정'이라 한 만큼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을 향해 요청한 것은 한 가지였다. "물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동석자 A씨에 대해 더 자세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방송은 정민씨가 만취해 스스로 한강물로 들어갔다고 사실상 확신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데 집중했다. 뿐만아니라 방송 후반부 부터는 유튜버들의 가짜뉴스 생산과 돈벌이를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방송에 등장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타살로 보기 힘들다", "유튜브가 타살설 등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거듭 밝히지만 정민씨 유족은 타살을 주장한 적이 없다. SBS는 타살을 주장하는 유튜버들과 싸우기 위해 이번 방송을 내보낸 것일까?
또 동석자 A씨의 잘못 여부에 대해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A씨에 유리한 입장을 보이는 인물로는 변호인, 교수, 법의학자, 프로파일러, 가족 등이 줄줄이 등장했다. 그러나 정민씨측의 입장을 보여주는 인물은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 외엔 한강공원에 모인 목소리 큰 시민 몇 명과 유튜버들이 전부였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그알>이 A씨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방송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민씨 유족이 왜 의혹을 가졌는지, 무엇을 알고싶어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존에 알려진 사실 외에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만취 실족사'라는 답을 정해놓고 방송을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