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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

북한 노동당 39호실의 외화벌이 사업

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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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퀸스웨이 그룹과 합작으로 KKG社 설립, 택시·공항버스·부동산 개발·원유 탐사 등 사업 벌여
⊙ 日, 조총련과 39호실 간 송이버섯 密輸 수사, 관련 문건 확보
⊙ 매년 가짜 담배로 5억2000만~7억2000만 달러, 마약으로 1억~2억 달러, 노동자 파견으로
    12억~23억 달러 벌어들여
⊙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2100만 달러 투자해 ‘그랜드 파노라마 박물관’ 건립, 입장료 수입 기대

李長勳
⊙ 58세. 서울대 영문과 졸업.
⊙ 공군사관학교 영어교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역임.
⊙ 저서: 《홍군 VS 청군-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
평양에 등장한 KKG택시는 외화로만 요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유튜브화면 캡처.
  북한 김정은이 집권 이후 엽기적인 ‘피의 숙청’을 계속하면서 북한 고위층 인사들의 탈북(脫北)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도 39호실의 고위 간부가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고 한다. 노동당 국장급인 이모씨는 민족경제 갱생 공로로 3대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로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의 비자금 100억여 원을 주식에 투자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영국의 저명한 경제전문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월 25일 ‘북한: 39호실의 비밀들’(North Korea: The secrets of Office 39)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39호실이 홍콩 퀸스웨이 그룹과 합작해 외화벌이 사업에 나서고 있다고 폭로했다.
 
  노동당 39호실은 북한이 자행해 온 국가범죄의 본산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기구다. 북한 정권은 통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974년 조선노동당 중앙위 산하 비서국 소속으로 ‘39호실’을 설치했다. 노동당 39호실이라는 이름은 평양에 있는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3호 청사의 9호실에서 비롯됐다.
 
  노동당 39호실은 슈퍼노트(100달러 위조지폐) 제작, 가짜 담배 제조, 아편재배, 마약거래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왔으며 지하자원 판매, 송이버섯 같은 특산물이나 수산물 수출 등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에 개입해 왔다. 전문가들은 노동당 39호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수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 국가범죄의 本山
 
  미국 텍사스 안젤로주립대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범죄주권, 북한의 불법적인 국제 활동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노동당 39호실을 ‘북한 국가범죄의 본산’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영국 왕립합동국방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아 버거는 “노동당 39호실은 돈을 흐르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을 버티게 하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동당 39호실은 북한 주요 금융기관인 대성·고려은행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마카오·베이징·홍콩·싱가포르 등 해외지부 17곳과 무역회사 100여 개를 비롯해 문천금강제련소·대성타이어공장·원평대흥수산사업소 등 각종 공장과 광산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북한의 외화벌이는 다양하다. 해외에서 문화공연, 건설 유치, 식당 진출 등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다 한다. 허위 투자 유치와 가짜 국제보험 판매도 외화벌이의 일종이다. 수출품은 농산물, 도자기, 미술품 등이 기본이고 철광석, 구리, 마그네슘 등 고가 지하자원을 외국에 헐값에 내다 팔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한 자금은 주로 김정은의 호화생활과 당(黨)·군(軍) 핵심 측근의 충성심 유지, 대남(對南) 공작활동 등에 쓴다.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노동당 39호실 자금으로 고위 간부를 초대해 호화파티를 열고 자동차와 코냑 등 고급 수입품을 간부들에게 뿌린 것으로 유명하다. 또 핵(核)과 미사일 개발 등에도 사용한다.
 
  미국 정부는 2010년 8월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행정명령 13551호를 발동해 노동당 39호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유럽연합(EU)도 2010년 12월 전일춘 노동당 39호 실장에 대해 비자발급 금지 및 자산동결 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노동당 39호실은 그동안 외화벌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제제재의 돌파구 KKG
 
  그러자 노동당 39호실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제재 조치를 피하기 위해 외국 기업들과 합작(合作)회사를 설립하는 등 은밀하게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동당 39호실과 홍콩의 투자회사 퀸스웨이 그룹(Queensway Group)이 합작해 설립한 KKG라는 기업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월 25일 ‘북한: 39호실의 비밀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 톱과 6면 전면에 게재했다. FT는 미국 및 아시아 각국 고위 관리들의 증언과 홍콩에서 입수한 법원 문서들을 토대로 KKG란 회사의 뒤에는 홍콩의 퀸스웨이 그룹이 있고, 그 뒤에는 북한의 노동당 39호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FT는 “KKG가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인지, 아니면 북한 국영기업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퀸스웨이 그룹과 노동당 39호실이 연관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지역의 한 관리는 “KKG는 북한의 가장 큰 조인트 벤처들 중 하나”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해외기업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현재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외화벌이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경제는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최근 들어 수출길이 대부분 막히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중요한 수출국인 중국에도 원자재 가격의 대폭 하락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동맹국인 이란과 쿠바는 미국·서방과 화해 모드를 보이고 있는 등 갈수록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FT는 “김정은 정권은 북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면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화벌이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2014년 9월 평양 시내의 KKG 로고가 붙어 있는 택시 모습을 보도하면서 외국인을 주로 영업 대상으로 하고 있는 KKG 택시는 요금을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유로화 등 외화로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지지(時事)통신》도 지난해 10월 21일자 보도에서 평양에 홍콩과 합작한 택시회사가 등장해 영업하고 있다면서 이 회사는 ‘KKG’라는 로고를 사용하고 있으며 택시 규모가 1000대에 달한다고 전했다.
 
  KKG라는 회사는 또 공항버스 운행 사업, 부동산 개발, 원유 탐사까지 사업 범위를 급속하게 늘려가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의 관리들은 “노동당 39호실의 지원을 받는 KKG가 북한이 벌이는 문어발식 사업의 핵심 조직”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16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H조 경기 때 골대 뒤편에 ‘조선금강그룹 KKG’라고 적힌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KKG는 북한국방위원회 소속 외화벌이 회사인 ‘금강개발총회사’의 약칭으로 추정된다. KKG는 원래 인민군 총정치국 소속이었다가 2000년대 후반 국방위원회로 넘어갔다. 금강개발총회사는 북한의 외화벌이 회사 가운데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사장 황영식은 북한의 고위층만 하사받는 ‘216(김정일의 생일) 번호’를 단 최고급 BMW 차량을 타고 다닌다고 한다.
 
  FT는 경제제재로 비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노동당 39호실 관련 기업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으며 노동당 39호실의 지원을 받는 KKG가 이 외화벌이 사업의 핵심 조직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FT는 북한이 홍콩에서부터 앙골라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활로를 뚫으려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KKG와 퀸스웨이 그룹이 있다고 밝혔다.
 
 
  수수께끼의 인물 쉬징화
 
쉬징화 퀸스웨이 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모잠비크의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출처=38노스.
  퀸스웨이 그룹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운영하고 있는 앙골라 유전, 짐바브웨 다이아몬드 광산에 지분을 가지고 있고, 미국 뉴욕 맨해튼과 싱가포르에도 부동산 투자를 하는 등 지난 10여 년 동안 해외의 각종 사업에 투자해 온 기업이다. 홍콩 금융지구 퀸스웨이 88번가에 본사가 있는 퀸스웨이 그룹이 북한에 진출한 것은 2006년으로 당시 평양에 초고층 빌딩들을 건립하는 ‘KKG 애비뉴’(금강거리)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금강거리 프로젝트는 ‘평양 국제도시화 계획’ 중 하나로 대동강변에 호텔·무역센터·백화점·오피스텔 등 고층 건물을 올리는 부동산 사업이었다. 퀸스웨이 그룹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의 합작 벤처기업인 중국 소난골(China Sonangol)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북한에서 석유 탐사 작업을 벌인 적도 있다.
 
  퀸스웨이 그룹의 회장은 중국의 부호 쉬징화(徐京華·56)라는 인물이다. 중국공산당 고위 간부와 재계인사·국영기업 고위층 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쉬 회장은 서방에선 ‘샘 파’(Sam P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7개의 가명(假名)에 베이징에서 모잠비크 외교관 차량을 이용하는 등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FT는 쉬 회장이 중국 정보기관과 연결돼 있다고 추정했다. 쉬 회장은 2003년부터 홍콩에서 석유와 광물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중국 고위층과의 긴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의 부인 뤄팡훙(羅方紅·베로니카 펑)은 덩샤오핑(鄧小平)의 통역으로 알려져 있다.
 
  쉬 회장은 2003년 중국국제기금(CIF)이란 회사를 세우고 그동안 아프리카 각국의 지도자에게 중국의 자본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자원 확보 등 경제적 이권을 챙기는 등 일종의 ‘거간꾼’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그동안 아프리카에 수백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석유를 비롯해 각종 천연자원을 확보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서방 정보기관들은 쉬 회장을 집중 감시해 왔다.
 
  CIF는 앙골라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움직이는 중국 기업을 감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차관 대신 앙골라에서 내주는 석유를 받는 역할을 하고 있다. CIF는 앙골라에서 주택, 철도, 교량, 공항, 공장, 도로, 공공건물, 해양 신수도 건설 등 방대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쉬 회장은 2013년 4월 전세기편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등 최근 몇 년간 북한을 4~5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쉬 회장은 지난 2월 김정은 생일에 축하 편지를 보내는 등 북한 정권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독재자 무가베 동상 제작

 
짐바브웨의 독재자 무가베 대통령.
  북한은 최근 들어 아프리카 각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북한의 돈줄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39호실은 아프리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쉬 회장과 퀸스웨이 그룹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은 앙골라에 군수물자와 교관 등을 수출해 왔다. 특히 2011년부터 최근까지 초계정 18척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엔진과 부품을 앙골라에 수출했다. 북한은 20여 년간 군사 교관이나 고문관들도 앙골라에 파견해 왔다. 북한 교관들은 지난 3월 앙골라에 입국해 오는 12월까지 대통령 경호부대에 머물며 경호원들에게 무술과 화기를 다루는 방법들을 가르치고 있다.
 
  북한은 또 아프리카의 악명 높은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동상을 제작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91)은 현재 35년째 집권 중인 세계 최고령(最高齡) 독재자이다. 짐바브웨 정부는 지난해 북한과 500만 달러 규모의 동상 제작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가 제작할 동상은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도심에 세워질 10m 높이의 대형 청동 동상과 무가베 대통령의 고향에 조성 중인 기념관에 세워질 소형 동상이다. 한편 쉬 회장은 짐바브웨의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를 주선해 준 혐의로 현재 유엔의 제재 조치를 받고 있다.
 
  북한은 적도기니로부터도 상당 금액의 정보통신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보인다. 콩고민주공화국 일간지 《르 포텡시엘》은 지난 6월 23일자에서 북한이 적도기니 정부로부터 1200만 달러 규모의 대통령 경호체계 구축 사업과 4200만 달러 규모의 위성수신체계 사업을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국제김정일賞’ 받은 적도기니의 음바소고
 
‘국제김정일상’을 받은 적도기니 대통령 음바소고.
  북한은 아프리카 3대 산유국(産油國) 중 하나인 적도기니와 지난 1969년 수교(修交)한 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 6월 24일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을 면담하고 40년 동안 계속해 온 친선협조 관계를 계속 확대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음바소고 대통령에게 ‘국제 김정일상(賞)’을 수여하기도 했다.
 
  음바소고 대통령은 36년째 적도기니를 통치해 온 아프리카의 악명 높은 독재자들 중 한 명이다. 적도기니에서 주지사, 간수장, 국가방위대장 등 다양한 관직을 지낸 음바소고는 37세가 되던 1979년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하고 정권을 잡았다. 음바소고는 자신에 반대해 온 정치인들을 숙청하는 등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해왔다.
 
  2011년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을 개정한 음바소고는 2030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올해 74세인 음바소고는 건강만 허락한다면 90세까지 집권할 수 있다. 큰아들인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망구에는 부통령 겸 안보담당 장관이다. 또 다른 아들인 가브리엘 음바가 오비앙은 석유장관직을, 처남은 국영석유회사의 수장(首長)을 맡고 있는 등 국가 요직(要職)을 사실상 음바소고 가문이 다 차지하고 있다.
 
  인구 80만명의 적도기니는 196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고, 1990년대 대규모 유전(油田)이 발견되면서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이 됐지만 부정부패로 인해 대다수 국민은 빈곤층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적도기니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왔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상당 규모의 석유를 확보했다. 적도기니 인구 중 10%가 중국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 기업들과 인력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중국인 한의사가 음바소고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고 있을 정도이다.
 
 
 
조총련, 송이버섯 밀수

 
  그런데 최근 들어 노동당 39호실이 비밀리에 벌여온 외화벌이 사업들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외화벌이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에서 수사까지 들어간 북한산(産) 송이버섯 밀수 사건이다.
 
  일본 수사당국은 최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북한산 송이버섯을 밀수하는 데 개입했다고 보고 허종만(80) 조총련 의장의 차남 허정도(50)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허씨는 조총련 산하 식품도매회사인 조선특산물판매를 경영해 왔다. 일본 수사당국은 최근 허씨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총련과 북한 노동당 39호실 간에 오간 거래 문서를 확보했다. 문서에는 “송이버섯 수출을 국가사업으로 실시하며, 일본 측에서는 조선특산물판매가 송이버섯을 수령한다”고 적혀 있었다. 일본 수사당국은 지난 3월에도 같은 혐의로 허 의장과 남승우 조총련 부의장의 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조총련이 송이버섯 판매 수익의 절반을 북한에 보내는 대가로 송이버섯 관련 이권(利權)을 독점하는 밀약을 맺었고, 노동당 39호실과 허정도씨와 조선특산물판매가 실무를 맡은 것으로 추정했다. 조선특산물판매는 2010년 9월 북한에서 송이버섯 3000kg을 중국 상하이(上海)를 경유해 일본으로 4차례에 걸쳐 몰래 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은 2008년 단행한 대북(對北)제재의 일환으로 북한과의 수출입을 법으로 전면 금지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불법적인 거래의 주체로 밝혀진다면 일본의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돼 북한 지도부의 돈줄이 더 막힐 가능성이 높다.
 
 
  北외교관 부부 위스키 팔다 적발
 
  노동당 39호실의 지시에 따른 북한 외교관들의 밀수도 각국에서 계속 적발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지난 3월 5일 하즈라트 샤흐잘랄 국제공항에서 다카 주재 북한대사관의 통상·경제 담당 손영남 1등 서기관의 가방에서 골드바 170개를 발견하고 압수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손 서기관이 금 27kg을 몰래 들여오려고 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외무부는 손 서기관이 승객 1인당 면세 한도를 초과하는 200g 이상의 금을 운반했으며, 추방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3일 모잠비크에선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코뿔소의 뿔을 밀매하려던 남아공 주재 북한대사관의 박철준 참사와 남아공에 거주하는 북한 태권도 사범 김종수가 현지 수사당국에 적발됐다. 박 참사와 김 사범은 모잠비크 마푸토시 중부 마오쩌둥 거리에 있는 시장에서 밀렵꾼으로부터 코뿔소 뿔 4.616kg을 구입해 차량으로 옮기던 중 체포됐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은 코뿔소 뿔의 상업적 거래를 금하고 있다. 학술연구 목적으로 국가 간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양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수출입 허가증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외교관은 국경을 통과할 때 검색이 면제되고 외교행낭도 담당 외교관의 동의 없이는 검사할 수 없다. 북한 외교관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모잠비크 주재 북한 보건대표부는 코뿔소 뿔을 수시로 밀매해 남아공 북한대사관으로 넘기고 대사관은 이를 외교행낭에 넣어 중국으로 보내고, 이를 중국의 북한 외교관들이 전달받아 암시장에서 한약재로 판매한다. 코뿔소 뿔은 ‘진서각’이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암시장에서 1kg당 6만5000달러(7180만 원) 선에 거래된다.
 
  지난 4월에도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의 무역참사부 정모 서기관과 부인이 길거리에서 허가없이 시바스 리갈 등 위스키를 팔다 적발됐다. 파키스탄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외교관 특권을 이용해 면세점에서 술을 싼값에 구입한 뒤 대규모 주택단지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주류(酒類) 밀매(密賣)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주류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보통 40달러 정도를 주고 들여온 양주 한 병은 70~100달러를 받고 30달러 정도인 맥주 한 박스는 150달러가 넘는 현금을 받는다고 한다.
 
 
  슈퍼노트는 노동당 재정경리부 인쇄소에서 제작
 
지난 2005년 한국 경찰이 적발한 슈퍼노트. 진짜 달러화와 거의 구별이 가지 않는다.
  노동당 39호실은 국제보험사기로도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노동당 39호실은 그동안 북한에서 발생한 운송 사고나 공장화재, 홍수 등 자연재해 등을 내세워 외국의 유명 보험회사들로부터 수억 달러를 받아 챙겨왔다. 북한의 이 같은 보험사기는 해외에 지사망을 갖춘 조선국영보험공사(KNIC)를 통해 재보험 형태로 이뤄져 왔다. 노동당 39호실은 국제보험사기로 매년 5000만~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집행이사회는 지난 6월 2일 북한이 독일 함부르크에 유한회사(有限會社) 형태로 설립한 조선국제보험회사 및 관련자 6명을 자금동결과 경제적 자산동결 명단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은 해당 기업이 평양에 있는 조선국영보험공사의 통제를 받는 자(子)회사로, 북한 정권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는 상당량의 외환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이 회사는 기존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미화 100달러 위조지폐인 슈퍼노트도 노동당 39호실의 작품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가 평안남도 평성에 위치한 평성상표 인쇄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곳은 북한의 조선중앙은행 산하 기관으로 노동당 재정경리부의 지도를 받는 곳이다. 이는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위조지폐 제조를 주도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위폐 제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 수법을 보면 1990년대 이전에는 저급한 질(質)의 위폐를 무역대금을 지불할 때 진짜 화폐에 섞어 소량으로 유통시키다가 1990년대 이후에는 진짜 화폐와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초정밀 슈퍼노트를 찍어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북한은 슈퍼노트를 통해 연간 1500만~2500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슈퍼노트 외에도 가짜 담배로 5억2000만~7억2000만 달러, 헤로인·히로뽕 등 마약으로 1억~2억 달러를 매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노동자 파견 사업
 
  노동당 39호실은 해외로 노동자를 파견, 월급과 커미션을 뜯어가는 외화벌이도 하고 있다. 북한이 현재 20여 개 국가에 파견하는 노동자의 숫자는 5만~6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연간 외화벌이 규모는 연간 12억~2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대북 경제제재의 대표적 사례인 방코 델타 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조치 때의 2400만 달러와 비교해 100배에 가깝다.
 
  북한의 해외노동자들은 사실상 현대판 노예나 마찬가지다. 직종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북한의 해외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 사업주들이 지급하는 급여 중 노동자들이 받는 금액은 10%가 안 된다. 이들의 급여는 대부분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간다.
 
  노동당 39호실의 이러한 행태는 최근 쿠웨이트 검찰이 조선무역은행 쿠웨이트 대표부를 강제 폐쇄하면서 드러났다. 북한은 현재 쿠웨이트에 4000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상태다. 북한은 이들의 월급을 각종 명목으로 뜯어내 조선무역은행 쿠웨이트 대표부를 통해 송금해 왔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조선무역은행은 2년 전부터 쿠웨이트 정부의 감시를 받아왔다. 쿠웨이트 검찰은 돈세탁이 의심되는 조선무역은행 자금 100만 달러를 압류한 상태다. 북한은 은행 폐쇄 후 압류된 자금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평양과 쿠웨이트 간을 한 달에 1~2회 왕복하고 있는 고려항공 전세기를 외화 운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북한 국적의 고려항공이 중동에서 유일하게 취항한 곳이다.
 
  북한은 해외노동자 파견을 통한 외화벌이가 짭짤하자 더 많은 인력을 해외에 송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당 39호실은 러시아, 중국, 몽골 등에 최대 10만명의 인력을 파견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해외 인력송출은 건설, 벌목, 농어업 등 단순 노동직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최근 들어 파견 분야가 의사, 태권도 사범, 교관 등 전문직과 요식업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39호실, 북한 金鑛 독점
 
  노동당 39호실은 금(金) 판매 사업도 하고 있다. 39호실에서 근무하다 망명한 탈북자 최근철(가명)씨는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요 금 무역업체인 금강무역에서 일했는데, 1980년대 말 금강무역은 연(年) 10톤이나 되는 금을 판매했다”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생산량은 연 4톤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최씨에 따르면 무장요원들이 모는 SUV가 북한 전역 금광을 돌며 금을 수집, 이렇게 모은 금을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겨 북한의 금성은행을 통해 판매했다는 것이다.
 
  39호실은 평안북도 운산과 천마산을 비롯해 북한의 모든 금광을 독점 운영하고 있다. 금은 39호실에서만 취급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에서 생산된 금은 밀수꾼들에 의해 중국으로 옮겨져 판매됐다고 한다. 중국으로 금을 운반한 뒤 순도가 높은 중국산 금과 섞어 팔기 위해 밀수꾼들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내 금값은 국제시장 가격보다 높은 편이다.
 
  노동당 39호실이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외화벌이 사업을 하는 곳들도 있다.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식당들은 중국에 44개,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각각 5곳, 러시아, 이탈리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네팔 등 각국에 110여 개가 있다. 이들 레스토랑이 연간 최대 1억 달러를 북한에 송금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 식당에 미모의 여성 종업원들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은 사상적으로 잘 무장됐을 뿐만 아니라 가무에 능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평양 출신에 나이는 20대이다. 철저한 성분 검증 절차를 거쳐 3년간 파견하며, 인맥관계와 뇌물로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
 
  해외식당에선 각종 불법 행위들도 판을 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북한 식당 ‘평양관’은 술과 약품을 허가없이 팔다가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이 식당에서 맥주 94캔과 위스키 10병, ‘북한산 비아그라’ 210알을 압수했다.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선 정부의 허가없이는 식당에서 술을 판매할 수 없다.
 
  북한산 비아그라는 해외 식당에서 예외 없이 팔고 있다. 상표명도 ‘양춘삼록’ ‘청활’ ‘천궁백화’ ‘네오비아그라’ 등 다양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김정필: 북한의 슈퍼 비아그라’라는 약품을 북한 해외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 약품의 효능이 의심스럽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필은 ‘김정은’과 ‘알약(pill)’의 합성어다. 미국 정보 당국은 이런 해외식당들을 북한 스파이들이 정보수집 및 비밀 모임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최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의 앙코르와트 유적지에 개관(開館)한 ‘그랜드 파노라마 박물관’(Grand Panorama Museum)도 대표적인 외화벌이 창구이다.
 
  북한은 외교적 관계도 돈독히 하면서 체제 선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문화관을 건설하기로 하고 캄보디아에 이런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 박물관은 캄보디아 정부가 토지를 제공하고 북한이 건축비를 투자하는 건설-운영-양도(BOT)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북한이 10년간 운영하고 이후 10년간 북한과 캄보디아가 공동으로 운영한 뒤 캄보디아 정부에 소유와 운영권을 넘길 계획이다. 북한은 연건평 1600여 평, 2층 규모의 이 박물관에 2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북한이 지금까지 해외 건설 사업에 투자한 액수 중 최대 규모이다.
 
 
  39호실 간부들의 잇단 脫北
 
  전시 시설 이외에 3D 영상관이 있으며 벽에는 캄보디아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가로 120m, 높이 13m 크기의 대형 벽화, 또 만수대 창작사 소속 미술가들이 그린 백두산 풍경과 김정일의 탄생 신화를 묘사한 벽화도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경제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에 앙코르와트 박물관 사업은 매력적인 수익사업이라면서 앙코르와트 관광객의 이용료 일부는 앞으로 북한 정부의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동당 39호실은 경제난이 가중되자 외화벌이를 위해 말 그대로 총력전(總力戰)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39호실에 근무하는 많은 간부와 직원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39호실 간부들의 탈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39호실 산하의 조선대성은행 간부가 수백만 달러를 들고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8년 설립된 조선대성은행은 39호실이 소유하고 있는 대외결제은행이며, 1980년 오스트리아 빈과 1996년 홍콩에 현지 법인까지 만들었다. 미국 재무부는 2010년 11월 불법 외환거래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이 은행을 대북제재 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3월에도 39호실의 고위 간부가 가족과 함께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39호실에서 일하던 간부들의 탈출이 늘어남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39호실의 실체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의 체제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39호실의 비밀들이 국제사회에 더 많이 공개될수록 북한 정권의 수명은 단축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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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연    (2018-02-12) 찬성 : 116   반대 : 43
글구 해외북한식당들에 일하고있는 미모의 여종업원들 우리나라여자들이 보더라도 촌스럽고 평범해보이는 얼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일부는 우리나라 연예인닮은 여종업원들도 적지않게 널려있지만 대체로 조각같은 미모와는 거리가 멀다!!!!
  박혜연    (2018-02-12) 찬성 : 21   반대 : 45
노동당 39호실에 근무하는 서기실직원들은 평양시 중구역에 있는 중앙당 서기실 아파트들에 거주하는데 그 아파트들을 자세히보면 벽돌색이 칠해져있고 우리기준으로 보자면 서현동에 있는 중상류층 아파트들과 별차이없다는것을 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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