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고기잡을 배와 기름이 없어 중국 어선에 돈을 받고 공동어로수역 조업권을 팔 겁니다』
북한 서해안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
- 북한 해주 앞바다에서 잠수부 생활을 하다가 월남한 북한 공군 대위 출신 박명호씨.
탈북자 朴明虎(박명호·42)씨는 2006년 5월 북한 옹진군 서해리 인근의 조그만 포구에서 가족과 함께 전마선을 타고 越南(월남)했다. 북한 공군 대위 출신인 그는 2000년 만기제대 후 동해안에 있는 제2공군 사단 1023연대 산하 수산기지장으로 4년, 황해도 해주에 위치한 천해양식사업소에서 세포비서로 1년 6개월 동안 근무했다. 천해양식사업소에 있을 당시 朴씨의 업무는 해주 앞바다에서 키조개, 미역, 소라 등을 채취하는 일이었다.
『작년 5월 어느 날, 옹진 앞바다에 안개가 잔뜩 끼었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는 생각에 곧바로 가족들을 전마선에 태웠지요. 주민들과 북한 경비정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였지요. 전마선은 제가 직접 만들었는데 15마력 엔진을 달았습니다. 북조선 당국은 연안 앞바다에 북한 어민들이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로저지선을 설정해 놨어요. NLL은 어로저지선 아래 쪽에 있지요.
안개 낀 그날, 1시간을 내리 달리니까 중국 어선 100여 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로저지선을 무사히 넘은 것 같아 일단 안심했어요. 북한 경비정은 보통 연안에서 어로저지선까지 경비를 하거든요. 중국 배들은 북한 배보다 훨씬 크고 엔진 마력이 셌습니다. 곧바로 NLL을 향해 船首(선수)를 남쪽으로 고정하고 엔진출력을 최대로 높였지요』
4시간쯤 지났을까. 朴씨가 탄 배는 충남 태안반도 앞바다에 도달했다. 목숨을 건 朴씨 가족의 「대탈출」은 이렇게 끝났다.
朴明虎씨는 해주와 강령ㆍ옹진군 연안 바다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해주 앞바다를 30m까지 직접 들어가 해산물 캐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마치 빗자루로 쓸어 놓은 것 같아요』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해 NLL 인근의 「공동어로수역 설치」에 대해 『바다 사정을 전혀 모르는 웃기는 일』이라고 했다.
『해주 앞바다에서 옹진반도 연안까지 바다에 직접 들어가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곳 바다에는 고기가 없어요. 중국 고기잡이 배들이 몇 년 동안 바다 밑까지 그물질을 했기 때문이죠. 고기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데 중국 어선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기 때문에 북한 앞바다까지 들어올 상황이 못 돼요.
해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다 밑이 반반해요. 마치 빗자루로 쓸어 놓은 것 같아요. 조개나 성게가 있을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워요. 키조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흙이 안 보일 정도로 많았는데, 이제는 수심 30m까지 내려가야 겨우 몇 개를 건져 올립니다. 동해안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바다 자원을 보호하면서 적당히 잡아야 하는데, 당장 먹을 게 없다 보니 치어를 키울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언제부터 고기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까.
『육지에서 어로저지선까지는 「고난의 행군」 때부터 싹쓸이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어로저지선에서 NLL선까지는 중국어선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고기 씨를 말리기 시작했지요. 남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북한 바다 사정이 형편없어요.
「고난의 행군」 때 땅에서 먹고 살 게 없으니까 모두 바다로 나간 겁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한 개의 郡(군)에 어선 수가 100척이었던 것이 현재 2000척까지 늘어났어요. 물론 보잘것없는 작은 배들이지만, 「바다를 뜯어먹으면 살 수 있다」는 말이 나돌면서 무작위로 배를 만들었던 것이지요.
당시 「3부는 잘 산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3부」란 당간부와 과부와 어부를 말하지요. 그만큼 어부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았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바다로 나가니까 고기가 살아남겠습니까. 당국이 달러를 벌기 위해 연안에 있는 해산물을 싹쓸이해 갔습니다』
朴明虎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해 NLL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어민들이 공동으로 조업해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한다」는 남북頂上회담의 합의문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정부는 지난 10월, 2007 남북頂上회담의 결과 중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과 관련해 이렇게 발표했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해주지역과 주변 해역의 평화와 번영을 견인하는 사업을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구상이다.
공동어로수역이란, 서해 NLL 인근 해역 중 일부를 공동어로수역으로 설정해 남북어민들이 공동으로 조업하고 공동의 이익을 향유한다. 서해상 특정구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치,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제3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방지함으로써 남북 간 공동번영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한강 하구와 연평도 사이 어로 불가능 지역은 평화수역으로 설정한다.
서해 NLL 문제는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적 공동이익 관점에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서해 「군사안보벨트」를 「평화번영벨트」로 전환한다>
중국 어선과 북한 경비정의 유착
朴明虎씨는 『「제3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치한다」는 내용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은 북한 어로저지선과 NLL 사이에서 고기를 잡아요. 그 해역은 북한 측 관할이지만, 중국 배가 합법적으로 고기를 잡을 수 있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동안 「수령님께서 중국 측에 허락하신 일」이라고 교육을 받았어요. 당국 간의 합의가 있었나 봐요.
중국 배들이 어로저지선을 넘어 북한 연안까지 들어올 수는 없어요. 북한 경비정이 단속하도록 돼 있어요. 하지만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잡는 일은 거의 없어요. 오히려 중국 어선으로부터 뇌물을 받기 위해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는 실정이지요. 북한 경비정은 기름이 모자라 제대로 단속활동을 못 해요. 중국 배들은 기름을 뇌물로 주고 자유롭게 북한 앞바다에 들어와 고기를 잡지요. 심지어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들을 보호해 주는 일도 있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어선들이 북한 경비정을 우습게 보는 사건이 발생한다고 했다.
『2003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중국어선들이 북한 서해 연안에서 고기를 잡으니까 경비정이 단속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중국 어선들이 워낙 많으니까 북한 경비정이 감당할 수 없었어요.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향해 「해안에서 멀리 나가라」고 방송하니까, 중국 어부들이 북한 경비정에 올라 타서 북한軍을 선창에 묶어 버리고 경비정을 표류시켜 버렸습니다. 표류하던 경비정은 나중에 다른 경비정에 발견돼 기지로 돌아왔어요.
뿐만 아닙니다. 2000년 무렵 평북 철산 앞바다에서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와중에 중국 어부들이 도끼로 북한 경비대원을 죽인 적이 있어요.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북한 경비정은 중국 어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해요』
朴明虎씨에 따르면, 북한의 해안 방어는 인민군 해군과 육군이 동시에 관할한다. 12해리 이상은 해군이, 연안은 해안경비대(경비총국)가 맡는다. 해안경비대는 육군內 개별 군단에 소속돼 있다. 황해도 해안은 4군단이 맡고 있다.
중국 어선은 북한 당국에 입어료를 내고 북한 해역에서 합법적으로 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최근 남북頂上회담과 관련해 발표한 자료의 일부분이다.
<북측 동해수역에는 2004년부터 중국 어선이 입어료를 지불하고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다. 동해 회유성 어종에 대한 자원감소로 남측 어업인의 생계가 위협받는 실정이다. 북측은 동해수역內 우리 어선 진출에 대해 현재까지 소극적 입장이다>
북한 당국은 동해안의 경우, 입어료를 받고 중국 어선에는 바다를 내주면서 우리 측과 「동해안 공동어로수역」을 만드는 데 반대하고 있다.
『중국 어선, 돈과 기름 내고 고기 잡아』
북한 당국은 서해안에서 중국 어선으로부터 입어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남한과 공동어로수역 설치를 합의했다. 전직 해군 장성 출신의 북한 전문가의 말이다.
『서해 5도 NLL 인근에 나타나는 중국 어선들은 돈과 기름을 북한 해군에 내고 정식으로 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북한 해군은 조업권과 어민통제권까지 가지고 있지요. 군인들이 어선을 타고 고기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어민을 통해 고기를 잡기도 하지만,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자신의 바다를 중국 어선에 내주기도 합니다.
서해 NLL 인근의 공동어로수역 설치는 북측 입장에서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입니다. 공동어로수역이 만들어지면서 북측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NLL 무력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아울러 돈을 낸 중국 어선을 북한 어선으로 假裝(가장)시켜 공동어로수역에서 고기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연평도 어민단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꽃게잡이 철에 중국 어선 한 척이 북한 당국에 내는 돈이 하루에 우리 돈으로 30만원 정도라고 한다.
북측은 서해 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 차례 해왔다. 북측은 停戰(정전) 이후 20년간 NLL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1973년 이른바 「서해사태」를 일으키면서 NLL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1973년 서해사태 당시 해군 위관급 장교로 구축함을 타고 사건현장에 출동했던 전직 軍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북측은 1973년 「서해 5도 주변 수역이 북한 연해이다. 이 수역을 항해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며 군사행동을 취했습니다. 북측은 소련이 만든 유도탄을 장착한 고속정 60여 척을 동원해 수십 차례 NLL을 침범했지요.
당시 저를 비롯해 모든 대원들은 24시간 내내 함포 앞에서 敵艦(적함)을 조준하며 40일 동안 대치했어요. 사실상 전쟁상태였습니다. 긴장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백령도까지 민간여객선이 오가지 못해 헬기와 비행기로 물자를 수송했습니다.
우리의 대응이 완강하자 敵은 물러갔습니다. 북측의 군사행동을 힘으로 막아 낸 것이지요. NLL은 그렇게 유지된 겁니다. 이후 북측은 국제법상의 영해(연안에서 12해리)를 주장하며 NLL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요. NLL은 이미 국제법적으로 합법적인 해상 경계선입니다.
어떻게 지켜온 NLL인데 그냥 내줍니까. 북한의 주장대로 NLL을 남쪽으로 후퇴하는 것은 헌법 위반입니다. 12해리 영해를 인정해 주면 북측은 1999년에 발표한 「등거리 원칙」을 다시 주장할 겁니다. 북측은 육지에서 해상 50해리까지를 「군사수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이는 국제법상 불법입니다. NLL을 재설정하는 것은 북한의 교묘한 전략에 말려드는 겁니다』
「서해사태」와 「연평해전」의 공통점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은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측의 치밀한 계획 하에서 발생했다.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朴正聖(박정성ㆍ60) 장군의 말이다.
『1999년 6월6일부터 북한 함정 6~12척이 어선 20여 척과 함께 NLL을 월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군 함정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충돌하더군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양측 해군 함정 10여 척이 기동공방을 벌였지요.
그런데 6월9일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어요. 그날 하루 종일 남북 함정이 뒤엉켜 공방전을 벌이다가 저녁 8시경 북측 함정이 모두 NLL 북쪽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북측 함정이 있던 NLL 남방 13.5km 지점에 선박으로 보이는 물체가 아군의 레이더 상에 계속 나타나는 겁니다. 현장에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북측 함정이 어망 부이(BUOY) 7개를 뭉쳐 흰 깃발을 꽂아 놓고 돌아간 거죠.
이를 면밀히 분석해 보니, 1973년 서해사태 당시 북측이 주장한 해상경계선의 꼭지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북측 함정이 단순히 고기잡이 어선을 보호하기 위해 NLL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계산된 군사행동임을 간파하고, 추가로 무력도발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요. 현장 함정에 전투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북측이 함포사격으로 공격해 오더군요.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북측은 무력도발을 암시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의 서해교전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內에서 『서해 지역에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金大中(김대중) 정권은 『북측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는 것은 북측 꽃게잡이 어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는 식으로 판단했다. 이런 시각은 盧武鉉(노무현) 정권에서도 계속됐다. 2003년 들어 여당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 논의는 본격화됐다.
2005년 6월, 鄭東泳(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金正日을 만나 서해 평화문제 해결과 어업협력을 제의했다. 鄭東泳-金正日의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그해 7월 남북 수산협력실무협의회가 개성에서 열렸다. 당시 양측은 「서해상의 일정 수역에서 공동으로 어로작업을 한다」는 데 합의했다. 공동어로수역과 공동어로 시작 시기는 군사당국 회담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2006년 3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상 충돌방지 및 공동어로수역 설정 문제가 협의됐다. 그러나 북측이 『NLL 획정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하자』고 주장해 회담은 결렬됐다. 그러다가 2007년 남북頂上회담에서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설치가 합의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총리급 회담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공동어로 사업」은 지난 몇 년간 민간 차원에서 몇 차례 시도돼 왔다.
1998년 (주)해주가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소속의 「광명성총회사」를 사업파트너로 서해수역 공동조업을 통해 어획물을 전량 반입ㆍ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남측 어민들의 반대로 정부는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이후 전국어민총연합회가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파트너로, 북측이 어장을 제공하고 남측 어선이 북측 어장에 入漁(입어)해 조업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가 사업신청서를 반려했다. 남측의 수협과 북측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가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영했으나 이 또한 사업추진이 중단됐다.
민간 단체가 시도한 「공동어로」는 현재 논의 중인 서해 NLL 인근의 공동어로수역과 달리 「남한 어선이 북한 해역에 들어가 고기를 잡는 것」이 기본 골자였다.
『공동어로 주장하는 사람은 현실을 몰라』
탈북자 朴明虎씨는 『고기잡이를 해 본 사람이라면 「공동어로」라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공동어로수역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정치적 修辭(수사)에 불과합니다. 공동어로수역이라는 게 태평양처럼 넓은 곳에 있다면 가능하겠지요. 그런데 서해 5도와 옹진반도 사이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치하기에는 너무 좁아요. 배가 몇 척이나 들어가겠습니까? 아무리 작은 배라도 그물을 치면 몇 km씩 늘어져요. 수십, 수백 척의 어선이 들어간다면 어망이 얽히고 설키는 일이 비일비재할 겁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滿船(만선)한 배를 보면 괜히 자기 고기를 「도둑 맞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고기잡는 사람들의 생리입니다. 당연히 서로 고기를 많이 잡으려 들지요. 그런데 남한 어선과 북한 어선 중에 누가 고기를 많이 잡겠습니까. 뻔한 일 아니에요? 남쪽 어선이 100t을 잡는다면, 북쪽 어선은 아마 10t도 못 잡을 겁니다. 그렇다고 남쪽 어선이 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북측에 나눠 주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고기를 못 잡는 쪽에서 나쁜 감정을 가질 게 뻔해요』
『공동어로수역은 분쟁의 씨앗』
―남북 양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되지 않을까요.
『공동어로수역은 분쟁의 씨앗이 될 겁니다. 북한 어민들은 지금도 「남쪽 어선은 안기부가 조종하는 배」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출발부터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거죠. 설령 공동어로수역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북측이 처음에는 조심하며 고기를 잡겠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적당한 빌미를 들고 나오며 싸움을 걸 겁니다.
북한은 현재 자신의 바다를 중국에 내주고 있습니다. 자기 바다에서 고기를 제대로 못 잡는데 왜 엉뚱하게 NLL 인근에 공동어로수역을 얘기하겠습니까? 공동어로수역을 만든다는 것은 거짓말에 불과해요. 북한은 남측으로부터 NLL 이남의 바다를 얻어내 중국에 돈을 받고 팔겠다는 생각입니다』
―중국 어선이 종종 NLL 남쪽으로 넘어오는 이유는 뭡니까.
『중국 어선이 남한 해역으로 자꾸 넘어오는 것은 북한 해역에 고기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물질을 한 곳과 안 한 곳은 차이가 많아요. 다행히 NLL 주변에는 그런 대로 고기가 있어요. 남한 정부가 어민들에게 특정해역에서 고기를 잡게 하고 NLL 인근에서 조업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남북이 분단돼 있는 동안 NLL 인근 바다는 역설적으로 고기들의 보금자리였지요. 서식보호구역의 역할을 해온 겁니다. 이것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동어로수역에서 고기를 잡는다면 단기적으로 어획량이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서식보호구역이 없어져 어획량은 줄어들 겁니다. 중국 어선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정부는 공동어로수역 설치와 관련해 그동안 유지해 왔던 「NLL 기준 등거리·등면적 원칙」을 철회할 방침이다. 등거리·등면적 원칙은 공동어로수역 경계를 NLL을 기준으로 남과 북이 같은 거리만큼 떨어지도록 하고, 어장의 면적도 남과 북이 같게 한다는 것이다.
朴正聖(박정성) 前 해군 제독의 말이다.
『1960년대에 NLL 수역에서 남북 어선들이 공동으로 고기를 잡은 적이 있어요. 당시 서해 NLL 수역에 고기가 아주 많았어요. 남과 북의 어부들은 서로 많이 잡으려고 경쟁했지요. 그러는 와중에 충돌이 자주 생겼지요. 어부들끼리 도끼를 휘두르며 싸운 적이 있어요.
문제가 심각해지자 우리 정부는 선박안전조업규정을 만들어 NLL 인근에서 고기를 잡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게 「어로한계선」입니다. 북측도 「어로지지선」을 만들어 어선이 NLL 이하로 남하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그 이후 NLL 인근에서 충돌은 없어졌습니다. 앞으로 공동어로수역이 생기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남북 어선이 충돌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북측은 NLL을 다시 설정하자는 카드를 꺼낼 겁니다』
『억장이 무너진다』
최근 한 80代 노신사가 月刊朝鮮 사무실을 찾아왔다. 『6·25 전쟁 당시 KLO 부대 요원으로 참전했다』고 밝힌 그는 『목숨을 걸고 확보한 NLL을 盧武鉉 대통령과 現 정부 고위 인사들이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해 억장이 무너져 하소연하러 왔다』고 했다.
KLO 8103부대 교육팀장을 지낸 李永徹(이영철·83)씨의 말이다.
『1950년 10월 개성에서 美 극동사령부(KLO)에 입대해 평양으로 북진했습니다. 이후 서울로 다시 내려와 1950년 12월 황해도 황주에 공수낙하해 특수임무를 수행했지요. 1951년 다시 황해도 연백군으로 들어가 지방 유지를 포섭해 정보를 입수했고, 정보는 美 공군에 전달돼 공습에 유용하게 활용됐습니다. 1951년 4월 강화도와 교동도·용매도·연평도·백령도·순위도 등 서해 5도를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당시 이 섬들은 빨갱이가 득실댔어요.
내가 소속돼 있던 KLO부대는 美 극동사령부 교동 파견대로 있다가, 그 이후에 배저대, 8103부대로 명칭이 바뀌었어요. KLO 요원들은 후방과 긴밀히 연락해 낙하산 보급을 받으며 작전에 임했습니다. 당시 한국 해군함대 302, 그리고 해병대가 협조해 지금과 같은 NLL을 만들 수 있었어요. 만일 그 당시 KLO부대가 목숨을 내걸지 않았다면 지금의 NLL은 없었겠지요. NLL은 당시 UN軍사령관이 개인적으로 그은 선이 아니에요. 수많은 젊은이의 피로 확보한 선입니다』●
『작년 5월 어느 날, 옹진 앞바다에 안개가 잔뜩 끼었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는 생각에 곧바로 가족들을 전마선에 태웠지요. 주민들과 북한 경비정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였지요. 전마선은 제가 직접 만들었는데 15마력 엔진을 달았습니다. 북조선 당국은 연안 앞바다에 북한 어민들이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로저지선을 설정해 놨어요. NLL은 어로저지선 아래 쪽에 있지요.
안개 낀 그날, 1시간을 내리 달리니까 중국 어선 100여 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로저지선을 무사히 넘은 것 같아 일단 안심했어요. 북한 경비정은 보통 연안에서 어로저지선까지 경비를 하거든요. 중국 배들은 북한 배보다 훨씬 크고 엔진 마력이 셌습니다. 곧바로 NLL을 향해 船首(선수)를 남쪽으로 고정하고 엔진출력을 최대로 높였지요』
4시간쯤 지났을까. 朴씨가 탄 배는 충남 태안반도 앞바다에 도달했다. 목숨을 건 朴씨 가족의 「대탈출」은 이렇게 끝났다.
朴明虎씨는 해주와 강령ㆍ옹진군 연안 바다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해주 앞바다를 30m까지 직접 들어가 해산물 캐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마치 빗자루로 쓸어 놓은 것 같아요』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해 NLL 인근의 「공동어로수역 설치」에 대해 『바다 사정을 전혀 모르는 웃기는 일』이라고 했다.
『해주 앞바다에서 옹진반도 연안까지 바다에 직접 들어가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곳 바다에는 고기가 없어요. 중국 고기잡이 배들이 몇 년 동안 바다 밑까지 그물질을 했기 때문이죠. 고기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데 중국 어선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기 때문에 북한 앞바다까지 들어올 상황이 못 돼요.
해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다 밑이 반반해요. 마치 빗자루로 쓸어 놓은 것 같아요. 조개나 성게가 있을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워요. 키조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흙이 안 보일 정도로 많았는데, 이제는 수심 30m까지 내려가야 겨우 몇 개를 건져 올립니다. 동해안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바다 자원을 보호하면서 적당히 잡아야 하는데, 당장 먹을 게 없다 보니 치어를 키울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언제부터 고기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까.
『육지에서 어로저지선까지는 「고난의 행군」 때부터 싹쓸이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어로저지선에서 NLL선까지는 중국어선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고기 씨를 말리기 시작했지요. 남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북한 바다 사정이 형편없어요.
「고난의 행군」 때 땅에서 먹고 살 게 없으니까 모두 바다로 나간 겁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한 개의 郡(군)에 어선 수가 100척이었던 것이 현재 2000척까지 늘어났어요. 물론 보잘것없는 작은 배들이지만, 「바다를 뜯어먹으면 살 수 있다」는 말이 나돌면서 무작위로 배를 만들었던 것이지요.
당시 「3부는 잘 산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3부」란 당간부와 과부와 어부를 말하지요. 그만큼 어부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았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바다로 나가니까 고기가 살아남겠습니까. 당국이 달러를 벌기 위해 연안에 있는 해산물을 싹쓸이해 갔습니다』
朴明虎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해 NLL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어민들이 공동으로 조업해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한다」는 남북頂上회담의 합의문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정부는 지난 10월, 2007 남북頂上회담의 결과 중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과 관련해 이렇게 발표했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해주지역과 주변 해역의 평화와 번영을 견인하는 사업을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구상이다.
공동어로수역이란, 서해 NLL 인근 해역 중 일부를 공동어로수역으로 설정해 남북어민들이 공동으로 조업하고 공동의 이익을 향유한다. 서해상 특정구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치,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제3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방지함으로써 남북 간 공동번영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한강 하구와 연평도 사이 어로 불가능 지역은 평화수역으로 설정한다.
서해 NLL 문제는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적 공동이익 관점에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서해 「군사안보벨트」를 「평화번영벨트」로 전환한다>
중국 어선과 북한 경비정의 유착
朴明虎씨는 『「제3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치한다」는 내용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은 북한 어로저지선과 NLL 사이에서 고기를 잡아요. 그 해역은 북한 측 관할이지만, 중국 배가 합법적으로 고기를 잡을 수 있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동안 「수령님께서 중국 측에 허락하신 일」이라고 교육을 받았어요. 당국 간의 합의가 있었나 봐요.
중국 배들이 어로저지선을 넘어 북한 연안까지 들어올 수는 없어요. 북한 경비정이 단속하도록 돼 있어요. 하지만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잡는 일은 거의 없어요. 오히려 중국 어선으로부터 뇌물을 받기 위해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는 실정이지요. 북한 경비정은 기름이 모자라 제대로 단속활동을 못 해요. 중국 배들은 기름을 뇌물로 주고 자유롭게 북한 앞바다에 들어와 고기를 잡지요. 심지어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들을 보호해 주는 일도 있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어선들이 북한 경비정을 우습게 보는 사건이 발생한다고 했다.
『2003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중국어선들이 북한 서해 연안에서 고기를 잡으니까 경비정이 단속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중국 어선들이 워낙 많으니까 북한 경비정이 감당할 수 없었어요.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향해 「해안에서 멀리 나가라」고 방송하니까, 중국 어부들이 북한 경비정에 올라 타서 북한軍을 선창에 묶어 버리고 경비정을 표류시켜 버렸습니다. 표류하던 경비정은 나중에 다른 경비정에 발견돼 기지로 돌아왔어요.
뿐만 아닙니다. 2000년 무렵 평북 철산 앞바다에서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와중에 중국 어부들이 도끼로 북한 경비대원을 죽인 적이 있어요.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북한 경비정은 중국 어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해요』
朴明虎씨에 따르면, 북한의 해안 방어는 인민군 해군과 육군이 동시에 관할한다. 12해리 이상은 해군이, 연안은 해안경비대(경비총국)가 맡는다. 해안경비대는 육군內 개별 군단에 소속돼 있다. 황해도 해안은 4군단이 맡고 있다.
중국 어선은 북한 당국에 입어료를 내고 북한 해역에서 합법적으로 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최근 남북頂上회담과 관련해 발표한 자료의 일부분이다.
<북측 동해수역에는 2004년부터 중국 어선이 입어료를 지불하고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다. 동해 회유성 어종에 대한 자원감소로 남측 어업인의 생계가 위협받는 실정이다. 북측은 동해수역內 우리 어선 진출에 대해 현재까지 소극적 입장이다>
북한 당국은 동해안의 경우, 입어료를 받고 중국 어선에는 바다를 내주면서 우리 측과 「동해안 공동어로수역」을 만드는 데 반대하고 있다.
『중국 어선, 돈과 기름 내고 고기 잡아』
북한 당국은 서해안에서 중국 어선으로부터 입어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남한과 공동어로수역 설치를 합의했다. 전직 해군 장성 출신의 북한 전문가의 말이다.
『서해 5도 NLL 인근에 나타나는 중국 어선들은 돈과 기름을 북한 해군에 내고 정식으로 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북한 해군은 조업권과 어민통제권까지 가지고 있지요. 군인들이 어선을 타고 고기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어민을 통해 고기를 잡기도 하지만,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자신의 바다를 중국 어선에 내주기도 합니다.
서해 NLL 인근의 공동어로수역 설치는 북측 입장에서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입니다. 공동어로수역이 만들어지면서 북측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NLL 무력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아울러 돈을 낸 중국 어선을 북한 어선으로 假裝(가장)시켜 공동어로수역에서 고기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연평도 어민단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꽃게잡이 철에 중국 어선 한 척이 북한 당국에 내는 돈이 하루에 우리 돈으로 30만원 정도라고 한다.
북측은 서해 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 차례 해왔다. 북측은 停戰(정전) 이후 20년간 NLL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1973년 이른바 「서해사태」를 일으키면서 NLL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1973년 서해사태 당시 해군 위관급 장교로 구축함을 타고 사건현장에 출동했던 전직 軍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북측은 1973년 「서해 5도 주변 수역이 북한 연해이다. 이 수역을 항해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며 군사행동을 취했습니다. 북측은 소련이 만든 유도탄을 장착한 고속정 60여 척을 동원해 수십 차례 NLL을 침범했지요.
당시 저를 비롯해 모든 대원들은 24시간 내내 함포 앞에서 敵艦(적함)을 조준하며 40일 동안 대치했어요. 사실상 전쟁상태였습니다. 긴장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백령도까지 민간여객선이 오가지 못해 헬기와 비행기로 물자를 수송했습니다.
우리의 대응이 완강하자 敵은 물러갔습니다. 북측의 군사행동을 힘으로 막아 낸 것이지요. NLL은 그렇게 유지된 겁니다. 이후 북측은 국제법상의 영해(연안에서 12해리)를 주장하며 NLL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요. NLL은 이미 국제법적으로 합법적인 해상 경계선입니다.
어떻게 지켜온 NLL인데 그냥 내줍니까. 북한의 주장대로 NLL을 남쪽으로 후퇴하는 것은 헌법 위반입니다. 12해리 영해를 인정해 주면 북측은 1999년에 발표한 「등거리 원칙」을 다시 주장할 겁니다. 북측은 육지에서 해상 50해리까지를 「군사수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이는 국제법상 불법입니다. NLL을 재설정하는 것은 북한의 교묘한 전략에 말려드는 겁니다』
「서해사태」와 「연평해전」의 공통점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은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측의 치밀한 계획 하에서 발생했다.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朴正聖(박정성ㆍ60) 장군의 말이다.
『1999년 6월6일부터 북한 함정 6~12척이 어선 20여 척과 함께 NLL을 월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군 함정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충돌하더군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양측 해군 함정 10여 척이 기동공방을 벌였지요.
그런데 6월9일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어요. 그날 하루 종일 남북 함정이 뒤엉켜 공방전을 벌이다가 저녁 8시경 북측 함정이 모두 NLL 북쪽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북측 함정이 있던 NLL 남방 13.5km 지점에 선박으로 보이는 물체가 아군의 레이더 상에 계속 나타나는 겁니다. 현장에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북측 함정이 어망 부이(BUOY) 7개를 뭉쳐 흰 깃발을 꽂아 놓고 돌아간 거죠.
이를 면밀히 분석해 보니, 1973년 서해사태 당시 북측이 주장한 해상경계선의 꼭지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북측 함정이 단순히 고기잡이 어선을 보호하기 위해 NLL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계산된 군사행동임을 간파하고, 추가로 무력도발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요. 현장 함정에 전투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북측이 함포사격으로 공격해 오더군요.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북측은 무력도발을 암시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의 서해교전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內에서 『서해 지역에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金大中(김대중) 정권은 『북측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는 것은 북측 꽃게잡이 어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는 식으로 판단했다. 이런 시각은 盧武鉉(노무현) 정권에서도 계속됐다. 2003년 들어 여당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 논의는 본격화됐다.
2005년 6월, 鄭東泳(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金正日을 만나 서해 평화문제 해결과 어업협력을 제의했다. 鄭東泳-金正日의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그해 7월 남북 수산협력실무협의회가 개성에서 열렸다. 당시 양측은 「서해상의 일정 수역에서 공동으로 어로작업을 한다」는 데 합의했다. 공동어로수역과 공동어로 시작 시기는 군사당국 회담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2006년 3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상 충돌방지 및 공동어로수역 설정 문제가 협의됐다. 그러나 북측이 『NLL 획정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하자』고 주장해 회담은 결렬됐다. 그러다가 2007년 남북頂上회담에서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설치가 합의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총리급 회담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공동어로 사업」은 지난 몇 년간 민간 차원에서 몇 차례 시도돼 왔다.
1998년 (주)해주가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소속의 「광명성총회사」를 사업파트너로 서해수역 공동조업을 통해 어획물을 전량 반입ㆍ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남측 어민들의 반대로 정부는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이후 전국어민총연합회가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파트너로, 북측이 어장을 제공하고 남측 어선이 북측 어장에 入漁(입어)해 조업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가 사업신청서를 반려했다. 남측의 수협과 북측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가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영했으나 이 또한 사업추진이 중단됐다.
민간 단체가 시도한 「공동어로」는 현재 논의 중인 서해 NLL 인근의 공동어로수역과 달리 「남한 어선이 북한 해역에 들어가 고기를 잡는 것」이 기본 골자였다.
『공동어로 주장하는 사람은 현실을 몰라』
탈북자 朴明虎씨는 『고기잡이를 해 본 사람이라면 「공동어로」라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공동어로수역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정치적 修辭(수사)에 불과합니다. 공동어로수역이라는 게 태평양처럼 넓은 곳에 있다면 가능하겠지요. 그런데 서해 5도와 옹진반도 사이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치하기에는 너무 좁아요. 배가 몇 척이나 들어가겠습니까? 아무리 작은 배라도 그물을 치면 몇 km씩 늘어져요. 수십, 수백 척의 어선이 들어간다면 어망이 얽히고 설키는 일이 비일비재할 겁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滿船(만선)한 배를 보면 괜히 자기 고기를 「도둑 맞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고기잡는 사람들의 생리입니다. 당연히 서로 고기를 많이 잡으려 들지요. 그런데 남한 어선과 북한 어선 중에 누가 고기를 많이 잡겠습니까. 뻔한 일 아니에요? 남쪽 어선이 100t을 잡는다면, 북쪽 어선은 아마 10t도 못 잡을 겁니다. 그렇다고 남쪽 어선이 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북측에 나눠 주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고기를 못 잡는 쪽에서 나쁜 감정을 가질 게 뻔해요』
『공동어로수역은 분쟁의 씨앗』
―남북 양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되지 않을까요.
『공동어로수역은 분쟁의 씨앗이 될 겁니다. 북한 어민들은 지금도 「남쪽 어선은 안기부가 조종하는 배」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출발부터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거죠. 설령 공동어로수역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북측이 처음에는 조심하며 고기를 잡겠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적당한 빌미를 들고 나오며 싸움을 걸 겁니다.
북한은 현재 자신의 바다를 중국에 내주고 있습니다. 자기 바다에서 고기를 제대로 못 잡는데 왜 엉뚱하게 NLL 인근에 공동어로수역을 얘기하겠습니까? 공동어로수역을 만든다는 것은 거짓말에 불과해요. 북한은 남측으로부터 NLL 이남의 바다를 얻어내 중국에 돈을 받고 팔겠다는 생각입니다』
―중국 어선이 종종 NLL 남쪽으로 넘어오는 이유는 뭡니까.
『중국 어선이 남한 해역으로 자꾸 넘어오는 것은 북한 해역에 고기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물질을 한 곳과 안 한 곳은 차이가 많아요. 다행히 NLL 주변에는 그런 대로 고기가 있어요. 남한 정부가 어민들에게 특정해역에서 고기를 잡게 하고 NLL 인근에서 조업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남북이 분단돼 있는 동안 NLL 인근 바다는 역설적으로 고기들의 보금자리였지요. 서식보호구역의 역할을 해온 겁니다. 이것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동어로수역에서 고기를 잡는다면 단기적으로 어획량이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서식보호구역이 없어져 어획량은 줄어들 겁니다. 중국 어선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정부는 공동어로수역 설치와 관련해 그동안 유지해 왔던 「NLL 기준 등거리·등면적 원칙」을 철회할 방침이다. 등거리·등면적 원칙은 공동어로수역 경계를 NLL을 기준으로 남과 북이 같은 거리만큼 떨어지도록 하고, 어장의 면적도 남과 북이 같게 한다는 것이다.
朴正聖(박정성) 前 해군 제독의 말이다.
『1960년대에 NLL 수역에서 남북 어선들이 공동으로 고기를 잡은 적이 있어요. 당시 서해 NLL 수역에 고기가 아주 많았어요. 남과 북의 어부들은 서로 많이 잡으려고 경쟁했지요. 그러는 와중에 충돌이 자주 생겼지요. 어부들끼리 도끼를 휘두르며 싸운 적이 있어요.
문제가 심각해지자 우리 정부는 선박안전조업규정을 만들어 NLL 인근에서 고기를 잡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게 「어로한계선」입니다. 북측도 「어로지지선」을 만들어 어선이 NLL 이하로 남하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그 이후 NLL 인근에서 충돌은 없어졌습니다. 앞으로 공동어로수역이 생기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남북 어선이 충돌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북측은 NLL을 다시 설정하자는 카드를 꺼낼 겁니다』
『억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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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에 KLO대원으로 참전한 이영철옹. |
KLO 8103부대 교육팀장을 지낸 李永徹(이영철·83)씨의 말이다.
『1950년 10월 개성에서 美 극동사령부(KLO)에 입대해 평양으로 북진했습니다. 이후 서울로 다시 내려와 1950년 12월 황해도 황주에 공수낙하해 특수임무를 수행했지요. 1951년 다시 황해도 연백군으로 들어가 지방 유지를 포섭해 정보를 입수했고, 정보는 美 공군에 전달돼 공습에 유용하게 활용됐습니다. 1951년 4월 강화도와 교동도·용매도·연평도·백령도·순위도 등 서해 5도를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당시 이 섬들은 빨갱이가 득실댔어요.
내가 소속돼 있던 KLO부대는 美 극동사령부 교동 파견대로 있다가, 그 이후에 배저대, 8103부대로 명칭이 바뀌었어요. KLO 요원들은 후방과 긴밀히 연락해 낙하산 보급을 받으며 작전에 임했습니다. 당시 한국 해군함대 302, 그리고 해병대가 협조해 지금과 같은 NLL을 만들 수 있었어요. 만일 그 당시 KLO부대가 목숨을 내걸지 않았다면 지금의 NLL은 없었겠지요. NLL은 당시 UN軍사령관이 개인적으로 그은 선이 아니에요. 수많은 젊은이의 피로 확보한 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