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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클럽] J 룸살롱 이야기

김연광    yeonk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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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룸살롱 풍경
  盧武鉉(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을 마친 3당 대표들이 서울 서초동의 J 룸살롱에 몰려가서 뒤풀이를 했다가 언론의 따가운 공격을 받았습니다. 정치인에게 들이대는 국민들의 도덕적 잣대가 날로 엄격해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J 룸살롱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한동안 언론에 떠돌았습니다. 「아가씨들 팁이 하룻밤에 50만원이나 된다고 하더라」, 「서너 명이 한 번 술자리를 하면 400만~500만원이 넘는다」, 「역대 정권의 황태자들이 드나들었다」….
 
  여론의 절대 파도가 몰아칠 때는 몸을 낮추는 게 上策(상책).
 
  『지금이 어느 땐데, 정치인들이 그런 데를 가느냐』고 웅성댈 때, 『나도 몇 번 가봤는데』라고 얘기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정치인들을 따라 이 집에서 가서 몇 번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朴哲彦(박철언)씨, 金鍾泌(김종필)씨 같은 當代(당대)에 힘깨나 쓰던 정치인들이 주최한 술자리였습니다. 江南(강남)에서도 술값이 꽤 비싼 축에 끼는 곳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末席(말석)에 앉아 돌아오는 폭탄주나 꾸역꾸역 마셔야 했던 저로서는 그곳에 대해 별로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왜 말도 못하고 폭탄주만 먹고 있었느냐구요? 원래 한국의 술 자리라는 게 초대한 측과 초대받은 측이 마주 보고 앉아서 座長(좌장) 두 사람만 얘기하지 않습니까.
 
  선배 기자들을 모시고 간 자리에서 술 먹고 혹여 실수라도 한번 하면 두고두고 시원찮은 놈으로 몰리기 십상이기도 하구요.
 
  지난 봄에 J 룸살롱에 갔을 때도 폭탄주가 몇바퀴 돌았습니다. 옆에서 술시중하는 아가씨에게 『아가씨들도 한잔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차를 몰고 가서 못 먹는다』고 하더군요. 술자리가 파하고 전철을 타러 걸어가다가 제 옆자리에서 술시중을 들던 아가씨가 최신형 소나타를 몰고 퇴근하는 걸 봤습니다.
 
  「월급쟁이는 가까이 할 곳이 못 되는 집이로구나」 생각했는데, 사건의 무대로 화려하게 등장했더군요.
 
  저는 1992년 朝鮮日報 정치부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李漢東(이한동) 의원 집을 오랫동안 드나들었습니다. 나중에 金大中(김대중)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李의원의 별명은 「一刀(일도) 선생」입니다. 복잡한 일들을 단칼에 해결해 내는 일솜씨 때문에 얻은 별명입니다.
 
  李의원은 생긴 모습, 성격대로 술을 시원시원하게 잘 마십니다.
 
  李의원과 인연이 깊은 金榮龜(김영구), 朴在鴻(박재홍) 의원 등은 폭탄주를 잘 마신다고 기자들 사이에서 「폭탄系(계)」로 불렸습니다. 李의원은 이동 막걸리로 유명한 포천 연천이 지역구입니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6選을 한 국회의원은 議政史(의정사)에서 朴寬用(박관용) 국회의장과 李의원 둘 뿐이라고 합니다.
 
 
 
 「고시노 간빠이」
 
  한 번은 추석날 李의원의 염곡동 집에 들러 막걸리를 마시고 나오려는데 李의원이 비장의 술을 꺼냈습니다. 「고시노간빠이」라는 일본 정종이었습니다. 『일본 제일의 정종인데 東京 최고급 호텔에 가서도 먹을 수 없다. 金기자 같은 촌놈은 평생 한번 맛보기 어려운 술』이라는 얘기에 욕심을 내서 서너 컵 마시고 그날 하루를 비몽사몽으로 보냈습니다.
 
  폭탄계의 좌장이었던 李의원은 기자에게 『술 많이 마시지 말라』는 충고를 자주 해주었습니다.
 
  『술에 장사 없어. 내 주변에 하나둘씩 쓰러지는데 술 잘 먹는 순서대로야. 젊은 객기로 참 많이도 먹었어…. 폭탄주를 하룻밤에 스무 잔씩도 먹었으니까. 이젠 몸이 안 따라 주는 것 같아. 내가 민정당 사무총장할 때 대변인했던 沈明輔(심명보, 前 국회의원)가 위암으로 죽었잖아. 상가에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全斗煥 대통령한테 당 운영비 받아 와서 수억원씩 술값으로 내줬거든. 그 돈 가지고 기자들하고 밤마다 술을 마셨으니…』
 
  그 시절 정치인들과 같이 술을 마셨던 기자들의 몸도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얼마 전 鄭斗彦(정두언) 서울시 정무 副시장을 만나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鄭부시장의 경기高 동창들이 지금 중앙 언론사의 부장급들입니다. 鄭부시장이 이런 충격적인 얘기를 하더군요.
 
  『동기 여덟 명이 기자를 하고 있는데 몸 성한 친구가 없어요. 방송사에서 청와대 출입했던 한 친구는 심장병 수술을 몇 번 했지…. 기자들 술 먹고 몸 상한 거는 産災(산재)처리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 정치는 음모와 배신, 政爭(정쟁)이 판치는 무대입니다. 각 政派(정파)의 속셈을 알아내는 게 기자들의 중요한 취재영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좋든 싫든 정치인들이 초청하는 술자리에 갈 수밖에 없는 게 기자들의 처지입니다.
 
  국회의원들이 「殺生簿(살생부)」를 들고 골방에서 수군대지 말고, 국회 기자실에서 자신이 만든 법안을 내놓고 기자들과 토론하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하는 게 기자들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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