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인물] 마해영

프로 야구 한국 시리즈 MVP

  • : 고석태  kos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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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프로야구는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국민적인 행사였던 2002 韓日 월드컵 축구대회와 부산 아시안게임이라는 커다란 국제대회를 개최하면서 정규 시즌이 중단됐고, 그로 인해 관중이 전년도에 비해 20%나 격감했다. 특히 아시안 게임 때의 휴식으로 11월에 포스트 시즌을 치르는 바람에 추운 날씨로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월10일 끝난 한국 시리즈는 잃었던 야구 인기를 상당히 만회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과 LG는 매 경기 명승부를 연출, 야구장을 떠났던 팬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올 한국 시리즈의 스타는 삼성의 4번 타자 마해영(32)이었다.
 
  마해영은 한국 시리즈 6경기에서 24타수 11안타 타율 0.458에 3홈런, 10타점으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1, 2차전에서 부진했던 마해영은 3차전 1회초 1사 1·2루에서 결승 적시타를 때려내 MVP를 향한 시동을 건 뒤 4차전에서 3대 3 동점이던 8회에 결승타를 때리는 등 4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어 5차전에서 홈런 2방을 날리며 MVP를 예약했고, 마지막 끝내기 홈런을 날리며 사상 처음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 일치로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마해영은 부산高, 고려大를 나온 프로 7년차 선수다. 나이는 많지만 프로 입단이 늦어 아직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지 못했다. 마해영의 프로 입단이 늦어진 것은 자존심 때문이다. 1993년 고려大를 졸업할 당시 연고 구단인 롯데가 몸값을 알려주지도 않은 채 무조건 입단할 것을 종용했다.
 
  구단에서 제시한 조건이 좋으면 들어오고, 싫으면 말라는 식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아마야구 최고 타자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마해영은 이런 강압적인 방식에 반발, 軍 팀인 상무에 들어갔다. 그 덕분에 국가대표 생활은 더 오래 했지만 수입 면에서는 손해를 봤다.
 
  마해영의 자존심은 2001년 다시 한번 발동한다. 당시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뜻에서 창설된 선수협의회에 주축 멤버로 활동한 마해영은 롯데 구단의 회유와 강압에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때 구단으로부터 「찍힌」 마해영은 결국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마해영 대신 롯데가 받은 선수는 김주찬과 이계성. 누가 봐도 롯데가 손해인 트레이드였다.
 
  마해영은 이 무렵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아 언론과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한 중견 기자가 전화를 걸어 대뜸 『야, 마해영.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자, 『이봐요. ○○씨. 당신, 나 압니까?』라고 대들었던 것. 이 사건으로 당시 스포츠 기자들의 그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나빠졌지만 마해영은 더욱 당당하게 선수협의회 활동을 해 나갔다.
 
  마해영은 삼성에서 적지 않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팀의 간판스타 이승엽과 수비(1루) 포지션이 겹쳐 외야수로, 또는 지명 대타로 밀려나게 된 것. 게다가 외야수 수비를 잘 못해 한 때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마해영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나갔고, 결국 가장 필요한 시기에 팀에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마해영은 자존심이 강한 만큼 자신에게도 엄격하다. 그는 국내 야구 선수 중 외국에서 살다 온 선수를 제외하고는 가장 영어를 잘한다. 순전히 국내에서 독학으로 익힌 영어가 이제는 구단 통역들 못지않은 실력이다.
 
  마해영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남겼다.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11월7일 잠실 야구장서 마해영은 경기 전 관중석의 팬에게 공을 던져 주다가 여자 팬의 얼굴을 맞혔다. 20代 초반의 이 여성 팬은 앞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여자 팬의 이름이 마해영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기하게도 마해영은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펄펄 날았다.
 
  6차전이 끝난 뒤엔 너무 좋아서 춤을 추며 뛰어다니다가 안경을 떨어뜨렸다. 그리곤 두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눈에 대고 동료들에게 안경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사진 기자들에게 포착돼 때아닌 「배트 맨」으로 변신했다.
 
  마해영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각종 인터뷰와 시상식장에 불려다니며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도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또 한번의 우승을 일궈 자신이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 타자임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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