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인물] 최희섭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첫 한국인 타자

  • : 강호철  jde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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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195㎝, 100kg. 멀리서 보면 동양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건장한 체구. 미국 선수들도 그를 제대로 바라보려면 고개를 쳐들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첫 홈런으로 뽑아냈다. 타구를 지켜본 상대팀 일본인 선수가 『아시아의 자랑』이라고 말할 정도로 비거리가 무려 132m에 이르는 초대형 홈런.
 
  한국인 타자로선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23)이다. 최희섭의 이름 석 자가 야구 팬들에게 알려진 것은 광주 충장 중학교 시절부터. 그 당시 키가 188㎝로 또래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는 컸던 그는 팀의 4번타자를 도맡았다.
 
  처음엔 투수로도 뛰었으나 광주일고에 진학하면서 타자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1995년 청룡기고교야구 우승멤버로 활약했던 그는 3학년 때인 1997년 8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몽튼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카우트들은 1998년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現 야구월드컵)에서 그의 파괴력을 다시 한번 눈으로 확인했다. 고려大 신입생이던 최희섭은 일본과의 8강전에서 현재 요미우리 자이언츠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우에하라를 상대로 150m짜리 동점 2점 홈런을 터뜨린 것을 비롯, 4타수 3안타로 펄펄 날았다.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주성노 인하大 감독은 『경기에 앞서 최희섭의 빨랫줄 같은 배팅볼 타구들이 펜스 저 너머로 날아가는 모습을 본 상대 선수들은 혀를 내두르며 기가 죽곤 했다』고 회상할 정도. 이 대회에서 최희섭은 100m를 12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로 도루왕을 욕심내기도 했다.
 
  광주일고 시절 이미 프로구단 해태(現 기아)와 고려大의 스카우트 공세를 받았던 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꿈 때문에 고려大를 택했고, 1999년 4월 계약금 120만 달러에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컵스가 간판 1루수 마크 그레이스를 트레이드시킨 것이 바로 최희섭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해서 일찌감치 주목을 끈 최희섭은 마이너리그 루키리그부에서 시작했다.
 
  기대대로 한 달여 만에 싱글A로 승격돼 유망주 소리를 들은 그는 1999년 랜싱에서 79경기에 출장, 타율 0.321, 18홈런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00년 3월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합류한 것도 이례적인 일. 이후부터 최희섭은 「越班(월반)」을 거듭했다. 2000년 시즌을 싱글A팀 하이클래스에서 시작해 더블A팀으로 끝을 맺었다. 그해 8월 한 경기 3홈런을 터뜨리며 새미 소사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2000년 10월 애리조나 가을리그에 참가한 최희섭은 99타수 30안타(타율 0.303) 5홈런 15타점으로 홈런 2위, 장타율 2위, 출루율 4위를 기록해 참가선수 중 전체 유망주 1위로 뽑혔다.
 
  2001년 트리플A팀으로 진입, 빅리그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최희섭은 5월 왼쪽 손목 부위 통증으로 두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오르면서 결국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올해 트리플A 아이오와 소속으로 134 경기에서 타율 0.289, 26홈런 97타점을 기록하고 시즌을 끝맺은 뒤 지난 9월4일 빅리그에 합류한 그는 9월9일 세 번째 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뜨리면서 거대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장외」, 「대형 홈런」에 관한 숱한 일화를 불러일으켰던 최희섭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등 외국선수들이 최희섭보다 먼저 타자로 빅리그를 밟았으나 대부분 장타자는 아니었다.
 
  아시아系 타자들은 힘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는게 바로 최희섭이라는 얘기. 이미 각종 메이저리그 보고서에는 최희섭에 대해 「미래의 홈런왕」이란 수식어가 붙어다니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 스테이크이고, 취미가 춤추기라고 본인 스스로 말할 정도로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4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귀국하지 않았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적응에 강한 집념을 보인 최희섭이 변화구에 약한 단점만 보완한다면 괴력을 만천하에 과시하며 동양인 첫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등극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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