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짜리 이지스함은 對空·對潛·對艦·對地 통제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해양세력으로 성장한 한국의 位相에 어울리는 한국 海軍은 바다에서 육지를 지키게 될 것이다
가미가제 특공의 교훈에서…
지난 10월2일 국방부는 「2001~2005 국방중기계획」과 내년도 국방예산 세부 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 중 언론의 주목을 끈 것이 이지스급 구축함(이지스급 구축함, 이지스함에 대한 용어해설은 편집자 注 참조) 건조사업. 이지스함은 현재 미국과 일본 두 나라만 보유하고 있는 첨단 함정으로서 척당 가격이 1조원이 넘는 高價(고가)로 알려졌다.
그간 군사전략가나 안보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東北亞의 전략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빠른 시간 내에 중소형 항공모함(輕航母)과 이지스급 함정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이지스함이 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 李秀勇(이수용) 해군참모총장을 만나보았다.
李총장은 『국방중기계획이 언론에 발표된 후 이지스함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현대의 군함은 그 나라의 국력과 산업력, 최첨단 기술력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거대한 규모의 첨단 군함을 갖는다는 것은 전략적·전술적 가치를 떠나 국민의 자부심과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그간 해군이 이지스급 구축함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습니다만, 이번 언론보도에 따른 반응을 보니 그 공감대가 軍 관계자는 물론, 우리 사회의 여론 주도층,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이지스급 구축함의 보유는 우리 軍의 경사일 뿐 아니라 국민 여러분에게 해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내년부터 건조사업이 시작될 이지스급 구축함은 어떤 성격의 배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질문에 李총장은 『이지스함의 탄생 배경을 알아야 그 성격이 정확히 이해된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지스함의 원조는 미국입니다. 美 해군이 이지스함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전술, 이른바 자살공격에 큰 피해를 당했기 때문이지요. 일본은 1943년에 벌어진 필리핀 海戰에서 처음 가미가제식 자살공격을 감행하여 美 해군함정 122척을 손상시켰습니다.
1945년 오키나와 전투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美 해군 중대형 함정 15척을 침몰시키는 등 174척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어요. 가미가제 특공대는 일제공격, 또는 단독공격을 파상적으로 감행함으로써 美 해군의 對空방어망을 무력화시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리스 神話의 방패
美 해군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동시다발적으로 벌떼처럼 달려드는 對空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함정용 방어체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 결과 1960년대 초 개량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ASMS:Advanced Surface Missile System)을 발전시킨 對空戰 체계를 개발, 그 이름을 이지스(AEGIS) 시스템이라고 명명했다.
이지스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神이 자신의 딸이며 지혜와 전쟁·정의의 女神인 아테나에게 선물한 방패 「아이기스」의 영어식 발음이다. 아이기스, 즉 이지스는 「어떠한 창칼의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방패」란 뜻이다.
―이지스급 구축함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이지스급 구축함은 해상에서 敵의 유도탄이나 항공기, 함정, 잠수함 등 총 21개의 對空(대공), 對艦(대함), 對潛(대잠) 목표물에 대한 동시 대응 및 제압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척의 군함이 다수의 적 항공기와 전함, 미사일, 잠수함과 맞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세기 최고의 함정」이라는 평을 듣는 것입니다. 이지스함은 또 원거리에서 지상군에 함포와 유도탄 지원은 물론, 일정 구역에 대한 防空(방공) 역할도 담당하기 때문에 해군뿐만 아니라 陸·空軍의 전투력을 보강해주는 전력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목표를 자동으로 수색·포착·추적·공격
여기서 잠깐 이지스함이 「금세기 최고의 함정」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태평양전쟁의 값비싼 희생을 통해 이지스 시스템을 개발한 美 해군은 1983년 처음으로 순양함(CG) 타이콘데로가號에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하여 航母 기동함대의 호위를 담당토록 했다.
美 해군은 현재 55척(순양함 27척, 구축함 28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4년까지 29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추가 건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이미 4척의 이지스함을 실전배치 중이며, 2척을 추가 건조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이지스 시스템은 ▲SPY-1D 탐지체계(Multifunction Phased Array Rader System) ▲지휘결심체계(Command and Decision System) ▲무장통제체계(Weapon Control System) ▲展示체계(Aegis Display System) ▲작전준비/시험체계(Operation Readiness/Test System) ▲수직발사체계(Vertical Launching System)로 구성되어 있다.
이지스함에 탑재된 SPY-1D 탐지체계는 3차원 탐지능력을 가진 레이더로서 마하 8.8까지의 속도를 가진 표적 900개를 동시 추적할 수 있으며, 수색·포착·추적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SPY-1D 레이더에 포착된 정보는 지휘결심체계로 이관되는데, 이곳에서는 함정에 미치는 위협의 긴박함 순위에 따라 자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목표를 컴퓨터로 결정한다. 무장통제체계는 지휘결심체계에서 결정된 정보에 따라 교전목표를 지시·결정한 후 공격에 사용될 무기와 공격순위를 결정하고 이를 통제한다.
공격순위가 결정되면 공격해 오는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향해 스탠더드(SM-2) 미사일이 발사된다. 이 미사일은 관성항법 시스템이 탑재돼 목표물의 미래 위치, 즉 명중되는 지점을 스스로 계산하여 날아간다. 미사일이 목표에 가까워지면 수신안테나가 작동하여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명중률을 자랑한다. 미사일의 유효 사정거리는 75km, 최고 속도는 마하 2를 넘는다.
일본 방위청 산하 방위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한 바 있는 한양대의 金慶敏(김경민) 교수는 『이지스함은 對空 전투시스템이 뛰어나지만 잠수함과 수상함에 대한 대처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적의 수상함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하푼 미사일이,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對潛 어뢰가 사용된다.
미사일 수직발사체계는 갑판의 전후방 2개소에 설치되어 있다. 이지스함의 수직발사체계는 발사 때마다 한 발씩 발사기에 장전할 필요 없이 단시간에 많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다수의 목표물에 대응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발사기로 공중·水上·水中 미사일을 모두 발사할 수 있다. 수직발사체계는 갑판 전방에 32발형, 갑판 후방에 64발형이 설치되어 총 90발의 미사일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총장은 『이지스급 함정은 이처럼 가공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이지스급 함정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은 현대전의 교훈에 따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도 러시아로부터 이지스함에 필적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신예 구축함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영국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이지스함과 유사한 성능의 함정을 확보중에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는 해운물동량이나 조선능력, 어획고 등 국가 해양능력을 감안할 때 이지스급 구축함사업 착수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내외 전문가들의 평입니다』
이지스함 보유하면 주변국에 대단한 스트레스 줄 것
―현재 우리 해군은 3800t급 구축함(KDX-1) 세 척(광개토대왕함·을지문덕함·양만춘함), 그리고 한국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으로 4800t급 구축함(KDX-2)을 건조하기로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함정들과 이지스급 구축함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현대의 해상전은 원거리에서 먼저 탐지하여,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한 후 목표물을 선제 공격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지스급 구축함의 가장 큰 특징은 KDX-1·2나 기타 다른 함정들보다 먼저 보고, 신속히 결심하여 원거리 타격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랄 수 있겠습니다』
―일본이 이지스함을 보유한 후 주변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지스함을 보유했을 경우 한국 해군의 위상이나 우리나라 해양력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십니까.
『일본의 군사력은 소수의 병력으로 질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기술집약형 軍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이지스함을 보유하게 된 겁니다. 일본은 이지스함을 통해 가공할 만한 화력과 방어력을 확보함으로써 주변국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배가시켰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지스함은 가상 敵國에게 대단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셈이죠. 우리도 이지스함을 보유하면 억지력의 배가라는 차원에서 일본이 누리고 있는 이점을 그대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李총장은 『우리가 이지스급 구축함을 보유하면 명실상부한 입체적 합동작전 수행이 가능해 지상군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공군의 防空작전도 보완하는 등 국가 방어체계 운영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지스함이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이나 노동·대포동 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까지 가질 수 있는지요.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바다에서 미사일 궤적을 추적한 함정이 일본의 이지스함 「묘코」號였습니다. 이지스함의 특성에서 설명 드렸듯이 추적이 된다면 그에 따른 방책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지스함은 우수한 성능,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값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료를 보니까 우리나라의 주력 함정인 광개토대왕함(KDX-1) 건조비가 2억 달러인데 비해 이지스함은 10억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 최신 버전 기술을 우리에게 이전할 것이냐를 의심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해군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지스급 구축함의 도입을 위해 충분한 검토와 연구 등 상당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런 염려는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스 시스템의 핵심은 對空전자방위망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이지스 시스템은 오래 전에 개발된 것이고, 규모도 航母 기동함대를 보호하는 목적상 대규모입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이 개발중인 이지스 시스템은 우리와 같은 중간 규모의 해군에 알맞은 규모에, 최신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해군의 이지스급 구축함 사업은 이 중 어느 쪽을 지향할 예정인지요.
『한반도 주변은 유도탄 위협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대비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이지스급 구축함의 기본임무 중에는 광범위한 유도탄 위협에 관한 대응능력이 포함되어 있어요. 현재 미국의 이지스 체계는 실전 배치되어 성능이 입증된 상태지만, 유럽의 체계는 이제 개발이 진행중인 상태입니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이냐의 문제는 앞으로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성능과 가격, 전력화 시기, 작전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장비를 심층적으로 연구 검토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對北 억지력 위주의 전력증강에서 벗어나 주변국의 위협까지를 염두에 둔 무기체계로의 전환이란 점이 발견됩니다. 문제는 주변국 위협에 중점을 두다 보니 對北 억지력에 필요한 비축탄약이나 편제장비, 수리부속 등 기존 전력의 유지 보수에 필요한 예산이 작년에 비해 9.7%나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軍은 어려운 국가경제 여건 하에서 북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의 불특정 위협에 동시 대비할 수 있는 전력의 확보를 해나가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이해하셔야 할 점은 전력지수가 월등한 첨단 무기체계라야만 이 두 가지 요건을 다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對北전력과 불특정 위협에 대응하는 전력은 제로 섬 게임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입니다』
―이지스급 구축함의 보유 척수는 어느 정도나 검토되고 있는지요.
『8~9년 후에 최초 배치한다는 계획이 세워졌고, 그 때 가서 국가 경제상황과 주위 안보여건에 따라 구체적인 척수가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중소형 航母 주축의 전략기동함대 건설계획 완성
―우리 국민들은 해양력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어 왔습니다만 그 의미나 개념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해양력이 왜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하는지요.
『우리나라는 조선능력이 세계 1위 수준이며, 해운국 수준으로 세계 8위입니다. 국가경제의 동력인 에너지와 자원의 대부분이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등 전체 교역량의 99.8%가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요. 따라서 바다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국가 운명과 직결된 문제가 됐습니다. 바다에서 國益을 증진하고,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양을 통제하고 사용할 수 있는 국가의 총체적 능력이 바로 해양력입니다』
―항간에는 東아시아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비해서 우리도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략가들 사이에 우리가 輕航母(경항모) 시스템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이지스급 구축함 시스템으로 갈 것이냐를 두고 많은 연구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결국 이지스급 구축함을 먼저 보유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는데요.
『國益과 직결된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東중국해에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 이르는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해서는 遠海에서 상당 기간 입체작전 수행이 가능한 해군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 軍 내부에서는 이미 운용중인 함대 외에 전략기동함대를 추가로 건설하는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해 왔습니다.
저희가 예상하는 전략기동함대는 중소형 航母를 비롯해 이지스급 구축함, 4800t급 구축함, 重잠수함과 군수지원함을 포함하여 상당 기간 독립작전이 가능한 기동전투단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따라서 航母체계로 갈 것이냐, 이지스급 구축함으로 갈 것이냐 하는 것은 양자택일의 정책결정이 아닙니다. 다만 중소형 航母 보유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10년에 가서 그때의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연안해군에서 지역해군으로 넘어가는 단계』
―李총장께서는 참모총장에 취임할 무렵 『大洋해군의 목표와 對北 억지전력의 확보를 균형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對北 억지력 확보를 위해서는 高價의 이지스급 구축함보다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 재래식 전투함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지스급 구축함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 사치스런 함정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무기의 위력과 정밀도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걸프전이나 연평해전에서 쉽게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다만 미래의 불특정 위협에 대응하는 소수의 이지스급 구축함 확보와 함께 소형 쾌속전력의 적정 구성비는 균형을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大洋해군이란 용어와 관련하여 李총장은 『이것을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해군이 추구하는 大洋해군은 미국 등과 같이 全세계 어느 바다에서나 장기체류하며 작전하는 해군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遠近海에서 국익 수호를 위해 상당기간 독립작전 능력을 구비한 해군력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해양력은 우리 경제력이나 기술능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가 이지스급 구축함을 보유할 경우 주변국과의 격차를 어느 정도나 줄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 국력과 경제력으로 주변 강대국과 대등한 해군력을 갖는 것은 상당 기간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은 기술·자금·국력 면에서 航母를 보유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오래 전부터 갖추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다만 서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상당 기간 일부러 보유하지 않을 것으로 봐요. 두 나라의 중간에 서 있는 한국 해군은 東北亞의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해군력을 「적정규모의 해군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은 그 규모나 성격상 大洋해군으로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고, 연안해군에 머물기에는 우리나라의 國益이 너무 크게 바다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중간 규모의 해군은 나가야 할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 교수는 「경제력보다 큰 군사력을 유지하는 국가는 쇠퇴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舊 소련을 비롯한 역사적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고 볼 수 있죠. 해군력은 母港으로부터의 작전거리를 기준으로 연안해군, 지역해군, 大洋해군, 세계해군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大洋해군을 말하지만 현실 수준은 연안해군, 혹은 연안해군에서 지역해군으로 겨우 넘어가는 단계라고 봐요. 우리와 같은 중간규모의 해군은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국익보호, 일정해역에서의 해상교통로 안전보장을 위한 전력의 확보가 1차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가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상전력 증강보다는 보다 값이 싼 수중전력을 증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수중전력의 핵심이랄 수 있는 209 잠수함 획득사업이 끝났는데요. 차기잠수함 사업은 독일과 프랑스 간의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 프랑스 대통령, 독일 수상이 아시아 유럽 頂上회의(ASEM) 참석차 내한했다가 金大中 대통령과 별도의 頂上회담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사 차원의 문제가 정치적 협상에서 흥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까.
『질문 내용은 제가 답변할 성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 해군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통해 예산을 절약하면서 성능이 우수한 잠수함을 확보한다는 원칙을 지켜갈 것입니다』
―차기잠수함 사업과 별도로 러시아 잠수함 도입 문제로 해군이 홍역을 앓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정리됐는지요.
『잠수함 사업은 본래 비밀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히 밝힐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러시아 잠수함 도입 문제는 국익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우리 軍을 믿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차기잠수함 사업은 우리가 독자적인 잠수함을 설계할 수 있는 설계기술을 이전받는 것이 핵심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어느 정도나 진행되고 있는지요.
『국가 전략무기체계인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설계 건조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 10여 개 국에 불과합니다. 이들 국가 중 차기잠수함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독일, 프랑스는 첨단 잠수함 설계기술을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어요. 우리는 209 잠수함 사업으로 건조능력은 보유했지만 독자설계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일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차기잠수함 사업은 잠수함 설계기술 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며, 당초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육지를 방어해야』
―최근 들어 金大中 정부는 경의선 철도 연결과 관련하여 「鐵의 新실크로드 건설」이라는 홍보를 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생명선이 해양세력과의 동맹이었다면, 金大中 정부는 이러한 세계사적 조류와는 관련 없이 대륙세력과의 연계라는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남북 화해무드와 관련하여 해양세력의 상징이랄 수 있는 주한미군의 지위와 성격을 뒤흔드는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反美감정이 조직적으로 퍼져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많은 전략가와 여론 선도층은 해양세력과의 동맹과 연대강화가 우리 민족의 번영이며 살길이라고 합니다. 軍 차원에서 이러한 해양세력과의 연대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저희 해군의 대외군사협력 추진방향은 확고한 韓·美 안보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주변국과 균형된 군사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또 군사교류 다변화를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일본·중국·러시아와 긴밀한 협조체제 확보를 위해 軍 고위인사 상호방문, 해군회의, 함정 상호방문 등을 추진중이며, 태평양상의 주요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와 태평양 연안국간 군사협력 강화를 위해 환태평양훈련(RIMPAC), 서태평양훈련에도 계속 참가하고 있어요』
李총장은 『세계 역사를 보면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 증명됐듯이, 21세기의 전쟁은 바다에서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淸日전쟁이 벌어졌을 때 일본은 황해해전에서 청나라 함대를 격파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힘들이지 않고 일본軍을 상륙시켜 중국 본토를 공략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러일전쟁에서도 일본이 쓰시마해전에서 러시아 발틱함대를 궤멸시켜 승기를 잡았고, 태평양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美 해군이 미드웨이 海戰에서 일본 항공모함 함대를 궤멸시킨 결과 그 후 3년 내내 일본은 점령했던 태평양의 섬들을 차례로 빼앗기고 패한 겁니다.
戰史는 海戰의 승패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어요. 21세기에도 海戰에서 이기면 陸戰에서도 승리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바다에서 육지를 방어하는 개념으로 인식과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그간 군사전략가나 안보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東北亞의 전략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빠른 시간 내에 중소형 항공모함(輕航母)과 이지스급 함정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이지스함이 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 李秀勇(이수용) 해군참모총장을 만나보았다.
李총장은 『국방중기계획이 언론에 발표된 후 이지스함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현대의 군함은 그 나라의 국력과 산업력, 최첨단 기술력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거대한 규모의 첨단 군함을 갖는다는 것은 전략적·전술적 가치를 떠나 국민의 자부심과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그간 해군이 이지스급 구축함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습니다만, 이번 언론보도에 따른 반응을 보니 그 공감대가 軍 관계자는 물론, 우리 사회의 여론 주도층,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이지스급 구축함의 보유는 우리 軍의 경사일 뿐 아니라 국민 여러분에게 해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내년부터 건조사업이 시작될 이지스급 구축함은 어떤 성격의 배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질문에 李총장은 『이지스함의 탄생 배경을 알아야 그 성격이 정확히 이해된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지스함의 원조는 미국입니다. 美 해군이 이지스함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전술, 이른바 자살공격에 큰 피해를 당했기 때문이지요. 일본은 1943년에 벌어진 필리핀 海戰에서 처음 가미가제식 자살공격을 감행하여 美 해군함정 122척을 손상시켰습니다.
1945년 오키나와 전투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美 해군 중대형 함정 15척을 침몰시키는 등 174척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어요. 가미가제 특공대는 일제공격, 또는 단독공격을 파상적으로 감행함으로써 美 해군의 對空방어망을 무력화시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리스 神話의 방패
美 해군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동시다발적으로 벌떼처럼 달려드는 對空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함정용 방어체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 결과 1960년대 초 개량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ASMS:Advanced Surface Missile System)을 발전시킨 對空戰 체계를 개발, 그 이름을 이지스(AEGIS) 시스템이라고 명명했다.
이지스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神이 자신의 딸이며 지혜와 전쟁·정의의 女神인 아테나에게 선물한 방패 「아이기스」의 영어식 발음이다. 아이기스, 즉 이지스는 「어떠한 창칼의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방패」란 뜻이다.
―이지스급 구축함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이지스급 구축함은 해상에서 敵의 유도탄이나 항공기, 함정, 잠수함 등 총 21개의 對空(대공), 對艦(대함), 對潛(대잠) 목표물에 대한 동시 대응 및 제압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척의 군함이 다수의 적 항공기와 전함, 미사일, 잠수함과 맞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세기 최고의 함정」이라는 평을 듣는 것입니다. 이지스함은 또 원거리에서 지상군에 함포와 유도탄 지원은 물론, 일정 구역에 대한 防空(방공) 역할도 담당하기 때문에 해군뿐만 아니라 陸·空軍의 전투력을 보강해주는 전력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목표를 자동으로 수색·포착·추적·공격
여기서 잠깐 이지스함이 「금세기 최고의 함정」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태평양전쟁의 값비싼 희생을 통해 이지스 시스템을 개발한 美 해군은 1983년 처음으로 순양함(CG) 타이콘데로가號에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하여 航母 기동함대의 호위를 담당토록 했다.
美 해군은 현재 55척(순양함 27척, 구축함 28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4년까지 29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추가 건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이미 4척의 이지스함을 실전배치 중이며, 2척을 추가 건조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이지스 시스템은 ▲SPY-1D 탐지체계(Multifunction Phased Array Rader System) ▲지휘결심체계(Command and Decision System) ▲무장통제체계(Weapon Control System) ▲展示체계(Aegis Display System) ▲작전준비/시험체계(Operation Readiness/Test System) ▲수직발사체계(Vertical Launching System)로 구성되어 있다.
이지스함에 탑재된 SPY-1D 탐지체계는 3차원 탐지능력을 가진 레이더로서 마하 8.8까지의 속도를 가진 표적 900개를 동시 추적할 수 있으며, 수색·포착·추적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SPY-1D 레이더에 포착된 정보는 지휘결심체계로 이관되는데, 이곳에서는 함정에 미치는 위협의 긴박함 순위에 따라 자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목표를 컴퓨터로 결정한다. 무장통제체계는 지휘결심체계에서 결정된 정보에 따라 교전목표를 지시·결정한 후 공격에 사용될 무기와 공격순위를 결정하고 이를 통제한다.
공격순위가 결정되면 공격해 오는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향해 스탠더드(SM-2) 미사일이 발사된다. 이 미사일은 관성항법 시스템이 탑재돼 목표물의 미래 위치, 즉 명중되는 지점을 스스로 계산하여 날아간다. 미사일이 목표에 가까워지면 수신안테나가 작동하여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명중률을 자랑한다. 미사일의 유효 사정거리는 75km, 최고 속도는 마하 2를 넘는다.
일본 방위청 산하 방위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한 바 있는 한양대의 金慶敏(김경민) 교수는 『이지스함은 對空 전투시스템이 뛰어나지만 잠수함과 수상함에 대한 대처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적의 수상함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하푼 미사일이,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對潛 어뢰가 사용된다.
미사일 수직발사체계는 갑판의 전후방 2개소에 설치되어 있다. 이지스함의 수직발사체계는 발사 때마다 한 발씩 발사기에 장전할 필요 없이 단시간에 많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다수의 목표물에 대응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발사기로 공중·水上·水中 미사일을 모두 발사할 수 있다. 수직발사체계는 갑판 전방에 32발형, 갑판 후방에 64발형이 설치되어 총 90발의 미사일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총장은 『이지스급 함정은 이처럼 가공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이지스급 함정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은 현대전의 교훈에 따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도 러시아로부터 이지스함에 필적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신예 구축함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영국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이지스함과 유사한 성능의 함정을 확보중에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는 해운물동량이나 조선능력, 어획고 등 국가 해양능력을 감안할 때 이지스급 구축함사업 착수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내외 전문가들의 평입니다』
이지스함 보유하면 주변국에 대단한 스트레스 줄 것
―현재 우리 해군은 3800t급 구축함(KDX-1) 세 척(광개토대왕함·을지문덕함·양만춘함), 그리고 한국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으로 4800t급 구축함(KDX-2)을 건조하기로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함정들과 이지스급 구축함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현대의 해상전은 원거리에서 먼저 탐지하여,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한 후 목표물을 선제 공격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지스급 구축함의 가장 큰 특징은 KDX-1·2나 기타 다른 함정들보다 먼저 보고, 신속히 결심하여 원거리 타격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랄 수 있겠습니다』
―일본이 이지스함을 보유한 후 주변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지스함을 보유했을 경우 한국 해군의 위상이나 우리나라 해양력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십니까.
『일본의 군사력은 소수의 병력으로 질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기술집약형 軍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이지스함을 보유하게 된 겁니다. 일본은 이지스함을 통해 가공할 만한 화력과 방어력을 확보함으로써 주변국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배가시켰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지스함은 가상 敵國에게 대단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셈이죠. 우리도 이지스함을 보유하면 억지력의 배가라는 차원에서 일본이 누리고 있는 이점을 그대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李총장은 『우리가 이지스급 구축함을 보유하면 명실상부한 입체적 합동작전 수행이 가능해 지상군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공군의 防空작전도 보완하는 등 국가 방어체계 운영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지스함이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이나 노동·대포동 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까지 가질 수 있는지요.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바다에서 미사일 궤적을 추적한 함정이 일본의 이지스함 「묘코」號였습니다. 이지스함의 특성에서 설명 드렸듯이 추적이 된다면 그에 따른 방책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지스함은 우수한 성능,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값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료를 보니까 우리나라의 주력 함정인 광개토대왕함(KDX-1) 건조비가 2억 달러인데 비해 이지스함은 10억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 최신 버전 기술을 우리에게 이전할 것이냐를 의심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해군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지스급 구축함의 도입을 위해 충분한 검토와 연구 등 상당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런 염려는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스 시스템의 핵심은 對空전자방위망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이지스 시스템은 오래 전에 개발된 것이고, 규모도 航母 기동함대를 보호하는 목적상 대규모입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이 개발중인 이지스 시스템은 우리와 같은 중간 규모의 해군에 알맞은 규모에, 최신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해군의 이지스급 구축함 사업은 이 중 어느 쪽을 지향할 예정인지요.
『한반도 주변은 유도탄 위협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대비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이지스급 구축함의 기본임무 중에는 광범위한 유도탄 위협에 관한 대응능력이 포함되어 있어요. 현재 미국의 이지스 체계는 실전 배치되어 성능이 입증된 상태지만, 유럽의 체계는 이제 개발이 진행중인 상태입니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이냐의 문제는 앞으로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성능과 가격, 전력화 시기, 작전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장비를 심층적으로 연구 검토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對北 억지력 위주의 전력증강에서 벗어나 주변국의 위협까지를 염두에 둔 무기체계로의 전환이란 점이 발견됩니다. 문제는 주변국 위협에 중점을 두다 보니 對北 억지력에 필요한 비축탄약이나 편제장비, 수리부속 등 기존 전력의 유지 보수에 필요한 예산이 작년에 비해 9.7%나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軍은 어려운 국가경제 여건 하에서 북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의 불특정 위협에 동시 대비할 수 있는 전력의 확보를 해나가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이해하셔야 할 점은 전력지수가 월등한 첨단 무기체계라야만 이 두 가지 요건을 다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對北전력과 불특정 위협에 대응하는 전력은 제로 섬 게임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입니다』
―이지스급 구축함의 보유 척수는 어느 정도나 검토되고 있는지요.
『8~9년 후에 최초 배치한다는 계획이 세워졌고, 그 때 가서 국가 경제상황과 주위 안보여건에 따라 구체적인 척수가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중소형 航母 주축의 전략기동함대 건설계획 완성
―우리 국민들은 해양력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어 왔습니다만 그 의미나 개념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해양력이 왜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하는지요.
『우리나라는 조선능력이 세계 1위 수준이며, 해운국 수준으로 세계 8위입니다. 국가경제의 동력인 에너지와 자원의 대부분이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등 전체 교역량의 99.8%가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요. 따라서 바다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국가 운명과 직결된 문제가 됐습니다. 바다에서 國益을 증진하고,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양을 통제하고 사용할 수 있는 국가의 총체적 능력이 바로 해양력입니다』
―항간에는 東아시아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비해서 우리도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략가들 사이에 우리가 輕航母(경항모) 시스템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이지스급 구축함 시스템으로 갈 것이냐를 두고 많은 연구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결국 이지스급 구축함을 먼저 보유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는데요.
『國益과 직결된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東중국해에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 이르는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해서는 遠海에서 상당 기간 입체작전 수행이 가능한 해군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 軍 내부에서는 이미 운용중인 함대 외에 전략기동함대를 추가로 건설하는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해 왔습니다.
저희가 예상하는 전략기동함대는 중소형 航母를 비롯해 이지스급 구축함, 4800t급 구축함, 重잠수함과 군수지원함을 포함하여 상당 기간 독립작전이 가능한 기동전투단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따라서 航母체계로 갈 것이냐, 이지스급 구축함으로 갈 것이냐 하는 것은 양자택일의 정책결정이 아닙니다. 다만 중소형 航母 보유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10년에 가서 그때의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연안해군에서 지역해군으로 넘어가는 단계』
―李총장께서는 참모총장에 취임할 무렵 『大洋해군의 목표와 對北 억지전력의 확보를 균형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對北 억지력 확보를 위해서는 高價의 이지스급 구축함보다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 재래식 전투함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지스급 구축함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 사치스런 함정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무기의 위력과 정밀도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걸프전이나 연평해전에서 쉽게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다만 미래의 불특정 위협에 대응하는 소수의 이지스급 구축함 확보와 함께 소형 쾌속전력의 적정 구성비는 균형을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大洋해군이란 용어와 관련하여 李총장은 『이것을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해군이 추구하는 大洋해군은 미국 등과 같이 全세계 어느 바다에서나 장기체류하며 작전하는 해군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遠近海에서 국익 수호를 위해 상당기간 독립작전 능력을 구비한 해군력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해양력은 우리 경제력이나 기술능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가 이지스급 구축함을 보유할 경우 주변국과의 격차를 어느 정도나 줄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 국력과 경제력으로 주변 강대국과 대등한 해군력을 갖는 것은 상당 기간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은 기술·자금·국력 면에서 航母를 보유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오래 전부터 갖추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다만 서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상당 기간 일부러 보유하지 않을 것으로 봐요. 두 나라의 중간에 서 있는 한국 해군은 東北亞의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해군력을 「적정규모의 해군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은 그 규모나 성격상 大洋해군으로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고, 연안해군에 머물기에는 우리나라의 國益이 너무 크게 바다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중간 규모의 해군은 나가야 할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 교수는 「경제력보다 큰 군사력을 유지하는 국가는 쇠퇴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舊 소련을 비롯한 역사적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고 볼 수 있죠. 해군력은 母港으로부터의 작전거리를 기준으로 연안해군, 지역해군, 大洋해군, 세계해군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大洋해군을 말하지만 현실 수준은 연안해군, 혹은 연안해군에서 지역해군으로 겨우 넘어가는 단계라고 봐요. 우리와 같은 중간규모의 해군은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국익보호, 일정해역에서의 해상교통로 안전보장을 위한 전력의 확보가 1차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가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상전력 증강보다는 보다 값이 싼 수중전력을 증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수중전력의 핵심이랄 수 있는 209 잠수함 획득사업이 끝났는데요. 차기잠수함 사업은 독일과 프랑스 간의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 프랑스 대통령, 독일 수상이 아시아 유럽 頂上회의(ASEM) 참석차 내한했다가 金大中 대통령과 별도의 頂上회담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사 차원의 문제가 정치적 협상에서 흥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까.
『질문 내용은 제가 답변할 성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 해군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통해 예산을 절약하면서 성능이 우수한 잠수함을 확보한다는 원칙을 지켜갈 것입니다』
―차기잠수함 사업과 별도로 러시아 잠수함 도입 문제로 해군이 홍역을 앓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정리됐는지요.
『잠수함 사업은 본래 비밀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히 밝힐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러시아 잠수함 도입 문제는 국익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우리 軍을 믿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차기잠수함 사업은 우리가 독자적인 잠수함을 설계할 수 있는 설계기술을 이전받는 것이 핵심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어느 정도나 진행되고 있는지요.
『국가 전략무기체계인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설계 건조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 10여 개 국에 불과합니다. 이들 국가 중 차기잠수함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독일, 프랑스는 첨단 잠수함 설계기술을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어요. 우리는 209 잠수함 사업으로 건조능력은 보유했지만 독자설계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일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차기잠수함 사업은 잠수함 설계기술 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며, 당초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육지를 방어해야』
―최근 들어 金大中 정부는 경의선 철도 연결과 관련하여 「鐵의 新실크로드 건설」이라는 홍보를 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생명선이 해양세력과의 동맹이었다면, 金大中 정부는 이러한 세계사적 조류와는 관련 없이 대륙세력과의 연계라는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남북 화해무드와 관련하여 해양세력의 상징이랄 수 있는 주한미군의 지위와 성격을 뒤흔드는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反美감정이 조직적으로 퍼져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많은 전략가와 여론 선도층은 해양세력과의 동맹과 연대강화가 우리 민족의 번영이며 살길이라고 합니다. 軍 차원에서 이러한 해양세력과의 연대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저희 해군의 대외군사협력 추진방향은 확고한 韓·美 안보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주변국과 균형된 군사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또 군사교류 다변화를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일본·중국·러시아와 긴밀한 협조체제 확보를 위해 軍 고위인사 상호방문, 해군회의, 함정 상호방문 등을 추진중이며, 태평양상의 주요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와 태평양 연안국간 군사협력 강화를 위해 환태평양훈련(RIMPAC), 서태평양훈련에도 계속 참가하고 있어요』
李총장은 『세계 역사를 보면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 증명됐듯이, 21세기의 전쟁은 바다에서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淸日전쟁이 벌어졌을 때 일본은 황해해전에서 청나라 함대를 격파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힘들이지 않고 일본軍을 상륙시켜 중국 본토를 공략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러일전쟁에서도 일본이 쓰시마해전에서 러시아 발틱함대를 궤멸시켜 승기를 잡았고, 태평양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美 해군이 미드웨이 海戰에서 일본 항공모함 함대를 궤멸시킨 결과 그 후 3년 내내 일본은 점령했던 태평양의 섬들을 차례로 빼앗기고 패한 겁니다.
戰史는 海戰의 승패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어요. 21세기에도 海戰에서 이기면 陸戰에서도 승리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바다에서 육지를 방어하는 개념으로 인식과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