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현지 분위기
노벨 평화상의 고장 노르웨이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대사관은 어느 때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는 10월13일 수상자 발표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9월5일 金대통령이 후보자로 선정되었다는 공식발표 후 현지에서 근무중인 조태익 서기관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노르웨이 현지 언론에선 한국의 金大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보도된 사실을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노르웨이 언론들은 노벨 평화상 위원회가 최종 선정자를 발표할 때까지 노벨 평화상 후보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보도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요. 따라서 金大中 대통령이 후보자라고 보도하지도 않습니다』
―그곳 대사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차분한 편입니다. 金대통령이 수상하면 국가적인 경사이니 좋아할 일이지만, 이를 위해 대사관측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로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 모든 일을 조심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위원회측에서는 金대통령에 대한 기초 자료조차 우리에게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자료는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비밀리에 조사, 취합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노벨 평화상 위원회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선정에서의 객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간주합니다. 이를 위해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로 일관합니다. 후보자를 위한 로비는 오히려 선정 과정에서 잡음을 만들 수 있고, 노벨 평화상 위원회측은 이를 가장 禁忌시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국민 전체가 이것을 지키려고 애쓴다고 보면 됩니다』
―1973년에는 미국의 헨리 키신저와 월맹의 레둑토가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만, 레둑토는 수상을 거절했습니다. 그후 월남평화는 월맹에 의한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것을 현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회담 하나만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지만 事後(사후)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상황이 바뀐 경우는 종종 있어 왔습니다. 노벨 평화상 위원회 측은 事後의 업적을 평가해서 상을 시상하기도 하지만, 진행중인 사안을 더 잘 해 보라는 격려 차원에서 수상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지의 남북관계 언론 보도는 객관적』
―그런 면에서라면 한국의 金大中 대통령도 수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겠는데요.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선정과정 자체가 비밀에 붙여져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지켜 보는 수밖에요』
―심사는 시작되었지요.
『그렇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 내에서 이산가족 방문, 金容淳 노동당 비서의 서울 방문 등이 CNN과 노르웨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행사들이 언론에 객관적으로 보도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겁니다』
―현지 언론의 남북 頂上회담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객관보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분단되어 지금도 휴전상태에 놓여 있지만, 이번에 金大中 대통령과 북한의 金正日 위원장이 평양에서 頂上회담을 했다든가, 이산가족들이 50년 만에 상봉하고 눈물 흘리는 장면들, 非전향 장기수들을 돌려 보낸 사실들을 보도하면서 「한반도에서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이같은 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라든가 「획기적인 조치」라고 전합니다. 그러나 이 평화회담의 展望(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우리나라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대한 보도내용은 어떻습니까.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한국의 金大中 대통령이 취한 햇볕 정책에 호응하여 6·15 頂上회담에 임한다고 보도하고 있지요. 북한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으로서는 노벨 평화상에 열네 번째 도전하는 셈입니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점쳐집니까.
『글쎄요. 위원회로서는 자체적인 우선순위가 있을 겁니다. 비밀에 붙여지지만, 설사 이번에 안되더라도 내년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곳에서는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도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격려 차원에서 수상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현지 대사관 개입 여지 없어
노르웨이는 지금까지 한국의 대통령이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국가이다. 6·25 당시 병원선을 파견하면서 우리와 관계를 맺은 노르웨이는 국제사회에서 인도적인 지원을 우선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駐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측은 노벨 평화상과 관련한 인터뷰에 말을 무척 아꼈다. 실제로 1995년부터 1997년까지 駐노르웨이 대사를 지낸 權寧民(권영민) 現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는 재임 당시 金大中 평민당 대표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權 본부대사는 기자에게 『그때 오해를 많이 산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노벨 평화상에 대해 現地 대사관은 개입할 여지가 없어요. 현지에서는 공식적인 어떤 개입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국내 언론들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파문의 중심지가 된 駐 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측은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駐 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측은 『발표가 날 때까지 소신껏 평소의 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며 『金대통령이 수상하게 되면 개인에게도 영광이겠지만, 국가적인 경사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반대했던 사람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만약, 金대통령이 수상자로 선정될 경우, 駐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은 국가원수의 방문 준비로 바쁜 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이때쯤이면 대사관이 앞장서서 홍보를 하겠지만 지금은 「몸조심, 입조심이 名藥」이라는 것이다.
―노르웨이 현지 언론에선 한국의 金大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보도된 사실을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노르웨이 언론들은 노벨 평화상 위원회가 최종 선정자를 발표할 때까지 노벨 평화상 후보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보도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요. 따라서 金大中 대통령이 후보자라고 보도하지도 않습니다』
―그곳 대사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차분한 편입니다. 金대통령이 수상하면 국가적인 경사이니 좋아할 일이지만, 이를 위해 대사관측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로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 모든 일을 조심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위원회측에서는 金대통령에 대한 기초 자료조차 우리에게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자료는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비밀리에 조사, 취합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노벨 평화상 위원회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선정에서의 객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간주합니다. 이를 위해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로 일관합니다. 후보자를 위한 로비는 오히려 선정 과정에서 잡음을 만들 수 있고, 노벨 평화상 위원회측은 이를 가장 禁忌시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국민 전체가 이것을 지키려고 애쓴다고 보면 됩니다』
―1973년에는 미국의 헨리 키신저와 월맹의 레둑토가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만, 레둑토는 수상을 거절했습니다. 그후 월남평화는 월맹에 의한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것을 현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회담 하나만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지만 事後(사후)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상황이 바뀐 경우는 종종 있어 왔습니다. 노벨 평화상 위원회 측은 事後의 업적을 평가해서 상을 시상하기도 하지만, 진행중인 사안을 더 잘 해 보라는 격려 차원에서 수상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지의 남북관계 언론 보도는 객관적』
―그런 면에서라면 한국의 金大中 대통령도 수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겠는데요.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선정과정 자체가 비밀에 붙여져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지켜 보는 수밖에요』
―심사는 시작되었지요.
『그렇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 내에서 이산가족 방문, 金容淳 노동당 비서의 서울 방문 등이 CNN과 노르웨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행사들이 언론에 객관적으로 보도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겁니다』
―현지 언론의 남북 頂上회담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객관보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분단되어 지금도 휴전상태에 놓여 있지만, 이번에 金大中 대통령과 북한의 金正日 위원장이 평양에서 頂上회담을 했다든가, 이산가족들이 50년 만에 상봉하고 눈물 흘리는 장면들, 非전향 장기수들을 돌려 보낸 사실들을 보도하면서 「한반도에서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이같은 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라든가 「획기적인 조치」라고 전합니다. 그러나 이 평화회담의 展望(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우리나라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대한 보도내용은 어떻습니까.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한국의 金大中 대통령이 취한 햇볕 정책에 호응하여 6·15 頂上회담에 임한다고 보도하고 있지요. 북한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으로서는 노벨 평화상에 열네 번째 도전하는 셈입니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점쳐집니까.
『글쎄요. 위원회로서는 자체적인 우선순위가 있을 겁니다. 비밀에 붙여지지만, 설사 이번에 안되더라도 내년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곳에서는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도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격려 차원에서 수상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현지 대사관 개입 여지 없어
노르웨이는 지금까지 한국의 대통령이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국가이다. 6·25 당시 병원선을 파견하면서 우리와 관계를 맺은 노르웨이는 국제사회에서 인도적인 지원을 우선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駐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측은 노벨 평화상과 관련한 인터뷰에 말을 무척 아꼈다. 실제로 1995년부터 1997년까지 駐노르웨이 대사를 지낸 權寧民(권영민) 現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는 재임 당시 金大中 평민당 대표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權 본부대사는 기자에게 『그때 오해를 많이 산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노벨 평화상에 대해 現地 대사관은 개입할 여지가 없어요. 현지에서는 공식적인 어떤 개입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국내 언론들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파문의 중심지가 된 駐 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측은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駐 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측은 『발표가 날 때까지 소신껏 평소의 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며 『金대통령이 수상하게 되면 개인에게도 영광이겠지만, 국가적인 경사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반대했던 사람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만약, 金대통령이 수상자로 선정될 경우, 駐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은 국가원수의 방문 준비로 바쁜 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이때쯤이면 대사관이 앞장서서 홍보를 하겠지만 지금은 「몸조심, 입조심이 名藥」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