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淇 皓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1958년 경북 경주생. 공주사대 국어교육과 졸업. 1983년~1998년 창작과 비평사 근무. 「출판마케팅 입문」 「희망의 출판」 등.
총 1천8백만 부나 팔린 李文烈. 그의 三國志는 1천만 부가 팔렸고 연간 印稅가 6억원대. 베스트셀러 기획자이자 詩人인 류시화의 월평균 소득은 1억원 정도. 좥3년마다 분출하는 활화산좦으로 불리는 梁貴子는 대중들의 정서를 앞질러 가면서 1백만 부 이상 팔리는 소설들을 펴낸다. 鄭浩承 같은 專業시인들도 두터운 고정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1958년 경북 경주생. 공주사대 국어교육과 졸업. 1983년~1998년 창작과 비평사 근무. 「출판마케팅 입문」 「희망의 출판」 등.
총 1천8백만 부나 팔린 李文烈. 그의 三國志는 1천만 부가 팔렸고 연간 印稅가 6억원대. 베스트셀러 기획자이자 詩人인 류시화의 월평균 소득은 1억원 정도. 좥3년마다 분출하는 활화산좦으로 불리는 梁貴子는 대중들의 정서를 앞질러 가면서 1백만 부 이상 팔리는 소설들을 펴낸다. 鄭浩承 같은 專業시인들도 두터운 고정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밀리언셀러의 등장
오늘날의 출판시장에서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은 극과 극을 달린다. 몇 종의 대형 베스트셀러는 기형적이라 할 정도로 판매부수가 치솟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한 책은 재빨리 서점의 서가에서 사라진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출판시장의 차별점은 바로 이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대형 밀리언셀러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시장(즉 독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출판인은 아무도 없다. 著者(저자)마저도 책으로부터 도망가려는 독자들을 잡아놓으려고 팔릴 만한 소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은 물론, 제목이나 표지에도 세심한 신경을 쓴다.
50만, 1백만의 독자를 몰고 다니는 대형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책은 바로 이것이다 하는 좥핵심좦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독자들 마음속 깊은 곳의 빼도박도 못하는 어느 한 부분을 자극해 좥치유불능의 소외좦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50만, 1백만의 독자들이, 그것도 단기간에 열광적으로 좥소비하는좦 것이다.
문화가 완전히 시장의 원리에만 맡겨진다면 완벽한 타락에 이를 수밖에 없다. 모든 출판관계자들이 오로지 팔리는 책만을 만들려는 것은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대중들이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책들을 분석해봄으로써 우리는 우리 시대의 대중 정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며, 文化생산자들은 21세기의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家族史가 문학적 資産
李文烈(이문열). 좥삼국지좦(전10권)가 1천만 권을 돌파하고 그의 이름으로 간행된 책으로는 모두 1천8백만 부나 판매된 우리 시대 최대의 저자다. 그에겐 좥우리 시대의 대표작가좦란 수식어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다. IMF로 인해 독자층이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그의 좥삼국지좦는 90만 부가 판매됐다. 정가 7천원인 이 책의 인세(정가의 10%)만도 6억3천만원이다. 1997년 이전에는 매년 1백만~1백60만 부가 판매되었다. 일년에 70만 부 가량 팔리던 이 책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1993년도 서울대 수석합격자 최지환씨가 논술시험을 대비해 좥삼국지좦를 15번이나 읽었는데 그로 인해 큰 효과를 보았다고 발언하고 이를 민음사가 광고에 활용하면서부터다.
1979년에 간행된 좥사람의 아들좦 이후 1980~90년대 내내 베스트셀러를 양산한 그는 1997년의 좥선택좦도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40만 부가 판매됐다. 작년 말에 완간된 좥변경좦(전12권)도 초기에는 고전했으나 이미 30만 부나 판매되었다. 이 정도의 판매는 李文烈의 이름에 값하는 성적표가 못되지만 기왕에 간행되었던 7권까지를 이미 많은 독자가 읽었고 그의 소설들이 대부분 스테디셀러인 점을 고려한다면 적지 않은 부수가 판매된 셈이다. 이 책을 펴낸 「문학과 지성사」는 금년 말까지는 50만 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소설들은 역사소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장소설의 형태를 띤다. 이 소설들은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하여 교양욕구가 강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다. 금년 초에 그의 부친이 북한에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시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그의 家族史(가족사)야말로 그의 문학적 資産(자산)이다. 이 문학적 자산은 그와 동시대를 살아온 많은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간다.
1990년대 초반 내내 그의 책만으로 매출의 반 이상을 점했으며 현재도 40%를 차지하는 민음사는 그의 소설이라면 무조건 초판을 5만 부 이상 발행할 정도로 시장성은 확실하다.
兪弘濬(유홍준). 1993년 좥국토박물관의 길눈이좦를 자처하며 좥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좦를 펴낸 후 인문서로서는 최초로 밀리언셀러의 저자가 된 그는 이제 그야말로 좥문화권력의 소유자좦다. 全(전) 국민의 여행문화를 바꿔 놓았으며 우리 것에 대한 심미안을 키워놓은 사람.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거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그의 가르침(?)을 聖典(성전)처럼 받들며 그의 책을 들고 답사를 다니는 마니아의 수를 무척 늘려 놓았다. 3권까지 간행된 좥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좦는 1권이 1백만 부를 돌파하고 모두 2백만 부 이상 판매됐다.
통일의 물꼬를 열고자 하는 햇볕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에 그는 좥문화유산 답사좦라는 명목으로 최초로 북한을 누비고 다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좥나의 북한문화유산 답사기좦. 이 책도 벌써 12만 부가 넘어섰다. 금강산 유람을 떠나는 선상에서도 예외없이 그의 슬라이드 강연이 있었다. 좥답사여행의 길잡이」도 모두 3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책이 간행된 초기에 그의 달변이 돋보이는 슬라이드 강연은 평균 이틀에 한 번 꼴로 열렸다. 이 강연장에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1천명 이상이 꽉 찼다. 1회 평균 3백명만 잡아도 1년에 약 5만명이 그의 슬라이드 강연을 들은 셈이다. 어디를 가나 쉽게 청중을 끌어 모으는 그는 이벤트 기획자에게는 최대의 재목이다. 명문장으로도 인정받아 중학교 국어 교과서와 대학교 교재에도 좥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좦의 일부가 게재되기도 했다. 그는 분명 독자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아는 탁월한 기획자다.
月평균 1억원 소득
류시화. 시인이자 기획자. 최근 그의 월평균 소득은 1억원정도로 추산되지만 많을 때는 한 달에만 3억원까지 오른다. 그 자신이 바로 하나의 기업이라 해도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출판산업도 벤처산업이라는 것을 가장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1997년 최대의 베스트셀러였던 좥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좦(전3권, 잭 캔필드 외)와 1998년에 다시 떠오른 같은 저자들의 좥영혼을 위한 닭고기스프좦를 번역했으며, 法頂(법정)의 글들 중에서 자신의 시각으로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글들을 골라 묶고 해설을 붙인 좥산에는 꽃이 피네좦도 기획했다. 이미 30만 부가 판매된 이 책의 판권에는 저자와의 공동인지가 붙어 있는데 저자와 기획자에게 공동으로 저작권이 있음을 외부로 표출한 보기 드문 예다. 그것도 法頂 같은 베스트셀러 저자의 책에. 그는 번역서도 10%의 인세를 받는다.
그가 직접 쓴 시집 좥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가 1백만, 좥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좦이 70만, 좥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좦이 50만, 좥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좦이 30만 등 그의 시집은 간행될 때마다 단숨에 30만 부를 뛰어넘는다. 게다가 그의 시집은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대형서점 詩(시) 베스트 목록에는 항상 그의 시집 몇 권이 올라 있다. 이런 추세라면 그의 시집들은 전부 1백만 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결코 하는 법이 없지만 그는 독자들과의 직접 대화는 기피하지 않는다. 그가 대형서점에서 사인회를 열 때에는 시작되기 전부터 청소년 독자들이 수십 미터의 줄을 선다. 웬만큼의 유명 著者라 할지라도 손님이 없어 계면쩍게 앉아 있는 것에 비하면 이것은 대단한 현상이다.
종로의 한 대형서점 담당자는 최근 자서전 좥HOT Forever좦로 서점가를 강타한 HOT의 책 사인회를 연다면 종로거리가 마비될 것이라며 아예 행사 기획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 스타의 한 마디가 갖는 폭발력은 대단하다. 좥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좦는 HOT가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발언한 이후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좥소설 동의보감좦(전3권, 李恩成), 좥영원한 제국좦(이인화),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전3권, 金辰明) 등이 밀리언셀러가 된 데에는 李文烈의 조선일보 서평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兪弘濬이 스승의 책을 직접 편집하고 제목을 붙인 좥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좦와 좥문화유산을 찾아서좦 등도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 저자들은 분명 독자를 몰고 다닌다. 그들 자신이 이미 좥탤런트적좦이다. 일본의 출판기획자 스바키 요시토는 『탤런트라는 것은 그저 예능인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시대의 첨단에서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간을 말하는데, 그런 사람이 쓴 것, 혹은 그런 사람이 고민하는 문제라는 것은 특히 그 시대의 첨단을 농축한 것이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라고 했다. 세 저자는 참으로 생생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著者들
독자는 전문가 독자, 마니아 독자, 대중독자의 세 층으로 나뉜다. 전문가 독자는 주로 학술서적의 경우에 해당되므로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는 수천 부 이하의 독자만을 기대한다. 대중독자를 노리고 하는 기획은 많은 위험성이 따른다. 더구나 신인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따라서 기획자들은 일정한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안정된 필자를 찾는다. 사전에 의하면 마니아란 「한 가지 일에만 몹시 열중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출판시장에서는 특정 대상의 책이나 특정 작가의 책을 무조건 사서 읽는 사람을 말한다.
최대의 불황국면을 맞고 있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출판사들이 코앞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 좥잘 팔리는좦 책을 간행한 경험이 있는 저자를 잡는 것이다. 영세한 출판사일수록 한 사람의 유망 著者를 잡는 것에 기업의 존망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망 著者를 잡기란 그렇게 손쉬운 것만은 아니다. 유망 著者를 잡기 위해서는 출판사의 이미지, 자본력, 개인적 친소관계 등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시, 소설, 인문, 실용서 등 모든 분야에서 항상 수익성이 있을 만큼 안정되게 판매될 정도의 일정한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저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 오늘날 출판시장에서 마니아 독자들을 몰고 다니는 저자들은 누구인가? 이 글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최소한 세 권 이상의 책을 펴내면서 일정 부수 이상의 안정된 판매를 기록한 著者로 대상을 한정한다. 또 추억 속의 저자가 아니라 현재 독자들에게도 통하는 저자에 한정했다. 1998년 이후에 신간을 펴낸 저자들 중심으로 다루었으며 언급된 저자들의 책이 팔리는 이유를 가장 최근의 저서를 통해 분석했다. 판매부수는 금년 5월 말 현재의 수치다. 독자들은 많이 팔린 책들이 무조건 질적으로 우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읽어 주었으면 한다.
소설에서는 梁貴子(양귀자)가 李文烈 정도의 반열에 오른다. 작년에 펴낸 좥모순좦은 50만 부가 판매됐다. 이미 좥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좦이 1백만 부, 좥천년의 사랑좦(전2권)이 1백만 질이 넘게 판매된 것에 비하면 좥모순좦의 판매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그러나 IMF 상황으로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된 것을 감안하면 이 부수도 대단한 것이다.
한 평론가는 梁貴子를 두고 좥3년마다 분출하는 활화산좦이라 지칭했다. 앞의 세 책은 각기 1992년부터 정확하게 3년 주기로 간행됐기 때문이다. 梁貴子가 이처럼 지칭될 수 있는 것은 당대 독자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들의 정서를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좥누가좦 좥왜좦 책을 읽는지를 제대로 짚어볼 줄 아는 작가다.
1980년대 말의 현실사회주의 몰락 이후 1990년대는 대중들의 관심은 크게 변모한다. 문학에 있어서도 노동자나 분단문학 일변도에서 중산층과 여성문제 및 反核(반핵), 公害(공해)문제 등 개인의 실생활과 관련된 주제들이 큰 비중으로 떠올랐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 이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면서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른바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고서는 얼굴을 내밀기가 어렵다 할 정도였다.
이때 대부분의 페미니즘 소설들은 가부장적 억압구조가 갖는 폭력, 그로 인한 파탄, 위기 등을 다루는, 여성이 일방적인 희생자임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때 작가 梁貴子는 좥나는 소망한다…좦라는 매우 특이한, 다른 작품과는 변별점이 매우 큰 페미니즘 소설을 들고 나왔다. 그 소설의 여주인공 강민주는 「여성에게로 향해지는 일상적인 학대가 자연스럽게 은폐되고 이해되는 남성중심의 이 사회를 공격하는 테러리스트」였다.
정신빈곤시대의 문학
좥나는 소망한다…좦의 3년 뒤에 좥천년의 사랑좦이 출간됐다. 이때는 선진국의 문턱에 접어들었다는 경제적 포만감이 우리를 지배했다. 소비가 곧 미덕이라는 대중소비사회가 도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물질적 풍요에 반하여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빈곤했다. 비자금 사건과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대중들은 상대적 박탈감, 심리적 허무감,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들었다. 불경기로 인한 사회불안, 세기말적 심리, 종말론 등이 등장하면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면 좥모순좦이 등장하던 1998년은 어떠한가? 버블(거품)경제가 사라진 다음의 대중들의 첨예한 관심은 무엇인가? 수많은 실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미 버블시대에 몸에 밴 대중들의 생활습관은 쉽게 버릴 수 없다. 그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고픈 욕망으로 인해 연일 신문 사회면은 우리에게 여대생들이 풍속산업의 역군(?)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시대 여성들은 맞선 보기를 즐긴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 여성들이 선택하는 남성들의 인기순위가 크게 뒤바뀌었다는 가십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헤어지는 부부는 아이의 양육 책임을 서로에게 미룬다.
좥모순좦의 주인공 안진진은 좥항상 열차표처럼 준비된 남자좦 나영규와 좥항상 안개처럼 떠도는 남자좦 김장우 사이에서 고민(이것이 인생탐구다)하다 결국 나영규를 택한다. 인간다운 삶 이전에 가족공동체의 위기, 나아가 생존 그 자체를 위협받는 지경에 처한 대중들에게 좥너는 과연 어느 쪽이냐?좦고 작가는 묻고 있는데, 너무나 단순명료한 이 질문이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梁貴子는 작품집인 좥원미동 사람들좦이 50만 부, 좥희망좦(전2권)이 40만 부가 판매되는 등 그의 소설 대부분은 4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梁貴子가 책을 펴낼 때마다 책을 펴낸 출판사에는 독자들의 편지가 하루에 50통씩 답지할 정도다. 독자의 대부분은 20~30대 여성독자로 보이지만 40~50대 여성, 군인, 30~40대 남성 등도 적지 않다.
女性작가들의 활약
梁貴子 다음으로는 申京淑(신경숙), 孔枝泳(공지영), 殷熙京(은희경) 등 여성작가 트로이카가 마니아를 몰고 다닌다. 최근 이들은 각기 신작을 내놓고 모두 베스트 상위에 진입시킴으로서 그들의 마니아가 건재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들 세 작가는 고정 마니아가 모두 10만명을 넘는다고 할 정도로 문학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申京淑의 최근 장편소설 좥기차는 7시에 떠나네좦도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문체가 여전히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새로움은, 구성면에서는 추리적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 내용면에서는 좥나좦 혹은 좥가족좦 일변도에서 벗어나 좥제3의 타인좦과 1980년대라는 역사로 관심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펴낸 「문학과 지성사」는 2월18일에 초판 3만 부를 발행했다가 곧바로 7만 부를 증쇄해 단숨에 10만 부를 돌파해버렸다. 이미 申京淑은 젊은 작가이면서도 여러 문학상을 휩쓰는 등 문학적 역량을 충분히 공인받으면서 확실하게 시장성 있는 작가로 인정받아 왔다. 좥풍금이 있던 자리좦가 30만 부, 좥깊은 슬픔좦(전2권)이 60만 부, 좥외딴 방좦(전2권)이 30만 부, 좥오래 전 집을 떠날 때좦가 15만 부를 기록했다.
트로이카 중 申京淑의 독자가 가장 나이가 어린 층까지 확장되어 폭넓게 읽히고 있다.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신세대는 출판시장에서도 가장 확실한 독자층이다. 20대 후반만 돼도 결혼, 저축, 주택마련 등 현실적 문제에 눈을 돌리는 반면, 신세대는 여간해선 소비성향이 줄지 않는다. IMF 이후의 출판시장에서도 10대의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돼왔다. 따라서 트로이카 중 申京淑이 가장 확실한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작년 하반기에 간행된 좥봉순이 언니좦가 또 다시 10만 부가 판매된 孔枝泳도 고정 마니아가 10만명은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밀리언셀러 좥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좦를 비롯해 좥고등어좦가 60만 부, 좥착한 여자좦가 60만 부, 좥인간에 대한 예의좦가 13만 부, 산문집 좥상처 없는 영혼좦이 11만 부 등 그의 초기작을 제외하고는 모두 10만 부를 돌파했다.
殷熙京 역시 그의 이름으로 펴낸 책은 모두 10만 부를 넘어섰다. 트로이카 중 가장 늦게 문단에 나왔음에도 단숨에 고정독자를 형성했다. 그의 독자는 30대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20대이다. 좥타인에게 말걸기좦가 12만 부, 좥새의 선물좦이 30만 부, 좥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좦가 18만 부가 판매됐다.
性을 다룬 소설의 강세
이들이 작년 하반기에 연달아 펴낸 좥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좦와 좥봉순이 언니좦는 그 연배인 다른 작가들의 최근 신작들이 대부분 별다른 판매부수를 기록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마니아가 건재함을 보여준 셈이다.
좥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좦가 대형서점 종합베스트 1위에도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최근 性談論(성담론)이 크게 늘어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주부나 여대생들이 풍속산업의 일선으로 속속 편입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그들은 여러 사람과의 섹스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 심정적 위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랑은 반칙이다! 사랑과 결혼의 통념을 뒤집는 은희경의 파격적 상상력!』, 『배신과 반칙이 없는 좥물 같은 사랑좦에 대한 가차없는 풍자와 야유』라는 띠지의 광고문구들은 이들 독자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좥봉순이 언니좦의 짱아는 다섯 살짜리에 불과하지만 매우 영악한 아이다. 그 아이는 혼자서 한글을 깨우쳐서 좥선데이 서울좦과 같은 성인용 주간지에 성관계가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묘사된 이야기도 어렴풋이 이해하며, 담배를 피워도 보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지나치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해설자의 해설처럼 하나의 문학적 장치에 불과하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갈등을 겪으면서 좥고아 의식좦을 갖는 짱아를 통해 어려운 시대에 쉽게 할 수 있는 좥절망좦과 좥얼마간 귀찮음을 감수해야좦 하면서도 좥끔찍한 희망좦을 찾고자 한다.
좥한 번 남자와 도망갈 때좦마다, 좥목숨을 걸고 낙관적좦이어야 했던 봉순이 언니의 이야기는 대중독자들이 1960년대의 삽화와 함께 우리의 어려웠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낼 초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좥아름다운 시절좦과 같은 영화가 나름의 성공을 하는 복고적인 분위기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殷熙京과 孔枝泳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지나칠 정도로 위악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대공황과 같은 IMF 상태로 돌입해 열 명 중에 한 명이 어려워 십시일반 술도 사고 밥도 사는 분위기가 아니라 열 명 중에 단 한 명만이 살아남을 것 같은 분위기로 접어들어, 오로지 나 혼자만이라도 절박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분위기에 젖어 있는 오늘의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朴婉緖, 고정독자 10만명
지난해 12월에 펴낸 창작집 좥너무도 쓸쓸한 당신좦이 14만 부를 돌파한 朴婉緖(박완서). 좥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좦가 50만 부, 좥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좦가 20만 부, 좥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좦가 12만 부 등 그가 최근 펴낸 소설들이 모두 10만 부를 넘긴 것으로 보아 그도 고정 마니아가 10만명은 되는 작가다.
좥너무도 쓸쓸한 당신좦에는 회갑을 앞둔 과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찾는 딸, 죽음을 기다리며 자신의 신산했던 삶을 되돌아보는 노인, 남편이 시골학교 교장인 탓에 떨어져 살다가 아들의 대학 졸업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初老(초로)의 부부 등 우리 시대의 소외된 노인들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젊은이들 보기엔 무슨 맛으로 살까 싶은 늙은이들」이다.
좥너무도 쓸쓸한 당신좦의 권두에 실린 작품 좥마른 꽃좦에는 회갑을 앞둔 과부의 연애 사건이 등장한다. 우연히 만난 老노신사와의 만남에서 짜릿짜릿한 재미를 맛보기도 하지만 『정욕이 눈을 가리지 않으니까 너무도 빠안히 모든 것이 보였다. 아무리 멋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닥칠 늙음의 속성들이 그렇게 투명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 적어도 같이 아이를 만들고, 낳고, 기르는 그 짐승스러운 시간을 같이한 사이가 아니면 안되리라. 겉멋에 비해 정욕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재고할 여지는 조금도 없었다』며 딸의 강권을 뿌리친다.
이러한 소설을 보고 申京淑은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웃었다. 에구, 너무 하셔, 하는 대목들 때문에. 무뎌진 급소를 촌철로 찔린 후의 긍정의 웃음이다. 때로 매몰차고 가차없이 되게 아픈데도 웃음이 끌려나오는 것은 저자의 연륜이 누가 안 봤으면 싶은 우리들의 속내를 간단없이 끌어내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확실히 이 소설은 실버문학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도 내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7.1%로 올라가 高齡化(고령화)사회로 접어든다. 2010년에는 네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의 노인이 된다. 이제 다가오는 高齡化사회에는 의료비·연금·노인간호 등 노인복지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이웃 일본은 죽음을 다룬 책들이 실용서처럼 팔려나간다. 노인문제를 다룬 책이라 해서 노인들만 보는 것은 아니다. 朴婉緖의 작품들 역시 젊은 독자들이 더 열심히 읽는다.
金周榮·이인화 여전히 호조
소설가 중 마니아가 있는 남성작가로는 金周榮(김주영), 이인화가 있다. 1백만 권 이상 판매된 좥객주좦(전9권)의 작가 金周榮은 좥천둥소리좦 좥화척좦 좥야정좦 등의 묵직한 작품을 펴내다가 작년 2월에 펴낸 좥홍어좦가 20만 부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좥홍어좦는 『정통적 소설문법으로 우리 문학이 추구할 수 있는 서사와 서정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좥홍어좦는 본격문학도 베스트 목록의 수위에, 그것도 IMF로 책 판매가 급감하던 시대에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것은 좥문학적 탁월함좦의 승리라는 찬사를 독서계로부터 받았다. 좥홍어좦는 줄거리 중심의 소설이 아니라 「이미지와 상징에 의해 독자들에게 풍부한 상상의 장을 열어주는 소설이다. 이 풍부한 상상의 원천은 언어의 능란한 유영과 그로 인해 독자의 생생한 감정이입이 가능한」 소설이다.
문학평론가 陳正石(진정석)은 『우리는 좥홍어좦를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저마다의 아름답고 소중한 과거를 새삼스럽게 반추한다. 태어나 자란 곳이 농촌이거나 도시이거나, 또는 나이가 20대이거나 50대이거나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이 추억을 불러일으킨 것은 실제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좥상상적좦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환란으로 시작된 이 유례없는 환란의 시대를 맞아 문학에 부여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신적 공황 상태에 처한 대중의 정서를 위무하는 것이라면, 金周榮은 한국인의 심성 속에 내재된 원초적인 그리움의 세계를 낭만적으로 재현해 냄으로써 그 소임을 다했고, 독자들은 유례없는 호응으로 그 노고에 화답했다』고 평했다 (좥창작과비평좦 1998년 여름).
젊은 작가로서는 여성작가들의 틈에서 홀로 고투하고 있는 이인화가 있다. 표류하는 젊은 지식인들의 좌절과 고뇌를 담은 장편 좥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좦가 20만 부, 조선 正祖 때 군신간의 파워게임을 그린 역사 장편소설 좥영원한 제국좦이 1백만 부, 朴正熙 前 대통령의 생애를 소설화한 좥인간의 길좦(전3권)이 12만 부, 최근 펴낸 고구려 멸망 이후 당나라로 흘러든 고구려 유민들의 고구려문명 재건의 꿈을 담은 좥초원의 향기좦(전2권)가 6만 부 판매됐다.
출세작이 현대물인 이인화는 좥영원한 제국좦의 성공 이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을 발표하며 문단 안팎으로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마니아든 아니든 이인화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된다. 그는 3월부터 한 일간지에 『현대물로 다시 작가적 승부를 걸겠다』며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도 오늘날의 대중들이 역사물에 거리를 두는 이유를 파악한 듯하다.
歷史와 英雄소설 유행
1990년대 초반에 밀리언셀러가 된 좥소설 동의보감좦 등 역사 인물소설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때의 대중독자들은 좥정신적 공황상태좦에 돌입해 있었다.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같은 세계의 변화에 지식인들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국내의 현실정치에서도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들이 시정잡배보다 못하게 사분오열했다. 이처럼 현실에서 모범적 삶이 발견되지 않을 때 대중들은 역사에서 그것을 찾으려 든다. 때마침 등장한 좥소설 동의보감좦 속의 허준이라는 좥한 인간의 집념좦에 개인주의로 빠져들던 당시의 대중들은 매료됐다. 현실에서 믿을 것을 찾을 수 없었던 대중들은 천출로 태어나 좥정일품좦에까지 오른 허준의 삶을 전형적인 출세담으로 읽으면서도, 한편으로 그의 폭넓은 인간애에 깊은 만족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 대중들은 좥로마인 이야기좦(시오노 나나미), 좥람세스좦(크리스티앙 자크)와 같은 단순한 교양 수준을 뛰어넘는, 고대의 역사와 문명이, 탁월한 著者의 깊은 사유를 통해 전달되는 좥英雄좦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처세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좥토지좦의 朴景利(박경리), 좥광장좦 좥화두좦의 崔仁勳(최인훈), 좥태백산맥좦 좥아리랑좦의 趙廷來(조정래), 좥관촌수필좦 좥장한몽좦의 李文求(이문구), 좥장길산좦 좥객지좦의 黃晳暎(황석영), 좥당신들의 천국좦 좥축제좦 좥서편제좦의 李淸俊(이청준), 좥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좦의 趙世熙(조세희), 좥유년의 뜰좦의 吳貞姬(오정희) 등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과 한때 상업주의 작가로 불린 적이 있지만 이제는 완숙한 작품을 발표하는 좥길없는 길좦의 崔仁浩(최인호), 좥흰소가 끄는 수레좦의 朴範信(박범신)과 좥꿈꾸는 식물좦 좥들개좦의 李外秀(이외수) 등도 일정한 마니아를 몰고다닌다.
작가가 생존에 급급해 독자에게 억지 미소를 지으며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데 목을 걸고 문학상이나 기웃거리는 현실은 타파되어야 하고, 생존을 위해, 독자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영화 같은 소설을 만들고, 자기와 맞지도 않는 작품을 써내야 하는 것이 더 심각한 현실이다. 지난 2월 하순에 한국의 대표적 專業作家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는 부실한 도서관, 턱없이 낮은 원고료와 원작료, 도서대여점, 해묵은 어려움들을 해결 못하는 문학단체들의 관료화, 정부의 대책 不在(부재) 등이 제기됐다.
文人 평균수입 月 18만5천원
오늘날 문인들은 그야말로 배고픈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가 발행하는 좥월간문학좦이 창간 30주년 기념호(올해 2월호)를 앞두고 문협 회원 5백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문인들이 문학활동으로 얻는 수입은 월 평균 18만5천원이며, 이들 중 66%가 월 10만원 이하의 원고료 수입을 얻고 있다.
문단에서는 오래 전부터 좥문학의 위기좦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좥소설 동의보감좦 등 수백만 권씩 팔리는 역사 인물소설이 등장하면서 출판시장은 본격적으로 대중출판의 시대로 돌입한다. 그 동안은 출판은 영세 산업으로만 여겨졌지만 한 권의 책으로 수십억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일이, 그것도 일년에 수 차례나 주변에서 일어나자 출판업이 본격적으로 産業(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책 광고가 TV로까지 진출하는 등 한 권의 책에 대량 광고를 해대는 출판물들이 등장했다. 1994년을 정점으로 대량 광고공세는 한 풀 꺾이는 듯 했지만 IMF 이후에는 전반적인 광고시장의 침체로 다소 광고비가 싸진 것을 틈타 일부 출판사들의 광고공세는 더욱 강력해진 느낌이다. 최근에는 일간신문에 전면광고가 득세를 부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본격문학 작가들에게는 가치의 혼란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 자신 한국의 대표적 문학출판사 중의 하나인 문학과지성사를 경영해 온 문학평론가 金炳翼(김병익)은 1997년에 펴낸 평론집 좥새로운 글쓰기와 문학의 진정성좦의 서문에서 「1980년대에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진보주의적 이념 체계와 거기서 도출된 문학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혹은 평가할 것인가』로 내내 당혹감을 느꼈다면 1990년대에는 『이른바 소비 지향의 포스트모던한 삶의 조건들과 가치 체계, 컴퓨터에서 비롯된 멀티미디어의 일상, 그리고 영상·산업 문화의 폭주 속에서 문학이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 때문에 내내 당혹감을 느꼈다」고 했다. 1980년대의 당혹감이 『우리의 문학과 인식에 대한 관념의 확산』에 대한 것이었다면 세기말을 맞는 1990년대의 것은 『체계의 전환에 이를 정도로 근본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에 한 텔레비전 프로에 출연해 이것이 좥문학의 위기좦라기 보다는 좥문학관의 변화좦가 아니겠느냐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미 우리의 출판시장도 독서 경향과 대중적 취향을 파악하여, 충분히 팔릴 만한 작품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그에 적절한 작가를 선정한 다음 시장 조사-소비자 기호 확인-제품 기획-제작-광고-대량 판매-소비자 사용-폐기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과정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연스런 구조로 정착되었는데, 우리 문학 시장에서도 하나의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다.
수준작 부족은 小說의 위기
이제 출판시장에서도 책은 오락·교양·정보 등 책으로서의 기능 중 어느 하나라도 철저한 상품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작품성 하나만 확실하면 성공할 수 있다. 작년부터 좥홍어좦(金周榮) 좥너무도 쓸쓸한 당신좦(朴婉緖) 좥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좦(黃芝雨) 등 작품성 있는 문학작품들이 상업적으로도 확실하게 성취하는 것을 우리는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학성과 상업성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예가 많지 않다. 작가들은 그런 작품들이 생산될 문화인프라가 조성돼 있지 않았다는 주장이고, 출판좥업자좦의 입장에서는 좥돈이 될 만한좦 쓸 만한 작가가 없는 것이다. 작가적 역량의 부족이든, 좥교활한 문화상업주의좦로 무장한 출판좥업자좦가 역량 있는 작가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이든, 결과적으로 수준 있는 작품의 태부족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현재 소설 시장은 위기다.
이렇게 본격문학이 상업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일부 출판사들은 본격적으로 대중작가를 찾는다. 그런 면에서 상업적 소설이 시장성을 갖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업적 작가 중에서 가장 시장성이 큰 작가는 金辰明(김진명)이다.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전3권)가 4백50만 부, 좥가즈오의 나라좦가 48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작년 초에 간행된 좥하늘이여 땅이여좦(전2권)는 IMF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90만 부나 판매됐으며, 금년 4월에 출간된 좥한반도좦(전2권)도 이미 30만 부를 넘어섰다.
이런 상업적 소설들은 소설 구조가 그동안 국내 독자들의 기호를 확 바꿔놓은 외국의 스릴러 소설과 구성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 단적으로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와 좥펠리칸 브리프좦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좥펠리칸 브리프좦의 국내 출간은 1992년이었고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의 국내 출간은 1993년 8월이었다. 작가 이인화(이인화·張正一 대담, UR시대의 문화 논리, 좥상상좦, 1994년 봄)는 『진정한 소설은 동시대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독자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좭을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5백85만 부가 팔린 좥펠리칸 브리프좦(존 그리샴)를 읽고서는 『이토록 강렬한 이념성을 드러내면서 이만큼 훌륭한 대중적 반응을 얻은 책을 달리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는 무명작가였던 작가를 일약 인기작가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좥소설 동의보감좦 등 역사 인물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대형 상업소설의 등장
두 사람의 죽음이 등장하고 그 죽음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는 추리적 기법의 도입, 대통령이나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가치판단 없이)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는 인물로 비춰진다는 점, 주인공인 기자가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점, 미모의 여성이 등장하는 점, 핵사찰이나 환경문제라는 첨예한 사회적 문제가 이슈로 등장한다는 점 등이 두 소설이 닮은 점이다.
좥하늘이여 땅이여좦도 위기에 처한 한국의 금융시장, 교활하고 악랄한 수단으로 뛰어든 미국 투기자본의 음모,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최고의 컴퓨터 천재들이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 한반도의 21세기 국운, 교황에게만 공개된 파티마 제3예언의 실체, 중앙청 철거로 드러난 지하의 石柱(석주), 그로부터 드러나기 시작하는 일본의 간교한 음모라는 설정을 보면 이 또한 좥무궁화…좦의 변형된 이야기다. 우리 독자들은 이미 이와 같은 철저한 오락 상품에 입맛을 키워 놓았다.
대중적 상업소설은 섹스와 폭력을 매개로 하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는 소설, 감동 실화소설, 로맨스, 가상 시뮬레이션, 스릴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점차 그 勢(세)를 확대하고 있다.
李元浩(이원호)는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 모두 1천만 권이 판매된 좥在野의 李文烈좦로 통한다. 국내 밤세계와 동남아의 거대한 폭력조직에 연계된 사나이들의 목숨건 혈투(밤의 대통령), 국제 마약조직에 연루된 한 해외지사원의 박진감 넘치는 모험과 복수를 긴박감 있게 그린 국제소설(야망의 제국), 경쟁사회에서 승부를 위해 끊임없이 펼쳐지는 야망과 갈등, 배신을 그린 장편 기업소설(황제의 꿈), 국가간의 거대한 음모, 폭탄테러, 아랍 극우파와 이라크,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 속에 싹트는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암살자) 등 李元浩는 권수로는 1백 권에 가까운 책을 쏟아냈다.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한 그도 이제는 시장성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작품성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이같은 유형의 저자들은 결과적으로 출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쏟아내는 물량이 너무 많아 한 두 출판사가 그 양을 수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책들은 광고 이외의 홍보수단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광고가 무조건 수반되어야 판매가 보장되는데 新作(신작) 광고를 하면 앞의 책은 반품에 휩싸이게 된다.
李鎭秀(이진수)는 섹스와 폭력 세계를 주로 다룬다. 교도관 출신인 저자는 범죄세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엽기적 행각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지존파들이 읽고 살인수법을 모방했다 해서 지존파소설로 명명되기도 했던 좥뺑끼통좦(1, 2부 각5권)은 2백10만 부가 팔려나갔다. 21세의 여대생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찾아간 회사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점차 파멸의 길로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좥아르바이트좦(전5권)와 좥미시좦는 지나친 성묘사로 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불륜·폭력소설
최근 그가 펴낸, 중년 샐러리맨과 IMF 한파로 부도난 한 중소기업 시장의 딸인 술집 웨이트리스와의 불같은 사랑을 그린 좥길 밖에서의 사랑좦(전2권)과 단란한 가정의 30대 주부가 젊은 수영코치의 유혹에 휘말려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좥내 안의 사랑좦(전2권) 등 두 편의 불륜 소설이 단기간에 초판 2만 질이 팔려 나갔다. 한때 고정마니아가 5만 정도로 평가돼 先인세가 1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洪在圭(홍재규)의 좥야인좦은 1부가 1백35만 부, 2부가 40만 부, 최근 간행된 좥야인좦의 3부격인 좥초인좦이 이미 10만 부가 판매됐다. 洪在圭는 속도감 있는 문체와 예측을 불허하는 反轉(반전)의 묘미가 그의 장점. 특히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폭력세계와 그 속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의 사실적 묘사가 뛰어나다. 좥야인좦은 1970~80년대의 밤의 세계를 다루었지만, 좥초인좦은 1990년대로 무대를 옮겨 바로 오늘날의 밑바닥 인생을 그린다.
신데렐라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로맨스 소설. 남자의 세계에선 무협지가 통하지만, 여자의 세계에선 로맨스 소설이 통한다. 현실 밖의 세계를 그리는 것은 무협지나 로맨스가 비슷하다. 무협지는 항상 정의가 승리하고 로맨스는 해피엔딩이다.
이 단순한 구도의 로맨스가 여고생을 비롯한 여성독자들에게 일종의 마약처럼 다가간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삼중당의 하이틴 로맨스와 신영미디어의 할리퀸 문고가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지금은 할리퀸 문고가 시장을 완전히 석권했다. 할리퀸 문고는 1987년 12월에 첫 책을 낸 이래 매달 10종 이상 발간하며 지금까지 1천2백여 종이나 간행했는데 시리즈 전체의 판매부수는 월 20만 부나 된다.
국내 로맨스 시장은 아직도 주드 데브루, 조안나 린지, 주디스 맥로트, 산드라 브라운, 아만다 퀵 등 외국의 유명 로맨스 작가의 작품들이 시장을 주도한다. 이들 작가들은 작가의 유명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천에서 1만명의 고정 마니아를 몰고다닌다.
국내의 로맨스 소설 작가로는 河炳武(하병무)의 좥남자의 향기좦가 2백만 부를 돌파하고 좥들국화좦가 30만 권, 金尙玉(김상옥)의 좥하얀 기억 속의 너좦가 60만 부, 좥하얀 사랑좦이 8만 부가 기록되는 등 외국 로맨스에 길들여진 독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 이들은 앞으로 연속적으로 신간을 펴낼 것으로 보인다.
팬터지 소설 등장
팬터지 소설 분야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마니아를 형성한 著者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단지 사이버 문학의 새 지평을 연 李愚赫(이우혁)은 젊은 독자들에게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팬터지 문학의 원조격인 좥퇴마록좦(전13권)이 3백만 부, 작년에 완간된 좥왜란종결자좦(전6권)가 75만 부가 판매되는 등 李愚赫의 문학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李愚赫은 최근 테크노 스릴러의 영역에까지 진출했다. 기계공학도 출신인 그가 자신의 전공지식과 상상력을 결합해 소설화한 좥파니아 마니악좦(전4권)이 바로 그것인데, 아직 만족하지 못할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중소설 시장에서는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그는 좥퇴마록좦 말세편 세 권과 좥퇴마외전좦도 다시 준비 중이다.
팬터지 소설 좥드래곤 라자좦의 李榮道(이영도), 가상시뮬레이션 소설 좥데프콘좦과 좥동해좦의 金炅珍(김경진)·陳秉寬(진병관)은 서서히 자기 마니아를 구축해가고 있다.
흔히 독서시장은 고급시장과 대중시장으로 나눠진다. 대중문학 작품은 당대의 평자들의 관심에 항상 비켜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당대 독자들은 보통 대중시장을 노리고 쓴 이들 대중문학 작품들을 더욱 즐긴다. 이 시장은 본격문학 시장보다 훨씬 크다. 본격문학 작품은 초판을 5천 부 발행하는 것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중문학 작품은 초판이 1만 부를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며 수십만 부 이상 팔린 경우도 수두룩하다. 쉽게 읽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즐겨 읽는다. 따라서 대중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黃東奎(황동규) 시인의 좥즐거운 편지좦의 일부다. 눈물 쏟는 영화 좥편지좦의 여주인공 최진실이 이 詩를 영화 속에서 인용하자 黃東奎의 좥삼남에 내리는 눈좦은 졸지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10만 부가 팔려나간다.
라디오방송국에는 한 프로에서 낭송된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지난 몇 개월은/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답답했습니다」로 시작되는 金龍澤(김용택)의 詩 좥사랑좦의 앙코르를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친다.
독자들은 단지 이같은 시 한 편을 보기 위해 시집을 열광적으로 구매한다. 위의 사례는 감상적 연애시집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정통시인들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대중정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판매부수는 크게 상승한다. 한 번 이렇게 떠오른 시인들의 시집은 안정되게 판매부수를 유지한다.
연애詩와 명상詩 인기
서점의 詩 서가는 감상적 연애시집과 신비주의적 명상시집이 베스트셀러 코너를 점령해 버렸다. 청소년 자신들이 쓴 감성시집들 중에서는 수십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시집들이 수두룩하다.
감성시집과 맥을 같이 하면서 일정한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는 시인으로는 류시화 외에도 李海仁(이해인), 용혜원, 이정하 등이 있다.
수녀시인 李海仁의 시들은 종교의 묵상을 바탕으로 한 순수한 사랑 노래다.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순수한 정신의 세계를 보여준다. 『주 독자층인 청소년들의 깨끗하고 순수한 정신과 맞아떨어져 언제 어디서나 읽어도 좋은 편안하고 쉬우면서도 고양된 경지를 만들어주었다. 실제로 李씨의 詩는 청소년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李씨의 詩는 詩란 것이 이론이나 새로운 실험만이 아니라 진정성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詩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되었다』(배문성, 좥한국의 스테디셀러좦)
좥민들레의 영토좦가 40만 부, 좥내 혼에 불을 놓아좦가 40만 부, 좥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좦가 50만 부, 산문집 좥두레박좦이 45만 부, 최근 간행된 좥꽃삽좦(샘터)이 19만 부, 좥사랑할 땐 별이 되고좦가 22만 부가 판매되었다. 그의 詩는 수십만 부의 판매가 보장된다. 목사 시인 용혜원의 詩들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신앙적인 믿음을 노래한다. 그의 시집은 약 60여 권이 나왔는데 대형서점의 詩 베스트에는 그의 시집이 포함되지 않을 때가 없을 정도다. 좥오늘 그대에게 하고픈 말좦과 좥사랑이 눈을 뜰 때면좦은 각기 20만 부가 팔려나갔다. 이 시집들에 실린 詩 중에서 사랑과 이별, 그리움, 삶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진솔하게 그린 詩들을 골라내 영화 좥접속좦으로 스타가 된 전도연이 촉촉한 목소리로 취입한 시낭송 음반은 발매와 동시에 12만 장의 주문을 받기도 했다. 작년 4월과 10월에 나란히 간행된 그의 최근 시집 좥이 세상에 그대 만큼 사랑하고픈 사람이 있을까좦와 좥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좦은 여전히 현재 詩 베스트에 올라 있다.
이정하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노래한다. 「내 모든 것을 주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것이었지만 사실은 하나도 주지 못한 것 같아 그게 더 안타까웠네」라는 본문 중의 내용이 그가 노래하는 것의 요점이다. 시집 좥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좦가 50만 부, 좥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좦가 10만 부, 산문집 좥우리 사는 동안에좦가 50만 부, 좥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좦이 15만 부, 최근 간행된 산문집 좥아직도 기다림이 남아있는 사람은 행복하다좦도 한 달만에 3만 부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시집들은 기본부수는 3만 부, 기존에 간행된 그의 다른 저서들과의 차별화만 제대로 이뤄지면 10만 부는 가볍게 뛰어넘는다.
10만 독자 거느린 전업 詩人들
본격시인들 중에는 鄭浩承(정호승), 安度日玄(안도현)과 같은 專業 詩人들이 확실한 마니아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시뿐만 아니라 동화, 산문, 우화 등으로 그 폭을 넓혀간다.
鄭浩承은 최근에야 대중의 바다로 나섰다. 1979년에 간행된 그의 첫 시집 좥슬픔이 기쁨에게좦는 모두 20만 권이 판매됐지만 그 기간이 20년이나 된다. 좥서울의 예수좦 좥새벽 편지좦 좥별들은 따뜻하다좦 까지가 그가 시단에 등단한 지 25년 동안에 펴낸 시집의 전부이다. 1997년과 1998년에 연달아 나온 좥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좦와 좥외로우니까 사람이다좦는 몇 개월 만에 각기 8만 부의 판매를 기록했다. 우화집 좥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좦와 좥연인좦도 각기 5만 부와 2만5천 부가 판매됐다. 그는 최근 그의 마니아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좥그대에게 가고 싶다좦가 10만 부, 좥외롭고 높고 쓸쓸한좦이 7만 부, 최근 간행된 좥바닷가 우체국좦이 출간 1개월 만에 1만3천 권이 팔린 安度日玄은 좥연어좦가 30만 부, 좥관계좦가 15만 부를 기록하는 등 어른을 위한 동화에서 대중성을 더욱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다.
외로움과 사랑, 그리움 등의 삶의 일면을 노래한 좥홀로서기좦의 시인 徐正潤(서정윤)과 사별한 아내와의 사랑을 처절하게 노래한 좥접시꽃 당신좦의 시인 都鍾煥(도종환)은 밀리언셀러 시집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1990년대 최대 화제의 시집 좥서른, 잔치는 끝났다좦의 崔泳美(최영미)와 함께 5~6만명의 마니아는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都鍾煥과 崔泳美의 최근 시집 좥사람의 마을에 눈이 내린다좦와 좥꿈의 페달을 밟고좦는 각기 7만 부와 6만 부가 판매됐다.
黃芝雨(황지우). 좥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좦 좥겨울-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좦 좥나는 너다좦 좥게 눈 속의 눈꽃좦 등을 통해 「거침없는 시어와 새롭고 낯선 형식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와 불평등, 지식인과 소시민의 허위의식」과 맞서 싸워온 그가 8년 만에 펴낸 시집 좥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좦는 단숨에 6만 부가 판매됐다.
이 시집의 독자들은 대부분 30~40대의 독자층이다. 1980년대를 온 몸으로 맞서며 당시에 시를 즐겼던 세대들이 아직도 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재삼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처럼 1980년대 감성의 소유자로 아직까지 일정한 마니아를 끌고 다니는 시인에는 좥무림일기좦 좥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좦 좥세운 상가 키드의 사랑좦의 유하, 좥노동의 새벽좦 좥참된 시작좦 좥사람만이 희망이다좦의 박노해, 좥만국의 노동자여좦 좥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좦 좥인간의 시간좦 좥길은 광야의 것이다좦 의 백무산이 있다.
작년에 7년 만에 출감한 박노해는 두 평 남짓의 차가운 독방에서 삶과 혁명에 관해 진지하게 사색하고 깨달은 생각들을 피력한 산문집 좥사람만이 희망이다좦가 10만 부를 넘겨 여전히 상당한 마니아를 소유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좥출판저널좦(1998.3.5)이 최근 평론가 30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하와 백무산이 199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혔다.
또 교과서에 절창의 詩가 게재되고 시대를 넘어 지속적인 감동을 주는 徐廷柱(서정주), 金春洙(김춘수), 高銀(고은), 申庚林(신경림) 등의 시인들과 金南祚(김남조), 金芝河(김지하), 金慧順(김혜순), 李晟馥(이성복), 崔勝子(최승자), 鄭喜成(정희성), 金龍澤(김용택)도 여전히 확실한 자기 마니아를 소유하고 있다.
非小說분야는 法頂이 으뜸
출판기획자인 푸른숲의 金學元(김학원) 주간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비소설 시장을 주도하는 유형에는 ①대중적 권위와 인지도가 있거나 잠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필자가 사회, 문화, 정치적인 경향과 흐름에 걸맞은 메시지를 부각한 에세이류 ②사회적으로 성공한 또는 독특한 분야에서 성공한 30~40대 중년(특히 여성)의 일과 사랑, 그 이웃과 주변 이야기 ③특정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집단이나 분야)에 대한 흥미 있는 이야기 ④자신과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고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줄 수 있는 명상, 고전 등의 새로운 기획 도서 등 네 유형이 있다. 책에 따라서는 유형들이 조합 혹은 변형되기도 하지만 비소설 시장에서 쉽게 마니아가 형성될 수 있는 영역은 ① ② 유형이다.
이 시장의 주류 독자는 20~30대 미혼의 직장여성이다. 이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중간계층에 속하며 자신의 능력과 가치실현을 중시하며 신분 상승의 욕구가 강하지만 주변의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남과 주변의 이야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며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에 관심이 크다. 이들을 대상으로 ① ②유형의 책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했다고 자부하거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펴낸 책들이 일단 성공했다 하더라도 다음에는 자가 발전하여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재탕, 삼탕의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단명해 반짝 스타로 그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이런 유형의 책은 책을 펴낸 저자 자신의 욕구보다는 기획자의 요구에 의해 억지로 집필하거나 대필이라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들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리는 만무며 마니아가 축적되지 않는다. 비소설에서는 전문적인 영역에서 일하면서 대중들에게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저자들만이 마니아 독자를 형성한다.
비소설에서는 法頂이 단연 돋보인다. 2천원짜리 문고판으로 나온 좥무소유좦가 2백만 부를 넘긴 法頂은 가장 확실한 마니아를 몰고다닌다. 좥서 있는 사람들좦이 25만 부, 좥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좦가 20만 부, 좥산에는 꽃이 피네좦가 30만 부가 판매됐다.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하는 그의 글에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들은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마음껏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를 깨닫는 데 있다는 무소유의 철학에 공감하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
丁埰琫(정채봉)은 좥멀리가는 향기좦가 18만 부, 좥내 가슴 속 램프좦가 12만 부, 좥향기 자욱좦이 8만 부, 좥오세암좦이 5만 부 등 최소한 5만 부 이상의 마니아 소유자로 보인다. 詩語(시어)에 가까운 정제된 언어와 명징한 비유에 강한 그는 짧은 문장에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담는다. 독자들은 아름답고 흐뭇한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아련한 슬픔과 애수를 느낀다.
좥감옥으로부터의 사색좦과 좥엽서좦의 저자 申永復(신영복)은 좥나무야 나무야좦가 20만 부, 좥더불어 숲좦의 1권이 10만 부, 2권이 6만5천 부 판매되는 등 확실한 고정 마니아를 소유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의 책도 꾸준히 인기
申永復(신영복)의 독자는 남성독자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30대 초중반의 이른바 386세대라는 모래시계 세대가 주류를 이룬다.
일빛출판사는 겨울산에 도전하는 두 여자의 사랑과 도전을 그린 좥자일 파티좦를 1993년에 『좥감옥으로부터의 사색좦의 저자 申永復 선생이 권하는 여성 휴먼드라마!』라는 문구가 들어간 띠지를 씌워서 펴냈으나 초판 3천 질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申永復이 확실하게 마니아층을 형성한 다음인 금년 초에 좥아름다운 동행좦으로 제목을 바꾸고 「신영복 교수가 추천한 바로 그 소설!」이란 띠지를 붙이고 한 일간신문에 돌출광고를 했는데 2개월만에 5천 질이 팔리는 효과를 보았다.
李時炯(이시형)은 좥배짱으로 삽시다좦가 1백30만 부, 좥자신 있게 사는 여성좦이 20만 부, 좥여자는 모른다좦가 6만 부가 판매됐다. 정신과 전문의인 그는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로 1980년대를 풍미했다. 이번 책 좥여자는 모른다좦에서는 20대 미혼 여성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 있게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좥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좦가 35만 부, 좥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좦가 35만 부, 좥아하, 프로이트좦가 10만 부, 좥성격대로 살아라좦가 2만5천부 판매된 金貞壹(김정일)과, 좥여자의 허물벗기좦가 10만 부, 좥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좦가 20만 부가 판매되고 최근 좥사랑의 독은 왜 달콤할까좦를 펴낸 이나미는 정신과 의사로서 20대 직장여성뿐만 아니라 지식층까지 두리뭉실하게 포괄한 독자들에게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자세를 일깨워서 일정한 마니아를 형성했다.
만화로 문화, 경제를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설명하는 李元馥(이원복)도 확실한 마니아를 소유하고 있는 저자다. 1987년에 간행된 좥먼 나라 이웃나라좦(전6권)는 모두 3백50만 부가 판매됐다. 좥만화로 보는 자본주의 공산주의 이야기좦가 45만 부, 좥국제화시대의 세계경제좦가 11만 부, 좥한국 한국인 한국경제좦가 10만 부, 작년에 간행된 좥이원복의 진짜 유럽기행좦이 10만 부 등 대체로 10만명의 독자가 확보된다.
좥먼 나라 이웃나라좦는 출판사를 옮겨 지난해 8월에 좥새 먼나라 이웃나라좦로 다시 펴냈는데 이 책도 15만 부가 판매됐다. 이 책을 통해 성장한 독자들이 이미 성인이 되어 주변의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등 그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소설 이외의 분야에서 일정한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는 저자들은 金容沃(김용옥), 姜萬吉(강만길), 李泳禧(이영희), 李離和(이이화), 康俊晩(강준만) 등의 학자들과 李圭泰(이규태), 金重培(김중배), 洪思重(홍사중) 등의 저널리스트들이다. 「일본을 읽으면 돈이 보인다」의 영화감독 李奎炯(이규형),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의 철학교수 李柱香(이주향), 「표현하는 여자가 아름답다」의 정신과의사 楊昌順(양창순),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의 닥종이 인형 공예가 金永喜(김영희), 「두 번만 읽으면 되는 영문법」의 배진용, 「영어의 바다에 헤엄쳐라」의 하광호 등 실용서를 펴낸 저자들이 어느 정도의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다.
李文烈, 兪弘濬, 류시화나 본격소설 쪽의 작가들과 학자, 저널리스트들은 그 자신들의 오랜 노력에 의해 전문가 집단이나 마니아 집단을 형성해 대중시장까지 파고 들었기 때문에 그들이 어느 출판사에서 책을 펴내든 책의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이들도 대중시장의 정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책의 제목만 보더라도 1980년대에는 좥태백산맥좦 좥변경좦 등의 몇 글자의 명사가 주종을 이뤘으나 최근에는 좥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좦 좥기차는 7시에 떠나네좦 좥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좦와 같이 회화적이며 가치제안적이다.
소재와 연출력의 싸움
그러나 대중소설과 비소설 쪽의 저자들의 책은 아이템과 연출력의 싸움이다. 그들의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와 책을 펴낸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과 같은 종합적인 연출력에 의해 판매부수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이미 대중들이 스타군단으로부터 졸업하려는 조짐도 심상치 않다. 바로 이들은 책을 펴내자마자 출판사의 연출력에 의해 즉각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바로 시장에서 참패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비소설 시장에서 마니아 독자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는 金智龍(김지룡)에서 볼 수 있다. 좥비상구 없는 일본의 에로스좦에서 3만의 독자를 확보했던 그는 좥나는 일본 문화가 재미있다좦로 대학생을 중심으로 30대까지를 포함한,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신세대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주어 8만명까지 마니아의 수를 확대했다. 그 여세를 몰아 간행된 좥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좦는 이미 5만 부가 판매됐는데 이 책으로 좥나는 일본 문화가 재미있다좦가 포괄하지 못한 직장여성까지 마니아층을 넓혔다.
金智龍은 이전까지 문학평론가, 영화평론가, 만화평론가 등으로 각 장르를 고집하는 평론들이 더 이상 새로운 시각을 내보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점을 비판하면서 좥엔터테인먼트 평론좦을 주창하는 전방위 문화평론가다. 그는 철저하게 수용자 중심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한 현상을 한 가지 틀만으로 설명해왔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해내면서 다양하고 총체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독자들은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이런 삶의 방식도 가능하구나」하는 새로운 인생 모델을 제시받는다.
金智龍의 매력 포인트는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 아웃사이더의 생산적인 문제의식과 문체, 새로운 저자 캐리어라 볼 수 있다. 그의 글은 부분에서 전체를 읽어내는 재미를 맛보게 하는 힘이 있다. 선동열을 통해 일본 사회의 정체성과 구조를 관통해서 읽어내는 시각에서 독자들은 재미와 쾌감을 느낄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삶을 서슴없이 발가벗기는 자기 고백적인 글쓰기를 하면서 기존의 인생 공식이나 상식들을 직접 깨보이는 실천력이 독자들을 흡입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베스트셀러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책을 펴내는 것이 전문지식인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오늘날은 누구나가 저자가 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을 찾은 기획자(출판사 경영자일 수도 있다)가 정확하게 시대의 흐름을 제시하는 기획자라면 당신은 성공할 확률이 많다. 그가 당신이 펴낼 책이 오늘날에 왜 유효한지, 즉 독자들이 당신의 책을 찾게 될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기획자라면 절대로 그를 놓쳐서는 안된다.
앞으로의 출판시장은 상업적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문화적 인프라가 확실하게 구축되지 않는 한 출판사 경영자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팔리는 著者만을 찾게 될 것이다. 아직도 출판의 문화성과 사업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출판인과 작가들에게는 암울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늘날의 출판시장에서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은 극과 극을 달린다. 몇 종의 대형 베스트셀러는 기형적이라 할 정도로 판매부수가 치솟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한 책은 재빨리 서점의 서가에서 사라진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출판시장의 차별점은 바로 이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대형 밀리언셀러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시장(즉 독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출판인은 아무도 없다. 著者(저자)마저도 책으로부터 도망가려는 독자들을 잡아놓으려고 팔릴 만한 소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은 물론, 제목이나 표지에도 세심한 신경을 쓴다.
50만, 1백만의 독자를 몰고 다니는 대형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책은 바로 이것이다 하는 좥핵심좦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독자들 마음속 깊은 곳의 빼도박도 못하는 어느 한 부분을 자극해 좥치유불능의 소외좦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50만, 1백만의 독자들이, 그것도 단기간에 열광적으로 좥소비하는좦 것이다.
문화가 완전히 시장의 원리에만 맡겨진다면 완벽한 타락에 이를 수밖에 없다. 모든 출판관계자들이 오로지 팔리는 책만을 만들려는 것은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대중들이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책들을 분석해봄으로써 우리는 우리 시대의 대중 정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며, 文化생산자들은 21세기의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家族史가 문학적 資産
李文烈(이문열). 좥삼국지좦(전10권)가 1천만 권을 돌파하고 그의 이름으로 간행된 책으로는 모두 1천8백만 부나 판매된 우리 시대 최대의 저자다. 그에겐 좥우리 시대의 대표작가좦란 수식어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다. IMF로 인해 독자층이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그의 좥삼국지좦는 90만 부가 판매됐다. 정가 7천원인 이 책의 인세(정가의 10%)만도 6억3천만원이다. 1997년 이전에는 매년 1백만~1백60만 부가 판매되었다. 일년에 70만 부 가량 팔리던 이 책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1993년도 서울대 수석합격자 최지환씨가 논술시험을 대비해 좥삼국지좦를 15번이나 읽었는데 그로 인해 큰 효과를 보았다고 발언하고 이를 민음사가 광고에 활용하면서부터다.
1979년에 간행된 좥사람의 아들좦 이후 1980~90년대 내내 베스트셀러를 양산한 그는 1997년의 좥선택좦도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40만 부가 판매됐다. 작년 말에 완간된 좥변경좦(전12권)도 초기에는 고전했으나 이미 30만 부나 판매되었다. 이 정도의 판매는 李文烈의 이름에 값하는 성적표가 못되지만 기왕에 간행되었던 7권까지를 이미 많은 독자가 읽었고 그의 소설들이 대부분 스테디셀러인 점을 고려한다면 적지 않은 부수가 판매된 셈이다. 이 책을 펴낸 「문학과 지성사」는 금년 말까지는 50만 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소설들은 역사소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장소설의 형태를 띤다. 이 소설들은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하여 교양욕구가 강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다. 금년 초에 그의 부친이 북한에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시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그의 家族史(가족사)야말로 그의 문학적 資産(자산)이다. 이 문학적 자산은 그와 동시대를 살아온 많은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간다.
1990년대 초반 내내 그의 책만으로 매출의 반 이상을 점했으며 현재도 40%를 차지하는 민음사는 그의 소설이라면 무조건 초판을 5만 부 이상 발행할 정도로 시장성은 확실하다.
兪弘濬(유홍준). 1993년 좥국토박물관의 길눈이좦를 자처하며 좥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좦를 펴낸 후 인문서로서는 최초로 밀리언셀러의 저자가 된 그는 이제 그야말로 좥문화권력의 소유자좦다. 全(전) 국민의 여행문화를 바꿔 놓았으며 우리 것에 대한 심미안을 키워놓은 사람.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거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그의 가르침(?)을 聖典(성전)처럼 받들며 그의 책을 들고 답사를 다니는 마니아의 수를 무척 늘려 놓았다. 3권까지 간행된 좥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좦는 1권이 1백만 부를 돌파하고 모두 2백만 부 이상 판매됐다.
통일의 물꼬를 열고자 하는 햇볕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에 그는 좥문화유산 답사좦라는 명목으로 최초로 북한을 누비고 다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좥나의 북한문화유산 답사기좦. 이 책도 벌써 12만 부가 넘어섰다. 금강산 유람을 떠나는 선상에서도 예외없이 그의 슬라이드 강연이 있었다. 좥답사여행의 길잡이」도 모두 3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책이 간행된 초기에 그의 달변이 돋보이는 슬라이드 강연은 평균 이틀에 한 번 꼴로 열렸다. 이 강연장에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1천명 이상이 꽉 찼다. 1회 평균 3백명만 잡아도 1년에 약 5만명이 그의 슬라이드 강연을 들은 셈이다. 어디를 가나 쉽게 청중을 끌어 모으는 그는 이벤트 기획자에게는 최대의 재목이다. 명문장으로도 인정받아 중학교 국어 교과서와 대학교 교재에도 좥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좦의 일부가 게재되기도 했다. 그는 분명 독자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아는 탁월한 기획자다.
月평균 1억원 소득
류시화. 시인이자 기획자. 최근 그의 월평균 소득은 1억원정도로 추산되지만 많을 때는 한 달에만 3억원까지 오른다. 그 자신이 바로 하나의 기업이라 해도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출판산업도 벤처산업이라는 것을 가장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1997년 최대의 베스트셀러였던 좥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좦(전3권, 잭 캔필드 외)와 1998년에 다시 떠오른 같은 저자들의 좥영혼을 위한 닭고기스프좦를 번역했으며, 法頂(법정)의 글들 중에서 자신의 시각으로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글들을 골라 묶고 해설을 붙인 좥산에는 꽃이 피네좦도 기획했다. 이미 30만 부가 판매된 이 책의 판권에는 저자와의 공동인지가 붙어 있는데 저자와 기획자에게 공동으로 저작권이 있음을 외부로 표출한 보기 드문 예다. 그것도 法頂 같은 베스트셀러 저자의 책에. 그는 번역서도 10%의 인세를 받는다.
그가 직접 쓴 시집 좥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가 1백만, 좥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좦이 70만, 좥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좦이 50만, 좥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좦이 30만 등 그의 시집은 간행될 때마다 단숨에 30만 부를 뛰어넘는다. 게다가 그의 시집은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대형서점 詩(시) 베스트 목록에는 항상 그의 시집 몇 권이 올라 있다. 이런 추세라면 그의 시집들은 전부 1백만 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결코 하는 법이 없지만 그는 독자들과의 직접 대화는 기피하지 않는다. 그가 대형서점에서 사인회를 열 때에는 시작되기 전부터 청소년 독자들이 수십 미터의 줄을 선다. 웬만큼의 유명 著者라 할지라도 손님이 없어 계면쩍게 앉아 있는 것에 비하면 이것은 대단한 현상이다.
종로의 한 대형서점 담당자는 최근 자서전 좥HOT Forever좦로 서점가를 강타한 HOT의 책 사인회를 연다면 종로거리가 마비될 것이라며 아예 행사 기획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 스타의 한 마디가 갖는 폭발력은 대단하다. 좥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좦는 HOT가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발언한 이후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좥소설 동의보감좦(전3권, 李恩成), 좥영원한 제국좦(이인화),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전3권, 金辰明) 등이 밀리언셀러가 된 데에는 李文烈의 조선일보 서평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兪弘濬이 스승의 책을 직접 편집하고 제목을 붙인 좥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좦와 좥문화유산을 찾아서좦 등도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 저자들은 분명 독자를 몰고 다닌다. 그들 자신이 이미 좥탤런트적좦이다. 일본의 출판기획자 스바키 요시토는 『탤런트라는 것은 그저 예능인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시대의 첨단에서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간을 말하는데, 그런 사람이 쓴 것, 혹은 그런 사람이 고민하는 문제라는 것은 특히 그 시대의 첨단을 농축한 것이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라고 했다. 세 저자는 참으로 생생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著者들
독자는 전문가 독자, 마니아 독자, 대중독자의 세 층으로 나뉜다. 전문가 독자는 주로 학술서적의 경우에 해당되므로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는 수천 부 이하의 독자만을 기대한다. 대중독자를 노리고 하는 기획은 많은 위험성이 따른다. 더구나 신인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따라서 기획자들은 일정한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안정된 필자를 찾는다. 사전에 의하면 마니아란 「한 가지 일에만 몹시 열중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출판시장에서는 특정 대상의 책이나 특정 작가의 책을 무조건 사서 읽는 사람을 말한다.
최대의 불황국면을 맞고 있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출판사들이 코앞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 좥잘 팔리는좦 책을 간행한 경험이 있는 저자를 잡는 것이다. 영세한 출판사일수록 한 사람의 유망 著者를 잡는 것에 기업의 존망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망 著者를 잡기란 그렇게 손쉬운 것만은 아니다. 유망 著者를 잡기 위해서는 출판사의 이미지, 자본력, 개인적 친소관계 등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시, 소설, 인문, 실용서 등 모든 분야에서 항상 수익성이 있을 만큼 안정되게 판매될 정도의 일정한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저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 오늘날 출판시장에서 마니아 독자들을 몰고 다니는 저자들은 누구인가? 이 글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최소한 세 권 이상의 책을 펴내면서 일정 부수 이상의 안정된 판매를 기록한 著者로 대상을 한정한다. 또 추억 속의 저자가 아니라 현재 독자들에게도 통하는 저자에 한정했다. 1998년 이후에 신간을 펴낸 저자들 중심으로 다루었으며 언급된 저자들의 책이 팔리는 이유를 가장 최근의 저서를 통해 분석했다. 판매부수는 금년 5월 말 현재의 수치다. 독자들은 많이 팔린 책들이 무조건 질적으로 우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읽어 주었으면 한다.
소설에서는 梁貴子(양귀자)가 李文烈 정도의 반열에 오른다. 작년에 펴낸 좥모순좦은 50만 부가 판매됐다. 이미 좥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좦이 1백만 부, 좥천년의 사랑좦(전2권)이 1백만 질이 넘게 판매된 것에 비하면 좥모순좦의 판매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그러나 IMF 상황으로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된 것을 감안하면 이 부수도 대단한 것이다.
한 평론가는 梁貴子를 두고 좥3년마다 분출하는 활화산좦이라 지칭했다. 앞의 세 책은 각기 1992년부터 정확하게 3년 주기로 간행됐기 때문이다. 梁貴子가 이처럼 지칭될 수 있는 것은 당대 독자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들의 정서를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좥누가좦 좥왜좦 책을 읽는지를 제대로 짚어볼 줄 아는 작가다.
1980년대 말의 현실사회주의 몰락 이후 1990년대는 대중들의 관심은 크게 변모한다. 문학에 있어서도 노동자나 분단문학 일변도에서 중산층과 여성문제 및 反核(반핵), 公害(공해)문제 등 개인의 실생활과 관련된 주제들이 큰 비중으로 떠올랐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 이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면서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른바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고서는 얼굴을 내밀기가 어렵다 할 정도였다.
이때 대부분의 페미니즘 소설들은 가부장적 억압구조가 갖는 폭력, 그로 인한 파탄, 위기 등을 다루는, 여성이 일방적인 희생자임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때 작가 梁貴子는 좥나는 소망한다…좦라는 매우 특이한, 다른 작품과는 변별점이 매우 큰 페미니즘 소설을 들고 나왔다. 그 소설의 여주인공 강민주는 「여성에게로 향해지는 일상적인 학대가 자연스럽게 은폐되고 이해되는 남성중심의 이 사회를 공격하는 테러리스트」였다.
정신빈곤시대의 문학
좥나는 소망한다…좦의 3년 뒤에 좥천년의 사랑좦이 출간됐다. 이때는 선진국의 문턱에 접어들었다는 경제적 포만감이 우리를 지배했다. 소비가 곧 미덕이라는 대중소비사회가 도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물질적 풍요에 반하여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빈곤했다. 비자금 사건과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대중들은 상대적 박탈감, 심리적 허무감,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들었다. 불경기로 인한 사회불안, 세기말적 심리, 종말론 등이 등장하면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면 좥모순좦이 등장하던 1998년은 어떠한가? 버블(거품)경제가 사라진 다음의 대중들의 첨예한 관심은 무엇인가? 수많은 실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미 버블시대에 몸에 밴 대중들의 생활습관은 쉽게 버릴 수 없다. 그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고픈 욕망으로 인해 연일 신문 사회면은 우리에게 여대생들이 풍속산업의 역군(?)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시대 여성들은 맞선 보기를 즐긴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 여성들이 선택하는 남성들의 인기순위가 크게 뒤바뀌었다는 가십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헤어지는 부부는 아이의 양육 책임을 서로에게 미룬다.
좥모순좦의 주인공 안진진은 좥항상 열차표처럼 준비된 남자좦 나영규와 좥항상 안개처럼 떠도는 남자좦 김장우 사이에서 고민(이것이 인생탐구다)하다 결국 나영규를 택한다. 인간다운 삶 이전에 가족공동체의 위기, 나아가 생존 그 자체를 위협받는 지경에 처한 대중들에게 좥너는 과연 어느 쪽이냐?좦고 작가는 묻고 있는데, 너무나 단순명료한 이 질문이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梁貴子는 작품집인 좥원미동 사람들좦이 50만 부, 좥희망좦(전2권)이 40만 부가 판매되는 등 그의 소설 대부분은 4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梁貴子가 책을 펴낼 때마다 책을 펴낸 출판사에는 독자들의 편지가 하루에 50통씩 답지할 정도다. 독자의 대부분은 20~30대 여성독자로 보이지만 40~50대 여성, 군인, 30~40대 남성 등도 적지 않다.
女性작가들의 활약
梁貴子 다음으로는 申京淑(신경숙), 孔枝泳(공지영), 殷熙京(은희경) 등 여성작가 트로이카가 마니아를 몰고 다닌다. 최근 이들은 각기 신작을 내놓고 모두 베스트 상위에 진입시킴으로서 그들의 마니아가 건재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들 세 작가는 고정 마니아가 모두 10만명을 넘는다고 할 정도로 문학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申京淑의 최근 장편소설 좥기차는 7시에 떠나네좦도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문체가 여전히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새로움은, 구성면에서는 추리적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 내용면에서는 좥나좦 혹은 좥가족좦 일변도에서 벗어나 좥제3의 타인좦과 1980년대라는 역사로 관심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펴낸 「문학과 지성사」는 2월18일에 초판 3만 부를 발행했다가 곧바로 7만 부를 증쇄해 단숨에 10만 부를 돌파해버렸다. 이미 申京淑은 젊은 작가이면서도 여러 문학상을 휩쓰는 등 문학적 역량을 충분히 공인받으면서 확실하게 시장성 있는 작가로 인정받아 왔다. 좥풍금이 있던 자리좦가 30만 부, 좥깊은 슬픔좦(전2권)이 60만 부, 좥외딴 방좦(전2권)이 30만 부, 좥오래 전 집을 떠날 때좦가 15만 부를 기록했다.
트로이카 중 申京淑의 독자가 가장 나이가 어린 층까지 확장되어 폭넓게 읽히고 있다.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신세대는 출판시장에서도 가장 확실한 독자층이다. 20대 후반만 돼도 결혼, 저축, 주택마련 등 현실적 문제에 눈을 돌리는 반면, 신세대는 여간해선 소비성향이 줄지 않는다. IMF 이후의 출판시장에서도 10대의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돼왔다. 따라서 트로이카 중 申京淑이 가장 확실한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작년 하반기에 간행된 좥봉순이 언니좦가 또 다시 10만 부가 판매된 孔枝泳도 고정 마니아가 10만명은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밀리언셀러 좥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좦를 비롯해 좥고등어좦가 60만 부, 좥착한 여자좦가 60만 부, 좥인간에 대한 예의좦가 13만 부, 산문집 좥상처 없는 영혼좦이 11만 부 등 그의 초기작을 제외하고는 모두 10만 부를 돌파했다.
殷熙京 역시 그의 이름으로 펴낸 책은 모두 10만 부를 넘어섰다. 트로이카 중 가장 늦게 문단에 나왔음에도 단숨에 고정독자를 형성했다. 그의 독자는 30대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20대이다. 좥타인에게 말걸기좦가 12만 부, 좥새의 선물좦이 30만 부, 좥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좦가 18만 부가 판매됐다.
性을 다룬 소설의 강세
이들이 작년 하반기에 연달아 펴낸 좥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좦와 좥봉순이 언니좦는 그 연배인 다른 작가들의 최근 신작들이 대부분 별다른 판매부수를 기록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마니아가 건재함을 보여준 셈이다.
좥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좦가 대형서점 종합베스트 1위에도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최근 性談論(성담론)이 크게 늘어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주부나 여대생들이 풍속산업의 일선으로 속속 편입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그들은 여러 사람과의 섹스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 심정적 위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랑은 반칙이다! 사랑과 결혼의 통념을 뒤집는 은희경의 파격적 상상력!』, 『배신과 반칙이 없는 좥물 같은 사랑좦에 대한 가차없는 풍자와 야유』라는 띠지의 광고문구들은 이들 독자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좥봉순이 언니좦의 짱아는 다섯 살짜리에 불과하지만 매우 영악한 아이다. 그 아이는 혼자서 한글을 깨우쳐서 좥선데이 서울좦과 같은 성인용 주간지에 성관계가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묘사된 이야기도 어렴풋이 이해하며, 담배를 피워도 보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지나치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해설자의 해설처럼 하나의 문학적 장치에 불과하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갈등을 겪으면서 좥고아 의식좦을 갖는 짱아를 통해 어려운 시대에 쉽게 할 수 있는 좥절망좦과 좥얼마간 귀찮음을 감수해야좦 하면서도 좥끔찍한 희망좦을 찾고자 한다.
좥한 번 남자와 도망갈 때좦마다, 좥목숨을 걸고 낙관적좦이어야 했던 봉순이 언니의 이야기는 대중독자들이 1960년대의 삽화와 함께 우리의 어려웠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낼 초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좥아름다운 시절좦과 같은 영화가 나름의 성공을 하는 복고적인 분위기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殷熙京과 孔枝泳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지나칠 정도로 위악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대공황과 같은 IMF 상태로 돌입해 열 명 중에 한 명이 어려워 십시일반 술도 사고 밥도 사는 분위기가 아니라 열 명 중에 단 한 명만이 살아남을 것 같은 분위기로 접어들어, 오로지 나 혼자만이라도 절박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분위기에 젖어 있는 오늘의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朴婉緖, 고정독자 10만명
지난해 12월에 펴낸 창작집 좥너무도 쓸쓸한 당신좦이 14만 부를 돌파한 朴婉緖(박완서). 좥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좦가 50만 부, 좥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좦가 20만 부, 좥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좦가 12만 부 등 그가 최근 펴낸 소설들이 모두 10만 부를 넘긴 것으로 보아 그도 고정 마니아가 10만명은 되는 작가다.
좥너무도 쓸쓸한 당신좦에는 회갑을 앞둔 과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찾는 딸, 죽음을 기다리며 자신의 신산했던 삶을 되돌아보는 노인, 남편이 시골학교 교장인 탓에 떨어져 살다가 아들의 대학 졸업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初老(초로)의 부부 등 우리 시대의 소외된 노인들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젊은이들 보기엔 무슨 맛으로 살까 싶은 늙은이들」이다.
좥너무도 쓸쓸한 당신좦의 권두에 실린 작품 좥마른 꽃좦에는 회갑을 앞둔 과부의 연애 사건이 등장한다. 우연히 만난 老노신사와의 만남에서 짜릿짜릿한 재미를 맛보기도 하지만 『정욕이 눈을 가리지 않으니까 너무도 빠안히 모든 것이 보였다. 아무리 멋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닥칠 늙음의 속성들이 그렇게 투명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 적어도 같이 아이를 만들고, 낳고, 기르는 그 짐승스러운 시간을 같이한 사이가 아니면 안되리라. 겉멋에 비해 정욕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재고할 여지는 조금도 없었다』며 딸의 강권을 뿌리친다.
이러한 소설을 보고 申京淑은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웃었다. 에구, 너무 하셔, 하는 대목들 때문에. 무뎌진 급소를 촌철로 찔린 후의 긍정의 웃음이다. 때로 매몰차고 가차없이 되게 아픈데도 웃음이 끌려나오는 것은 저자의 연륜이 누가 안 봤으면 싶은 우리들의 속내를 간단없이 끌어내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확실히 이 소설은 실버문학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도 내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7.1%로 올라가 高齡化(고령화)사회로 접어든다. 2010년에는 네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의 노인이 된다. 이제 다가오는 高齡化사회에는 의료비·연금·노인간호 등 노인복지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이웃 일본은 죽음을 다룬 책들이 실용서처럼 팔려나간다. 노인문제를 다룬 책이라 해서 노인들만 보는 것은 아니다. 朴婉緖의 작품들 역시 젊은 독자들이 더 열심히 읽는다.
金周榮·이인화 여전히 호조
소설가 중 마니아가 있는 남성작가로는 金周榮(김주영), 이인화가 있다. 1백만 권 이상 판매된 좥객주좦(전9권)의 작가 金周榮은 좥천둥소리좦 좥화척좦 좥야정좦 등의 묵직한 작품을 펴내다가 작년 2월에 펴낸 좥홍어좦가 20만 부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좥홍어좦는 『정통적 소설문법으로 우리 문학이 추구할 수 있는 서사와 서정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좥홍어좦는 본격문학도 베스트 목록의 수위에, 그것도 IMF로 책 판매가 급감하던 시대에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것은 좥문학적 탁월함좦의 승리라는 찬사를 독서계로부터 받았다. 좥홍어좦는 줄거리 중심의 소설이 아니라 「이미지와 상징에 의해 독자들에게 풍부한 상상의 장을 열어주는 소설이다. 이 풍부한 상상의 원천은 언어의 능란한 유영과 그로 인해 독자의 생생한 감정이입이 가능한」 소설이다.
문학평론가 陳正石(진정석)은 『우리는 좥홍어좦를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저마다의 아름답고 소중한 과거를 새삼스럽게 반추한다. 태어나 자란 곳이 농촌이거나 도시이거나, 또는 나이가 20대이거나 50대이거나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이 추억을 불러일으킨 것은 실제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좥상상적좦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환란으로 시작된 이 유례없는 환란의 시대를 맞아 문학에 부여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신적 공황 상태에 처한 대중의 정서를 위무하는 것이라면, 金周榮은 한국인의 심성 속에 내재된 원초적인 그리움의 세계를 낭만적으로 재현해 냄으로써 그 소임을 다했고, 독자들은 유례없는 호응으로 그 노고에 화답했다』고 평했다 (좥창작과비평좦 1998년 여름).
젊은 작가로서는 여성작가들의 틈에서 홀로 고투하고 있는 이인화가 있다. 표류하는 젊은 지식인들의 좌절과 고뇌를 담은 장편 좥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좦가 20만 부, 조선 正祖 때 군신간의 파워게임을 그린 역사 장편소설 좥영원한 제국좦이 1백만 부, 朴正熙 前 대통령의 생애를 소설화한 좥인간의 길좦(전3권)이 12만 부, 최근 펴낸 고구려 멸망 이후 당나라로 흘러든 고구려 유민들의 고구려문명 재건의 꿈을 담은 좥초원의 향기좦(전2권)가 6만 부 판매됐다.
출세작이 현대물인 이인화는 좥영원한 제국좦의 성공 이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을 발표하며 문단 안팎으로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마니아든 아니든 이인화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된다. 그는 3월부터 한 일간지에 『현대물로 다시 작가적 승부를 걸겠다』며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도 오늘날의 대중들이 역사물에 거리를 두는 이유를 파악한 듯하다.
歷史와 英雄소설 유행
1990년대 초반에 밀리언셀러가 된 좥소설 동의보감좦 등 역사 인물소설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때의 대중독자들은 좥정신적 공황상태좦에 돌입해 있었다.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같은 세계의 변화에 지식인들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국내의 현실정치에서도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들이 시정잡배보다 못하게 사분오열했다. 이처럼 현실에서 모범적 삶이 발견되지 않을 때 대중들은 역사에서 그것을 찾으려 든다. 때마침 등장한 좥소설 동의보감좦 속의 허준이라는 좥한 인간의 집념좦에 개인주의로 빠져들던 당시의 대중들은 매료됐다. 현실에서 믿을 것을 찾을 수 없었던 대중들은 천출로 태어나 좥정일품좦에까지 오른 허준의 삶을 전형적인 출세담으로 읽으면서도, 한편으로 그의 폭넓은 인간애에 깊은 만족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 대중들은 좥로마인 이야기좦(시오노 나나미), 좥람세스좦(크리스티앙 자크)와 같은 단순한 교양 수준을 뛰어넘는, 고대의 역사와 문명이, 탁월한 著者의 깊은 사유를 통해 전달되는 좥英雄좦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처세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좥토지좦의 朴景利(박경리), 좥광장좦 좥화두좦의 崔仁勳(최인훈), 좥태백산맥좦 좥아리랑좦의 趙廷來(조정래), 좥관촌수필좦 좥장한몽좦의 李文求(이문구), 좥장길산좦 좥객지좦의 黃晳暎(황석영), 좥당신들의 천국좦 좥축제좦 좥서편제좦의 李淸俊(이청준), 좥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좦의 趙世熙(조세희), 좥유년의 뜰좦의 吳貞姬(오정희) 등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과 한때 상업주의 작가로 불린 적이 있지만 이제는 완숙한 작품을 발표하는 좥길없는 길좦의 崔仁浩(최인호), 좥흰소가 끄는 수레좦의 朴範信(박범신)과 좥꿈꾸는 식물좦 좥들개좦의 李外秀(이외수) 등도 일정한 마니아를 몰고다닌다.
작가가 생존에 급급해 독자에게 억지 미소를 지으며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데 목을 걸고 문학상이나 기웃거리는 현실은 타파되어야 하고, 생존을 위해, 독자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영화 같은 소설을 만들고, 자기와 맞지도 않는 작품을 써내야 하는 것이 더 심각한 현실이다. 지난 2월 하순에 한국의 대표적 專業作家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는 부실한 도서관, 턱없이 낮은 원고료와 원작료, 도서대여점, 해묵은 어려움들을 해결 못하는 문학단체들의 관료화, 정부의 대책 不在(부재) 등이 제기됐다.
文人 평균수입 月 18만5천원
오늘날 문인들은 그야말로 배고픈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가 발행하는 좥월간문학좦이 창간 30주년 기념호(올해 2월호)를 앞두고 문협 회원 5백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문인들이 문학활동으로 얻는 수입은 월 평균 18만5천원이며, 이들 중 66%가 월 10만원 이하의 원고료 수입을 얻고 있다.
문단에서는 오래 전부터 좥문학의 위기좦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좥소설 동의보감좦 등 수백만 권씩 팔리는 역사 인물소설이 등장하면서 출판시장은 본격적으로 대중출판의 시대로 돌입한다. 그 동안은 출판은 영세 산업으로만 여겨졌지만 한 권의 책으로 수십억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일이, 그것도 일년에 수 차례나 주변에서 일어나자 출판업이 본격적으로 産業(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책 광고가 TV로까지 진출하는 등 한 권의 책에 대량 광고를 해대는 출판물들이 등장했다. 1994년을 정점으로 대량 광고공세는 한 풀 꺾이는 듯 했지만 IMF 이후에는 전반적인 광고시장의 침체로 다소 광고비가 싸진 것을 틈타 일부 출판사들의 광고공세는 더욱 강력해진 느낌이다. 최근에는 일간신문에 전면광고가 득세를 부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본격문학 작가들에게는 가치의 혼란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 자신 한국의 대표적 문학출판사 중의 하나인 문학과지성사를 경영해 온 문학평론가 金炳翼(김병익)은 1997년에 펴낸 평론집 좥새로운 글쓰기와 문학의 진정성좦의 서문에서 「1980년대에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진보주의적 이념 체계와 거기서 도출된 문학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혹은 평가할 것인가』로 내내 당혹감을 느꼈다면 1990년대에는 『이른바 소비 지향의 포스트모던한 삶의 조건들과 가치 체계, 컴퓨터에서 비롯된 멀티미디어의 일상, 그리고 영상·산업 문화의 폭주 속에서 문학이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 때문에 내내 당혹감을 느꼈다」고 했다. 1980년대의 당혹감이 『우리의 문학과 인식에 대한 관념의 확산』에 대한 것이었다면 세기말을 맞는 1990년대의 것은 『체계의 전환에 이를 정도로 근본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에 한 텔레비전 프로에 출연해 이것이 좥문학의 위기좦라기 보다는 좥문학관의 변화좦가 아니겠느냐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미 우리의 출판시장도 독서 경향과 대중적 취향을 파악하여, 충분히 팔릴 만한 작품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그에 적절한 작가를 선정한 다음 시장 조사-소비자 기호 확인-제품 기획-제작-광고-대량 판매-소비자 사용-폐기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과정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연스런 구조로 정착되었는데, 우리 문학 시장에서도 하나의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다.
수준작 부족은 小說의 위기
이제 출판시장에서도 책은 오락·교양·정보 등 책으로서의 기능 중 어느 하나라도 철저한 상품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작품성 하나만 확실하면 성공할 수 있다. 작년부터 좥홍어좦(金周榮) 좥너무도 쓸쓸한 당신좦(朴婉緖) 좥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좦(黃芝雨) 등 작품성 있는 문학작품들이 상업적으로도 확실하게 성취하는 것을 우리는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학성과 상업성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예가 많지 않다. 작가들은 그런 작품들이 생산될 문화인프라가 조성돼 있지 않았다는 주장이고, 출판좥업자좦의 입장에서는 좥돈이 될 만한좦 쓸 만한 작가가 없는 것이다. 작가적 역량의 부족이든, 좥교활한 문화상업주의좦로 무장한 출판좥업자좦가 역량 있는 작가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이든, 결과적으로 수준 있는 작품의 태부족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현재 소설 시장은 위기다.
이렇게 본격문학이 상업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일부 출판사들은 본격적으로 대중작가를 찾는다. 그런 면에서 상업적 소설이 시장성을 갖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업적 작가 중에서 가장 시장성이 큰 작가는 金辰明(김진명)이다.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전3권)가 4백50만 부, 좥가즈오의 나라좦가 48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작년 초에 간행된 좥하늘이여 땅이여좦(전2권)는 IMF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90만 부나 판매됐으며, 금년 4월에 출간된 좥한반도좦(전2권)도 이미 30만 부를 넘어섰다.
이런 상업적 소설들은 소설 구조가 그동안 국내 독자들의 기호를 확 바꿔놓은 외국의 스릴러 소설과 구성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 단적으로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와 좥펠리칸 브리프좦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좥펠리칸 브리프좦의 국내 출간은 1992년이었고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의 국내 출간은 1993년 8월이었다. 작가 이인화(이인화·張正一 대담, UR시대의 문화 논리, 좥상상좦, 1994년 봄)는 『진정한 소설은 동시대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독자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좭을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5백85만 부가 팔린 좥펠리칸 브리프좦(존 그리샴)를 읽고서는 『이토록 강렬한 이념성을 드러내면서 이만큼 훌륭한 대중적 반응을 얻은 책을 달리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좥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좦는 무명작가였던 작가를 일약 인기작가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좥소설 동의보감좦 등 역사 인물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대형 상업소설의 등장
두 사람의 죽음이 등장하고 그 죽음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는 추리적 기법의 도입, 대통령이나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가치판단 없이)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는 인물로 비춰진다는 점, 주인공인 기자가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점, 미모의 여성이 등장하는 점, 핵사찰이나 환경문제라는 첨예한 사회적 문제가 이슈로 등장한다는 점 등이 두 소설이 닮은 점이다.
좥하늘이여 땅이여좦도 위기에 처한 한국의 금융시장, 교활하고 악랄한 수단으로 뛰어든 미국 투기자본의 음모,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최고의 컴퓨터 천재들이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 한반도의 21세기 국운, 교황에게만 공개된 파티마 제3예언의 실체, 중앙청 철거로 드러난 지하의 石柱(석주), 그로부터 드러나기 시작하는 일본의 간교한 음모라는 설정을 보면 이 또한 좥무궁화…좦의 변형된 이야기다. 우리 독자들은 이미 이와 같은 철저한 오락 상품에 입맛을 키워 놓았다.
대중적 상업소설은 섹스와 폭력을 매개로 하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는 소설, 감동 실화소설, 로맨스, 가상 시뮬레이션, 스릴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점차 그 勢(세)를 확대하고 있다.
李元浩(이원호)는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 모두 1천만 권이 판매된 좥在野의 李文烈좦로 통한다. 국내 밤세계와 동남아의 거대한 폭력조직에 연계된 사나이들의 목숨건 혈투(밤의 대통령), 국제 마약조직에 연루된 한 해외지사원의 박진감 넘치는 모험과 복수를 긴박감 있게 그린 국제소설(야망의 제국), 경쟁사회에서 승부를 위해 끊임없이 펼쳐지는 야망과 갈등, 배신을 그린 장편 기업소설(황제의 꿈), 국가간의 거대한 음모, 폭탄테러, 아랍 극우파와 이라크,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 속에 싹트는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암살자) 등 李元浩는 권수로는 1백 권에 가까운 책을 쏟아냈다.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한 그도 이제는 시장성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작품성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이같은 유형의 저자들은 결과적으로 출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쏟아내는 물량이 너무 많아 한 두 출판사가 그 양을 수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책들은 광고 이외의 홍보수단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광고가 무조건 수반되어야 판매가 보장되는데 新作(신작) 광고를 하면 앞의 책은 반품에 휩싸이게 된다.
李鎭秀(이진수)는 섹스와 폭력 세계를 주로 다룬다. 교도관 출신인 저자는 범죄세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엽기적 행각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지존파들이 읽고 살인수법을 모방했다 해서 지존파소설로 명명되기도 했던 좥뺑끼통좦(1, 2부 각5권)은 2백10만 부가 팔려나갔다. 21세의 여대생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찾아간 회사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점차 파멸의 길로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좥아르바이트좦(전5권)와 좥미시좦는 지나친 성묘사로 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불륜·폭력소설
최근 그가 펴낸, 중년 샐러리맨과 IMF 한파로 부도난 한 중소기업 시장의 딸인 술집 웨이트리스와의 불같은 사랑을 그린 좥길 밖에서의 사랑좦(전2권)과 단란한 가정의 30대 주부가 젊은 수영코치의 유혹에 휘말려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좥내 안의 사랑좦(전2권) 등 두 편의 불륜 소설이 단기간에 초판 2만 질이 팔려 나갔다. 한때 고정마니아가 5만 정도로 평가돼 先인세가 1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洪在圭(홍재규)의 좥야인좦은 1부가 1백35만 부, 2부가 40만 부, 최근 간행된 좥야인좦의 3부격인 좥초인좦이 이미 10만 부가 판매됐다. 洪在圭는 속도감 있는 문체와 예측을 불허하는 反轉(반전)의 묘미가 그의 장점. 특히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폭력세계와 그 속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의 사실적 묘사가 뛰어나다. 좥야인좦은 1970~80년대의 밤의 세계를 다루었지만, 좥초인좦은 1990년대로 무대를 옮겨 바로 오늘날의 밑바닥 인생을 그린다.
신데렐라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로맨스 소설. 남자의 세계에선 무협지가 통하지만, 여자의 세계에선 로맨스 소설이 통한다. 현실 밖의 세계를 그리는 것은 무협지나 로맨스가 비슷하다. 무협지는 항상 정의가 승리하고 로맨스는 해피엔딩이다.
이 단순한 구도의 로맨스가 여고생을 비롯한 여성독자들에게 일종의 마약처럼 다가간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삼중당의 하이틴 로맨스와 신영미디어의 할리퀸 문고가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지금은 할리퀸 문고가 시장을 완전히 석권했다. 할리퀸 문고는 1987년 12월에 첫 책을 낸 이래 매달 10종 이상 발간하며 지금까지 1천2백여 종이나 간행했는데 시리즈 전체의 판매부수는 월 20만 부나 된다.
국내 로맨스 시장은 아직도 주드 데브루, 조안나 린지, 주디스 맥로트, 산드라 브라운, 아만다 퀵 등 외국의 유명 로맨스 작가의 작품들이 시장을 주도한다. 이들 작가들은 작가의 유명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천에서 1만명의 고정 마니아를 몰고다닌다.
국내의 로맨스 소설 작가로는 河炳武(하병무)의 좥남자의 향기좦가 2백만 부를 돌파하고 좥들국화좦가 30만 권, 金尙玉(김상옥)의 좥하얀 기억 속의 너좦가 60만 부, 좥하얀 사랑좦이 8만 부가 기록되는 등 외국 로맨스에 길들여진 독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 이들은 앞으로 연속적으로 신간을 펴낼 것으로 보인다.
팬터지 소설 등장
팬터지 소설 분야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마니아를 형성한 著者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단지 사이버 문학의 새 지평을 연 李愚赫(이우혁)은 젊은 독자들에게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팬터지 문학의 원조격인 좥퇴마록좦(전13권)이 3백만 부, 작년에 완간된 좥왜란종결자좦(전6권)가 75만 부가 판매되는 등 李愚赫의 문학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李愚赫은 최근 테크노 스릴러의 영역에까지 진출했다. 기계공학도 출신인 그가 자신의 전공지식과 상상력을 결합해 소설화한 좥파니아 마니악좦(전4권)이 바로 그것인데, 아직 만족하지 못할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중소설 시장에서는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그는 좥퇴마록좦 말세편 세 권과 좥퇴마외전좦도 다시 준비 중이다.
팬터지 소설 좥드래곤 라자좦의 李榮道(이영도), 가상시뮬레이션 소설 좥데프콘좦과 좥동해좦의 金炅珍(김경진)·陳秉寬(진병관)은 서서히 자기 마니아를 구축해가고 있다.
흔히 독서시장은 고급시장과 대중시장으로 나눠진다. 대중문학 작품은 당대의 평자들의 관심에 항상 비켜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당대 독자들은 보통 대중시장을 노리고 쓴 이들 대중문학 작품들을 더욱 즐긴다. 이 시장은 본격문학 시장보다 훨씬 크다. 본격문학 작품은 초판을 5천 부 발행하는 것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중문학 작품은 초판이 1만 부를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며 수십만 부 이상 팔린 경우도 수두룩하다. 쉽게 읽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즐겨 읽는다. 따라서 대중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黃東奎(황동규) 시인의 좥즐거운 편지좦의 일부다. 눈물 쏟는 영화 좥편지좦의 여주인공 최진실이 이 詩를 영화 속에서 인용하자 黃東奎의 좥삼남에 내리는 눈좦은 졸지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10만 부가 팔려나간다.
라디오방송국에는 한 프로에서 낭송된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지난 몇 개월은/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답답했습니다」로 시작되는 金龍澤(김용택)의 詩 좥사랑좦의 앙코르를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친다.
독자들은 단지 이같은 시 한 편을 보기 위해 시집을 열광적으로 구매한다. 위의 사례는 감상적 연애시집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정통시인들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대중정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판매부수는 크게 상승한다. 한 번 이렇게 떠오른 시인들의 시집은 안정되게 판매부수를 유지한다.
연애詩와 명상詩 인기
서점의 詩 서가는 감상적 연애시집과 신비주의적 명상시집이 베스트셀러 코너를 점령해 버렸다. 청소년 자신들이 쓴 감성시집들 중에서는 수십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시집들이 수두룩하다.
감성시집과 맥을 같이 하면서 일정한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는 시인으로는 류시화 외에도 李海仁(이해인), 용혜원, 이정하 등이 있다.
수녀시인 李海仁의 시들은 종교의 묵상을 바탕으로 한 순수한 사랑 노래다.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순수한 정신의 세계를 보여준다. 『주 독자층인 청소년들의 깨끗하고 순수한 정신과 맞아떨어져 언제 어디서나 읽어도 좋은 편안하고 쉬우면서도 고양된 경지를 만들어주었다. 실제로 李씨의 詩는 청소년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李씨의 詩는 詩란 것이 이론이나 새로운 실험만이 아니라 진정성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詩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되었다』(배문성, 좥한국의 스테디셀러좦)
좥민들레의 영토좦가 40만 부, 좥내 혼에 불을 놓아좦가 40만 부, 좥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좦가 50만 부, 산문집 좥두레박좦이 45만 부, 최근 간행된 좥꽃삽좦(샘터)이 19만 부, 좥사랑할 땐 별이 되고좦가 22만 부가 판매되었다. 그의 詩는 수십만 부의 판매가 보장된다. 목사 시인 용혜원의 詩들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신앙적인 믿음을 노래한다. 그의 시집은 약 60여 권이 나왔는데 대형서점의 詩 베스트에는 그의 시집이 포함되지 않을 때가 없을 정도다. 좥오늘 그대에게 하고픈 말좦과 좥사랑이 눈을 뜰 때면좦은 각기 20만 부가 팔려나갔다. 이 시집들에 실린 詩 중에서 사랑과 이별, 그리움, 삶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진솔하게 그린 詩들을 골라내 영화 좥접속좦으로 스타가 된 전도연이 촉촉한 목소리로 취입한 시낭송 음반은 발매와 동시에 12만 장의 주문을 받기도 했다. 작년 4월과 10월에 나란히 간행된 그의 최근 시집 좥이 세상에 그대 만큼 사랑하고픈 사람이 있을까좦와 좥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좦은 여전히 현재 詩 베스트에 올라 있다.
이정하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노래한다. 「내 모든 것을 주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것이었지만 사실은 하나도 주지 못한 것 같아 그게 더 안타까웠네」라는 본문 중의 내용이 그가 노래하는 것의 요점이다. 시집 좥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좦가 50만 부, 좥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좦가 10만 부, 산문집 좥우리 사는 동안에좦가 50만 부, 좥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좦이 15만 부, 최근 간행된 산문집 좥아직도 기다림이 남아있는 사람은 행복하다좦도 한 달만에 3만 부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시집들은 기본부수는 3만 부, 기존에 간행된 그의 다른 저서들과의 차별화만 제대로 이뤄지면 10만 부는 가볍게 뛰어넘는다.
10만 독자 거느린 전업 詩人들
본격시인들 중에는 鄭浩承(정호승), 安度日玄(안도현)과 같은 專業 詩人들이 확실한 마니아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시뿐만 아니라 동화, 산문, 우화 등으로 그 폭을 넓혀간다.
鄭浩承은 최근에야 대중의 바다로 나섰다. 1979년에 간행된 그의 첫 시집 좥슬픔이 기쁨에게좦는 모두 20만 권이 판매됐지만 그 기간이 20년이나 된다. 좥서울의 예수좦 좥새벽 편지좦 좥별들은 따뜻하다좦 까지가 그가 시단에 등단한 지 25년 동안에 펴낸 시집의 전부이다. 1997년과 1998년에 연달아 나온 좥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좦와 좥외로우니까 사람이다좦는 몇 개월 만에 각기 8만 부의 판매를 기록했다. 우화집 좥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좦와 좥연인좦도 각기 5만 부와 2만5천 부가 판매됐다. 그는 최근 그의 마니아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좥그대에게 가고 싶다좦가 10만 부, 좥외롭고 높고 쓸쓸한좦이 7만 부, 최근 간행된 좥바닷가 우체국좦이 출간 1개월 만에 1만3천 권이 팔린 安度日玄은 좥연어좦가 30만 부, 좥관계좦가 15만 부를 기록하는 등 어른을 위한 동화에서 대중성을 더욱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다.
외로움과 사랑, 그리움 등의 삶의 일면을 노래한 좥홀로서기좦의 시인 徐正潤(서정윤)과 사별한 아내와의 사랑을 처절하게 노래한 좥접시꽃 당신좦의 시인 都鍾煥(도종환)은 밀리언셀러 시집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1990년대 최대 화제의 시집 좥서른, 잔치는 끝났다좦의 崔泳美(최영미)와 함께 5~6만명의 마니아는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都鍾煥과 崔泳美의 최근 시집 좥사람의 마을에 눈이 내린다좦와 좥꿈의 페달을 밟고좦는 각기 7만 부와 6만 부가 판매됐다.
黃芝雨(황지우). 좥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좦 좥겨울-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좦 좥나는 너다좦 좥게 눈 속의 눈꽃좦 등을 통해 「거침없는 시어와 새롭고 낯선 형식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와 불평등, 지식인과 소시민의 허위의식」과 맞서 싸워온 그가 8년 만에 펴낸 시집 좥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좦는 단숨에 6만 부가 판매됐다.
이 시집의 독자들은 대부분 30~40대의 독자층이다. 1980년대를 온 몸으로 맞서며 당시에 시를 즐겼던 세대들이 아직도 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재삼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처럼 1980년대 감성의 소유자로 아직까지 일정한 마니아를 끌고 다니는 시인에는 좥무림일기좦 좥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좦 좥세운 상가 키드의 사랑좦의 유하, 좥노동의 새벽좦 좥참된 시작좦 좥사람만이 희망이다좦의 박노해, 좥만국의 노동자여좦 좥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좦 좥인간의 시간좦 좥길은 광야의 것이다좦 의 백무산이 있다.
작년에 7년 만에 출감한 박노해는 두 평 남짓의 차가운 독방에서 삶과 혁명에 관해 진지하게 사색하고 깨달은 생각들을 피력한 산문집 좥사람만이 희망이다좦가 10만 부를 넘겨 여전히 상당한 마니아를 소유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좥출판저널좦(1998.3.5)이 최근 평론가 30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하와 백무산이 199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혔다.
또 교과서에 절창의 詩가 게재되고 시대를 넘어 지속적인 감동을 주는 徐廷柱(서정주), 金春洙(김춘수), 高銀(고은), 申庚林(신경림) 등의 시인들과 金南祚(김남조), 金芝河(김지하), 金慧順(김혜순), 李晟馥(이성복), 崔勝子(최승자), 鄭喜成(정희성), 金龍澤(김용택)도 여전히 확실한 자기 마니아를 소유하고 있다.
非小說분야는 法頂이 으뜸
출판기획자인 푸른숲의 金學元(김학원) 주간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비소설 시장을 주도하는 유형에는 ①대중적 권위와 인지도가 있거나 잠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필자가 사회, 문화, 정치적인 경향과 흐름에 걸맞은 메시지를 부각한 에세이류 ②사회적으로 성공한 또는 독특한 분야에서 성공한 30~40대 중년(특히 여성)의 일과 사랑, 그 이웃과 주변 이야기 ③특정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집단이나 분야)에 대한 흥미 있는 이야기 ④자신과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고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줄 수 있는 명상, 고전 등의 새로운 기획 도서 등 네 유형이 있다. 책에 따라서는 유형들이 조합 혹은 변형되기도 하지만 비소설 시장에서 쉽게 마니아가 형성될 수 있는 영역은 ① ② 유형이다.
이 시장의 주류 독자는 20~30대 미혼의 직장여성이다. 이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중간계층에 속하며 자신의 능력과 가치실현을 중시하며 신분 상승의 욕구가 강하지만 주변의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남과 주변의 이야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며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에 관심이 크다. 이들을 대상으로 ① ②유형의 책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했다고 자부하거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펴낸 책들이 일단 성공했다 하더라도 다음에는 자가 발전하여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재탕, 삼탕의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단명해 반짝 스타로 그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이런 유형의 책은 책을 펴낸 저자 자신의 욕구보다는 기획자의 요구에 의해 억지로 집필하거나 대필이라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들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리는 만무며 마니아가 축적되지 않는다. 비소설에서는 전문적인 영역에서 일하면서 대중들에게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저자들만이 마니아 독자를 형성한다.
비소설에서는 法頂이 단연 돋보인다. 2천원짜리 문고판으로 나온 좥무소유좦가 2백만 부를 넘긴 法頂은 가장 확실한 마니아를 몰고다닌다. 좥서 있는 사람들좦이 25만 부, 좥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좦가 20만 부, 좥산에는 꽃이 피네좦가 30만 부가 판매됐다.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하는 그의 글에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들은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마음껏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를 깨닫는 데 있다는 무소유의 철학에 공감하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
丁埰琫(정채봉)은 좥멀리가는 향기좦가 18만 부, 좥내 가슴 속 램프좦가 12만 부, 좥향기 자욱좦이 8만 부, 좥오세암좦이 5만 부 등 최소한 5만 부 이상의 마니아 소유자로 보인다. 詩語(시어)에 가까운 정제된 언어와 명징한 비유에 강한 그는 짧은 문장에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담는다. 독자들은 아름답고 흐뭇한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아련한 슬픔과 애수를 느낀다.
좥감옥으로부터의 사색좦과 좥엽서좦의 저자 申永復(신영복)은 좥나무야 나무야좦가 20만 부, 좥더불어 숲좦의 1권이 10만 부, 2권이 6만5천 부 판매되는 등 확실한 고정 마니아를 소유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의 책도 꾸준히 인기
申永復(신영복)의 독자는 남성독자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30대 초중반의 이른바 386세대라는 모래시계 세대가 주류를 이룬다.
일빛출판사는 겨울산에 도전하는 두 여자의 사랑과 도전을 그린 좥자일 파티좦를 1993년에 『좥감옥으로부터의 사색좦의 저자 申永復 선생이 권하는 여성 휴먼드라마!』라는 문구가 들어간 띠지를 씌워서 펴냈으나 초판 3천 질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申永復이 확실하게 마니아층을 형성한 다음인 금년 초에 좥아름다운 동행좦으로 제목을 바꾸고 「신영복 교수가 추천한 바로 그 소설!」이란 띠지를 붙이고 한 일간신문에 돌출광고를 했는데 2개월만에 5천 질이 팔리는 효과를 보았다.
李時炯(이시형)은 좥배짱으로 삽시다좦가 1백30만 부, 좥자신 있게 사는 여성좦이 20만 부, 좥여자는 모른다좦가 6만 부가 판매됐다. 정신과 전문의인 그는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로 1980년대를 풍미했다. 이번 책 좥여자는 모른다좦에서는 20대 미혼 여성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 있게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좥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좦가 35만 부, 좥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좦가 35만 부, 좥아하, 프로이트좦가 10만 부, 좥성격대로 살아라좦가 2만5천부 판매된 金貞壹(김정일)과, 좥여자의 허물벗기좦가 10만 부, 좥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좦가 20만 부가 판매되고 최근 좥사랑의 독은 왜 달콤할까좦를 펴낸 이나미는 정신과 의사로서 20대 직장여성뿐만 아니라 지식층까지 두리뭉실하게 포괄한 독자들에게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자세를 일깨워서 일정한 마니아를 형성했다.
만화로 문화, 경제를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설명하는 李元馥(이원복)도 확실한 마니아를 소유하고 있는 저자다. 1987년에 간행된 좥먼 나라 이웃나라좦(전6권)는 모두 3백50만 부가 판매됐다. 좥만화로 보는 자본주의 공산주의 이야기좦가 45만 부, 좥국제화시대의 세계경제좦가 11만 부, 좥한국 한국인 한국경제좦가 10만 부, 작년에 간행된 좥이원복의 진짜 유럽기행좦이 10만 부 등 대체로 10만명의 독자가 확보된다.
좥먼 나라 이웃나라좦는 출판사를 옮겨 지난해 8월에 좥새 먼나라 이웃나라좦로 다시 펴냈는데 이 책도 15만 부가 판매됐다. 이 책을 통해 성장한 독자들이 이미 성인이 되어 주변의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등 그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소설 이외의 분야에서 일정한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는 저자들은 金容沃(김용옥), 姜萬吉(강만길), 李泳禧(이영희), 李離和(이이화), 康俊晩(강준만) 등의 학자들과 李圭泰(이규태), 金重培(김중배), 洪思重(홍사중) 등의 저널리스트들이다. 「일본을 읽으면 돈이 보인다」의 영화감독 李奎炯(이규형),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의 철학교수 李柱香(이주향), 「표현하는 여자가 아름답다」의 정신과의사 楊昌順(양창순),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의 닥종이 인형 공예가 金永喜(김영희), 「두 번만 읽으면 되는 영문법」의 배진용, 「영어의 바다에 헤엄쳐라」의 하광호 등 실용서를 펴낸 저자들이 어느 정도의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다.
李文烈, 兪弘濬, 류시화나 본격소설 쪽의 작가들과 학자, 저널리스트들은 그 자신들의 오랜 노력에 의해 전문가 집단이나 마니아 집단을 형성해 대중시장까지 파고 들었기 때문에 그들이 어느 출판사에서 책을 펴내든 책의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이들도 대중시장의 정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책의 제목만 보더라도 1980년대에는 좥태백산맥좦 좥변경좦 등의 몇 글자의 명사가 주종을 이뤘으나 최근에는 좥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좦 좥기차는 7시에 떠나네좦 좥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좦와 같이 회화적이며 가치제안적이다.
소재와 연출력의 싸움
그러나 대중소설과 비소설 쪽의 저자들의 책은 아이템과 연출력의 싸움이다. 그들의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와 책을 펴낸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과 같은 종합적인 연출력에 의해 판매부수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이미 대중들이 스타군단으로부터 졸업하려는 조짐도 심상치 않다. 바로 이들은 책을 펴내자마자 출판사의 연출력에 의해 즉각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바로 시장에서 참패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비소설 시장에서 마니아 독자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는 金智龍(김지룡)에서 볼 수 있다. 좥비상구 없는 일본의 에로스좦에서 3만의 독자를 확보했던 그는 좥나는 일본 문화가 재미있다좦로 대학생을 중심으로 30대까지를 포함한,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신세대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주어 8만명까지 마니아의 수를 확대했다. 그 여세를 몰아 간행된 좥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좦는 이미 5만 부가 판매됐는데 이 책으로 좥나는 일본 문화가 재미있다좦가 포괄하지 못한 직장여성까지 마니아층을 넓혔다.
金智龍은 이전까지 문학평론가, 영화평론가, 만화평론가 등으로 각 장르를 고집하는 평론들이 더 이상 새로운 시각을 내보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점을 비판하면서 좥엔터테인먼트 평론좦을 주창하는 전방위 문화평론가다. 그는 철저하게 수용자 중심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한 현상을 한 가지 틀만으로 설명해왔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해내면서 다양하고 총체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독자들은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이런 삶의 방식도 가능하구나」하는 새로운 인생 모델을 제시받는다.
金智龍의 매력 포인트는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 아웃사이더의 생산적인 문제의식과 문체, 새로운 저자 캐리어라 볼 수 있다. 그의 글은 부분에서 전체를 읽어내는 재미를 맛보게 하는 힘이 있다. 선동열을 통해 일본 사회의 정체성과 구조를 관통해서 읽어내는 시각에서 독자들은 재미와 쾌감을 느낄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삶을 서슴없이 발가벗기는 자기 고백적인 글쓰기를 하면서 기존의 인생 공식이나 상식들을 직접 깨보이는 실천력이 독자들을 흡입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베스트셀러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책을 펴내는 것이 전문지식인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오늘날은 누구나가 저자가 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을 찾은 기획자(출판사 경영자일 수도 있다)가 정확하게 시대의 흐름을 제시하는 기획자라면 당신은 성공할 확률이 많다. 그가 당신이 펴낼 책이 오늘날에 왜 유효한지, 즉 독자들이 당신의 책을 찾게 될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기획자라면 절대로 그를 놓쳐서는 안된다.
앞으로의 출판시장은 상업적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문화적 인프라가 확실하게 구축되지 않는 한 출판사 경영자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팔리는 著者만을 찾게 될 것이다. 아직도 출판의 문화성과 사업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출판인과 작가들에게는 암울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