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처음 얻었을 때 꼬물거리는 손가락 발가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아 저것이 언제 커서 걸어다닐까”라며 젖 먹일 일, 기저귀 갈아줄 일, 목욕시킬 일로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던가요.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깁니다. 뛰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고요. 학교 다니면 또 어떻습니까.
1월 4일. 조선일보에서 일간지를 만들다가 CS뉴스프레스사(社) 월간조선부로 왔습니다. 그날그날 지면을 구상하고 만들던 생활을 20년 넘게 하다가 갑자기 환경이 바뀐 것이지요. 고백하자면 ‘하루를 30일로 늘려 쓰면 되겠지’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시무식을 하고 1월 5일 디자이너 김현 인터뷰 기사가 맨 처음 넘어왔습니다. 일간지 기자들은 원고량을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셉니다. 60장이었습니다. 신문으로 치면 광고와 함께 2개 면은 채울 수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양이지요. 한참을 읽어 보고 기사를 넘겼습니다. 많은 양을 ‘처리’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그랬더니 동료 기자가 “600페이지 중에 겨우 10페이지를 채운 것”이라고 하더군요. 단위부터가 달랐습니다. 일을 많이 했다 싶었는데 그게 60분의 1이었습니다. 그때 갓난아이 생각이 퍼뜩 났습니다. “아니 이렇게 해서 언제 잡지가 돼서 나올까” 하는 걱정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누워 있고 일어서고 걷고 뛰고 학교를 다니더니 이제 그 아이가 성인이 됐습니다. 걱정을 60번쯤 하고 나니 드디어 모양이 갖춰졌습니다. 기획단계부턴 아니었지만 중간부터라도 제가 관여한 것입니다. 책을 잘 만들었건 못 만들었건 저에겐 보람입니다.
이제부턴 읽어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한 줄 한 줄 기자들의 땀이 배어 있는 기사입니다. 그것도 몇 시간 정도 취재한 것이 아닙니다. 길게는 몇 달 동안 노력 끝에 인터뷰에 성공한 경우도 있습니다. 외부 필자들 역시 해당 분야의 이름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읽어보신 뒤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본사 독자서비스팀(02-724-6845)이나 담당기자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시면 ‘애프터 서비스’를 해드리겠습니다.
▶2월호를 만들던 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연설이 있었습니다. 북한에 남북 고위급연락사무소 설치, 국군 유해 공동발굴을 제의했습니다. 현 정부 ‘드러나지 않은 실세’로 꼽히는 김대식(金大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올 상반기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여기에 작년엔 남북장관급 비밀접촉이 있었던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어 곧 6자회담이 열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머지않은 시기에 열린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은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북한은 핵(核)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얘기를 해 줄 수 있는 적임자를 고르다 ‘꼿꼿 장수’를 만나 보기로 했습니다. 김장수(金章洙) 국회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을 했고 평양을 같이 가 2007년 10·4정상회담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김정일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해서 화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정상회담 후 북한과 한 국방장관회담의 우리 측 대표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중립적 입장에서 경험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짚어 주었습니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얘기도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주문도 있습니다.
김정일 일가를 연구해 온 세종연구소 정성장(鄭成長) 박사로부터 김정일 후계구도와 최근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글을 받았습니다. 정 박사는 김정일이 김정은 후계체제에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습니다. 직업공무원 출신으로 통일부에서 대북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던 고경빈(高景彬)씨로부터는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를 가정해 어떤 의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지에 대한 견해를 들었습니다. 고 전(前) 정책홍보본부장은 30년 가까이 통일부에 몸담았습니다. 그는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만나지 않는 것보다는 자주 만나서 문제를 푸는 것이 낫고 아예 우리 통일방안에 있는 ‘정상(頂上)회의’까지 가는 것이 어떠냐는 개인적 소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읽어보시는 분들에 따라 공감하는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두 관련분야에서 수십 년간 전문적 식견을 쌓아온 분들인 만큼 남북의 정상이 세 번째 만나는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 참고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문제는 1월 11일 정운찬(鄭雲燦) 국무총리가 수정안을 발표함으로써 정국 최대의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여당 내에서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간 직접 대결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고, 야당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겨냥해 공세의 고삐를 한층 세게 쥐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의 본질은 충청권 표를 의식한 전 정권의 정략적(政略的) 공약이 빚은 참사(慘事)입니다. 수정안 발표가 나온 후 현장에 가 보니 세종시의 실제 ‘피해자’는 고향을 지키던 노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들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서울’을 옮기겠다고 해서 땅값도 올라가고 살기가 좋아지려나 하는 기대로 고향을 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습니다. ‘공주·연기’ 시절에는 한 번도 와 보지 않던 정치인들이 요즘은 뻔질나게 왔다갔다하면서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갑니다. 정작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순박한 주민들은 가슴앓이를 하면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방적인 설득이나 무조건적인 반발이 아니라 가슴으로 대화를 하면 해법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빠지고 실제 이해당사자들끼리 말이지요. 이 문제는 이미 신문에서 뉴스를 쏟아낸 데다 잡지 제작시간 등으로 충분한 분석을 하기 어려웠던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안 발표를 보면서 저는 사실 엉뚱한 생각을 좀 했습니다. 수정안은 따지고 보면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전국에 비슷한 도시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혁신도시가 10개고 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까지 포함하면 국가가 추진 중인 것만 24개라고 합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정한 산업단지라는 것은 정말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곳들이 다 기업 유치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개별 도시로 보면 절박합니다. 먹고살아 갈 방도를 찾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기업도시에 입주할 기업은 무한(無限)하지 않습니다. 정말 국가 백년대계로 보면 ‘○○도시’ 거품이 끼어도 보통 낀 것이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신규사업을 중단하든 구조조정을 하든 해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빨리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세종시 얘기하다가 옆길로 샜지만 ‘○○도시’들도 주민들 이주하고 땅 파기 전에 종합 점검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태가 올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2월호엔 특히 현장 냄새가 물씬 풍기거나 경험에서 우러나는 기사들을 많이 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해피존 사업이란 게 대표적입니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가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필요 없게 된 각 역 역무실(驛務室)을 상가 등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도시철도공사는 이 사업을 대형 기업에다 몰아주고 그 대형 기업이 다시 임대하도록 하려다 집중감사를 받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짚어봤습니다.
욕먹을 짓만 하는 우리 국회에 대해 때가 덜 묻은 초선 의원들의 경험담도 담았습니다. 논두렁 정기(精氣)라도 타고나야 된다는 국회의원들이 왜 국회에만 가면 기진(氣盡)하는지 자가진단하는 기사입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그들 중 일부는 집중학습을 했는지 기성 정치인을 뺨치고 있습니다. 논리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초선도 초선 나름인 모양입니다.
이 밖에 해외에서 자원을 찾는 사람들, 스리랑카 현지 취재, 네덜란드 경쟁력의 근원, 독일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등은 모두 현장의 이야기들입니다. 논란은 있겠지만 일본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야쿠자에 들어가 보호막을 친 뒤 돈을 벌어 고국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재일교포 한녹춘씨, 인천공항과 송도 신도시의 기초를 닦은 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이야기도 모두 현장에 바탕을 둔 화제들입니다.
저는 월간조선으로 오기 직전엔 조선일보에서 <사람들>면을 맡았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정말 훌륭한 일을 하는 많은 분을 보았습니다. 어느 분은 신문 한두 페이지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풍부한 스토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정말 혼자 듣고 말기에는 아까운 사연들도 넘쳐납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월간조선이 현장에서 전하겠습니다. 저희의 힘이 닿는 한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들의 힘이 미치지 못하면 현장의 목소리라도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런 것은 심층취재를 해서 다뤄줘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거리낌없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겨울이 막바지입니다.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아 저것이 언제 커서 걸어다닐까”라며 젖 먹일 일, 기저귀 갈아줄 일, 목욕시킬 일로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던가요.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깁니다. 뛰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고요. 학교 다니면 또 어떻습니까.
1월 4일. 조선일보에서 일간지를 만들다가 CS뉴스프레스사(社) 월간조선부로 왔습니다. 그날그날 지면을 구상하고 만들던 생활을 20년 넘게 하다가 갑자기 환경이 바뀐 것이지요. 고백하자면 ‘하루를 30일로 늘려 쓰면 되겠지’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시무식을 하고 1월 5일 디자이너 김현 인터뷰 기사가 맨 처음 넘어왔습니다. 일간지 기자들은 원고량을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셉니다. 60장이었습니다. 신문으로 치면 광고와 함께 2개 면은 채울 수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양이지요. 한참을 읽어 보고 기사를 넘겼습니다. 많은 양을 ‘처리’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그랬더니 동료 기자가 “600페이지 중에 겨우 10페이지를 채운 것”이라고 하더군요. 단위부터가 달랐습니다. 일을 많이 했다 싶었는데 그게 60분의 1이었습니다. 그때 갓난아이 생각이 퍼뜩 났습니다. “아니 이렇게 해서 언제 잡지가 돼서 나올까” 하는 걱정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누워 있고 일어서고 걷고 뛰고 학교를 다니더니 이제 그 아이가 성인이 됐습니다. 걱정을 60번쯤 하고 나니 드디어 모양이 갖춰졌습니다. 기획단계부턴 아니었지만 중간부터라도 제가 관여한 것입니다. 책을 잘 만들었건 못 만들었건 저에겐 보람입니다.
이제부턴 읽어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한 줄 한 줄 기자들의 땀이 배어 있는 기사입니다. 그것도 몇 시간 정도 취재한 것이 아닙니다. 길게는 몇 달 동안 노력 끝에 인터뷰에 성공한 경우도 있습니다. 외부 필자들 역시 해당 분야의 이름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읽어보신 뒤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본사 독자서비스팀(02-724-6845)이나 담당기자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시면 ‘애프터 서비스’를 해드리겠습니다.
▶2월호를 만들던 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연설이 있었습니다. 북한에 남북 고위급연락사무소 설치, 국군 유해 공동발굴을 제의했습니다. 현 정부 ‘드러나지 않은 실세’로 꼽히는 김대식(金大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올 상반기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여기에 작년엔 남북장관급 비밀접촉이 있었던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어 곧 6자회담이 열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머지않은 시기에 열린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은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북한은 핵(核)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얘기를 해 줄 수 있는 적임자를 고르다 ‘꼿꼿 장수’를 만나 보기로 했습니다. 김장수(金章洙) 국회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을 했고 평양을 같이 가 2007년 10·4정상회담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김정일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해서 화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정상회담 후 북한과 한 국방장관회담의 우리 측 대표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중립적 입장에서 경험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짚어 주었습니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얘기도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주문도 있습니다.
김정일 일가를 연구해 온 세종연구소 정성장(鄭成長) 박사로부터 김정일 후계구도와 최근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글을 받았습니다. 정 박사는 김정일이 김정은 후계체제에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습니다. 직업공무원 출신으로 통일부에서 대북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던 고경빈(高景彬)씨로부터는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를 가정해 어떤 의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지에 대한 견해를 들었습니다. 고 전(前) 정책홍보본부장은 30년 가까이 통일부에 몸담았습니다. 그는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만나지 않는 것보다는 자주 만나서 문제를 푸는 것이 낫고 아예 우리 통일방안에 있는 ‘정상(頂上)회의’까지 가는 것이 어떠냐는 개인적 소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읽어보시는 분들에 따라 공감하는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두 관련분야에서 수십 년간 전문적 식견을 쌓아온 분들인 만큼 남북의 정상이 세 번째 만나는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 참고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문제는 1월 11일 정운찬(鄭雲燦) 국무총리가 수정안을 발표함으로써 정국 최대의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여당 내에서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간 직접 대결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고, 야당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겨냥해 공세의 고삐를 한층 세게 쥐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의 본질은 충청권 표를 의식한 전 정권의 정략적(政略的) 공약이 빚은 참사(慘事)입니다. 수정안 발표가 나온 후 현장에 가 보니 세종시의 실제 ‘피해자’는 고향을 지키던 노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들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서울’을 옮기겠다고 해서 땅값도 올라가고 살기가 좋아지려나 하는 기대로 고향을 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습니다. ‘공주·연기’ 시절에는 한 번도 와 보지 않던 정치인들이 요즘은 뻔질나게 왔다갔다하면서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갑니다. 정작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순박한 주민들은 가슴앓이를 하면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방적인 설득이나 무조건적인 반발이 아니라 가슴으로 대화를 하면 해법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빠지고 실제 이해당사자들끼리 말이지요. 이 문제는 이미 신문에서 뉴스를 쏟아낸 데다 잡지 제작시간 등으로 충분한 분석을 하기 어려웠던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안 발표를 보면서 저는 사실 엉뚱한 생각을 좀 했습니다. 수정안은 따지고 보면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전국에 비슷한 도시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혁신도시가 10개고 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까지 포함하면 국가가 추진 중인 것만 24개라고 합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정한 산업단지라는 것은 정말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곳들이 다 기업 유치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개별 도시로 보면 절박합니다. 먹고살아 갈 방도를 찾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기업도시에 입주할 기업은 무한(無限)하지 않습니다. 정말 국가 백년대계로 보면 ‘○○도시’ 거품이 끼어도 보통 낀 것이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신규사업을 중단하든 구조조정을 하든 해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빨리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세종시 얘기하다가 옆길로 샜지만 ‘○○도시’들도 주민들 이주하고 땅 파기 전에 종합 점검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태가 올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2월호엔 특히 현장 냄새가 물씬 풍기거나 경험에서 우러나는 기사들을 많이 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해피존 사업이란 게 대표적입니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가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필요 없게 된 각 역 역무실(驛務室)을 상가 등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도시철도공사는 이 사업을 대형 기업에다 몰아주고 그 대형 기업이 다시 임대하도록 하려다 집중감사를 받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짚어봤습니다.
욕먹을 짓만 하는 우리 국회에 대해 때가 덜 묻은 초선 의원들의 경험담도 담았습니다. 논두렁 정기(精氣)라도 타고나야 된다는 국회의원들이 왜 국회에만 가면 기진(氣盡)하는지 자가진단하는 기사입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그들 중 일부는 집중학습을 했는지 기성 정치인을 뺨치고 있습니다. 논리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초선도 초선 나름인 모양입니다.
이 밖에 해외에서 자원을 찾는 사람들, 스리랑카 현지 취재, 네덜란드 경쟁력의 근원, 독일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등은 모두 현장의 이야기들입니다. 논란은 있겠지만 일본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야쿠자에 들어가 보호막을 친 뒤 돈을 벌어 고국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재일교포 한녹춘씨, 인천공항과 송도 신도시의 기초를 닦은 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이야기도 모두 현장에 바탕을 둔 화제들입니다.
저는 월간조선으로 오기 직전엔 조선일보에서 <사람들>면을 맡았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정말 훌륭한 일을 하는 많은 분을 보았습니다. 어느 분은 신문 한두 페이지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풍부한 스토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정말 혼자 듣고 말기에는 아까운 사연들도 넘쳐납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월간조선이 현장에서 전하겠습니다. 저희의 힘이 닿는 한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들의 힘이 미치지 못하면 현장의 목소리라도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런 것은 심층취재를 해서 다뤄줘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거리낌없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겨울이 막바지입니다.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