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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北 세습·권력 변화 주시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윤석열 정권 통일부의 대북 정책은 ‘自由의 北進’”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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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전쟁 공포로부터의 자유, 연대의 자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적인 자유, 그리고 평화통일을 통한 자유의 실현”
⊙ 김정은, 민생 파탄 내면서 핵·미사일 개발… “의도 전혀 먹혀들지 않아”
⊙ “北 장기 억류자 가족에게 위로금 전달… 인권 문제 해결에 노력할 것”
⊙ “김정은, 이념 공백 지우기 위해 외부 도발 가능성 있어”
⊙ “김주애 등판, 김정은 정권 불안정하다는 증거”
⊙ “북한 실상 정확히 알려야”…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발간
⊙ “탈북민,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줬으면”

金暎浩
1959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美 버지니아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 청와대 통일비서관, 외교통상부 인권대사, 성신여대 교수,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 역임. 現 제43대 통일부 장관 /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과 전개과정》 《대한민국과 국제정치》 《대한민국의 건국혁명》(1, 2)
김영호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쓴 ‘자유 평화 통일’ 액자 앞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조준우
  ‘자유, 평화, 통일’.
 
  서울정부청사 통일부 장관 집무실 한쪽 벽에 걸린 액자에는 이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썼다고 한다. 통일부와 우리 정부의 통일관을 잘 함축하는 단어다.
 
  2월 6일 서울정부청사 통일부 장관 집무실에서 김영호(金暎浩) 통일부 장관을 만났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인 김 장관은 진주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 건국, 6·25 전쟁의 기원과 전개 과정, 한미관계 등을 연구한 국제정치 학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했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 교수로 일하면서 윤석열 정권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중장기 통일 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연구했다. 북한·통일 문제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읽는 혜안(慧眼)을 갖추고 있어 통일부 장관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김 장관은 인터뷰 내내 북한의 인권 문제가 현재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과 안보 문제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하루 건너 보도되고 있지만, 김 장관은 “통일은 반드시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자유의 북진
 
통일부는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게 ‘4대 자유’에 입각한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 1항)고 규정하고 있지만, 과거 정권하에서 통일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에 매달리느라 이 부분을 소홀히 해온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0번 이상 강조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에 가면 자유홀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유를 중시한다는 얘기죠. 이러한 국정철학에 맞춰 ‘4대 자유’의 관점에서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4대 자유라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제안했던 4대 자유(언론·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연상케 한다.
 
  ― 4대 자유란 무엇을 말합니까.
 
  “핵전쟁 공포로부터의 자유, 연대(連帶)의 자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적인 자유, 그리고 평화통일을 통한 자유의 실현입니다. 우선 ‘핵전쟁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담대한 구상’이란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우리의 경제·정치·군사적 조치의 동시적·단계적 이행을 통해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제안이다. 물론 북한은 이 제안을 일축했다.
 

  ― 나머지 세 가지 자유는 무슨 의미입니까.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미국·일본·EU 국가들과 연대해서 북핵 문제,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적 자유’는 북한 인권 문제 또한 내포합니다.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남북한 전체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현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으로 헌법 제4조가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것입니다. 저희 통일부는 이를 ‘자유의 북진(北進) 정책’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 ‘자유의 북진’이라니, 공감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력(武力)으로 북진 통일을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습니다. ‘자유의 북진’은 결국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증진시켜서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실상 정확하게 알려야”
 
통일부는 작년 12월 18일 ‘2023 북한인권 국제대화’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부
  ―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탈북민 6000명 이상을 인터뷰해 분석한 보고서로 알고 있는데요, 그 의의는 무엇입니까.
 
  “북한의 최근 변화상을 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경제 확대, 배급제 중단, 외국 화폐 통용, 여성의 지위 향상 등이 대표적입니다. 분석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우리가 원칙을 갖고 취해온 대북 정책이 최근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 각종 사회 지표가 하락하고 있으니까요. 반면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을 억제해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같은 보고서를 내는 것이야말로 통일부 본연의 임무인데, 그간 공개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간 실태 보고서는 국가 비밀로 분류됐습니다. 이렇게까지 묶어둘 이유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윤석열 정부는 북한 실상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북한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이 같은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요. 이런 이유로 지난해 《북한 인권 보고서》를 발간한 데 이어 올해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내게 됐습니다.”
 
  ― 국제사회의 관심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외신 역시 관심이 많고요. 이번 보고서 영문판도 조만간 발간할 예정입니다.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좋은 기회입니다. 또 조만간 주한 외국 대사를 모시고 북한 인권을 주제로 토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한국판 홀로코스트 박물관’ 건립 추진
 
  ― 통일부 장관에게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 통일부는 북한과 ‘대화만을 위한 대화’에 매달리면서 인권 문제, 북핵 문제, 탈북민, 자유통일을 위한 교육, 홍보 등을 소홀히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현 정부의 통일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현 정부는 당당하고 원칙적인 대북 정책을 세웠고, 이를 실제 따르고 있습니다. 탈북민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사살,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반인륜적 행태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이입니다. 대화만을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실질적 성과가 있는 대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 남북대화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장관으로 취임했는데, 그동안 어떤 부분에 주력해왔습니까.
 
  “북한 인권 문제 개선에 노력해왔습니다. 북한 인권은 북한 주민, 탈북민, 해외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 그리고 북한에 의해 위협받는 우리 국민 인권 모두를 아우릅니다.”
 
  ― 우리 국민이요?
 
  “네. 납북자, 억류자, 국군 포로를 가리킵니다. 특히 납북자, 억류자, 국군 포로 문제는 지난 8월 열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뜻을 모았습니다. 9월엔 장관 직속 납북자 대책팀이 만들어졌습니다. 11월에는 장기 억류자 6명을 납북자로 인정했고, 그중 4명의 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우리 국민에게 가하는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 추진 중인 구체적인 사업이 있습니까.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 사업입니다. ‘한국판 홀로코스트 박물관’으로 볼 수 있지요. 현재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부지를 확보했고, 2026년 완공될 예정입니다. 북한 인권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하면서 인권 문제와 관련한 허브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권은 보편적인 가치지만, 정권에 따라 그 관심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까? 그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제도화하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이 있다면요?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날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날짜를 언제로 하면 좋겠느냐는 이야기가 많은데, 탈북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니 통일부가 적절한 날짜를 결정하면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날짜를 의논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은 흔히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하지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통일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탓, 미국 탓’ 北, 과거 소련 닮아
 
2023년 11월 20일, 김영호 장관은 폴 라캐머라(Paul LaCamera) 유엔군 사령관을 만나 통일부-유엔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사진=통일부
  ― 김정은은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제1의 적대국·불변의 주적’으로 헌법에 명기하고, ‘평화통일’ 등의 표현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족 대 민족 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선언한 것입니다. 또 대남(對南) 기구를 정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김정은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정은 정권은 현재 2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군사적 딜레마입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기만 하면, 한국과 국제사회를 압박해 요구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지요.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고 한미 핵 협의 그룹이 구성됐습니다. 한·미·일 공조 역시 강화됐습니다. 북한의 재래식 도발과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이 단호하게 대응하며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민생 경제를 파탄 내면서까지 재원을 핵·미사일 개발에만 쏟아부었는데, 그 의도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 또 하나의 딜레마는 무엇입니까.
 
  “정치적 딜레마입니다. 이 같은 발언과 위협은 식량난과 경제난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봅니다.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설정해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의 동경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지요. 또 적대관계를 강조함으로써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대(先代) 지우기, 개혁·개방과 무관”
 
  ― 과거 소련이 보인 패턴과 유사해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냉전(冷戰) 시기 소련은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렸습니다. 현재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입만 열면 미국 탓, 한국 탓을 합니다. 다만 확실히 이해해야 할 것은, 북한이 무력 통일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절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김정은은 남북관계 재설정을 넘어 조국 3대 통일 헌장을 폐기하고 기념탑도 철거했습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업적 지우기에도 나서고 있는데요, 어떤 의도입니까.
 
  “현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은은 세습으로 권력을 물려받았습니다. 따라서 선대 업적을 지운다는 것은 세습 권력의 기반을 허무는 것과 같습니다. 김정은은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두고 ‘꼴불견’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덩샤오핑이나 도이모이가 그랬던 것과 달리, 개혁·개방으로 나서기 위해 전임자를 비판하는 게 아닙니다. 최근 상황에 대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관계자들도 당황했다고 하지요. 김일성, 김정일 노선에 익숙해 있던 엘리트 입장에서 볼 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즉 북한 내부에 이데올로기적 혼란과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이런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외부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역시 분명한 입장을 갖고 대응해야 합니다.”
 
  ― 분명한 입장이요?
 
  “확실한 억제체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일삼는 데 유화적으로 나섰다간 안보 상황을 더 위태롭게 만들 겁니다.”
 
 
  “총선, 美 대선 앞두고 北 도발 가능성 있어”
 
  ― 올해 4월엔 총선이,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김정은은 어떤 방식으로든 국제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할 텐데,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십니까.
 
  “군사 도발로 남한 사회와 국제사회에 안보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군사 도발은 정치 심리전의 성격을 갖고 있거든요. 한반도를 상시적인 분쟁 지역화하겠다는 의도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할 겁니다. ‘북한에 일정 부분 양보하고, 유화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걸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심리 선동이 어느 정도 먹혀든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 군사력과 한미동맹에 기초해 확실한 억제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통일부 역시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철저히 대응하고, 북한이 위협 발언을 할 때마다 단호한 대응 메시지를 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해 재집권하게 되면 지금의 대북 정책 노선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우리와 직결된 문제는 주한미군 주둔 문제일 텐데, 주한미군 관련 법안은 미 의회가 쥐고 있습니다. 미 국방예산법안은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거나 철군할 경우, 의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해뒀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정치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또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거치며 실무 단계에서부터 여러 협의체를 구성해놨습니다. 정권 변화가 생긴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되돌리긴 불가능합니다.”
 
  ― 트럼프 정권을 상대로 북한 문제에 관해 협의할 때 세워야 하는 전략은 무엇입니까.
 
  “먼저 미국 외교 정책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 외교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이념적 고립주의’입니다. 이념적 고립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 나온 미국 외교의 전략적 흐름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고립주의로 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습니다. 대신 ‘타산형 국제주의’를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익에 따라 자국 외교를 펼쳐나간다는 것이지요. 트럼프 정권 1기가 그랬듯이,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우리에게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합니다. 주한미군 방위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경제 역량도 우리는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국 공통의 이익을 바라봐야 합니다. 트럼프가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면 우리는 안보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또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트럼프 역시 중국을 견제하는 데 혈안이 됐었지요.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미관계를 악화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지 고민할 겁니다.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겠지요.”
 
 
  “김정은-북한 고위 엘리트, 공생관계”
 
김정은은 2023년 8월 27일 딸 김주애와 함께 해군사령부를 시찰했다. 사진=연합뉴스
  ― 2022년 11월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북한은 김주애를 자주 노출시키고 있고, 그에 대한 호칭과 의전이 날이 갈수록 격상되고 있습니다. 김주애를 앞세우는 김정은의 노림수는 무엇입니까.
 
  “북한 정권은 최고 권력 승계 구조를 제도적으로 갖춰놓지 못했습니다. 체제가 만성적인 불안정 상태에 있는 겁니다. 김정은은 2021년 제8차 조선노동당대회를 통해 총비서가 됐습니다. 그 밑에 7명의 비서를 뒀습니다. 제1비서직을 신설했는데, 제1비서는 총비서 유고 시 그 역할을 대행하게 돼 있습니다. 김정은은 그 당시부터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제1비서에 임명된 사람은 없지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후계 구도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는 김정은 외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최근 행보를 봤을 때,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점점 의전 수준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그만큼 북한 내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김주애를 내세워 세습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김정은 정권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면 대남 정책이나 북한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생길까요?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김정은과 북한 당·정·청 고위 엘리트들은 일종의 공생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소위 백두혈통이 없다면 이들 역시 호의호식(好衣好食)할 수 없는 구조지요. 이 구조를 굳이 깨뜨리려 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피해자는 북한 주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원을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을 것이기 때문에 식량난과 경제난은 더 심각해지겠지요.”
 
  ― 체제에는 이상이 없을 거란 말입니까.
 
  “우리가 북한을 바라볼 때 북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편적 관점으로도 봐야 합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요?
 
  “이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다면 체제와 권력을 유지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소련이나 동구권 공산체제에서 공통으로 일어났던 현상입니다. 김정은이 절대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이념을 바꾼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은, 역사의 보편적 관점이 결여된 해석이지요.”
 
  ― 김주애가 권력을 물려받으면 김여정(김정은 여동생)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요.
 
  “이미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아마 역할이 더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 지금은 숙청됐지만, 김정은 정권 초기 고모부인 장성택이 일종의 후견인 역할을 했습니다. 김주애가 권력자가 된다면 후견인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지금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자력갱생’ 새빨간 거짓말”
 
  ― 코로나19 이후 북한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외부에서 북한으로 식량 원조도 들어갔는데 지금은 모두 끊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은 얼마나 심각한 상황입니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의 추정 경제성장률을 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습니다. 역시 식량을 구매하고 경제를 키워야 할 재원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자신도 이 경제난을 인정했습니다. 지난 1월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경제가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제공하지 못한다’고 했지요. 아마르티아 센이라는 노벨상을 받은 인도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자유가 있는 사회에는 기근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북한에는 자유가 없기 때문에 정권이 재원을 마음대로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만약 북한에 자유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정책을 바꾸라는 요구가 나올 겁니다. 그러니 김정은이 자유를 허락할 리 없지요.”
 
  ―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간 돈을 식량으로 바꾸면 어느 정도입니까.
 
  “한국국방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북한 정권이 1970년대부터 핵 개발에 쓴 액수는 11억에서 16억 달러입니다. 북한의 4년 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2022년에 34회 미사일 도발을 했는데, 그때 사용된 자금으로 100만t의 식량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분인 80여만 톤을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이지요.”
 

  ― 김정은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력갱생(自力更生)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가능하다고 봅니까.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사소한 생필품마저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자력갱생이 되겠습니까? 맞닥뜨린 현실과 허구 이념 사이 괴리감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방 계획 경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다시금 실현할 수 없는 희망만 주는 꼴입니다.”
 
 
  “통일, 헌법상 책무”
 
  지난해 12월 공개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2023년 4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64.0%였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32.0%로 2015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25%가 불필요하다고 답했지만, 그사이 7%나 높아졌다. 북한의 광폭 행보에 질린 나머지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국민 인식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경제 격차가 가져올 통일 후 사회·경제적 혼란을 우려해 통일에 대한 기대치 역시 낮다. 김영호 장관은 이런 여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통일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낮아지는 데 대해서 통일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북한이 민족을 부정한다고 해서 민족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통일은 우리 헌법상 책무입니다. 반드시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목표지요. 북한이 우리를 대화 상대로 삼지 않겠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통일을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독일 통일의 역사를 보세요. 동독은 ‘2개 국가, 2개 민족’을 주장하며 서독과 맞섰습니다. 반면 서독은 내독성(우리의 통일부 격)에서 통일 문제를 다루며 통일을 꼭 이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습니다. 서독 주도의 평화통일이 이루어졌지요.”
 
  ― 통일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경향도 많습니다. 젊은 세대는 통일이 되면 자신에게 지워지는 경제 부담이 커진다고 불만을 갖더군요.
 
  “통일에 대해 가치 지향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 인권 상황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노예와 다름없지요. 통일을 경제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이라는 가치 중심적 관점에서 본다면, 통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될 것입니다.”
 
 
  “국제사회, 한반도 비전 지지할 것”
 
통일부는 작년 12월 1일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부
  ― 통일이 남북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지지를 받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처음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윤 대통령 순방 때 ‘자유, 평화, 통일’이라는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만나면서 한반도 비전을 설명할 텐데, 이 과정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끝으로 우리가 탈북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탈북민 차별 의식은 꼭 근절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통일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이 여러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노력만으론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탈북민 일자리 문제나 탈북 청소년 교육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국민과 기업 모두 탈북민을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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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ulmhh@gmail.com    (2024-02-22) 찬성 : 0   반대 : 0
정치인 출신의 통일부 장관과 다른 국제정치학 박사로 평생 쌓아 올린 풍부한 식견으로
통일부의 환골탈태’를 실행할 적임자로써 김영호 장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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