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대협 1기’ 이인영의 통일부와 ‘전대협 3기’ 임종석의 경문협
⊙ ‘北 저작물’ 이용 명목으로 31억원 수수(2005~2020년)… 8억원은 대북송금
⊙ “북한 창작인들은 조선문학예술총동맹 맹원 또는 공무원… 저작권은 정권 소유”
⊙ “北 저작물 권리 행사 주체는 북한 ‘저작권 사무국’(내각 산하)”
⊙ “북한 정권과 무관한 돈” 주장하면서도 송금내역 공개 안 하는 경문협
⊙ 통일부는 ‘국익 훼손’ 운운하며 ‘비공개’ 결정… 경문협 추심 거부 논리와 상충
⊙ “비공개 사유 입증책임은 공공기관에 있다”(大法판례)
⊙ ‘北 저작물’ 이용 명목으로 31억원 수수(2005~2020년)… 8억원은 대북송금
⊙ “북한 창작인들은 조선문학예술총동맹 맹원 또는 공무원… 저작권은 정권 소유”
⊙ “北 저작물 권리 행사 주체는 북한 ‘저작권 사무국’(내각 산하)”
⊙ “북한 정권과 무관한 돈” 주장하면서도 송금내역 공개 안 하는 경문협
⊙ 통일부는 ‘국익 훼손’ 운운하며 ‘비공개’ 결정… 경문협 추심 거부 논리와 상충
⊙ “비공개 사유 입증책임은 공공기관에 있다”(大法판례)
- 사진=뉴시스
통일부가 이른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의 대북송금 내역에 대한 법원의 ‘사실 조회 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은 경문협이 북한에 저작권료로 보낸 돈의 송금 경로와 북한 쪽 수령인을 밝히라고 요청했으나, 통일부는 ‘국익’과 ‘법인(경문협)의 경영상 비밀’을 주장하며 공개하지 않았다.
좋게 말해 대북유화적인 문재인(文在寅) 정부의 통일부이기 때문에 북한 관련 자료 공개에 소극적일 수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1980년대 당시 소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李仁榮) 장관의 통일부가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종석(任鍾晳)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경문협에 불리할 수 있는 자료를 비공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통일부가 내세운 비공개 사유에 대한 법리적 타당성 여부도 논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우리 사법부의 판결과 전문가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경문협과 통일부 주장의 타당성을 분석했다. 참고로 기사에 인용한 자료에서는 북한 정권을 국가, 정부 등으로 칭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원문을 직접 인용한 탓에 해당 오류를 바로잡지는 않았으나,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우리 영토 북반부를 불법 점유하고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저작권료’ 31억원 수취… 8억원은 대북송금
경문협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임종석씨가 주도해 만들고 이사장으로 재직한 단체다. 이들의 ‘연혁’에 따르면 경문협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임씨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기구 ‘민족화해협의회’와 외곽단체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2021년에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개칭)에 이른바 ‘남북 경제문화 교류’를 제안한 데서 출발했다.
소위 북한 민화협은 공산당이 자력으로 체제 변혁이 어려울 때 동조 세력을 확보해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투쟁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직전술인 ‘통일전선’을 남한의 각계각층과 형성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은 북한 노동당의 ‘영도’ 아래 한반도 전역에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실현하고,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투쟁’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이런 단체들과 접촉해 대북지원 방안을 논의하던 와중에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경문협이 출범했다.
이 단체의 초대 이사장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당시 초대 통일원 장관을 지낸 한완상(韓完相)씨다. 한씨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2005년 7월에 ‘2대 이사장’으로 임씨가 취임했다.
임씨는 2005년 7월 29일부터 2017년 5월 10일까지 경문협 이사장으로 활동하다가 ‘문재인 청와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사임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그만둔 뒤, 임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2019년 11월 돌연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다”면서 경문협 이사장직을 다시 맡았다.
경문협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북한 저작권료’를 추심해왔다. 경문협은 2005년 북한 내각 산하 ‘저작권 사무국’이란 곳과 남북 저작권 교류에 관한 포괄적 합의서를 체결했다.
2006년 5월엔 북한의 조선방송위원회, 조선영화수출입사로부터 영상 저작물에 대한 대리권을 맡았다. 2007년 9월엔 월북(越北) 무용가 최승희(崔承喜)의 사진과 동영상 사용에 대한 업무를 맡았다. 2008년 12월엔 이기영(李箕永), 백석(白石) 등 월북 작가 후손으로부터 저작권 보호와 관리 업무를 수탁했다. 2009년 3월엔 북한의 ‘조선사진가동맹 중앙위원회’로부터 북한의 모든 사진에 대한 저작권 업무를 맡았다.
경문협은 소위 ‘남북 저작권 교류 사업’이란 명목 아래 북한 단체들과 맺은 협약에 따라 북한 저작물 사용료를 국내 업체에서 거둬들여 북한에 송금하는 일을 해왔다. 경문협은 ‘저작권료’ 명목으로 수취한 자금 중 7억9000만원을 북한에 송금(2005~2008년)했다. 2008년 당시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도발 이후 대북송금이 금지되자, 지금까지 23억원(2009년~ )을 법원에 공탁했다.
법원 공탁금은 청구권자가 돈을 가져갈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됐다면,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자금 중 2009년도분 2266만원, 2010년도분 2억790만원은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환수돼야 했지만, 경문협은 국고 귀속일이 다가오자 ‘회수 후 재(再)공탁’ 수법을 써서 ‘북한 저작권료’를 보호했다.
법원 추심 명령에 불복한 임종석의 경문협
앞서 언급한 법원의 경문협 대북송금 내역 공개 요청은 탈북 6·25 국군 포로 2명이 김정은과 북한 당국을 상대로 북한 억류 기간 강제노역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지난해 7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4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항소하지 않아,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같은 해 8월 4일, 서울중앙지법은 탈북 6·25 국군 포로 2명을 채권자로, 북한과 김정은을 채무자로, 경문협을 제3 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해당 자금 중 경문협이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 언론사로부터 징수한 총 1억9253만원에서 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다고 결정했다.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북한 저작권료’가 사실상 유일한 남한 내 북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경문협은 이에 불복하고, 추심을 거부했다.
국군 포로 측은 경문협이 현재 보관 중인 북한 저작권료 23억원에서 4200만원을 배상하라는 별도의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냈다. 이와 관련, 경문협은 추심 거부 이유로 “채권의 권리자는 조선중앙방송위원회·조선영화수출입사·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등 3개의 법인과 17명의 개인 등 저작물의 저작자”라며 “채권자(탈북 국군 포로)가 경문협이 보관한 금원이 북한의 소유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경문협은 또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서 법령에 따라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보호한다”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 있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그와 같은 효과를 가지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남북 사이의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2000년) 등을 근거로 내세워 ‘북한 저작권료’는 소위 ‘압류 금지 채권’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 4월 12일 “(경문협이 주장한)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는 정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국민 개인의 권리행사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문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문협이 계약 맺은 北 단체는 노동당·내각 산하 기구
탈북 6·25 국군 포로 측이 제기한 채권 추심 소송의 쟁점은 북한 저작권료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점이다. 경문협이 “저작권료는 북한 정부의 돈이 아니고 북한 방송사·소설 작가 등 저작권자의 돈”이란 식으로 지급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기 위해 국군 포로 측은 지난 4월 통일부에 사실 조회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경문협이 지난 2005~2008년 북한에 송금한 저작권료 7억9000만원이 경문협 주장대로 북한 정권과 무관한 ‘민간’에 지급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사실 조회’를 통일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므로 비공개 대상”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법인의 경영상 비밀’이란 이유도 덧붙였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할까.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들어맞을까.
경문협은 탈북 6·25 국군 포로 측의 요구와 법원 판단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중앙방송위원회’를 동일시하는 오류”라고 ‘항변’한다. “‘저작물의 제작자’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동일시할 수 없다”며 “우리의 경우로 치환해 생각하면, 채권자는 공영 방송사인 KBS를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이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북한의 경우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의 ‘헌법’에 따르면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 소유’(제20조)다. 국가 소유권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제21조). 각급 공공기관, 기업은 이에 대한 점유, 이용, 관리권만 가질 뿐이다. 그 경영상의 관리권은 ‘국가 소유권’을 실현하는 차원의 종속된 권리에 불과하다.
북한에서 표면적으로 허용되는 ‘사적 소유’는 공민들의 개인적이며 소비 목적을 위한 소유에 그친다. 개인 소유는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와 국가와 사회의 추가적 혜택으로 이뤄진다(제24조). 결국 모든 생산수단은 북한이란 체제 소유이며, 개인 소유는 ‘소비’에 한해 인정될 뿐이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시장원리에 의한 경제 체제, 자율경영을 하는 민간기업, 사유재산권을 갖는 개인이 북한에 존재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북한 정권과 그 하부기관, 기업을 구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 정권과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관계를 우리 정부와 한국방송공사의 관계와 같다는 식의 주장은 ‘어폐’가 있다. 조선중앙방송위원회는 북한의 라디오 방송과 텔레비전 방송을 조직·운영하며 북한 역내 모든 방송을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북한 내각 문화성의 직속 기관이다. 위원장 임명과 방송 내용 검열·통제는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맡는다.
북한에서 ‘저작권’은 독재정권 소유
또한 경문협이 ‘남북 저작권 교류에 관한 포괄적 합의서’를 체결한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은 북한 내각 산하 기구다. 이 밖에 저작권 업무를 맡은 조선영화수출입사, 조선사진가동맹 중앙위원회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에 속한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의 산하 단체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사실상 ‘저작권’을 갖지 못한다. 북한의 창작인들은 사실상 모두 공무원이고, 그들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역시 개인이 아닌 북한 정권이 갖는다. 이와 관련해 최은석 경남대 극동연구소 연구교수는 2009년에 쓴 연구보고서 〈북한의 저작권법과 남한에서의 북한 저작물 이용 및 쟁점〉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각주를 달아 부연했다.
〈남한에서의 저작권자는 일반적으로 자유 직업인으로 작품의 창작은 개인의 자유에 따라 이루어지며, 작품의 내용과 구성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한 완성된 작품의 이용은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전문적인 창작인들은 조선문학예술총동맹(문예총)에 소속된 정맹원이며 국가기관의 공무원이다.〉
〈북한에는 사회 조직이 세 가지가 있다. 이는 ①정부행정부 ②당중앙위원회 ③대중단체(작가동맹이 여기에 속한다)인데 북한의 작가는 이 ①②③ 가운데 한 곳에 소속되어, 소설을 쓸 경우 작가동맹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작가동맹에 소속되면 의복, 식량, 주택 등을 배정받고 월급 또한 자기가 소속해 있는 곳에서 받는다. (중략) 공장에서 일하는 작가동맹 맹원이면 공장에서 받고, 행정부 소속이면 행정부에서 받고 당중앙위원회 소속이면 당중앙위원회에서 받는다. 정부 결정으로 작가 활동만 하면 2년이든 3년이든 집필하는 기간은 충분히 준다. 사망 후 개인은 전혀 저작권이 없다. 즉 사유재산은 인정하지 않고, 작가동맹에서 전부 권리를 갖는다. 모든 재산권은 국가가 소유하기 때문이다.〉
김시열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이 2016년에 쓴 〈균형적인 남북 저작권 교류를 위한 교섭력 확보 방안에 관한 연구〉에도 북한의 개인 저작권 소유 실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일부 우리가 접하는 단계에서 개인 창작물로 보이는 작품들이 존재하긴 하더라도 북측의 내부적 권리 관계상 진정한 개인의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저작권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단체 등의 이름으로 창작된 것으로서 사실상 대부분의 저작권은 국가 소유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략) 남측에 유통되는 북측 저작물에 저작권자로 보이는 자의 성명이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창작한 사람을 특정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해당 저작물의 재산적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는 북측 정부, 구체적으로는 저작권 사무국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중략) 상당수의 저작물이 국가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개인에게 창작에 대한 권리가 부여되는 것으로 북측의 저작권법 체계 및 대외적 현상 등으로 인하여 오해할 수 있으나, 실상은 저작권사무국이 권리행사의 실질적인 주체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경문협 송금 내역 공개하면 국익 훼손?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탈북 6·25 국군 포로 측의 추심을 거부하면서 경문협이 내놓은 주장은 북한 실상과 맞지 않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통일부의 정보공개 거부 논리도 마찬가지다. 통일부는 경문협의 대북송금 내역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정보 중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제9조 1항 2호)”라고 주장하며 ‘사실 조회’를 거부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펴낸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2호에 의해 비공개되려면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 이는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의 투명성, 국가적 의혹 해소, 그리고 개별국민의 권익보장과 같이 공개로 인한 이익과, 공개되었을 때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어느 이익이 더 우선하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조 ○항 ○호에 의거 비공개 결정”이란 식으로 ‘개괄적 사유’만을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행태는 ‘위법’ 소지가 있다. 기존 판례(대법원 98두3426 판결 등)에 따르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목표에 따라 제정된 ‘정보공개법’상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모든 정보는 공개 대상이다. 국민으로부터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은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각호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두 공개해야 한다.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라고 해도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하고,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해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몇 호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바로 공공기관에 있다. 그렇지 않고서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2호에 해당하므로 비공개”란 식으로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경문협의 대북송금 같은 경우는 행안부가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에서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2호와 관련해서 제시한 ‘비공개 유형’ 20개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통일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비공개 대상 세부 기준’을 고 려해도 경문협의 대북송금 내역에 대해 왜 ‘비공개’ 결정을 내렸는지 그 까닭을 유추하는 건 쉽지 않다.
서로 충돌하는 통일부와 경문협의 주장
통일부의 공개 거부 논리는 경문협의 주장과 상충한다. 경문협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창작자 개인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했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바꿔 말하면, 북한 당국과 무관한 민간단체, 개인과의 ‘거래’라는 점을 내세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금은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로 활동하는 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가 과거 북한 정권에 송금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민간 거래에 불과하다는 경문협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통일부가 ‘국익’ 운운하며 공개 거부를 한 작태는 ‘위법’ 소지가 있다. 이럴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정보공개 청구 대상 정보와 관련된 업무 담당자 포함)는 정보공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하며, 공개 여부의 자의적인 결정, 고의적인 처리 지연 또는 위법한 공개 거부 및 회피 등 부당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정보공개법’ 제6조의 2)”는 ‘정보공개 담당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만일 통일부의 공개 거부 사유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경문협의 추심 거부 논리는 힘을 잃게 된다. 북한 저작권료의 수취인이 개별 창작자가 아니라 북한 정권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사 경문협이 북한 정권에 송금했다고 해도, 통일부가 ‘국익’ ‘안보’ 운운하며 이를 비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6·25 국군 포로는 국제협약에 따른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다. 북한 정권은 이들의 존재를 은폐하고, 수십 년 동안 억류·구금하면서 강제노역을 시키는 등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반(反)인권 범죄를 자행했다. 뒤늦게 자력으로 북한을 탈출해 조국으로 돌아온 국군 포로들이 북한 독재정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채권’을 인정받게 됐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채권 추심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법적·도의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국가의 의무’인데도, 통일부는 탈북 6·25 국군 포로 채권 추심에는 불리하고 북한 정권에는 이로운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공익법인’ 경문협의 의무
통일부가 내세운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정보공개법 제9조 1항 7호)”란 주장도 설득력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존 판례(대법원 2008두13392 판결)에 따르면 경문협과 같은 ‘공익법인’은 여타 민간단체보다 국민의 감시가 필요하고, 이를 감수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 참고로, 경문협은 2018년에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지정기부금단체란, 기부금을 지급한 개인과 법인이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체를 말한다. 지정기부금단체는 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한다. 다음은 ‘공익법인’ 관련 정보공개에 관한 판결문 중 ‘법인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대목이다.
〈사업체인 법인 등의 사업활동에 관한 비밀의 유출을 방지하여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로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공개법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여 보면, 제9조 제1항 제7호 소정의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함이 유리한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정보’ 또는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비밀사항’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공개 여부는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바, 그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는 앞서 본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이를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 의한 감시의 필요성이 크고 이를 감수하여야 하는 면이 강한 공익법인에 대하여는 보다 소극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에 따라 경문협과 같은 ‘공익법인’의 정보공개와 관련해서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릴 때도 여타 단체의 경우보다 소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공공기관인 통일부는 경문협이 ‘공익법인’이란 점을 감안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좋게 말해 대북유화적인 문재인(文在寅) 정부의 통일부이기 때문에 북한 관련 자료 공개에 소극적일 수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1980년대 당시 소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李仁榮) 장관의 통일부가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종석(任鍾晳)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경문협에 불리할 수 있는 자료를 비공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통일부가 내세운 비공개 사유에 대한 법리적 타당성 여부도 논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우리 사법부의 판결과 전문가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경문협과 통일부 주장의 타당성을 분석했다. 참고로 기사에 인용한 자료에서는 북한 정권을 국가, 정부 등으로 칭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원문을 직접 인용한 탓에 해당 오류를 바로잡지는 않았으나,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우리 영토 북반부를 불법 점유하고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저작권료’ 31억원 수취… 8억원은 대북송금
경문협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임종석씨가 주도해 만들고 이사장으로 재직한 단체다. 이들의 ‘연혁’에 따르면 경문협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임씨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기구 ‘민족화해협의회’와 외곽단체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2021년에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개칭)에 이른바 ‘남북 경제문화 교류’를 제안한 데서 출발했다.
소위 북한 민화협은 공산당이 자력으로 체제 변혁이 어려울 때 동조 세력을 확보해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투쟁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직전술인 ‘통일전선’을 남한의 각계각층과 형성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은 북한 노동당의 ‘영도’ 아래 한반도 전역에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실현하고,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투쟁’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이런 단체들과 접촉해 대북지원 방안을 논의하던 와중에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경문협이 출범했다.
이 단체의 초대 이사장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당시 초대 통일원 장관을 지낸 한완상(韓完相)씨다. 한씨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2005년 7월에 ‘2대 이사장’으로 임씨가 취임했다.
임씨는 2005년 7월 29일부터 2017년 5월 10일까지 경문협 이사장으로 활동하다가 ‘문재인 청와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사임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그만둔 뒤, 임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2019년 11월 돌연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다”면서 경문협 이사장직을 다시 맡았다.
경문협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북한 저작권료’를 추심해왔다. 경문협은 2005년 북한 내각 산하 ‘저작권 사무국’이란 곳과 남북 저작권 교류에 관한 포괄적 합의서를 체결했다.
2006년 5월엔 북한의 조선방송위원회, 조선영화수출입사로부터 영상 저작물에 대한 대리권을 맡았다. 2007년 9월엔 월북(越北) 무용가 최승희(崔承喜)의 사진과 동영상 사용에 대한 업무를 맡았다. 2008년 12월엔 이기영(李箕永), 백석(白石) 등 월북 작가 후손으로부터 저작권 보호와 관리 업무를 수탁했다. 2009년 3월엔 북한의 ‘조선사진가동맹 중앙위원회’로부터 북한의 모든 사진에 대한 저작권 업무를 맡았다.
경문협은 소위 ‘남북 저작권 교류 사업’이란 명목 아래 북한 단체들과 맺은 협약에 따라 북한 저작물 사용료를 국내 업체에서 거둬들여 북한에 송금하는 일을 해왔다. 경문협은 ‘저작권료’ 명목으로 수취한 자금 중 7억9000만원을 북한에 송금(2005~2008년)했다. 2008년 당시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도발 이후 대북송금이 금지되자, 지금까지 23억원(2009년~ )을 법원에 공탁했다.
법원 공탁금은 청구권자가 돈을 가져갈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됐다면,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자금 중 2009년도분 2266만원, 2010년도분 2억790만원은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환수돼야 했지만, 경문협은 국고 귀속일이 다가오자 ‘회수 후 재(再)공탁’ 수법을 써서 ‘북한 저작권료’를 보호했다.
법원 추심 명령에 불복한 임종석의 경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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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인사들과 탈북한 국군 포로가 북한 김정은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같은 해 8월 4일, 서울중앙지법은 탈북 6·25 국군 포로 2명을 채권자로, 북한과 김정은을 채무자로, 경문협을 제3 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해당 자금 중 경문협이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 언론사로부터 징수한 총 1억9253만원에서 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다고 결정했다.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북한 저작권료’가 사실상 유일한 남한 내 북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경문협은 이에 불복하고, 추심을 거부했다.
국군 포로 측은 경문협이 현재 보관 중인 북한 저작권료 23억원에서 4200만원을 배상하라는 별도의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냈다. 이와 관련, 경문협은 추심 거부 이유로 “채권의 권리자는 조선중앙방송위원회·조선영화수출입사·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등 3개의 법인과 17명의 개인 등 저작물의 저작자”라며 “채권자(탈북 국군 포로)가 경문협이 보관한 금원이 북한의 소유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경문협은 또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서 법령에 따라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보호한다”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 있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그와 같은 효과를 가지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남북 사이의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2000년) 등을 근거로 내세워 ‘북한 저작권료’는 소위 ‘압류 금지 채권’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 4월 12일 “(경문협이 주장한)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는 정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국민 개인의 권리행사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문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문협이 계약 맺은 北 단체는 노동당·내각 산하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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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장관의 통일부는 임종석씨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과거 대북송금 경로에 대한 법원의 ‘사실 조회’ 요청을 거부했다. 사진=뉴시스 |
법원은 경문협이 지난 2005~2008년 북한에 송금한 저작권료 7억9000만원이 경문협 주장대로 북한 정권과 무관한 ‘민간’에 지급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사실 조회’를 통일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므로 비공개 대상”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법인의 경영상 비밀’이란 이유도 덧붙였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할까.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들어맞을까.
경문협은 탈북 6·25 국군 포로 측의 요구와 법원 판단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중앙방송위원회’를 동일시하는 오류”라고 ‘항변’한다. “‘저작물의 제작자’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동일시할 수 없다”며 “우리의 경우로 치환해 생각하면, 채권자는 공영 방송사인 KBS를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이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북한의 경우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의 ‘헌법’에 따르면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 소유’(제20조)다. 국가 소유권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제21조). 각급 공공기관, 기업은 이에 대한 점유, 이용, 관리권만 가질 뿐이다. 그 경영상의 관리권은 ‘국가 소유권’을 실현하는 차원의 종속된 권리에 불과하다.
북한에서 표면적으로 허용되는 ‘사적 소유’는 공민들의 개인적이며 소비 목적을 위한 소유에 그친다. 개인 소유는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와 국가와 사회의 추가적 혜택으로 이뤄진다(제24조). 결국 모든 생산수단은 북한이란 체제 소유이며, 개인 소유는 ‘소비’에 한해 인정될 뿐이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시장원리에 의한 경제 체제, 자율경영을 하는 민간기업, 사유재산권을 갖는 개인이 북한에 존재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북한 정권과 그 하부기관, 기업을 구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 정권과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관계를 우리 정부와 한국방송공사의 관계와 같다는 식의 주장은 ‘어폐’가 있다. 조선중앙방송위원회는 북한의 라디오 방송과 텔레비전 방송을 조직·운영하며 북한 역내 모든 방송을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북한 내각 문화성의 직속 기관이다. 위원장 임명과 방송 내용 검열·통제는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맡는다.
북한에서 ‘저작권’은 독재정권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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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문협이 저작권료 대리 수취 관련 계약을 맺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조선영화수출입사,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는 모두 북한 내각 또는 노동당 산하 기구다. 출처=경문협 |
북한에서는 개인이 사실상 ‘저작권’을 갖지 못한다. 북한의 창작인들은 사실상 모두 공무원이고, 그들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역시 개인이 아닌 북한 정권이 갖는다. 이와 관련해 최은석 경남대 극동연구소 연구교수는 2009년에 쓴 연구보고서 〈북한의 저작권법과 남한에서의 북한 저작물 이용 및 쟁점〉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각주를 달아 부연했다.
〈남한에서의 저작권자는 일반적으로 자유 직업인으로 작품의 창작은 개인의 자유에 따라 이루어지며, 작품의 내용과 구성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한 완성된 작품의 이용은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전문적인 창작인들은 조선문학예술총동맹(문예총)에 소속된 정맹원이며 국가기관의 공무원이다.〉
〈북한에는 사회 조직이 세 가지가 있다. 이는 ①정부행정부 ②당중앙위원회 ③대중단체(작가동맹이 여기에 속한다)인데 북한의 작가는 이 ①②③ 가운데 한 곳에 소속되어, 소설을 쓸 경우 작가동맹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작가동맹에 소속되면 의복, 식량, 주택 등을 배정받고 월급 또한 자기가 소속해 있는 곳에서 받는다. (중략) 공장에서 일하는 작가동맹 맹원이면 공장에서 받고, 행정부 소속이면 행정부에서 받고 당중앙위원회 소속이면 당중앙위원회에서 받는다. 정부 결정으로 작가 활동만 하면 2년이든 3년이든 집필하는 기간은 충분히 준다. 사망 후 개인은 전혀 저작권이 없다. 즉 사유재산은 인정하지 않고, 작가동맹에서 전부 권리를 갖는다. 모든 재산권은 국가가 소유하기 때문이다.〉
김시열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이 2016년에 쓴 〈균형적인 남북 저작권 교류를 위한 교섭력 확보 방안에 관한 연구〉에도 북한의 개인 저작권 소유 실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일부 우리가 접하는 단계에서 개인 창작물로 보이는 작품들이 존재하긴 하더라도 북측의 내부적 권리 관계상 진정한 개인의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저작권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단체 등의 이름으로 창작된 것으로서 사실상 대부분의 저작권은 국가 소유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략) 남측에 유통되는 북측 저작물에 저작권자로 보이는 자의 성명이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창작한 사람을 특정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해당 저작물의 재산적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는 북측 정부, 구체적으로는 저작권 사무국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중략) 상당수의 저작물이 국가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개인에게 창작에 대한 권리가 부여되는 것으로 북측의 저작권법 체계 및 대외적 현상 등으로 인하여 오해할 수 있으나, 실상은 저작권사무국이 권리행사의 실질적인 주체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경문협 송금 내역 공개하면 국익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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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은 북한 고문에 의해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북한이 5억113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864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2019년 미국이 압류·몰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 소유권이 웜비어 부모에게 있다고 인정했다. 사진=뉴시스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펴낸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2호에 의해 비공개되려면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 이는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의 투명성, 국가적 의혹 해소, 그리고 개별국민의 권익보장과 같이 공개로 인한 이익과, 공개되었을 때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어느 이익이 더 우선하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조 ○항 ○호에 의거 비공개 결정”이란 식으로 ‘개괄적 사유’만을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행태는 ‘위법’ 소지가 있다. 기존 판례(대법원 98두3426 판결 등)에 따르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목표에 따라 제정된 ‘정보공개법’상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모든 정보는 공개 대상이다. 국민으로부터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은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각호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두 공개해야 한다.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라고 해도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하고,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해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몇 호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바로 공공기관에 있다. 그렇지 않고서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2호에 해당하므로 비공개”란 식으로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경문협의 대북송금 같은 경우는 행안부가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에서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2호와 관련해서 제시한 ‘비공개 유형’ 20개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통일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비공개 대상 세부 기준’을 고 려해도 경문협의 대북송금 내역에 대해 왜 ‘비공개’ 결정을 내렸는지 그 까닭을 유추하는 건 쉽지 않다.
통일부의 공개 거부 논리는 경문협의 주장과 상충한다. 경문협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창작자 개인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했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바꿔 말하면, 북한 당국과 무관한 민간단체, 개인과의 ‘거래’라는 점을 내세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금은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로 활동하는 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가 과거 북한 정권에 송금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민간 거래에 불과하다는 경문협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통일부가 ‘국익’ 운운하며 공개 거부를 한 작태는 ‘위법’ 소지가 있다. 이럴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정보공개 청구 대상 정보와 관련된 업무 담당자 포함)는 정보공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하며, 공개 여부의 자의적인 결정, 고의적인 처리 지연 또는 위법한 공개 거부 및 회피 등 부당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정보공개법’ 제6조의 2)”는 ‘정보공개 담당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만일 통일부의 공개 거부 사유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경문협의 추심 거부 논리는 힘을 잃게 된다. 북한 저작권료의 수취인이 개별 창작자가 아니라 북한 정권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사 경문협이 북한 정권에 송금했다고 해도, 통일부가 ‘국익’ ‘안보’ 운운하며 이를 비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6·25 국군 포로는 국제협약에 따른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다. 북한 정권은 이들의 존재를 은폐하고, 수십 년 동안 억류·구금하면서 강제노역을 시키는 등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반(反)인권 범죄를 자행했다. 뒤늦게 자력으로 북한을 탈출해 조국으로 돌아온 국군 포로들이 북한 독재정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채권’을 인정받게 됐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채권 추심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법적·도의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국가의 의무’인데도, 통일부는 탈북 6·25 국군 포로 채권 추심에는 불리하고 북한 정권에는 이로운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공익법인’ 경문협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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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문협은 ‘공익법인’이다. 판례에 따르면 공익법인에 대한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할 때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한 ‘비공개’ 결정은 소극적으로 해야 한다. 출처=국세청 |
〈사업체인 법인 등의 사업활동에 관한 비밀의 유출을 방지하여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로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공개법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여 보면, 제9조 제1항 제7호 소정의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함이 유리한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정보’ 또는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비밀사항’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공개 여부는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바, 그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는 앞서 본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이를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 의한 감시의 필요성이 크고 이를 감수하여야 하는 면이 강한 공익법인에 대하여는 보다 소극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에 따라 경문협과 같은 ‘공익법인’의 정보공개와 관련해서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릴 때도 여타 단체의 경우보다 소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공공기관인 통일부는 경문협이 ‘공익법인’이란 점을 감안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