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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복지디폴트 언급한 조충훈 순천시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

“지방정부는 福祉 배달하는 택배회사”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agleb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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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퓰리즘적 복지 공약과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로 지자체 몸살
⊙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 폐지 불발은 국회의원 기득권 때문
⊙ 단체장이 살림을 엉망으로 하면 파산 감수해야
⊙ 순천시민, 변화를 원했기 때문에 이정현 선택한 것

趙忠勳
⊙ 61세. 국민대 행정학과 졸업. 중앙대 행정대학원 석사.
⊙ 한국 JC 중앙회장, 새천년민주당 직능위원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民選 4·7대 순천시장 역임. 현 순천시장.
⊙ 국민훈장 석류장, 대통령 표창 수상.
  “복지는 국가사무입니다. 특히 영유아 보육, 기초연금은 국민으로서 최소한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인 만큼 100% 국가가 부담해야 해요. 이들 비용을 현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고 있습니다.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면, 지방자치단체와 사전에 상의를 했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논의의 장은 전혀 없었어요. 기초자치단체의 부담 폭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직후 순천시청에서 만난 조충훈(趙忠勳) 시장은 “정부에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 실정을 알아 달라는 간곡한 호소”라고 강조했다. 조 시장은 지난 8월 민선(民選) 6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 공동회장단 회의에서 협의회 대표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복지혜택 남발’로 기초자치단체가 ‘복지디폴트(지급불능)’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전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 9월 3일 협의회 차원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한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과중한 복지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의 전폭지원이 없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복지비용 지급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안전행정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곧바로 반박 자료까지 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자체의 움직임에 중앙정부가 즉각 반응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복지비용 부담의 주체를 놓고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가 계속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복지 계속 늘면 지자체 파산할 수도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순천시장에 당선된 조 시장은 2012년 4월 순천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6·4 민선(民選) 6기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 48.1%의 높은 득표율로 시장이 됐다. 순천은 지난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李貞鉉) 후보가 출마해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조충훈 시장에게서 복지비용이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에 어느 정도 부담을 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들어 봤다. 이정현 의원의 당선과 관련해 순천시민의 정서에 대해서도 물었다.
 
  —자치단체의 복지비 부담은 어느 정도입니까.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지요. 우리나라 복지비용 규모가 2008년에 22조원이었는데, 올해에는 40조원이 들어갑니다. 두 배가량 늘어났지요. 지방예산 증가율은 5.2%인 데 비해 사회복지 예산의 평균 증가율은 12.6%입니다. 지난 7월부터 기초연금제도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반년 동안 7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해요. 내년에는 1조4000억원이 더 들어가요. 작년부터 무상보육을 전면 확대하면서 지자체가 분담해야 할 액수는 계속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특별시·광역시 자치구의 경우 재정의 상당 부분을 노인이나 영유아 보육에 쓰고 있어 재정부담은 위기상태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난번 기자회견을 통해 기초연금 전액 국비지원 또는 평균 국고보조율 90% 이상 확대를 촉구했고,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서울 40%, 지방 70%까지 올리고 아울러 지방소비세율은 현행 11%에서 16%로 인상해 달라는 재정지원 대책을 중앙정부에 요구한 것입니다.”
 
  —복지비 과다지출로 자치단체들이 ‘복지디폴트’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들리기에 따라서는 중앙정부를 협박하는 듯해 보입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중앙과 지방이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기 위한 ‘호소’였습니다. 현재와 같이 기초연금, 영유아 보육료 등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의한 복지비 부담 상황이 계속될 경우, 전국 226개 지자체가 주민을 위한 복지업무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에는 ‘복지디폴트’를 넘어 ‘파산’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일 뿐입니다.”
 
  —현재 복지예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방정부의 분담률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복지의 필요성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더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의 세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비용이 계속 늘어나면 지자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중앙정부가 이런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뜻에서 호소문을 낸 거죠.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기초연금과 영유아 보육 문제를 100% 중앙정부가 책임질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복지 문제에 있어 지자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면, 정부가 지자체와 상의를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논의는 전혀 없었어요.”
 
 
  골목길 100m 포장할 돈도 없어
 
운영 수익금 164억원을 남긴 순천 정원박람회 현장. 지금도 관람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순천시의 연간 예산액 중에서 복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30%가량 됩니다. 그래도 저희 순천시는 양호한 편입니다. 일부 자치구의 경우 60%에 달하는 곳도 있어요. 그런 구청장들을 만나 보면 죽을 지경이라고 말합니다. 복지예산이 60%에 달하고 공무원들 인건비 주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해요. 골목길 100m를 포장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못한다는 겁니다.”
 
  —지자체의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방만한 지방재정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광역·기초 등 자치단체 간 재원 배분비율 문제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우리의 호소에 바로 화답해 준 보건복지부와 안전행정부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지자체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곧바로 지방재정의 방만한 경영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유감입니다. 건강한 지방자치를 위한 여러 조치는 필요하겠지요. 자치단체의 파산제 도입도 여건이 성숙되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입니다. 가정의 주부 역할을 하는 단체장이 살림을 엉망으로 하면 파산까지 감수해야죠.”
 
  조충훈 시장은 정부가 지자체의 현실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 지방소비세를 6%포인트 높여 지방재정이 호전되었다고 최근 정부가 밝혔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지난해 지방소비세 인상은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취득세 영구 인하에 따른 보전조치로 이뤄진 겁니다. 복지지출의 부담 해소와는 관련이 없어요. 물론 일부 지자체에서 호화 청사를 짓고, 전시성 사업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고, 그런 돈을 복지 쪽에 쓰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희는 겸허히 그런 지적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전국에 226개의 시·군·구 중에 호화 청사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몇 개나 될까요? 226개 중에 10%도 안 될 겁니다. 그리고 방만한 재정운영을 했으니 정부가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한다고 했는데, 이건 좀 감정적 대응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방자치제를 시작한 이후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낭비성 축제를 한다거나 무리한 공약사업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민선 6기 현재 자치단체장들이 방만한 재정운영을 한다든지 호화 청사를 짓는다든지 한다면, 그것으로 정치생명은 끝날 것입니다.”
 
  조 시장은 정부가 밝힌 광역·기초 간 재원 배분비율과 교부세 배분비율 재조정에도 이견(異見)을 보였다.
 
  “그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지방 간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요. 특히, 광역·기초 조정교부금 증액은 시와 자치구의 재원을 조정하는 문제인데 자치구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광역시의 입장에서는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조정교부금은 조례개정 사항이므로 중앙정부가 강제하기란 쉽지 않아요. 교부세 배분비율 조정 역시 전형적인 지방 길들이기 방식입니다. 교부세 페널티 또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교부세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에 대부분 배분되는 재원입니다. 따라서 배분비율에 따른 지자체 간 경쟁으로 갈등만 유발할 가능성이 커요. 이런 방식으로는 지방의 간절한 호소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 포퓰리즘 공약 안돼
 
순천시는 ‘도시가 아닙니다. 정원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순천만정원에 있는 실내정원 전경.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지자체 협의회가 복지디폴트까지 언급할 정도로 복지비용이 늘어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우선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들 수 있겠지요. 20년 전 지방자치를 실시하면서 국가 80%, 지방정부 20% 비율로 지자체 재정을 구성했는데 이게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어요. 건전한 지방자치가 되려면 국가 60%, 지방 40%의 비율로 바뀌어야 해요. 이런 상황에서 중앙 정치인들에 의한 포퓰리즘도 복지비용 증가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돈 대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국회의원 등 중앙 정치인들이 경로당 지어 주겠다, 연금 올려 주겠다며 복지, 복지를 외쳐요. 참으로 대책이 안 섭니다. 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돈을 대는 쪽하고 협의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기초연금, 영유아 보육 문제를 논의하면서 지자체와는 말 한마디도 안 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복지공약은 절대 안 됩니다.”
 
  조 시장은 복지와 관련해 지자체를 택배회사에 비유했다.
 
  “우린 택배회사예요. 국가에서 복지라는 물건을 주며 ‘이거 배달해라 저것 배달해라’고 해요. 그러면 우리는 물건 받을 사람들이 몇 명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주소까지 찾아 물건을 배달해요. 여기에는 행정비용이 들어가지요. 그런데 국가는 택배비를 주기는커녕 물건 값까지 대신 내라고 해요. 말이 안 되잖아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면서 아직도 중앙집권적 요소가 팽배해 있다 할 수 있지요.”
 
  —지방정부도 어렵지만, 중앙정부도 예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복지비용 해결을 위한 중앙과 지방 차원의 극복방안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부동산 경기침체, 비과세 감면정책, 취득세 영구인하 등에 따른 지방세입 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1995년 민선자치 이후, 국세 대 지방세 비중은 80:20으로 변화 없이 고착화되고 있고,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63.5%에서 50.3%로 계속 하락하고 있어요. 하지만 복지사무는 국가사무입니다. 그 비용은 100%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요. 그런데 중앙정부가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지급에 최우선 순위로 두고 세출구조 조정을 주문하는 것은 중앙집권적 발상입니다. 대통령 공약사업이고 최우선 순위의 주요 사업이라면, 지방과의 협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소통이 있었어야 함에도 일방통행식으로 시행하고 있어요. 지방에 복지재원 부담을 강제하면서 중앙이 지방의 세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포퓰리즘적 정책을 지방정부에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무상보육, 기초연금과 같이 지방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실시할 때는 ‘중앙·지방(4대협의체 등) 간 협력회의’를 설치해 중앙과 지방이 함께 좋은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20년 지방자치제의 明暗

 
  조충훈 시장은 “지방자치 실시 20년을 즈음해 지방자치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극복방안을 새롭게 모색해 봐야 한다”고 했다.
 
  “내년이면 지방자치 20년이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방자치의 성과는 민선자치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지역이 특화되면서 크게 발전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대략 네 가지 정도로 성과를 요약할 수 있는데 주민 중심의 서비스 향상, 밀착형 행정의 실현, 지역특성을 고려한 지방행정, 주민참여의 확대가 그것입니다. 지방자치의 암(暗)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의 선심성 사업, 대형 건설사업 추진으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 중앙재정 의존도 심화, 한정된 중앙정부의 자원을 두고 자치단체 간 경쟁 심화 등이 있습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는 일은 앞으로의 지방자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대선(大選) 때 여야(與野) 후보는 지방선거 후보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6·4 지방선거에서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폐해가 너무 심각합니다. 한마디로 지방이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있지요. 정당공천으로 인한 주민의사 왜곡, 각종 비리와 공천잡음, 고비용 선거구조 등의 역기능으로 지방자치의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어요. 대통령 후보가 기초자치단체·의회 공천폐지를 공약했고, 여야 정당이 당론으로 이를 확인했으며,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70% 이상이 공천폐지를 찬성했음에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 폐지와 함께 중앙과 지방 간 불평등 구조도 깨야 합니다.”
 
  —2012년 순천시장 보궐선거와 이번 지방선거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무소속 순천시장이 됐습니다. 또 지난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순천·곡성 지역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이 지역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민심(民心)에 어떤 변화가 있은 겁니까.
 
  “순천시민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것은 순천시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걸 오해하면 안 돼요. 순천시민이 새누리당을 좋아해서 이정현 의원을 선택했다고 보면 안 됩니다. 순천시민은 정치적 변화를 원했던 겁니다.”
 
  —박근혜(朴槿惠) 정부의 실세인 이정현 의원이 순천·곡성 주민에게 예산 폭탄을 약속한 만큼 속는 셈치고 20개월짜리 국회의원을 뽑은 건 아닌가요.
 
  “선거기간 중에 이정현 의원이 그런 얘기를 하긴 했어요. 다음 선거까지 20개월 남았으니 이번에 찍어 보고 잘 못하면 다음에 찍지 말라고요. 하지만 순천시민은 변화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그를 선택한 겁니다. 변화를 원했던 거고 직접 변화를 실천한 거지요. 순천시민의 변화에 대한 욕심은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164억원 수익 남긴 순천 정원박람회
 
순천만정원에 있는 식물공장 내부.
  —변화의 한가운데 ‘무소속 순천시장’도 있습니다.
 
  “사실 혁명의 중심축에 서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면 순천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년 우리 순천은 ‘정원박람회’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순천 정원박람회는 재작년 이웃 도시에서 열린 여수엑스포와 거의 비슷한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여수엑스포와는 완전히 달라요. 순천 정원박람회는 국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우리 순천이 대부분의 비용을 댄 지방행사였습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내·외국인이 이곳을 들렀고 게다가 행사가 끝난 다음 운영 수익금이 현금으로 164억원에 달했어요. 지자체가 이런 행사를 하고도 이익을 남긴 것은 지방자치 역사상 신기록입니다. 안전행정부 사람들도 ‘어떻게 된 거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지요. 정원박람회 관람객 중 88%가 유료 손님이었습니다. 여수엑스포는 50%가 안 돼요.”
 
  —정원박람회를 열게 된 계기는요.
 
  “순천의 100년을 내다보고 오래전부터 구상해 왔습니다. 순천의 브랜드 가치가 무엇일까를 생각했고 마침내 ‘생태와 자연’을 택했지요. 대한민국에 정원문화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순천을 정원문화의 산실(産室)로 만들기로 했던 겁니다. 넓은 잔디밭을 조성해 놓고 마음대로 들어가 쉬게 하고 즐기게 하는 것, 이게 요새 말하는 힐링이죠. 정원문화는 공장 짓고 산업화하던 20세기를 뛰어넘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21세기 문화에 딱 맞아떨어지는 개념이었어요. 올해도 이곳을 찾는 관람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전국의 학교들이 수행여행지로 경주에 많이 갔는데 지금은 이곳에 오는 학교가 많아요. 이제 순천은 제2의 경주가 됐습니다.”
 
  —정원박람회를 열겠다고 하니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까.
 
  “왜 없었겠습니까. 예산이 많이 든다,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데 왜 하느냐는 등 여러 이유를 댔지요. 하지만 그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또 설득했지요. 마침내 시민 모두가 똘똘 뭉쳐 제대로 해 보자는 결의가 있었습니다. 이 같은 시민의 단합에는 관(官)이 주도해 ‘뭉쳐라’고 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결정적이었어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의 시민들에게서 제가 시장으로 선택받았다는 데 대한 개인적인 자부심이 굉장히 큽니다.”
 
 
 
“100년을 내다보는 정책 폈으면”

 
  조충훈 시장은 현재 순천시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큰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인구 28만명인데 5년 내에 30만명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인근 도시 여수와 광양에는 큰 공장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곳 사람들이 순천에 와서 살기 시작했어요.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서 교육·문화 여건이 좋은 이곳을 택한 거죠. 순천은 여수, 광양 100만 경제권의 중심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도시를 빼고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은 도농(都農) 복합도시인데, 이제 지역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기업유치만이 유일한 해법이 아닙니다.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습니다. 자연과 생태를 활용한 지역발전은 충분히 가능해요. 주민이 참여하는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으로서 전국의 226개 지자체 단체장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얼마 전 교황이 우리나라에 다녀갔습니다. 저는 교황이 대한민국 소형차를 타고 카퍼레이드하는 모습에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다스린다는 것은 권위나 권력이 아닌 섬김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교황을 통해 알게 된 겁니다. 저와 공무원들은 시민들을 확실하게 섬기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순천은 자연과 생태, 문화와 함께 더 큰 순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 단체장 여러분들도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지역 특성을 살리는, 100년을 내다보는 정책을 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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