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과 염소’ ‘당나귀와 얼룩말’ ‘재규어와 암사자’까지
⊙ 사자·호랑이보다 100kg 더 무거운 ‘비운의 巨軀’ 라이거
⊙ 소련 치려던 미국, 아프간 고산지대에 노새를 보낸 까닭은?
⊙ “나폴레옹이 선택한 雜種은 알프스 산맥을 넘었다!”
⊙ 사자·호랑이보다 100kg 더 무거운 ‘비운의 巨軀’ 라이거
⊙ 소련 치려던 미국, 아프간 고산지대에 노새를 보낸 까닭은?
⊙ “나폴레옹이 선택한 雜種은 알프스 산맥을 넘었다!”
- 라이거, 재그라이언 등 각종 이종교배 동물들의 모습.
북한 김정일에겐 ‘괴(怪) 취미’가 있었다. 동물들을 싸움 붙이는 일이었다. 그는 생전 한 동물원 우리에다 암사자와 호랑이를 합사(合舍)시켜 맞붙도록 했다. 결과는 호랑이의 대승. 김정일은 “동양의 상징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 세력을 이겼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이후 북한 동물원에서는 김정일의 호기심 때문에 사자와 곰, 여우와 독수리, 풍산개와 호랑이 등이 싸우는 살풍경이 벌어졌다.
기존 동물 간의 혈투에 흥미가 떨어진 김정일은 이종교배(異種交配)에 눈을 돌렸다. 종(種)이 다른 맹수들끼리 교접해 낳은 ‘하이브리드 맹수’가 지상 최강의 동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雜種强勢
실제로 생물학에는 ‘잡종강세(雜種强勢)’라는 말이 있다. 서로 다른 종끼리 교접해 나온 생명체가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경우다. 잡종 옥수수의 생산량이 순종에 비해 3배가 많다는 게 알려지자,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옥수수가 잡종 씨앗에서 나왔다. 소의 경우 다른 종끼리 교배시키면 송아지를 낳는 숫자가 10~20%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의 지능지수가 세대에 걸쳐 상승하는 이유를 ‘사회의 개방화’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자유결혼’으로 다양한 유전자가 섞이면서 인간 사회에도 ‘잡종강세’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우리네 실생활에서도 주목받는 ‘잡종 생명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고 뿌리에는 감자가 맺히는 ‘톰테이토’, 오이와 피망을 교잡(交雜)해 만든 오이고추는 농가의 인기상품이다. 애견 시장도 품종 개량으로 확장됐다.
‘이종교배 동물’, 즉 교잡종(交雜種)도 세계적으로 다양하다. 최근 영국 서머싯(州)의 한 농장에서는 수컷 당나귀와 암컷 얼룩말이 교배해 새끼를 낳았다. ‘정키(zonkey)’로 불리는 이 동물은 2013년 이탈리아와 2016년 중국에서도 태어났다. 당나귀만한 체격과 다리에 얼룩말 줄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아일랜드의 한 농장에서는 양과 염소 사이에서 ‘기프(geep)’라는 동물이 나오기도 했다.
최대 1억원을 호가하는 ‘아세라 고양이’는 아프리카 살쾡이, 아시아 표범, 애완용 고양이가 합쳐진 교잡종이다. 미국의 한 애완동물 회사에서 고객들의 특별 주문을 받아 탄생한 고양이로, 포악한 성격 탓에 사실상 작은 표범에 가깝다. 최대 1m까지 자라고 수명은 25년 정도다. 수컷 재규어와 암사자의 교배로 탄생한 ‘재그라이언’도 있다. 검붉은 털과 표범 무늬 때문인지, 외모는 검은 호랑이를 연상시킨다.
네팔 히말라야에는 야크와 물소가 교배해 낳은 ‘좁교’가 있다. 산골 마을에 생필품을 운반하거나 등산객·관광객들의 짐과 음식을 나르는 등 노새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는 황우석 박사가 2011년 세계 최초로 이종교배를 통해 코요테 복제에 성공한 바 있다. 황 박사 연구팀은 코요테의 피부에서 세포를 채취, ‘대리모’ 역할을 하는 개의 자궁에 이식해 ‘복제 코요테’ 8마리를 얻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이거(사자+호랑이), 노새(말+당나귀)도 대표적인 교잡종이다. 동서양의 수많은 전설 속 반인반수(半人半獸)들에서 보듯 이런 교잡종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의 오랜 상상의 소산인지도 모른다.
1. ‘맹수의 上王’ 라이거
호랑이·사자보다 100kg 더 무거워
라이거는 암호랑이와 수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잇과 동물이다. 성격은 온순한 편이고 몸무게는 수컷이 평균 300kg으로 사자·호랑이보다 100kg 더 무겁다. 미국에 있는 ‘허큘리스’라는 이름의 라이거는 몸 길이 3.3m에 몸무게만 419kg에 달한다. 라이거는 성장억제 호르몬이 없는 데다 활동량도 적어 갈수록 더 몸집이 불어난다고 한다. 동물원에서도 라이거를 가급적 사파리에 두지 않는다. 체급 차이가 많이 나서 다른 맹수들과 ‘힘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거가 야생에서는 다른 맹수들보다 약할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턱의 힘과 완력은 몸집처럼 강하지만, 그만큼 민첩성·지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격을 하다 자기 힘을 제어하지 못해 스스로 엎어지는 경우도 있고, 전속력으로 달리던 중 방향을 선회하다 넘어질 확률도 높다. 몸이 크고 색도 달라 적들의 눈에 잘 보인다. 이는 다른 종과 싸울 때는 물론, 먹잇감을 사냥할 때 불리한 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1989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서 최초로 라이거가 탄생했다. 1983년생 수사자와 암호랑이가 예비부부로 합사된 지 5년 10개월 만인 5월 15일 교접에 성공했던 것이다. 당시 3마리의 라이거들은 ‘대호·용호·야호’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외신 기자들까지 방한해 사육사를 인터뷰했고, 한 해 동안 관람객 300만명이 라이거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에버랜드 측에 문의한 결과, 현재 남아 있는 라이거는 없다고 한다. 사자·호랑이가 보통 15년 안팎을 사는 반면, 라이거는 이보다 2~3년 일찍 죽는다.
라이거의 경우 수컷은 번식 능력이 없고, 암컷 중 극소수만 교미가 가능하다. 수컷 호랑이와 교접이 가능한 종을 ‘티라이거’, 수컷 사자와 가능한 종을 ‘리라이거’로 부른다.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호랑이가 교미해 ‘라일타이거’ ‘타일라이거’ 등이 나오기도 한다.
수컷 호랑이와 암사자의 잡종인 ‘타이언’도 있다. 라이거보다 체구가 작지만 더 공격적이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백호와 백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화이트 라이거’도 등장했다.
2. ‘협곡의 지배자’ 노새
노새는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동물이다. 몸길이 155~165cm에 몸무게는 600~700kg으로 말과 당나귀의 중간 크기다. 몸집에 비해 힘과 지구력이 세고, 잡풀을 먹고도 무거운 짐을 질 수 있을 만큼 체력이 강하다. 말의 활기와 당나귀의 인내력 등 장점만 모두 물려받은 ‘잡종 강세’에 속한다. 성격은 말보다 사납지만, 차량이 진입하기 힘든 산악지대도 헤집고 들어가는 등 쓰임새가 많다. 예전에 가다가 위험을 느낀 지역은 다시 가길 거부할 만큼 기억력도 좋다. 가죽이 말보다 질겨 비와 햇볕에 잘 견딘다.
구약성서와 이솝우화에 등장할 만큼 내력이 깊은 노새는 로마시대부터 운반용·농경용으로 길러졌다. 실제 쟁기를 끌 때 말보다 더 낫다고 한다. 현재 미국·중국·남미·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육되고 있다. 품종 개량을 통해 승용(乘用)으로 기르기도 한다. 특히 미국은 개척시대에 암산(巖山)을 넘나들 때, 노새를 이용한 전통을 이어받아 최근에도 500만 마리까지 사육한다. 미국에는 노새를 투입한 경마, 장애물 승마 경기도 있다.
미국은 소련-아프간 전쟁 당시 고산(高山)지대로 노새를 보내 아프가니스탄에 무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당시 군용(軍用)으로 쓰인 노새는 ‘72kg의 짐을 지고 26km의 거리를 쉼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평정을 위해 알프스 산맥을 타고 넘을 때도, 자크 다비드의 그림과는 달리 백마가 아닌 노새를 이용했다고 한다.
가축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노새는 동서양에서 ‘슬픈 짐승’으로 인식돼 왔다. 라이거와 마찬가지로 수컷은 번식 능력이 없고 암컷 중 극소수만 수태가 가능하다. 후사가 드문 데다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운명이 작가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소설가 최일남은 단편 〈노새 두 마리〉를 통해 “시대 변화에 도태된 소시민 아버지의 가난과 설움”을 그려냈다. 시인 이성복은 시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서 “노새야, 노새야 빨리 오렴 / 어린 날의 내가 스물여덟 살의 나를 끌고 간다”며 생의 고독을 노새에 빗대 노래했다.
3. ‘전설 혹은 미래’ 半人半獸
스탈린, 인간과 유인원의 교배 지시
인간과 동물의 몸을 반씩 타고난 ‘반인반수’에 대한 전설은 오래전부터 내려왔다. 용의 후손으로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지닌 ‘신농씨’는 중국 민족이 기리는 신성한 조상이다. 우리 단군신화에도 ‘환웅과 웅녀(곰)가 단군왕검을 낳아 민족을 일으켰다’고 나와 있다. 사자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이집트의 스핑크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나와 화제가 된 ‘인면조(人面鳥)’ 등도 반인반수에 속한다. 반인반수 전설은 현대에 와서도 일본 만화 ‘이누야샤’, MBC 드라마 ‘구가의서’, tvN 드라마 ‘화유기’ 등에서 ‘문화콘텐츠’의 일종으로 차용되기도 한다.
현실세계에서 ‘반인반수’가 태어난 경우는 없을까. 다른 동물은 그렇다 쳐도, 인간과 비슷한 침팬지 등 유인원(類人猿)은 인간과의 교접도 가능지 않을까.
러시아 출신의 이바노프 박사는 1927년 ‘반인반원(半人半猿) 프로젝트’를 실시, 아프리카로 건너가 사람과 유인원 간의 이종교배에 도전했다. 수컷 오랑우탄과 여성 지원자 5명을 상대로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바노프의 계획은 1930년 미국 매체가 보도하면서 세계에 알려졌다. 이바노프는 소련 경찰에 체포돼 5년형을 선고받고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됐다. 2005년에 발견된 한 문서에 따르면, 이 연구는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의 지시에 의해 시작됐다고 한다. 소련의 군사력·노동력 보강을 위해 ‘인류개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최현석 서울대병원 교수가 쓴 책 《유전자의 비밀지도》에 따르면, 유전학적으로 침팬지는 같은 유인원인 고릴라보다 인간에 더 가깝다.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 일치하기 때문에 교접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1970년대 인간과 유사한 ‘올리버’라는 침팬지가 등장해 생물학계를 뒤흔든 적이 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태어난 올리버는 기존 침팬지와 달리 가슴과 머리에 털이 없었고, 턱이 작았으며, 작고 둥근 머리에 뾰족한 귀를 지녔다. 인간의 행동도 잘 흉내 냈다. 서커스단에 팔린 올리버는 동료 침팬지들보다 사람과 어울리길 더 좋아했다. 똑바로 서서 걸었고, 의자에 앉았으며, 화장실을 사용할 줄도 알았다. 심지어 수레를 밀고 애완견에게 밥을 주는 등 주인의 집안일까지 도왔다.
사람처럼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했고, 음료수나 위스키를 즐겨 마셨다. 올리버는 성장하면서 암컷 침팬지가 아닌 다른 인간 여성들을 따라다녔다. 당시 세간에는 올리버가 인간의 돌연변이, 즉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서 태어난 교잡종인 ‘휴먼지(humanzee)’라는 말이 떠돌았다. 진화론의 비밀을 풀 열쇠, 인간과 침팬지의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종족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결국 1997년 시카고 대학의 유전학자들이 올리버의 유전자를 분석했지만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올리버는 지능적으로 조금 뛰어날 뿐, 단순한 침팬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침팬지와 인간이 교접할 수 없는 이유
같은 조상을 둔 자손이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할 때는, ‘염색체 재배열’로 인해 유전자에 큰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염색체 재배열이란 DNA의 상당 부분이 염색체 안에서 뒤집어지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현상이다. 생물 진화의 역사에서 염색체 재배열은 20만년마다 일어난다. 쥐에서 인간 사이의 유전체는 약 300번 정도 ‘염색체 재배열’을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최현석 교수는 책에서 ‘침팬지와 인간이 교접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 등과 같은 유인원은 모두 염색체가 24쌍 48개다. 침팬지의 염색체 12번과 13번을 합하면 인간의 2번 염색체와 유사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염색체 1·4·5·9·12·15·16·17·18번 일부가 침팬지 염색체와 DNA 염기 서열은 동일하지만 ‘거꾸로 뒤집혀’ 있다. 실제로 침팬지와 인간은 DNA 서열의 2%만 다르지만, 유전자가 삽입된 것과 결손된 것을 포함하면 5% 차이가 난다. 이러한 유전자의 변화로 인간과 침팬지는 서로 교배해 자손을 생산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종’이 되었다.”
물론 조심스럽지만, ‘반인반수’가 현실화될 것 같은 징조도 없지는 않다.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돼지의 수정란에 사람의 인공만능줄기세포(iPS)를 결합한 ‘키메라 배아’를 돼지 자궁에 이식해 새끼를 낳게 하는 연구를 승인했다. 돼지의 몸에서 사람의 장기를 길러 제때에 이식하려는 시도다. 문제는 이 ‘키메라 배아’가 잘못 성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 체질에 적합한 장기를 지닌 돼지’로 태어나지 않고, 형용하기 어려운 괴물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에 돼지의 얼굴을 한 것이나, ‘말하는 돼지’ ‘두 발로 걷는 돼지’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관련 칼럼을 쓴 김남중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일본 정부가 키메라 배아의 사람 자궁 이식이나 키메라끼리의 교배를 계속 금지하는 등 제한을 한 데에도 이런 우려가 깔려 있다. 한국은 동물 수정란에 인간 줄기세포를 넣는 연구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며 “미래의 인간·돼지 키메라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의 구별이 모호한 ‘괴수’여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라이거·타이언, 표범과 교접한 경우 있어”
‘이종교배 생명체’를 둘러싼 각종 소문들의 진위에 대해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 교수에게 물었다. 신 교수는 과거 에버랜드에 재직하며 라이거 등 교잡종 동물들을 접해 본 경험이 있다.
― 라이거, 노새 등 교잡종은 번식 능력이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교잡종에게 번식 능력이 없는 이유는 두 종의 염색체 수 차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잡종의) 염색체 수는 보통 (부모 중) 한쪽을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돌연변이라고 해서) 번식 능력이 100% 없다고 볼 수도 없어요. 기록에 의하면, 사자와 호랑이 사이에 태어난 것(라이거 또는 타이언)이 다시 표범과 교접해 새끼를 낳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있다 없다’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교잡종도 이제는 동물복지 문제로 인해 (단순 실험용으로는) 잘 안 만드니깐요.”
― 교잡종은 수명이 짧다고들 합니다.
“짧다고 볼 순 없어요. 제가 예전에 동물원에 근무할 때 라이거를 봐도 그랬어요. 교잡종이래서 체질적으로 허약하다는 건 못 느꼈어요. 물론 특징적인 건 있어요. 수말과 암탕나귀 사이에서 난 ‘버새’는 노새와 달리 몸도 약하고 지구력도 없죠. 그렇다고 교잡종이 수명이 짧고 건강이 안 좋은 건 아닙니다.”
― 인간과 침팬지 유전자가 98% 같다고 합니다. ‘반인반원’ 탄생이 불가능한 이유는 뭔가요.
“종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사람과 유인원 모두) 같은 형질의 성성이과(사람과, 사람·고릴라·침팬지·오랑우탄 등의 대형 유인원을 포함하는 영장류의 한 과)에 속해 있지만, 속(屬)과 종(種)이 근본적으로 다르니까요. 호랑이와 사자도 같은 속에 있지만 종이 다르거든요. 원래는 (교접이) 안 되는 거죠. 유전자가 유사하니까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침팬지 외에) 유전자는 쥐와 사람 간에도 90 몇 퍼센트가 같습니다.”⊙
기존 동물 간의 혈투에 흥미가 떨어진 김정일은 이종교배(異種交配)에 눈을 돌렸다. 종(種)이 다른 맹수들끼리 교접해 낳은 ‘하이브리드 맹수’가 지상 최강의 동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雜種强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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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재규어와 암사자의 교배로 탄생한 재그라이언. 사진=유튜브 캡처 |
우리네 실생활에서도 주목받는 ‘잡종 생명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고 뿌리에는 감자가 맺히는 ‘톰테이토’, 오이와 피망을 교잡(交雜)해 만든 오이고추는 농가의 인기상품이다. 애견 시장도 품종 개량으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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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염소 사이에서 태어난 기프(geep). 사진=유튜브 캡처 |
최대 1억원을 호가하는 ‘아세라 고양이’는 아프리카 살쾡이, 아시아 표범, 애완용 고양이가 합쳐진 교잡종이다. 미국의 한 애완동물 회사에서 고객들의 특별 주문을 받아 탄생한 고양이로, 포악한 성격 탓에 사실상 작은 표범에 가깝다. 최대 1m까지 자라고 수명은 25년 정도다. 수컷 재규어와 암사자의 교배로 탄생한 ‘재그라이언’도 있다. 검붉은 털과 표범 무늬 때문인지, 외모는 검은 호랑이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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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당나귀와 암컷 얼룩말의 교배로 탄생한 정키(zonkey). 사진=유튜브 캡처 |
한국에서는 황우석 박사가 2011년 세계 최초로 이종교배를 통해 코요테 복제에 성공한 바 있다. 황 박사 연구팀은 코요테의 피부에서 세포를 채취, ‘대리모’ 역할을 하는 개의 자궁에 이식해 ‘복제 코요테’ 8마리를 얻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이거(사자+호랑이), 노새(말+당나귀)도 대표적인 교잡종이다. 동서양의 수많은 전설 속 반인반수(半人半獸)들에서 보듯 이런 교잡종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의 오랜 상상의 소산인지도 모른다.
1. ‘맹수의 上王’ 라이거
호랑이·사자보다 100kg 더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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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거는 암컷 호랑이와 수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잇과 동물이다. 성장 억제 호르몬이 없는데다 활동량도 적어 갈수록 더 몸집이 불어난다고 한다. 사진=외국 다큐멘터리 방송 캡처 |
반면 라이거가 야생에서는 다른 맹수들보다 약할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턱의 힘과 완력은 몸집처럼 강하지만, 그만큼 민첩성·지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격을 하다 자기 힘을 제어하지 못해 스스로 엎어지는 경우도 있고, 전속력으로 달리던 중 방향을 선회하다 넘어질 확률도 높다. 몸이 크고 색도 달라 적들의 눈에 잘 보인다. 이는 다른 종과 싸울 때는 물론, 먹잇감을 사냥할 때 불리한 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1989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서 최초로 라이거가 탄생했다. 1983년생 수사자와 암호랑이가 예비부부로 합사된 지 5년 10개월 만인 5월 15일 교접에 성공했던 것이다. 당시 3마리의 라이거들은 ‘대호·용호·야호’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외신 기자들까지 방한해 사육사를 인터뷰했고, 한 해 동안 관람객 300만명이 라이거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에버랜드 측에 문의한 결과, 현재 남아 있는 라이거는 없다고 한다. 사자·호랑이가 보통 15년 안팎을 사는 반면, 라이거는 이보다 2~3년 일찍 죽는다.
라이거의 경우 수컷은 번식 능력이 없고, 암컷 중 극소수만 교미가 가능하다. 수컷 호랑이와 교접이 가능한 종을 ‘티라이거’, 수컷 사자와 가능한 종을 ‘리라이거’로 부른다.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호랑이가 교미해 ‘라일타이거’ ‘타일라이거’ 등이 나오기도 한다.
수컷 호랑이와 암사자의 잡종인 ‘타이언’도 있다. 라이거보다 체구가 작지만 더 공격적이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백호와 백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화이트 라이거’도 등장했다.
2. ‘협곡의 지배자’ 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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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새는 몸집에 비해 힘과 지구력이 세고, 잡풀을 먹고도 무거운 짐을 질 수 있을 만큼 체력이 강하다. 사진=조선DB |
구약성서와 이솝우화에 등장할 만큼 내력이 깊은 노새는 로마시대부터 운반용·농경용으로 길러졌다. 실제 쟁기를 끌 때 말보다 더 낫다고 한다. 현재 미국·중국·남미·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육되고 있다. 품종 개량을 통해 승용(乘用)으로 기르기도 한다. 특히 미국은 개척시대에 암산(巖山)을 넘나들 때, 노새를 이용한 전통을 이어받아 최근에도 500만 마리까지 사육한다. 미국에는 노새를 투입한 경마, 장애물 승마 경기도 있다.
미국은 소련-아프간 전쟁 당시 고산(高山)지대로 노새를 보내 아프가니스탄에 무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당시 군용(軍用)으로 쓰인 노새는 ‘72kg의 짐을 지고 26km의 거리를 쉼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평정을 위해 알프스 산맥을 타고 넘을 때도, 자크 다비드의 그림과는 달리 백마가 아닌 노새를 이용했다고 한다.
가축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노새는 동서양에서 ‘슬픈 짐승’으로 인식돼 왔다. 라이거와 마찬가지로 수컷은 번식 능력이 없고 암컷 중 극소수만 수태가 가능하다. 후사가 드문 데다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운명이 작가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소설가 최일남은 단편 〈노새 두 마리〉를 통해 “시대 변화에 도태된 소시민 아버지의 가난과 설움”을 그려냈다. 시인 이성복은 시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서 “노새야, 노새야 빨리 오렴 / 어린 날의 내가 스물여덟 살의 나를 끌고 간다”며 생의 고독을 노새에 빗대 노래했다.
스탈린, 인간과 유인원의 교배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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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의 한 장면. 러시아 출신의 이바노프 박사는 1927년 ‘半人半猿 프로젝트’를 실시, 아프리카로 건너가 사람과 유인원 간의 이종교배에 도전했다. 사진=조선DB |
현실세계에서 ‘반인반수’가 태어난 경우는 없을까. 다른 동물은 그렇다 쳐도, 인간과 비슷한 침팬지 등 유인원(類人猿)은 인간과의 교접도 가능지 않을까.
러시아 출신의 이바노프 박사는 1927년 ‘반인반원(半人半猿) 프로젝트’를 실시, 아프리카로 건너가 사람과 유인원 간의 이종교배에 도전했다. 수컷 오랑우탄과 여성 지원자 5명을 상대로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바노프의 계획은 1930년 미국 매체가 보도하면서 세계에 알려졌다. 이바노프는 소련 경찰에 체포돼 5년형을 선고받고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됐다. 2005년에 발견된 한 문서에 따르면, 이 연구는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의 지시에 의해 시작됐다고 한다. 소련의 군사력·노동력 보강을 위해 ‘인류개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최현석 서울대병원 교수가 쓴 책 《유전자의 비밀지도》에 따르면, 유전학적으로 침팬지는 같은 유인원인 고릴라보다 인간에 더 가깝다.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 일치하기 때문에 교접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1970년대 인간과 유사한 ‘올리버’라는 침팬지가 등장해 생물학계를 뒤흔든 적이 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태어난 올리버는 기존 침팬지와 달리 가슴과 머리에 털이 없었고, 턱이 작았으며, 작고 둥근 머리에 뾰족한 귀를 지녔다. 인간의 행동도 잘 흉내 냈다. 서커스단에 팔린 올리버는 동료 침팬지들보다 사람과 어울리길 더 좋아했다. 똑바로 서서 걸었고, 의자에 앉았으며, 화장실을 사용할 줄도 알았다. 심지어 수레를 밀고 애완견에게 밥을 주는 등 주인의 집안일까지 도왔다.
사람처럼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했고, 음료수나 위스키를 즐겨 마셨다. 올리버는 성장하면서 암컷 침팬지가 아닌 다른 인간 여성들을 따라다녔다. 당시 세간에는 올리버가 인간의 돌연변이, 즉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서 태어난 교잡종인 ‘휴먼지(humanzee)’라는 말이 떠돌았다. 진화론의 비밀을 풀 열쇠, 인간과 침팬지의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종족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결국 1997년 시카고 대학의 유전학자들이 올리버의 유전자를 분석했지만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올리버는 지능적으로 조금 뛰어날 뿐, 단순한 침팬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동양 신화에 등장하는 ‘신비한 이종교배 괴물들’ “뱀과 거북, 소와 사슴, 인간과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상상 속에서 ‘이종교배 괴물’들은 익숙한 존재다. 특히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반인반수’는 선악(善惡) 구분을 떠나 신비한 생명체로 여겨져 왔다. 그리스·로마 신화만 봐도 인어(물고기)부터 켄타우로스(말), 미노타우로스(소), 메두사(뱀) 등 다양한 반인반수 괴물들이 나온다. 3개의 종이 합쳐진 키메라(양·뱀·사자)도 있다. 동양에서도 종과 특성이 다른 동물들끼리 합쳐진 ‘신화 속 괴물들’이 많다. 히말라야 설국에 사는 가릉빈가는 사람의 머리에 새의 몸을 갖고 있다. 알 속에서 나오기도 전에 ‘천상의 소리’를 내는 게 특징이다. ‘부처의 법음(法音)을 널리 펴기 위해 나타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 쇠를 먹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불가사리도 이종교배 괴물이다. 사자 머리에 코끼리의 코, 소의 꼬리를 가진 불가사리는 악몽과 역병을 쫓는 비범한 존재다. 신수(神獸)로 불리는 기린은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 말의 갈기와 발굽을 지녔다. 머리에 뿔이 났고 오색의 빛을 뿜어낸다. 성인, 성군이 등장할 때 조짐을 알리기 위해 나타난다. ‘북방의 수호신’인 현무는 암수가 한 몸에 있고 거북과 뱀이 합쳐진 형상을 보인다. 지진을 일으키고 화산을 폭발시키는 강인함으로 나라와 백성을 지킨다고 한다. 사찰에 주로 보이는 목어는 용의 머리와 물고기의 몸을 지녔다. 입가의 긴 수염 아래 여의주를 물고 있다. 스스로 내장을 버리고 목탁처럼 몸을 비워 청아한 소리를 낸다. 혼령을 달래고 수도자의 정진을 기원하는 신물(神物)이다. |
같은 조상을 둔 자손이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할 때는, ‘염색체 재배열’로 인해 유전자에 큰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염색체 재배열이란 DNA의 상당 부분이 염색체 안에서 뒤집어지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현상이다. 생물 진화의 역사에서 염색체 재배열은 20만년마다 일어난다. 쥐에서 인간 사이의 유전체는 약 300번 정도 ‘염색체 재배열’을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최현석 교수는 책에서 ‘침팬지와 인간이 교접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 등과 같은 유인원은 모두 염색체가 24쌍 48개다. 침팬지의 염색체 12번과 13번을 합하면 인간의 2번 염색체와 유사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염색체 1·4·5·9·12·15·16·17·18번 일부가 침팬지 염색체와 DNA 염기 서열은 동일하지만 ‘거꾸로 뒤집혀’ 있다. 실제로 침팬지와 인간은 DNA 서열의 2%만 다르지만, 유전자가 삽입된 것과 결손된 것을 포함하면 5% 차이가 난다. 이러한 유전자의 변화로 인간과 침팬지는 서로 교배해 자손을 생산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종’이 되었다.”
물론 조심스럽지만, ‘반인반수’가 현실화될 것 같은 징조도 없지는 않다.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돼지의 수정란에 사람의 인공만능줄기세포(iPS)를 결합한 ‘키메라 배아’를 돼지 자궁에 이식해 새끼를 낳게 하는 연구를 승인했다. 돼지의 몸에서 사람의 장기를 길러 제때에 이식하려는 시도다. 문제는 이 ‘키메라 배아’가 잘못 성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 체질에 적합한 장기를 지닌 돼지’로 태어나지 않고, 형용하기 어려운 괴물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에 돼지의 얼굴을 한 것이나, ‘말하는 돼지’ ‘두 발로 걷는 돼지’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관련 칼럼을 쓴 김남중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일본 정부가 키메라 배아의 사람 자궁 이식이나 키메라끼리의 교배를 계속 금지하는 등 제한을 한 데에도 이런 우려가 깔려 있다. 한국은 동물 수정란에 인간 줄기세포를 넣는 연구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며 “미래의 인간·돼지 키메라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의 구별이 모호한 ‘괴수’여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라이거·타이언, 표범과 교접한 경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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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켄타우로스는 말과 인간이 합쳐진 반인반수다. 사진=조선DB |
― 라이거, 노새 등 교잡종은 번식 능력이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교잡종에게 번식 능력이 없는 이유는 두 종의 염색체 수 차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잡종의) 염색체 수는 보통 (부모 중) 한쪽을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돌연변이라고 해서) 번식 능력이 100% 없다고 볼 수도 없어요. 기록에 의하면, 사자와 호랑이 사이에 태어난 것(라이거 또는 타이언)이 다시 표범과 교접해 새끼를 낳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있다 없다’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교잡종도 이제는 동물복지 문제로 인해 (단순 실험용으로는) 잘 안 만드니깐요.”
― 교잡종은 수명이 짧다고들 합니다.
“짧다고 볼 순 없어요. 제가 예전에 동물원에 근무할 때 라이거를 봐도 그랬어요. 교잡종이래서 체질적으로 허약하다는 건 못 느꼈어요. 물론 특징적인 건 있어요. 수말과 암탕나귀 사이에서 난 ‘버새’는 노새와 달리 몸도 약하고 지구력도 없죠. 그렇다고 교잡종이 수명이 짧고 건강이 안 좋은 건 아닙니다.”
― 인간과 침팬지 유전자가 98% 같다고 합니다. ‘반인반원’ 탄생이 불가능한 이유는 뭔가요.
“종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사람과 유인원 모두) 같은 형질의 성성이과(사람과, 사람·고릴라·침팬지·오랑우탄 등의 대형 유인원을 포함하는 영장류의 한 과)에 속해 있지만, 속(屬)과 종(種)이 근본적으로 다르니까요. 호랑이와 사자도 같은 속에 있지만 종이 다르거든요. 원래는 (교접이) 안 되는 거죠. 유전자가 유사하니까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침팬지 외에) 유전자는 쥐와 사람 간에도 90 몇 퍼센트가 같습니다.”⊙
수의사 최종욱씨가 말하는 이종교배의 원칙 SBS ‘TV동물농장’ 등 방송 출연으로 유명한 야생동물 전문 수의사 최종욱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동물 간 이종교배의 원칙에 대해 말했다. 최씨는 자연 상태에서의 돌연변이가 아닌 인위적으로 교잡종을 만들어낼 경우, 그 목적과 용도가 타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에서는 실험으로 태어난 교잡종들을 ‘동물학대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최씨는 “교잡종은 성별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정해진 비율대로 나눠지지 않아 2세를 갖지 못한다. (이종교배를 한) 식물의 경우에도 씨가 나오더라도 (번식할 수 있는) 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인간의 욕심대로 이종교배는 끊임없이 이뤄지지만 자연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야생동물 대부분이 ‘유유상종’으로 무리지어 다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최씨는 “라이거·타이언도 인위적으로 만든 것 아닌가. (그러나) 요즘 동물원에서는 교잡종에 대해 반대하는 추세”라며 “야생동물의 경우 가급적 자연의 법칙을 따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질 좋은 가축을 만들려면 그 방법(이종교배)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돼지는 보통 3종 이상의 유전자가 섞여야 (육질 면에서) 제대로 된 품종이 나온다”며 ‘축산 발전’을 위해선 불가피한 실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다. “노새도 비록 이렇게 만들어진 동물이긴 하지만, 저는 그건 어느 정도 잘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굉장히 큰 도움을 주잖아요. 사실 노새가 없었으면 산악 같은 곳에 사람들이 (짐을 싣고) 올라가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종교배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허용) 범위가 딱 정해져 있어야 될 거 같아요. 원칙적으로는 어떤 동물이든 다른 종끼리 섞이는 건 잘못된 거지만, 사람들이 가축이나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