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트만두에서 가는 데만 5시간… 지진피해 당시 구호단체 손길 미치지 못해
⊙ 아루카르카 공립 중등학교 시설은 여전히 열악…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가 자금 지원 약속
⊙ “솔선수범, 시간약속 잘 지키는 한국인들을 배워야 우리도 발전”(라즈쿠마르 추드하리 교장)
⊙ 월급 거의 못 받는 자원봉사 교사들의 열정 느껴져
⊙ 아루카르카 공립 중등학교 시설은 여전히 열악…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가 자금 지원 약속
⊙ “솔선수범, 시간약속 잘 지키는 한국인들을 배워야 우리도 발전”(라즈쿠마르 추드하리 교장)
⊙ 월급 거의 못 받는 자원봉사 교사들의 열정 느껴져
- 아루카르카 학교를 향해 가던 중 잠시 쉬며 내려다본 산아래 풍경. 조각구름이 이채롭게 떠 있다.
2015년 4월 25일 규모 7.8의 강진(强震)이 네팔을 강타, 최소 8000여 명이 사망하고, 1만6000여 명이 다쳤다. 그 이듬해 6월, 제1야당 대표직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진 피해를 본 슈리 아루카르카 공립 중등학교(Shree Arukharka Secondary School)를 찾아 교사들과 학생들을 위로하고, 벽돌을 손수 나르는 등 학교 재건 작업에 나섰다. 이 사실은 지난 6월경 국내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아루카르카 학교는 누와코트(Nuwakot) 지역 벨콧(Belkot) 근방에 있다. 카트만두에서 벨콧까지는 약 48km 정도 떨어져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도 포천 정도까지의 거리다. 광화문에서 포천까지는 차로 약 1시간 10분 정도면 주파가 가능하다. 하지만 카트만두에서 아루카르카 학교까지의 이동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지난 8월 19일 취재차 카트만두를 방문한 《월간조선》 취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건에 참여했던 아루카르카 학교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취재진을 안내한 벅터 람(Bhakta Ram Lamichhan) 씨는 “아루카르카 학교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해 차로도 가기 어려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벅터 씨는 “이동하려면 일반 차량으로는 어렵고 사륜구동을 이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벅터 씨가 준비한 차량은 도요타제(製) 구형 랜드 크루저였다. 오래된 차였지만 33인치 오프로드 타이어는 늠름한 자태를 과시했다.
5시간 동안 온몸이 요동
아루카르카 학교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차를 타고 카트만두 외곽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벅터 씨의 말이 이해가 갔다. 카트만두 시내의 도로 상황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데 외곽은 아예 비포장이었다. 거기다 도로가 아닌 산길이 대부분이라 자동차 바퀴가 앞으로 내달릴 때마다 온몸이 요동쳤다. 손잡이를 꽉 쥐지 않으면 전후좌우로 몸이 쏠리기 일쑤였다. 이정표라는 것도 없고 차선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길은 안내자의 경험에만 의존해야 했다. 때문에 원래 이용하려던 길이 비로 인해 차단됐다는 걸, 출발 후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알게 돼 부랴부랴 우회로를 이용해야 했다. 네팔은 6~9월 사이가 우기(雨期)다. 이때 연중 강수량의 3분의 2 정도가 내린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네팔에 도착하기 전 비까지 내려 벨콧까지의 비포장도로들은 죄다 진흙길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약 5시간 동안 험한 산길을 굽이쳐 오르락내리락했다. ‘디스코 팡팡’(앉은 사람을 튀어 오르게 하는 놀이기구)을 타는 기분이었다.
해발 1700여m 산골짜기 어딘가에 차가 멈췄다. 비 기운이 만들어낸 운무(雲霧)가 군데군데 보여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도착한 곳이 어디쯤인지 휴대폰으로 확인하려 했지만, 전파 수신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벅터 씨는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고 해 그의 안내에 따라 산자락을 타고 약 40분쯤 내려갔다.
습한 날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비지땀을 흘리며 도착한 슈리 아루카르카 학교는 산 중턱 평평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농구 코트 서너 개를 붙여 놓은 것만한 크기의 운동장 한쪽엔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철조망 바깥은 조그마한 개울물이 흐르는 절벽과 다름없었다. 학교의 지리적 위치상 강진(强震)이 발생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校舍는 크게 네 棟으로 이뤄져
아루카르카 학교의 교사(校舍)는 크게 네 동(棟)으로 이뤄져 있다. 한 동은 교사용 건물이었고 나머지 두 동은 교실과 그와 잇닿아 있는 교보재 창고, 또 다른 한 동은 화장실 건물이었다. 이들 교사는 말이 교사지, 임시 가건물에 불과했다. 특히 3~4학년 학생들이 쓰는 교실은 목재에 얇은 철판을 덧댄 게 전부였다. 어느 교실 뒤편엔 철근 자재가 어지럽게 쌓여 있기도 했다.
취재진이 둘러본 학급은 총 네 학급인데 각각 9학년, 8학년, 4학년, 3학년이었다. 참고로, 네팔의 학제는 10+2학년제이다. 초·중·고등학교가 별도인 우리나라와 달리 네팔의 학생들은 보통 12년 동안 한 학교에 다닌다. 초등과정 5년, 중등과정 3년, 고등과정은 2+2년이다. 고등과정 2년을 마치고 졸업시험(SLC 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반드시 ‘+2’ 과정을 다녀야 한다. ‘+2’는 일종의 대학 예비과정인 셈이다.
규모도 작고 환경도 열악해 보였지만 아루카르카 학교 학생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학생들 모두 파란색 교복을 착용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이 중 8학년 학생들의 네팔어 수업을 15분여간 참관했다. 교실 안에는 총 15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여학생 10명, 남학생 5명이었다.
교사의 절반이 자원봉사자
수업을 진행하는 여교사는 색이 바랜 교재를 읽으며 학생들에게 간간이 질문도 던졌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자의 모습을 새까만 눈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순진함이 느껴졌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라즈쿠마르 추드하리(Rajkumar Chudhari) 교장은 “이 학교의 교사는 총 13명인데, 이 중 절반 정도가 자원봉사자”라며 “적은 월급에도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실을 둘러본 취재진을 라즈쿠마르 추드하리 교장은 교보재 창고로 안내했다. 교보재 창고엔 현미경 등 과학용 기자재와 과학 수업에 쓰이는 듯한 각종 그림이 벽면에 걸려 있었다. 교장에 따르면, 이 교보재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금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운동장에 설치된 철조망도 문 대통령의 지원금과 한국인들이 보내온 돈을 보태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학교에 두 번 지원했다. 처음은 2016년 트레킹 하루 전 자원봉사했을 때였다. 문 대통령은 사비 10만 루피(한화 약 100만원) 상당의 과학 실험 기자재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두 번째는 2018년 4월이다. 2016년 자원봉사를 하면서 “앞으로 이 학교를 잊지 않고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은 2018년 초 학교 복구 상황을 파악하다가 예산 부족으로 복구가 더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사비 500만원을 보냈다. 당시 네팔행(行)에 함께했거나 연결해 준 이들이 참여해 1500만원을 모금했고, 이 중 1350만원을 지난 2018년 4월 학교 복구 비용으로 전달했다. 나머지는 심장병을 앓는 네팔 출신 한국 이주 노동자의 치료비로 충당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네팔 언론이 소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네팔 트레킹 때 한 현지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한국과 네팔의 우정을 잇기 위해 사비를 낸 것으로 안다”며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현지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알려지게 됐다”고 했다.
교보재 창고를 둘러보고 나오자 휴식 시간이었는지 학생들이 삼삼오오 운동장으로 몰려나왔다. 1~2학년 정도 돼 보이는 귀여운 얼굴의 한 꼬마는 기자에게 자신이 먹는 과자를 내보이며 생글생글 미소를 머금은 채 장난을 걸어 오기도 했다.
“학교 졸업생 중 유능한 인재 많습니다”
학교 관계자들은 취재진을 교사들이 사용하는 단층 건물로 안내했다. 일종의 교무실인데 내부는 어둠침침했다. 지진 이후 아직 정비가 덜 된 듯 낡은 기물들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었다. 학교 관계자들은 우리의 연지·곤지와 비슷한 빈디(bindi)를 취재진 미간에 발라 줬다. 그러곤 네팔 전통의 꽃 목걸이와 네팔 특유의 문양이 새겨진 스카프를 목에 걸어 줬다. 그들 전통의 손님 접대 방식인 듯했다.
이곳에서 라즈쿠마르 추드하리 교장과 소설 과목을 가르치는 바수데프 티와리(Basudev Tiwari) 교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문답이다.
— 자원봉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봤습니까.
“물론이죠. 같이 자원봉사를 한걸요.”
- 문 대통령이 한국의 유력 정치인이란 사실을 알았습니까.
“한국에서 좀 인기 있는 분이란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 문 대통령이 자원봉사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나요.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여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학생들도 문 대통령을 아나요.
“알지요. 봉사활동을 하고, 과학실험 기자재도 사 준 사실을요. 선생님들이 이야기해 줬거든요.”
—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진 않겠네요.
“문 대통령이 다녀가고 나서, 한국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때마다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해 줘서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습니다.”
— 이 학교에는 몇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까.
“206명입니다.”
— 사실 학교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지진피해에도 구호단체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와 주셔서 너무 감사했지요.”
— 이 학교 졸업생 중에도 유능한 인재가 많지요?
“많은 학생이 대학교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고위 공무원이나 유명 인사가 된 분들이 있지요.”
— 시간이 없는데 학생들이 자유롭게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오전 10시에 등교를 해서 1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합니다. 다만 화장실은 마음대로 다녀올 수 있게 해 주지요.”
— 그럼 점심 전에 모두 하교(下校)하나요.
“한국에는 점심시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간식 시간이 있습니다. 하교는 간식 시간이 지나고 합니다.”
한국인을 보고 느낀 점
취재를 끝내고 일어나려 하자, 바수데프 티와리 교사가 말했다.
“한국 사람들 보면서 느낀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높은 분들도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높은 분들이 잘해야 나라가 발전하는 법입니다. 두 번째는 시간 약속을 아주 잘 지키는 겁니다. 문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몇 개 팀이 우리 학교를 방문했는데, 한 번도 시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그 두 가지를 우리도 배워야 발전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교장, 교사들을 사진에 담았다. “어디서 찍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교사들은 손가락으로 벽돌이 쌓인 건물을 가리켰다. 문 대통령이 옮겨 놓은 벽돌이라면서. 문 대통령의 방문으로 유명해진 아루카르카 학교는 더 발전할 것이다.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도 이 학교에 자금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아루카르카 학교는 누와코트(Nuwakot) 지역 벨콧(Belkot) 근방에 있다. 카트만두에서 벨콧까지는 약 48km 정도 떨어져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도 포천 정도까지의 거리다. 광화문에서 포천까지는 차로 약 1시간 10분 정도면 주파가 가능하다. 하지만 카트만두에서 아루카르카 학교까지의 이동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지난 8월 19일 취재차 카트만두를 방문한 《월간조선》 취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건에 참여했던 아루카르카 학교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취재진을 안내한 벅터 람(Bhakta Ram Lamichhan) 씨는 “아루카르카 학교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해 차로도 가기 어려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벅터 씨는 “이동하려면 일반 차량으로는 어렵고 사륜구동을 이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벅터 씨가 준비한 차량은 도요타제(製) 구형 랜드 크루저였다. 오래된 차였지만 33인치 오프로드 타이어는 늠름한 자태를 과시했다.
5시간 동안 온몸이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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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카르카 학교를 가기 위해선 도보로 40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그때 본 雲霧는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
해발 1700여m 산골짜기 어딘가에 차가 멈췄다. 비 기운이 만들어낸 운무(雲霧)가 군데군데 보여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도착한 곳이 어디쯤인지 휴대폰으로 확인하려 했지만, 전파 수신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벅터 씨는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고 해 그의 안내에 따라 산자락을 타고 약 40분쯤 내려갔다.
습한 날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비지땀을 흘리며 도착한 슈리 아루카르카 학교는 산 중턱 평평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농구 코트 서너 개를 붙여 놓은 것만한 크기의 운동장 한쪽엔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철조망 바깥은 조그마한 개울물이 흐르는 절벽과 다름없었다. 학교의 지리적 위치상 강진(强震)이 발생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校舍는 크게 네 棟으로 이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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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학년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의 모습. 목재에 얇은 철판을 덧댄 게 전부다. |
취재진이 둘러본 학급은 총 네 학급인데 각각 9학년, 8학년, 4학년, 3학년이었다. 참고로, 네팔의 학제는 10+2학년제이다. 초·중·고등학교가 별도인 우리나라와 달리 네팔의 학생들은 보통 12년 동안 한 학교에 다닌다. 초등과정 5년, 중등과정 3년, 고등과정은 2+2년이다. 고등과정 2년을 마치고 졸업시험(SLC 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반드시 ‘+2’ 과정을 다녀야 한다. ‘+2’는 일종의 대학 예비과정인 셈이다.
규모도 작고 환경도 열악해 보였지만 아루카르카 학교 학생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학생들 모두 파란색 교복을 착용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이 중 8학년 학생들의 네팔어 수업을 15분여간 참관했다. 교실 안에는 총 15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여학생 10명, 남학생 5명이었다.
교사의 절반이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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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뒤편에 쌓여 있는 철재들. 아직 정비가 덜된 모습이다. |
교실을 둘러본 취재진을 라즈쿠마르 추드하리 교장은 교보재 창고로 안내했다. 교보재 창고엔 현미경 등 과학용 기자재와 과학 수업에 쓰이는 듯한 각종 그림이 벽면에 걸려 있었다. 교장에 따르면, 이 교보재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금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운동장에 설치된 철조망도 문 대통령의 지원금과 한국인들이 보내온 돈을 보태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학교에 두 번 지원했다. 처음은 2016년 트레킹 하루 전 자원봉사했을 때였다. 문 대통령은 사비 10만 루피(한화 약 100만원) 상당의 과학 실험 기자재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두 번째는 2018년 4월이다. 2016년 자원봉사를 하면서 “앞으로 이 학교를 잊지 않고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은 2018년 초 학교 복구 상황을 파악하다가 예산 부족으로 복구가 더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사비 500만원을 보냈다. 당시 네팔행(行)에 함께했거나 연결해 준 이들이 참여해 1500만원을 모금했고, 이 중 1350만원을 지난 2018년 4월 학교 복구 비용으로 전달했다. 나머지는 심장병을 앓는 네팔 출신 한국 이주 노동자의 치료비로 충당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네팔 언론이 소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네팔 트레킹 때 한 현지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한국과 네팔의 우정을 잇기 위해 사비를 낸 것으로 안다”며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현지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알려지게 됐다”고 했다.
교보재 창고를 둘러보고 나오자 휴식 시간이었는지 학생들이 삼삼오오 운동장으로 몰려나왔다. 1~2학년 정도 돼 보이는 귀여운 얼굴의 한 꼬마는 기자에게 자신이 먹는 과자를 내보이며 생글생글 미소를 머금은 채 장난을 걸어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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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년 학생들에게 네팔어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 |
이곳에서 라즈쿠마르 추드하리 교장과 소설 과목을 가르치는 바수데프 티와리(Basudev Tiwari) 교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문답이다.
— 자원봉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봤습니까.
“물론이죠. 같이 자원봉사를 한걸요.”
- 문 대통령이 한국의 유력 정치인이란 사실을 알았습니까.
“한국에서 좀 인기 있는 분이란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 문 대통령이 자원봉사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나요.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여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학생들도 문 대통령을 아나요.
“알지요. 봉사활동을 하고, 과학실험 기자재도 사 준 사실을요. 선생님들이 이야기해 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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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휴식시간이 되자 운동장으로 몰려 나오는 학생들. 우측의 철조망이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성금으로 지은 것이다. |
“문 대통령이 다녀가고 나서, 한국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때마다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해 줘서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습니다.”
— 이 학교에는 몇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까.
“206명입니다.”
— 사실 학교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지진피해에도 구호단체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와 주셔서 너무 감사했지요.”
— 이 학교 졸업생 중에도 유능한 인재가 많지요?
“많은 학생이 대학교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고위 공무원이나 유명 인사가 된 분들이 있지요.”
— 시간이 없는데 학생들이 자유롭게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오전 10시에 등교를 해서 1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합니다. 다만 화장실은 마음대로 다녀올 수 있게 해 주지요.”
— 그럼 점심 전에 모두 하교(下校)하나요.
“한국에는 점심시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간식 시간이 있습니다. 하교는 간식 시간이 지나고 합니다.”
한국인을 보고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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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니 아루카르카 학교 교사들이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촬영한 단체 사진. |
“한국 사람들 보면서 느낀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높은 분들도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높은 분들이 잘해야 나라가 발전하는 법입니다. 두 번째는 시간 약속을 아주 잘 지키는 겁니다. 문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몇 개 팀이 우리 학교를 방문했는데, 한 번도 시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그 두 가지를 우리도 배워야 발전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교장, 교사들을 사진에 담았다. “어디서 찍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교사들은 손가락으로 벽돌이 쌓인 건물을 가리켰다. 문 대통령이 옮겨 놓은 벽돌이라면서. 문 대통령의 방문으로 유명해진 아루카르카 학교는 더 발전할 것이다.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도 이 학교에 자금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