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부족한 점 많은 ‘거친 원석’이지만 다듬으면 ‘순도 높은 보석’ 될 것”
⊙ “문재인 정권은 비정상적 국정 운영으로 국민 괴롭히고, 국격 떨어뜨려”
⊙ “국가와 호남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박근혜 지지’ 고민하다가 ‘납치·감금’”
⊙ 윤석열의 ‘호남 민심 공략’ 위한 박주선의 세 가지 제안은?
⊙ “문재인 정권은 비정상적 국정 운영으로 국민 괴롭히고, 국격 떨어뜨려”
⊙ “국가와 호남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박근혜 지지’ 고민하다가 ‘납치·감금’”
⊙ 윤석열의 ‘호남 민심 공략’ 위한 박주선의 세 가지 제안은?
이른바 ‘전두환(全斗煥) 발언’ 등으로 위기에 몰렸던 윤석열(尹錫悅)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호남 껴안기 행보’를 지원 사격 하는 뜻밖의 인물이 있다. 박주선(朴柱宣) 전 국회 부의장이다. 박 전 부의장은 10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동철(金東喆)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문재인(文在寅) 정권은 상식과 합리에 어긋난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국민을 괴롭혔으며, 국격을 떨어뜨렸다”며 “참된 공정과 정의를 실현해서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윤석열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각각 광주·전남에서 4선을 한 박 전 부의장(전남 보성·화순, 광주 동구·남구 을)과 김 전 원내대표(광주 광산구갑)의 ‘윤석열 지지’는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지지 선언 이후 박 전 부의장은 윤 후보가 ‘사과’ 차원에서 11월 9~10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광역시와 전남 목포시 등지를 방문하고 있을 때 각종 매체에 출연해 이를 옹호했다. 그는 “윤 후보가 호남에 대한 여러 가지 배려도 약속하고 진솔한 사과를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여당이 윤 후보의 실수를 과도한 정치공세로 계속해서 끌고 가는 것은 전략적으로 5·18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5·18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 완전 실패”
― 지금이 ‘전쟁’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문재인 정권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대선을 통해서 새로 정권을 잡은 사람이 나라를 고치고, 바꾸고, 새로 세워야 해요. 그러려면 야권은 현 집권 세력과 전쟁을 능가하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건국’을 위한 독립전쟁이라고 비유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라를 수렁에서 건져내야 하는 전쟁 상황에서 ‘정치 예비군’인 내가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한 겁니다.”
― 출신 지역, 과거 이력, 소속 정당 등을 감안했을 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한 건 의외인데요.
“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 2018년 3월, 국회 부의장 겸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을 때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또는 ‘선거연대’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자유한국당과 우리는 DNA, 혈액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극복’과 ‘배제’의 대상이지, ‘연합’과 ‘연대’의 대상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했거든요.
“DNA가 다르다고 그랬어요.”
― 예전과 달리 지금은 왜 배제해야 하는 정당의 후신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합니까.
“나는 ‘선(先) 국가, 후(後) 정당’이란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지금은 정당을 택하는 것보다 나라를 구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정당을 보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나라를 건져 올릴 것인가를 봐야 합니다.”
― 출신 지역, 정치적 기반이 ‘호남’이라서 조심스러웠을 텐데요.
“우리 호남의 양심 있는 식자층은 ‘정권을 교체해야 하고, 바뀌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요. 이들은 정권 교체가 되면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준 호남이 더 고립될 거라고 걱정합니다. 만일 이번에 또 몰표를 줬는데도, 정권이 교체된다면 새 정권이 호남에 대한 차별을 심화할 가능성도 큽니다. 그래서 ‘정권 교체 후 새 정권이 호남을 소외·고립·차별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포용할 수 있도록 호남을 대변해달라. 마침 지금 유력한 후보들이 검찰 출신이니까 선배로서 얘기해달라’는 부탁이 많았습니다.”
“윤석열 잘 다듬으면 보석 될 것”
― 그럼 왜 ‘윤석열’을 선택한 겁니까.
“홍 의원도 훌륭한 분이지만, 윤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 실수하지만, 때가 묻지 않았습니다. 잘 다듬으면 보석이 될 것 같은 순도 높은 원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치 경험이 짧아 정치적으로 신세를 진 측근이 없으니까, 측근을 위한 권력 남용·국정 농단·인사 횡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직접 만났을 때 윤 후보가 ‘국정 전반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기 때문에 최고 전문가를 등용해 그들이 자율적·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 ‘나는 최고 결정권자로서 조정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역할만 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대통령이 그 방대한 국정을 모두 다 소상하게 알 수는 없거든요. 김대중 대통령도 그럴 수 없어요. 어설프게 아는 걸로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하고,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尹,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
― 윤석열 후보를 대면한 건 언제입니까.
“내가 국회에 있을 때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검찰 관계자들이 찾아온 일이 있습니다. 그때 ‘임명권자인 대통령부터 여권이 저렇게 흔들어대니 힘들겠다’고 하면서 ‘지금 호랑이 등을 탄 형국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라도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안 된다. 반드시 임기를 채우고 마쳐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 뒤에 윤 총장이 전화해서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잘 알고 좋아한다. 좋은 격려 말씀 감사하다’고 한 일이 있었고.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가끔 전화해서 ‘잘 좀 지도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 이번에 만난 건 언제입니까.
“10월 초에 우리 김동철 의원이랑 같이 식사 한 번 했습니다.”
― ‘전두환 발언’으로 논란이 터지고, 호남 민심이 부글거린다고 하자 곤경에 처한 윤 후보 측에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지를 부탁한 겁니까.
“아, 윤 캠프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 한 사람이 그런다고 해서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는 없죠. 다만 제가 합리적으로 설명하면 이해하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부탁했겠죠.”
― 이전 기사를 보니까 윤 후보 지지 선언과 관련해서 “주변의 권유가 많아 고민 중”이라고 했는데요. 어떤 고민을 했습니까.
“그간 윤석열 후보나 여러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나는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경선 진행 중에 지지해달라고 하니까 주위에 묻고 하겠다는 얘기를 한 거예요.”
“호남이 문재인 정권 실정에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 많아”
― ‘윤석열 지지’ 선언을 하면서 ‘문재인 정권 5년’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요.
“지금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국정의 전 분야를 보세요. 나라가 한 단계 상승하고 있구나, 진전되고 있구나 하고 평가할 분야가 하나도 없어요. 퇴보를 거듭하고,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상황 아니에요?”
― 문재인 정권을 향해 “운동권 근본주의자들의 카르텔”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탈레반’이란 소리 아닙니까.
“그쪽의 강력한 지지 세력을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 강성 문재인 지지층을 향한 멸칭)’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민주당에 있는 분들도 그런 사람들을 ‘탈레반’이라고 하더라고요.”
― 지금 하는 얘기도 그렇지만, 과거 행적을 보면 현 여권 주류인 친노(親盧)·친문(親文)과는 잘 맞지 않는 듯합니다. 2015년 9월, 친문이 주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80년대 이념의 틀에 갇힌 수구정당” “사망선고를 받은 낡은 정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예, 현역 의원 중 최초로 탈당했죠. 나는 국회의원을 네 번 하면서, 민주당 후보로는 딱 한 번 됐어요. 무소속으로 두 번, 국민의당으로 한 번, 민주당으로 한 번. 나는 지금 민주당 당원이 아니고, 일반 국민입니다. 나는 당연히 민주당 정책과 노선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 이번에 ‘윤석열 지지’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정치 철새’라고 비난했는데요.
“철새가 뭔지나 알고 얘기를 하는지. 철새는 추울 때는 따뜻한 곳, 더울 때는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잖아요. 말하자면, 철새는 자기 편한 곳을 찾아갑니다. 그럼 내가 지금 윤 후보를 지지하면 연금이 더 나옵니까. 무슨 자리를 받겠다고 거래를 했습니까. 나라를 위해서 한 거예요. 이런 식의 비난을 예상했지만, ‘정치예비군’으로서 참전하는 마음으로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많은 분이 ‘참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고 합디다.”
― 호남에서도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있습니까.
“있어요. 내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내 고장을 비판하면 섭섭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지금 호남은 맹목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 아닙니까. ‘호남이 문재인 정권 실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때마다 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에서 이재명(李在明) 후보를 선출하고 난 뒤에는 호남에서도 ‘이제는 지지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정권 교체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 만약 이낙연(李洛淵)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면 지지할 의향이 있지 않았습니까.
“정책 노선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졌겠죠. 누가 됐든지 지금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외면하고, 평가하기를 주저하면서 무조건 계승·발전시키겠다고 한다면, 지지하기 어렵죠.”
― 더불어민주당 경선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표와 이재명 후보 득표율 격차가 꽤 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과 다른 노선과 정책을 좀 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박근혜 사면’만 해도, 본인 소신이라고 하면서도 그냥 잘못했다고 사과해버리고. 그런 게 꽤 있지 않습니까. 자기 소신과 강단, 색깔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근혜에게 한 3가지 제안
― 2012년 대선 당시 정말 ‘박근혜 지지’를 선언하려고 했습니까.
“나는 그때 무소속이었는데, 박근혜 후보 쪽에서 ‘박 후보가 만나자고 한다. 한 번만 만나 달라’고 했어요. 유력한 대선 주자가 만나자고 하니까, 상의를 했죠. 박광태 전 광주광역시장 같은 분은 ‘당신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것도 아니지 않으냐. 유력 대선 주자에게 호남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가서 만나봐라’고 했어요. 그래서 박근혜 후보를 12월 8일에 만났는데,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해요. 제가 ‘대표님도 국회의원을 하셔서 잘 알겠지만, 나 혼자 지지 선언을 한들 의미 없습니다. 지역에 내려가서 민심을 들어보고, 주위와 상의해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 가서 지지 여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했어요.”
―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그런 얘기를 하면서 제가 세 가지를 말했습니다. ‘대구와 광주는 지금 달빛동맹을 맺어서 상생협력을 하자고 하는데 민심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지역갈등 문제를 해결해달라’ ‘5·18이 세계 민주화운동의 횃불이라고 인식하고, 평가하고, 주지하는 데 앞장서 달라’ ‘낙후된 호남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권장해달라’고 했어요. 너무너무 공감을 하더라고요. 또 ‘지금 반기문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있으니까 유엔 산하에 세계 민주화운동 지원기구를 만들어서 광주에 유치하면 5·18에 대해서 적극적인 평가를 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더니 내 손을 잡으면서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반기문 총장과 함께 만나자’고 약속하더라고요.”
‘박근혜 지지’ 논의하다가 지지자들에게 납치·감금된 사연
― 결론적으로 ‘박근혜 지지’ 선언은 없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내가 박근혜 후보를 만났다는 기사가 나오니까 광주 지지자들이 내 의사도 확인 안 하고, 나를 납치해서 나주의 한 사찰로 데려갔어요. 내가 깨어나 보니까 어디로 못 가게 지키고 있더라고요. 주변 상황도 그렇고, 문재인 후보도 전화를 주고 그래서 내가 박근혜 후보에게 전화해 ‘내가 지지를 못 하겠다’고 했어요. 거기에서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고 끝났어요.”
― 그때 당시 속으로는 ‘박근혜’와 ‘문재인’ 중 누구를 지지했습니까.
“아니, 나는 무소속이었고. 그쪽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에 만났고. 문재인 후보가 정책이나 국정운영 면에서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찍을 수 있고. 안 찍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당시 박 후보를 만나기 전까지는 문 후보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있었죠. 그 당의 전신에 몸을 담았었기 때문에.”
―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국가와 호남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지지자들의 의견을 물었다”고 얘기했는데요.
“‘그쪽에서 제안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나와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겠느냐?’라고 주위에 의견을 물어봤던 거죠.”
―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얘기한 세 가지를 윤석열 후보에게도 제안했습니까.
“아직 안 했습니다. 조건부로 지지 선언을 한 건 아닙니다만,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반드시 해야 할 걸로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호남을 차별·고립시키지 말라는 차원에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 이렇게 한다고 해서 국민의힘엔 ‘불모지’와 같은 호남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주겠습니까.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감으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건 양심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지금 있습니다. 갈수록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과 다른 국민의힘 향한 호남의 2030 민심
현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또는 국민의힘을 향한 호남 민심은 이전 대선 때와 다르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호남 지역 득표율은 광주 1.55%, 전남 2.45%, 전북 3.34% 등으로 저조했다. 이와 달리 현재 광주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1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프라임경제’가 의뢰하고, 코리아정보리서치가 18세 이상 광주 시민 1010명을 대상으로 10월 5~6일 조사해 26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하 동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71.1%,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에는 17.8%다. 특히 ‘18세~20대’는 28.9%의 지지율을 보였다. 《무등일보》가 의뢰해 리서치뷰가 9월 20~21일 18세 이상 광주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인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66.7%, 국민의힘 15.7%다. 이 중 18세~20대, 3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1.7%, 21.2%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호남 표심이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과의 문답이다.
― 김종인(金鍾仁)씨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때 소위 ‘호남동행’을 외치면서 일종의 ‘서진(西進)’을 했거든요. 이번 대선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할 수 있을까요.
“반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발언’ ‘개 사과’ 사진에 대한 여당의 과도한 정치 공세 탓에 민심이 들끓고, 그 ‘서진’ 정책의 빛이 바랠 위기에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에는 호남에서 이재명 후보, 이낙연 전 대표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거든요. 그 때문인지 윤 후보가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 “5·18은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정신의 상징”이라는 식으로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호남 유권자들한테 유효하겠습니까.
“그런 발언을 한 것만 봐도 이번 ‘전두환 발언’은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죠.”
―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광주·전남 지역에서 국민의힘 또는 그 당 대선 후보를 향한 지지가 좀 있더라고요. 특히 20대, 30대 지지율의 경우에는 각각 28.9%, 21.2%를 기록했는데요. 같은 호남이라고 해도 젊은이들과 기성세대의 생각이 다른 걸까요.
“역선택이 있겠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지역감정이나 소지역주의적인 주장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만한 자세는 금물”
― 안철수(安哲秀)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윤석열 지지 선언’을 하기 전에 안 대표와 의견을 나눈 적 있습니까.
“안 대표, 그 양반도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분명히 이야기했거든요. 나는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는 건 자유지만, 야권 단일화를 하지 못해 정권 교체가 안 됐을 때는 야권 후보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되는 거예요. 누가 되든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안 대표도 동의했어요. ”
― 지금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지지율 보면 단일화 안 해도 이길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요.
“그런 오만한 자세는 정치에서는 금물입니다. 지금 절대적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오만해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민심의 변화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빠릅니다. 그런 이야기를 누가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거 누가 정치 공세를 한 것 아닌가?”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서 “거간꾼 노릇을 하는 자는 해당 행위자로 간주해 징계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러면 내가 나서야겠네요. 나는 국민의힘 당원도 아니니까. 지금 그렇게 자신만만해할 상황이 아닙니다. 단일화 없이는 정권 교체가 쉽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지지 선언 이후 박 전 부의장은 윤 후보가 ‘사과’ 차원에서 11월 9~10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광역시와 전남 목포시 등지를 방문하고 있을 때 각종 매체에 출연해 이를 옹호했다. 그는 “윤 후보가 호남에 대한 여러 가지 배려도 약속하고 진솔한 사과를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여당이 윤 후보의 실수를 과도한 정치공세로 계속해서 끌고 가는 것은 전략적으로 5·18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5·18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 완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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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박주선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박 전 부의장은 “문재인 정권은 완전히 실패했다. 정권 교체를 통해 나라를 수렁에서 건져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
“나는 문재인 정권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대선을 통해서 새로 정권을 잡은 사람이 나라를 고치고, 바꾸고, 새로 세워야 해요. 그러려면 야권은 현 집권 세력과 전쟁을 능가하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건국’을 위한 독립전쟁이라고 비유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라를 수렁에서 건져내야 하는 전쟁 상황에서 ‘정치 예비군’인 내가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한 겁니다.”
― 출신 지역, 과거 이력, 소속 정당 등을 감안했을 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한 건 의외인데요.
“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 2018년 3월, 국회 부의장 겸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을 때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또는 ‘선거연대’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자유한국당과 우리는 DNA, 혈액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극복’과 ‘배제’의 대상이지, ‘연합’과 ‘연대’의 대상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했거든요.
“DNA가 다르다고 그랬어요.”
― 예전과 달리 지금은 왜 배제해야 하는 정당의 후신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합니까.
“나는 ‘선(先) 국가, 후(後) 정당’이란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지금은 정당을 택하는 것보다 나라를 구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정당을 보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나라를 건져 올릴 것인가를 봐야 합니다.”
― 출신 지역, 정치적 기반이 ‘호남’이라서 조심스러웠을 텐데요.
“우리 호남의 양심 있는 식자층은 ‘정권을 교체해야 하고, 바뀌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요. 이들은 정권 교체가 되면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준 호남이 더 고립될 거라고 걱정합니다. 만일 이번에 또 몰표를 줬는데도, 정권이 교체된다면 새 정권이 호남에 대한 차별을 심화할 가능성도 큽니다. 그래서 ‘정권 교체 후 새 정권이 호남을 소외·고립·차별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포용할 수 있도록 호남을 대변해달라. 마침 지금 유력한 후보들이 검찰 출신이니까 선배로서 얘기해달라’는 부탁이 많았습니다.”
“윤석열 잘 다듬으면 보석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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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가운데) 전 국회 부의장과 김동철(왼쪽)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0월 29일, 국회에서 ‘윤석열 지지’를 선언하고,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홍 의원도 훌륭한 분이지만, 윤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 실수하지만, 때가 묻지 않았습니다. 잘 다듬으면 보석이 될 것 같은 순도 높은 원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치 경험이 짧아 정치적으로 신세를 진 측근이 없으니까, 측근을 위한 권력 남용·국정 농단·인사 횡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직접 만났을 때 윤 후보가 ‘국정 전반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기 때문에 최고 전문가를 등용해 그들이 자율적·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 ‘나는 최고 결정권자로서 조정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역할만 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대통령이 그 방대한 국정을 모두 다 소상하게 알 수는 없거든요. 김대중 대통령도 그럴 수 없어요. 어설프게 아는 걸로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하고,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尹,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
― 윤석열 후보를 대면한 건 언제입니까.
“내가 국회에 있을 때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검찰 관계자들이 찾아온 일이 있습니다. 그때 ‘임명권자인 대통령부터 여권이 저렇게 흔들어대니 힘들겠다’고 하면서 ‘지금 호랑이 등을 탄 형국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라도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안 된다. 반드시 임기를 채우고 마쳐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 뒤에 윤 총장이 전화해서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잘 알고 좋아한다. 좋은 격려 말씀 감사하다’고 한 일이 있었고.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가끔 전화해서 ‘잘 좀 지도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 이번에 만난 건 언제입니까.
“10월 초에 우리 김동철 의원이랑 같이 식사 한 번 했습니다.”
― ‘전두환 발언’으로 논란이 터지고, 호남 민심이 부글거린다고 하자 곤경에 처한 윤 후보 측에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지를 부탁한 겁니까.
“아, 윤 캠프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 한 사람이 그런다고 해서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는 없죠. 다만 제가 합리적으로 설명하면 이해하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부탁했겠죠.”
― 이전 기사를 보니까 윤 후보 지지 선언과 관련해서 “주변의 권유가 많아 고민 중”이라고 했는데요. 어떤 고민을 했습니까.
“그간 윤석열 후보나 여러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나는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경선 진행 중에 지지해달라고 하니까 주위에 묻고 하겠다는 얘기를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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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부의장은 ‘대학 동기’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패인’에 대해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과 다른 노선과 정책을 좀 제시했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
“지금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국정의 전 분야를 보세요. 나라가 한 단계 상승하고 있구나, 진전되고 있구나 하고 평가할 분야가 하나도 없어요. 퇴보를 거듭하고,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상황 아니에요?”
― 문재인 정권을 향해 “운동권 근본주의자들의 카르텔”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탈레반’이란 소리 아닙니까.
“그쪽의 강력한 지지 세력을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 강성 문재인 지지층을 향한 멸칭)’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민주당에 있는 분들도 그런 사람들을 ‘탈레반’이라고 하더라고요.”
― 지금 하는 얘기도 그렇지만, 과거 행적을 보면 현 여권 주류인 친노(親盧)·친문(親文)과는 잘 맞지 않는 듯합니다. 2015년 9월, 친문이 주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80년대 이념의 틀에 갇힌 수구정당” “사망선고를 받은 낡은 정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예, 현역 의원 중 최초로 탈당했죠. 나는 국회의원을 네 번 하면서, 민주당 후보로는 딱 한 번 됐어요. 무소속으로 두 번, 국민의당으로 한 번, 민주당으로 한 번. 나는 지금 민주당 당원이 아니고, 일반 국민입니다. 나는 당연히 민주당 정책과 노선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 이번에 ‘윤석열 지지’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정치 철새’라고 비난했는데요.
“철새가 뭔지나 알고 얘기를 하는지. 철새는 추울 때는 따뜻한 곳, 더울 때는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잖아요. 말하자면, 철새는 자기 편한 곳을 찾아갑니다. 그럼 내가 지금 윤 후보를 지지하면 연금이 더 나옵니까. 무슨 자리를 받겠다고 거래를 했습니까. 나라를 위해서 한 거예요. 이런 식의 비난을 예상했지만, ‘정치예비군’으로서 참전하는 마음으로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많은 분이 ‘참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고 합디다.”
― 호남에서도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있습니까.
“있어요. 내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내 고장을 비판하면 섭섭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지금 호남은 맹목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 아닙니까. ‘호남이 문재인 정권 실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때마다 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에서 이재명(李在明) 후보를 선출하고 난 뒤에는 호남에서도 ‘이제는 지지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정권 교체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 만약 이낙연(李洛淵)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면 지지할 의향이 있지 않았습니까.
“정책 노선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졌겠죠. 누가 됐든지 지금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외면하고, 평가하기를 주저하면서 무조건 계승·발전시키겠다고 한다면, 지지하기 어렵죠.”
― 더불어민주당 경선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표와 이재명 후보 득표율 격차가 꽤 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과 다른 노선과 정책을 좀 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박근혜 사면’만 해도, 본인 소신이라고 하면서도 그냥 잘못했다고 사과해버리고. 그런 게 꽤 있지 않습니까. 자기 소신과 강단, 색깔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근혜에게 한 3가지 제안
― 2012년 대선 당시 정말 ‘박근혜 지지’를 선언하려고 했습니까.
“나는 그때 무소속이었는데, 박근혜 후보 쪽에서 ‘박 후보가 만나자고 한다. 한 번만 만나 달라’고 했어요. 유력한 대선 주자가 만나자고 하니까, 상의를 했죠. 박광태 전 광주광역시장 같은 분은 ‘당신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것도 아니지 않으냐. 유력 대선 주자에게 호남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가서 만나봐라’고 했어요. 그래서 박근혜 후보를 12월 8일에 만났는데,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해요. 제가 ‘대표님도 국회의원을 하셔서 잘 알겠지만, 나 혼자 지지 선언을 한들 의미 없습니다. 지역에 내려가서 민심을 들어보고, 주위와 상의해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 가서 지지 여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했어요.”
―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그런 얘기를 하면서 제가 세 가지를 말했습니다. ‘대구와 광주는 지금 달빛동맹을 맺어서 상생협력을 하자고 하는데 민심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지역갈등 문제를 해결해달라’ ‘5·18이 세계 민주화운동의 횃불이라고 인식하고, 평가하고, 주지하는 데 앞장서 달라’ ‘낙후된 호남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권장해달라’고 했어요. 너무너무 공감을 하더라고요. 또 ‘지금 반기문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있으니까 유엔 산하에 세계 민주화운동 지원기구를 만들어서 광주에 유치하면 5·18에 대해서 적극적인 평가를 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더니 내 손을 잡으면서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반기문 총장과 함께 만나자’고 약속하더라고요.”
‘박근혜 지지’ 논의하다가 지지자들에게 납치·감금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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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이던 박주선 의원은 ‘박근혜 지지’를 고민하다가 지지자들에게 납치돼 감금되는 상황을 맞고 나서 ‘문재인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
“일부 언론에서 내가 박근혜 후보를 만났다는 기사가 나오니까 광주 지지자들이 내 의사도 확인 안 하고, 나를 납치해서 나주의 한 사찰로 데려갔어요. 내가 깨어나 보니까 어디로 못 가게 지키고 있더라고요. 주변 상황도 그렇고, 문재인 후보도 전화를 주고 그래서 내가 박근혜 후보에게 전화해 ‘내가 지지를 못 하겠다’고 했어요. 거기에서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고 끝났어요.”
― 그때 당시 속으로는 ‘박근혜’와 ‘문재인’ 중 누구를 지지했습니까.
“아니, 나는 무소속이었고. 그쪽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에 만났고. 문재인 후보가 정책이나 국정운영 면에서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찍을 수 있고. 안 찍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당시 박 후보를 만나기 전까지는 문 후보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있었죠. 그 당의 전신에 몸을 담았었기 때문에.”
―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국가와 호남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지지자들의 의견을 물었다”고 얘기했는데요.
“‘그쪽에서 제안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나와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겠느냐?’라고 주위에 의견을 물어봤던 거죠.”
―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얘기한 세 가지를 윤석열 후보에게도 제안했습니까.
“아직 안 했습니다. 조건부로 지지 선언을 한 건 아닙니다만,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반드시 해야 할 걸로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호남을 차별·고립시키지 말라는 차원에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 이렇게 한다고 해서 국민의힘엔 ‘불모지’와 같은 호남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주겠습니까.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감으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건 양심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지금 있습니다. 갈수록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과 다른 국민의힘 향한 호남의 2030 민심
현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또는 국민의힘을 향한 호남 민심은 이전 대선 때와 다르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호남 지역 득표율은 광주 1.55%, 전남 2.45%, 전북 3.34% 등으로 저조했다. 이와 달리 현재 광주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1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프라임경제’가 의뢰하고, 코리아정보리서치가 18세 이상 광주 시민 1010명을 대상으로 10월 5~6일 조사해 26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하 동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71.1%,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에는 17.8%다. 특히 ‘18세~20대’는 28.9%의 지지율을 보였다. 《무등일보》가 의뢰해 리서치뷰가 9월 20~21일 18세 이상 광주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인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66.7%, 국민의힘 15.7%다. 이 중 18세~20대, 3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1.7%, 21.2%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호남 표심이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과의 문답이다.
― 김종인(金鍾仁)씨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때 소위 ‘호남동행’을 외치면서 일종의 ‘서진(西進)’을 했거든요. 이번 대선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할 수 있을까요.
“반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발언’ ‘개 사과’ 사진에 대한 여당의 과도한 정치 공세 탓에 민심이 들끓고, 그 ‘서진’ 정책의 빛이 바랠 위기에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에는 호남에서 이재명 후보, 이낙연 전 대표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거든요. 그 때문인지 윤 후보가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 “5·18은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정신의 상징”이라는 식으로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호남 유권자들한테 유효하겠습니까.
“그런 발언을 한 것만 봐도 이번 ‘전두환 발언’은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죠.”
―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광주·전남 지역에서 국민의힘 또는 그 당 대선 후보를 향한 지지가 좀 있더라고요. 특히 20대, 30대 지지율의 경우에는 각각 28.9%, 21.2%를 기록했는데요. 같은 호남이라고 해도 젊은이들과 기성세대의 생각이 다른 걸까요.
“역선택이 있겠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지역감정이나 소지역주의적인 주장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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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부의장은 “야권 단일화(윤석열·안철수)를 하지 못해 정권 교체에 실패했을 때는 야권 후보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국민의힘이 단일화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에는 자신이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
“안 대표, 그 양반도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분명히 이야기했거든요. 나는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는 건 자유지만, 야권 단일화를 하지 못해 정권 교체가 안 됐을 때는 야권 후보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되는 거예요. 누가 되든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안 대표도 동의했어요. ”
― 지금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지지율 보면 단일화 안 해도 이길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요.
“그런 오만한 자세는 정치에서는 금물입니다. 지금 절대적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오만해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민심의 변화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빠릅니다. 그런 이야기를 누가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거 누가 정치 공세를 한 것 아닌가?”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서 “거간꾼 노릇을 하는 자는 해당 행위자로 간주해 징계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러면 내가 나서야겠네요. 나는 국민의힘 당원도 아니니까. 지금 그렇게 자신만만해할 상황이 아닙니다. 단일화 없이는 정권 교체가 쉽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