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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의 인간탐험

‘혁신가’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말하는 굿럭! 한국대학

교육·연구 중심에서 創業·創職의 가치창출 대학으로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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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대학순위로 볼 때 서울대 위치가 어떻습니까. 유수의 세계 대학들에 비하면 국내 대학들이 다 도토리 키재기인데 그 조그만 도토리를 또 깎아 키를 맞춥니까. 참…”

⊙ “노벨상은 국력의 總和… 소득 4만 달러 국가가 됐다면 노벨상 5~6개는 받았을 것”
⊙ “서울 명문대 떠나 포스텍 진학하는 학생들은 용기 있고 도전적”
⊙ “오지선다 수능문제에 분노. 사고과정 묻는 서술형 ‘바칼로레아’ 문제로 바꿔야”
⊙ “인재는 인재끼리 가르쳐야. 평등성 강조하는 교육은 하향 평준화”
⊙ “脫원전으로 과학기술자의 긍지 지워”

金道然
1952년생. 서울대 재료공학과, 카이스트 재료공학 석사,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 재료공학 박사 / 서울대 교수·공대 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장관, 울산대 제8대 총장, 한국지식재산학회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초대 위원장(장관급) 역임 / 젊은 공학인상(한국공학한림원 2001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과학기술부 2001년), 훌륭한 공대 교수상·교육상(서울대 2004년), 올해의 동문상(카이스트 2009년) 수상
사진=조현호
  한국의 ‘칼텍(Caltech)’을 표방하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은 연구중심 대학이다. 누가 뭐래도 한국의 작고 강한 보석 같은 세계적 명문대학이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연구’의 꽃을 피우기 위해 학생들은 기꺼이 밤을 새워 공부한다. 평균 취침시간이 새벽 2시30분이란다. 밤낮 없는 모험심 가득한 이들이 포스텍이란 방주에서 성장 중이다.
 
  포스텍은 해마다 독자적인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수학·과학 실력이 탄탄한 학생 330명(정원 외 10명 포함)을 뽑는다. 수능 최저 기준 없이 수시로만 100% 선발한다. 작년 8월 교육부가 ‘정시비율 30% 이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포스텍은 “대학자율에 맡겨 달라”는 입장이다. 2018년부터 신입생 전원을 ‘무(無)학과 무전공제’로 선발하고 있다. 대단한 파격이다. 학생들은 누구나 원하는 학과에 100% 진학할 수 있다. 전과(轉科)도 마음대로다.
 
  김도연(金道然) 총장을 만나고 싶었다. 때마침 서울에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월 11일 오후 3시쯤 강남 코엑스 인근에서 만났다. 김 총장은 빼어난 과학자이자 스승, 행정가, 그리고 혁신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사람을 매료시키는 화합형 리더십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포스텍을 연구중심 대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치창출 대학’으로 변모시키려 한다. 가치창출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전통적인 역할에 더하여 포항·울산·경주 등 지역사회와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대학이다. 포스텍의 새로운 비전을 듣고 싶었다.
 
  ― 서울 일정이 있으셨어요?
 
  “포항에서 서울에 오면 뭐랄까, 보통 1타2피, 1타3피라고 할까. 여러 사람을 만나는 스케줄을 만듭니다.”
 
  서울대 공대 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장관, 대한민국 R&D 예산을 전체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울산대 총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등을 역임한 그를, 190cm 장신의 그를 신기하게 올려다본다는 게 문득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1주일에 몇 번 서울에 오세요.
 
  “1번 이상인 것 같아요. 서울에 뭐가 많습니다.”
 
  ― 포항이 멀어서요.
 
  “2시간 반인데요, 뭐. KTX가 포항까지 자주 옵니다. 수서역에서 SRT를 타면 신경주역에서 내려서 오고요. 과메기 먹으러 포항에 오세요.”
 
 
  無학과 無전공, 轉科 벽 허물어
 
2017년 4월 포스텍과 효성이 ‘효성-포스텍 산학일체연구센터(센터장 포스텍 이병주 교수)’를 설립하고 개소식을 가졌다. 산학일체 교수는 기업이 자사 연구에 필요한 인력을 교수 후보로 추천하면, 대학이 이를 심사해 교수로 채용하고 인건비는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국내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양측은 이 연구센터를 통해 고강도 정밀 와이어 최적 공정 개발에 나섰다.
  ― 2018년 신입생부터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무학과 무전공제’를 시작했는데 ‘실험’이 잘되고 있나요.
 
  “카이스트가 먼저 했고 외국 대학에선 벌써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뒤처진 것이죠. 포스텍도 늦은데 다른 국내 대학은 아직도 못하니까…. 우리나라 대학이 진짜 너무 그대로 있습니다.
 
  교육이 수요자를 생각하는 건 너무 당연해요. 학생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잖아요. 영문학을 배우고 싶은데 성적이 안 돼 불문학을 택한다? 안 행복할 것 같아요. 저는 교육이 서비스업이라 생각합니다. 소비자나 수요자를 생각한다면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과학기술, 인문사회 분야를 불문하고 학생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포스텍은 3학기를 마치고 전공을 택하는데 4학기, 5학기까지 전공을 안 정해도 됩니다. 또 지도교수 도장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전과(轉科)할 수 있어요. 기계과를 다니다가 어느 날 물리학과로 바꿀 수 있어요. 학생 삶을 스스로 결정하라는 뜻입니다. 그래야 신이 나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어요.”
 
  ― 그럴 경우 일부 학과는 통폐합될 수도 있겠네요.
 
  “사실은 학문이, 그리고 학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다 그만한 사회적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학생 수가 달라질 수 있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 겁니다. 지금 추세로 보면, ‘컴퓨터 사이언스’에 2배 이상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보여요. 반면 다른 과들은 반토막 날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제로’가 된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 교수님들 위치가 을(乙)로 바뀌겠어요.
 
  “교육이 서비스산업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이죠. 학생을 ‘모시기’ 위해 교수님들이 많은 공을 들여요. 저는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 포스텍과 서울 공대, 카이스트에 모두 합격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래도 포스텍을 택해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해마다 대입 면접고사를 치르면 학부모들이 포항까지 내려오세요. 시험장 밖에서 기다리는 학부모를 모시고 차를 한 잔 한 적이 있어요. 한 학부모가 물어요.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에 다 붙으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요.”
 
  ― 뭐라고 답하셨어요.
 
  “제 답은 이랬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데로 보내시라’고요. 3개 대학 모두 좋은 대학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눈을 돌려 전 세계 대학을 보면 3개 대학이 비슷비슷해요. 그러니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보내라 권합니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아요.”
 
  ― 어떤 학생들이 포스텍에 오나요.
 
  “부모와 떨어져 포항까지 내려온다는 것은 어쩌면 용기 있는 선택이에요. 우리 학생들이 다른 대학 학생들보다 조금은 더 도전적입니다. 1987년에 입학한 1기생부터 그런 진취적인 전통이 이어지고 있죠.”
 
 
  포스텍 1기생과 노벨상
 
포스텍은 국내 대학 처음으로 2016년 여름방학부터 방학기간을 3개월 늘려 학생들의 사회참여를 장려하는 ‘여름 사회경험 프로그램(Summer Experience In Society)’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2018년 삼성전자 방문 시 촬영한 사진이다.
  기자는 개교 20주년 즈음해 2007년 11월 포스텍을 찾은 일이 있다. 대학본부 광장에 4명의 과학자 흉상이 세워져 있었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뉴턴, 맥스웰 흉상. 가운데에 빈 좌대가 놓여 있었다. 대학 측은 “빈 좌대는 포스텍 출신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비워 두었다”고 했다. 언제쯤 새로운 얼굴로 채워질까.
 
  ― 포스텍 1기생의 지금 모습에 만족하세요?
 
  어느 조직이든 첫발을 뗀 1기생이 가장 강렬한 법이다. 포스텍 1기생은 1987학번. 20대의 싱싱한 그들은 현재 50대 초반의 중년으로 변했다. 김 총장의 말이다.
 
  “물론입니다. 아직 다들 바쁜 나이죠. 앞으로 30년은 더 일하지 않겠어요? 80세까지. 포항을 택한 용기만큼이나 다른 대학 출신보다 진취적인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학계와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고 큰 기업을 운영하는 이도 있어요.”
 
  ― 그들 중에 포스텍 총장도 나오겠죠?
 
  “그렇겠지요. 금방 나오겠지요.”
 
  ― 현재 포스텍 교수 중에서 포스텍 출신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전체 교수 300명 중에 10%쯤 될까요?”
 
  ― 10년 후면?
 
  “더 늘어나겠지요. 늘어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 1기생들이 모교를 위해 장학금을 쾌척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럼요. 300명 학생들이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같이 하잖아요. 굉장히 친합니다. 회사를 창업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동문들이 ‘주식 1%’를 모교에 기부하고 있어요. 타대학에서 볼 수 없는 사례죠.”
 
  ― 상장, 비상장 주식을 포함해서?
 
  “네, 모두 포함해서…. 물론, 비상장인 게 많지요.”
 
  ― 포스텍 1기생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노벨상은 20~30대 때 한 일이 30~40년 뒤 연구성과로 인정받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 연구를 시작한 게 고작 30년입니다. 국가 전체로 볼 때도 우리나라에 좋은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노벨상을 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들이에요. 노벨상은 국력의 총화(總和)입니다. 만약 한국이 지난 10여 년간 중단 없이 성장해 국민소득 4만 달러 국가가 됐다면 벌써 노벨상 5~6개는 받았을 겁니다. 수재가 혜성처럼 나타날 수 있지만 피라미드 정점에 오르기까지 그 바탕이 두터워야 합니다. 노벨상은 총체적인 국력이 아닐까요?”
 
  김 총장은 지난 2015년 9월 포스텍 제7대 총장에 취임했다. 오는 8월쯤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 재임기간 중 포스텍의 발전 목표는 무엇이었으며 어떤 목표를 달성하셨나요.
 
  “30여 년 역사를 지닌 포스텍은 사람으로 치면 ‘아기’입니다. 베이비 유니버시티죠. 그러나 30년 만에 이런 위치에 오른 대학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지난 반세기에 이룬 기적과 같아요. 영일만의 척박한 모래벌 위에 세워진 포스코의 기적만큼 사실 대단합니다.
 
  포스텍은 국내 처음으로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만들어진 대학입니다. ‘교육’만이 아니라 ‘연구’를 해서 ‘지식’도 새로 만들어야 했죠. 그런데 앞으로는 대학이 교육과 연구라는 전통적인 역할에 그쳐선 안 된다고 봐요. 교육에 의한 인재가치, 연구에 의한 지식가치를 창업(創業)과 같은 ‘경제적 가치’로 극대화시켜야 합니다. 또 창직(創職)과 사회기여라는 ‘사회적 가치’로 확장할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을 갖춘 대학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가치의 일부가 대학으로 돌아와 교육과 연구의 활성화에 투입되는 선(先)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해요. 저는 포스텍의 비전을 ‘가치창출 대학’에서 찾고 싶어요.”
 
 
  “수능문제를 보면… 진짜 분노합니다”
 
포스텍 김도연 총장은 대학과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지역의 발전과 혁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유니버(Univer)+시티(City)’를 가동하고 있다. 김 총장이 작년 12월 이광재 여시재 원장, 이강덕 포항시장과 함께 포항 벤처기업을 둘러보고 있다.
  김도연 총장은 해마다 대입 수능문제를 풀고 있다. 2019학년도 수능문제도 역시 풀어 봤다. 국어문제의 경우 전체 45문항을 80분에 풀어야 한다. 문제지는 모두 16쪽. 한 페이지를 5분 안에 다 읽어야 겨우 풀 수 있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은 어려워서 못 풀겠고 국어는 문제를 읽을 수는 있잖아요. 2~3년 전부터 수능문제에 관심을 갖고 풀었는데 80분 동안 집중도를 유지하기 어려웠어요. 나이 탓인지, 머리가 복잡해선지…. 하여튼 80분을 집중해서 푼 게 아니라 오전 30분, 오후 30분, 이튿날 20분, 이렇게 시간을 나눠 풀었어요.”
 
  ― 특히 올해 국어가 어려웠어요.
 
  “솔직히 복잡하고 긴 지문을 다 읽지 못하겠습디다. 눈대중으로 주루룩 읽으면 되겠지만 정답을 고르기 위해선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그 유명한 국어 ‘31번 문제’까지도 못 갔습니다. 그래서 따로 31번을 풀었죠. 진짜 이해를 못하겠던데요.”
 
  ― 저도 풀어 봤는데 종일 끙끙거렸습니다.
 
  “끙끙거려 풀 수 있다면야…. 저는 이해가 안 돼서 대충 찍었는데 정답은 맞혔어요. 하지만 알아서 맞힌 게 아니니까….
 
  그런데 꼭 이렇게 80분 안에 풀어야 할까요? 80분 내에 100점을 맞은 사람과 100분 내에 100점 맞은 사람 사이에 무슨 능력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전속력으로 100m를 뛰는데 무지막지한 장애물들을 두고서 경주를 시키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10초 안에 뛰기 위해 얼마나 반복적인 훈련을 했겠어요. 수능문제를 보면… 진짜 분노합니다. 꽃다운 아이들한테 이런 고문이 또 있을까요?
 
  문항도 ‘~가 아닌 것을 있는 대로 고르시오’라는 식이죠. 뉘앙스로 볼 때, 복수정답일 확률이 높아 보이잖아요. 오지선다 중에서 복수로 답을 고르게 되지만, 놀랍게도 정답이 단수인 문항이 30~40%나 됩니다. 이건 꼼수예요.
 
  ‘문제 잘 푸는 비결이 뭐냐’고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학생들이 그래요.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해요’라고. 수능 당일의 문제풀이를 위해 그냥 3년 내내 연습해서, 하루 동안 다 쏟아낸다는 겁니다. 몇 개 잘 찍으면 대박, 못 찍으면 쪽박이고…. 그게 공정한 시험입니까? 전혀 공정하지 않아요.”
 
  ― 포스텍에 입학하는 학생은 ‘찍기 도사’들이죠?
 
  “물론 잘 찍는 아이들이 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시험은 깊이 생각하는 힘을 현격하게 떨어뜨려요. 정답만 중요하지 과정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잖아요. 과정이 다 옳다가도 정답이 살짝 틀릴 수 있는데, 과거 대학 본고사로 학생을 뽑을 때 과정이 맞으면 정답이 아니어도 10점 만점에 8~9점은 줬습니다. 지금은 0점입니다.
 
  저는 서술식이 옳다고 봐요. 사고하는 방식이 중요하지 정답 찾는 게 중요합니까? 지금의 수능은 의미가 없어요.”
 
  ― 총장님도 교육부 수장을 역임하셨지만 역대 정권마다 수능개혁 내지 개편이 구두선에 그치는 이유는 뭡니까.
 
  “어쩌면 그건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사실은 국민 스스로가 해야 해요. 국민이 수능이라는 공정성(公正性)을 선호하는데 그 공정성을 지키면서 점수차를 내야 하고, 학생간 격차를 내기 위해 문제를 배배 꼬는 꼼수를 쓰고…. 그럼에도 문제가 쉬우면 물수능, 어려우면 불수능… 해마다 난리가 나죠. 하지만 정부가 긴 호흡을 가지면 된다고 봐요.”
 
 
  入試는 긴 호흡으로
 
작년 2월 포스텍은 대학과 민간기업이 주도한 최대규모의 창업지원 펀드인 ‘포스텍 펀드’를 출범시켰다. 김도연 총장은 “포스텍 주변의 포항과 경주, 울산지역의 대학과 기업, 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긴 호흡이란….
 
  김도연 총장은 대입 수능을 SAT 같은 문제은행식 시험이 아니라 프랑스식(式) 바칼로레아(고교졸업 자격시험)처럼 논술형 문제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칼로레아는 보통 1주일간 시험을 치른다. 매우 우수, 우수, 양호의 3개 등급으로 부여하지 점수로 줄을 세우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수능에 서술형 시험이 도입돼야 한다고 봐요. 하루아침에 바꾸면 어떤 학생은 유리하고 다른 학생은 불리하니 1년에 10%씩만 바꾸면 어떨까요? 10년 후 100% 서술형 문제가 될 테니 그때쯤이면 혼란 없이 수용되지 않겠어요?
 
  채점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우려할 필요가 없어요. 외국에서 다 하는데 왜 못한다고 생각합니까? 물론 조금은 문제점이 생기겠죠. 그래도 국민이 용납해 줄 겁니다.
 
  현대문명을 만든 사람이 빌 게이츠 아닙니까? 그가 말하길, ‘1~2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과도하게 기대하지만 10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선 과소평가한다’고 했어요. 한국은 1~2년 안에 빨리 바꾸려고 하는데, 그렇게 바꾸면 제대로 안 되죠. 기대대로 안 되니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고, 돌아가고…. 교육은 정권과 상관없이 가야 해요. 특히 입시는 긴 호흡으로 10년, 20년 후라도 그렇게(서술형 문제로) 갈 수 있다면 훨씬 좋은 사회, 좋은 교육체제가 될 것 같아요.”
 
  ― 지금 말씀이 대입 논술전형을 확대하자는 뜻은 아니신 것 같지만, 대학마다 요즘은 논술전형 선발 인원을 줄이려고 해요.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 때문에 그렇죠. 하지만 서술형으로 대입제도를 장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게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창의적 인재를 기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봅니다.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는 ‘오늘의 학생을 어제처럼 가르치는 것은 그들의 내일을 도둑질하는, 빼앗는 것’이라 했어요. 이제는 내일을 준비해서 가르쳐야 합니다.”
 
  ― 포스텍에서 그런(서술형) 독자적인 입시제도를 만들 수 없겠죠? 본고사 논란이 생길 테니까….
 
  “대학이 본고사를 도입하면 사회적으로 용납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용납이 안 되는 일을 (대학이) 할 수야 없지요. 수년 전 서울대가 면접고사를 치르면서 학생들에게 무슨 문제를 풀라고 했어요. 당장 며칠 뒤 본고사 논란이 벌어졌어요. 하지만 대학에 그 정도의 자율성은 줘야 합니다. 정답이 틀렸어도 면접에서 풀이과정을 물어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불허하고 페널티를 주고 그랬잖아요.”
 
  ― 서술형 문제가 수능에 도입된다면 국가가 아닌 대학이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각 대학이 (입시를) 관리할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대학이 정신차려야지요. 그동안 국가에서 다 해 주니까 대학이 학생선발에 시간과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교육 3不 정책과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김도연 총장이 포스텍 학생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 총장은 교수들을 설득해 2018학년도 신입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無학과 無전공제’를 시행하고 있다.
  ― 본고사 폐지, 기여입학제 폐지, 고교등급제 폐지 같은 기존의 ‘교육 3불(不)정책’을 손 볼 때가 됐다고 보시나요.
 
  “고교 등급제? … 그런 제도는 없습니다. 학교에 어떻게 등급을 매겨요. 사람도 1등, 2등 등수 매기는 게 어려운데, 학교를 어떻게?
 
  예컨대, 지방 벽지학교 출신 학생과 도심 유명학교 출신 학생 중에서 능력이 같다는 전제로 1명을 고르라면 저는 벽지학교 출신을 뽑겠습니다. 벽지학교 학생의 발전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아서요. 그런 측면에서 학교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앞으로도 불가능하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여입학이라는 것도 환상이죠. 그게 도입되면 마치 사립대 재정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환상입니다. 어느 대학엔 1억원에 들어가고, 어느 대학엔 5000만원을 내고 들어간다? 말이 안 됩니다. 외국에도 그런 경우가 없어요.
 
  언젠가 미국 MIT 입학사정관을 만났는데, 그에게 ‘사우디 왕자나 어느 대통령 아들 같은 저명인사를 뽑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어요. 입학사정관 말이 ‘절대 안 그렇다’는 말입니다. 덧붙이기를 ‘다만, 그들이 사회에 나가서 큰일을 할 확률이 많기에 MIT가 도맡아서 가르친다’는 거예요. 그리고 한참 후에 기부를 받는 것이지 입학자격을 돈으로 산다? 턱도 없고 말도 안 된다고 해요.
 
  본고사 문제는, 조금 전 말씀 드린 것처럼 대학 면접시험 정도는 허락하면 좋겠어요.”
 
  ― 대학입시가 공교육 위기의 원인으로 보시나요, 아니면 위협요인으로 보시나요. 입시를 완화하면 공교육이 정상화될까요.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초・중등 교육 전체를 흔드는 ‘꼬리’와 같다고 생각해요. 그 꼬리가 굉장히 중요하죠. 하지만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미신(迷信)을 믿는 것 같아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먼저 대학이 그런 미신을 타파하도록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럼 어느 대학이? 소위 서울에 있는 리딩 유니버시티(Leading University) 10개 대학이 모여 진짜 고민을 해야 해요. 그들이 요만큼 좋은 인재를 뽑으려고 말도 안 되는 평가방법을 꺼내어 각자도생, 각개약진하지 말고 함께 고민하면 단초가 풀릴 겁니다.”
 
  ― 현 정부는 부산대, 경북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 몇 곳을 묶어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입니다. 프랑스식 대학 통합 방식인지 모르겠지만 그 방법으로 수도권에 빼앗긴 지방인재들을 견인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부산대와 경북대를 비롯해, 강원대, 경상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지역거점 국립대 9곳을 가칭 ‘한국대학교’로 명칭을 통일하고 신입생을 공동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대’에서 캠퍼스를 마음대로 옮기며 수강할 수 있다. 졸업도 다른 한국대 캠퍼스에서 할 수 있다. 문제는 서울대가 참여하느냐다.
 
  “프랑스는 1968년에 대학교를 평준화시켰지만 아주 유니크하게도 엘리트 교육은 전혀 다른 곳에서 합니다. 그랑제콜에 ‘톱 5%’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이 5%를 위해 프랑스 고등교육 예산 50%를 씁니다. 일반대학보다 10배를 더 쓰며 엘리트 교육을 해도 사회가 수용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수월성이 아니라 평등성이 강조되면 인재가 못 큽니다. 인재는 인재끼리 모아야 해요. 이런 말이 있어요.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의 50%는 동료끼리 주고받는 자극’이라고요. 그래서 빼어난 친구들을 따라 교육시키는 거예요. 큰 인재 하나가 몇 십만, 몇 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잖아요. 어쩌면 서울대를 없애면… 국가적으로 훨씬 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빛과 그림자
 

  ―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대통령 공약입니다.
 
  “정치에 의해 교육이 결정되면…, 대학이 하향 평준화될 개연성이 클 것 같습니다.”
 
  ― 교육당국이 ‘통합 네트워크’에 서울대를 포함시킬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대학순위로 볼 때 서울대 위치가 어떻습니까. 유수의 세계 대학들에 비하면 국내 대학들이 다 도토리 키재기인데…, 그 조그만 도토리를 또 깎아서 키를 맞춥니까. 참….”
 
  ―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까지 자사고와 특목고 5곳을 폐지한다고 해요. 자사고, 특목고 폐지는 대통령 공약이기도 합니다. 다른 시·도교육청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교육에서 수월성과 평등성은 모두 중요합니다. 둘 중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면, 수월성 위해 평등성을, 그 반대의 경우도 큰 문제입니다. 뭐든지 빛과 그림자가 있지요. 그림자만 보거나 빛만 보고 한쪽을 부각시키면 큰 문제가 야기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특목고 다 없애면 정치적으로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죠. 하지만 특목고가 지닌 장점이 얼마나 많은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의 직무정지 요청을 KAIST 이사회에 보낸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과학기술계 물갈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 대전 대덕단지에서는 “과학계가 칼바람에 떤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정부출연 연구기관 및 4대 과학기술원 기관장은 총 11명에 이른다.
 
  ― 정권교체의 칼바람이 과학계로 번지는 현실을 개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아쉽고 아쉬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는 2003년 이후 바뀐 기관장이 2명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국내에서 가장 안정된 연구기관인데도 수장이 5번 바뀌었어요. 기관장이 성과를 내려면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립니다. 2~3년 만에 사람을 바꾸면 아무 결과도 안 나옵니다. 국내 국책연구소 리더의 임기가 보통 3년이죠. 너무 짧습니다. 적어도 5년으로 늘려야 하고, 괜찮으면 한 번 더 하게 해서 10년은 맡겨야 합니다. 정권 바뀌었다고 기관장을 바꿔 버리는… 오랫동안 업적을 쌓아 겨우 기관장이 된 분들을 박살내서… 국가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그렇게 내보내는 건 어마어마한 낭비이자 진짜 아쉬운 일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공약으로 ‘2020년 달(月) 탐사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어요. 정권이 바뀌고 달 탐사 계획은 무기 연기되었죠. “2030년도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을 정치에 이용한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2년간 하면서 대한민국 R&D사업 전체를 총괄했잖아요.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가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선거용이었죠. 참 아쉬웠습니다. 당시 저는 우리 역량으론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최근 중국이 달 뒤편에 우주선을 착륙시켰습니다. 달에 간다는 게 근사하긴 하죠. 그런데 달에 뭐하러 갑니까? 중국은 우주개발 투자에 우리나라 예산의 10배, 20배를 씁니다. 그러니 어떻게 경쟁이 되겠어요. 우리도 다른 분야 투자를 올스톱시키고 우주과학 기술에만 투자하면 되겠죠. 그런데 그게 그 정도의 비중이 있느냐? 그렇지 않거든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교육과 과학기술은 정권과 무관하게 가야 되는데, 정권마다 바뀌니까. 이게 참… 낭비가 엄청나죠.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정부 안에 있는 컴퓨터를 모두 리셋하는 것 같아요. 과거에 했던 것을 다 지우고 새로 시작하는… 얼마나 낭비입니까.”
 
 
  脫원전과 에너지 혁명
 
  ― 문재인 정권의 탈(脫)원전 정책이 곳곳에서 말썽을 빚고 있어요. 이 정권의 지지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탈원전은 인류의 궁극적 목표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합니다. 그 말은 (대체에너지) 가격이 기존 에너지 생산단가에 비해 훨씬 비싸다는 이야기지요. 궁극적 목적으로 가기 위한 교량에너지로서 원자력 발전만한 에너지가 없어요. 원전은 미래에너지로 가기 위한 교량입니다. 그 교량을 끊어 버리고 미래에너지로 간다? 있을 수 없죠.
 
  사실 (원전기술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고속철도, 고층빌딩, 항공우주산업 등 모든 첨단기술은 다 위험천만입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기술로 안전하게 만들면 거기서 돈이 생겨요. 원전이 위험하다고 안 하면… 그건 뭐… 너무 심플하죠. 결국 더 불편하게 살자, 더 못살자… 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김 총장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원전 이슈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 더 안타까운 일은 거기서 일하는 과학자와 기술자의 긍지마저 지워 버렸어요. 이젠 누구도 원자력 연구에 안 뛰어들 겁니다. 쌓기는 어려워도 흩어 버리기는 쉬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일에 긍지를 가지고 삽니다. 그 긍지를 다 지우고… 진짜… 참 아쉽죠.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나요?”
 
  ―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선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죠?
 
  “4차 산업혁명은 AI 혁명이 아니라 에너지 혁명입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면 어쩌나 걱정하는데, 우스갯소리로 로봇의 파워를 빼면 된다고 하잖아요. 에너지가 없으면 로봇이 못 움직일 테니까. 로봇이 활동하고 수퍼컴퓨터가 작동하려면 지금보다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면 에너지 소모량도 혁명적으로 쓰일 겁니다. 지금까지 쓰던 에너지를 다 지워 버리면… 더군다나 부존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감당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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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necowboy    (2019-02-04) 찬성 : 1   반대 : 1
이런 좁은 땅덩어리에서 벌어질 이전투구가 걱정되기도 했고.. 나는 생후 8개월된 아이와 함께 지난 2001년 미국으로 건너왔고 무럭무럭 자란 아이는 작년 가을 Stanford 에 입학하여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중..

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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