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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金任權 수협중앙회 회장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으로 어업을 살리겠다”

글 : 김성동  월간조선 편집장  ksd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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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水協이 바닷모래 채취와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漁場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
⊙ “우리 수산업을 살리는 길은 수협의 힘을 키우는 방법밖에는 없다”
⊙ 취임 후 수협 수익 규모 4733억으로 4배 신장. 총사업규모 2017년 기준 31조7186억원
사진=조현호
  7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수협)에서 김임권(金任權) 중앙회 회장을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사업장이 있는 부산에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대뜸 기상예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태풍 북상 소식 때문에 자신의 사업장은 이틀간 조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이틀 동안 조업을 했다면 “3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민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기상정보는 정말 아쉬움이 크게 느껴집니다. 저만 해도 이번 기상예보가 틀리지 않았다면 조업을 이틀 더 할 수 있었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조업을 멈췄는데 태풍은 이틀이나 오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기상예보 방송은 정말 기상정보를 주는 것인지 패션쇼가 본질인지 알 수가 없어요.”
 
  —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민간 업체도 있던데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잘 안 맞습니다. 그래서 어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차라리 일본 기상방송을 보는 편이 낫다고 할 정도입니다.”
 
  — 기상정보 관련 애로 사항 말고 우리 수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뭡니까.
 
  “우리 수산업은 중병환자와 같은 상태입니다. 말기 암 환자 같은 수준이죠.”
 
  — 나름대로 생각하는 처방은 있습니까.
 
  “예전에 제대로 된 약도 없어서 다쳤다 하면 왜 다쳤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그런 건 따져 보지도 않고 그냥 소독약이나 한번 죽 발라 주면 그만이던 시절이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 우리가 수산업을 대하는 태도랑 다를 게 없습니다. 응급처방하는, 그저 소독약 한번 발라 주는 정도입니다. 속으로 골병이 들어 대수술을 해야 하는데 소독약이나 고약을 발라서야 그 병이 낫겠습니까. 저는 우리 수산업을 누가 살릴 수 있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곤 합니다. 국회의원을 들여다봐도 없고, 해수부를 봐도 응급처치 정도나 해서 넘어가고… 소독약 정도 발라서 살아남을 수산업 같으면 걱정이 없겠죠. 현 제도와 환경하에서는 수산업을 되살릴 방도가 없어요. 안타깝죠. 수협 회장으로서 제가 보기에 수산업을 살리는 주체는 수협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수협이 수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협이 돈을 벌어서 강한 수협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취임 이후 우리 수협의 자금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정부나 국회는 그런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주변에 배석한 실무자들이 돌발 발언을 걱정할 정도로 솔직했다. 인터뷰 내내 거침없이 격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지만 ‘기자가 기대하는’ 위험 수위를 넘는 발언은 없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부나 국회가 수산업을 살릴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의미는?
 
  “예를 들어 정부가 농어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수산보조금과 농업보조금을 같은 걸로 보고 있어요. 이런 얘기 하기 뭣하지만 농업보조금에는 시혜성 성격이 섞여 있습니다. 반면 수산업은 시혜성 보조금이 아닙니다. 자원 보호 비용이라고 봐야 합니다.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민들이 먹고살 수 있는 돈을 지원한다는 것이죠.”
 
  — 외형 규모로 수협과 농협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까.
 
  “농협이 우리의 열 배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 회장의 열정
 
김임권 회장이 수협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업인 자녀 대학생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수협장학관 앞에서 입사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긴 시간 김 회장의 수산업을 위한 열정적 토로를 들은 끝에야 기자는 준비한 질문을 시작할 수 있었다.
 
  — 2015년 취임 후 임기 4년차인데 그동안 추진해 온 수협의 주요 역점사업들을 소개해 주시죠.
 
  “취임 후 제가 내건 비전이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입니다. 우리 조직이 추구할 최상의 목표가 수익성 제고에 있다는 제 소신이 반영된 슬로건이죠. 물론 공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은 수협이 버는 돈을 어디에 쓰느냐를 간과한 탓에 생기는 편견일 뿐입니다. 수협이 돈을 벌면 그 돈은 고스란히 어민, 조합, 수산업을 위해 쓰이게 되기 때문에 많은 수익을 창출할수록 어민을 위해 돌아갈 몫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소극적이고 보수적이고 무사안일한 업무관행에서 벗어나 돈 되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조직을 뜯어고쳤습니다.”
 
  — 어떻게 뜯어고쳤습니까.
 
  “사업구조 개편 문제는 수협이라는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서 성사시켰고, 수협은행을 분리해서 자본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조달비용을 낮추고, 소매금융을 강화하는 등 수익성을 대폭 개선해 냈죠. 취임 전 한 해 1300억원 수준이던 전체 수협 수익 규모는 지난해 473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4배 가까운 신장을 이루었습니다. 이는 제가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조직원들이 공감하고 함께 움직여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임기 중인 2016년 말 수협은행이 분리, 출범했습니다. 그동안 수익성과 생산성은 어떻게 제고됐습니까.
 
  “수협은행의 분리가 수익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분리함으로써 자본구조를 개선해 각종 조달비용을 낮추고 소매금융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사업구조 개편은 수협이라는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그야말로 사력을 다했습니다.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충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성장성, 건전성 측면에서 모두 큰 폭으로 경영성과 개선이 있었습니다. 사업구조 개편 전후 대비 수익성은 4배 늘었고, 총자산 규모가 4조4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등 향후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냈습니다. 특히 건전성 측면에서도 BIS비율이 4%포인트 이상 급등했고,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40%가량 낮춘 0.9%를 기록하면서 건실한 중견은행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자부합니다.”
 
  — 그렇다면 과거와 비교해 현 수협의 재무구조는 어떻습니까.
 
  “순이익 규모가 급증하니까 당연히 자본구조도 더욱 탄탄해졌습니다. 특히 수협은행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서 자본규모를 키우고 이를 통해 수익규모가 3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우량 중견은행으로 입지를 굳히게 됐습니다. 중앙회와 은행의 총사업 규모는 2014년 23조5103억원에서 2017년 31조7186억원으로 8조2083억원이 증가하면서 수익규모 확대로 직결됐고, 중앙회와 은행의 자기자본은 2014년 1조4118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8884억원을 기록하며 3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한편으로는 조합에 대한 경영개선과 건전성 강화에 주력해서 2014년 638억원에 불과했던 91개 회원조합 전체 연간 수익규모가 3년 사이에 세 배가 늘어난 185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자기자본도 3년 동안 5000억원가량 증가해 1조1489억원을 기록하는 등 건전성이 대폭 개선됐음은 물론입니다.”
 
  — 취임 전과 비교해 수익성이 4배가량 증가하는 성과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정말 립서비스가 아니라 제가 무엇을 하러 여기에 온 사람인지, 어디로 가려 하는지에 대해 임직원들이 공감하고 함께 뛰어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사업구조 개편 당시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며 수협도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는데 시중은행의 70% 정도로 가장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도 노조를 포함한 임직원이 임금을 깎아 가며 24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 그럼 희생해 준 임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해야겠네요.
 
  “물론이죠. 조직을 위해 헌신해 준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동시에 앞으로 수협을 이끌어갈 핵심 인재들로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해외 대학 석·박사 과정, MBA과정 등을 지원하는 등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노력
 
2016년 9월 29일 열렸던 수산물 소비 대축제에서 외국인에게 김 회장이 수산물 시식을 권유하고 있다.
  — 수협이 수협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지난 IMF구제금융 당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수협 역시 1조1454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전까지는 수협은행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어민을 위해서 단 한 푼도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매년 은행이 벌어들인 수익에서 24%에 달하는 법인세를 공제한 후 중앙회에 배당하고 이를 예금보험공사에 납입해야 하는 등 다른 시중은행이나 금융기관과 달리 불리한 방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차입한 공적자금보다 2000억원가량을 더 벌어들여야 하는데 그만큼 수협이나 어민이 안고 가야 할 부담이 큰 상태인 것이죠. 그래서 최소한 수협은행 수익으로 중앙회에 보내는 배당금에 대해서는 조세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그렇게 되면 수협에는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법인세 문제가 해결되면 앞으로 공적자금 2000억원가량을 조기에 상환하는 효과가 있고 그만큼 빨리 협동조합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국가 예산이 아닌 수협의 자체 재원으로 어민과 수산업을 직접 지원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정부에서도 세금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는데 구체적으로 의미를 설명한다면.
 
  “수협은 어민과 수산업을 지켜 내는, 어민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습니다. 수협이 바닷모래 채취 문제, 해상풍력발전 건설 등의 문제에서 가장 먼저 앞장서서 싸워 왔던 이유도 힘없는 어민을 대신해서 나설 수 있는 조직은 수협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경제적 약자인 어민을 제대로 보호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힘이라는 것은 결국 재정적 지원이 얼마만큼이나 잘 뒷받침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 수협이 수익성을 높여서 어업인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야겠다는 의미를 ‘강한 수협’에 담았고 이를 통해 수산업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산업으로 거듭 발전하게 만들겠다는 뜻을 ‘돈 되는 수산’에 담은 것입니다.”
 
  — 가시적인 성과가 있습니까.
 
  “다행스럽게도 취임 전과 비교해 전체 수협의 수익성이 대폭 향상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앞서 수협의 수익성 증대에 대해 설명드렸듯이 어민과 수산업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對北 수산 교류 시도
 
김 회장과 전국 수협조합장들이 중국 정부에 불법조업 근절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어민에 대한 지원규모를 현행보다 2배 늘리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잘 이행되고 있습니까.
 
  “당초 구상은 수협은행의 수익성을 연간 3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당초 예금보험공사와 약정된 2028년까지의 공적자금 상환기간을 향후 4~5년 이내로 대폭 줄임으로써 하루빨리 수협은행의 수익을 어민들을 위해 써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현재 수협중앙회에서 발생된 수익만으로 어업인 지원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상태인데 지난해의 경우 약 685억원의 교육지원 사업비를 편성해서 수산자원 보호, 어업생산 지도, 어장환경 개선 지원, 어업외 소득원 발굴, 재해복구 지원 등에 수익을 환원했습니다.”
 
  — 공적자금 상환이 완료되면 어민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 것인지요.
 
  “공적자금 상환이 완료되고 수협은행이 현재의 수익성을 유지한다면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어민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간 3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어민들을 위해 쓰게 된다면 정부가 올해 잡은 수산예산(2조1235억원)의 약 14%에 해당하는 큰 금액을 어민과 수산업에 배분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수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액수인 것이죠. 저는 남은 임기 동안 하루빨리 공적자금을 갚고 수협의 수익이 어민과 수산업을 위해 온전히 쓰일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를 설득할 것이고, ▲어자원 보호를 위한 자율적 휴어제에 참여하는 어민 지원 ▲도서지역 등 낙도벽지에 어촌공동체 보호 육성을 통한 인구정착 기반 마련 ▲세계 각국으로 연근해 어선의 진출 등 세 가지 분야에 매년 각각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근 수협이 남북수산협력단을 구성해 대북 수산교류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는데요.
 
  “남북수산협력은 한반도 평화라는 상징적 의미나, 북한을 돕는 호혜적 교류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우리나라 수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금 남측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과 함께 북측 수역 입어 후 싹쓸이 조업으로 연근해 자원이 급속히 고갈되고 있고 이로 인해 과도한 어선세력이 더욱 경쟁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남한 어선이 북한 해역에 입어하는 방법부터 시도해 볼 필요가 있고, 성사되는 경우 남한 측이 보유한 어선세력이 북한 해역으로 즉시 이동해 조업이 가능하므로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투자가 필요한 여타 경협분야와 달리, 즉시 시작할 수 있는 데다 리스크도 크게 낮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남북 관계개선 정도에 달려 있겠죠. 남한 어선이 북한 수역으로 이동하면 남한 연근해에 집중된 과도한 어획강도가 완화되고 동시에 북한 수역에 입어해 한반도 어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는 무분별한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조업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 측이 북한에 지불하는 수준보다 높은 입어료를 지급할 수도 있고, 어업 노하우 전수 등 북측 수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정부의 북방외교에 발맞춰 러시아와의 협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수산분야 한·러 협력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었는데,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진출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요.
 
  “지난해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가스와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서 협력방안, 즉 ‘나인브릿지(9-Bridge: 9개 다리)’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신동방정책’을 내세우며 극동개발로 활로를 찾겠다는 러시아 측은 공통 협력 분야로 수산과 에너지 분야를 꼽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러 간 수산협력도 아주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산은 아홉 개의 다리 가운데 가장 먼저 손쉽게 건설해서 실질적 교류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분야인 데다 과거부터 교류해 온 경험이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어업생산량이 475만톤 이상에 이르는 수산 대국입니다. 특히 우리와 인접한 캄차카 등 극동수역에서의 어획량이 6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근해 어선들이 출어하기에 적합한 환경입니다.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지난 동방경제포럼 중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프로그램에서 양어사료용 어분 합작생산부터 단계적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러시아 측에 설명한 바 있습니다.”
 
  — 다른 해외 진출은요.
 
  “러시아뿐만 아니라 스리랑카 등 동남아 저개발 국가들과도 유사한 방식으로 수산협력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중이며 가시적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미(韓美)수산협력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7월 미국 전(前) 의원협회가 주최한 제1회 ‘Korea-Focused’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전직 미의회 상하원 의원들에게 베링해 명태조업 재개를 통한 수산교류로 한미 우호증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어선들이 알래스카 수역 등에서 명태와 대구를 어획했지만 이후 미국이 어장보존과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1987년 이후 조업이 불가능해진 상태입니다. 명태는 한국인의 역사, 문화와 함께해 온 상징적이고 각별한 의미를 가진 소중한 어자원이지만 한국 연안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복원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수산 자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미국 알래스카 수역을 한국 어선들에게 개방해서 한미우호 증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미국 측과 지속적인 접촉을 추진해 볼 생각입니다.”
 
  —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수산위원장직도 맡고 있는데요.
 
  “한국 수협은 2009년 국제협동조합연맹 수산위원회 의장국이 된 이래 10년째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업인과 수산업 공동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한국 협동조합 가운데서는 최초로 ICA로부터 ‘협동조합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ICA 로치데일파이오니어 상’을 수상하는 등 그 공헌이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 수협은 앞선 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지식공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국의 협동조합 운동을 지원하고 수산장학생 제도 등 인재양성을 후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같은 세계 각국과의 교류협력은 수협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로서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ICA 수산위원회 활동을 통해 우리 수산업이 세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책 마련해야

 
2018년 3월 8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수협보험 전진대회에서 개회선언과 함께 깃발을 흔드는 김 회장.
  —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문제는 해결되고 있습니까.
 
  “중국 연안의 어족자원이 환경오염과 남획 때문에 완전히 고갈되었기 때문에 중국 어민들은 필연적으로 고기떼를 찾아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우리 연근해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근절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이제 꽃게 몇 마리를 누가 잡아가느냐는 문제를 벗어난 지 오래이며, ‘국가란 무엇인가?’, ‘해양주권은 목숨 걸고 지켜야만 하는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자원관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불법 중국어선들은 바다를 완전히 망가트리고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어구들을 사용해서 우리 어장을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 우리 정부는 두 손 놓고 있는 겁니까.
 
  “정부가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중국어선들은 우리의 선의적인 제도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피항지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기상악화 시 안전 확보를 위해 외국 선박에 대해서도 우리 항구에 피신할 수 있도록 피항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중국어선들은 이를 악용해 우리 항구를 불법조업 전진기지로 삼는 경우가 보편화됐고 피항을 핑계로 우리 바다를 드나들며 자유롭게 불법조업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 인근 일본도 마찬가지일텐데요.
 
  “일본은 피항 외국 어선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검문·검색을 집요하고도 철저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배들은 일본 근해에서 조업하다가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미리 한국으로 피신해 버리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항·포구는 중국어선들의 전진기지로 전락하는 데다 또 우리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어구를 마구잡이로 훼손하거나 절취하고 쓰레기를 투척하는 등 몰상식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우리 정부가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통해 반드시 근절해야 하고 중국 측도 책임감 있게 단속하고 또한 자국 연안자원 회복 노력을 통해 자국민이 한국 바다를 넘보지 않아도 되는 어장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펼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최근 미국 뉴저지와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수산물 수출지원센터를 잇달아 개설했는데요.
 
  “지난 2014년부터 세계 각국으로 한국 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거점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에 수출지원센터를 세워서 우리나라 수산식품의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동부 뉴저지와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지원센터를 추가로 개설하는 등 중국(칭다오, 베이징, 상하이), 베트남, 일본, 대만, 미국 LA 등 총 10곳의 해외 수출 네트워크를 확보했습니다. 해외 수출지원센터들은 한국산 수산제품의 수출 확대를 위한 현지 거점을 구축하고 관련 마케팅을 추진하는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출지원 사업으로 도움받은 업체는 2014년 223개 업체에서 2017년 492개 업체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 평소 현장소통을 중시한다고 들었는데요.
 
  “지난 3월 강원도 지역을 시작으로 어촌계 어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모임을 시작했는데 역대 회장 중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전국 해안선 4만리(1만4963km)를 따라 곳곳에 있는 2000여개 어촌계 어민들과 올해 9번에 걸쳐 만나 우리 수협이 어촌 민생 해결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현안들을 찾아 경영에 반영할 생각입니다. 소통을 통해 각 어촌의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회장인 제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고 이를 통해 어민들을 더 잘살고 더 행복하게 하는 게 제 소임입니다.”
 
 
  바닷모래가 싸다고?
 
2018년 5월 16일 김 회장이 환경재단 및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데 이유가 뭡니까.
 
  “작년 국토부 측의 남해EEZ 바닷모래 채취허가 연장 움직임에 어민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3월 15일 전국 어민들이 동서남해 곳곳에서 배 4만5000척을 띄우고 뱃고동을 일제히 울리면서 사상 유례 없는 해상 총궐기를 펼쳤습니다. 바닷모래는 각종 어류들이 산란하고 성장하며 서식함으로써 어자원을 조성하는 생명의 근원으로 이를 훼손함으로써 어민들은 잡을 고기가 사라지면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건설업자들은 싸다는 이유로 바닷모래를 마구잡이로 파헤쳐 골재로 썼고 이로 인한 피해는 어민은 물론이고 바닷모래로 지어진 건축구조물을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도 전가되는 것으로 오로지 극소수 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될 뿐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바닷모래가 값싼 것은 사실 아닙니까.
 
  “아닙니다.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자연훼손으로 발생하는 환경비용, 어장이 파괴되면서 생기는 피해, 염분을 제거하는 비용, 염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사용했을 때 건축물에 미치는 피해 등 따져 보면 가장 값비싼 자원인데도 골재로 쓰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발상입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석유보다도 모랫값이 더 값비싼 자원으로 거래되는 현실이고, 자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도 헐값에 바닷모래를 계속 쓰는 일은 어민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도 당장 멈춰야 합니다.”
 
  —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반대도 비슷한 이유입니까.
 
  “네. 지금 해상풍력발전소 건립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제2의 바닷모래 채취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어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해상풍력발전소가 친환경적인 것처럼 인식되지만 실상은 풍력기 설치와 송전케이블 매설 과정에서 환경에 가해지는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이 존재합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우선 어업인들의 일터인 조업구역의 상실이 불가피한데,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2038년까지 발전단지 반경 500m를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 어업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여의도 2배 면적에서 조업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풍력기 설치와 송전케이블 매설 과정에서 해저면의 교란, 부유사 대량 발생 등으로 저서생물 서식지 훼손, 주변해역 생물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방오도료, 윤활유, 연료, 냉각제, 연마재 등 화학물질 누출로 생물학적 영향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발전소 건설과정과 발전기 가동 중 발생하는 소음·진동은 인근 양식장, 바다생물에 영향을 줘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발생소음(260dB)은 어종의 청각장애와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수협은 바다환경보전팀을 구성해 대응조직을 상설화시켰고, 전국 조합들이 참여하는 해상풍력발전소건설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수산업 미래를 낙관한다

 
지난 6월 4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북미회담 성공이 남북수산협력으로 이어지길”이라고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 김 회장께서는 3대째 어업인으로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조부와 선친께서 어렵고 힘들게 고생하며 어업에 종사하신 모습을 보고 자란 탓에 ‘나는 절대 고기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는 바다를 등진 채 도시로 나가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운명인지 선친께서 급작스럽게 병환으로 떠나신 후 엉겁결에 남겨진 가업 그리고 가솔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어릴 적부터 선친께서 해 오시던 수산업을 보고 자랐고, 부산에서 수산대학교까지 졸업했기 때문에 자신감 넘치게 시작했지만 3년여 만에 선친이 물려주신 기반을 몽땅 날려 버리는 쓴맛을 봐야 했습니다.”
 
  — 재기하기가 쉽지는 않았겠습니다.
 
  “쉽지는 않았죠. 절치부심 끝에 1995년 북태평양과 한국을 오가는 3000t급 냉동운반선을 인수해 운반선 사업을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북태평양에서 잡은 명태가 풍어를 이루면서 큰 호황을 이뤘고 5000t급 운반선 3척과 트롤선 1척도 구입하면서 1997년 IMF 직전까지 큰 성과를 냈습니다. 운반선 사업에서 성공했지만 북태평양에서 어업규제가 강해질 것으로 판단해서 1998년 운반선 사업은 정리하고 당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근해 대형선망업계에 뛰어들었고 이후 조합장을 거쳐 회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바다는 저의 운명이었고, 돌아와야 할 곳이었습니다.”
 
  —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는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수산 현안은 무엇입니까.
 
  “기존의 단순히 잡는 수산업에서 벗어나서 조선, 어업기자재 등 전방산업과 유통, 가공, 요식업 등 후방산업을 아우르는 6차 복합산업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연관 단체들이 조직한 것이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입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핵심인데, 우리는 연근해 어획량 지속 감소라는 근본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 수산산업은 GDP의 4.2%에 해당하는 66조원 규모의 연간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부가가치 창출은 연근해 자원을 어획함으로써 시작되는 것입니다.”
 
  김 회장의 목소리가 이 대목에서 약간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 바다는 바닷모래 채취, 갯벌 간척, 해상풍력발전, 발전소 냉온배수 배출 등 환경파괴 행위가 지속되면서 어자원이 급격히 감소하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중국어선의 무차별적 불법조업의 폐해가 누적되면서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연근해 어획량이 100만톤을 넘지 못하는 위기상황입니다. 수협이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결사적으로 요구하고 해상풍력발전 확대 반대 투쟁에 나서는 이유이며, 남북 수산협력과 러시아 등 해외어장 진출을 역점 추진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우리 한반도 연근해 어족자원을 증강해서 자손만대에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자원회복을 위해 더 이상의 환경파괴는 없어야 하고 동시에 복원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어획량을 유지시켜야 합니다.”
 
김 회장이 추자도를 찾아 어민들과 만나 고충을 청취하고 어업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남은 임기 내 꼭 완수해야 할 사업목표가 있다면.
 
  “취임하면서 꼭 마음먹었던 것은 우리 어민들이 지금 먹고살고 있는 터전인 바다를 자손만대까지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부, 선친에 이어 3대를 이어가는 어업인으로서 저는 그동안 바다 덕분에 먹고살았지만 지금의 어장, 자원의 상태로는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근해어업 생산량은 반세기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최악의 흉어를 겪는 상황에서 드러나듯이 어민이나 수산업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위기 상황인데도 수협이 공적자금에 발 묶여 앞으로도 수년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어민과 수산업이 회생불능이 될지도 모릅니다. 수익성을 계속 높여서 충분한 이익을 창출하고, 공적자금 상환 후 이를 어민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수협이 어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어민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민을 위해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해 진짜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으로 변모해서 진정으로 어업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한국 수산업계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우리 수산업의 미래를 낙관하십니까.
 
  “지금 우리 수산업계가 처해 있는 현실은 비관적 요인이 많지만 그래도 저는 우리 어업인들의 단합으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수협이 그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저는 낙관합니다.”
 
  김 회장의 마지막 말에는 확신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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