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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粉順 한국댄스테라피협회 이사장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치유가 된다

글 : 이근미  월간조선 객원기자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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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마음과 몸은 하나이다. 잠시도 쉬지 않는 뇌에 끌려다니느라 몸이 파김치가 되어 간다. 머리를 텅 비우고 몸을 생각하는 데서 치유가 시작된다. 우울증과 이혼부부 치료, 학교폭력과 성폭력 피해자 치유에 댄스테라피가 활용되고 있다.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머리를 따라가느라 바쁜 현대인들에게 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댄스테라피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 ‌몸의 통증은 심리적인 요인에서 기인, 마음 비우고 신체에 집중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면
    통증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 수 있어
⊙ ‌어깨통증과 척추 질환이 많은 현대인들, 움츠린 몸 이완하고 호흡 길게 하면서 팔을 심장보다
    위로 올려 원을 그리는 행동 습관화해야
⊙ ‌“평소 몸을 흔들면서 걷고 집에서도 흥겨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몸을 사용하세요”

柳粉順
⊙ 홍익대학교대학원 교육학박사(상담심리학), 한국체육대학교 이학박사(운동심리학),
    미국 공인 무용동작 심리치료사 교수자격 취득.
⊙ 現 순천향대학교 건강과학대학원 심리치료학과 무용치료 전공교수,
    ATA 한국무용치료아카데미 원장, WDA 세계무용연맹 부회장.
⊙ 저서: 《창의적 통합예술치료 매뉴얼》 《무용동작치료학》 외 다수.
  “몸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습니까? 정신과 마음과 몸은 상호 교류하고 있으며, 몸이 간직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댄스테라피협회 류분순(柳粉順) 이사장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리에서 자주 일어나 몸을 움직였다. “몸이 감정을 담고 있지 않다면 왜 두려울 때 움츠리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몸을 동그랗게 말기도 하고 “기쁘고 신날 때는 팔을 심장 위로 올려 위로 뻗잖아요”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뒤 교육학(석사)과 상담심리학, 운동심리학(박사)을 공부한 그녀는 순천향대학교 교수, 한국댄스테라피협회 이사장, ATA 한국무용치료아카데미 원장, WDA 세계무용연맹 부회장 등 다양한 직함이 있지만 ‘신체심리치료 전문가’로 불리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에 부착된 TV를 보면서 기계적으로 달리는 데 익숙한 기자에게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류 교수의 전언은 상당히 신선하게 들렸다.
 
  “현대인들의 문제는 대개 감정조절 충돌로 인해 일어납니다. 감정이 불안할 때 몸이 움츠러들고 가슴도 두근거리죠. 정작 병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데 온몸이 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픔이 신체로 나타나는 건 심리적인 것이 원인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세 가지 형태로 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상대방을 심하게 공격하는 공격형과 매사에 안 본 척 안 들은 척 문제없는 척하는 회피형, “네 말이 맞다”며 무엇이든지 상대방에게 맞추는 억압형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방어하느라 몸이 아픈 겁니다. 이게 오래 가면 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서 어깨가 위축되거나 처지고, 골반이 무너져 내리거나 척추가 구부러지죠. 심리적인 면이 고착되면서 신체상이 바뀌면 수술이 아닌 댄스테라피로 몸을 바꿔야 합니다.”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몸을 잘 다스리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일어난다는 것이 무용동작 치료, 즉 댄스테라피이다.
 
  “첫째, 자기 몸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음을 텅 비우고 신체에 집중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면 통증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은 머리를 비우지 못해요. 잘 때도 꿈을 꾸고 긴장을 계속합니다. 긴장과 이완을 통해 리듬과 호흡으로 몸을 풀면 신체가 편안해집니다. 어깨가 아플 때 파스를 붙이고 지압을 받으면 그 순간은 괜찮지만 나중에 또 아픕니다. 내가 평소 어떻게 몸을 쓰고 있는지 깨달아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약 대신 움직임으로 치료
 
  공포물을 보면 불안한 정서가 형성되면서 어깨에 힘을 주게 된다. 류 교수는 정신과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늘 자각하라고 권한다. 어떤 상황이든 호흡을 깊게 하면서 신체를 이완하면 마음의 공간이 열리면서 다음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선순환이 잘 안 되어 여러 가지 병이 생긴다.
 
  댄스테라피협회를 찾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언어가 아닌 신체 움직임을 통해 심리치료를 원하는 이들이다. 가정폭력이나 자살 유혹에 시달리는 사람, 자폐아, 알코올중독자, 복합장애인, 학교 부적응자 등 다양한 사람이 찾는다.
 
  “정신분열증이 있으면 불안을 느껴 대인관계를 잘 못합니다. 환청과 환시 등 양성반응이 나타나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약으로 조절합니다. 음성증상은 약으로도 조절이 안 돼요. 정서적인 문제 때문에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죠. 그럴 때 댄스테라피가 도움을 줍니다.”
 
  댄스테라피는 194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1966년에 협회가 생겼다. 1970년대 들어 미국대학에 석·박사 과정이 생기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국내는 1993년 류분순 교수에 의해 최초로 도입되었다. 요즘 각종 치료요법이 유행인데 댄스테라피 이후에 ‘테라피’라는 명칭이 여기저기 붙었다고 한다.
 
  27세 때 지방 전문대학 무용학과 학과장을 지낼 정도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류 교수는 남편이 서울로 전근하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당시 지방지에 제 동정이 자주 실릴 정도였어요. 어딜 가든 걱정 없겠거니 했는데 서울 오니 어디 낄 자리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강사부터 다시 시작했죠. 상담심리학과 운동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무용동작을 심리치료와 접목시키게 되었어요.”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독일 쾰른대학과 몬하임 무용치료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한 뒤 1993년에 사단법인 한국댄스테라피협회의 전신인 한국무용치료연구회를 설립했다. 서울여자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예술치료사 석·박사 과정 커리큘럼을 창안하는 등 댄스테라피를 국내에 정착시켰다.
 
 
  호흡을 잘해야 경영도 잘해
 
호흡법과 몸의 이완을 강조하는 류 교수.
  류분순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무용동작치료 워크숍 개최를 비롯하여 각 대학, 기업, 사회단체, 병원, 복지시설 등지에 무용동작 치료 보급 일을 꾸준히 해 왔다. 현재 국립서울병원, 서울가정법원, 강남장애인복지관 등 수많은 곳에서 무용동작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댄스테라피가 적용되지 않는 세대가 없고 의료기관, 학교, 기업, 단체 등 많은 곳에서 댄스테라피를 도입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치료는 개별 심리치료와 집단 심리치료를 동시에 합니다.”
 
  2012년에도 장애자녀 어머니를 위한 무용동작치료(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사업),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위한 댄스테라피(서울시교육청 지원사업), 가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문화예술돌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원사업)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류 교수는 최고경영자(CEO), 기업체 직원,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이혼위기 부부, 성폭행 피해자 등 다양한 대상에게 강의와 치료를 하고 있다.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든 가장 먼저 실시하는 것은 호흡법이다. 코로 배꼽 아래 단전까지 숨을 깊이 들이쉰 다음 입으로 숨을 뱉어내는 방법이다. 류 교수는 호흡을 하면서 몸을 이완하는 것이 댄스테라피의 기초라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있다는 우려를 했다.
 
  “CEO들에게 강의할 때 호흡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합니다. 호흡을 컨트롤하면 경영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고집이 센 사람들은 들숨이 짧아요. 화가 날 때는 최소한 5번 정도 깊은 호흡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분노가 가라앉으면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죠. CEO들에게는 혈액순환을 위한 신체 이완법도 강조합니다. 신체 각 부분 흔들기를 시키면 다들 열심히 따라하십니다. 부부동반 CEO 모임에서는 부부가 마주 서서 손과 어깨를 잡고 늘이기 등을 하면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빙 둘러서서 왈츠를 추면서 리듬을 타면 굉장히 즐거워하십니다.”
 
  책상에서 컴퓨터를 마주하며 일하는 직장인들 역시 깊은 호흡과 함께 수시로 몸을 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라도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 활용을 염두에 두라고 권한다. 앉아서 팔을 위로 올리거나 몸을 양옆으로 돌리는 등 수시로 움직이라는 것이다.
 
  “일단 걷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상태가 다 나타납니다. 정상적으로 웃으며 편안하게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유럽이나 뉴욕에 가 보면 정장에 가방 든 차림으로 앞만 보며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서울도 비슷하죠. 반면에 가난한 나라에 가면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여요. 도시는 사람들의 몸을 긴장시킵니다.”
 
 
  안 쓰는 신체, 안 쓰는 공간 활용
 
수강생들과 즉흥무용으로 교감을 나누는 류분순 교수.
  정신과 몸이 긴장된 가운데 가쁜 숨을 내쉬며 사는 현대인에게 어깨 통증과 척추 질환이 많다고 한다.
 
  “움츠린 몸을 이완하고 호흡을 길게 하면서 팔을 심장보다 위로 올려 원을 그리는 행동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정신과 병동에 가면 몸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인상을 쓰는 분들이 많아요. 몸의 중심이 없어 보이죠. 평소 의식적으로 내 몸의 중심을 잡는다는 각오를 하는 게 좋습니다. 몸을 생각하면서 균형을 잡는 걸 생활화해야 합니다.”
 
  직장인에게 강의할 때면 모두에게 신체 각 부분의 그림을 그리게 한다.
 
  “자신이 그린 심장, 간, 위 그림을 보면서 ‘술 좀 그만 먹어라. 위가 피곤하다’며 사과하게 합니다. 몸을 뒤틀면서 자신이 몸을 혹사시켰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이 상사를 그려 놓고 ‘야 똑바로 살아, 그 따위로 살지 마’라고 소리 지르는 가운데 치유를 받기도 합니다.”
 
  강의를 할 때 청중에게 허리를 바로 세우고, 깊은 숨을 쉬고, 어깨를 귀에까지 붙였다가 확 떨어뜨리고, 박수를 힘껏 치고, 손가락 깍지를 끼고 힘차게 누르며 소리를 크게 지르게 한다.
 
  “직장인들이 이런 정도의 행동에도 시원해하고 아주 좋아해요. 그걸 늘 생활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몸을 쓰게 만드는 강의를 하는 류 교수의 강의 평점은 늘 상위권이다.
 
 
  댄스테라피 이후 이혼소송 취하
 
  이혼 숙려기간에 댄스테라피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 가운데 70%가 이혼소송을 취하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한다. 2006년부터 부부프로그램을 실시해 오다가 2011년 이후 가정법원과 함께 이혼위기 부부들을 만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대전가정법원과 함께 ‘이혼하지 말라’가 아닌 ‘상대를 미워하지 말고 축복하면서 헤어지자’는 취지에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은 죄가 없으니 아이들에게 고통받게 하지 말자, 아이들을 고통받게 하면 그 고통이 끝까지 따라다닌다’는 걸 강조합니다. 1박2일간 실시하는데 법원에서 출발할 때는 누가 부부인지 모를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합니다.”
 
  이혼 부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불문율은 ‘배우자 원망 대신 내 심정만 토로하라’이다.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나, 자신을 돌아보며 회복하라고 권하죠. 몸을 풀고 숨쉬기를 할 때 이혼 부부들은 분해서 숨을 제대로 못 쉬어요. 부들부들 떠느라 호흡이 제대로 안 되면 당사자들이 더 놀랍니다. 그 다음 단계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니’라는 말을 건네며 몸을 쓰다듬고 이완시키기를 합니다.”
 
  부정적인 것과 꿈꾸는 것을 그리고 표현하는 시간에 재미있는 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남자들 중에는 ‘배트맨, 산 사나이, 근육질의 사나이’ 같은 걸 그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는 분들이 많아요. 여자들은 양상이 많이 나뉘는데 온갖 명품을 그리는 분도 있고, 못다 이룬 꿈을 표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그림을 들고 서로 대화하는 시간, 부부 마사지 시간, 상대의 신체로 재미있는 형상을 조각으로 만들기 등등의 순서를 진행하는 동안 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터놓고 얘기하는 시간에 별별 사연이 다 나옵니다. 차차차나 왈츠 같은 춤을 추면서 풀리는 부부들도 많습니다. 이미 다른 상대가 있는 부부들은 여전히 냉랭하고 합방을 안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부들도 자녀들에게 상처 입히지 않고 아름답게 헤어지자는 데는 동의합니다.”
 
 
  학교폭력은 분노조절이 관건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해결에도 댄스테라피를 활용한다.
 
  “학교폭력을 얘기할 때 가해자만 거론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 다 똑같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게 학교폭력입니다. 피해자가 안 되기 위해 가해자가 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양면을 다 보고 학생들을 치료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의 핵심은 분노조절과 공감능력 향상에 있다. 몸을 통해 감정조절 훈련이 가능하다고 한다. 발을 쾅쾅 내리치기, 마주 서서 잡았다 당기기 등의 행동을 통해 화를 가라앉히고 딱따구리 팀과 부엉이 팀으로 나누어 역할 바꾸기를 한다. 한쪽은 분주하게 ‘딱딱딱딱’ 외치고 한쪽은 천천히 ‘부엉 부엉’ 소리 내는 것만 몇 번 해도 서로의 심정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성질 급한 사람과 행동이 느린 사람은 리듬 자체가 다르다는 걸 몸으로 깨달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가 가장 심한 것은 성폭력이라고 한다. 특히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하면 스스로 몸의 기준을 세우지 못해 애를 먹는다.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성추행인지 구별을 못하는 거죠. 내 몸과 성과 사랑의 연관성을 알려주면서 성은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과 일치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손을 잡고 토닥토닥하면서 터치에 대해 가르칩니다.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은 내 몸은 더러우니 학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두려운 건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겁니다. 분명히 싫은데 누가 터치를 하면 몸이 딸려가고 그래서 또 후회하며 자학하는 일을 되풀이합니다. 누가 건드렸을 때 ‘노(No)’라고 외치는 것과 가까이 오는 걸 견제하는 ‘내 공간 지키기’도 일러줍니다.”
 
  소위 말하는 비행청소년들을 만나 보면 순수하고 창의적이어서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자존감을 일깨워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10여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는데 건강하게 회복되어서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매년 공연을 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창의적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잘 이끌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회복됩니다.”
 
  자폐환자의 경우 엄마가 교육을 받아 ‘밀러링’을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손을 분주하게 움직일 때 엄마가 앞에서 천천히 움직이면 아이가 점차 나아진다는 것이다. 자폐아의 경우 몸의 파장과 진동, 리듬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무용동작치료사 30명 활동
 
  댄스테라피는 말기암 환자들이 편안히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심리치료를 통해 편안하게 삶을 마감하게 하는 거죠.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을 축복하면서, 아름다운 기억과 멋진 공간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내 삶을 받아들이고 죽는 순간까지 춤출 수 있게 됩니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암세포도 죽고 면역력이 높아져 몸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한국댄스테라피협회 출신 무용동작치료사 중에는 신부, 수녀, 스님, 원불교 교무, 목사 사모 등 종교 관련 인사들이 많다. 다양한 이들이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성폭력에 노출되어 고통 받는 이들을 돕고자 2년간의 교육과정을 밟는다. 일단 석사 이상이어야 지원 자격이 있다. 댄스와 치유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사회생활, 봉사경험 등을 고루 갖춘 사람이 유리하다. 매주 1회 혜화로터리에 있는 한국댄스테라피협회에서 하루 종일 강의가 이뤄지고 단계별로 국립서울정신병원, 용인정신병원에 가서 임상 경험을 한다.
 
  취재하러 간 날 프랑스의 실비앙 교수가 내한하여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치료사를 위한 즉흥무용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론과 실제, 임상과정을 마치면 KDTA 자격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거쳐 무용동작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류분순 교수가 이끄는 한국댄스테라피협회는 보건복지부 산하 서울시 보건정책과에 등록된 유일한 사단법인이다. 한국댄스테라피협회 회원은 500여 명이고 등록된 무용동작치료사는 33명이다.
 
 
  내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라
 
  댄스테라피로 치유가 가능한 것은 ‘몸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원인을 찾아도 안 되는데 몸을 통해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한 기억을 찾으면 치유가 가능하거든요.”
 
  엘리트 부모 아래서 자란 43세 여성이 있었다고 한다.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가 지나치게 엄격해서 억눌린 삶을 살았던 이 여성은 15세 때부터 우울증 약인 리튬을 복용했다. 자상한 엄마의 보살핌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계속 우울증 약을 먹어야만 안정이 되었다. 결국 약을 끊을 수가 없어 한국댄스테라피협회를 찾아왔고 “가정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류 교수는 조용히 걷기를 시켰다.
 
  “제가 앞에서 걷고 그분이 뒤에서 걸었는데 잠시 후 돌아보니 울고 있는 거예요. 왜 우느냐고 했더니 어릴 때 얘기를 하는 겁니다. 두 살 터울의 동생이 둘 있는데,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엄마가 자기 손을 한 번도 안 잡아 줬다는 거예요. 어릴 때 늘 불안한 마음으로 엄마를 쫓아갔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기억이 걷기를 하면서 떠올랐다며 서럽게 우는 겁니다. 제가 빨리 걷다 늦게 걷다, 불규칙하게 걷자 43세 된 여성이 ‘엄마를 놓칠까봐 무서워요. 천천히 가세요. 나도 엄마 손잡고 갈래요’라고 소리치더군요.”
 
  그 여성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자 “내가 엄마 손을 잡고 동생 손은 내가 잡으면 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제가 그 여성 손을 잡고 신나게 걸으니까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서 안정을 찾더군요. 마음의 씨앗이 좀 약한 분이죠. 엄마 품에 안긴 기억이 없다고 다 그러진 않아요. 100명이면 100명 다 다르기 때문에 잘 관찰해서 각자의 기억을 찾아내야 합니다. 몸은 정말 신비합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닌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생활해야 합니다.”
 
  정신병리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 사람관계를 잘 못해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람들, 매사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은 댄스테라피를 통해 치유를 하고 긍정적 마인드로 사회성을 키워 자기를 표현하게 된다.
 
  “나의 마음, 나의 정신, 나의 몸이 호환이 되어야 합니다. 정말 훌륭한 몸을 가졌거나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예를 누리는 사람이 자살하는 건 ‘몸 따로 마음 따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네 몸이 어디 있느냐’를 인식하는 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정신분열은 현실검증 능력이 없을 때 생깁니다. 황당한 생각과 황당한 말, 황당한 행동에 빠지면서 정신분열이 일어나는 거죠. 내 정신도 내 마음도 몸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하고 내 몸이 있는 곳에서 무엇이든 출발해야 합니다.”
 
 
  몸을 안 쓰면 마음도 굳어져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한국댄스테라피협회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다. 이 대회에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14개국의 45개 팀이 참여하여 자살 우울, 건강 의료, 퇴행성 질환, 가족, 조직, 지역사회, 학교부적응, 창의 인성, 장애아동 등 다양한 강의와 무용동작치료를 실시한다. 영국의 헬렌 페인 교수, 미국의 린 코실랜드 교수와 수잔 아이무스 교수, 이스라엘의 힐다 웽클로우 교수 등 세계적인 무용동작치료사들이 참여하고 류분순 교수와 《서른이 심리학에게 묻다》 저자 김혜남 정신과 전문의, 정현경 미국 유니온대학 종신교수, 하이패밀리 무용동작치료센터 원장 김향숙 박사 등 많은 사람이 패널로 나선다.
 
  “외국의 댄스테라피 전문가들이 방한해서 세미나를 할 때 우리나라 정신과 의사들이 진지한 자세로 참여하는 걸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제가 정신과 의사들의 모임인 임상예술학술학회에서 오랜 시간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걸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류분순 교수는 이번 국제 콘퍼런스를 계기로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댄스테라피의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나라의 정서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거든요. 천부경과 강강술래를 통해 치유 사례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국이 아시아와, 나아가 세계 댄스테라피의 중심 국가가 되도록 노력해야죠.”
 
  댄스테라피 국제 콘퍼런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한국댄스테라피협회 홈페이지(www.kdmta.com)를 참조하면 된다. 류분순 교수는 평소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은 댄스테라피임을 재차 강조했다.
 
  “내가 평소 안 쓰는 신체,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댄스테라피적 사고의 첫걸음입니다. 사무실에서도 푸른 하늘을 떠올리며 위를 바라보고 새가 되어 막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면서 팔을 쭉 뻗어 보세요. 평소 몸을 흔들면서 걷고 집에서도 흥겨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몸을 사용하세요. 몸을 안 쓰면 마인드도 굳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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