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정규직 보호법’ 벼랑에 선 李永熙 노동부 장관 : 월간조선

이른바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던 7월 초, 노동부 대변인실로 李永熙(이영희) 노동부 장관 인터뷰를 신청했다. 노동부 담당자의 첫 반응은 이랬다.

“月刊朝鮮요? 지난 4월호에 인터뷰했잖아요?”

노동부 담당자의 말처럼 月刊朝鮮 4월호에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격정토로 “민노총, 지금처럼 하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었다. 몇 달 만에 같은 현직 장관을 다시 인터뷰하는 것은 月刊朝鮮으로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현안’이 있지 않은가? 비정규직보호법 실제적 효력발생과 그로 인한 비정규직 근로자 대량해고 사태라는.

몇 번의 조정 끝에 인터뷰 날짜는 7월 11일 토요일로 잡혔다.

―비정규직보호법이 거꾸로 비정규직 해고법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해고된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는 얼마나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까.

“7월 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7922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보호법 발효로 인해 4138명이 해고됐고, 155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고자와 정규직 전환자의 비율은 72.7% 대 27.3%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전국 52만 개 사업장 가운데 1.5%밖에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전체 사업장의 1.5%라니, 파악률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생각에서 조금 볼멘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왜 그렇게 파악률이 낮은 겁니까.

“전국에 5인 이상 사업장이 50만 개가 넘고, 비정규직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5~100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66.7%에 달합니다. 반면에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일선 근로감독관들은 전국적으로 1000여 명밖에 안됩니다. 이들이 기업 인사담당자들과 만나 그 회사의 사정을 들으면서 조사해야 하는데, 비정규직 실태 파악에 전적으로 매달릴 형편이 못됩니다. 경기불황으로 임금체불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그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죠.”

“내년 6월까지 매일 2077명 해고”

이영희 장관은 지난 2009년 7월 1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정규직법 개정 무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앞으로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한 해고자는 얼마나 나올 것으로 보십니까.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정규직 전환이냐 아니냐 갈림길에 놓일 대상이 내년 6월 31일까지 108만3000명입니다. 지난 열흘 동안 조사한 결과를 여기에 대입하면 75만8000명가량이 해고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는 매달 6만3175명, 매일 2077명이 해고된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아무리 법이 비정규직을 2년간 쓴 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규정하더라도, 많은 경우의 기업들은 추가 부담을 감수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는 그들을 해고하는 길을 택하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회적 弱者(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주택이나 상가 임대차보호법, 최저임금법 등이 늘 사회적 약자를 더 힘들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예견할 수는 없었습니까.

“제가 대학에서 노동법을 가르치던 사람인데, 문제점을 왜 모르겠습니까. 장관으로 오자마자 勞使政(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법 문제개선을 위한 협의를 요청하여 작년 5월부터 올 3월까지 총 36차례 회의를 하면서 노동계 등과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비정규직법에 문제가 있다. 고쳐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야당이나 노동계에서는 ‘장관이 비정규직법 시행에는 별 관심이 없고 문제점만 부각시킨다. 비정규직 문제 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더군요. 심지어 여당의원 가운데 노동계 쪽 의견을 반영하려는 분들 가운데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 장관은 “저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취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법은 양날을 갖게 마련입니다. 선한 목적으로 법을 제정했어도 惡用(악용)될 수도 있고,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긍정적인 면보다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잘못된 법, 더 나아가 惡法(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비겁한 여당

이 장관은 부작용이 뻔한 악법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네가 잘못했니, 내가 잘했니 하며 싸움질만 일삼는 정치권과 노동계에 대해 고함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절제된 목소리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사람은 최소한 현상유지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사람을 회사에서 쫓아내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노동부에서 승진대상자가 500명이 생겼는데, 그중 20명을 승진시켜 주고 나머지는 나가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승진하지 못한 사람들도 그 자리에서 일을 계속하면서 다시 승진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법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제하면서, 2년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를 쓸 경우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내보내는 것이고요. 근로자는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필요로 하는데, 사용자가 법 때문에 나가라니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영희 장관은 “진정한 비정규직 보호는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면서, 그들에 대한 직장 내에서의 차별을 없애가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노동부장관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습니까.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여론수렴을 하려 했는데, 사용자 측은 기간제 철폐, 노동계는 현행법 유지를 주장했습니다. 그 양자 사이에서 공익위원들의 의견을 감안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노동부는 그것이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방안은 된다고 봤습니다. ‘비정규직법 문제는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서 올 2월 국회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제출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왜 법개정이 안된 겁니까.

“黨政(당정) 조율 과정에서 여당 측에서 ‘이 문제는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해 보겠다’고 해서 법안 제출을 보류했습니다. 그 후 여당은 여론수렴을 이유로 노동계 인사들과 만나고 하면서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허송세월했습니다. 노동부가 낸 개정안을 제대로 다루어주지도 않았습니다. ‘더 이상 여당에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당 내부에서 ‘왜 이 귀찮은 것을 당에 떠넘겼느냐. 정부가 맡아라’ 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결국 노동부에서 지난 4월 1일 개정안을 내게 된 겁니다.”

月刊朝鮮 4월호 인터뷰를 보면 이 무렵 이영희 장관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느끼고 있던 절박감이 잘 나타나 있다. 그때 그는 “왜 7월 이전에 비정규직법을 개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들(비정규직)과 계약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올 7월 이전에 그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내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린 이때에 기업으로서도 이분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법 규정상 기간제 근로자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법 규정을 그렇게 해 놓으면 정규직으로 쓰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것 같은데, 현실에 맞지 않는 기대를 한 것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전에는 비정규직 신고를 해서 3년이든 5년이든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2년으로 규제해 놓으니 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곳이 주로 중소기업입니다. 종업원 300명 이하 기업에 기간제 근로자 94%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100명 이하 기업이 87%입니다. 중소기업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공공기관 ‘기획해고설’의 실체

이 장관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지만, 7월 1일 이후 해고된 비정규직 근로자들 가운데는 각종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근무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노총에서는 7월 5일 “한국노총 산하 7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법 시행 관련 고용변화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계약기간 2년이 도래한 비정규직 가운데 57％가 계약 해지됐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비정규직 보호와 정규직 전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정부”라고 비난했다. 또 “정부가 그동안 주장하던 ‘100만명 해고설’을 뒷받침하려고 각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해고에 더 열을 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른바 ‘기획해고설’이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해고가 두드러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공부문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 전환을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8만399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여기에는 현 정부가 들어선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1만4961명이 포함됩니다. 이들 가운데는 학교나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후에도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근속기간이 짧거나 일시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서 현실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경우입니다.

하지만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 인력의 10%를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이나 국민들이 공기업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크게 하는 일도 없으면서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철밥통을 깨뜨리라는 것이지, 그 안에서도 약자에 속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거리로 내몰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규직에 들어가는 인건비 부담을 절감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해당 공기업의 경영자가 경영차원에서 결단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공기업의 정규직을 보호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말라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요.”

비정규직 해고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6월 25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첫번째)과 함께 민주당을 방문해 비정규직법 개정문제를 논의했다.

하여튼 비정규직 근로자 대량해고는 현실로 닥쳐왔다. 여야가 법을 개정하느니 못하느니 하고 있는 사이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는 것도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장관과 인터뷰하기 전날인 7월 9일자 朝鮮日報 등에는 ‘비정규직법 개정 지연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 여러분 노동부가 적극 돕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가 났다. 여기에는 ▲2년간 고용됐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3~6개월간의 실업급여 지급 ▲중소기업 및 정부지원 일자리(사회적 일자리 등)에 재취업 지원 ▲직업능력개발기회 제공(최고 200만원까지 직업능력개발계좌 발급, 직업훈련 기간 동안 최고 600만원까지 생계비 대부 등)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어제 신문광고를 봤습니다만, 거리로 나앉게 된 근로자들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정부는 이미 세계경제위기의 여파로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집행해 왔습니다. 때문에 비정규직 실직자 발생이 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기존의 실업자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정책을 집행하면 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업급여를 받는 총 실업자는 85만명(이 중 올 1~6월 신규발생자는 65만명)이고, 이들에게 실업급여로 2조원이 지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비정규직법으로 해고된 근로자들은 실업자 중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18개월 사이에 180일만 근무했으면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2년 이상 사용제한 규정에 걸려 실직하게 된 분들은 실업급여를 신청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래도 비정규직 해고로 실직자가 급증하면 관련 예산이 바닥나는 등 어려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노동부는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실업자가 최대 190만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상당하는 예산을 확보해 놓았습니다. 그중 절반가량이 집행됐습니다. 실업급여는 법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지급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만, 아직 그럴 필요는 못 느끼고 있습니다.”

‘고용의 유연화’가 답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7월 3일 서울지방노동청에서 14개 사업장 인사·노무 담당자와 만나 비정규직법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근원적 대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근원적 대책은 없습니까.

“비정규직이 생긴 것은 정규직의 경직성 때문입니다. 근원적 대책이라면 정규직 부분을 손대야겠지요. 이른바 ‘고용의 유연화’입니다. 기업에서 많이 하는 얘기인데,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을 아예 없애는 방법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이상적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을 이상만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타협책으로 내놓은 것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입니다.”

―그래 봤자 2년에 한 번 치르는 홍역을 다소 늦추는 효과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래도 비정규직을 2년간 쓴다는 것과 4년간 쓴다는 것은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에게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 근로자가 4년이나 일했다면 그는 상당한 정도의 숙련도를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을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기보다는 정규직으로 전환해 쓰려고 생각할 가능성이 2년 사용제한의 경우보다는 더 커지지 않겠습니까?

근로자 입장에서도 4년으로 사용기간이 연장되면 더 안정될 수 있고, 자기 스스로 정규직 전환이 어렵겠다고 판단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못내 미진하다는 필자의 표정을 읽은 듯 이영희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비정규직은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고용을 많이 흡수할 수 있으면 서서히 줄여나갈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건설업처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직종도 있어요. 비정규직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데 중소기업이 종신고용할 여력이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노조의 불법파업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과거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가도 슬그머니 노조와 타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장관 취임 이후 법과 원칙의 확립을 강조했고, 이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과거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묻다가 흐지부지된 데에는 기업의 책임도 컸습니다. 노조의 불법파업은 단순히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질서의 문제인데도 타협하고 봐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관행처럼 만들고 말았습니다. 기업 스스로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善意로 포장돼 있다”

―일부 공무원 노조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내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각종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노조 활동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무원 노조 간부들 사이에는 자신이 노조활동을 하면서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게 됐다거나, 면책특권을 갖게 된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공무원 노조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공무원으로서의 자세에서 벗어나서는 안됩니다. 공무원들이 정치적 견해를 발표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용납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처벌이나 징계가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공무원노조에 대해 사용자 입장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것은 행정안전부입니다. 행안부에서도 공무원노조가 시국선언을 강행할 경우에는 참가자 전원에 대해 사법처리 및 징계요구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이영희 장관에게는 토요일임에도 노동부 간부들과의 회의가 기다리고 있었다. 장관실을 나오면서 노동부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다.

―비정규직법이 이런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을 법을 만든 사람들은 정말 몰랐을까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원래 지옥으로 가는 길은 善意(선의)로 포장돼 있다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