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데뷔 후 단 4시즌 만에 대기록 세워
⊙ 소포모어 징크스 깨며 매년 꾸준한 성적 거둬
⊙ 철저한 자기 관리로도 이름 날려
⊙ 소포모어 징크스 깨며 매년 꾸준한 성적 거둬
⊙ 철저한 자기 관리로도 이름 날려
- 하체와 손목 힘이 뛰어난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단시간 만에 ‘100홈런-100도루’ 기록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24)이 빅리그 역대 최연소 ‘100홈런-100도루’ 기록을 경신했다.
트라웃은 지난 4월 18일 미국 텍사스주(州)에서 열린 휴스턴과의 원정경기 6회초 타석에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트려 자신의 빅리그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당시 트라웃은 개인통산 104도루를 기록 중이었고, 그의 나이는 23세 251일이었다. 종전 빅리그 역대 최연소 ‘100홈런-100도루’ 기록은 알렉스 로드리게스(40·뉴욕 양키스)가 1999년에 경신해 보유하고 있던 23세 309일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만 25세 이전에 ‘100홈런-100도루’ 기록을 달성한 이는 앞서 언급한 트라웃과 로드리게스 외에 앤드루 존스(38·NPB), 세자르 세데뇨(은퇴), 대릴 스트로베리(은퇴)까지 총 5명뿐이다. 특히 트라웃은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단 4시즌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때문에 빅리그 관계자들과 팬들은 향후 트라웃의 활약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에인절스의 주루코치 알프레도 그리핀(Alfredo Griffin)은 기자에게 “트라웃은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대단한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추신수보다 2배나 빠른 ‘100홈런-100도루’
트라웃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추신수(33·텍사스)와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추신수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17홈런 108도루를 기록하며 빅리그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기록을 달성하기까지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1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미국 뉴저지주 출신인 트라웃은 고등학교 시절 투수와 유격수로 활약하다 3학년 때 외야수로 전향했다. 잦은 포지션 변경에도 그의 거포 능력은 여전했다. 특히 트라웃이 그해 출전한 21경기에서 기록한 홈런 18개는 뉴저지주 역사상 고등부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이었다.
트라웃은 기자와 만나 “맨 처음 야구를 시작한 건 세 살 때였다”며 “물론 그때는 정식야구는 아니었고 집 앞 마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야구공을 던지고 받았던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트라웃은 이어 “아버지가 마이너리그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한 후 고등학교 역사선생님이 되었는데 당시 학교의 야구부와 미식축구 팀의 코치도 겸하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야구를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교 시절 일찍이 거포 능력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낸 트라웃은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5번)에서 현 소속팀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7세였다. 트라웃은 기자에게 “프로에 지명되었을 때가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사람들은 내가 신인왕이 되었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프로에 지명되지 않았다면 그 후의 일들은 모두 일어날 수 없었기에 나는 프로에 지명되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트라웃의 프로 진출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트라웃의 고향 뉴저지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해 추운 지방이다. 여름이 짧기 때문에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프로 및 대학야구 스카우트들의 방문 횟수도 기온이 따뜻한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플로리다 지역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날씨로 경기를 많이 할 수 없는 곳이다 보니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도 다른 지역 선수들에 비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불어 과거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에 지명된 뉴저지 출신 대다수가 빅리그에 진출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를 전전한 것도 스카우트들의 방문 횟수에 영향을 끼쳤다.
이런 이유로 트라웃은 고교 시절 빼어난 활약을 펼친 것에 비해 프로 및 대학야구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에인절스의 스카우트였던 그레그 모하트(Greg Morhardt)의 생각은 달랐다. 모하트는 트라웃의 경기를 지켜본 뒤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트라웃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또한 유격수였던 트라웃을 외야수로 전향하도록 건의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보다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외야수가 트라웃의 미래를 더 밝게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모하트가 작성했던 스카우팅 리포트(Scouting report)를 보면 ‘트라웃은 우타자이지만 타석에서 1루까지 단 4초 만에 주파할 수 있는 빠른 스피드가 있다’며 80점 만점에 80점을 줬다. 모하트는 또 ‘트라웃은 장타력은 물론 타석에서의 중심이동과 스윙스피드가 좋고 선구안도 뛰어나 상대투수가 자신을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기억하고 있다가 타격방식을 조절하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만 해도 트라웃에 대한 모하트의 후한 평가는 ‘인맥’ 때문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모하트가 과거 마이너리그에서 트라웃의 부친과 함께 선수생활을 했고 게다가 둘은 한방을 사용했던 룸메이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향했던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은 트라웃의 활약에 의해 깨끗이 사라졌다.
2009년 에인절스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 A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트라웃은 그해 타율 0.352, 1홈런 25타점 13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뛰어났지만 홈런 개수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10년에도 싱글 A에서 출발한 트라웃은 타율 0.362, 6홈런 39타점 45도루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기록한 뒤 싱글 A 하이(High)로 승격했고, 그곳에서도 타율 0.306, 4홈런 19타점 11도루로 맹활약했다.
이듬해인 2011년 더블 A에서 시즌을 맞은 트라웃은 또다시 타율 0.326, 11홈런 38타점 33도루의 맹활약을 펼친 뒤 그해 7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 최상위 단계인 트리플 A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프로 진출 단 2년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성적은 총 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0, 5홈런 16타점이 전부였다.
2012년 트리플 A로 강등돼 시즌을 맞은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위해 연일 맹타를 휘둘렀고 그의 타율은 무려 0.403까지 치솟았다. 마이너리그는 더 이상 그의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자 기회가 찾아왔다. 에인절스는 당시 성적이 부진했던 바비 어브레이유(은퇴)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트라웃을 메이저리그로 콜업(Call-up)했다.
만 20세에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트라웃
‘약관(弱冠)’은 스무 살을 달리 이르는 말로 아직 어리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라웃은 그 나이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뛸 수 있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스타가 됐다. 트라웃은 약관이었던 2012년 자신의 빅리그 풀타임 첫 해에 타율 0.326(2위), 30홈런, 49도루(1위), 129득점(1위)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은 논쟁의 여지없이 트라웃의 몫이었다. 그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힌 것은 물론 그 어렵다는 ‘30(홈런)-30(도루)’ 기록도 달성해 최고의 거포에게 주는 실버슬러거 상(Silver slugger award)도 수상했다. 트라웃이 이때 기록한 ‘30-30’도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트라웃은 또 단일시즌 ‘30홈런-45도루-125득점’ 이상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최초의 선수’라는 영예도 안았다.
당시 트라웃의 소속팀 성적은 나빴지만 에인절스 팬들은 트라웃을 보기 위해 꾸준히 경기장을 찾았을 만큼 그의 인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찔렀다. 트라웃은 또 당시 시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2위에 뽑힐 만큼 메이저리그 풀타임 첫 해에 많은 것을 이뤘다. 특히 당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28.8세였던 걸 감안하면 트라웃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그에게 ‘괴물타자’라는 애칭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홈런을 잘 치는 거포들은 발이 느리다. 반대로 발이 빠른 선수들은 거포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라웃은 이를 다 소유한 ‘파이브툴(Five tool)’ 선수로 불린다. 파이브툴이란 야수를 평가하는 5가지 항목을 뜻하는데 이는 ‘타격(Hitting)’ ‘장타력(Power hitting)’ ‘주루(Running)’ ‘수비(Fielding)’, 그리고 ‘송구(Throwing)’ 능력을 말한다. 결국 트라웃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두 잘한다는 뜻이며 때문에 그의 상품가치는 매우 높다.
그래서일까? 에인절스는 지난해 4월 트라웃과 일찌감치 6년 총액 1억4450만 달러(약 1561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빅리그 풀타임 3년 차 선수 역대 최고 계약이었다. 트라웃은 2020년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기에 크게 부진하지 않는 한 또다시 대형계약을 체결할 공산이 크다. 그때가 돼도 트라웃의 나이는 28세밖에 되지 않아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라웃이 사용하다 부러뜨린 배트 가격 ‘1000달러’

이처럼 트라웃의 주가가 연일 치솟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한 야구용품을 구매해 수집가들에게 되파는 업체에서도 트라웃에게 파격적인 계약을 안겼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데이비드 마크햄은 기자와 만나 “트라웃이 얼마 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한 야구용품을 구매하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그 회사는 이례적으로 트라웃이 사용하다 부러뜨린 배트를 개당 1000달러에 구매하기로 했다”고 알려줬다. 그는 또 “부러진 배트의 가격이 개당 1000달러는 전례 없는 파격적인 대우이며 트라웃이 사용한 야구용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최고”라며 엄지를 세웠다.
트라웃의 또 다른 장점은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빅리그 데뷔 후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린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는 흔히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로 불리는 속설이 있다. 이는 데뷔 첫 해에 잘했던 선수가 2년째에 접어들어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와 분석 등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를 뜻한다. 하지만 트라웃은 소포모어 징크스도 뛰어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라웃은 2012년 총 139경기에 출전한 것을 필두로 2013년과 2014년 모두 시즌 총 162경기 중 157경기를 소화했을 만큼 내구력이 뛰어나다. 이는 자기관리가 그만큼 철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트라웃의 도루 개수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16개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는 에인절스 구단이 트라웃의 햄스트링(Hamstring·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 방지를 위해 도루 시도를 최대한 자제시켰기 때문이다. 트라웃은 이에 대해 “아쉽다”는 말로 운을 뗀 뒤 “하지만 이는 나와 팀 모두를 위한 코칭스태프의 결정이며 때문에 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던 트라웃
트라웃은 ‘거포인데 발이 빠른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 나는 태어날 때부터 빨랐다고 한다. 어머니가 나를 출산하기 위해 병원에 도착한 시각이 새벽 4시였는데 불과 3시간 만에 내가 태어났다”고 예를 들었다. 트라웃은 이어 “물론 후천적으로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부모님에게 좋은 신체를 물려받은 게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라웃은 키 185cm 몸무게 105kg으로 메이저리그 선수치곤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타격할 때 파워의 근간이 되는 하체와 손목 힘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트라웃의 빠른 주력도 튼튼한 하체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트라웃은 스피드가 빠르다 보니 도루는 물론 수비에서도 다이빙캐치나 펜스를 타고 올라 공을 낚아채는 등 신기에 가까운 수비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이는 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단시간 만에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트라웃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긍정의 힘’을 비결로 꼽았다. 트라웃은 기자에게 “우리 삶에는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비록 많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부정적인 생각은 이내 지워버리고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늘 긍정적으로 산다”고 말했다.
트라웃은 또 “과거 마이너리그 선수였던 아버지의 가르침과 배려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아버지는 나에게 ‘야구는 절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마라톤처럼 멀리 보고 스스로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성공한다’고 가르쳐주셨다. 아울러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면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틈날 때마다 아버지와 야구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도 그에게 배울 게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트라웃은 고교 시절 전미 우등생으로 뽑힐 만큼 학업성적도 우수했다. 그에게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이란 질문을 던지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랬다면 지금쯤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라며 “나 같은 경우는 살면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부상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4시즌만 뛰고 은퇴했지만 신체조건이나 운동신경 그리고 삶의 철학 등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무형의 재산이 너무 많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각종 타격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트라웃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타점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시즌이 끝난 뒤에는 ‘아메리칸리그 MVP’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고 실버슬러거 상도 3년 연속 수상했다. 2013년에는 한 경기에서 1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까지 치는 ‘사이클링히트(Cycling hit)’ 기록도 달성했고 작년에는 올스타전 MVP도 수상했다. 타격왕에 오르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타자로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모두 다 차지한 셈이다.
이런 트라웃에게 ‘올 시즌 목표’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늘 그랬던 것처럼 부상 없이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다”는 다소 싱거운 답변이 돌아왔다. ‘타격왕 타이틀’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한 가지 욕심이 있었다.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트라웃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월드시리즈 우승만큼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친절한 트라웃, “한국 팬 위해 말 춤 추겠다”
기자가 트라웃을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스프링캠프 때였다. 당시 그는 한글로 쓰인 기자의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 신기하다는 듯 이를 팀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읽을 줄 아느냐”고 장난을 치는 등 잘 웃고 장난기 많은 청년이었다. 하지만 야구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기자는 이후 매년 트라웃을 만나고 있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가 된 후에도 변한 게 없다. 언론과 팬들을 대하는 트라웃의 태도는 늘 친절하고 성실하다. 그에게 안티팬(Anti-fan)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라웃은 지난달 초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에서 또 한 번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트라웃은 당시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맞은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본 뒤 이후 경기 도중 그 아이에게 찾아가 자신의 배트를 직접 선물로 건넸다. 공에 맞아 심기가 불편했던 아이는 이내 활짝 웃었고, 주위에 있던 관중은 놀라움과 함께 부러움이 담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외 많은 야구팬은 ‘트라웃은 야구 외에도 믿을 수 없는 많은 선행을 펼친다’며 그를 칭송했다.
트라웃은 기자와의 인터뷰 말미에 한국 팬들을 위한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에도 팬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라며 “한국 팬들을 위해서라도 야구장에서 멋진 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언제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기회가 되면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트라웃이 언제쯤 한국을 방문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기자에게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하게 되면 한국 팬들을 위해 말(馬) 춤을 추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그때가 되면 기자는 또 한 번 트라웃을 찾아갈 것이다. 말 춤 추는 그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말이다.⊙
트라웃은 지난 4월 18일 미국 텍사스주(州)에서 열린 휴스턴과의 원정경기 6회초 타석에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트려 자신의 빅리그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당시 트라웃은 개인통산 104도루를 기록 중이었고, 그의 나이는 23세 251일이었다. 종전 빅리그 역대 최연소 ‘100홈런-100도루’ 기록은 알렉스 로드리게스(40·뉴욕 양키스)가 1999년에 경신해 보유하고 있던 23세 309일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만 25세 이전에 ‘100홈런-100도루’ 기록을 달성한 이는 앞서 언급한 트라웃과 로드리게스 외에 앤드루 존스(38·NPB), 세자르 세데뇨(은퇴), 대릴 스트로베리(은퇴)까지 총 5명뿐이다. 특히 트라웃은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단 4시즌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때문에 빅리그 관계자들과 팬들은 향후 트라웃의 활약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에인절스의 주루코치 알프레도 그리핀(Alfredo Griffin)은 기자에게 “트라웃은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대단한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추신수보다 2배나 빠른 ‘100홈런-100도루’
트라웃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추신수(33·텍사스)와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추신수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17홈런 108도루를 기록하며 빅리그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기록을 달성하기까지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1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미국 뉴저지주 출신인 트라웃은 고등학교 시절 투수와 유격수로 활약하다 3학년 때 외야수로 전향했다. 잦은 포지션 변경에도 그의 거포 능력은 여전했다. 특히 트라웃이 그해 출전한 21경기에서 기록한 홈런 18개는 뉴저지주 역사상 고등부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이었다.
트라웃은 기자와 만나 “맨 처음 야구를 시작한 건 세 살 때였다”며 “물론 그때는 정식야구는 아니었고 집 앞 마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야구공을 던지고 받았던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트라웃은 이어 “아버지가 마이너리그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한 후 고등학교 역사선생님이 되었는데 당시 학교의 야구부와 미식축구 팀의 코치도 겸하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야구를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교 시절 일찍이 거포 능력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낸 트라웃은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5번)에서 현 소속팀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7세였다. 트라웃은 기자에게 “프로에 지명되었을 때가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사람들은 내가 신인왕이 되었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프로에 지명되지 않았다면 그 후의 일들은 모두 일어날 수 없었기에 나는 프로에 지명되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트라웃의 프로 진출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트라웃의 고향 뉴저지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해 추운 지방이다. 여름이 짧기 때문에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프로 및 대학야구 스카우트들의 방문 횟수도 기온이 따뜻한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플로리다 지역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날씨로 경기를 많이 할 수 없는 곳이다 보니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도 다른 지역 선수들에 비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불어 과거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에 지명된 뉴저지 출신 대다수가 빅리그에 진출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를 전전한 것도 스카우트들의 방문 횟수에 영향을 끼쳤다.
이런 이유로 트라웃은 고교 시절 빼어난 활약을 펼친 것에 비해 프로 및 대학야구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에인절스의 스카우트였던 그레그 모하트(Greg Morhardt)의 생각은 달랐다. 모하트는 트라웃의 경기를 지켜본 뒤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트라웃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또한 유격수였던 트라웃을 외야수로 전향하도록 건의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보다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외야수가 트라웃의 미래를 더 밝게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모하트가 작성했던 스카우팅 리포트(Scouting report)를 보면 ‘트라웃은 우타자이지만 타석에서 1루까지 단 4초 만에 주파할 수 있는 빠른 스피드가 있다’며 80점 만점에 80점을 줬다. 모하트는 또 ‘트라웃은 장타력은 물론 타석에서의 중심이동과 스윙스피드가 좋고 선구안도 뛰어나 상대투수가 자신을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기억하고 있다가 타격방식을 조절하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만 해도 트라웃에 대한 모하트의 후한 평가는 ‘인맥’ 때문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모하트가 과거 마이너리그에서 트라웃의 부친과 함께 선수생활을 했고 게다가 둘은 한방을 사용했던 룸메이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향했던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은 트라웃의 활약에 의해 깨끗이 사라졌다.
2009년 에인절스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 A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트라웃은 그해 타율 0.352, 1홈런 25타점 13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뛰어났지만 홈런 개수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10년에도 싱글 A에서 출발한 트라웃은 타율 0.362, 6홈런 39타점 45도루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기록한 뒤 싱글 A 하이(High)로 승격했고, 그곳에서도 타율 0.306, 4홈런 19타점 11도루로 맹활약했다.
이듬해인 2011년 더블 A에서 시즌을 맞은 트라웃은 또다시 타율 0.326, 11홈런 38타점 33도루의 맹활약을 펼친 뒤 그해 7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 최상위 단계인 트리플 A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프로 진출 단 2년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성적은 총 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0, 5홈런 16타점이 전부였다.
2012년 트리플 A로 강등돼 시즌을 맞은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위해 연일 맹타를 휘둘렀고 그의 타율은 무려 0.403까지 치솟았다. 마이너리그는 더 이상 그의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자 기회가 찾아왔다. 에인절스는 당시 성적이 부진했던 바비 어브레이유(은퇴)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트라웃을 메이저리그로 콜업(Call-up)했다.
만 20세에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트라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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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웃은 거포이면서도 주력도 뛰어나 메이저리그 도루왕 타이틀도 차지했다. |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은 논쟁의 여지없이 트라웃의 몫이었다. 그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힌 것은 물론 그 어렵다는 ‘30(홈런)-30(도루)’ 기록도 달성해 최고의 거포에게 주는 실버슬러거 상(Silver slugger award)도 수상했다. 트라웃이 이때 기록한 ‘30-30’도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트라웃은 또 단일시즌 ‘30홈런-45도루-125득점’ 이상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최초의 선수’라는 영예도 안았다.
당시 트라웃의 소속팀 성적은 나빴지만 에인절스 팬들은 트라웃을 보기 위해 꾸준히 경기장을 찾았을 만큼 그의 인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찔렀다. 트라웃은 또 당시 시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2위에 뽑힐 만큼 메이저리그 풀타임 첫 해에 많은 것을 이뤘다. 특히 당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28.8세였던 걸 감안하면 트라웃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그에게 ‘괴물타자’라는 애칭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홈런을 잘 치는 거포들은 발이 느리다. 반대로 발이 빠른 선수들은 거포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라웃은 이를 다 소유한 ‘파이브툴(Five tool)’ 선수로 불린다. 파이브툴이란 야수를 평가하는 5가지 항목을 뜻하는데 이는 ‘타격(Hitting)’ ‘장타력(Power hitting)’ ‘주루(Running)’ ‘수비(Fielding)’, 그리고 ‘송구(Throwing)’ 능력을 말한다. 결국 트라웃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두 잘한다는 뜻이며 때문에 그의 상품가치는 매우 높다.
그래서일까? 에인절스는 지난해 4월 트라웃과 일찌감치 6년 총액 1억4450만 달러(약 1561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빅리그 풀타임 3년 차 선수 역대 최고 계약이었다. 트라웃은 2020년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기에 크게 부진하지 않는 한 또다시 대형계약을 체결할 공산이 크다. 그때가 돼도 트라웃의 나이는 28세밖에 되지 않아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라웃이 사용하다 부러뜨린 배트 가격 ‘1000달러’

이처럼 트라웃의 주가가 연일 치솟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한 야구용품을 구매해 수집가들에게 되파는 업체에서도 트라웃에게 파격적인 계약을 안겼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데이비드 마크햄은 기자와 만나 “트라웃이 얼마 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한 야구용품을 구매하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그 회사는 이례적으로 트라웃이 사용하다 부러뜨린 배트를 개당 1000달러에 구매하기로 했다”고 알려줬다. 그는 또 “부러진 배트의 가격이 개당 1000달러는 전례 없는 파격적인 대우이며 트라웃이 사용한 야구용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최고”라며 엄지를 세웠다.
트라웃의 또 다른 장점은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빅리그 데뷔 후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린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는 흔히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로 불리는 속설이 있다. 이는 데뷔 첫 해에 잘했던 선수가 2년째에 접어들어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와 분석 등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를 뜻한다. 하지만 트라웃은 소포모어 징크스도 뛰어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라웃은 2012년 총 139경기에 출전한 것을 필두로 2013년과 2014년 모두 시즌 총 162경기 중 157경기를 소화했을 만큼 내구력이 뛰어나다. 이는 자기관리가 그만큼 철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트라웃의 도루 개수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16개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는 에인절스 구단이 트라웃의 햄스트링(Hamstring·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 방지를 위해 도루 시도를 최대한 자제시켰기 때문이다. 트라웃은 이에 대해 “아쉽다”는 말로 운을 뗀 뒤 “하지만 이는 나와 팀 모두를 위한 코칭스태프의 결정이며 때문에 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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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와의 올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친 트라웃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트라웃은 키 185cm 몸무게 105kg으로 메이저리그 선수치곤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타격할 때 파워의 근간이 되는 하체와 손목 힘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트라웃의 빠른 주력도 튼튼한 하체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트라웃은 스피드가 빠르다 보니 도루는 물론 수비에서도 다이빙캐치나 펜스를 타고 올라 공을 낚아채는 등 신기에 가까운 수비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이는 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단시간 만에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트라웃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긍정의 힘’을 비결로 꼽았다. 트라웃은 기자에게 “우리 삶에는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비록 많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부정적인 생각은 이내 지워버리고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늘 긍정적으로 산다”고 말했다.
트라웃은 또 “과거 마이너리그 선수였던 아버지의 가르침과 배려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아버지는 나에게 ‘야구는 절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마라톤처럼 멀리 보고 스스로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성공한다’고 가르쳐주셨다. 아울러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면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틈날 때마다 아버지와 야구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도 그에게 배울 게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트라웃은 고교 시절 전미 우등생으로 뽑힐 만큼 학업성적도 우수했다. 그에게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이란 질문을 던지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랬다면 지금쯤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라며 “나 같은 경우는 살면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부상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4시즌만 뛰고 은퇴했지만 신체조건이나 운동신경 그리고 삶의 철학 등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무형의 재산이 너무 많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각종 타격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트라웃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타점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시즌이 끝난 뒤에는 ‘아메리칸리그 MVP’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고 실버슬러거 상도 3년 연속 수상했다. 2013년에는 한 경기에서 1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까지 치는 ‘사이클링히트(Cycling hit)’ 기록도 달성했고 작년에는 올스타전 MVP도 수상했다. 타격왕에 오르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타자로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모두 다 차지한 셈이다.
이런 트라웃에게 ‘올 시즌 목표’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늘 그랬던 것처럼 부상 없이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다”는 다소 싱거운 답변이 돌아왔다. ‘타격왕 타이틀’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한 가지 욕심이 있었다.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트라웃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월드시리즈 우승만큼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친절한 트라웃, “한국 팬 위해 말 춤 추겠다”
기자가 트라웃을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스프링캠프 때였다. 당시 그는 한글로 쓰인 기자의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 신기하다는 듯 이를 팀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읽을 줄 아느냐”고 장난을 치는 등 잘 웃고 장난기 많은 청년이었다. 하지만 야구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기자는 이후 매년 트라웃을 만나고 있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가 된 후에도 변한 게 없다. 언론과 팬들을 대하는 트라웃의 태도는 늘 친절하고 성실하다. 그에게 안티팬(Anti-fan)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라웃은 지난달 초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에서 또 한 번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트라웃은 당시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맞은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본 뒤 이후 경기 도중 그 아이에게 찾아가 자신의 배트를 직접 선물로 건넸다. 공에 맞아 심기가 불편했던 아이는 이내 활짝 웃었고, 주위에 있던 관중은 놀라움과 함께 부러움이 담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외 많은 야구팬은 ‘트라웃은 야구 외에도 믿을 수 없는 많은 선행을 펼친다’며 그를 칭송했다.
트라웃은 기자와의 인터뷰 말미에 한국 팬들을 위한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에도 팬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라며 “한국 팬들을 위해서라도 야구장에서 멋진 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언제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기회가 되면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트라웃이 언제쯤 한국을 방문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기자에게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하게 되면 한국 팬들을 위해 말(馬) 춤을 추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그때가 되면 기자는 또 한 번 트라웃을 찾아갈 것이다. 말 춤 추는 그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