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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추적

전남 화순군의 ‘정율성 고향집 조성비’ 12억원 사용처

초가집 건축비가 평당 1598만원… 서울 용산 특급 호텔의 2.2배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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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관광객’ 유치한다며 12억원 들여 ‘정율성 고향집’ 등 만든 화순군
⊙ 초가집이 ‘기와·단청’ 한옥 형태 능주면사무소 청사보다 평당 건축비 2배 비싼 이유는?
⊙ ‘정율성 고향집’ 전시 콘텐츠에서는 ‘9100만원’의 가치 찾기 어려워
⊙ 4000만원 주고 샀다는 ▲잔디 ▲조경수 ▲경계석은 어디로 갔나?
⊙ 연평균 방문객 497명… 하루 2명도 안 되는 1.36명
⊙ ‘중국인 관광 명소화’ 외쳤는데 관련 통계는 작성 안 해
사진=월간조선
  기자는 《월간조선》 2012년 8월호(2012년 7월 17일 발간)에서 ‘광주광역시의 정율성(鄭律成) 사랑’에 관한 기사를 썼다. 기사 제목은 〈대남적화 선동한 작곡가 기념하는 ‘민주·평화 도시’ 광주〉였다. 사실상 국내 언론 매체 최초로 정율성의 실체,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사업·시설 현황, 정율성 관련 행사에 집행된 우리 국민 세금 내역 등을 추적했다.
 
  2015년 1월에는 〈김백일과 정율성〉, 2016년 7월에는 〈참전유공자 박대하는 광주시의 중국인 사랑〉, 2022년 7월에는 〈‘6·25 남침’ 때 ‘중·북 군가 작곡자’를 추앙하는 광주〉 등을 보도했다. 이 기사를 통해 마오쩌둥(毛澤東)을 찬양하고, 중국공산당에 충성한 인사를 광주광역시와 전남 화순군이 기리는 행태를 비판했다. 정율성 관련 사업에 국민 세금을 쓰는 행태를 지적했지만, 이들 자치단체의 행태는 갈수록 심화했다. 시정 조치 없이 더 경쟁적으로 정율성기념사업을 강조했다.
 
 
  정율성 논란과 화순군
 
  그랬던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추앙’ 행태는 지난해 박민식(朴敏植) 당시 국가보훈부 장관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된 ‘정율성 논란’ 이후 표면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광주광역시는 올해부터 사업비를 지원하던 ‘정율성 음악제’ 이름을 바꾸고,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국민 대다수는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친중(親中)·친북(親北) 반(反)민족·국가 행위자 정율성’의 실체를 알게 됐다.
 
  하지만 또 다른 ‘정율성 고향’인 전남 화순군의 경우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순군이 12억원을 들여 조성한 ‘정율성 전시관’, 정율성이 잠시 다녔다는 능주초등학교에 설치된 정율성 기념 시설들도 철거되지 않고 온전히 보전되고 있다. 왜 이런 것일까. 현재 화순군의 정율성 관련 시설 현황을 살폈다. 또 화순군이 ‘정율성 집터’에 전시관을 12억원을 들여 조성했다는 사실을 접할 때부터 품었던 ‘예산 과다 집행’ 의혹도 점검했다.
 
 
  광주 출신 ‘중국인 정율성’
 
  2023년 8월 22일, 박민식 당시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율성 기념공원’ 사업을 추진하는 광주광역시를 직격했다. 정율성은 광주광역시 또는 전남 화순군이 각각 자기 고장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인’이다. 현행 외국인명 표기법에 따르면 ‘정율성’은 ‘정뤼청’으로 써야 하지만, 본 기사의 이해를 위해 우선 정율성으로 통일했다. 앞서 밝혔듯이, 정율성은 중공에 충성을 다했던 ‘작곡가’다. 중국에서는 ‘혁명 음악가’라고 한다. 정율성은 ‘중국인민해방군가(팔로군 행진곡)’를 작곡했다. 6·25 당시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와 우리 민족의 염원이던 ‘자유 민주 통일’을 훼방한 중공군이 부르고 다닌 노래가 바로 정율성이 작곡한 ‘중공군가’다. 정율성은 중국공산당을 찬양하고, 독재자 마오쩌둥을 칭송하는 노래를 다수 작곡하기도 했다.
 
  또한 정율성은 1945년 해방 후 북한으로 넘어가 6년 동안 ‘선전·선동꾼’으로 일했다. 그는 1950년 북한의 불법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6·25에 북한군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지은 노래가 ‘조선인민유격대 전가’ ‘중국인민지원군 행진곡’ ‘공화국 기치 휘날린다’ ‘우리는 탱크부대’ 등이다. 지금 북한의 이른바 ‘조선인민해방군가’ 역시 정율성의 곡이다.
 

  혈연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정신적으로 정율성은 철저한 중국공산당원이었다. 그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어떤 공헌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군과 중공군이 우리나라를 적화하려는 데 동참했고, 이를 독려했다. 이런 자를 우리가 기려야 할 이유는 아예 없다.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은 ‘혼밥 논란’을 일으킨 중국 방문 당시 중국과의 선린을 강조하며 ‘정율성’을 언급한 일이 있다. 그 삶을 고려하면 정율성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랑스레 내세울 만한 인물이 전혀 아니다.
 
  정율성은 항일과 거리가 먼 중국공산당 활동에 주력했다. 북한의 남침을 독려하고 적화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중국 귀환 후에는 당시 우리 ‘적성국’의 국민으로 살았던 자에 불과하다. 설혹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해도, 정율성은 그 재능을 ‘중국 공산혁명’과 ‘한반도 공산화’를 위해 바쳤을 뿐이다.
 
 
  ‘중국인 관광 명소화 사업’
 
전남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 소재 ‘정율성 고향집’ 앞 주차장에 소위 ‘정율성 선생 유적지 안내도’가 설치돼 있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는 ‘정율성 고향집’이 있다. 정율성이 세 살이던 1917년 화순군 능주면으로 이주해 1923년까지 7년 동안 거주했다고 화순군은 주장한다. 이 기간, 정율성은 능주면 소재 능주공립보통학교(현 능주초등학교)에 재학했다. 화순군은 정율성 거주 사실을 내세워 중국 관광객 등을 유치할 생각인지 그 ‘생가’를 조성했다. 사업명은 ‘중국인 관광 명소화 사업’이다. 화순군은 사업 추진 사유로 “화순군에 산재한 중국 관련 콘텐츠인 주자묘(朱子廟), 적벽(赤壁) 등과 연계하여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화순군은 정율성이 능주면 거주 당시 잠시 다녔다는 능주초등학교 교내에 ‘정율성 교실’을 만들고, 정율성 대형 벽화를 그렸다. 관련 조형물, 기념 시설도 설치했다.
 
  화순군 소재 ‘정율성 시설’들을 소개하기 위해 2022년 6월 당시 《월간조선》이 보도한 〈‘6·25 남침’ 때 ‘중·북 군가 작곡자’를 추앙하는 광주〉란 제목의 기사 중 일부를 인용한다.
 
  〈6월 5일 오후 2시쯤, 화순군 능주면으로 진입했다. 능주면으로 들어가는 도로 초입에는 ‘정율성 선생 고향집 1.2km’란 표지판이 서 있었다. 얼마 더 이동하자, ‘정율성 선생 고향집 600m’란 안내문을 또 마주할 수 있었다. ‘정율성 고향집’ 앞 주차장에는 ‘정율성 선생 유적지 안내도’란 대형 표지판이 있었다. (중략) 동족상잔을 응원하고, 적화통일을 독려했고, 평생 공산혁명 망상에 사로잡혔던 자를 대한민국의 기초자치단체 전남 화순군은 ‘군(郡)’ 차원에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선생’으로 모시는 것이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 282번지, ‘정율성 고향집’에 도착했다. 화순군은 공터였던 이곳에 12억원을 투입해 초가를 모방한 건물을 짓고, 주차장과 진입로를 조성했다. 화순군이 만든 ‘정율성 고향집’의 면적은 전시관과 관리동을 합쳐 67.86㎡(20.6평)다.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 관람객은 한 명도 없었다. 이후 30분 동안 전시관을 찾은 이는 단 2명에 불과했다. 해당 시설 안내인에게 “이곳을 찾는 이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내인은 “저분(정율성)이 중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분이라서 공자학원 사람들이 온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 교육 및 중국의 사상, 체제와 문화를 전파·홍보한다는 명목으로 세계 각지에 세운 기관이다. 표면적으로는 ‘교육’ ‘대외 협력’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의 통제·지시를 받는 선전기구, 간첩 양성소란 비판을 받는다. 이런 이유 탓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자학원을 퇴출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버젓이 ‘김일성 포상장’ 소개한 의도는?
 
  화순군 능주면 소재 ‘정율성 고향집’의 방은 3개다. 이 중 한 곳은 정율성 관련 사진과 각종 기록물을 영상화해 이를 반복해서 틀어주는 공간이었다. 2022년 취재 당시 그 영상을 보다가 충격적인 대목을 발견했다. 북한 김일성이 정율성에게 준 포상장을 버젓이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 상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포상장
 
  우(右) 동지(기자 주: 정율성)는 확고한 민주사상과 애국적 열성으로 1947년경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함에 헌신참가하여 책임 있게 사업을 수행하였으므로 이를 포상함.
 
  1948년 2월 8일
 
  북조선인민위원회 위원장 김일성〉

 
 
  대한민국 지자체가 ‘항미원조’ 운운
 
‘정율성 고향집’에 전시됐던 정율성 사진첩이다. 평생을 중국과 북한을 위해 음악 재능을 바쳤던 정율성의 행각들이 긍정적으로 묘사돼 있다.
  첫 방문 당시 그곳에 전시된 정율성 사진첩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 해당 사진첩에는 인민군 방한모를 쓴 정율성이 악보를 쳐다보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의 설명에는 “정율성이 항미원조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으로 전쟁 중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하는 정율성의 헌신과 혁명의 낭만주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고 써놨다.
 
  항미원조란, “북한을 돕기 위해 미국에 대항한 전쟁”이란 뜻을 가진 6·25의 중국식 표현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참절하고, 정부를 참칭하고, 불법 기습 공격을 시작으로 각종 전쟁범죄를 자행한 김일성 세력을 격퇴하려는 우리 국군과 유엔군의 북진을 좌절시킨 중공군의 억지 주장이 국내에서 거리낌 없이 유포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남 화순군이 조성한 ‘정율성 고향집’은 ‘과연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비상식적인 전시물과 각종 주장, 표현들로 가득했다. 그 건물 마루 한쪽에 쌓인 〈위대한 음악가 정율성 선생의 삶의 자취〉란 제목의 홍보물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율성 선생 연대기 ▲항일 독립운동가 정율성 선생 ▲정율성 선생 연표 ▲정율성 선생의 고향집 재현 ▲정율성 선생을 기리기 위한 화순의 노력과 자원들 등으로 구성된 해당 홍보물은 그야말로 정율성 찬양 일색이었다.
 
  지금까지 화순군이 세금 12억원을 들여 만든 ‘정율성 고향집’의 조성 사유와 운영 내용 등에 대해 살폈다.
 
 
  다시 찾은 ‘정율성 고향집’
 
  그렇다면 해당 시설의 현황은 어떨까. 전남 화순군은 해당 시설에 대해 “2023년 9월부터 운영 중단”이라고 밝혔다. ‘정율성 논란’ 이후 ‘정율성 고향집’을 폐쇄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실제로 그럴까.
 
  기자는 2월 초, ‘정율성 고향집’을 다시 찾았다. 정율성 전시물을 들여놨던 각 방의 문들은 닫혀 있었다. 각 문에는 ‘수리 중’이란 문구가 있는 빨간 팻말들이 걸려 있었다. 방 밖에 있던 정율성 사진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놓은 소위 ‘포토존’도 철거돼 있었다. 화장실과 그 옆 안내소도 잠긴 상태였다. 화순군은 ‘정율성 고향집’ 관리를 위해 2명을 고용해 연간 3263만원(2023년 기준)을 지출했는데, 관리인의 흔적 또한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3월 초,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안내소에서 나왔다. 그에 따르면 “운영을 잠시 중단했지만, 곧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면, 이는 화순군이 ‘정율성의 친중·친북, 반민족·반국가 행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당 시설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런 곳에 국민 세금을 계속 쓰겠다는 화순군의 행태는 타당한 것일까. 화순군은 2023년 기준 전남 도내 22개 시·군의 평균치인 23.9%에도 한참 못 미치는 14.1%에 불과한 재정자립도를 기록했다. 이런 자립 불가능한 지자체가 지원받은 국민 세금을 정율성과 같은 인물을 추앙하는 데 지출하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평당 건축비 1598만원
 
화순군이 평당 건축비 1598만원을 들여 만든 ‘정율성 고향집’이다. 전기, 통신 공사비를 포함한 총 건축비는 3억2917만원이다.
  화순군의 ‘정율성 고향집’과 관련해서 추가로 의혹이 제기될 소지가 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사업비 12억원’의 용처다. 화순군은 공터였던 이곳에 12억원을 투입해 초가를 모방한 건물을 짓고, 주차장과 진입로를 조성했다. 지금부터는 이 사업에 화순군이 투입한 12억원의 지출 명목과 그 타당성을 살펴보자.
 
  화순군이 조성한 ‘정율성 고향집’은 주민 650여 명에 불과한 능주면 관영리에 있다. ‘정율성 고향집’ 부지 면적은 360㎡(109평)다. 이 부지는 화순군이 2016년 관영리 주민 박모씨로부터 사들인 땅이다. 관영리 282번지 대지 면적은 원래 307㎡(93평)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곳에는 면적 109㎡(33평)인 주택이 있었다. 화순군이 해당 부지를 사들인 2016년 당시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 282번지’ 소재 주택의 공시지가는 2180만원이다. 또한 화순군은 해당 부지 바로 옆 ‘관영리 281-1번지(53㎡)’를 사들여 ‘282번지’로 합병했다. 화순군은 이 두 필지와 주차장 부지를 사들이는 데 총 2억6021만원을 썼다.
 
  현재 ‘정율성 고향집’의 건물 면적은 약 68㎡(20.6평)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율성 고향집’은 ‘일반목구조 초가지붕 단층 문화 및 집회시설’로 등록된 ‘전시관(48.96㎡)’과 ‘안내소(18.9㎡)’로 구성돼 있다. 화순군은 다 합쳐서 20.6평 남짓 하는 초가 건물 2개 동을 짓는 데 2억6235만원을 썼다. 평당 건축비가 1276만원이나 들었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설계비 ▲전기공사비 ▲통신공사비 등이 빠진 금액이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화순군의 〈‘정율성 생가’ 조성 관련 세부 사업 내역〉에 따르면 ▲음악가 정율성 선생 전시관 신축공사 실시설계 용역 1665만6000원 ▲중국인 관광 명소화 사업(음악가 정율성 선생 신축공사, 전기공사) 2576만5000원 ▲통신 공사 567만6000원 ▲전기공사 준공금 1872만원 등 6682만원을 건축비에 포함해야 한다.
 
  이럴 경우 화순군이 만든 ‘정율성 고향집’의 총 건축비는 3억2917만원, 평당 건축비는 1598만원으로 뛴다. 이는 2014년에 착공하고 2017년에 개장한 서울시 용산구 소재 5성급 호텔 ‘드래곤시티’의 평당 건축비 712만원(건물 면적 5617평, 건축비 4000억원)의 2.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드래곤시티’는 ▲구름다리(스카이브릿지) ▲용의 승천 형상화 등 ‘독특한 외관’을 만들기 위해 각종 첨단 공법을 적용했다고 선전하는 서울 중심 소재 ‘객실 1700개’ 규모 특급 호텔이다. 이런 곳보다 면 소재지 외곽의 초가 형태 전시관 건축비가 2배 이상 비싸다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러 기준을 고려했을 때 국민적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능주면사무소도 건축비 비싸지만…
 
화순군이 2012년에 신축한 능주면사무소 청사다. 평당 건축비는 ‘정율성 고향집’의 1/2 수준인 812만원이다.
  2017년 당시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신축 아파트(11~20층 이하, 주거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기준)’ 기본 건축비는 평당 461만원이다. ‘정율성 고향집’ 건축비의 36%에 불과하다. 새 아파트를 지을 때 쓰는 만큼만 ‘정율성 고향집’ 건축비로 썼다면, 화순군의 세금 지출은 9497만원에 그쳤을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한편, 조달청이 2018년에 펴낸 《2017년도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분석》에 따르면 당시 공공건축물의 단위면적(㎡)당 공사비는 213만원이다. 평당 703만원인 셈이다. 이는 ‘정율성 고향집’ 건축비의 55% 수준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인근의 ‘능주면사무소’ 청사와 비교해도 ‘정율성 고향집’의 ‘건축비 과다 사용’ 의혹을 체감할 수 있다. 정율성이 다녔다는 능주초등학교 후문 맞은편에는 거대한 한옥 형상 건물이 있다. 그 주변에는 오래된 누각이 서 있다. 이곳을 처음 본 사람들은 과거 토호의 저택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는 조선조 때 능주 동헌이 있던 자리에 약 81억원을 들여 신축한 능주면사무소 청사다. 건축 시기는 2011년 11월~2012년 3월이다. 해당 청사가 자리한 부지의 면적은 6434㎡(1950평), 건물 면적은 328.5㎡(100평)다. 화순군은 “능주면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전통문화유산을 복원했다”고 신축 사유를 밝혔다. 평당 건축비는 812만원이다. ‘정율성 고향집’의 절반 수준이다. 두 건물을 수차례 오가며 관찰했지만 ‘정율성 고향집’의 평당 건축비가 능주면사무소 청사보다 2배 비싼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9100만원 쓴 ‘콘텐츠’의 수준
 
화순군 ‘정율성 고향집’ 방 안에 전시된 물품들이다. 화순군은 해당 시설 전시 콘텐츠 또는 물품 구입에 약 9100만원을 썼다.
  화순군은 ‘정율성 고향집’ 조성과 관련해 건축비 외에도 ▲포토존 설치 2101만원 ▲주방소품 구매 480만원 ▲입구 안내판과 전시음향 콘텐츠 구매 590만원 ▲전시콘텐츠 제작·설치 공사비 4854만원 ▲외부 조성 공사 준공금 1127만원 ▲전시관 방염·방충 사업 준공금 2090만원 등 1억1186만원을 지출했다. ‘콘텐츠’에만 9100만원가량을 쓴 셈이다.
 
  다시 ‘정율성 고향집’으로 돌아가 해당 지출 내역과 실제 전시 현황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수리 중’이란 명목으로 ‘정율성 고향집’을 폐쇄한 상태이므로 2022년 6월 사진을 통해 해당 사업들에 대한 비용 지출의 타당성을 살핀다. 포토존은 중공군 복장을 한 정율성 등신대와 정율성과 그 가족의 등신대를 배치한 마루 한쪽과 실제 크기로 만든 플라스틱제 말 모형이 놓인 마당 한편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율성 고향집’ 내부의 실제 말 크기 모형이 있는 마당과 함께 ‘포토존’으로 추정되는 공간이다. 화순군은 포토존 조성에 2101만원을 썼다.
  현재 네이버에서 ‘등신대 제작’으로 검색한 뒤 가장 위에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조회한 결과 ‘업체 추천’ 조건으로 가장 비싸게, 제일 큰 등신대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4만4260원이다. 2점을 만들어도 3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누가 봐도 ‘정율성 고향집’에 있는 말 모형보다 예술적 가치가 있는 ‘중국산 실물 크기 청동제 수공예 말 모형’이 105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이를 고려하면, 등신대와 말 모형 구입비는 150만원이면 충분하지만, 화순군은 그의 14배에 달하는 2101만원을 썼다.
 
 
  잔디 블록·조경수·경계석은 어디에?
 
화순군은 ‘정율성 고향집’의 주방소품 구매 명목으로 480만원을 썼다.
  화순군이 사들였다는 ‘주방소품’은 또 무엇일까. 2022년에 찍었던 사진 수십 장을 살핀 결과 주방소품으로 분류될 수 있는 전시품은 ▲바가지 2점 ▲소반 1점 ▲채반 1점 ▲바구니 1점 ▲추를 달아 무게를 재는 소위 ‘쌀가게 저울’ 1점 ▲수동 탈곡기 1점 ▲무쇠 솥 2점 ▲양동이 1점 ▲대야 1점 ▲돌절구 1점 ▲옹기 8점 등이다. 이 같은 품목의 골동품은 가격이 파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므로 ‘시세’를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정율성 고향집’의 입구 안내판은 여느 관광지, 시설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표지판이다. 주차장의 대형 안내판과 그 옆 표지판, 집 앞에 있는 안내판 모두 그렇다. ‘전시음향’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정율성 음악인 것으로 추정된다. 안내판과 음향 콘텐츠, 주방소품은 화순군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광주광역시 동구 소재 업체가 총 1070만원에 공급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시콘텐츠 제작·설치 공사비 4854만원’은 또 무엇일까. ‘정율성 고향집’에서 이와 관련한 흔적을 굳이 꼽는다면, ▲‘김일성 포상장’ 등이 포함된 정율성 관련 영상과 액자형 스크린 ▲‘항미원조’ 운운하는 설명이 기술된 사진첩 ▲축음기 2점과 기타 1점 ▲철제 스프링으로 엮은 공책 9권 ▲과거 좌식 책상과 옛날식 트렁크 ▲이불 1채와 대바구니 2점 ▲목재 수납장 1점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 다른 전시 콘텐츠는 찾을 수 없다.
 
  이 밖에 화순군은 ▲잔디 블록 구입비 1815만원 ▲펜스 구입비 1100만원 ▲경계석 구입비 1064만원 등 총 3979만원을 썼지만 ‘정율성 고향집’에서는 그 돈을 쓴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잔디블록, 펜스, 경계석이 없기 때문이다. 조경수도 마찬가지다. 화순군은 조경수 구입에 2161만원을 썼는데, 식재된 나무는 다 해봐야 10여 그루에 지나지 않는다. 이마저도 사람 키보다 조금 큰 나무가 2~3그루, 나머지는 사람보다 키가 작다.
 
  화순군 관계자는 “주차장과 ‘정율성 고향집’ 가는 길에 펜스, 경계석, 조경수가 있다”고 했다. 실제 그가 말한 주차장에서 누렇게 메마른 풀과 드문드문 심은 소나무 몇 그루를 볼 수 있었다. 잔디와 나무를 심는데 투입된 4000만원의 가치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아무도 찾지 않는 ‘관광명소’
 
화순군은 ‘정율성 고향집’ 조성과 관련해 12억원을 쓰면서 다수 계약을 실시했다.
  이런 식으로 12억원을 써서 만든 ‘정율성 고향집’은 화순군의 바람대로 ‘관광명소’가 됐을까. 그렇지 않다. 해당 시설의 관리인이 집계하고, 화순군에 보고한 내역에 따르면 ‘정율성 고향집’은 다른 걸 떠나서 ‘가성비’도 좋지 않다. 화순군은 2명을 고용해 ‘정율성 고향집’ 관리인으로 두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1명이 관리한다. 화순군은 작년에 관리인 인건비로 3263만원, 지난 5년 동안 1억2354만원을 썼다. 12억원을 들여 만들고, 매년 3200만원을 들여 관리하는 ‘정율성 고향집’을 찾는 관광객은 ▲2019년 546명 ▲2020년 394명 ▲2021년 637명 ▲2022년 534명 ▲2023년 372명에 불과했다. 하루에 찾는 이가 2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내·외국인 구분이 안 된 통계다. 화순군이 방문객 수만 집계하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 명소화’란 목적으로 12억원을 들여 해당 시설을 만들었지만, ‘중국인 관광객 통계’를 따로 생산·관리하지 않는다. 매년 관리인 인건비로 3000만원 이상을 지출하면서도 이 같은 단순 업무조차 하지 않는다. 이 같은 화순군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의혹과 함께 향후 ‘정율성 고향집’ 운영 방향, 재개 여부와 관련해서 화순군 문화예술과 담당자에게 물었다.
 
 
  “사업비 집행 금액은 사실”
 
  화순군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올해 1월부터 ‘정율성 고향집’ 업무를 맡게 돼 과거 사업 내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정율성 고향집’의 존폐 여부는 현재 확정된 바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이다.
 
  — ‘정율성 고향집’ 건축비가 평당 약 1600만원, 이게 과연 적정한 금액인가요. 제게 주신 자료의 수치는 맞는 거죠.
 
  “예. 사업비를 전용면적으로 나누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그 금액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 그럼 전시 콘텐츠와 집기류 구입에 1억원가량을 썼는데요, 이게 ‘정율성 고향집’이 아닌 다른 곳에 보관돼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따로 보관된 건 없습니다.”
 

  — ‘정율성 고향집’ 운영 당시 전시됐던 콘텐츠와 물품이 전부라는 얘기죠?
 
  “예.”
 
  — ‘정율성 고향집’ 방문객도 하루에 2명이 되지 않던데요.
 
  “많지는 않죠.”
 
 
  “용도 전환 가능 여부 검토 중”
 
  — ‘정율성 고향집’ 관리인이 곧 관람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정말 그럴 계획입니까.
 
  “저희 내부에서는 그런 말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분께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습니다. 왜 그렇게 말씀했는지 여쭤봐야겠습니다.”
 
  — ‘정율성 고향집’, 이거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 계획입니까.
 
  “우리 사업비로만 한 게 아닙니다. 중앙부처 승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존폐, 전용 여부에 대해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 화순군은 ‘정율성 고향집’ 존폐 여부와 관련해서 정부에 검토를 요청한 일이 있습니까.
 
  “예, 있죠. 이 일에 국민들 관심이 크고, 찬반 민원도 많잖아요. 전임자가 작년 8~9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거든요.”
 
  — 그럼 화순군은 ‘정율성 고향집’을 없앨 겁니까, 아니면 지금처럼 ‘관람 중단’ 식으로 유지할 겁니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용도로 전환해 운영할 겁니까.
 
  “결정된 건 없지만,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지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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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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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미티드    (2024-04-21) 찬성 : 0   반대 : 0
초가집 건축비가 서울 일반호텔도 아닌 특급호텔 건축비 보다 2.2배가 비싸다니 누가 봐도 세금 도둑질인데 시민단체나 국힘당에서 고발하기 바람.
  다로    (2024-04-21) 찬성 : 0   반대 : 0
철거해야지 저걸 왜 방치하나요? 전라도민은 중공을 찬양하고 중공군가를 만들어 6.25 남침에 군가로 부른 이완용 보다 더 한 매국노를 추앙하는데 예산을 사용해도 왜 무지성 민주당일까요? 정신적 노예로 학대 당하는 전라도가 불쌍하네요
  리미티드    (2024-04-21) 찬성 : 0   반대 : 0
정율성을 의인 애국자로 만들어 추앙하게 하려는 민주당은 종북 종중국으로 결국 자유대한민국을 공산화 하려는 집단임을 다시 또 각인시킨 사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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