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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제2공항 건설 문제로 홍역 앓는 제주

“형님 동생 하던 사람들이 인사도 안 한다”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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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공항, 공군기지 될 것 뻔해… 제주도는 불바다 된다”
⊙ 국토부, “절대 軍 공항 아니다. 국방부와 협의한 적 없어”
⊙ “타당성 조사 때보다 항공수요 줄어… 고령화로 공항 이용자 더 줄어들 것”(반대 측)
⊙ “잘못된 세력 개입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찬성 측)
⊙ 노태우 정권 때부터 논의 시작… 환경영향평가 끝났지만 일부 주민 강력 반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3월 28일 제주시청 상징탑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최근 제주도는 제2공항 신설을 둘러싼 도민들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6일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하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행정기관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을 확정하기 전 환경부와 환경적인 측면에서 미리 협의하는 제도다. 즉 몇 가지만 보완하면 그곳에 공항을 신설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자 제2공항 신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환경부가 잘못된 의견을 내놓았다며 들고일어났다. 찬성하는 주민들은 반대하는 쪽의 주장이 억지라면서 강하게 맞섰다.
 
  기자는 3월 28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하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비행기는 유채꽃을 보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는 관광객들로 만석이었다. 제2공항 관련 자료를 보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말을 걸었다. 기자가 제2공항 취재를 간다고 하자, 그는 기자 쪽으로 몸을 반쯤 돌렸다. 제주도가 고향이라는 그는 성산에 제2공항을 신설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제주공항으로도 충분히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데 환경을 파괴하면서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면서 “공항을 새로 지으면 제주시 경제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여성은 20분가량 자신의 주장을 열심히 얘기했다. 제2공항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에 곧 도착한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올 때에야 그 여성은 말을 멈췄다.
 
 
  노태우 정권 때부터 논의 시작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설 제2공항 활주로 조감도이다. 사진=제주도
  제주 제2공항은 제주공항의 포화로 인한 혼잡과 안전 우려, 서비스의 질 하락 문제를 해결하고 관광객과 제주도민의 이동권 보장, 제주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 신설 논의가 시작됐다.
 
  제2공항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34년 전인 1989년이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제주도 방문 이후 제주에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며 타당성 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건설 같은 여러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제2공항 문제는 뒤로 밀렸다.
 
  한편 제주공항은 국내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활주로 연장 공사 및 터미널 확장 공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공항이 제주시 도심에 있어 대규모 확장은 불가능했다. 승객 수가 가파르게 늘어가면서 터미널 확장의 효과는 계속해서 제한됐다.
 
  여러 차례 공항 확장 공사를 진행했지만, 수용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거기다 보조 활주로의 경우 보잉 737기만 간신히 띄우는 정도다. 보조 활주로는 본 활주로와 교차하여 있어 사실상 활주로 하나로 모든 항공편을 처리하느라 최대 1분30초꼴로 항공기 이착륙이 이뤄지고 있어 항공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었다.
 
  또한 제주공항은 고산인 한라산 때문에 본 활주로가 남북 방향이 아닌 동서 방향으로 뻗어 있는데, 제주도는 육지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고 있어, 착륙하려면 강한 바람을 기체 측면으로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평소에도 제주공항 착륙은 난도가 상당한 편이다. 강풍이 불 때는 아예 착륙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성산에 건립하려는 제2공항은 활주로를 남북으로 깔게 되어 있어 강풍이나 난기류가 발생할 경우 현 제주공항으로 가는 교통을 모두 신공항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성산읍 역시 제주도에서 날씨와 기후가 아주 좋은 곳은 아니라는 것이 큰 문제다.
 
  기존 공항을 바다 쪽으로 대폭 확장하여 터미널을 늘리고 활주로를 추가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 근해 여타 수역과는 달리 공항 앞바다에는 가파른 해저계곡이 지나가고 있어서 엄청난 공사비가 소요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성산에 지으려는 제2공항은 현 공항과 공역(空域)이 겹치지 않는다. 제주도의 중심도시는 제주시지만, 외국인들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성산 일출봉 등의 관광지와 가깝다는 점도 제2공항 신설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역사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됐던 제주 동부 지역에 국제공항이 들어서면 제주도 내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2019년 9월 처음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내고 협의를 시작한 이후 2021년 6월까지 두 차례 보완해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인 2023년 1월 다시 제출한 보완서가 조건부 동의를 받은 것이다.
 
 
  “제2공항 물렀거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일대에 걸린 ‘제주의미래, 동부의 꿈 제2공항 조속 추진!’ 현수막.
 
“성산읍민 갈라놓는 제2공항! 물럿거라!!”라고 적혀 있는 제2공항 건설 반대 측 지역 주민 현수막.
  기자는 제2공항이 들어설 장소인 성산읍으로 향했다. 제주시를 지나 한참을 달려 성산읍 신천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길 양옆으로 제2공항 반대 플래카드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우리는 끝까지 투쟁한다!! 제주 제2공항 결사반대!!”
 
  “성산읍민 갈라놓는 제2공항 물렀거라!!”
 
  신천리를 시작으로 신산리, 온평리 등 제2공항 신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마을에는 어김없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마을 분위기를 더 알아보기 위해 온평리 마을을 둘러보던 중 온평리 노인정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었다.
 
  같은 건물 2층에 온평리 관리사무소가 있었다. 직원 3명이 있었다. 직원들에게 제2공항과 관련해 취재를 왔다고 말했다. 처음엔 반갑게 맞아주던 직원들이 제2공항 얘기가 나오자 기자를 경계하는 듯했다. 본인들은 모른다며 온평리 이장을 만나보라고 했다.
 
  직원들은 기자에게 전화번호를 남겨놓고 가면 이장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남기고 그곳을 나와 차에 타려고 하는데 70대 여성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제2공항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찬성하는 듯했다. 그는 “온평리 주민들은 대부분 반대를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찬성을 해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으로만 공항이 들어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제2공항 신설로 지역 주민들 갈등이 심한가요.
 
  “잘 모르긴 하지만 듣기로는 심하다고 들었어요. 평소에 친하게 지내면서 형님 동생 하던 사람들이 공항 신설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면서, 길에서 봐도 서로 인사도 안 한다고 하더군요.”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그는 바쁘다며 자리를 떠났다. 지역 주민들에게 제2공항이 상당히 민감한 사안임을 알 수 있었다.
 
  큰길 쪽으로 걸음을 옮겨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80세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말을 걸었다.
 
  ― 할아버지 여기 사세요?
 
  “네. 그런데 왜요?”
 
  기자 소개를 하고 제2공항 신설 관련 취재를 왔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전 사람과 달리 격앙된 목소리로 “난 몰라요. 젊은 사람들한테 물어봐요”라고 말하고는 길을 건넜다.
 
 
  “삶의 터전이 무너진다”
 
  제주 제2공항 신설에 대한 반대가 가장 심한 성산읍 신산리로 갔다. 신산리 이장을 만나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온평리와 마찬가지로 관리사무소 입구에는 “제2공항 막아내어 우리 마을 지켜내자!!!”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도움으로 고건섭 이장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고 이장은 옆에 있던 강원보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넘겼다. 강 위원장은 지난 8년간 제주 제2공항 신설을 반대해온 인물이다.
 
  ― 제주 제2공항 신설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우리 마을은 공항 활주로 출구 쪽에 자리 잡고 있어 집중 소음 피해 지역입니다. 그렇다고 마을이 없어지기야 하겠습니까만 사람이 살기 어려워지면 이주하게 되고 그러면 마을 공동체가 깨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다른 지역에 비해 땅값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가 없습니다. 땅을 팔아도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적은 금액을 받게 될 것입니다.”
 
  ― 그럼 반대하는 이유가 보상 문제 때문인가요.
 
  “그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삶의 터전이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또 처음 시작할 때 예고라든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그런 것에 분노하게 됐고, 싸워나가다 보니 제주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 반대하는 이유 중에 환경 문제도 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곳은 철새 도래지고 여러 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마을마다 입장 달라
 
제주 제2공항 신설을 반대하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마을회관 앞에 걸린 현수막.
  ― 도청에서는 보상 문제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잘 조율을 하겠다는 입장이던데요.
 
  “공항이 들어서면 4개 마을이 중심지입니다. 저희 신산리와 난산리, 수산리, 온평리가 공항 부지의 핵심 마을입니다. 그런데 수산리와 신산리는 공항 활주로 양끝에 걸려 있고, 난산리는 공항 청사 반대다 보니 고립이 됩니다. 온평리 땅이 70% 정도 들어가는데 온평리는 소음 피해가 크지 않아요. 그리고 거기 사람들은 반대하면서도 보상을 바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마을마다 입장이 다른데 그걸 어떻게 해결합니까. 온평리를 뺀 3개 마을은 계산적으로 얘기한다면 개털이 되는 동네라고 봐야죠.”
 
  ― 천연기념물과 조류들은 어느 정도 서식하나요.
 
  “이쪽은 거의 철새 벨트라고 보면 됩니다. 희귀종도 오지만 철새들이나 갈매기, 가마우지 이런 것들이 매우 많거든요. 철새들이 해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륙 습지로도 이동합니다. 또 계절에 따라 까마귀 떼도 많이 오고… 하여튼 철새 문제도 있고, 보호종이라든지 희귀종, 천연기념물 같은 조류도 많이 옵니다. 그리고 공항이 들어서는 자리에 보호종 맹꽁이도 많이 서식합니다.”
 
  제주 제2공항 신설이 숨골을 파괴한다는 주장도 있다. 숨골은 빗물이 땅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구멍을 뜻한다. 암지대의 숨구멍인 셈이다. 지질학적으론 땅속 동굴의 천장 일부가 깨져 만들어졌다. 빗물은 숨골을 통해 지하동굴로 들어가 지하수가 되거나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이곳엔 밭 하나마다 숨골이 있을 정도며 경작은 물론 지하수를 품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 제2공항이 신설되면 군(軍) 공항으로 활용된다는 주장도 하시던데요.
 
  “군사적으로 공항이 필요해 이처럼 크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굉장히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말이 안 된다”
 
  첫날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에 과일을 사기 위해 길거리에 있는 과일가게에 들렀다. 그곳 주인은 제2공항 부지로 선정된 성산읍 신산리 주민이었다.
 
  ― 공항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던데요.
 
  “공항 생기면 우리한테 좋을 건 없죠. 젊은이들의 직업이 생긴다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돼요. 어차피 육지에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 들어올 뿐이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 할 건 없어요. 그리고 여기에 공항이 생기면 제주시처럼 면세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군 공항이 들어서니까 이건 확실한 거예요. 육지 사람들이 떠나면 조금 쓰겠지만 거기 들어가서 일할 사람도 없어요. 대부분 농사를 짓기 때문에….”
 
  ― 그런데 군 공항이 들어선다는 건 어디서 들었나요.
 
  “사람들이 다들 그래요. 제2공항이 민간 공항이 아니라 군 공항이고 군용기가 이착륙하면 소음이 더 커질 거라고. 군부대가 들어서면 훈련 때문에 밤에도 이착륙할 텐데 시끄러워서 살 수가 있겠어요? 지금 공항을 더 확충하면 돼요. 그러지 않는 이유는 군부대가 들어오기 때문 아니겠어요?”
 
  ― 어떤 보상을 해준다고 하던가요.
 
  “처음 공항 할 때 뭐 창문을 2중창으로 해주고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니 에어컨을 계속 가동해도 전기료를 보상해준다는 얘기가 5년 전에 나왔었는데, 코로나19 터지면서 잠잠해졌어요. 공항이 결국은 들어서겠죠. 인천공항도 봐요.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 결국 들어섰잖아요. 20년 전부터 외국 기업들이랑 다 짜놓고, 지금 하는 거예요.”
 
  ― 외국 기업 얘기는 무슨 말인가요.
 
  “공항을 짓기 위해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서 공사하기로 되어 있대요.”
 
  ―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들은 건가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얘기해요.”
 
  실제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 중 3명 정도가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했다.
 
  ― 지역에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나요.
 
  “어르신들 대부분은 농사를 짓죠. 제주 사람들은 땅을 잘 팔지 않아요. 그런데 공항이 들어서면 농사를 짓던 땅을 팔고 새로운 땅을 사야 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 좁은 제주도에서… 어르신들은 ‘설마 공항이 들어서겠어’라고 하는데 결국은 들어서겠죠. 그러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보상이 문제죠.”
 
 
  “결국 가치관의 문제”
 
  이런 주장에 대해 서정관 국토부 공항건설팀장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환경부로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두 차례 보완 요구가 있었고, 한 차례 반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반려 내용을 보완해서 다시 제출했고 승인이 난 상태입니다.”
 
  ― 어떤 부분들 때문에 반려됐고, 어떻게 보완되었나요.
 
  “우선 항공기 안전과 조류 보호 간 균형 있는 방향으로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환경부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구간을 나누었습니다.
 
  공항 후보지를 중심으로 3km는 핵심 구역, 그래서 여기는 조류를 철저히 차단하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다음에 공항 중심에서 3~8km 정도 구역, 여기는 완충 구역으로 과수원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등 조류를 유인하는 요소를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했고요. 그다음 8~13km는 조류와 서식지 보호 구역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니까 공항과 좀 떨어진 구역에 조류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3~8km 구간에 있는 조류들을 바깥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이 외에도 환경부가 조사를 좀 더 하라는 내용도 있어 조류 조사를 더 해서 보완 작업을 마친 상태입니다.”
 
  ― 이런데도 지역 주민들은 제2공항이 신설되면 환경이 파괴된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예스 또는 노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어느 정도까지 환경 영향을 감수할 것이냐, 결국 그 문제로 귀결되거든요. 지금 말씀드린 것도 조류를 원래 살던 곳에서 바깥쪽으로 유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가능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맞느냐 틀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가치관의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이라, 충분히 그런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軍 공항 아니다”
 
  ― 보상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보상 문제는 원칙이 있습니다. 토지보상법에 보면 토지 자체의 소유권에 대한 보상이 있고, 손실 보상도 있습니다. 법이 정하고 기존의 보상 사례들을 참작해서 진행될 겁니다. 규정이나 원칙에 따라 보상을 하게 되고 이 밖에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특별 보상이 필요한 경우 뭐랄까, 이주를 해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추가적인 보상 방법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인 보상 방안은 완성되지 않은 거네요.
 
  “네. 지금 자세한 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런 기반시설 사업을 할 때 적용되는 보상에 관한 기준과 원칙을 적용함과 동시에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해 추가 보상 가능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정도입니다.”
 
  ― 제2공항이 군 공항으로 활용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만약에 신설되면 군 공항으로 사용됩니까.
 
  “전혀 아닙니다. 정부는 군 공항으로 활용 안 하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뭐, 공무원들은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전혀 계획이 없습니다. 여러 차례 보도 자료도 냈습니다.”
 
  ― 그런데 왜 주민들은 군 공항 얘기를 하는 겁니까.
 
  “정부에서 아니라고 확답을 해도 그분들은 믿지 않습니다. 국방부의 답을 들어야겠다고 하는데, 지금 공사의 주체는 국토교통부입니다. 저희는 군 공항 활용에 대해 국방부랑 협의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국방부와 협의할 계획이 없습니다. 저희는 그분들에게 계속해서 민간 공항이라고 수없이 밝혀왔습니다.”
 
  ― 일각에선 기존 공항을 연장해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상 현재 공항을 활용하려면 활주로를 더 건설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보조 활주로가 있는데도 거의 사용을 못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쓰지 않는 활주로를 연장해서 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저희가 예측한 수요를 보조 활주로 확장으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제주공항 확장 예산, 몇 배 더 든다”
 
  ― 그럼 새로 활주로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저희가 예측한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다른 쪽은 어렵고, 바다 쪽으로 활주로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그럴 경우 바다를 메워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저희가 검토한 결과 경제성이라든지 환경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 현 제주공항 확장은 예산이 몇 배로 더 들기 때문에 새로운 공항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2015년에 제주 제2공항 인프라 확충사업 사전타당성 검토를 진행했던 김병종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당시 사전타당성 검토를 하며 공항 확장에 대해서도 검토를 했었다”면서 “하지만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후 30여 곳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를 했다. 그중 성산읍이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예상 항공 수요, 당초보다 줄어”
 
3월 29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된 도민 경청회를 보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모여 있다.
  다음 날인 3월 29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열리는 첫 기본계획안 도민 경청회 취재를 위해 성산국민체육센터를 찾았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경찰들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 제2공항에 대한 지역 주민의 관심을 보여주듯 주차장은 이미 만원(滿員)이었다. 한쪽 구석에 겨우 주차를 하고 체육센터로 향했다.
 
  경청회 시작 20분 전이었지만 체육센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이 공개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도민 경청회 자리인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경청회에는 지역 주민 5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단상을 기준으로 좌측 좌석에는 찬성 주민이, 우측 좌석에는 반대 주민이 포진했다. 제2공항 갈등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용역진인 포스코건설 컨소시엄 관계자의 제2공항 기본계획안 설명 이후 찬반 단체 측 대표가 각각 단상에 올라 의견을 피력했다.
 
  먼저 반대 측 대표의 발언부터 시작됐다. 반대 측 대표로는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가 나서 의견을 피력했다. 박 공동대표는 ▲항공소음 심각성 ▲부정확한 수요예측 ▲제2공항의 공군기지 활용 우려 등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또한 “성산 후보지 주변에서 발견된 조류 172종 중 39종만 이번 위험평가에 들어간 이유가 무엇”인지 따지면서 “국토부는 국내 공항에서 사고 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충돌 사례가 없는 종은 앞으로도 절대 안 부딪힌다는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청중석에서 갑자기 고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목소리 낮춰” “그만하고 내려와” “시끄러워서 못 들어주겠다” 등등 찬성 측 사람들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반대 측도 지지 않았다. “옳소”와 같은 말과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은 발표 중간중간 자주 발생했다. 그때마다 사회자가 “오늘은 서로 의견을 듣는 자리니 조금만 자제해달라”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박 대표는 항공수요에 대한 언급도 했다. 사전타당성 조사 당시 2055년 기준 연간 4560만 명의 항공수요가 예측되기 때문에 제2공항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지만, 이 수요가 현재 3969만 명으로 600만 명가량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 없이 제2공항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박 대표는 국내 인구의 노령화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공항 이용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요인이 검토되지 않은 채 항공수요를 설정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박 대표는 “제2공항은 공군기지가 될 것이 뻔하고, 결국 사람이 살 수 없는 군사기지가 되어 제주도는 불바다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도청에 “찬반 여론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판단을 하기 위한 절차로서 주민투표를 할 것을 국토부 장관에게 요청해달라”고 건의하면서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도지사는 모든 권한을 동원해 국토부의 협조에 불응하고 주민투표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잘못된 세력 개입”
 
제주도가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현장에서 듣기 위해 마련한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가 2023년 3월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제2공항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찬성 측 발언자로는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나섰다. 오 위원장은 “찬성 측 대표자로 나섰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와 친하게 지내던 분이 제가 제2공항에 찬성하는 것을 보고 돌아섰을 때 마음이 아팠다”면서 “인사도 하지 않는 후배들을 보면서는 후회도 들었다. 우리가 제2공항이라는 현실 앞에 서로 고민하는 것이 8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대 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들이 입는 피해야말로 진정한 피해이기 때문에 반대는 당연한 것”이라며 “그러나 잘못된 세력이 개입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류 충돌 조사가 왜곡됐다느니, 군사공항이라느니,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느니… 이미 지난 것을 다시 꺼내 도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마라”며 “제2공항 건설만이 8년의 갈등을 끝내는 길”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피해 대책으로 ▲피해 주민의 인접 토지 수용 ▲성산에 관광청 유치 ▲제2공항 운영 이익 일부 성산 지역 환원 ▲지역상권 중심으로 하는 도시계획 ▲일자리 창출 등을 요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로를 향해 고성이 오가는 정도였다. 그러다 찬성과 반대 측 주민들이 서로 욕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격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찬성 측 한 주민이 박찬식 대표를 향해 “지방선거 때 4%도 안 되는 지지율로 도지사 후보로 나왔던 사람이다. 저런 정치인은 선동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비난하자 반대 측 주민이 강하게 항의하며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반대 측 주민들은 군 공항이 된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 발언했다. 반대 측 발언자로 나선 한 주민은 “제2공항이 순수한 민간 공항으로 건설된다면 국토부가 직접 와서 설명해야 한다”면서 “7세 아이를 전쟁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서 살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항 들어서 망한 곳 보지 못했다”
 
  경청회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체육센터를 나오는 강덕율(73)씨를 만났다. 공항 신설에 찬성이라고 밝힌 그는 “나라에서 하겠다는 것을 우리가 반대하면 안 되는 것이다. 국가에서 6조원을 들여 공항을 지어주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반대 측에서 농사를 짓는 터전을 빼앗긴다고 생각을 하던데요.
 
  “물론 일리가 있는데 농사를 지어 사는 세상은 이미 끝났다고 봅니다. AI와 스마트 팜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시대에 농토를 잃는다고 해서 반대를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 아닌가요? 성산이 지금 제주도에서 제일 낙후된 지역입니다. 공항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올 것이고 그들의 소비를 통해 지역이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저도 사업하면서 해외에 많이 나가봤는데, 공항이 들어서면 그 지역이 발전하지 망한 곳은 보지 못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경청회장을 빠져나가는 어르신 한 분과 얘기를 더 나눠봤다.
 
  ― 오늘 경청회에서 찬반 의견을 들으셨는데 어땠나요.
 
  “저는 공항 신설 찬성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반대 측은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있어 더 들을 필요가 없어 먼저 가려고 나왔습니다. 지역 주민보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더 열성적으로 반대하니 너무 터무니가 없습니다.”
 
  ― 어느 지역 사람들인가요.
 
  “신도리 지역 사람들이 많아요. 원래 그쪽에 한다고 하다 성산으로 결정되니 이쪽에 와서 대단히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여론 조사를 보면 서귀포는 찬성이 훨씬 더 많아요. 제주시나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를 하고요. 우리 지역의 문제인데 왜 그 사람들이 반대하는지 모르겠어요. 지역 균형을 위해서라도 성산에 오는 것이 맞죠.”
 
 
  앞으로 10년은 걸릴 것
 
  앞으로 제주 제2공항 신설 절차는 법에서 정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협의 과정이 남아 있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도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상황이다.
 
  이후 지자체 의견 수렴이 끝나면 국토부가 기재부와 관계기관 협의 과정을 거쳐 예산을 짜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법적인 절차에 따라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기본계획 고시가 완료되면 그때부터는 설계에 들어간다. 그러고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착공을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도민들을 잘 설득해 순조롭게 넘어간다고 해도 앞으로 10년은 걸릴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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