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 만들어도 경비원 자살 사건 또 발생해”
⊙ “취객 밤늦게 난동 부려도 보복 두려워 신고 못 해”
⊙ 에어컨 없는 세 칸짜리 쪽방서 더위와 사투
⊙ “입주민 자신의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려달라고 한다”
⊙ 경찰, 입주민 갑질 단속 나선다… 고령 노인 일자리 위협
⊙ “취객 밤늦게 난동 부려도 보복 두려워 신고 못 해”
⊙ 에어컨 없는 세 칸짜리 쪽방서 더위와 사투
⊙ “입주민 자신의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려달라고 한다”
⊙ 경찰, 입주민 갑질 단속 나선다… 고령 노인 일자리 위협
지난 5월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50대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경비원은 지난 4월 40대 입주민과 이중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이후로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난 경비원 소식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삶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기자는 최근 사건이 발생한 강북구 우이동을 시작으로 서울시 아파트 10곳의 경비원들을 만나봤다. 기사의 신뢰도를 위해 실명을 써야 하지만 만약 실명을 쓸 경우 경비원들이 받게 될 불이익을 막기 위해 알파벳으로 이름을 대신했다.
아파트 경비원들 어떻게 살고 있나?
일부 입주민의 갑질로 목숨을 끊는 경비원들에 대한 사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에 내려오는 고질병 같은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제도가 움직인다. 하지만 이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똑같이 반복된다.
최근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최희석씨가 근무하던 아파트 인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A씨를 만났다. 그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죽은 사람이 불쌍하지. 또 이러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지고, 그러다 보면 비슷한 사건들이 또 발생하겠죠. 아무리 법이 만들어지고 해서 뭐합니까? 계속해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2017년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미 경비원에 대한 갑질을 법으로 막아놨지만, 효과가 없다.
대부분 경비원의 일과는 일반 회사원들과 달리 아침 일찍 시작한다. 출근 후 늦은 시각까지 주차장 확인과 재활용·음식물 쓰레기 정리, 입주민 호출, 취객 안전귀가 등을 마친 뒤 쪽잠을 자고 먼동이 트면 다시 일터를 돌아보고 나서 퇴근 준비를 한다.
근무 중에 ‘휴게시간’이 있지만, 허울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경비원들은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맡겨진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일부 입주민의 하대 의식이다. 무시하고, 경멸하며, 욕설과 폭행까지 하여 급기야 그로 인해 자살에 이르는 불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씨 사건 이후 입주민들의 의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B씨는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한 후 말을 이어갔다.
“같은 경비원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습니까. 제가 아는 사람도 너무 힘들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 “최근 최씨 자살 사건 이후 입주민들이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기자)
“제가 복이 많지요. 이 동네 사는 분들은 대부분 좋은 분들입니다. 사건 이후에 가끔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계시고, 간식도 챙겨주면서 쉬면서 하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변한 것은 아니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C씨는 “사건 이후에도 갑질하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주차단속 하다 살해 위협까지 느낀다”
서울의 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D씨는 오전 6시에 출근을 한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아파트 주변 청소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택배를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속속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선다. 좁은 경비실 안이 금세 택배상자로 가득 찬다. 택배를 장부에 기록하고, 가정들에 일일이 알려줘야 한다. 물론 낮에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 퇴근 시간 이후 다시 인터폰을 통해 연락한다.
특히 쌓여 있는 택배 보관도 잘 해야 한다. 최근 D씨의 동료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택배가 사라져 배상해주는 등 큰일을 치렀다고 한다. 잠시 화장실을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인터폰을 받지 못하면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도 맘 놓고 쉴 수가 없다. 아파트 내를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주차단속도 하는 등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D씨는 많은 일 중에서도 주차단속이 제일 겁난다고 한다. D씨의 말이다.
“최근 차량이 많아지면서 주차 문제에 대해 다들 민감합니다. 그래서 외부 차량은 방문증을 끊고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여야 합니다. 문제는 차 주인들이 방문증 없이 주차해놓고도 스티커를 붙이면 오히려 화내고 욕하고 심지어는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합니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한 아파트 경비원 E씨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출근해서부터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E씨는 출근 이후 동네 순찰을 시작으로 아파트 인근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단속 등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
E씨의 경우 하루에 점심시간 2시간, 저녁시간 2시간, 심야 휴식시간 4시간을 제외하면 총 16시간이 근무시간이지만 24시간 아파트에 머물러야 한다. 식사시간을 포함해 8시간을 쉴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쉴 수 없어 사실상 근무시간은 24시간이다.
하지만 E씨를 괴롭히는 건 따로 있었다. 해가 지고 새벽이 되면 술 취한 주민이 경비실 문을 발로 차는 등 행패를 부릴 때도 있다. 몇 년 전 E씨는 술 취해 난동을 피우는 주민에게 항의했다가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도 했지만, 주민의 보복이 두려워 그마저도 어렵다.
E씨는 “술을 마시고 바로 집에 들어가면 좋을 텐데 꼭 경비실에 와서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힘들어서 대꾸하지 않으면 자길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회사에서 힘들고, 취업이 안 돼서 힘든 건 알지만 그렇다고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세 평 남짓한 ‘쪽방’ 아파트 경비실서 여름나기
푹푹 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경비원에게 최악의 계절 중 하나다.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는 세 평 남짓한 좁은 공간은 CCTV와 냉장고 등 각종 장비가 쏟아내는 열기로 마치 가마솥을 연상케 한다. 경비원 F씨는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택배 짐들 틈에서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 이미 온몸이 땀으로 젖어 움직일 힘조차 없고,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만 불 뿐이다.
바깥 공기라도 쐴 겸 아파트 주변 순찰에 나서고 싶지만, E씨는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건 땡볕 아래 각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수거품을 정리할 때가 고작”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온종일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24시간 2교대로 힘들게 일한 대가로 F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월급은 약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러나 4대 보험과 용역회사의 알선수수료 등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별로 되지 않는다. 고용노동청이 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환경미화원과 경비원의 건강 보호를 위해 각 사업장은 휴게시설과 샤워실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F씨가 있는 아파트를 비롯해 지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F씨는 “에어컨은 기대도 안 한다. 선풍기라도 제대로 된 것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관리소장 눈치가 보여 말도 못 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경비실 방 한쪽에 작은 선풍기가 있었지만 열기를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F씨는 이 작은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보내야 한다.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도 문제다. 난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추운 겨울이면 이불을 2~3겹 덮고 자야 그나마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었던 G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비원들의 고충을 왜 모르겠습니까. 알고 있지만 당장 해결해줄 방법이 없습니다. 경비실 보수공사를 하려고 해도 주민들이 돈을 내야 하는데 솔직히 주민들이 동의하겠습니까. 절대 안 하죠. 제가 있던 곳도 오래된 아파트라 경비실이 세 평 정도밖에 안 됩니다. 경비실을 넓히려고 하면 밖으로 넓혀야 하는데 경비실 지을 땅도 없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방법이 없는 거죠.”
경비실 환경개선 반대… ‘예산 부족’
서울시가 2019년 7월 시내 1752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77개 아파트 단지(4.4%)의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 이 단지들의 경비원 수만 1832명에 달한다. 이들은 여름도 찜통 경비실에서 보내야 했다. 시내 44개 단지(2.5%) 경우에는 소수 경비실(전체의 50% 미만)에만 에어컨이 설치돼 ‘운 좋은’ 일부 경비원만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아파트 경비실 내 에어컨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서울시가 포스터 캠페인, 방문활동 등에 나서 지난 4월 이후 139개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에어컨이 들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 반대가 강경해 에어컨이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주민 상당수는 에어컨 설치비와 전기요금에 따른 관리비 부담을 느껴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이 제로인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에어컨 미설치 이유를 조사했더니 ‘예산 부족 때문’이라는 응답(32.5%·중복가능)이 가장 많았다. ‘입주자대표회의 및 입주민 반대 때문’이라는 응답(31.2%)과 ‘설치계획을 논의하지 않았다’(16.9%)가 뒤를 이었다.
“고마운 입주민들 때문에 참고 일한다”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 H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H씨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청소를 끝내고 경비실에서 전날 동료가 작성한 일지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젊은 여성이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여성의 손에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들려 있었다. 여성은 H씨에게 ‘출근시각에 늦어서 그러는데,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했다. 황당한 H씨는 그 여성에게 ‘본인이 가면서 버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여성은 벌컥 화를 내며 H씨에게 ‘놀면서 이런 것 하나 못 하느냐’며 막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마침 경비실 옆을 지나가던 한 할아버지가 그 여성에게 ‘넌 부모도 없느냐’며 뭐라고 하자 그 여성은 오히려 ‘당신이 뭔데 상관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한참을 말다툼하던 여성은 사람들이 몰려들자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여성을 향해 한마디씩 했다. 그렇게 상황이 수습되고 1시간 정도 흘렀을까? 아까 여성에게 뭐라고 하던 할아버지가 작은 음료 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그 할아버지는 H씨를 위로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다고 한다. 그날 퇴근시각이 되자 몇 명의 입주민들은 케이크 등 간식을 주면서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H씨는 “어딜 가나 모든 사람이 화내고 욕하고 갑질하는 것은 아니다”며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몇몇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힘든 것이다”고 말했다.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까지 단속… “당신이 뭔데”
마포의 한 고등학교 인근 아파트 경비원 J씨는 아파트 인근에서 흡연하는 고등학생들까지 단속을 해야 한다. J씨는 주민들의 계속되는 신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단속에 나선다. 학생들은 대부분 쉬는 시간이나 하교(下校) 때 친구들과 몰래 아파트 비상계단에 모여 흡연을 한다. J씨는 수시로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며 순찰을 한다. 그러다 흡연하는 학생들을 발견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도망을 간다. 하지만 가끔 거리낌 없이 흡연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하면 오히려 학생들이 화를 내며 위협을 가한다고 했다. J씨의 말이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학교 담을 넘어와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곤 해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가보면 여럿이 모여서 흡연을 하고 있어요. 보통 제가 가면 놀라서 도망을 가요. 그런데 얼마 전엔 순찰하다가 흡연하는 학생들을 발견하고 갔더니 저를 빤히 보면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서 담배를 끄라고 했더니 그중 한 학생이 저를 노려보면서 ‘당신이 뭔데 담배를 꺼라 마라 해요. 우리 담배 사는 데 돈을 줬어요?’라는 거예요. 조금만 더 얘기하면 때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휴대전화를 들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처럼 했죠. 그러니까 담배를 끄고 학교로 돌아가더라고요.”
강서구 등촌동의 모 아파트에서 일하는 C씨도 같은 경험이 있다. 그는 흡연을 하는 학생을 단속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그 자리에 버리고, 침까지 뱉고 간다고 한다. 그러면 C씨가 뒷정리를 다 해야 한다.
C씨는 “원래는 단속을 안 했다. 그런데 주민들이 신고하고 관리실에서도 경비원에게 단속하라고 한다. 청소와 택배,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단속까지 하면 잠시 앉아 쉴 새도 없다”며 “그런데 학생들 흡연단속까지 하려고 수차례 순찰을 하여야 한다. 이건 뭐 경비원이 아니라 거의 노예 수준이다. 나는 아파트 경비원이지 노예가 아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런데 흡연단속을 하면 학생들이 순순히 말도 안 듣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도망치는 척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도망도 안 치고 당신이 뭔데 나한테 뭐라고 하냐는 식으로 합니다. 특히 여학생들이 더합니다. 남학생들은 듣는 척이라도 하는데 여학생들은 노려보면서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경찰, 아파트 경비업법 준수… 주택관리 업계 ‘비상’
일부 아파트 입주민의 욕설과 폭행 등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계속되자 경찰과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해결에 나섰다. 경찰과 국토부는 6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 청소나 주차단속 등 다른 일을 하는 경우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2019년 말 전국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지난 5월 31일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업자가 경비 업무에 대해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충남, 대전, 인천 등지 경찰서들이 최근 관할 구역 아파트 단지에 이와 같은 계고를 내렸다.
5월 31일까지 계도 기간을 준 것에 대해 주택관리 업계는 그 이후에는 아파트의 경비원 운용이 경비업법을 위반하는지 경찰이 단속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파트 관리 대행업체가 경비원을 파견하려면 경비지도사를 선임하는 등 경비업법상 요건을 갖춰야 하고, 아파트 경비원에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경비업법상 아파트 경비원은 은행이나 오피스 경비원과 같이 ‘시설경비원’으로 분류된다.
아파트 경비원은 법에 정해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나 재활용 쓰레기장 관리나 택배 수령업무, 불법주차 단속 등 각종 부가적인 일을 하고 있다. 원래 법령이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경비 일만 하는 아파트 경비원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각종 허드렛일을 떠안고 있으면서 때로는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기도 해야 하지만 아파트 경비 업무가 노령층의 든든한 일터로 자리 잡은 것도 현실이다. 주택관리 업계는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시키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고령 경비원의 퇴출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경비원을 해고하면서 이를 전자경비시스템으로 대체하고, 경비원들이 해온 나머지 다른 일은 별도의 용역을 고용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로서도 현행법 위반 사안임에도 지금까지 현실을 감안해 개입을 보류해왔으나 더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8년 말 내려진 법원 판결은 경찰이 더는 경비업법 위반 문제를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11월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고 아파트에 경비원 5명을 배치한 주택관리 업체 대표 등에 대해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경찰이 아파트 경비업체에 대해 경비업법 준수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국토부도 원만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경비원이 경비 외에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하려면 경비원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
기자는 최근 사건이 발생한 강북구 우이동을 시작으로 서울시 아파트 10곳의 경비원들을 만나봤다. 기사의 신뢰도를 위해 실명을 써야 하지만 만약 실명을 쓸 경우 경비원들이 받게 될 불이익을 막기 위해 알파벳으로 이름을 대신했다.
아파트 경비원들 어떻게 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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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1일 한 아파트 입주민이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근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최희석씨가 근무하던 아파트 인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A씨를 만났다. 그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죽은 사람이 불쌍하지. 또 이러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지고, 그러다 보면 비슷한 사건들이 또 발생하겠죠. 아무리 법이 만들어지고 해서 뭐합니까? 계속해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2017년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미 경비원에 대한 갑질을 법으로 막아놨지만, 효과가 없다.
대부분 경비원의 일과는 일반 회사원들과 달리 아침 일찍 시작한다. 출근 후 늦은 시각까지 주차장 확인과 재활용·음식물 쓰레기 정리, 입주민 호출, 취객 안전귀가 등을 마친 뒤 쪽잠을 자고 먼동이 트면 다시 일터를 돌아보고 나서 퇴근 준비를 한다.
근무 중에 ‘휴게시간’이 있지만, 허울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경비원들은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맡겨진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일부 입주민의 하대 의식이다. 무시하고, 경멸하며, 욕설과 폭행까지 하여 급기야 그로 인해 자살에 이르는 불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씨 사건 이후 입주민들의 의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B씨는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한 후 말을 이어갔다.
“같은 경비원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습니까. 제가 아는 사람도 너무 힘들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 “최근 최씨 자살 사건 이후 입주민들이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기자)
“제가 복이 많지요. 이 동네 사는 분들은 대부분 좋은 분들입니다. 사건 이후에 가끔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계시고, 간식도 챙겨주면서 쉬면서 하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변한 것은 아니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C씨는 “사건 이후에도 갑질하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주차단속 하다 살해 위협까지 느낀다”
서울의 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D씨는 오전 6시에 출근을 한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아파트 주변 청소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택배를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속속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선다. 좁은 경비실 안이 금세 택배상자로 가득 찬다. 택배를 장부에 기록하고, 가정들에 일일이 알려줘야 한다. 물론 낮에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 퇴근 시간 이후 다시 인터폰을 통해 연락한다.
특히 쌓여 있는 택배 보관도 잘 해야 한다. 최근 D씨의 동료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택배가 사라져 배상해주는 등 큰일을 치렀다고 한다. 잠시 화장실을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인터폰을 받지 못하면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도 맘 놓고 쉴 수가 없다. 아파트 내를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주차단속도 하는 등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D씨는 많은 일 중에서도 주차단속이 제일 겁난다고 한다. D씨의 말이다.
“최근 차량이 많아지면서 주차 문제에 대해 다들 민감합니다. 그래서 외부 차량은 방문증을 끊고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여야 합니다. 문제는 차 주인들이 방문증 없이 주차해놓고도 스티커를 붙이면 오히려 화내고 욕하고 심지어는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합니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한 아파트 경비원 E씨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출근해서부터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E씨는 출근 이후 동네 순찰을 시작으로 아파트 인근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단속 등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
E씨의 경우 하루에 점심시간 2시간, 저녁시간 2시간, 심야 휴식시간 4시간을 제외하면 총 16시간이 근무시간이지만 24시간 아파트에 머물러야 한다. 식사시간을 포함해 8시간을 쉴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쉴 수 없어 사실상 근무시간은 24시간이다.
하지만 E씨를 괴롭히는 건 따로 있었다. 해가 지고 새벽이 되면 술 취한 주민이 경비실 문을 발로 차는 등 행패를 부릴 때도 있다. 몇 년 전 E씨는 술 취해 난동을 피우는 주민에게 항의했다가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도 했지만, 주민의 보복이 두려워 그마저도 어렵다.
E씨는 “술을 마시고 바로 집에 들어가면 좋을 텐데 꼭 경비실에 와서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힘들어서 대꾸하지 않으면 자길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회사에서 힘들고, 취업이 안 돼서 힘든 건 알지만 그렇다고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세 평 남짓한 ‘쪽방’ 아파트 경비실서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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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이다. 사진=뉴시스 |
바깥 공기라도 쐴 겸 아파트 주변 순찰에 나서고 싶지만, E씨는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건 땡볕 아래 각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수거품을 정리할 때가 고작”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온종일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24시간 2교대로 힘들게 일한 대가로 F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월급은 약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러나 4대 보험과 용역회사의 알선수수료 등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별로 되지 않는다. 고용노동청이 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환경미화원과 경비원의 건강 보호를 위해 각 사업장은 휴게시설과 샤워실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F씨가 있는 아파트를 비롯해 지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F씨는 “에어컨은 기대도 안 한다. 선풍기라도 제대로 된 것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관리소장 눈치가 보여 말도 못 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경비실 방 한쪽에 작은 선풍기가 있었지만 열기를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F씨는 이 작은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보내야 한다.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도 문제다. 난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추운 겨울이면 이불을 2~3겹 덮고 자야 그나마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었던 G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비원들의 고충을 왜 모르겠습니까. 알고 있지만 당장 해결해줄 방법이 없습니다. 경비실 보수공사를 하려고 해도 주민들이 돈을 내야 하는데 솔직히 주민들이 동의하겠습니까. 절대 안 하죠. 제가 있던 곳도 오래된 아파트라 경비실이 세 평 정도밖에 안 됩니다. 경비실을 넓히려고 하면 밖으로 넓혀야 하는데 경비실 지을 땅도 없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방법이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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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없는 ‘찜통’ 경비실을 피해 한 경비원이 밖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조선DB |
하지만 여전히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 반대가 강경해 에어컨이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주민 상당수는 에어컨 설치비와 전기요금에 따른 관리비 부담을 느껴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이 제로인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에어컨 미설치 이유를 조사했더니 ‘예산 부족 때문’이라는 응답(32.5%·중복가능)이 가장 많았다. ‘입주자대표회의 및 입주민 반대 때문’이라는 응답(31.2%)과 ‘설치계획을 논의하지 않았다’(16.9%)가 뒤를 이었다.
“고마운 입주민들 때문에 참고 일한다”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 H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H씨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청소를 끝내고 경비실에서 전날 동료가 작성한 일지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젊은 여성이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여성의 손에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들려 있었다. 여성은 H씨에게 ‘출근시각에 늦어서 그러는데,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했다. 황당한 H씨는 그 여성에게 ‘본인이 가면서 버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여성은 벌컥 화를 내며 H씨에게 ‘놀면서 이런 것 하나 못 하느냐’며 막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마침 경비실 옆을 지나가던 한 할아버지가 그 여성에게 ‘넌 부모도 없느냐’며 뭐라고 하자 그 여성은 오히려 ‘당신이 뭔데 상관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한참을 말다툼하던 여성은 사람들이 몰려들자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여성을 향해 한마디씩 했다. 그렇게 상황이 수습되고 1시간 정도 흘렀을까? 아까 여성에게 뭐라고 하던 할아버지가 작은 음료 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그 할아버지는 H씨를 위로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다고 한다. 그날 퇴근시각이 되자 몇 명의 입주민들은 케이크 등 간식을 주면서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H씨는 “어딜 가나 모든 사람이 화내고 욕하고 갑질하는 것은 아니다”며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몇몇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힘든 것이다”고 말했다.
마포의 한 고등학교 인근 아파트 경비원 J씨는 아파트 인근에서 흡연하는 고등학생들까지 단속을 해야 한다. J씨는 주민들의 계속되는 신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단속에 나선다. 학생들은 대부분 쉬는 시간이나 하교(下校) 때 친구들과 몰래 아파트 비상계단에 모여 흡연을 한다. J씨는 수시로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며 순찰을 한다. 그러다 흡연하는 학생들을 발견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도망을 간다. 하지만 가끔 거리낌 없이 흡연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하면 오히려 학생들이 화를 내며 위협을 가한다고 했다. J씨의 말이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학교 담을 넘어와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곤 해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가보면 여럿이 모여서 흡연을 하고 있어요. 보통 제가 가면 놀라서 도망을 가요. 그런데 얼마 전엔 순찰하다가 흡연하는 학생들을 발견하고 갔더니 저를 빤히 보면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서 담배를 끄라고 했더니 그중 한 학생이 저를 노려보면서 ‘당신이 뭔데 담배를 꺼라 마라 해요. 우리 담배 사는 데 돈을 줬어요?’라는 거예요. 조금만 더 얘기하면 때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휴대전화를 들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처럼 했죠. 그러니까 담배를 끄고 학교로 돌아가더라고요.”
강서구 등촌동의 모 아파트에서 일하는 C씨도 같은 경험이 있다. 그는 흡연을 하는 학생을 단속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그 자리에 버리고, 침까지 뱉고 간다고 한다. 그러면 C씨가 뒷정리를 다 해야 한다.
C씨는 “원래는 단속을 안 했다. 그런데 주민들이 신고하고 관리실에서도 경비원에게 단속하라고 한다. 청소와 택배,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단속까지 하면 잠시 앉아 쉴 새도 없다”며 “그런데 학생들 흡연단속까지 하려고 수차례 순찰을 하여야 한다. 이건 뭐 경비원이 아니라 거의 노예 수준이다. 나는 아파트 경비원이지 노예가 아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런데 흡연단속을 하면 학생들이 순순히 말도 안 듣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도망치는 척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도망도 안 치고 당신이 뭔데 나한테 뭐라고 하냐는 식으로 합니다. 특히 여학생들이 더합니다. 남학생들은 듣는 척이라도 하는데 여학생들은 노려보면서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경찰, 아파트 경비업법 준수… 주택관리 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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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부터 아파트 경비원에게 청소와 주차단속 등을 시킬 수 없게 됐다. 사진=TV조선 화면캡처 |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2019년 말 전국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지난 5월 31일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업자가 경비 업무에 대해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충남, 대전, 인천 등지 경찰서들이 최근 관할 구역 아파트 단지에 이와 같은 계고를 내렸다.
5월 31일까지 계도 기간을 준 것에 대해 주택관리 업계는 그 이후에는 아파트의 경비원 운용이 경비업법을 위반하는지 경찰이 단속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파트 관리 대행업체가 경비원을 파견하려면 경비지도사를 선임하는 등 경비업법상 요건을 갖춰야 하고, 아파트 경비원에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경비업법상 아파트 경비원은 은행이나 오피스 경비원과 같이 ‘시설경비원’으로 분류된다.
아파트 경비원은 법에 정해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나 재활용 쓰레기장 관리나 택배 수령업무, 불법주차 단속 등 각종 부가적인 일을 하고 있다. 원래 법령이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경비 일만 하는 아파트 경비원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각종 허드렛일을 떠안고 있으면서 때로는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기도 해야 하지만 아파트 경비 업무가 노령층의 든든한 일터로 자리 잡은 것도 현실이다. 주택관리 업계는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시키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고령 경비원의 퇴출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경비원을 해고하면서 이를 전자경비시스템으로 대체하고, 경비원들이 해온 나머지 다른 일은 별도의 용역을 고용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로서도 현행법 위반 사안임에도 지금까지 현실을 감안해 개입을 보류해왔으나 더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8년 말 내려진 법원 판결은 경찰이 더는 경비업법 위반 문제를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11월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고 아파트에 경비원 5명을 배치한 주택관리 업체 대표 등에 대해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경찰이 아파트 경비업체에 대해 경비업법 준수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국토부도 원만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경비원이 경비 외에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하려면 경비원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