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상위 0.1%의 리그, 호텔 피트니스 클럽 멤버십의 세계 : 월간조선

2012년 11월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에 오픈한 콘래드서울호텔 피트니스 클럽 ‘펄스에이트(Pulse8)’는 지하주차장에서부터 클럽까지 회원 전용 엘리베이터로 출입할 수 있다. 8층과 9층 총 3300m2의 공간에 한강과 여의도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시야와 다양한 최첨단 장비가 강점인 이 피트니스 클럽은 최근 여의도가 주 활동무대인 금융맨들과 연예인들의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되고 있다. 콘래드는 전 세계 3900여 개의 호텔을 보유한 힐튼그룹의 계열 호텔(힐튼, 콘래드, 월도프아스토리아, 더블트리, 햄프턴, 홈우드 등) 중 가장 높은 등급의 럭셔리 호텔로, 오픈 전부터 국내 부유층의 관심을 끌어왔다.

최근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수천억대의 자산가 A씨가 5000만원짜리 펄스에이트의 회원권을 구입하려 했다가 퇴짜맞은 사연이 회자되고 있다. 부자가 많다는 여의도에서 한 은행 지점 최고의 예금액을 자랑하는 A씨가 회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반면, 같은 지점의 VIP인 B씨는 금융자산이 A씨에 훨씬 못 미치지만 해당 회원권을 구입해 이용하고 있어 A씨가 호텔 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호텔 피트니스 클럽의 ‘회원 심사’가 뭐기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VIP의 커뮤니티인 호텔 피트니스 클럽

A씨의 경우 60대 중반인 나이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특1급 호텔 5곳에 전화로 피트니스 클럽 회원 가입에 대해 문의한 결과 “나이 제한이 있다”고 직접 말하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보통 60세가 회원 가입의 마지노선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건설회사 임원은 “임원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제공하는 피트니스 회원권이 있지만, 개인 회원권이 아직 없는 사람들은 60세가 되기 전에 빨리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며 “호텔들이 이른바 ‘물 관리’를 위해, 그리고 기존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가입 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호텔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이란 회원 전용인 호텔 내 피트니스 클럽과 수영장, 사우나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레스토랑과 객실 등 부대시설 이용 시 사용료를 10~20%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이다. 회원권을 구입하면 운동과 식사, 미팅 등 많은 활동을 비회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해결할 수 있다.

호텔이 회원 ‘물 관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급호텔 피트니스 클럽은 한국의 대표적인 ‘상류층 커뮤니티 문화’에 해당한다. 귀족 마케팅 전문가인 더프레스티지앤코 이기훈 대표는 “귀족 마케팅의 기본 중 하나가 고객을 끼리끼리 묶어주는 VIC(Very Important Community)”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얘기다. “백화점이나 명품 브랜드는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폐쇄적인 공간에서 열리는 패션쇼나 와인시음 행사에 초청한다든가, 요트 관광 제공 등 다양합니다. 이 같은 멤버십 서비스는 VIP들의 해당 브랜드나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이런 멤버십이라는 것이 일반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준거집단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어 귀족 마케팅에서는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VIC의 대표적인 것이 특급호텔 피트니스 클럽이죠.

소비성향이나 연령대가 서로 비슷한 브랜드나 백화점의 VIP와 달리 호텔 피트니스 회원들은 직업과 성향,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폭넓은 사교가 가능합니다. 회원들은 피트니스 클럽이나 사우나, 레스토랑 등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안면을 익히게 됩니다. 대부분 상류층에 속하는 인물들이고 피트니스나 사우나 등에는 앉아서 쉬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많아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신라·하얏트 ‘빅2’ 중 신라 휴관, 대안은?

기존 특급호텔 회원권의 ‘빅2’는 신라호텔과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이다. 1인 회원권 시세가 현재 하얏트는 5600만원, 신라는 4800만원 선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표1 참조). 회원들은 대부분 그 두 배의 가격을 내고 부부 회원권을 구입한다. 해마다 별도로 내야 하는 연회비는 200만~400만원 선이다. 6성급 호텔을 표방한 W호텔 회원권의 경우 6000만원에 육박하지만 시내 및 강남 중심가와 거리가 멀어 부유층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신라와 하얏트 두 호텔은 국내 최고급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 강북·강남 모두 접근성이 뛰어나 부유층의 사교장으로 선호도가 높다. 특히 하얏트는 ‘물 관리가 철저하다’는 입소문이 퍼져 있어 회원 가입 대기자가 많다.

그런 중 신라호텔이 2013년 1월부터 시설 재정비를 위해 6개월간 전면적인 영업중단에 들어가면서 운동할 곳을 잃은 신라 회원들이 새로운 ‘거처’를 찾고 있다. 신라는 2월 말부터 피트니스 회원권 신규분양에 나설 예정이지만 가격이 기존의 두 배 이상인데다 문을 여는 7월이 돼야 운동을 시작할 수 있어 더더욱 그렇다. 이와 함께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은 여의도와 반포다.

여의도는 금융·정치·방송 등이 밀집돼 있어 고급 피트니스 클럽의 수요층이 두꺼운 곳. 최근 문을 연 콘래드서울호텔과 메리어트이그제큐티브아파트먼트(MEA)의 회원 유치 경쟁이 뜨겁다. 최첨단 새 빌딩(IFC)에 새롭게 오픈해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콘래드와, 넓은 면적과 다양한 시설을 강점으로 하는 MEA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회원권은 콘래드가 5000만원대, MEA가 3000만원대다. 증권사의 한 임원은 “많은 회사가 임원들에게 피트니스 회원권을 제공하는데, 그동안 MEA가 대세였다”며 “MEA에서 동종업계 고위 관계자들과 모임이 잦았는데 콘래드가 문을 열면서 그쪽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지역에서는 자이·래미안 등 고가의 새 아파트 등장으로 반포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면서 피트니스 클럽도 자이·래미안에서 가까운 곳이 주목받고 있다. 서초구의 유일한 특1급 호텔인 JW메리어트(반포동)는 인근의 서초동 법조타운과 서울성모병원의 법조인·의료인 등 전문직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사업가,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직업군이 잇달아 피트니스 클럽 회원 가입을 희망하고 있어 대기자 명단이 길어지고 있다. 인근의 대단지 고급 아파트인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의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서울 강남 일대의 고급 아파트와 주상복합들은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 커뮤니티 센터 등의 시설이 웬만한 호텔 피트니스 클럽보다 더 알차고 고급스러운 경우가 많다. 운동이 목적이라면 단독 스포츠 센터와 호텔 피트니스 클럽은 시설과 면적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호텔 피트니스는 작은 규모다. 그래도 부유층이 호텔을 찾는 이유는 사교와 품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포자이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41)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도 시설 좋은 피트니스 클럽이 있지만 메리어트와 센트럴시티에서 운동과 스파, 식사, 쇼핑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 메리어트 회원권을 구입했다”며 “자이뿐만 아니라 래미안이나 서래마을 등에서 오는 수준 있는 회원들이 많아 오전에는 피트니스와 수영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교육정보나 쇼핑정보 등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시설 좋은 대형 피트니스보다 작은 규모의 호텔 피트니스 선호

그러나 돈이 있다고 해서 호텔 피트니스 클럽 회원에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각 호텔에는 멤버십 회원을 관리하기 위한 ‘운영위원회’가 있다. 호텔 직원들과 기존 회원을 포함해 10여 명 안팎이다. 새로운 회원이 가입을 원할 때 자격을 심사하는 한편 문제가 되는 회원을 배제하는 역할도 암암리에 하고 있다. 회원권은 최초 분양 시 해당 호텔에서 구입하거나, 회원권거래소를 통해 시세에 따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소에 가입비를 내더라도 호텔 측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회원이 될 수 없다.

한 특1급 호텔 관계자의 얘기다. “기존 특1급 호텔의 피트니스 클럽 회원들은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 기업인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호텔에서 운동·미팅·식사 등을 해결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죠. 1990년대 이후 이른바 ‘졸부’들이 호텔 피트니스 클럽을 찾기 시작하면서 품격이 떨어진다는 기존 회원들의 불평이 있었어요. 그래서 호텔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회원 심사라는 것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호텔 피트니스 회원들은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많다 보니 이른바 ‘진상 고객’은 금방 알 수 있어요. 그런 고객들은 다른 회원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다른 피트니스를 추천하거나 경고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회원 탈퇴를 유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층, 기업인 등에게만 회원의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과 예술계 종사자 등이 적절히 섞이는 것이 보통이다. 더프레스티지앤코 이기훈 대표의 얘기다. “멤버십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활동적이며 인맥이 많고 성격이 좋은 ‘트렌드 세터(유행 선도자)’가 필요한데, 아티스트나 패션디자이너, 연예인 등이 그 범주에 속합니다. 연예인 중에서도 이미지가 좋은 톱스타가 다닌다고 하면 인기가 올라가는 게 보통이죠. 그러나 호텔은 브랜드가 스타에게 협찬해 주는 것처럼 별도의 혜택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2000년대 초반, 강남 일대에 대형 스포츠 클럽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수천만원짜리 회원권을 판매, 호텔 피트니스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스포타임과 스포월드, 가오닉스, 템플럼 등이 대표적인 예로 호텔 피트니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와 시설로 부유층을 끌어들여 부유층의 커뮤니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피트니스 클럽의 사교 기능은 퇴색하고 서비스는 오히려 저하되기 시작했다. 럭셔리한 서비스가 최우선인 호텔의 서비스를 피트니스 클럽이 따라가지 못한 것. 피트니스 클럽 문화는 질적 하락기에 접어들게 되고 상류층들이 저급해진 피트니스 클럽 문화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다시 특1급 호텔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5000만원 선의 대형 피트니스 클럽의 회원권을 구입했던 한 사업가의 얘기다.

“호텔 피트니스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가입심사를 엄격하게 했지만 대형 피트니스 클럽은 회원들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경영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물 관리’를 엄격히 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졸부 또는 유흥업계 종사자들이 늘어나면서 전문직이나 상류층은 그곳을 떠나게 됐죠. 또 일부 대형 클럽이 경영문제에 봉착하면서 부유층은 하나 둘 떠나게 됐고, 그들은 호텔로 회귀했습니다.”

‘부자학’ 전문가인 서울여대 경영학과 한동철 교수는 “부자 마케팅의 기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자 커뮤니티를 표방한다는 신생 커뮤니티가 쉽게 실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의 얘기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를 찾는 것은 힘들지 않지만 부자에게 접근해 설득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듭니다. 부자들은 웬만해선 다른 사람을 잘 믿지 않고 마음을 잘 열지 않거든요. 제품이나 서비스가 최고급이라고 부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겠다며 밀어붙였다가는 바로 실패합니다. 아무리 호화롭고 특별한 시설이나 서비스를 제공해도 부자들이 쉽게 찾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신뢰를 쌓으며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자 마케팅의 기본이고, 이것이 피트니스 분야에서는 역사가 있는 특급호텔이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패밀리형’ 서울클럽과 반얀트리

최근 호텔들은 더 넓고 럭셔리한 피트니스 클럽과 수영장을 확보하기 위해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다. 여의도 콘래드서울의 수영장.

한동철 교수는 부자 마케팅에는 ‘원스톱 서비스’가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부자 아이는 수업료 월 100만원이 넘는 유치원에 다니며 영어를 배우고, 부자 청년은 500만원짜리 양복을 입고, 부자 엄마는 100만원짜리 스파에 다니며, 부자 아빠는 100만원이 넘는 양주를 마시고, 부자 할머니는 20억짜리 빌라에 삽니다. 부잣집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부자 마케팅의 대상이고 고객도 동일하다는 거죠. 또 부자 아이와 부자 청년은 향후 주요 고객이 될 예정이고요. 피트니스, 스파, 레스토랑, 술집, 양복점, 키즈클럽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곳은 우리나라에 호텔이 유일합니다. 호텔이 부유층 커뮤니티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어요.”

현재 국내 특급호텔들은 회원층이 고령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 과제다. 호텔들은 레스토랑이나 객실을 리모델링하고 수영장과 스파 시설을 확충하며 30~40대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등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특급호텔은 대부분 리조트호텔이 아닌 비즈니스 호텔이어서 수영장이나 휴식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편이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호텔 관계자들은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특급호텔과 차별화되는 ‘패밀리 비즈니스’에 주목한 것이 남산의 반얀트리다. 반얀트리는 문광부 호텔등급 기준에 따르면 특1급 호텔이 아닌 가족호텔이지만, 특1급 호텔보다 훨씬 럭셔리한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넓은 대지에 여름엔 수영장, 겨울엔 아이스링크를 운영하고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풀빌라 등을 완비한 것은 물론 객실 면적을 늘려 객실 내에 풀(pool)을 설치하는 등 가족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아이가 어린 30~40대 부유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40대 초반의 중견기업 대표 정모씨는 “이미 특급호텔 피트니스 클럽 부부 회원권이 있지만 피트니스 클럽은 18세 미만 출입불가라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이용할 수 없어 반얀트리 회원권을 새로 구입했다”며 “아들이 다니는 사립초등학교 같은 반에 반얀트리 회원 아이가 5명 있어 아이 친구 가족과 함께 주말 모임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얀트리의 회원권 가격은 한때 1억원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7월 현대그룹에 인수된 이후 올해 초 신규분양을 준비하고 있어 회원권 시세가 변동될 가능성이 많다.

국내 패밀리 멤버십의 원조는 남산의 서울클럽이라 할 수 있다. 서울클럽은 1900년대 초 외국인들을 위한 클럽으로 시작한 곳으로, 회원권 가격은 현재 7500만원 선이지만 기존 회원 2인의 추천이 필요하고 긴 대기순서를 기다려야 해 내국인은 3년 내로 가입하기 힘들다. 주요 회원은 외국인과 외교관을 비롯해 내국인은 외국기업과 대기업 오너 가족들 및 고위 임원, 고위 공무원 등이다.

서울클럽은 회원과 함께가 아니면 출입조차 할 수 없고, 수영장과 운동시설, 키즈클럽, 레스토랑과 바 등 시설이 다양한데다 방학 때 어린이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등 폐쇄적인 상류층 가족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곳이다.

신용카드 VIP도 거부하는 호텔 피트니스

호텔 피트니스 클럽은 철저하게 회원 위주인 폐쇄적인 공간이다. 현대카드는 2011년 4월 프리미엄급 신용카드인 ‘더퍼플(The Purple)’ 회원들에게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과 여의도메리어트 등 특급호텔의 피트니스 이용권을 제공한 적이 있다.

퍼플카드는 연회비가 60만원으로 발급 대상이 전문직·대기업 차장급 이상·연봉 1억원 이상 등으로 제한된다. 퍼플카드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 상위 5%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비회원은 입장조차 할 수 없는 호텔 피트니스 이용권은 퍼플카드 회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 피트니스 이용권 제공 혜택은 석 달도 안 돼 폐지됐다. 호텔 피트니스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측은 “회원 아닌 사람이 갑자기 많아져 운동기구를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기존 회원의 항의가 많다”며 2011년 6월 일방적으로 현대카드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대카드는 7월부터 호텔 피트니스 이용권 제공을 중단했다. 카드사 회원들은 “2개월 만에 혜택을 갑자기 없앨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호텔 피트니스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향후 특급호텔 회원권 가격은 일부 호텔의 리모델링과 신규분양 등으로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신라호텔은 리모델링 후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을 신규분양할 예정이고, 반얀트리도 현대그룹 인수 이후 정리작업을 거쳐 올해 신규분양에 나선다. 신라와 반얀트리의 신규 회원권 가격은 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텔 회원권 가격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도 올해 증축에 나서면서 증축대상부지에 위치한 피트니스 클럽을 7월께 폐쇄하기로 해 이곳의 주 고객이었던 삼성동-청담동 일대 부유층과 테헤란로의 IT기업 임원들이 어디로 이동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1990년대 초반부터 호텔을 벗어나 상류층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공간과 업체가 적지 않게 생겨났지만 지금까지 유지되는 곳은 거의 없다. 호텔의 한국사회 상류층 사랑방으로서의 기능은 앞으로도 쭉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