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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기술

전기차 시대, 테슬라에 맞선 토요타의 응전

‘자율주행 조립 라인’ 도입, 생산준비기간·공정·투자비 1/2로 줄이겠다

글 : 박정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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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타, 연구 인력의 53%, 연구 비용의 45%를 미래 자동차 연구에 사용
⊙ 토요타, 중국 BYD와 선전에 합작 회사 세워 전기차 공동개발
⊙ 테슬라·토요타 모두 생산 부문과 연구 부문의 벽 허물어
⊙ 도요타 아키오 전 사장, 토요타를 글로벌 No.1 메이커로 만들었으나 전기차 대응 실패, ‘예스맨 중용’ 등으로 비판받고 사임

朴正圭
1968년생.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석사, 일본 교토대 정밀공학과 박사 /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연구원, 日 교토대 정밀공학과 조교수, LG전자 생산기술원,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소·해외공장지원실 근무. 現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글렌데일 홀딩스 부대표 / 번역서 《실천 모듈러 설계》 《도요타 제품개발의 비밀》 《모노즈쿠리》
사토 고지(가운데) 사장을 비롯한 토요타자동차의 신임 사장단. 사진=AP/뉴시스
  생산성의 딜레마(productivity dilemma)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윌리엄 애버내시가 제기한 개념이다. 그는 “지배적 지위를 가진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노력하여 그 지위를 더욱 견고히 하면 할수록 새로운 제품 혁신을 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분석하면서 발견한 내용이다. 생산성 향상이란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산업을 부정하는 새로운 제품 혁신은 많은 시행착오가 필수적이기에 일시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생산성을 추구하는 집단은 좀처럼 혁신을 해내기 힘들다는 논리이다. 그래서 애버내시는 생산성과 혁신은 상충(相衝)하며, 이런 현상을 ‘생산성의 딜레마’라고 칭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성의 딜레마’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이다. 토요타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과연 토요타는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기에 새로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까?
 
  지금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테슬라와 BYD 같은 기업의 성장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눈부시게 성장하는 두 회사가 모두 신생 기업이라는 점에서 애버내시의 이론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인 토요타, 폴크스바겐(VW),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과연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이다. 이미 BYD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판매 1위를 차지한 폴크스바겐을 왕좌(王座)에서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나는 낡은 사람이다”
 
2020년 1월 라스베이거스 CES 테크쇼에 앞서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에 대해 설명하는 도요타 아키오 전 사장. 하지만 도요타 사장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사임했다. 사진=AP/뉴시스
  이제 모든 관심은 토요타로 향하고 있다. 토요타는 자동차 산업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테슬라의 혁신에 열광하는 언론과 자동차 전문가는 토요타가 전기차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타는 이런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올 4월 토요타는 사장을 새롭게 교체했고 6월에는 선행 연구소인 히가시후지연구소에서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자’라는 테마로 ‘토요타 테크니컬 워크숍’을 개최하여 개발 중인 신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토요타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의 개념과 함께 미래 전기차 공장의 콘셉트를 발표했다. 공장 내 컨베이어 벨트를 없애고 대신 조립 중의 전기차가 공장 내에서 자율 주행하는 콘셉트의 공장이다.
 
  이번 호에서는 혁신이 요구되는 이 시기에 끝없는 개선 활동으로 유명한 토요타가 이루어낸 개선과 앞으로 해나갈 혁신의 모습을 살펴보자. 이것은 토요타를 벤치마킹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현대차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참고가 될 것이다.
 
  올 1월 26일 토요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뜻밖의 발표를 했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66) 사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사토 고지(佐藤恒治·53)를 대표로 선정했다는 발표였다. 이날 발표에서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이제 낡은 사람(후루이 닌겐·古い人間)이다. 나는 자동차쟁이(くるま屋)로 자동차를 좋아했기에 토요타의 변혁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이것이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2009년 6월 사장에 취임한 도요타 아키오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토요타를 위기에서 구해 글로벌 1위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리먼 쇼크, 대규모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라는 위기가 발생했다. 이것을 오너 가문 출신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 특유의 리더십으로 하나하나 극복해나간다. 특히 1000만 대 규모의 대규모 리콜 사태는 토요타라는 회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리콜 사태가 일어난 발단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토요타 리콜 사태
 
  토요타 차량의 대규모 리콜은 2009년 8월 28일 마크 세일러 일가족의 사망사고로부터 시작한다. 세일러가 운전한 렉서스 ES350 차량이 시속 100마일 이상으로 달리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계곡에 처박히는 사고가 나서, 운전자를 포함한 4명이 모두 사망했다. 당시의 비극적인 상황은 사고 차량의 탑승자가 911에 전화한 내용이 방송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세일러가 원래 사용하는 차량은 RX400h라는 렉서스 SUV 차량이었다. 그는 운전석에 두꺼운 고무 매트를 깔고 운전했다. 그의 SUV 차량이 고장 나서 딜러점에 수리를 맡기고 렉서스 ES350이라는 세단 차량을 렌털한 것이었다. 그는 원래 차량에서 사용하던 고무 매트를 ES350 세단 차량에 장착했는데 이 고무 매트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 비극적인 사고는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세일러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액셀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앞으로 밀려온 고무 매트에 액셀 페달이 끼어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차량이 계속 가속되면서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세일러 가족의 사고 3일 전에 동일한 딜러점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플랭크 버나드라는 사람이 매트가 깔린 차를 빌려 타고 나왔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인근 고속도로에 합류하기 위해 액셀을 힘껏 밟았다. 그러고 액셀에서 발을 뗐지만, 액셀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액셀 페달이 고무 매트에 끼인 것이다. 버나드는 속도가 시속 80~85마일까지 가속되자, 힘껏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50~60마일로 줄였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중립으로 해서 차를 정지시킬 수 있었다. 버나드는 딜러점에 방문하여 매트 문제로 차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었다며 주의를 주었다. 이런 상황에 이 딜러점에서 차량을 빌린 세일러 일가족에게 동일한 사건이 일어났고 안타깝게도 모두 사망했다.(출처: 《Toyota Under Fire》, Liker著, 2011년)
 
  사실 다소 애매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언론들은 일제히 토요타를 질타했다. 토요타 생산 방식이 문제라고 했고, 토요타가 협력업체에 단가를 후려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당시 미국 상황은 토요타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 빅3 중 2개 회사인 GM과 크라이슬러가 부도가 난 상황이었다. 막 사장이 된 도요타 아키오가 미국 청문회에 참석해 사태를 설명하고 토요타가 침착하게 리콜에 대응하면서 점차 잠잠해졌다.
 
 
  社內 컴퍼니들을 서로 경쟁시켜
 
  리콜 사태 이후 토요타는 문제의 원인을 ‘설계의 복잡성’과 ‘조직 문제’라고 생각했다. 당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차량에 확대, 적용하고 있었다. 토요타의 엔지니어는 한정된 차량 공간에 엔진, 배터리, 모터 등을 장착해냈다. 하지만 차량에 여유 공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국 고객들이 두꺼운 매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이후, 토요타는 설계의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만들었다. TNGA는 부품을 콤팩트화하고 모듈화시켜 다양한 차종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체계적인 설계 방법론이다.
 
  또 토요타는 조직이 비대해지는 바람에 대규모 리콜 사태 발생 시 회사 차원의 대응이 늦었다고 판단, 1000만 대 생산 규모의 회사를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개 작은 규모의 사내(社內) 컴퍼니로 만들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 그러고 사내 컴퍼니의 대표들을 서로 경쟁시켜 토요타의 최고 경영자로 육성하는 장치로도 활용했다. 이번에 토요타 신임 사장이 된 사토 고지 또한 ‘렉서스’ 사내 컴퍼니의 대표를 한 사람이다. 토요타는 이런 변혁을 통해서 위기에 빠진 토요타를 글로벌 1위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 잡게 했다.
 
  하지만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도요타 아키오의 리더십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토요타는 전방위(全方位) 전략, 즉 내연(內燃)기관, 하이브리드, 수소차, 전기차를 모두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펼치지만, 전기자동차 전용주의자(EV Only파)에게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도요타 아키오의 리더십 추락
 
도요타 아키오 전 사장의 잘못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주간 다이아몬드》 커버.
  작년에는 일본 내 언론이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경영 스타일, 특히 인사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중 특히 일본의 경제 주간지인 《주간 다이아몬드》는 2022년 2월 말 〈절정 토요타의 진실〉이라는 커버스토리를 게재,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도요타 아키오가 사장 비서실, 기획실에서만 근무한 ‘예스맨’을 계속 요직에 앉히고, 바른말하는 실력파 인재를 계속 내치고 있다는 내용을 실명(實名)까지 언급하면서 비판했다. 또 주간지 편집장이 직접 ‘도요타 아키오 전(前) 상서(上書)’라는 편지 형식의 글을 적어 실었는데 그 요지는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가 만들어내는 각종 부작용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글의 일부를 옮기면 아래와 같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님
 
  토요타 내부에서는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는 도요타 사장의 너무 강한 리더십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강한 리더십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100년에 한 번 있는 대(大)혁명기’에 있고,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토요타도 위험하기에 개혁은 필요한 일이고, 거대 조직의 개혁을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윗사람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아랫사람들은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만연하고, 불편한 정보는 올라오지 않게 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조직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다 도요타 사장 탓’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토요타의 많은 사람이 도요타 사장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위의 글을 통해 2022년 일본 언론이 도요타 아키오 사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결국 회장인 우치야마다 다케시(內山田竹志)가 건강을 이유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우스 차량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으로 도요타 아키오 사장에게 여러 가지 충고를 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도요타 아키오에게도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권했다. 그러고 사토 고지가 신임 사장이 된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 신임 사장
 
토요타자동차의 전현직 수뇌부. 왼쪽부터 도요타 아키오 전 사장, 사토 고지 신임 사장, 우치야마다 다케시 전 사장. 사진=토요타자동차
  신임 사토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와세다대학 기계공학과를 나와 1992년 토요타에 입사(入社)하여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을 설계했다. 그는 또 테스트 코스에서 직접 운전하면서 차량을 평가할 정도로 운전 실력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후 자동차 개발 프로세스를 통괄하는 치프 엔지니어(CE·Chief Engineer)가 되었다. 특히 2도어 쿠페인 렉서스 LC500이 그의 작품이다. 이후 토요타 사내 컴퍼니인 ‘렉서스 인터내셔널(Lexus International Co.)’의 사장으로 취임했고, 자동차 산업의 대변혁기인 2023년에 토요타의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사토 고지 신임 사장은 전기차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초기 전기차 보급 단계에서는 1회 충전 시 주행(走行) 거리, 충전(充電) 시간 등이 주요 경쟁 요소였다. 이 시기에는 첨단 제품에 흥미를 가지는 소비자 중심으로 판매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전기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 원가(原價)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배터리 이외의 부문에서 획기적으로 원가를 줄여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먼저 공세를 가했고 올 3월에는 언박스드 프로세스(Unboxed Process)라는 제조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자 6월에 토요타는 이에 응전(應戰)이라도 하듯 자율주행 조립 라인이라는 새로운 공장 콘셉트를 제시했다.
 
 
  테슬라의 ‘언박스드 프로세스’
 
그림1. 테슬라의 ‘언박스드 프로세스’.
  《월간조선》 6월호에서 자세히 설명한 테슬라의 언박스드 프로세스를 다시 한 번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그림 1〉 언박스드 프로세스)
 
  2020년 테슬라는 ‘기가 캐스팅(Giga Casting)’이란 공법(工法)을 먼저 도입했다. 이것은 알루미늄 합금을 녹여 거대한 틀(die)에 고압으로 분사해 부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철판에 금형(金型)으로 압력을 가해 부품을 성형(成型)했다. 그러고 이것들을 서로 용접해서 3차원의 큰 부품을 만들었다. 테슬라는 과거 자동차의 프런트, 리어·언더 보디를 171개의 성형된 작은 부품을 용접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기가 캐스팅 방식을 사용하면서 프런트, 리어·언더 보디를 각각 하나의 공정에서 일체화(一體化)된 부품으로 찍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테슬라는 2023년 3월 1일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에서 언박스드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생산 방식을 발표했다. 기존의 자동차 메이커는 철판을 용접하여 3차원의 차체 구조를 먼저 만들고 나서, 작업자가 차체 안에 들어가 부품을 조립했다. 이렇게 하면 로봇을 이용하여 조립을 자동화하기 힘들다. 테슬라는 차량 전체를 6개의 빅 모듈(Big module)로 분해해서 필요한 조립을 다 하고 난 뒤에, 마지막에 3차원 구조의 차량을 조립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방법을 통해 전기차의 제조 코스트를 2분의 1로 줄이겠다고 한다.
 
 
  토요타의 ‘자율주행 조립 라인’
 
그림2. 토요타의 ‘자율주행 조립 라인’. 토요타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상단)과 기가 캐스팅으로 제작된 리어·언더 보디 시작품.
  기존 자동차 메이커의 대표주자인 토요타는 2023년 6월 8일 ‘토요타 테크니컬 워크숍’에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조립 방식을 제시했다. 토요타에서는 정확한 명칭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에서는 토요타의 새로운 조립 방식을 ‘자체 추진 조립 라인(Self-propelled assembly line)’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본 신문에서는 ‘자주조립(自走組立) 라인’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자율주행 조립 라인’이라고 부르겠다.
 
  토요타는 〈그림 2〉와 같이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제시했다. 전기차의 언더 보디를 크게 프런트, 센터, 리어로 나누고 프런트와 리어·언더 보디는 테슬라처럼 기가 캐스팅 공법으로 만들고 배터리가 센터 부분이 된다. 토요타는 이미 시작품(試作品)을 만들어 6월에 공개했다. 현재 86개의 부품을 33개의 공정에서 용접해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캐스팅 방법으로 공정 한 곳에서 일체화된 부품 1개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단, 토요타는 테슬라의 차세대 전기차 공장을 벤치마킹했지만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 테슬라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부 정보에 의하면 토요타는 테슬라와 달리 굳이 1개의 큰 부품으로 만들지 않고, 실제로는 3~4개의 부품으로 만들어 합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테슬라는 이탈리아의 이드라(IDRA)사가 만든 기가 프레스를 사용한다. 기가 프레스에 사용하는 금형을 교체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수준이다. 기계 사이즈가 너무 크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 공장에 들어가지 않는다.
 
  토요타는 일본 업체인 UBE사와 공동으로 대형 주조기를 개발해왔다. 그리고 일본에서 나오는 여러 정보를 종합해 보건대 어쩌면 토요타는 2026년까지 독자적으로 기가 프레스(대형 주조기)를 만들 것 같다. 그리고 토요타는 금형을 전용(專用) 부분과 범용(汎用) 부분으로 구별해서 기가 프레스를 소형화하고, 금형을 교체하는 데 20분 정도로 단축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캐스팅 공정은 알루미늄 합금을 용해해야 하므로 고온 상태가 된다. 그래서 기존 자동차 공장에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토요타는 새로운 냉각 기술 등을 적용해 종래의 프레스 공장 자리에 캐스팅 공정을 만들려고 한다. 테슬라 대비 기존 공법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토요타 나름의 비교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진다
 
그림3. 토요타의 기존 공장(왼쪽)과 차세대 공장 이미지. 사진=토요타자동차
  〈그림 3〉은 토요타가 제시하는 차세대 공장의 이미지다. 토요타의 차세대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 없이 전기차의 언더 보디가 자동으로 주행하는 형태이다. 이것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의 독특한 특징을 이용한 생산 방식이다.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존재하고 프런트, 리어·언더 보디에 미리 모터 등의 섀시 부품을 장착할 수 있다. 또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토요타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생산 공장에서 활용하고자 한다. 즉 공장 내의 컨베이터 벨트를 없애고, 차량이 공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차량 조립을 완성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생산 준비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버린다. 종래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하는 경우 공장 개조나 신차(新車) 투입을 반드시 긴 연휴 기간에 실시한다. 왜냐면 새로운 설비를 공장에 넣기 위해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는 2, 3년에 한 번 정도로 생산 라인의 차량을 변경한다. 하지만 토요타의 새로운 전기차 생산 방식(자율주행 조립 라인)은 컨베이어 벨트가 없고 생산 도중의 차량이 필요한 위치로 오기 때문에 신공장을 건설하는 기간과 투자비가 줄어든다. 그리고 공장에 신차를 투입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유연해질 전망이다. 토요타는 이 방식을 이용하여 생산 준비기간, 생산공정, 공장 투자비를 모두 종래의 2분의 1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토요타는 이미 공장 내에서 자율주행 방식을 일부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부터 생산하는 전기차 bZ4X는 조립이 끝나고 검사공정으로 이동 시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무선(無線) 통신을 이용하여 자동운전으로 차량을 이동시킨다. 일본은 공장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자동운전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 시내 주행보다 실용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먼저 적용하고 있다. 2026년경이면 실체가 드러날 토요타와 테슬라의 차세대 전기차 공장의 모습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생산 부문 조직 통폐합
 
  토요타와 테슬라가 구현하고자 하는 차세대 전기차 공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럿이다. 그중 특히 조직 문제가 크게 대두된다. 연구개발 부문에서 차량을 설계하면 생산 공장에서 제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공장에서 제조하기 쉬운, 또는 혁신적인 공정을 제안하면 연구개발 부문(설계)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할 수 있다. 혁신을 하려고 해도 조직별로 생산성의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일반 도로에서의 자율주행 기술보다 공장과 같은 한정된 지역에서의 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 쉬울 수 있다. 그러나 토요타처럼 자율주행 기술을 공장 내에서 실현하고자 할 경우 생산기술과 연구개발 부문 간에 권한과 책임 부분에서 오버랩이 생긴다. 원래 자율주행은 연구개발 부문의 영역이지만, 생산기술 부문에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3월 ‘언박스드 프로세스’를 제안할 때에 개발 부문과 생산 부문 간의 협력체제에 대해서 언급했다.
 
  “테슬라에서 차량을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먼저 설계를 하고 난 뒤에 제조 방식을 생각했다. 하지만 저렴한 차량을 만들기 위해 이제 연구개발과 생산 부문의 관계자가 같이 작업을 한다.”
 
  말은 쉽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토요타, 중국 BYD와 전기차 공동 개발
 
  이미 언급한 것처럼 토요타는 2016년에 이미 제품기획, 차량생산 기술 등 기능별 본부를 해체하고 회사 전체 조직을 소형차, 승용차 등의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사내 컴퍼니로 변경했다. 그리고 2019년에 ‘ZEV(Zero Emission Vehicles·무공해자동차) 팩토리’라는 전기차와 수소차 사업을 총괄하는 사내 컴퍼니 조직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차량의 개발, 생산기술,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 3월 테슬라가 인베스터 데이에 개발과 생산이 한 팀이 되어 반값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언박스드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공정의 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토요타는 마치 ‘우리도 하고 있다’는 듯이 ‘BEV(Battery Electric Vehicles·전기차) 팩토리’와 ‘FCV(Fuel Cell Electric Vehicles·수소차) 팩토리’라는 사내 팩토리를 만들었다. 이미 존재하는 ZEV 팩토리를 전기차와 수소차 부문으로 나누어 별도의 사내 컴퍼니로 분리시킨 것이다.
 
  그리고 토요타는 ‘BEV 팩토리’의 수장(首長)으로 중국에서 차량 개발을 해왔던 가토 다로(加藤武郞)를 대표로 임명했다. 2019년 토요타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만드는 중국의 BYD사와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하고 같은 해 11월에 BTET(BYD Toyota EV Technology)라는 합작사를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시에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토요타가 전기차 개발이 늦다고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사이에 토요타는 BYD의 가능성을 알고 합작사를 만들어둔 것이다. 토요타는 BYD에 일반적인 자동차 기술을 제공하면서 BYD의 전기차 개발 기술을 학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 차량용 반도체 6개월 치 재고 유지
 
  지금까지 언급한 토요타와 테슬라의 차세대 전기차 공장의 실체는 몇 년 후면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토요타 생산 방식(TPS)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흔히 토요타 생산 방식은 재고(在庫)를 최소화하고 ‘저스트 인 타임(JIT·Just In Time)’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알면 곤란할 때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여 자동차 공장이 멈춘 적이 있었다. 이때 토요타는 자사(自社)에 필요한 반도체 재고를 6개월 치나 가지고 있어 업계 관계자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으로만 토요타 생산 방식을 이해해온 사람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다. 토요타 생산 방식을 좀 더 넓은 개념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당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르네사스의 나카공장이 큰 피해를 입어 생산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여 일본의 자동차 공장이 멈췄다. 이후 토요타는 반도체 공급이 자동차 생산에 어떤 문제를 만들어내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 반도체 재고 6개월 치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곧잘 토요타의 경쟁사, 또는 제조 기업은 토요타 생산 방식이라 불리는 용어를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경쟁사의 이름이 앞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린(Lean) 생산 방식, 스마트 생산 방식 등과 같은 다양한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사의 이름을 붙여 가령 LG 생산 방식(LPS·LG Production System)이라는 용어로 부르기도 한다. 단 필요하면 얼마든지 타사의 좋은 점을 가지고 올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생산 방식의 진화
 
그림4. 토요타 생산 방식 작업 분석.
  이런 측면에서 내연기관에는 토요타 생산 방식이 적합하지만, 전기차에는 테슬라 방식이 적합하다는 식의 논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테슬라의 ‘언박스드 프로세스’라는 발상은 토요타 생산 방식과 무척 닮았다. 테슬라는 차체 구조를 먼저 만들고 나서 내부 조립을 하면 작업자가 계속 차량 안팎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낭비가 발생하고 자동화도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림 4〉는 작업을 분석한 그래프로 토요타 생산 방식을 공부하면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그림이다. 작업자의 시간을 의미가 있는 작업(부가가치 작업)과 부수 작업(작업자가 부품을 잡으러 가거나 조립하기 위해 움직이는 작업), 그리고 이외의 낭비 시간으로 나눈다. 토요타 생산 방식에서는 〈그림 4〉의 원그래프에서 부가가치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개선을 이야기한다. 결국 테슬라의 발상은 토요타 생산 방식과 비슷하다. 단, 테슬라가 하는 발상의 과감성이 돋보인다. 신생 업체답게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배울 만하다.
 
  실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토요타 생산 방식은 과거 헨리 포드가 만든 연속 흐름 생산, 그리고 GM에서 정립한 생산 관리 방식을 적극 도입하면서 일본적인 상황과 자동차 산업의 진화에 맞춰가면서 진화, 발전한 것이다. 아마 토요타 생산 방식은 테슬라를 보면서 계속 진화하지 않을까?
 
  테슬라가 과감한 발상으로 공장의 혁신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자, 토요타가 이에 응답했다. 다른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기존 메이커 중 가장 빨리 미래 전기차 공장의 콘셉트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끊임없는 역량 개선과 함께 생산성의 딜레마에 함몰되지 않겠다라는 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생산은 수비, 개발은 공격
 
그림5. 토요타의 연구 인력.
  테슬라와 토요타 간의 경쟁을 생각해보면 화려한 개인기로 공격을 해내는 팀(가령 브라질)과 철저하게 수비에 집중하는 팀과의 경기와 유사하다. 자동차 메이커 안에서 보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차량을 개발하는 부문은 축구에서 공격수(스트라이커)이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수비수이다. 생산과 개발이 한 팀에서 일한다는 것은 결국 축구에서 수비와 공격수가 다 같이 공격하고 수비하는 토털 사커(Total Soccer)와 비슷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전기차라는 공격 무기를 가지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이제 공장에서의 혁신을 통해 수비를 보완하고 있다. 원래 수비가 강한 토요타는 개발 부문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그림6. 토요타 연구개발비.
  테크니컬 워크숍에서 토요타는 〈그림 5〉와 같이 연구개발 인력이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를 공개했다. 2016년 토요타의 선행 연구와 양산 개발에 종사하는 인력 비율이 37 대 63이었다. 하지만 2023년에는 53 대 47로 변했다. 현재 판매하는 차량 개발 인력보다 미래 자동차의 기술 개발에 종사하는 인력이 더 많아진 것이다. 단지 인력만이 아니다. 전체 연구개발 비용의 45%를 선행 연구에 사용하고 있다(〈그림 6〉 참조). 자동차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연구개발 인력의 전환을 이루어낸 셈이다.
 
  최근 토요타는 자사를 나가서 타사(他社)에서 근무했던 인력을 재입사(再入社)시키는 인사제도를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도 알고 타사의 기술도 경험한 인력이 토요타에 다시 들어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기 전기차 생산의 혁신적인 두 가지 사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것들이 가지는 의미를 보다 철저하게 벤치마킹해서 전기차 공장의 혁신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급선무이다. 공격(배터리, 자율주행)도 중요하지만, 수비(공장, 생산성 혁신)도 잘해야 한다.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는 골도 넣어야 하지만,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차세대 전기차 공장의 혁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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