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혜업종은 자동차 산업. 자동차부품은 발효와 동시에 관세 철폐, 중·대형 승용차는 3년 내 철폐, 소형 승용차는 5년 내 철폐로 양측이 동등하게 관세를 양허
⊙ 총 24개국 언어로 협정문 번역하는 데만 3~4개월 걸려, 올 연말에 서명 가능
⊙ FTA 체결효과를 최대한 누리려면 협정 발효를 최대한 앞당겨야 하며,
국내 비준을 위한 국회 청문회, 설명회 등도 신속히 진행돼야
吳永鎬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1952년 서울 출생.
⊙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美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차관보·자원정책실장,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
산업자원부 제1차관 역임.
⊙ 저서 : <미국통상정책과 대응전략>.
⊙ 총 24개국 언어로 협정문 번역하는 데만 3~4개월 걸려, 올 연말에 서명 가능
⊙ FTA 체결효과를 최대한 누리려면 협정 발효를 최대한 앞당겨야 하며,
국내 비준을 위한 국회 청문회, 설명회 등도 신속히 진행돼야
吳永鎬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1952년 서울 출생.
⊙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美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차관보·자원정책실장,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
산업자원부 제1차관 역임.
⊙ 저서 : <미국통상정책과 대응전략>.
- 韓·EU FTA타결로 세계 최대의 경제권인 EU시장이 활짝 열리게 됐다. 사진은 유럽의 물류 중심지인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
李明博(이명박)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는 지난 7월 13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韓(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을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 2007년 5월 1차 협상을 시작으로 2년2개월간에 걸친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번 한·EU FTA 협상 타결의 의의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관세·비관세 장벽의 철폐에 따른 무역확대 효과를 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EU의 對韓(대한)투자 및 기술협력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산업구조 고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EU 서비스 산업은 경쟁을 통해 우리의 서비스 산업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켜 줄 것이고 이로 인한 고용유발 효과도 기대된다.
둘째, 개방과 경쟁으로 국내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국가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수 있게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가 FTA 허브국가로 도약할 발판을 구축하게 됐다. 중국·일본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先占(선점)하고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주도자 역할을 가능케 할 것이다.
EU는 회원국이 27개에 달하고 인구가 4억9000만명에 이르는 거대 단일 시장이다. 역내총생산(GDP)이 18조3300억 달러로서 미국의 14조3000억 달러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권이다. 지난해 우리의 對(대)EU 수출은 584억 달러로서 우리나라 총 수출의 11.5%를 차지하는, 중국 다음가는 시장이다. 반면 EU로부터의 수입은 400억 달러 규모로서 무역수지 흑자가 184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교역상대국인 중국(2008년 對中수출 914억 달러, 대중수입 769억 달러)과 비교하면 수출 규모는 중국보다 작지만 무역수지 흑자 규모 면에서는 중국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
EU는 한국에 가장 많은 직접투자
EU는 한국에 가장 많은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직접투자는 자본만 오고 가는 포트폴리오 투자와는 달리 생산유발 효과가 큰데, 최근 4년간 EU는 미국·일본·중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을 한국에 투자해 왔다.
이처럼 우리에게 EU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지만 최근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EU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가운데, 이 지역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2007년 14.1%, 2008년 13.6%, 올 1~5월 -23.4%를 나타낸 데 비해, 대EU 수출은 각각 15.5%, 4.3%, -28.0%로 나타났다.
EU 수입시장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06년 각각 5.17%, 4.75%에서 올 1/4분기 6.56%, 5.37%로 증가한 반면, 우리는 2006년 1.03%에서 0.95%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전화기와 승용차는 각각 8.2%와 3.2%(2007년)에서 6.7%와 1.8%(2009년 1/4분기)로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타결된 한·EU FTA는 우리나라와 EU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시켜 양측 간 교역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협정안은 EU가 우리나라에 대해 개방하는 폭이 크고 속도 또한 빠르도록 되어 있다.
이는 한·미 FTA 협정안과의 비교에서 잘 나타난다. 공산품 품목 수 기준으로 미국은 3년 내 관세를 철폐하는 조기철폐 품목이 91.4%이나, EU는 99%이다. 우리는 미국에 대해서는 96.2%를, EU에 대해서는 96%를 3년 내 철폐하기로 했으므로 큰 차이는 없다.
EU는 우리보다 더 많은 품목을 더 빨리 개방한다. EU는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를 5년 내에 철폐하는 데 비해, 한국은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7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농축수산물은 우리의 FTA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분야다. EU도 상업적 이익이 있는 관심품목에 대해서는 한·미 FTA와 동등한 수준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개방은 하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최대한 민감성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EU 측에서 가장 관심을 보인 품목 중 하나인 냉동 돼지고기 삼겹살에 대한 25%의 관세를 한·미 FTA에서는 2014년까지 철폐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번 EU에 대해서는 발효 후 10년 내에 철폐하게 된다. 쌀·고추·마늘·양파 등에 대해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오렌지·포도에 대해서는 계절관세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원산지 기준 충족시켜야
FTA 체결을 통해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특혜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FTA상의 관세혜택을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산지 기준에 대한 협상은 관세讓許(양허) 협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EU는 域內(역내) 회원국이 27개나 되다 보니, 부품·소재의 역내 조달비율이 높다. 반면 한국은 부품·소재의 해외 조달 비율이 높다.
EU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FTA에서 주로 稅番(세번)변경기준(원료와 완제품의 세번을 비교하여 세번이 일정 단위 이상으로 변하는 경우 이를 실질적 변형으로 인정하여 원산지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때 세번 변경의 기준은 대개 국제통상코드인 HS 품목번호를 사용함-편집자 주)과 부가가치 기준이 결합된 방식을 요구해 왔고, 특히 域外(역외) 부가가치가 40% 미만일 것을 요구했다(예컨대 한국산 자동차의 경우 부품의 40% 이상을 한국 내에서 조달해야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
EU 측의 입장을 수용한다면 FTA를 통한 우리의 수출 확대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협상단은 역외부가가치 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동시에, 세번 변경 기준과 부가가치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더라도 원산지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었다.
이번 FTA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관세환급 문제는 서로가 한 발짝 양보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기본적으로 가공무역을 하는 우리는 관세환급이 무역을 촉진하는 제도이므로 허용돼야 하는 입장이고, EU는 관세환급과 FTA 관세혜택이 이중 혜택이며, FTA 체결에 따른 교역확대의 혜택 중 상당 부분을 중국 등 제3국이 얻게 되므로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우리로서는 관세환급 규모가 연간 3000억원 규모로서 EU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관세환급이 중단될 때 국내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보았다. 더욱이 EU는 제한적이나마 FTA에서 관세환급을 허용한 사례도 있다. 결국 양측은 5년간 관세환급을 허용하고, 이후에는 域外産(역외산) 재료의 유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문제될 경우 5%로 환급률을 제한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최대 수혜업종은 자동차
서비스 산업에서는 한·미 FTA를 통해 이미 개방하기로 약속한 분야에 대해 EU도 동등한 수준으로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FTA에서 합의한 분야보다 EU에 더 개방한 분야로는 위성통신, 생활하수처리, 법률서비스 등 세 분야다. 주로 수요자 편의를 증대하고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는 수준으로 여겨진다.
한·EU FTA의 최대 수혜업종은 자동차 산업일 것이다. 한·EU FTA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상품의 관세양허를 살펴보면, 자동차부품은 발효와 동시에 즉시 철폐, 중·대형 승용차는 3년 내 철폐, 소형 승용차는 5년 내 철폐로 양측이 동등하게 관세를 양허했다.
한·EU FTA상 중·대형과 소형 자동차를 구분하는 기준은 국내시장에서와는 달리 배기량 1500cc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소형차로 분류되나 최근에 1600cc 엔진을 달고 생산되는 아반떼·라세티·SM3 등은 중·대형으로 분류되어 EU의 10% 관세가 매년 3.3%씩 낮아지게 된다. 또 자동차부품에 대한 4.5% 관세가 즉시 철폐됨에 따라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설립된 현대와 기아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가격경쟁력 제고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EU 업체의 우리 자동차부품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U의 공산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4.2%로 우리보다 낮으나, 자동차(10%), 컬러TV(14%), 섬유(7.9%), 석유화학(최고 6.5%)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의 관세철폐는 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의미한다.
특히 일본과 경합하는 승용차·TV·VCR 등 家電(가전)·영상기기, 굴착기·선반·볼베어링 등 기계제품, 염료·계면활성제 등 汎用(범용) 정밀화학제품 등과 중국과 경합하는 건설기계부품, 금형, 공기조절기 등 기계제품과 범용 가전, 화학제품 등은 가격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라 하더라도 모든 제품이 이득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최대 수혜업종인 자동차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이 중·대형차뿐만 아니라 소형차에서도 독일·프랑스·이탈리아산 차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의 8%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 제고로 EU산 승용차들이 국내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독일·네덜란드·영국 등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산업용 로봇·건축용 기계·파쇄기·반도체 장비 등은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비(非)에틸렌계열 합성수지, 의류, 의약품·화장품 등 고급 정밀화학제품 등도 관세철폐의 혜택에 따른 수입증가가 예상된다.
9월쯤 假서명
FTA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 이상의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는 한·칠레 FTA에서의 와인이다. 우리나라는 와인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한·칠레 FTA에서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매년 2.5%의 관세인하를 의미하며, 1만원짜리 와인을 가정하면 발효 1년차에는 250원의 관세가 없어지는 데 그쳤다.
그러나 발효 1년 만에 칠레 와인 수입은 1.7배 증가했다. 2.5%의 관세인하보다도 FTA 체결에 따른 이미지 제고 효과가 더 컸던 것이다.
이를 EU 시장에서의 우리 제품에 적용해 보면, 현지 생산되는 한국 브랜드의 자동차, 가전제품과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한국산 IT 제품도 무형의 FTA 프리미엄을 얻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칠레 FTA는 협상 타결에서 발효까지 1년6개월이 소요됐다. 2년 전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는 아직 한·미 양국 어느 쪽에서도 국회(의회)의 비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보듯 한·EU FTA 협상이 타결됐다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조기 발효가 다음 단계이고 그 다음으로 업계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한·EU FTA의 경우 우선 협정안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 양측의 법률 전문가들이 협정문 전체를 꼼꼼히 검토하여 용어와 표현을 가다듬는 데 약 2~3개월이 소요된다. 이 작업이 끝나는 9월쯤 假(가)서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서명된 영문 협정문은 일반에 공개됨과 동시에 공식 언어로 번역되는데, EU의 공식 언어가 23개이고 여기에 한글본까지 포함하면 총 24개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정부 측 관계자에 따르면 번역에만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고려하면 5~6개월 후인 올해 말에나 공식 서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비준이 빨리 이뤄지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得도 있고 失도 있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FTA의 교역확대 효과가 지속적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우리나라의 대 칠레 수출이 3~4년간 꾸준히 늘어났으나, 중국과 일본이 차례로 칠레와 FTA를 체결하자 현지에서 이들 국가와 경합하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잠식당하고 있다.
물론 중국·일본이 단기간 내에 EU와 FTA를 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기간 중 개최된 G8 확대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이 내년 말까지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타결하자는 합의를 발표했기 때문에, DDA 타결을 통해 관세가 인하될 경우 EU와의 FTA 효과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FTA 체결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협정의 발효를 최대한 앞당겨야 하며 이를 위해 국내 비준을 위한 국회 청문회, 설명회 등도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
한·EU FTA도 得(득)이 되는 분야가 있는 반면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와 계층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과 보상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고 국민홍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은 한·EU FTA를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U는 세계 서비스 교역시장의 46.5%를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 강국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금융·운수·의료·환경 등 고부가가치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유럽의 기업들이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 진출에 박차를 가할 때 국내 서비스 산업계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그들과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도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FTA만 체결되면 수출입이 손쉽게 이뤄질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앞서 원산지 기준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FTA를 통한 혜택은 해당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상대는 이미 우리가 체결한 칠레, 아세안(ASEAN)과는 체급이 다른 EU다. 높은 환경 관련 기술표준 등 FTA를 통해 해결되지 않는 진입장벽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한·EU FTA 협상 타결의 의의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관세·비관세 장벽의 철폐에 따른 무역확대 효과를 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EU의 對韓(대한)투자 및 기술협력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산업구조 고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EU 서비스 산업은 경쟁을 통해 우리의 서비스 산업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켜 줄 것이고 이로 인한 고용유발 효과도 기대된다.
둘째, 개방과 경쟁으로 국내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국가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수 있게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가 FTA 허브국가로 도약할 발판을 구축하게 됐다. 중국·일본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先占(선점)하고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주도자 역할을 가능케 할 것이다.
EU는 회원국이 27개에 달하고 인구가 4억9000만명에 이르는 거대 단일 시장이다. 역내총생산(GDP)이 18조3300억 달러로서 미국의 14조3000억 달러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권이다. 지난해 우리의 對(대)EU 수출은 584억 달러로서 우리나라 총 수출의 11.5%를 차지하는, 중국 다음가는 시장이다. 반면 EU로부터의 수입은 400억 달러 규모로서 무역수지 흑자가 184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교역상대국인 중국(2008년 對中수출 914억 달러, 대중수입 769억 달러)과 비교하면 수출 규모는 중국보다 작지만 무역수지 흑자 규모 면에서는 중국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
EU는 한국에 가장 많은 직접투자
EU는 한국에 가장 많은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직접투자는 자본만 오고 가는 포트폴리오 투자와는 달리 생산유발 효과가 큰데, 최근 4년간 EU는 미국·일본·중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을 한국에 투자해 왔다.
이처럼 우리에게 EU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지만 최근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EU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가운데, 이 지역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2007년 14.1%, 2008년 13.6%, 올 1~5월 -23.4%를 나타낸 데 비해, 대EU 수출은 각각 15.5%, 4.3%, -28.0%로 나타났다.
EU 수입시장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06년 각각 5.17%, 4.75%에서 올 1/4분기 6.56%, 5.37%로 증가한 반면, 우리는 2006년 1.03%에서 0.95%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전화기와 승용차는 각각 8.2%와 3.2%(2007년)에서 6.7%와 1.8%(2009년 1/4분기)로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타결된 한·EU FTA는 우리나라와 EU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시켜 양측 간 교역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협정안은 EU가 우리나라에 대해 개방하는 폭이 크고 속도 또한 빠르도록 되어 있다.
이는 한·미 FTA 협정안과의 비교에서 잘 나타난다. 공산품 품목 수 기준으로 미국은 3년 내 관세를 철폐하는 조기철폐 품목이 91.4%이나, EU는 99%이다. 우리는 미국에 대해서는 96.2%를, EU에 대해서는 96%를 3년 내 철폐하기로 했으므로 큰 차이는 없다.
EU는 우리보다 더 많은 품목을 더 빨리 개방한다. EU는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를 5년 내에 철폐하는 데 비해, 한국은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7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농축수산물은 우리의 FTA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분야다. EU도 상업적 이익이 있는 관심품목에 대해서는 한·미 FTA와 동등한 수준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개방은 하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최대한 민감성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EU 측에서 가장 관심을 보인 품목 중 하나인 냉동 돼지고기 삼겹살에 대한 25%의 관세를 한·미 FTA에서는 2014년까지 철폐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번 EU에 대해서는 발효 후 10년 내에 철폐하게 된다. 쌀·고추·마늘·양파 등에 대해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오렌지·포도에 대해서는 계절관세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원산지 기준 충족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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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13일 EU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와 함께 한·EU FTA 타결을 발표했다. |
EU는 域內(역내) 회원국이 27개나 되다 보니, 부품·소재의 역내 조달비율이 높다. 반면 한국은 부품·소재의 해외 조달 비율이 높다.
EU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FTA에서 주로 稅番(세번)변경기준(원료와 완제품의 세번을 비교하여 세번이 일정 단위 이상으로 변하는 경우 이를 실질적 변형으로 인정하여 원산지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때 세번 변경의 기준은 대개 국제통상코드인 HS 품목번호를 사용함-편집자 주)과 부가가치 기준이 결합된 방식을 요구해 왔고, 특히 域外(역외) 부가가치가 40% 미만일 것을 요구했다(예컨대 한국산 자동차의 경우 부품의 40% 이상을 한국 내에서 조달해야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
EU 측의 입장을 수용한다면 FTA를 통한 우리의 수출 확대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협상단은 역외부가가치 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동시에, 세번 변경 기준과 부가가치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더라도 원산지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었다.
이번 FTA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관세환급 문제는 서로가 한 발짝 양보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기본적으로 가공무역을 하는 우리는 관세환급이 무역을 촉진하는 제도이므로 허용돼야 하는 입장이고, EU는 관세환급과 FTA 관세혜택이 이중 혜택이며, FTA 체결에 따른 교역확대의 혜택 중 상당 부분을 중국 등 제3국이 얻게 되므로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우리로서는 관세환급 규모가 연간 3000억원 규모로서 EU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관세환급이 중단될 때 국내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보았다. 더욱이 EU는 제한적이나마 FTA에서 관세환급을 허용한 사례도 있다. 결국 양측은 5년간 관세환급을 허용하고, 이후에는 域外産(역외산) 재료의 유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문제될 경우 5%로 환급률을 제한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최대 수혜업종은 자동차
서비스 산업에서는 한·미 FTA를 통해 이미 개방하기로 약속한 분야에 대해 EU도 동등한 수준으로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FTA에서 합의한 분야보다 EU에 더 개방한 분야로는 위성통신, 생활하수처리, 법률서비스 등 세 분야다. 주로 수요자 편의를 증대하고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는 수준으로 여겨진다.
한·EU FTA의 최대 수혜업종은 자동차 산업일 것이다. 한·EU FTA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상품의 관세양허를 살펴보면, 자동차부품은 발효와 동시에 즉시 철폐, 중·대형 승용차는 3년 내 철폐, 소형 승용차는 5년 내 철폐로 양측이 동등하게 관세를 양허했다.
한·EU FTA상 중·대형과 소형 자동차를 구분하는 기준은 국내시장에서와는 달리 배기량 1500cc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소형차로 분류되나 최근에 1600cc 엔진을 달고 생산되는 아반떼·라세티·SM3 등은 중·대형으로 분류되어 EU의 10% 관세가 매년 3.3%씩 낮아지게 된다. 또 자동차부품에 대한 4.5% 관세가 즉시 철폐됨에 따라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설립된 현대와 기아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가격경쟁력 제고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EU 업체의 우리 자동차부품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U의 공산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4.2%로 우리보다 낮으나, 자동차(10%), 컬러TV(14%), 섬유(7.9%), 석유화학(최고 6.5%)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의 관세철폐는 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의미한다.
특히 일본과 경합하는 승용차·TV·VCR 등 家電(가전)·영상기기, 굴착기·선반·볼베어링 등 기계제품, 염료·계면활성제 등 汎用(범용) 정밀화학제품 등과 중국과 경합하는 건설기계부품, 금형, 공기조절기 등 기계제품과 범용 가전, 화학제품 등은 가격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라 하더라도 모든 제품이 이득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최대 수혜업종인 자동차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이 중·대형차뿐만 아니라 소형차에서도 독일·프랑스·이탈리아산 차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의 8%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 제고로 EU산 승용차들이 국내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독일·네덜란드·영국 등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산업용 로봇·건축용 기계·파쇄기·반도체 장비 등은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비(非)에틸렌계열 합성수지, 의류, 의약품·화장품 등 고급 정밀화학제품 등도 관세철폐의 혜택에 따른 수입증가가 예상된다.
9월쯤 假서명
FTA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 이상의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는 한·칠레 FTA에서의 와인이다. 우리나라는 와인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한·칠레 FTA에서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매년 2.5%의 관세인하를 의미하며, 1만원짜리 와인을 가정하면 발효 1년차에는 250원의 관세가 없어지는 데 그쳤다.
그러나 발효 1년 만에 칠레 와인 수입은 1.7배 증가했다. 2.5%의 관세인하보다도 FTA 체결에 따른 이미지 제고 효과가 더 컸던 것이다.
이를 EU 시장에서의 우리 제품에 적용해 보면, 현지 생산되는 한국 브랜드의 자동차, 가전제품과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한국산 IT 제품도 무형의 FTA 프리미엄을 얻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칠레 FTA는 협상 타결에서 발효까지 1년6개월이 소요됐다. 2년 전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는 아직 한·미 양국 어느 쪽에서도 국회(의회)의 비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보듯 한·EU FTA 협상이 타결됐다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조기 발효가 다음 단계이고 그 다음으로 업계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한·EU FTA의 경우 우선 협정안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 양측의 법률 전문가들이 협정문 전체를 꼼꼼히 검토하여 용어와 표현을 가다듬는 데 약 2~3개월이 소요된다. 이 작업이 끝나는 9월쯤 假(가)서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서명된 영문 협정문은 일반에 공개됨과 동시에 공식 언어로 번역되는데, EU의 공식 언어가 23개이고 여기에 한글본까지 포함하면 총 24개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정부 측 관계자에 따르면 번역에만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고려하면 5~6개월 후인 올해 말에나 공식 서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비준이 빨리 이뤄지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得도 있고 失도 있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FTA의 교역확대 효과가 지속적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우리나라의 대 칠레 수출이 3~4년간 꾸준히 늘어났으나, 중국과 일본이 차례로 칠레와 FTA를 체결하자 현지에서 이들 국가와 경합하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잠식당하고 있다.
물론 중국·일본이 단기간 내에 EU와 FTA를 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기간 중 개최된 G8 확대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이 내년 말까지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타결하자는 합의를 발표했기 때문에, DDA 타결을 통해 관세가 인하될 경우 EU와의 FTA 효과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FTA 체결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협정의 발효를 최대한 앞당겨야 하며 이를 위해 국내 비준을 위한 국회 청문회, 설명회 등도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
한·EU FTA도 得(득)이 되는 분야가 있는 반면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와 계층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과 보상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고 국민홍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은 한·EU FTA를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U는 세계 서비스 교역시장의 46.5%를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 강국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금융·운수·의료·환경 등 고부가가치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유럽의 기업들이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 진출에 박차를 가할 때 국내 서비스 산업계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그들과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도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FTA만 체결되면 수출입이 손쉽게 이뤄질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앞서 원산지 기준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FTA를 통한 혜택은 해당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상대는 이미 우리가 체결한 칠레, 아세안(ASEAN)과는 체급이 다른 EU다. 높은 환경 관련 기술표준 등 FTA를 통해 해결되지 않는 진입장벽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