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바텍·오스템임플란트·신흥 등 75개 업체 참가
⊙ 낮은 브랜드 인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불구, 세계 시장에서 善戰
⊙ 낮은 브랜드 인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불구, 세계 시장에서 善戰
- 독일 쾰른에서 열린 ‘IDS 2009’에 전 세계 149개국에서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만성질환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치료와 예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비만·노화 방지 등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의료기기 산업이 차세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08년 의료기기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968억2000만 달러로 추정되며, 2012년까지 연평균 6.2%의 성장을 지속해 2012년에는 2660억7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로는 2007년 미국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826억2000만 달러로 세계 시장의 42%를 점유하고 있으며, 일본이 211억7000만 달러(10.8%), 독일 128억6000만 달러(6.5%)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시장 규모가 35억1000만 달러를 기록, 세계 10위권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료기기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출지역의 시장 동향, 인·허가 제도, 성장잠재력 분야 등에 대한 정보습득과 연구개발 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등 신기술을 융합한 첨단 의료기기 개발을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세계적인 선도 기업을 통한 해외 유통망 개척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치과 기술의 모든 것 한자리에
세계 최대의 치과 기자재 전시회인 ‘IDS(International Dental Show) 2009’가 지난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독일 쾰른에서 전 세계 57개국 1820여 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2년마다 열리는 IDS는 올해로 33회째를 맞이했다. 13만8000㎡ 규모의 전시장에서 개최된 이번 전시회에는 모로코와 싱가포르 등이 처음 참가했고, 300여 개 업체가 신규 참여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100여 개의 신상품과 신기술이 소개됐으며, 전 세계 149개국에서 10만여 명의 바이어와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아 치과 기자재 산업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고, 수출입 계약을 맺었다.
제품 설계에서부터 제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관리하는 CAD /CAM(Computer aided Design /Com- puter aided Manufacturing) 분야가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를 이룬 가운데 파노라마 및 CT 관련 3D 분야에도 관람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디지털과 CAD/CAM은 補綴(보철)과 임플란트 시술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과정이 됐으며, 현재 세계의 유수 업체들이 CAD/CAM 시스템 개발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전통적인 관심 분야인 임플란트와 보철, 교정, 치과 진료 시 앉는 체어 등이 전시된 부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IDS는 지난 2003년 9만2000㎡였던 전시장 규모가 2005년 10만7000㎡, 2007년 13만㎡, 그리고 올해 13만8000㎡로 점차 확대됐고, 방문자 수도 꾸준히 증가해 세계 치과 기자재 산업의 최신 정보 교환과 마케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치과 영상진단장비 제조업체인 바텍,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 치과 기자재 업체인 신흥 등 75개 업체가 참가해 독일(613개), 미국(189개), 이탈리아(184개)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업체가 참가했다.
국내 업체들은 치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미국이나 독일 업체(시로나 640㎡) 등에 비해 뒤지는 국가·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대규모로 참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바텍은 IDS 역사상 단일 부스로는 최대 규모인 878.5㎡(약 100개 부스) 규모의 전시장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디지털 치과 영상진단장비 등을 전시했고,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550㎡(약 70개 부스)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해 전 세계 치과 관련 부문 종사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 기업들의 공격적 마케팅
해외 업체들이 최근의 세계적인 경기 불황을 감안해 행사 비용을 최대한 줄인 것과 달리 한국 업체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외국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최첨단 치과용 디지털 파노라마와 컴퓨터 단층촬영(CT) 器機(기기) 등을 선보인 바텍의 盧昌俊(노창준·51세) 회장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IDS에서 대규모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그동안 독일이나 일본 시장 공략에 집중해 독일의 3D 덴탈(dental) CT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면서 “이번 행사를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텍은 이번 전시회 기간 현장에서 독일 500만 달러를 포함해 유럽에 1000만 달러, 美洲(미주)·남미·아시아·중동 등에 1000만 달러 등 총 20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동종업계 경쟁사인 독일의 시로나, 소레덱스, 핀란드의 플란메카, 미국의 젠덱스, 일본의 모리타, 프랑스의 코닥 등으로부터 바텍이 자체 개발한 디지털 센서에 대한 공급 문의 및 기술협력을 제안 받았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이경래 유럽본부장은 “IDS에 참가해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잇몸에 영구치를 박는 임플란트 사업은 소비자들에게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가 지속적으로 건재하다는 믿음과 안정적인 社勢(사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 전시 규모를 넓혔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05년 IDS 때는 5개 부스, 2007년 50여 개 부스를 운영했고, 올해는 70여 개 부스로 규모를 늘렸다. 이 본부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이나 유럽 시장 진출에도 성공해 2006년 100만 달러, 2007년 1000만 달러, 2008년 20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 기간 중 1만여 명이 오스템임플란트의 부스를 방문했고, 상담도 500건 이상 이뤄졌다고 한다.
치과 재료 전문회사인 메타바이오메드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탈리아 등 해외 10여 개 업체에 1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250만 달러 규모의 상담 실적을 올렸으며, 신규 거래처도 20여 곳 확보했다고 한다.
독일 최대의 치과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시로나社(사)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은 브랜드 경쟁력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제품개발 週期(주기)를 무기로 해외 경쟁업체들에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생산액은 20 01~2007년 연평균 성장률 10.7%를 기록하면서 빠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7년의 경우 2조2169억여 원으로 2006년 1조9491억여 원 대비 13.7% 성장했다. 기술 수준도 지속적으로 향상돼 국내 생산 의료기기 품목은 점차 高價(고가)·첨단화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미국 등 의료기기 시장을 선점해온 전통의 강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관련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투자 여력이 낮다. 기술력과 전문인력도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08년 의료기기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2년까지 연평균 11.1%의 高(고)성장을 이룩해 시장 규모 비중이 2007년 1.9%에서 2012년 2.3%로 증가하고, 시장 규모 순위도 2007년 9위에서 2012년 8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급속 성장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절호의 기회지만, 중국 의료기기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의 의료기기 시장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개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신기술 융합형 성장동력 사업’의 하나로 바이오제약·첨단의료기기 산업을 선정하고 연구개발투자 재원을 늘리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은 세계적인 경기불황 여파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향후 시장성이 높고,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향후 질병의 트렌드를 고려해 발병률이 높은 질병과 관련된 의료기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 측면에서 대기업 참여 유도, M&A 등을 통한 기업규모 확대, 특화된 부문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해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며 기업 간 협력을 통한 기술력 향상과 생산비용 절감 등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투시된 엑스레이 영상을 디지털 영상정보로 바꿔 모니터로 직접 전송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촬영 센서(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를 개발한 바텍의 노창준 회장은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화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은 소시지 끝을 마는 쇠를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고, 핀란드는 루어낚시 찌 시장에서 전 세계의 95%를 독점하고 있어요. 이처럼 북유럽에는 특화를 통해 세계적 기업이 된 회사가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벤처 기업들도 시장을 세분화하고, 틈새 시장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해야 합니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苦戰
바텍은 치과용 영상진단장비 개발에서 시작해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를 가슴과 머리 촬영기기에도 적용했고, 앞으로 유방암 진단장비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바텍은 고가의 競馬(경마)용 말이 한 번 뛰고 나면 발목을 촬영해서 부상 여부 등을 살핀다는 점에 착안, 동물용 엑스레이 장비도 개발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기기 산업에서 선진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고전하고 있다.
치과용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CT) 등을 독자 기술로 개발해 독일 등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바텍의 노창준 회장은 “유럽의 한 치과의사에게 우리 덴탈 CT제품을 권하니 ‘한국은 어디 아프면 풀 뜯어다 달여먹는 나라 아니냐. 그런 나라에서 무슨 의료기기를 만드느냐’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discount)’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롤 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는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선도 기업을 육성해야 해요. 이 선도 업체를 통해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 까다로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유통망을 개척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기기는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처음 본 브랜드는 잘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전통 있는 업체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신규 브랜드는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국제적 신뢰를 얻은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진출해 유통망을 개척하면 국가 브랜드도 덩달아 높아져 다른 한국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노창준 회장은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히딩크 효과’가 있다고 했다. 월드컵 4강 진출을 통해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고, 한국 의료기기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이경래 유럽본부장은 “임플란트 시장에서는 노벨이나 스트라우만, 아스트라 등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데 치과의사들은 전통이 오랜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오랜 전통의 유럽 기업들이 소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반면 우리는 직원들이 일일이 치과 병원을 방문해 제품을 설명하고 밀착 서비스를 실시해 현재 독일에서 가장 큰 개인 치과병원과 독점계약을 체결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들이 마음 놓고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을 해주고, 수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인터뷰] 盧昌俊 바텍 회장
‘혁명’ 포기하고 의료기기 개발에 매달려
독일 쾰른 IDS 전시장에 설치된 바텍의 부스 벽면에는 ‘Caring Insight’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사람의 치아와 胸部(흉부) 등 내부를 들여다보는 영상진단장비를 생산하는 회사 이미지와 ‘돌봄의 통찰’이란 이미지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盧昌俊(노창준) 바텍 회장은 維新(유신)정권 시절인 1977년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몰두했다. 혁명을 꿈꾸며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2년6개월 동안 일당 1800원을 받고 프레스공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20대 때 혁명을 꿈꿨지만 결국 내 힘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혁명을 포기하는 대신 내가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바텍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그는 당시 직원이 30여 명에 불과했던 회사를 7년 만에 자회사와 협력사를 포함해 직원 700여 명 규모의 회사로 키웠다. 경영난을 겪고 있었지만 해고자 없이 오히려 일자리를 늘렸다. 직원 가운데 20여 명은 장애우와 신용불량자 등 사회적 弱者(약자)를 고용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회사의 사업 범위를 치과용 디지털 영상진단장비 제조 분야로 좁히고, 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되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의 회고다.
“당시 경쟁사들은 모두 ‘헛된 꿈’이라면서 비웃었어요. 하지만 우린 ‘수고 없이 얻은 것은 허망하다. 우리는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 거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진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어요. 시로나 등 경쟁사들이 주당 35시간 일할 때 우리는 그 두 배인 70시간을 일했어요. 1년 반 동안 회사 야전침대에서 생활했죠. 책을 보며 모르는 것은 ‘심청 아비 젖동냥하는 심정’으로 물어물어 기술을 연구하고, 핀란드와 영국 등에서 박사들을 초빙해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트렌드 변화의 시점도 우리에겐 기회였어요.”
그와 직원들의 노력으로 개발 초기 60~70%에 달했던 부품수입 의존도를 5~1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고, 자본금 45억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2006년 연매출액 541억원, 2007년 650억원, 지난해에는 802억원으로 커졌다. 영업이익률도 6.3~11.7%를 기록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게 됐다.
그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이렇게 느꼈다고 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의 목표는 코스닥 상장이에요. 그런데 코스닥에 상장되면 기업인들이 나아갈 방향을 잃고 사치와 호화로운 생활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살길은 글로벌 경쟁력입니다. 기술은 세분화하고, 시장은 글로벌로 넓혀야 합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08년 의료기기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968억2000만 달러로 추정되며, 2012년까지 연평균 6.2%의 성장을 지속해 2012년에는 2660억7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로는 2007년 미국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826억2000만 달러로 세계 시장의 42%를 점유하고 있으며, 일본이 211억7000만 달러(10.8%), 독일 128억6000만 달러(6.5%)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시장 규모가 35억1000만 달러를 기록, 세계 10위권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료기기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출지역의 시장 동향, 인·허가 제도, 성장잠재력 분야 등에 대한 정보습득과 연구개발 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등 신기술을 융합한 첨단 의료기기 개발을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세계적인 선도 기업을 통한 해외 유통망 개척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치과 기술의 모든 것 한자리에
세계 최대의 치과 기자재 전시회인 ‘IDS(International Dental Show) 2009’가 지난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독일 쾰른에서 전 세계 57개국 1820여 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2년마다 열리는 IDS는 올해로 33회째를 맞이했다. 13만8000㎡ 규모의 전시장에서 개최된 이번 전시회에는 모로코와 싱가포르 등이 처음 참가했고, 300여 개 업체가 신규 참여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100여 개의 신상품과 신기술이 소개됐으며, 전 세계 149개국에서 10만여 명의 바이어와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아 치과 기자재 산업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고, 수출입 계약을 맺었다.
제품 설계에서부터 제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관리하는 CAD /CAM(Computer aided Design /Com- puter aided Manufacturing) 분야가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를 이룬 가운데 파노라마 및 CT 관련 3D 분야에도 관람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디지털과 CAD/CAM은 補綴(보철)과 임플란트 시술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과정이 됐으며, 현재 세계의 유수 업체들이 CAD/CAM 시스템 개발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전통적인 관심 분야인 임플란트와 보철, 교정, 치과 진료 시 앉는 체어 등이 전시된 부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IDS는 지난 2003년 9만2000㎡였던 전시장 규모가 2005년 10만7000㎡, 2007년 13만㎡, 그리고 올해 13만8000㎡로 점차 확대됐고, 방문자 수도 꾸준히 증가해 세계 치과 기자재 산업의 최신 정보 교환과 마케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치과 영상진단장비 제조업체인 바텍,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 치과 기자재 업체인 신흥 등 75개 업체가 참가해 독일(613개), 미국(189개), 이탈리아(184개)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업체가 참가했다.
국내 업체들은 치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미국이나 독일 업체(시로나 640㎡) 등에 비해 뒤지는 국가·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대규모로 참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바텍은 IDS 역사상 단일 부스로는 최대 규모인 878.5㎡(약 100개 부스) 규모의 전시장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디지털 치과 영상진단장비 등을 전시했고,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550㎡(약 70개 부스)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해 전 세계 치과 관련 부문 종사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 기업들의 공격적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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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치과용 디지털 파노라마와 컴퓨터 단층촬영(CT) 器機(기기) 등을 선보인 바텍의 盧昌俊(노창준·51세) 회장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IDS에서 대규모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그동안 독일이나 일본 시장 공략에 집중해 독일의 3D 덴탈(dental) CT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면서 “이번 행사를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텍은 이번 전시회 기간 현장에서 독일 500만 달러를 포함해 유럽에 1000만 달러, 美洲(미주)·남미·아시아·중동 등에 1000만 달러 등 총 20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동종업계 경쟁사인 독일의 시로나, 소레덱스, 핀란드의 플란메카, 미국의 젠덱스, 일본의 모리타, 프랑스의 코닥 등으로부터 바텍이 자체 개발한 디지털 센서에 대한 공급 문의 및 기술협력을 제안 받았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이경래 유럽본부장은 “IDS에 참가해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잇몸에 영구치를 박는 임플란트 사업은 소비자들에게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가 지속적으로 건재하다는 믿음과 안정적인 社勢(사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 전시 규모를 넓혔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05년 IDS 때는 5개 부스, 2007년 50여 개 부스를 운영했고, 올해는 70여 개 부스로 규모를 늘렸다. 이 본부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이나 유럽 시장 진출에도 성공해 2006년 100만 달러, 2007년 1000만 달러, 2008년 20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 기간 중 1만여 명이 오스템임플란트의 부스를 방문했고, 상담도 500건 이상 이뤄졌다고 한다.
치과 재료 전문회사인 메타바이오메드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탈리아 등 해외 10여 개 업체에 1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250만 달러 규모의 상담 실적을 올렸으며, 신규 거래처도 20여 곳 확보했다고 한다.
독일 최대의 치과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시로나社(사)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은 브랜드 경쟁력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제품개발 週期(주기)를 무기로 해외 경쟁업체들에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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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독일·미국 등 의료기기 시장을 선점해온 전통의 강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관련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투자 여력이 낮다. 기술력과 전문인력도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08년 의료기기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2년까지 연평균 11.1%의 高(고)성장을 이룩해 시장 규모 비중이 2007년 1.9%에서 2012년 2.3%로 증가하고, 시장 규모 순위도 2007년 9위에서 2012년 8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급속 성장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절호의 기회지만, 중국 의료기기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의 의료기기 시장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개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신기술 융합형 성장동력 사업’의 하나로 바이오제약·첨단의료기기 산업을 선정하고 연구개발투자 재원을 늘리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은 세계적인 경기불황 여파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향후 시장성이 높고,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향후 질병의 트렌드를 고려해 발병률이 높은 질병과 관련된 의료기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 측면에서 대기업 참여 유도, M&A 등을 통한 기업규모 확대, 특화된 부문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해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며 기업 간 협력을 통한 기술력 향상과 생산비용 절감 등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투시된 엑스레이 영상을 디지털 영상정보로 바꿔 모니터로 직접 전송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촬영 센서(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를 개발한 바텍의 노창준 회장은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화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은 소시지 끝을 마는 쇠를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고, 핀란드는 루어낚시 찌 시장에서 전 세계의 95%를 독점하고 있어요. 이처럼 북유럽에는 특화를 통해 세계적 기업이 된 회사가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벤처 기업들도 시장을 세분화하고, 틈새 시장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해야 합니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苦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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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텍 부스를 찾은 외국 관람객이 바텍이 개발한 최첨단 영상 진단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
그러나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기기 산업에서 선진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고전하고 있다.
치과용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CT) 등을 독자 기술로 개발해 독일 등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바텍의 노창준 회장은 “유럽의 한 치과의사에게 우리 덴탈 CT제품을 권하니 ‘한국은 어디 아프면 풀 뜯어다 달여먹는 나라 아니냐. 그런 나라에서 무슨 의료기기를 만드느냐’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discount)’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롤 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는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선도 기업을 육성해야 해요. 이 선도 업체를 통해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 까다로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유통망을 개척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기기는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처음 본 브랜드는 잘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전통 있는 업체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신규 브랜드는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국제적 신뢰를 얻은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진출해 유통망을 개척하면 국가 브랜드도 덩달아 높아져 다른 한국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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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치과용 체어 등을 살펴보고 있다. |
오스템임플란트의 이경래 유럽본부장은 “임플란트 시장에서는 노벨이나 스트라우만, 아스트라 등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데 치과의사들은 전통이 오랜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오랜 전통의 유럽 기업들이 소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반면 우리는 직원들이 일일이 치과 병원을 방문해 제품을 설명하고 밀착 서비스를 실시해 현재 독일에서 가장 큰 개인 치과병원과 독점계약을 체결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들이 마음 놓고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을 해주고, 수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인터뷰] 盧昌俊 바텍 회장
‘혁명’ 포기하고 의료기기 개발에 매달려
독일 쾰른 IDS 전시장에 설치된 바텍의 부스 벽면에는 ‘Caring Insight’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사람의 치아와 胸部(흉부) 등 내부를 들여다보는 영상진단장비를 생산하는 회사 이미지와 ‘돌봄의 통찰’이란 이미지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盧昌俊(노창준) 바텍 회장은 維新(유신)정권 시절인 1977년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몰두했다. 혁명을 꿈꾸며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2년6개월 동안 일당 1800원을 받고 프레스공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20대 때 혁명을 꿈꿨지만 결국 내 힘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혁명을 포기하는 대신 내가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바텍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그는 당시 직원이 30여 명에 불과했던 회사를 7년 만에 자회사와 협력사를 포함해 직원 700여 명 규모의 회사로 키웠다. 경영난을 겪고 있었지만 해고자 없이 오히려 일자리를 늘렸다. 직원 가운데 20여 명은 장애우와 신용불량자 등 사회적 弱者(약자)를 고용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회사의 사업 범위를 치과용 디지털 영상진단장비 제조 분야로 좁히고, 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되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의 회고다.
“당시 경쟁사들은 모두 ‘헛된 꿈’이라면서 비웃었어요. 하지만 우린 ‘수고 없이 얻은 것은 허망하다. 우리는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 거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진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어요. 시로나 등 경쟁사들이 주당 35시간 일할 때 우리는 그 두 배인 70시간을 일했어요. 1년 반 동안 회사 야전침대에서 생활했죠. 책을 보며 모르는 것은 ‘심청 아비 젖동냥하는 심정’으로 물어물어 기술을 연구하고, 핀란드와 영국 등에서 박사들을 초빙해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트렌드 변화의 시점도 우리에겐 기회였어요.”
그와 직원들의 노력으로 개발 초기 60~70%에 달했던 부품수입 의존도를 5~1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고, 자본금 45억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2006년 연매출액 541억원, 2007년 650억원, 지난해에는 802억원으로 커졌다. 영업이익률도 6.3~11.7%를 기록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게 됐다.
그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이렇게 느꼈다고 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의 목표는 코스닥 상장이에요. 그런데 코스닥에 상장되면 기업인들이 나아갈 방향을 잃고 사치와 호화로운 생활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살길은 글로벌 경쟁력입니다. 기술은 세분화하고, 시장은 글로벌로 넓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