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탄핵한 13명 중 8명 연속 기각… 대통령실 “탄핵 남발에 경종”
⊙ 역대 최장 평의에 ‘4월 선고’ 가능성까지… 재판관 8인 長考 배경은?
⊙ 4:4에서 ‘전원일치’로 기류 변한 헌재 결정… 尹 심판도 8 대 0?
⊙ 韓 국무총리 선고 여부·선고 시점이 가장 큰 변수
⊙ 초조해진 민주당, 최상목 대행에 “마은혁 즉시 임명” 압박
⊙ “법률이 정한 절차와 결과에 승복해야 모두가 공존”
⊙ 역대 최장 평의에 ‘4월 선고’ 가능성까지… 재판관 8인 長考 배경은?
⊙ 4:4에서 ‘전원일치’로 기류 변한 헌재 결정… 尹 심판도 8 대 0?
⊙ 韓 국무총리 선고 여부·선고 시점이 가장 큰 변수
⊙ 초조해진 민주당, 최상목 대행에 “마은혁 즉시 임명” 압박
⊙ “법률이 정한 절차와 결과에 승복해야 모두가 공존”
- 당초 2월 내 결론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는 3월 초를 넘겼고, 3월 중순까지 마침표를 찍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줄탄핵’에 ‘줄기각(棄却)’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3월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까지 4건의 탄핵소추를 전원일치로 모두 기각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29명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해 13명을 탄핵소추했는데, 8명이 연속 기각 결정을 받았다. 남은 5명은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치호 경찰청장, 손준성 검사다.
대통령실은 “헌재는 탄핵 사유조차 불분명한 무리한 탄핵소추 4건을 모두 기각해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警鐘)을 울렸다”고 했다. 여권(與圈)은 대통령 구속 취소와 줄기각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역풍(逆風)이 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진행 중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마찬가지로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해 보여 준 엄정한 기준이 똑같이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탄핵 기각 전망 응답률이 10%p 급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업체 4사(社)가 3월 10~12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라고 38%가 답했고, 53%가 ‘탄핵을 인용(認容)해 파면할 것’이라 답했다. 전주(前週) 대비 기각 전망은 10%p 상승한 반면, 인용 전망은 9%p 하락한 수치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은 38%로 4%p 상승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1%p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민주당은 분위기 반전을 꾀하며 총력전(總力戰)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3월 11일, 12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 인근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행진을 하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인간띠 잇기’ 행사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삭발하거나 단식 투쟁도 시작했다.
다시 탄핵 카드 꺼낸 민주당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날 민주당 지도부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부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다,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에 관련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은 이후 다른 의제에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마은혁 후보자가 없어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은 만장일치로 인용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왔다.
지금 상황에서 마 후보자가 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변론 재개(再開) 등으로 탄핵심판 심리(審理)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속전속결’을 요구했던 민주당이 그동안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면서도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랬던 민주당이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마 후보자 임명을 전면(全面) 압박하고 나서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정족수(재판관 6인 이상 찬성)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마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 심판에 참여시키려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할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다. 민주당은 그간 역공(逆攻)을 우려해 최 대행 탄핵에 신중론을 펴왔지만, 상황이 급박해지자 탄핵론을 다시 분출시켰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3월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전히 8대0 파면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래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소수의견이 5대3을 도모해 볼 유혹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라면서 “마은혁 합류는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9인 체제, 무슨 방법이 있을까. 나는 최상목 탄핵뿐이라고 본다”며 “보장책은 아니지만, 정의에 부합하고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했다.
최장 평의 기록, 이유는?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관 8인은 고심(苦心)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최우선·신속·집중’ 심리 기조 아래 당초 2월 내 결론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3월 초를 넘겼고, 3월 중순까지 마침표를 찍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3주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장 평의(評議)’를 기록 중이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후 선고일까지 각각 14일, 11일이 걸렸다.
평의가 길어지는 이유는 우선 다투는 쟁점(爭點)이 많아서다.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국회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법조인·정치인 체포 지시’ 등이다.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이 중 하나라도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설령 헌법재판관들 전원이 위헌·위법의 요소가 있다고 보더라도 이것이 중대하냐를 두고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관들 의견을 한데 모으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양극(兩極)으로 치닫는 여론과,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문제 등을 거론한 것도 장고(長考)의 요인이 됐다.
이처럼 헌재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보니 4월 선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그러나 감사원장 등 3인의 사건을 마무리한 만큼 대통령 탄핵심판도 조만간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럴 경우 선고일은 이르면 3월 중순, 늦어도 3월 말이 된다. 헌재는 보통 2~3일 전 선고 날짜와 시간을 공지한다.
선고 시점의 가장 큰 변수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 여부다. 지난 2월 19일 변론을 종결한 한 총리 측은 조속한 국정 운영 안정을 위해 헌재에 ‘대통령보다 먼저 선고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증인 숫자나 쟁점이 간단해서 윤 대통령 사건보다는 선고가 빨라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衆論)이기도 하다. 총리 사건이 먼저 선고될 경우 윤 대통령 선고는 3월 말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두 사건을 같은 날 선고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기 때문에 헌재가 내란행위에 대한 판단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尹도 전원일치?
헌재의 평의(評議) 과정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다. 평의 결론 유출 방지를 위해 결정문도 기각, 인용, 각하 등 각각의 경우를 모두 작성해 놓고 막판에 가서 이들 중 하나를 선택해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하는 헌법재판관 8명 외에는 그 결과를 미리 알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재가 기각이든 인용이든 만장일치로 선고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헌재의 변화된 결정 기류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월 1일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합류로 8인 체제가 된 이후 처음 선고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사건은 탄핵 사유부터 파면의 필요성까지 의견이 4 대 4로 양분됐다.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 대(對) 중도·보수 성향인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앞서 지난해 5월 헌정사상 첫 현직 검사 탄핵사건인 안동완 검사의 심판 때도 재판관 9명 중 5명이 기각, 4명이 인용을 택했다. 이럴 때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른 재판”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 이후로 감사원장과 검사 3명의 탄핵심판까지 헌재에서 나온 주요 결정은 모두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론 났다. 지난 2월 27일 최상목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한 권한쟁의 사건도 전원이 “잘못됐다”고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변론 때도 여러 차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불공정 재판, 졸속 심리 등 논란을 자초해 온 헌재 입장에서는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전원일치 결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근 탄핵 찬반으로 팽팽하게 갈린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각종 사실관계에 대한 결론을 쉽사리 내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합치가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신평 변호사는 3월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민주당 측에서 탄핵 인용을 위해 단식 투쟁 등 강경 대응에 나선 점,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경제부총리(국무총리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평의는 대체로 인용 5에 기각 3으로 잡힌 것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한편 잇따른 기각 결정을 윤 대통령 파면을 위한 ‘밑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중에게 공정하고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 준 뒤 인용 결정을 내려 부담을 덜겠다는 헌재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소추·심리 과정에 절차적 문제… 각하해야”
헌법학자들의 견해도 반반으로 나뉜다. 기각·각하(却下)를 예상한 학자들은 ‘내란죄 철회’ 논란 등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거나 계엄 선포에 ‘국헌 문란’ 목적이 없었음을 내세운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3월 9일 헌재에 7명의 헌법학자들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중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의견서를 통해 헌재 심리에 열 가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국회 측이 형법 상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탄핵소추 사유로 다투지 않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인 내란죄 철회를 (헌재가) 받아들여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됐고, 소추 사유 철회에 국회의 결의도 없었으므로 부적법하다”며 “각하할 수 있는 사유”라고 했다. 허 교수는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증언이 수사기관의 진술과 다른 점도 지적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에 대해선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고,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선 “일관되지 않는다”며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허 교수는 헌재의 변론 기일 지정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 윤 대통령의 반대신문(訊問)권을 제한해 방어권을 침해한 점 등을 문제로 짚었다. 허 교수는 “공정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심리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오히려 내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3월 5일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대통령은 ‘의회 쿠데타’와 ‘외부 세력에 의한 체제 붕괴’의 임박한 위험에 맞서 헌법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 수호의 책무를 이행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내란의 고의와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절차와 조건에 승복해야”
한편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 질서가 훼손돼 법 위반의 중대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전광석 연세대 법전원 명예교수는 지난 2월 28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이라는 공개 집담회(集談會)에서 “피청구인이 직무상 범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들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는 물론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관점에서도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음은 명확하다”면서 “헌재가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함으로써 헌정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한 교훈을 우리 헌정사에 각인함과 동시에 탄핵소추 이후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는 정치 공동체를 통합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또 “헌재는 이 사건에 있어서 어떤 결론이 나든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이 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현재의 분열상(狀)이 메워지지는 않겠지만, 분열이 증폭되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선택 고려대 법전원 명예교수는 “무장 병력으로 국회에 진입한 것만으로 사실상 증인 신문, 증거 조사도 필요 없는 것이었다”며 “현직 대통령에 의한 주권 찬탈 시도가 지난 비상계엄의 본질”이라고 했다.
일각의 탄핵심판 불복(不服) 우려에 대해, 김 교수는 “탄핵심판 불복이란 말은 성립할 수 없다”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조건에 승복하는 것이 모두가 공존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헌재는 탄핵 사유조차 불분명한 무리한 탄핵소추 4건을 모두 기각해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警鐘)을 울렸다”고 했다. 여권(與圈)은 대통령 구속 취소와 줄기각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역풍(逆風)이 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진행 중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마찬가지로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해 보여 준 엄정한 기준이 똑같이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탄핵 기각 전망 응답률이 10%p 급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업체 4사(社)가 3월 10~12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라고 38%가 답했고, 53%가 ‘탄핵을 인용(認容)해 파면할 것’이라 답했다. 전주(前週) 대비 기각 전망은 10%p 상승한 반면, 인용 전망은 9%p 하락한 수치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은 38%로 4%p 상승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1%p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민주당은 분위기 반전을 꾀하며 총력전(總力戰)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3월 11일, 12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 인근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행진을 하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인간띠 잇기’ 행사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삭발하거나 단식 투쟁도 시작했다.
다시 탄핵 카드 꺼낸 민주당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날 민주당 지도부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부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다,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에 관련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은 이후 다른 의제에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마은혁 후보자가 없어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은 만장일치로 인용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왔다.
지금 상황에서 마 후보자가 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변론 재개(再開) 등으로 탄핵심판 심리(審理)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속전속결’을 요구했던 민주당이 그동안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면서도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랬던 민주당이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마 후보자 임명을 전면(全面) 압박하고 나서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정족수(재판관 6인 이상 찬성)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마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 심판에 참여시키려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할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다. 민주당은 그간 역공(逆攻)을 우려해 최 대행 탄핵에 신중론을 펴왔지만, 상황이 급박해지자 탄핵론을 다시 분출시켰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3월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전히 8대0 파면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래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소수의견이 5대3을 도모해 볼 유혹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라면서 “마은혁 합류는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9인 체제, 무슨 방법이 있을까. 나는 최상목 탄핵뿐이라고 본다”며 “보장책은 아니지만, 정의에 부합하고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했다.
최장 평의 기록,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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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으로 치달은 여론과,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문제 등을 거론한 것도 재판관 장고의 요인이 됐다. 사진은 지난 3월 8일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3주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장 평의(評議)’를 기록 중이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후 선고일까지 각각 14일, 11일이 걸렸다.
평의가 길어지는 이유는 우선 다투는 쟁점(爭點)이 많아서다.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국회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법조인·정치인 체포 지시’ 등이다.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이 중 하나라도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설령 헌법재판관들 전원이 위헌·위법의 요소가 있다고 보더라도 이것이 중대하냐를 두고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관들 의견을 한데 모으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양극(兩極)으로 치닫는 여론과,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문제 등을 거론한 것도 장고(長考)의 요인이 됐다.
이처럼 헌재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보니 4월 선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그러나 감사원장 등 3인의 사건을 마무리한 만큼 대통령 탄핵심판도 조만간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럴 경우 선고일은 이르면 3월 중순, 늦어도 3월 말이 된다. 헌재는 보통 2~3일 전 선고 날짜와 시간을 공지한다.
선고 시점의 가장 큰 변수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 여부다. 지난 2월 19일 변론을 종결한 한 총리 측은 조속한 국정 운영 안정을 위해 헌재에 ‘대통령보다 먼저 선고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증인 숫자나 쟁점이 간단해서 윤 대통령 사건보다는 선고가 빨라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衆論)이기도 하다. 총리 사건이 먼저 선고될 경우 윤 대통령 선고는 3월 말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두 사건을 같은 날 선고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기 때문에 헌재가 내란행위에 대한 판단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尹도 전원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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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할 것을 촉구한 뒤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재가 기각이든 인용이든 만장일치로 선고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헌재의 변화된 결정 기류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월 1일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합류로 8인 체제가 된 이후 처음 선고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사건은 탄핵 사유부터 파면의 필요성까지 의견이 4 대 4로 양분됐다.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 대(對) 중도·보수 성향인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앞서 지난해 5월 헌정사상 첫 현직 검사 탄핵사건인 안동완 검사의 심판 때도 재판관 9명 중 5명이 기각, 4명이 인용을 택했다. 이럴 때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른 재판”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 이후로 감사원장과 검사 3명의 탄핵심판까지 헌재에서 나온 주요 결정은 모두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론 났다. 지난 2월 27일 최상목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한 권한쟁의 사건도 전원이 “잘못됐다”고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변론 때도 여러 차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불공정 재판, 졸속 심리 등 논란을 자초해 온 헌재 입장에서는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전원일치 결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근 탄핵 찬반으로 팽팽하게 갈린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각종 사실관계에 대한 결론을 쉽사리 내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합치가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신평 변호사는 3월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민주당 측에서 탄핵 인용을 위해 단식 투쟁 등 강경 대응에 나선 점,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경제부총리(국무총리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평의는 대체로 인용 5에 기각 3으로 잡힌 것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한편 잇따른 기각 결정을 윤 대통령 파면을 위한 ‘밑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중에게 공정하고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 준 뒤 인용 결정을 내려 부담을 덜겠다는 헌재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소추·심리 과정에 절차적 문제… 각하해야”
헌법학자들의 견해도 반반으로 나뉜다. 기각·각하(却下)를 예상한 학자들은 ‘내란죄 철회’ 논란 등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거나 계엄 선포에 ‘국헌 문란’ 목적이 없었음을 내세운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3월 9일 헌재에 7명의 헌법학자들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중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의견서를 통해 헌재 심리에 열 가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국회 측이 형법 상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탄핵소추 사유로 다투지 않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인 내란죄 철회를 (헌재가) 받아들여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됐고, 소추 사유 철회에 국회의 결의도 없었으므로 부적법하다”며 “각하할 수 있는 사유”라고 했다. 허 교수는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증언이 수사기관의 진술과 다른 점도 지적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에 대해선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고,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선 “일관되지 않는다”며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허 교수는 헌재의 변론 기일 지정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 윤 대통령의 반대신문(訊問)권을 제한해 방어권을 침해한 점 등을 문제로 짚었다. 허 교수는 “공정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심리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오히려 내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3월 5일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대통령은 ‘의회 쿠데타’와 ‘외부 세력에 의한 체제 붕괴’의 임박한 위험에 맞서 헌법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 수호의 책무를 이행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내란의 고의와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절차와 조건에 승복해야”
한편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 질서가 훼손돼 법 위반의 중대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전광석 연세대 법전원 명예교수는 지난 2월 28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이라는 공개 집담회(集談會)에서 “피청구인이 직무상 범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들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는 물론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관점에서도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음은 명확하다”면서 “헌재가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함으로써 헌정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한 교훈을 우리 헌정사에 각인함과 동시에 탄핵소추 이후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는 정치 공동체를 통합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또 “헌재는 이 사건에 있어서 어떤 결론이 나든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이 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현재의 분열상(狀)이 메워지지는 않겠지만, 분열이 증폭되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선택 고려대 법전원 명예교수는 “무장 병력으로 국회에 진입한 것만으로 사실상 증인 신문, 증거 조사도 필요 없는 것이었다”며 “현직 대통령에 의한 주권 찬탈 시도가 지난 비상계엄의 본질”이라고 했다.
일각의 탄핵심판 불복(不服) 우려에 대해, 김 교수는 “탄핵심판 불복이란 말은 성립할 수 없다”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조건에 승복하는 것이 모두가 공존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