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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포커스

여권 대선 후보 선출 후의 변수들

‘親盧 후보’ 유시민 등판 후 이재명과 단일화?

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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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는 DJP연대, 노무현은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로 위기 넘겨
⊙ 이재명·윤석열·이낙연·홍준표 등 유력 주자들, 非호감도가 호감도보다 2배가량 높아… 비호감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
⊙ 퇴임 후 안전 고민하는 문재인, ‘대장동 의혹’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 이재명 후보 사퇴론, 교체론, 단일화론 제기될 수도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0월 21일 상견례를 갖고 대선 승리를 다짐했지만,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李在明) 경기도지사가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 지사는 9월 4일부터 6주간 진행된 지역별 순회 경선(競選)과 1~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아슬아슬한 과반(過半) 득표율(50.3%)로 결선(決選) 투표 없이 대통령 선거 본선(本選) 직행을 확정 지었다. 이낙연(李洛淵) 전 대표는 39.1%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이 제기된 이후 진행된 투표율 81.4%였던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지사(28.3%)는 예상과는 달리 이낙연 전 대표(62.4%)에게 참패했다. 이 지사가 크게 앞선 1차(51.1%), 2차(58.2%) 선거인단 투표와 비교해보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이재명 지사가 불안하다”는 민심(民心)의 큰 변화가 반영되었고 ‘당심(黨心)’과 ‘민심’이 확연히 엇갈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이재명 후보는 대권(大權)에 한 발 가까이 갔지만 내년 3월 대선(大選)까지 대장동 수사와 경선 후유증을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대장동 의혹’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대장동 수사’ 곳곳이 지뢰밭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10월 6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수사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면 민주당이나 대한민국에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의 위기이고 정권 재창출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경선 무효표 계산 방식에 대해 이의 제기를 했지만,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10월 13일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 전 대표는 그제야 경선 결과 승복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의 (대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당은 위기”라면서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示唆)한 것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10월 14일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민주당 경선 결과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假處分) 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민주당 경선 투표 선거권을 가졌던 권리당원 및 일반시민 4만6000여명이 이 소송에 참여했다. 민주당 권리당원이자 대표 소송인 김진석씨는 이 외에도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지지 의견을 표명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경선은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특별당규의 취지인 결선투표를 장려하는 방향이 아니라 ‘원팀’을 저해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난 10월 8일 당원 선거인단 투표 30%, 일반 국민 여론조사 70%를 반영해 2차 예비 경선(컷오프) 결과를 순위 없이 발표했다. 윤석열(尹錫悅) 전 검찰총장, 홍준표(洪準杓) 의원, 유승민(劉承旼) 전 의원, 원희룡(元喜龍) 전 제주지사 등 4명이 최종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이제 국민의힘은 11월 5일에 결선 투표 없이 책임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 비중으로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후보 교체 요구하다 탈당한 李仁濟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비자금 의혹이 터졌지만, DJP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사진=조선DB
  한국 대선은 헌정(憲政)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졌던 1997년부터 ‘네거티브 의혹 선거’로 점철되었다. 1997년 12월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후보(40.3%)가 집권당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38.7%)를 1.6%포인트(39만 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되었다. 여당(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한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탈당(脫黨)해 독자 출마해 약 493만 표(19.2%)를 얻어 당시 여당 지지 표가 분열된 것이 김대중 후보의 승리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1997년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의혹 사건, 김대중 후보 비자금 의혹 사건은 선거판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변수(變數)로 등장했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 7월 21일에 실시된 집권당인 신한국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 후보는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대선 후보인 김대중 후보를 크게 압도하면서 지지율이 50%를 넘었다.
 
  그런데 후보 선출 이후 이회창 후보의 아들 두 명이 모두 체중 미달 사유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회창 후보는 부정하게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민심이 요동치고 급기야 이 후보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감사원장·국무총리를 지낸 이회창 후보는 원칙을 중시하는 대쪽 이미지가 강점이었는데, 아들 군(軍) 면제를 위해 힘을 썼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이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었다. 신한국당 경선에서 2위를 한 이인제 후보는 공개적으로 후보 교체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9월 13일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대선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김대중 비자금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1997년 10월 7일 김대중 후보가 6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한국당은 10월 17일 김대중 후보를 조세포탈 및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0월 20일,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그다음 날 검찰은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극심한 국론(國論) 분열, 경제 회생의 어려움과 국가 전체의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결국 대선 이후인 1998년 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이 사건을 수사했고 결론은 무혐의 처리됐다.
 
  김대중 후보는 10월 26일 김종필(金鍾泌)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연대(連帶)했다.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김종필 총재를 국무총리로 지명하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함께 내각을 구성하는 등 공동 정부를 운영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DJ·JP 단일화 직후 11월 10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김대중 35.3%, 이회창 21%, 이인제 28.1% 순이었다. 《한국일보》 조사(11월 25일)에선 김대중 32.1%, 이회창 31.5%, 이인제 19.9% 순이었다. 결국 DJP 연대가 DJ 비자금 의혹 사건이 몰고 온 부정 효과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회창 후보 3대 의혹 사건’
 
  2002년 대선에서는 소위 이회창 후보 관련 3대 의혹 사건(이 후보 아들 병역 비리 은폐 의혹, 이 후보 부인 10억원 수수설, 이 후보 측근 20만 달러 수수설)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김대업은 2002년 5월 21일 한 인터넷 매체에 “김길부 전 병무청장으로부터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총재 큰아들 정연씨의 불법 병역 면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김 전 병무청장, 신한국당 이 총재의 측근인 고흥길 특보 등이 수차례 대책회의를 했으며, 국군춘천병원에 남아 있던 병역판정부표를 폐기하고 병무청에 남아 있는 병적기록부 원본도 변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소속 설훈 의원은 2002년 4월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가 2001년 12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측근인 윤여준 의원 자택에서 윤 의원에게 20만 달러를 전달했고, 이 총재는 윤 의원을 통해 이를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국회의원이 직접 허위 사실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공론화를 시도한 경우다.
 
  대선을 눈앞에 둔 11월에 김선용·이교식씨는 민주당 측에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씨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의 검은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대선 후에 3대 의혹 사건은 법원 판결을 통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KBS 보도국장 출신인 김인규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텔레비전 뉴스의 선거보도 의제 분석〉이란 박사 학위 논문에서 ‘KBS 병풍(兵風)’ 편파 보도를 분석했다. 그는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 때 똑같이 이회창 후보의 자녀 병역 비리 논란이 제기됐지만 양상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여당 후보였던 1997년에는 19건 보도하는 데 그쳤지만, 야당 후보였던 2002년에는 101건이나 보도했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도 달랐다고 지적했다. 2002년 보도에선 리포트 제목이 ‘병역 비리 은폐 개입’ 등과 같이 김대업씨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내용이 12%가량 됐다는 것이다. 또 김씨의 발언을 육성으로 내보낸 것이 37건이나 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KBS가 김씨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충청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선거판을 주도했지만 근거가 없는 거짓으로 드러난 3대 의혹 사건은 이회창 후보에게 치명적이었다. 문제는 선거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한 중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거짓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은 대선 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김대업은 2004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1년 10개월간 실형을 살았다.
 

 
  BBK 의혹 불구하고 압승한 李明博
 
  2007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는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대선 같은 경선을 치르면서 1.5%포인트 차이로 신승(辛勝)했다.
 
  그런데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인터넷 기반 금융회사를 표방한 비비케이(BBK)의 실소유주이고 주가(株價)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다스·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浮上)했다. ‘BBK 주가 조작 사건’은 1999년에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사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을 일컫는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은 BBK와 직접 관련이 없고 투자만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당 격인 대통합신당은 대선 3일 전인 2007년 12월 16일, 이명박 후보가 2000년 10월 광운대학교 특강에서 ‘본인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그때 제가 무슨 이유로 또 무엇이 아쉬워서 주가 조작에 가담했겠습니까?”라고 반박했다. 이 영상이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대선에서 531만 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가 도덕성 논란보다 더 굳건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2007년 12월 19일 대선이 끝난 후 12월 28일 ‘이명박 특검법’이 공포됐다. 정호영 특별검사가 재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MB의 대통령 취임 나흘 전인 2008년 2월 21일 정호영 특검은 BBK 사건과 이명박 당선인은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文在寅에게 타격 준 ‘NLL 포기 발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NLL 포기 의혹’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조선DB
  2012년 대선에서는 선거 막판에 터진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과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 충돌했다.
 
  2012년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과의 대화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NLL 포기 발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선거를 ‘보수 대(對) 진보의 대결 구도’로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인 2013년 11월 15일 검찰이 발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직접 NLL을 포기하겠다고 명확히 표현하며 발언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NLL 포기 발언 의혹’은 2012년 대선 막판에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의 표를 얻는 데 기여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패널 조사 결과,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9.2%가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이슈에 영향을 받았다’를 선택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2012년 대선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의 40.9%가 박근혜 후보를, 57.7%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박근혜 후보(51.6%)가 최종적으로 문재인 후보(48.0%)에게 3.6%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것을 생각하면 ‘NLL 포기 발언’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는 추론(推論)이 가능하다. 당시 야당인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다른 더 큰 이슈로 NLL 논란을 덮어버릴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허둥지둥하다 선거에서 패배했다.
 
 
  ‘댓글 조작 의혹’은 영향 못 줘
 
  2012년 대선 막판에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사이버팀이 2009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다수 인터넷 사이트에 직접 게시글을 올리거나, 게시글 ‘찬반클릭’을 통해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방식으로 정치와 선거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대선 3일 전인 12월 16일 밤, 대통령 후보자 공식 TV 토론이 끝난 직후 서울지방경찰청은 ‘국가정보원 직원 김 모씨가 다수의 아이디를 사용한 증거는 나왔지만 게시글이나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 이후 이 발표는 허위로 드러났으며, 실제로는 국정원 직원이 여론 조작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국정원의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은 NLL 포기 발언 의혹만큼 그 영향이 강하지 않았다.
 
  2017년 대선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상황에서 치러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수수 및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및 강요죄 등 13가지 혐의로 인하여 구속되었다.
 
  따라서 의혹보다는 부패 청산이 2017년 5월 대선의 가장 핵심적인 변수가 됐다. 실제로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당선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가장 많은 29.9%가 “부패·비리 청산 위해서 투표했다”고 응답했다.
 
 
  정면 돌파 對 비껴가기
 
  종합하면, 1997년 대선(병역 비리 의혹), 2002년 대선(병역 비리 의혹), 2012년 대선(NLL 포기 발언)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 사건은 후보 이미지에 타격을 주면서 선거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2007년 대선과 같이 상대 후보가 취약해서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선거에선 당선 유력 후보와 관련된 의혹 사건(BBK 조작 의혹)은 대세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역대 대선에서 불거진 의혹 사건들은 몇 가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2002년 대선(이회창 3대 의혹)과 2012년 대선(노무현 NLL 포기 발언)과 같이 집권 5년 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여당이 야당 후보를 상대로 주도하는 의혹 제기는 폭발성을 가질 수 있다.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과 연계된 의혹에 대해선 본인이 직접 나서서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더 이상 이슈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대선에서 불거진 노무현 장인의 좌익(남로당) 활동 경력이다. 그때 노무현 후보는 “장인이 좌익 활동을 하다 돌아가셨다. 그럼 내가 아내를 버려야 하나”라고 정면 대응을 하면서 본인의 인간성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둬 위기를 극복했다.
 
  셋째, 최고 강점으로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처해야 한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 조작 개입 의혹은 선거 기간 내내 이슈였지만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여론분석실장은 “이슈 자체가 대중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비록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해도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의혹을 덮어버렸다. 이 후보 측에서는 의혹에 정면 대응하기보다는 이 후보가 경제 살리기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껴가기식 대응을 했고 이것이 먹혔다”고 설명했다.
 
  넷째, 대세론(大勢論)에 도취되어 의혹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하면 실패한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선거 당일에만 졌다”고 할 정도로 시종일관 경쟁자인 노무현·정몽준 후보에게 앞섰다. 이회창 후보는 각종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김대중 정부를 향한 ‘부패정권심판론’에 집중하면서 이를 피해가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다섯째,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의혹 사건에 대한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1997년 대선 당시 선거 막판에 터진 DJ 비자금 의혹 사건은 먹히지 않았는데 현직 대통령(YS)의 비자금 수사를 중단하라는 정치적 결단 때문에 가능했다.
 
 
  ‘범죄자끼리 붙는 大選’ 되나?
 
  내년 대선을 둘러싸고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대선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야(與野) 유력 후보들이 자신과 연계된 의혹 사건으로 고발·입건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자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 뇌물 및 배임(背任) 혐의로 지난 10월 3일 구속됐다. 이제 관심은 대장동 특혜에 관여한 인사, 나아가 ‘윗선’에 대한 수사의 확대 여부에 쏠리게 됐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본질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수의 개인이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을 통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한 사람은 누구인가? 화천대유의 그 돈이 어떤 경로를 거쳐 누구에게 갔는가? 화천대유와 이재명 지사는 어떤 관계인가?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국민의힘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재직 중이던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 측에 범(汎)여권 주요 인사들을 형사 고발하도록 사주(使嗾)했다는 의혹으로 입건했다.
 
  공수처 수사는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와 고발장을 전달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 간 통화 녹음파일이 복구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녹음파일에는 김 의원이 조씨에게 “우리가 고발장을 만들어드릴 테니까”라며 고발장의 작성 주체를 ‘우리’라고 표현하거나, ‘서울남부지검’ 혹은 ‘대검찰청’ 등으로 접수할 곳을 일러주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은 누가 고발장을 만들었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고발장이 야당에 전달됐는지, 고발장 사주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가 윤석열 전 총장의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다. 검찰과 공수처 수사 과정을 거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전 총장 의혹의 연결 고리가 발견되면 대선판에 엄청난 후폭풍(後爆風)을 몰고 올 수 있다. 홍준표 의원의 지적처럼 역대 최악(最惡)의 ‘범죄자끼리 붙는 대선’이 될 수도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非)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높다는 것도 이번 대선의 특이 사항이다.
 
  한국갤럽의 9월 3주 조사(14~16일)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호감 34%, 비호감 58%인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호감 30%, 비호감 60%였다. 이낙연 전 대표와 홍준표 의원도 호감 비율은 각각 24%와 28%인 반면 비호감 비율은 66%와 64%였다. 지난 2017년 대선 3개월 전 1위를 달리던 문재인 후보의 경우 호감 47%, 비호감 46%로 비슷했다.
 
  이번 대선에서 더 주목할 점은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갤럽의 지난 3월 2주 조사(9~11일)와 비교할 때, 이재명 지사는 비호감이 15%포인트(43→58%), 윤석열 전 총장은 13%포인트(47→60%), 이낙연 전 대표는 10%포인트(56→66%) 각각 상승했다. 어쨌든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특이한 상황에서 야권으로부터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라고 공격받는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이 향후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향후 이재명 후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검찰 수사 결과, 민심 추이(推移) 등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힘 빠진 퇴임 전 대통령이라 해도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안 되게 할 수는 있다.
 
 
  ‘대장동 의혹’, 중도·무당층에 영향 미칠 듯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직후 “민주당 당원으로서 이 지사의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보기에는 이 후보를 인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후보 선출과 수사는 별개다.
 
  청와대는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친(親)이재명 진영에서는 “청와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청와대와 이낙연 캠프가 거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단 검찰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의 최대 수혜자는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임기 말 문 대통령이 선호하는 최상의 결과는 자신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으로 정권 재창출을 하고,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경선 TV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호재다”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심은 크게 달랐다. 《경향신문》-케이스탯리서치 조사(10월 3~4일) 결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50.6%, ‘국민의힘 책임이 더 크다’(31.0%)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할 20대에선 이 지사 책임이 54.6%인 반면 국민의힘 책임은 14.1%에 불과했다. 중도 성향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51.0%와 30.0%였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대장동 의혹으로 중도·무당층이 여권 후보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그 징조가 민주당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후보 교체론 제기될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조선DB
  향후 여권 상황은 몇 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후보 사퇴론이다. 향후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라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집권당 대선 후보가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단돈 1원이라도 받은 게 있다면 공직뿐 아니라 대선 후보직도 사퇴하겠다”며 공언한 것이 최대 실책이 될 수도 있다.
 
  둘째, 후보 교체론이다. 지난 2002년 4월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노무현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6월 지방선거와 8·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그 이후 노 후보 지지도는 10%대로 이회창-정몽준에 이어 3위로 추락했고 당내에서 후보 사퇴론, 후보 교체론이 공공연히 터져 나왔다. 노 후보가 사퇴하지 않자 민주당 37명의 의원이 10월 4일 ‘후보 단일화 협의회’(후단협)를 결성하고, 그중 17명은 11월 4일 아예 탈당했다.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받아들이면서 탈당한 의원 중 다수는 복당을 했고 후보 교체론은 사라졌다.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 여론조사공정과 데일리안이 실시한 차기 대권 가상 양자 대결 조사 결과,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 46.3%, 이 후보 37.3%. 홍 의원 49.0%, 이 후보 36.8%. 이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추락하면 교체론이 급부상할 수 있다.
 
  셋째, 후보 단일화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하면 제3지대에서 친문(親文) 인사가 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 결국 선거 막판에 이 후보와 후보 단일화가 추진될지도 모른다. 친노(親盧) 적자(嫡子)인 유시민(柳時敏)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들을 이재명 후보가 특유의 돌파력으로 극복할지, 아니면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는 예측블허다.
 
 
  ‘쉬운 쟁점’과 ‘어려운 쟁점’
 
  미국의 카민즈와 스팀슨(Carmines and Stimson) 교수는 선거에서 불거지는 쟁점의 유형을 크게 ‘쉬운 쟁점(easy issue)’과 ‘어려운 쟁점(hard issue)’으로 구분했다. ‘쉬운 쟁점’은 기술적이기보다는 상징성이 강하며, 정책 수단보다는 정책 목표에 관련되고, 장기간에 걸쳐 현안이 된다. 그런데 쉬운 쟁점이 부각되면 정치적인 관심과 지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이에 근거해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어려운 쟁점’에 대한 인지와 견해의 정립은 상당한 수준의 정치 관심과 지식이 필요하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과 호화 빌라 사건은 쉬운 쟁점으로 전환되어 ‘이회창=특권층, 노무현=서민 대변’ ‘이회창=개혁 대상’ ‘노무현=개혁 주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이런 프레임은 결국 노무현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향후 대선에선 ‘대장동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이 어떤 ‘쉬운 쟁점 프레임’으로 전환되어 국민의 선택에 영향을 줄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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