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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공천 成敗가 총선에 미치는 영향

현역 물갈이 많이 하는 당이 승리 가능성 높아

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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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이회창의 한나라당 공천, 2016년 김종인의 민주당 공천은 총선 승리 가져온 성공작
⊙ 2016년 ‘眞朴 논란’에서 보듯 청와대가 집권당 공천에 직접 개입하면 패배 가능성 높아
⊙ 이재오·김문수 등 영입한 1996년 신한국당 공천은 성공… 지금 민주당은 ‘팬덤’에만 의지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美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2020년 1월 19일 민주당이 발표한 영입 인재 중에는 이탄희 전 판사(오른쪽에서 5번째) 등 민주당과 同色인 인사들이 많았다. 사진=조선DB
  제21대 총선(總選)까지 불과 두 달 남짓 남았다. 총선은 본질적으로 심판이고 선택이다. 각 정당은 공약 제시와 후보 공천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심판과 선택을 받는다. 과거에는 정당이나 정책공약이 중요했지만 최근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같은 인물 요인이 더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총선 직후 한국선거학회·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투표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한 요인으로 인물(35.6%), 소속 정당(33.2%), 정책공약(19.4%) 순이었다. 따라서 여야(與野) 모두 인재 영입을 통해 ‘이기는 공천(公薦)’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총선은 한마디로 공천 파동의 역사다. 선거 때마다 당내(黨內)에서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이 나고 탈당과 단식,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공천 개혁’이라고 쓰고 ‘공천 학살’이라고 읽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사회학자들은 주목할 만한 조직현상으로 ‘목표의 전치(轉置)’를 지적한다. 조직이 목적 그 자체가 되며, 조직의 영속화(永續化)가 지상(至上) 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정당의 공천은 이런 현상으로 잘 설명될 수 있다. 권력을 잡은 당내 주류 세력이 자신의 조직을 위해 비주류 세력을 제거한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공천 학살’이라고 한다.
 
 
  2000년 이회창의 ‘공천 학살’
 
2000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조순·이기택·김광일 의원 등은 민주국민당을 창당, 총선에 나섰지만 참패했다. 사진=조선DB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는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영남 정치 거물인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른바 ‘2·18 금요일의 대학살(大虐殺)’이었다. 주요 탈락자들이 이 총재의 지도 노선을 견제하는 비주류 중진들이어서 충격과 파문이 컸다. 빈자리는 원희룡(양천갑), 오세훈(강남을) 등 새 인물로 채웠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은 탈당해 새천년민주당 탈당파인 김상현 등 다수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모아서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국민당(민국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민국당은 급조 정당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지역구 선거에서 영남 65곳 중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춘천시의 한승수 후보 1명, 전국구에선 1번 강숙자 후보 1명 총 2석 당선에 그치는 참패를 했다.
 
  여하튼 1997년 정권 교체 이후 치러진 첫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33석(48.7%)으로 제1당이 되었고,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만들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1월에 기존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를 개편해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지만 제2당(115석)에 그쳤다.
 
  한국선거학회·KSDC가 2000년 총석 직후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공천 과정 이후 신당 창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부정’이라는 응답이 무려 47.7%로 ‘긍정’(6.1%)을 압도했다. 부정 이유로는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36.2%)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공천 탈락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에’(24.4%), ‘그 사람이 그 사람이기 때문에’(15.2%), ‘소신이 없어서’(13.9%), ‘지역감정을 조장하기 때문에’(10.1%) 순이었다.
 
  당시 영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은 절묘했다. 지역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이회창 총재의 ‘공천 학살’을 ‘공천 개혁’으로 인식하면서 집권당을 견제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었다. 일각에선 철저한 친정(親政)체제 구축을 통해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이회창의 정치 패륜적 행태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승리의 최대 요인은 정치권 전체의 인물 구도를 바꾼 ‘이회창식 개혁 공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박연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정권이 교체된 후 두 달 만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공천은 주류 세력인 친이(親李·이명박)계가 주도한 ‘친박(親朴) 학살과 영남 물갈이’로 요약된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이 맡았으나 실세(實勢)는 친이계의 핵심 이방호 사무총장이었다. 2008년 3월 한나라당 공심위는 홍사덕·김무성·서청원 등 친박 중진은 물론 김재원 등 소장그룹까지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친박계의 수장(首長)인 박근혜 전 대표는 3월 23일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면서 반발했다. 공천 탈락한 친박 인사들을 향해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다. 한나라당 공심위는 3월 13일에 영남 지역 공천자를 발표하면서 현역의원 25명을 탈락시켰다. 친박계 3선인 김무성 의원과 친이계 5선인 박희태 의원이 동반 탈락됐다. 그러나 5선에 공천 신청자 중 최고령(73)인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은 살아남았다.
 
  이는 고(故)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수도권에 출마한 한나라당 소장파 후보들이 주도한 ‘55인 반란’의 빌미가 되었다. 한편, 공천에서 탈락한 김무성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은 한마디로 청와대 기획, 밀지(密旨)공천”이라고 맹비난했다.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친박계 김무성 의원을 자르면 당이 깨진다”면서 출근까지 거부하며 이방호 사무총장과 대립했다. 결국 강 대표는 자신의 공천(대구 서구)까지 스스로 포기했다.
 
  ‘공천 학살’을 당한 친박 인사들이 한나라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탈당하여 17대 대선 당시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을 내세운 참주인연합에 입당한 후 당명을 ‘친박연대’라고 바꾸는 변칙 창당을 했다. 이념이나 정책이 아닌 그저 박근혜를 위해 만든 당이었다. 친박연대와 별도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박종근·이경재·이해봉·이인기·유기준·김태환 의원 등 영남에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은 친박무소속연대를 만들었다.
 
  친박연대는 선거에서 ‘공천 주도세력 심판론’을 내세웠다. 당시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는 “총선이 끝난 뒤 영남권의 친박무소속연대와 힘을 합친 다음에 한나라당으로 되돌아가서 잘못된 공천을 주도한 세력을 심판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박형준(부산 수영구), 정종복(경주시), 이재오(서울 은평구을), 이방호(경남 사천시) 등 친이계 핵심들이 친박계와 야권의 공조로 낙선했다.
 
 
  한나라당, 물갈이에서 야당 압도
 
  총선 결과, 친박연대는 비례대표에선 13%를 득표하며 자유선진당을 제치고 지지율 3위를 기록해 지역구에서 당선된 6석을 비롯해 총 14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친박무소속연대는 11명이 당선됐다. 이들 수에 10여 명의 한나라당 내 생존자 친박 인사를 더하면 전체 친박은 40여 명에 이르는 무시하지 못할 세력이 되었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권을 빼앗기고 야당이 된 대통합민주신당은 공천관리위원장에 박재승 변호사를 선임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 및 ‘호남 현역 30% 물갈이’를 공천 원칙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물갈이 대상 의원 11명은 공천 심사조차 받지 못했고, 현역 의원 24명이 탈락했다. 이로 인해 박 위원장은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전체 현역 의원 교체율을 보면 한나라당(38.5%)이 민주당(19.1%)보다 훨씬 많았다. 한나라당은 친박 학살 공천 파동으로 겨우 원내 과반(153석)을 차지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수도권 111석 중에 무려 81석(서울 40석, 인천 9석, 경기 32석)을 획득한 것이다. 현역 의원 교체율이 높은 한나라당이 이득을 본 것 같다.
 
  2008년 총선 초반 한나라당은 최대 200석까지 내다보는 압승을 예상했다. 만약 친이 세력에 의한 친박 공천 학살이 없었다면 이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컸다. 보수 절대 우위의 정당 체제가 구축될 수도 있었는데 수포로 돌아갔다.
 
 
  2012년, 민주당의 공천 실패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표의 지휘 아래 과감한 물갈이 공천을 단행했다. 사진=조선DB
  2012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공천을 주도했다. 당내 주도세력은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바뀌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 25% 컷오프 룰은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원칙”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부산에서 ‘하위 25% 컷오프’ 규정에 걸린 의원들은 김무성(4선·남을)·허태열(3선·북-강서을)·안경률(3선·해운대-기장을) 의원 등 중진을 비롯해 박대해(연제)·허원제(부산진갑)·이종혁(부산진을) 의원 등 6명이나 됐다. 부산의 새누리당 의원 17명 중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포함해 적어도 9명(교체율 52.9%)이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박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 47.1%를 물갈이했다.
 
  한편,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었다. 민주당의 오만은 한명숙 당시 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노이사’(친노무현, 이화여대, 486) 공천에서 드러났다. 당시 한 대표 측근인 임종석 사무총장은 저축은행 관련 비리에 자신의 보좌관이 연루돼 1심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아 사무총장직을 사퇴, 공천장 자진 반납 등을 요구받아왔다. 결국 3월 9일 임 사무총장은 공천장을 반납하고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했다.
 
  민주당 공천 실패는 ‘나꼼수’ 출신 막말 파동의 주역인 김용민을 서울 노원갑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선거 막판에 김용민의 음담패설과 ‘여성·노인·기독교 비하 발언’ 등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역풍(逆風)을 맞았다. 당시 민주당 총선을 총 지휘한 박선숙 사무총장은 “김용민 변수가 충청·강원 지역에 꽤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접전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노년층이 많은 농촌 지역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선거학회·KSDC가 2012년 총선 직후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 민주당 공천 실패가 확인되었다. 새누리당 공천 평가에서 ‘잘했다’(44.9%)가 ‘잘못했다’(34.3%)보다 높게 나왔다. 반면 민주당 공천은 ‘잘못했다’(51.1%)는 부정 평가가 ‘잘했다’(24.2%)는 긍정 평가보다 훨씬 많았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진보층에서조차 부정 평가(49.8%)가 긍정 평가(29.6%)를 크게 압도했다. 서울 지역에서는 부정 평가가 3배 이상 많았다. 민주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37.1%)도 새누리당보다 10%포인트 적었다.
 

 
  옥새 파동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152석) 승리로 끝났다. 당시 민주당은 현역 의원 물갈이보다는 통합진보당의 연대에 큰 비중을 두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전체 210곳의 지역구 공천에서 통합진보당과 62곳(29.5%)에서 선거 연대를 했다. 전략공천은 18곳에 불과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대대적으로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고 52곳에서 전략공천한 것과 크게 대비됐다.
 
  201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은 ‘옥새 파동’으로 기록된다.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다. 공천에서 배제할 40명에 달하는 비박계 의원 ‘공천 살생부(殺生簿)’까지 만들었다. 공천 막바지까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 간 갈등이 지속됐고, 이른바 ‘진박(眞朴) 논란’까지 일었다. 결국 김 대표는 공관위의 공천자 선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천장에 직인 날인하는 것을 거부하며 부산으로 내려가는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유승민(대구 동을)·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 지역구와 진박 유영하 변호사가 출마한 서울 송파을 지역구는 직인을 찍지 않아 무공천으로 남겼다. 당시 새누리당 현역 의원 교체율은 24%였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 공천개혁에 성공했다. 사진=조선DB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공천 개혁을 주도했다. 이해찬·정청래·정봉주 등 강성 친노(親盧) 인사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친북(親北)’ 논란을 빚어온 임수경 의원도 탈락했다. 당시 민주당의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은 33%로 새누리당보다 9%포인트 높았다.
 
  한국선거학회·KSDC의 선거 후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공천은 ‘잘못한다’(48.5%)가 ‘잘한다(28.9%)’보다 훨씬 많았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잘한다’(47.7%)가 ‘잘못한다’(23.9%)보다 많았다. 안철수 의원이 2015년 11월 민주당에서 탈당해 창당한 국민의당 공천 평가(‘잘한다’ 46.7%, ‘잘못한다’ 22.4%)도 민주당과 비슷했다. 결과적으로 야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제1당(123석)이 되었고, 국민의당(38석)은 녹색 돌풍을 일으키면서 제3정당이 되었다. 두 정당의 총선 승리 이면에 ‘국민 공감 공천’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과거와는 달라진 민주당의 인재 영입
 

  역대 총선에서 드러난 공천 관련 심층 분석을 통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발견한다.
 
  우선, 2016년 새누리당 공천 때처럼 청와대가 집권당 공천에 개입해 ‘막장 공천’이 이뤄질 경우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민주당이 깊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집권당의 인재 영입과 공천, 선거 전략 수립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명에 달하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하고 있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힘입어 당시 국회에 진출한 열린우리당 108명의 초선 의원을 ‘탄돌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만약 민주당 현역 의원의 빈자리를 청와대 참모 출신으로 채운다면 그것은 혁신 공천이 아니라 대통령 친위체제 구축이다. 한마디로 ‘청(靑)돌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둘째, 현역 물갈이를 많이 한 정당이 승리했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친박 학살’로 공천 파동을 겪지만 현역 물갈이(38.5%)에서 민주당(19.1%)보다 크게 앞서면서 승리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치러진 2012년 총선에서도 새누리당(한나라당 후신)은 현역 의원을 대폭 교체(47.1%)하면서 민주당(37.1%)을 제압했다.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으로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막아냈다. 2016년 총선에서 야당은 비록 분열되었지만 민주당은 강성 친노 인사를 포함한 현역 의원을 대폭 교체(33.3%)해 새누리당(24%)에 승리했다.
 
  셋째, 당의 외연(外延) 확대를 가져오는 인재 영입은 선거 승리의 발판이 될 수 있다. 1996년 총선에서 보수 여당인 신한국당은 진보 색채가 강한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 등을 영입해 좌우(左右)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승리했다. 당시 야권이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분열된 탓도 있었지만, 이렇게 외연을 확대한 신한국당의 개혁 공천은 수도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신한국당은 전체 수도권(96석)에서 54석(56.3%)을 얻어 집권 여당 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승리했다. 2000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임종석·이인영·우상호 등 ‘386운동권 인사’를 대거 영입해 새 피 수혈에 성공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은 외연 확대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정책 전문가보다는 감성과 이미지 중심 인재 영입에만 치중하고 팬덤의 힘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농단 비판’에 적극 참여한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와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영입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법원에서 다 하지 못했던 사법(司法)개혁을 완성하기 위해’라고 입당의 변(辯)을 밝혔다. 하지만 재판을 주관하던 판사가 상당한 휴지(休止) 기간도 없이 곧바로 정치인이 되는 것은 ‘사법의 정치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특정 정치세력이 법원을 장악하면 오히려 법원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삼권분립을 훼손시킬 수 있다. 정치를 통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영·호남 모두 현역 교체 요구 높아
 
  더불어민주당은 불출마를 선언한 5선의 원혜영 의원을, 자유한국당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에 각각 선임했다. 공천 과정에서 갈등과 반발은 필연적이다. 어느 정당이 국민 공감을 이뤄내는 충격적인 개혁 공천을 이끌어내느냐가 선거 승리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민주당 공천 심사에는 정량평가인 후보 적합도 조사 40%, 정성평가 60%가 각각 적용된다. 정성평가는 면접 10%, 정체성 15%, 도덕성 15%, 기여도 10%, 의정활동 능력 10%로 구성된다.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자료와 영입 인재의 전략공천, 당내 경선 등을 고려하면 지난 총선 때와 비슷한 수준인 현역 30% 물갈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역 의원 중 30여 명의 지역구는 후보가 바뀔 수 있다.
 
  한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월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3분의 1을 컷오프하고, 현역 국회의원을 50%까지 교체하겠다”고 했다. 특히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보수 텃밭 TK(대구·경북) 지역의 컷오프 비율은 50% 이상이라고 밝히면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현재 대구 지역 8명과 경북 지역 11명 등 TK 의원 19명 중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은 정종섭 의원 한 명이다. 물갈이 비율이 50% 이상임을 고려하면 최소 9명은 교체되는 것이다. 과거 총선에서 전통적인 지역 기반인 TK 지역 교체율이 당 전체 현역 교체율보다 상당히 높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전체 현역 교체율은 47% 정도였다. 대구는 12명 중 7명(58.3%)이 교체됐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전체 현역 교체율은 24.8% 정도였다. 당시 대구는 12명 중 9명이 교체돼 75%, 경북은 13명 중 6명으로 46.2%의 높은 교체율을 보였다.
 
  컷오프(공천 배제)에 해당된 TK 의원들이 탈당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친박 성향의 정당으로 말을 갈아탈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당의 텃밭 지역을 쇄신해야만 국민이 공감하는 개혁 공천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1월18~21일) 결과, 현역 의원 물갈이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른 인물을 뽑을 것(A)’이라는 비율을 ‘지역구 현역 의원을 뽑을 것(B)’이라는 비율로 나눈 수치를 교체지수(A/B)라고 한다. 교체지수가 1보다 크면 교체 요구가 더 많다는 것이고, 1보다 작으면 재신임 요구가 더 크다는 뜻이다. 조사결과, 교체지수가 2.07(‘다른 인물을 뽑을 것’ 51.4% / ‘지역구 현역 의원을 뽑을 것’ 24.8%)로 나타났다. 국민의 현역 의원 물갈이 요구가 엄청남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호남(2.59)과 한국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TK 2.44, PK 2.70)에서 교체 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공천 파동’이 ‘최고의 선거전략’일 수도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2월 9일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자유한국당과의 ‘신설 합당’을 제안했다. 동시에 개혁 보수를 향한 진심을 남기기 위해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공천권, 지분, 당직에 대한 요구를 일절 하지 않겠다”면서 “오로지 개혁 보수를 이룰 공천”을 주문하면서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도로 친이(친이명박)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천, 감동과 신선을 줄 수 있는 공천이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의 이런 요구를 과연 새롭게 출범하는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담아낼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그 시작은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총선 승리를 가져온 2000년 ‘이회창식’ 개혁 공천과 2016년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공천 개혁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TK 지역 고강도 물갈이, 강성 친박과 황교안 대표의 핵심 측근을 잘라낼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역설적으로 한국당의 경우, 공천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 최고의 선거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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