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심점 잃은 반박反朴계의 정치적 후원자로 나설 듯
⊙ 반기문 유엔총장·김무성 전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역량 평가 중
⊙ 핵심 측근들 “우리는 박 대통령 도우려 했는데 친박계가 냉대”
⊙ 대치동 이 전 대통령 사무실에 모든 정보 집중… 잠원동 테니스장도 북적
⊙ 반기문 유엔총장·김무성 전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역량 평가 중
⊙ 핵심 측근들 “우리는 박 대통령 도우려 했는데 친박계가 냉대”
⊙ 대치동 이 전 대통령 사무실에 모든 정보 집중… 잠원동 테니스장도 북적
- 2010년 11월 10일 청와대 회견장으로 향하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사진=조선일보
이정현 신임 당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새누리당에는 두 가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친박(親朴) 일색의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에서는 “임기 말까지 당을 주도하게 됐다”며 화색이 돌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 것이 8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신임 당 지도부 간의 오찬 회동이다.
이 모임은 여러모로 화제를 낳았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동 후 “청와대에 근무한 이후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웃었다”고 말했고, 이정현 대표를 위해 마련한 코스 요리도 바닷가재·훈제 연어·캐비아 샐러드·송로버섯·샥스핀·능성어찜·한우갈비로 ‘호화판’이었다. 이 코스 요리의 백미는 식사로 준비된 냉면이었다.
냉면은 이정현 신임 대표가 가장 즐기는 음식으로, 청와대에서 냉면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능성어찜 역시 여름철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보양식(補養食)으로 꼽힌다. 한술 더 떠 2014년 김무성 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모임에서 평범한 중식(中食) 코스 요리가 나왔던 것과 비교하는 보도도 있었다.
대통령이 이날 오찬 회동 때 입고 나온 연분홍빛 재킷에 대해서도 정가(政街)에서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지난 6월 제20대 국회 개원식 때 입었던 옷으로 ‘환영’의 의미를 보이고 싶을 때 착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 연분홍빛 재킷을 ‘소통과 화합의 패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반박(反朴)계에서는 냉기류가 흐른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정권 창출에는 의지가 없고 친박계만 똘똘 뭉쳐 퇴임 후 자기 살길만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새누리당 주변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곧 분당(分黨)의 기치를 들 것”이라는 쪽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실제로 김 전 대표 주변에서는 “김 전 대표가 전국을 도는 민생 투어가 끝날 즈음 ‘결심’을 밝힐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PK와 유승민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TK 일부에 이 전 대통령의 친이계가 뭉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만 되면 김 전 대표 측도 친박계 못지않은 세(勢)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김무성·오세훈 부정적 평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쪽이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 주변이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기자와 만나 “지금 대치동 슈페리어 타워에는 모든 정보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슈페리어 타워는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2013년 5월부터 이 전 대통령이 집필하거나 측근들을 접견하고 있는 장소다.
이 핵심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누누이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것은 박 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대고 갈라선 반박 세력이 의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박 대통령이 임기 중 단 한번도 ‘역할’을 맡기지 않은 데 따른 섭섭함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측근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인물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세 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반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울질’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당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전 대통령은 반기문 총장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총력을 다해 그를 지원할 것이며 이른바 ‘킹 메이커’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반기문 총장에 대해 호감을 가져왔지만 딱 한 번 “그렇게 (큰일을 할 사람이 약삭 빠르게) 행동해선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다.
반 총장이 자신이 유엔사무총장이 되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 사망 시 ‘예의’를 표시하지 않았을 때였다. 이 같은 핵심 측근의 말이 사실이라면 반 총장 역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 친박보다 범 이 전 대통령에게 기대는 게 대선 가도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이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기에는 약하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뭔가 약점이 있다’며 역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활기 도는 잠원동 테니스장
이 전 대통령이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례가 최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표 대결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만일 주호영 의원이 아니라 정병국 의원으로 단일화가 됐다면 이정현 대표에게 밀리지 않았을 것이며 호남 대표로 인한 TK의 동요도 없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정현 대표에게 패한 주호영 의원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은 “친이(親李)에서 친박(親朴)으로 배신한 대표적 인물, 후원금을 단 한푼도 내지 않기로 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이 전 대통령 측이 임기 말 이후 4년가량의 ‘인내 모드’에서 정치적 재기를 꿈꾸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친이계는 박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가지고 있을까? 이 전 대통령 측 한 인사는 “국정운영 노하우를 가진 이 전 대통령을 세월호 사태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활용했다면 박근혜 정권이 이렇게 흔들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도울 자세가 돼 있었는데 저쪽(친박)에서는 ‘얼씬도 말라’는 태도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주변에는 최근 들어 사람들이 크게 붐비고 있다. 특히 서초구 잠원동의 한 테니스장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정계·재계의 유명인사들이 함께 테니스를 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한 목격자는 “이 전 대통령의 표정이 최근 들어 밝아졌다”며 “함께 테니스를 친 분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테니스를 즐기는 테니스 로터리 클럽 초대회장은 황교안 국무총리였다.⊙
이 모임은 여러모로 화제를 낳았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동 후 “청와대에 근무한 이후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웃었다”고 말했고, 이정현 대표를 위해 마련한 코스 요리도 바닷가재·훈제 연어·캐비아 샐러드·송로버섯·샥스핀·능성어찜·한우갈비로 ‘호화판’이었다. 이 코스 요리의 백미는 식사로 준비된 냉면이었다.
냉면은 이정현 신임 대표가 가장 즐기는 음식으로, 청와대에서 냉면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능성어찜 역시 여름철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보양식(補養食)으로 꼽힌다. 한술 더 떠 2014년 김무성 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모임에서 평범한 중식(中食) 코스 요리가 나왔던 것과 비교하는 보도도 있었다.
대통령이 이날 오찬 회동 때 입고 나온 연분홍빛 재킷에 대해서도 정가(政街)에서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지난 6월 제20대 국회 개원식 때 입었던 옷으로 ‘환영’의 의미를 보이고 싶을 때 착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 연분홍빛 재킷을 ‘소통과 화합의 패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반박(反朴)계에서는 냉기류가 흐른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정권 창출에는 의지가 없고 친박계만 똘똘 뭉쳐 퇴임 후 자기 살길만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새누리당 주변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곧 분당(分黨)의 기치를 들 것”이라는 쪽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실제로 김 전 대표 주변에서는 “김 전 대표가 전국을 도는 민생 투어가 끝날 즈음 ‘결심’을 밝힐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PK와 유승민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TK 일부에 이 전 대통령의 친이계가 뭉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만 되면 김 전 대표 측도 친박계 못지않은 세(勢)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김무성·오세훈 부정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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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이정현 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 핵심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누누이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것은 박 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대고 갈라선 반박 세력이 의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박 대통령이 임기 중 단 한번도 ‘역할’을 맡기지 않은 데 따른 섭섭함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측근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인물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세 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반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울질’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당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전 대통령은 반기문 총장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총력을 다해 그를 지원할 것이며 이른바 ‘킹 메이커’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반기문 총장에 대해 호감을 가져왔지만 딱 한 번 “그렇게 (큰일을 할 사람이 약삭 빠르게) 행동해선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다.
반 총장이 자신이 유엔사무총장이 되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 사망 시 ‘예의’를 표시하지 않았을 때였다. 이 같은 핵심 측근의 말이 사실이라면 반 총장 역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 친박보다 범 이 전 대통령에게 기대는 게 대선 가도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이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기에는 약하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뭔가 약점이 있다’며 역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활기 도는 잠원동 테니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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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겸허한 경청(Listening humble)’이라고 이름 붙인 전국 투어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 진도 팽목항을 찾은 김 전 대표. 사진=김무성 의원 페이스북 |
이정현 대표에게 패한 주호영 의원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은 “친이(親李)에서 친박(親朴)으로 배신한 대표적 인물, 후원금을 단 한푼도 내지 않기로 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이 전 대통령 측이 임기 말 이후 4년가량의 ‘인내 모드’에서 정치적 재기를 꿈꾸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친이계는 박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가지고 있을까? 이 전 대통령 측 한 인사는 “국정운영 노하우를 가진 이 전 대통령을 세월호 사태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활용했다면 박근혜 정권이 이렇게 흔들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도울 자세가 돼 있었는데 저쪽(친박)에서는 ‘얼씬도 말라’는 태도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주변에는 최근 들어 사람들이 크게 붐비고 있다. 특히 서초구 잠원동의 한 테니스장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정계·재계의 유명인사들이 함께 테니스를 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한 목격자는 “이 전 대통령의 표정이 최근 들어 밝아졌다”며 “함께 테니스를 친 분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테니스를 즐기는 테니스 로터리 클럽 초대회장은 황교안 국무총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