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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검찰이 기소한 ‘국정원 트위터’ 계정 리스트

55개 계정은 최근까지 활동… 《조선일보》 공식트위터까지 포함돼

글 :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hg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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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이메일 압수해 의심 계정 확보한 검찰, 무리한 수사범위 확대로 역풍 자초
⊙‌“위법 드러나자 99% 삭제·정지 했다”는데… 전체 글 34% 작성한 359개 계정은 현재도 가동 中
⊙‌檢, 3개월째 국정원 트위터 계정 미확정… 글 내용·원장 지시 여부 법정공방은 시작도 못 해
⊙‌‘민변’이 변호하고 국정원이 수사했다면… “수사 담당자는 징계받고 공소기각 됐을 것”
⊙‌檢 “3주만 더 주면 의심 여지없는 최종 의견 제시”, 국정원 “기소 글 중 93% 선거·정치와 무관”
국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5만 건 → 121만 건 → 2200만 건. 이른바 지난 대선(大選)·총선(總選)과 정치에 관여했다고 보도된 국정원의 트위터(Twitter) 글 건수들이다. 2013년 12월 6일 《한겨레》는 이 숫자를 기초로 “국정원 트위터 글 2091만 건 더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신문 1면 톱기사로 냈다. 이 ‘기하급수적 증가’에 일부 매체와 좌파(左派) 인사들은 “부정선거의 증거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내놓고 언론이 보도한 숫자들은 사실상 ‘허상(虛像)’에 가깝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문제 삼은 트위터 글 원본 개수는 선거 관련 1만3098건과 정치 1만2741건을 합쳐 총 2만5839건이다. 나머지 119만 건은 이들 글을 복제(리트윗)한 것이다. 2200만 건이란 숫자는 내용과 관련 없이 검찰이 ‘추정’한 계정이 쓴 글 전체를 뜻한다. 검찰은 같은 내용으로 복제한 것까지 포함한 이유에 대해 “일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세 가지 내용의 전단을 1만 부 배포하면 범죄사실은 1만 부를 뿌린 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범죄행위 121만 건’을 고수해 왔다.
 
  ‘2200만 건’ 기사가 나온 지 한 달 후인 지난 1월 6일, 법정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원세훈(元世勳) 전(前) 국정원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국정원 직원의 것으로 공소장에 포함한 트위터 계정 상당수가 일반인의 계정”이라며 공소내용의 허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뚜렷한 반박을 하지 못했고,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라는 발언까지 하며 검찰에 공소사실의 재(再)정리를 요구했다.
 
  이날 변호인 측이 내놓은 ‘잘못된 계정’ 중엔 최근까지 꾸준히 글이 올라오는 일반인 추정 계정이 다수 발견됐다. 이 중엔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 오피니언(ChosunOpinion)’ 계정까지 포함됐다. 언론사 계정까지 국정원 트위터로 지목한 검찰 수사를 놓고 한 좌(左) 성향 인터넷 매체는 이날 기사에 “흔들리는 검찰”이란 제목을 달았다.
 
  지난 1월 1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트위터 계정에 의문이 많다”며 부실 수사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고, 검찰은 “최종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3주의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수개월간 추적해 기소했다는 이른바 ‘국정원 트위터’가 공소장이 변경된 지 3개월째 계정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1년 넘게 끌어온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 트위터 계정: 트위터를 운영하는 사람의 ID, 이름 등을 뜻함.(검찰이 기소한 계정 수는 2653개)
 
  ● 트위터 글: 트위터에 올린 글이나 이를 재전송(리트윗)한 것.(검찰이 기소한 글 수는 121만 개)
 
  ● 그룹활동: 3개 이상의 계정이 동시·동분·동초에 같은 내용의 글을 2회 이상 올린 경우(검찰 기준).
 
  ● 빅데이터 업체: 주기적으로 트위터 등 SNS 데이터베이스(DB)와 여러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하는 민간 기업.
 
  檢, “2634개 계정, 글 2200만 건” 주장
 
지난해 9월 민주당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조사특위’ 의원들이 “검찰이 확보해 추적 중인 트위터 계정”이라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왼쪽)과, 같은 해 10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검찰의 트위터 수사는 실체가 과장된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12년 12월 11일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거주지 제보로 시작된 ‘국정원 관련 의혹 사건’은 지난 한 해 각종 정쟁(政爭)과 논란의 핵심이었다. 수서경찰서의 권은희(權垠希) 수사과장은 ‘윗선의 수사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여론의 집중을 받았고, 검찰 특별수사팀의 팀장이었던 윤석열(尹錫悅) 여주지청장(現 대구고검 검사)의 항명(抗命)은 검찰 내분(內紛)으로까지 확대됐다. 야권(野圈)은 안철수(安哲秀) 의원을 필두로 특검(特檢)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미 국정조사까지 실시한 국회는 결국 여야(與野) 합의로 국정원개혁특위를 만들어 지금까지 정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야권은 명확한 근거 없이 채동욱(蔡東旭)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婚外子) 논란을 국정원 사건과 연결시키려 했다.
 
  복잡해 보이는 사건의 쟁점은 간단하다. 첫째는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대선 관련 트위터와 댓글을 작성했느냐고, 둘째는 원세훈 전 원장의 대선 개입 지시 여부다. ‘댓글’의 경우 검찰이 2013년 6월 “선거법 위반 댓글 건수 73개”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의 무게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 70여 명이 2012년 8월 말부터 12월 대선 직전까지 정부·여당을 옹호하거나 야당과 야권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1977개의 댓글을 올렸고, 이 중 73개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원 전 원장과 김용판(金用判)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기소했다.
 
  야권에서 국정원 측의 증거인멸과 경찰의 축소 수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이라고 주장하기엔 검찰이 확정한 ‘댓글 73개’는 초라한 수치였다. 국정원이 작성한 대다수 댓글이 북한정권과 종북(從北)에 대한 비판 내용이었음이 알려지면서 야권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때 등장한 것이 ‘트위터’다. 야권에서 2013년 초부터 제기해 온 ‘국정원 트위터 의혹’은 민주당이 9월 6일 “검찰이 국정원 직원 추정 402개의 트위터 계정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10월 18일 검찰 특별수사팀은 원 전 원장 혐의에 ‘트위터 선거 개입 부분’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됐다가 국정원의 이의제기로 석방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1차 공소장 변경 때 검찰이 제시한 트위터 글은 총 5만5689건이고, 계정은 383개였다. 이 숫자는 11월 21일 검찰이 “약 121만 건을 추가로 발견했다”며 공소장 재변경을 요구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2월 5일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활용한 트위터 계정은 총 2634개, 해당 계정의 글은 총 2200만여 건”이라고 밝히면서 파장이 크게 일었다. 이른바 ‘국정원 트위터’ 작성 글 수가 5만 건 → 121만 건 → 2200만 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월간조선》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른바 ‘국정원 직원 추정 트위터 계정’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취재해 왔다. 각종 해석이 분분한 ‘대선 개입 의혹’ 트위터 글들을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분류해 보려는 시도였다. 발단은 몇몇 인터넷 매체가 공개한 트위터 글에 대해 “상당히 편향적으로 왜곡해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는 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전문가의 제보였다.
 
  당시 인터넷엔 크게 두 부류의 ‘계정 정보’가 돌아다녔다. 야당 측이 ‘검찰 수사 계정’이라며 분석한 402개 계정과 한 인터넷 매체가 공개한 658개 계정이 있었다. 이 매체는 ‘국정원 확인 및 의심 트위터 계정 658개와 게시글 23만여 건’이란 제목의 데이터베이스(DB)를 지금도 공개하고 있다. 이 매체는 ‘검찰이 확인한 계정’이라며 402개 계정과 비교해 70%인 281개가 일치한다고 추가보도까지 내놓았다.
 
 
  민주당, 엉뚱한 트위터로 1년간 공세
 
2013년 12월 6일자 《한겨레》 1면에 실린 “국정원 트위터 글 2091만 건 더 있다”는 제목의 기사.
  트위터를 분석하려면 정확한 계정 수집이 필수다. 검찰 측 계정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기관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소속 의원실 등을 한 달 동안 수소문한 결과, 한 야당 의원 측으로부터 402개의 계정을 받을 수 있었다. SNS에 대해 상당한 전문성을 지닌 해당 의원 측 인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겠다”는 기자의 제안에 계정을 공개했다. 반면 당시 여당의 한 인사는 국정원 ‘트위터 계정’과 ‘글 개수’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야당 측으로부터 ‘검찰 측 계정’이라며 받은 계정 중 중복된 것들을 제외하면 총 400개가 나온다. 이를 국내 유력 빅데이터(big data) 업체를 통해 내용 및 관계망 분석을 시도했다. 그런데 본격적 분석을 하기도 전에 허점이 발견됐다. 기간에 따른 게시글 숫자가 검찰 측 발표와 서로 맞지 않았다. 해당 400개 계정 자체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검찰 측이 수사한 기초계정(414개 중 383개)과 야당 측이 분석한 계정(402개)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작년 트위터 의혹이 불거진 후 다수 언론은 이 402개 계정을 검찰 수사 대상으로 전제하고 관련 분석 기사를 쏟아낸 바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 단독입수한 검찰 측 계정 383개를 야당 측이 공개한 400개 계정 및 인터넷 매체가 공개한 658개 계정과 비교했다. 그 결과 야당 측 계정과 일치한 것은 133개로 33% 적중, 인터넷 매체의 계정과 일치한 것은 195개로 30% 적중에 불과했다. 야권에서 지난해 연일 공세를 펼치며 지목한 트위터 내용 중 정작 3분의 2는 검찰 측 자료와 달랐던 셈이다.
 
  검찰이 이른바 ‘그룹 활동’으로 확장한 계정 2653개 전체를 야당 측 계정 400개와 비교할 경우, 335개가 포함돼 84%가 적중한다. 인터넷 매체의 계정은 423개가 포함돼 64%가 적중했다. 하지만 검찰이 그룹으로 확장한 계정의 경우 추출 논리에 많은 허점이 발견돼 그 신뢰성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공판 과정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검찰의 트위터 계정 추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트위터 글 약 2800만 건과 기존 검찰 사이버범죄수사 모니터링에 의해 수집한 글 약 570만 건을 합쳐 약 3200만 건을 기초 자료로 설정했다. 시기는 2012년 9월부터 12월까지를 기준으로 했으며, 대상 계정은 120만 개에 이른다.
 
  검찰은 국정원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등 내용을 기초로 특정 키워드 70여 개를 추출해 해당 단어를 자주 사용한 계정을 추출한 후, 동일한 아이디로 포털에서 활동하는 자들을 추적해 13개의 계정(1차)과 20개 그룹의 계정 389개(2차)를 특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알아낸 국정원 직원 추정 이메일을 압수, 첨부문건에서 발견된 414개의 트위터 계정을 ‘국정원 운영 또는 관리 계정’으로 지목했다. 이를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압수하거나 임의제출 받은 데이터에 대입해 24만 건의 트위터 글을 추출했다. 이 글 중 정치 또는 대선 개입이라고 판단한 5만5689건을 범죄사실로 특정한 것이다. 이 글들이 첫 번째 공소장 변경 때 추가된 내용이다.
 
  문제는 해당 5만5689건 중 3만1000건이 철회됐다는 점이다. 기소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414개 계정을 중심으로 보다 확실한 내용의 트윗과 계정을 좁혀나가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검찰은 다른 방법을 통해 그 범위를 더욱 넓혀나갔다. 이른바 ‘그룹 활동 계정’을 지목해 계정을 추가로 추출했다.
 
 
  검찰의 계정 추출 과정
 
검찰의 ‘국정원 트위터’ 수사 과정. 최근 공판 과정에서 논리적 허점이 다수 발견돼 재판부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414개 계정 중 그룹 활동 정황이 있는 364개를 따로 뽑아냈다. 기준은 3개 이상 계정이 동시에 트윗 또는 리트윗한 것이다. 그리고 이 364개를 기준으로 3개 이상 계정이 동시에 두 차례 이상 활동한 계정을 추가로 추출해 이를 ‘1차 그룹계정’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1차 그룹계정’에 ‘3개 이상 계정 2회 동시 활동’ 기준을 한 번 더 적용해 ‘2차 그룹계정’을 추가했다. 이렇게 추출한 1·2차 그룹계정이 총 2270개다.
 
  검찰은 기초계정 364개에 그룹계정 2270개를 더한 후, 국정원 직원이 검찰 조사에서 인정했다는 19개 계정을 추가해 총 2653개 계정을 확정했다. 19개 계정은 처음 414개에는 포함됐으나, 364개 계정엔 뽑히지 않은 것들이다. 검찰은 383개 기초계정(364+19개)에서 추출한 240만 건 중 그룹 활동을 한 12만 건과 2270개 계정에서 추출한 모든 글 2200만 건 중 기초계정 트윗 12만 건을 동시에 트윗 또는 리트윗한 109만 건을 합쳐 총 121만 건을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관련 글’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그림〉
 
  검찰의 ‘그룹 활동 계정’ 추출 방식엔 많은 의문점이 제기된다. ▲처음 제외한 50개 계정 중 19개 계정이 진술 등으로 다시 포함됐다면, 산출 방식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한 것인데 기존 방식을 고수한 이유가 무엇인지 ▲‘3개 이상 계정 2회 이상 동시 트윗 또는 리트윗’이란 그룹 활동 기준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룹 활동’을 추출할 때 1~2차까지만 실시하고 3차 추출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룹 활동’만으로 다수 계정을 국정원 것으로 특정 가능한지 여부 등이다.
 
  과거 공안사건을 수차례 맡았던 전직 수사관계자는 “이번 검찰의 트위터 수사는 증거와 입증이란 수사의 기본을 저버리고, 가정과 추론을 통해 범행을 확정하는 오류를 저질렀다”며 “공수(攻守)가 바뀐 사건이었다면 이미 여론의 역풍을 크게 맞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컴퓨터 법의학) 전문가들이 제시한 정상적인 수사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우선 이메일 계정을 통해 입수한 ‘의심 계정’ 414개를 트위터 본사(本社)나 한미(韓美) 양국 법무부, 또는 그에 준하는 기관과의 공조·협조를 통해 계정에 대한 가입정보를 확보한다. ②해당 계정 아이디 또는 가입 이메일 등을 국내 포털사(社)와 관련업체 압수수색을 통해 가입자 신원 및 접속 아이피(IP) 주소와 시간대 정보를 추적한다. ③이렇게 선별된 인적정보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 공무원 여부를 식별한다.
 
  ④공무원으로 확인된 명단을 국정원 측에 통보해 국정원 직원으로 최종 확인된 자를 소환 또는 체포해 조사한다. ⑤직원의 증언과 압수 및 임의제출 등 적법절차를 통해 수집한 증거 등을 근거로 트위터 계정과 내용을 확인해 기소한다.
 
  해당 트위터 계정과 건수를 공표하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을 마친 후에 이뤄지는 게 상식이다.
 
 
  재판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난 1월 1일 새벽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국정원법 개정안 등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7개 법안을 가결시켰다.
  국내 최초로 사이버수사대를 창설한 이정남(李楨南) 한국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 사무국장은 “디지털 증거는 쉽게 위·변조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증거의 무결성(無缺性)과 동일성(同一性)이 필수”라며 “검찰이 트위터 본사 서버가 아닌 빅데이터 업체를 통해 수집한 정보의 ‘동일성’과 ‘무결성’도 검증 대상이지만, 계정 자체를 추론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에도 허점이 다수 드러나 증거로 인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현재까지 알려진 검찰의 트위터 특정 과정은 수사의 ABC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최근 공안사건 추세는 피압수자가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과 동일성을 집중 공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같은 사건을 만약 ‘민변’이 변호하고 국정원이 수사했다면 국정원 수사 담당자는 징계를 받고 사건은 공소기각 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포렌식 수사 전문가 A씨는 “지난 10여 년간 국정원은 선별압수와 전문증거(傳聞證據)법칙 등 법리적 허점을 두고 ‘민변’과 집요한 공방을 벌여와 관련 내공이 상당하다”며 “1960년대 기준으로 정해진 구법(舊法)이 디지털 증거 분야에서 ‘양날의 검’이 된 이상 검찰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합리적 증거로 공판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판부도 검찰에 비슷한 취지의 지적을 하고 있다.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 “논리적 하자가 없다는 검증이 끝나야 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죄 입증 틀을 제시하라”는 등 수차례 충고했지만, 검찰은 그때마다 “입증에 자신 있다” “우연성을 제거하고 의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답하다 결국 최근 공판에서 “3주의 시간을 달라”며 한발 물러섰다.
 
  현재 원 전 원장의 변호인 측은 트위터 계정의 허점 외에도 ▲빅데이터 업체 수집 증거의 무결성과 동일성 여부 ▲압수수색 및 임의제출 범위를 넘어선 증거자료 수집 ▲사인(私人)인 커뮤니티 운영자가 포렌식 절차 없이 임의제출한 서버 보관 정보의 무결성 여부 등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사건은 크게 ‘댓글’과 ‘트위터’로 나뉜다. 댓글의 경우 구체적인 공소내용이 확정돼 해당 댓글에 대한 국정원장의 지시 여부에 대해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공방을 사실상 마친 상태다. 하지만 트위터의 경우 ‘횡적(橫的) 요소’인 공소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종적(縱的) 요소’인 원장 지시 여부는 아직 언급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34% 작성한 360개 계정, 현재도 가동 中
 
  《월간조선》은 검찰 측이 제시한 계정을 한 빅데이터 전문기업에 분석 의뢰했다. 해당 기업은 트위터 본사 데이터에 상당히 근접한 수치와 정보를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트위터 계정이라 알려진 ‘스크린 네임(screen name)’을 분석하지 않고, 8~10자리 숫자로 구성된 고유 ID를 기준으로 추출해 신뢰성을 높였다.
 
  검찰 측 계정 2653개를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이들 계정은 리트윗을 포함해 총 2249만 건의 트윗 글을 작성했다. 이 계정들을 ‘구독’하는 팔로어 총수는 289만 개 계정이며, 이들이 구독하는 팔로잉 총수는 308만 개다.
 
  계정 한 개당 평균 작성 트윗 글(또는 리트윗) 수는 1만2121개였다. 평균 팔로어 계정 수는 1910개, 팔로잉은 2035개다.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계정은 이른바 ‘맞팔 사이트’를 통해 팔로어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이 처음 기준으로 삼은 364개 계정이 작성한 트윗과 리트윗은 총 215만 건이고, 국정원 직원이 검찰 조사에서 인정했다는 19개 계정이 작성한 (리)트윗은 1만2821건이다. 검찰은 이 두 가지 계정을 합친 383개를 기초계정으로 지목했는데, 기초계정의 총 (리)트윗 수는 216만 건이다.
 
  검찰이 ‘그룹 활동 정황’으로 추출한 ‘1·2차 그룹계정’ 2270개가 작성한 (리)트윗 수는 2034만 건이다. 전체 글의 10%는 ‘기초계정’이 작성했고, 90%는 ‘그룹계정’이 작성했다. 이 모든 수치는 정치나 대선 등 내용과 관련 없이 작성된 전체 글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문제는 2653개 중 359개의 계정이 삭제나 정지 없이 현재도 운영 중이란 점이다. “국정원 측이 계정 상당수(99%)를 정지 또는 삭제해 조직적 증거 없애기에 나섰다”는 일부 매체·야권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전체 계정의 14%인 이들이 작성한 트윗 글 수는 총 766만 건으로, 전체 글의 34%에 이른다. 삭제되지 않은 계정들의 마지막 활동 시기는 2011년 12월 1일부터 조사 기준 시점인 2013년 12월 31일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총 54개의 계정은 최근까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전체 계정의 2% 정도밖에 안 되는 숫자이지만, 이 계정이 최근까지 작성한 글은 152만 건으로, 전체 글의 7%에 달한다. 이들 트위터엔 염수정(廉洙政) 추기경 서임을 기념하거나 의료 법인 영리화 및 교학사 교과서 논란 등 최근 이슈에 대한 트윗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도 트윗을 계속한다는 것은 국정원 직원이 아닌 일반인 계정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의미다.
 
  총 56개의 계정은 ‘정보 없음’으로 따로 분류됐다. 빅데이터 분석팀은 이에 대해 ▲기존 계정과 팔로 관계가 전혀 없는 경우 ▲트위터 글을 전혀 작성하지 않는 계정 ▲한글로 된 트윗이 일정 수 이상 없는 외국인 추정 계정 ▲수집 주기 사이에 일시적으로 계정 생성 후 바로 삭제한 경우 등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93%가 선거·정치와 무관”
 
지난해 8월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 첫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하늘색 수의(囚衣)를 입은 채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법정에선 사진 촬영이 불가해 삽화로 대신했다.)
  디지털 증거 관련 사건에 다년간 참여해 온 전직 수사관계자 B씨는 “디지털 증거의 경우 재판부는 조금이라도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발견되면 증거에서 제외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수년간 첨단 정밀 수사기법이 발전해 왔는데, 이번 검찰의 수사 과정은 이를 역행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B씨는 “디지털 증거는 단 1%라도 아닐 가능성이 나오면 제외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라며 “가설과 추론은 학술연구에서도 그 적용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사의 경우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1심 재판에선 트위터 계정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내용에 대한 공방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상태다. 변호인과 국정원 측은 공소장에 적시된 트위터 글의 내용에도 다수 왜곡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국정원 측은 “검찰이 기소한 121만 건 중 93%에 달하는 113만 건이 선거나 정치와는 관련 없다”며 “검찰이 실제 내용보다는 ‘특정 키워드’ 중심으로 자의적 분류를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측은 113만 건 중 ▲FTA 등 유언비어나 왜곡사실 유포에 대한 대응이 56만 건(46%) ▲NLL 무력화 등 안보현안 대응이 23만 건(19%)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사회혼란 선동 대응이 20만 건(17%) ▲원전 수출과 GCF 사무국 유치 등 국정 성과 폄훼 차단이 13만 건(11%) ▲경제 및 국제 뉴스 등 단순 사실보도가 1400여 건(0.1%)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측은 ‘자의적 분류’의 구체적 사례로 ‘한미 FTA 찬성’ 내용 트윗을 ‘민주당 반대’나 ‘새누리당 지지’ 등으로 분류하거나 ‘제주해군기지 지지’ 내용을 ‘민주당·통진당 반대’로 분류한 사례를 꼽았다. 국정원이 공개한 반박자료엔 북한의 핵·장거리 미사일을 비난한 것이 ‘통진당 비난’으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규탄한 것이 ‘문재인 반대’ 또는 ‘이명박 지지’로, 북한인권법과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글들을 ‘민주당·통진당 지지’로 분류한 사례가 실렸다.
 
  예를 들면 “이 대통령 ‘북 도발하면 백배, 천배 보복’”이란 트윗을 ‘이명박 대통령 등 지지’로 분류하고, “제주해군기지, 해양주권 수호 첫걸음”이란 내용을 ‘민주당 반대’로 분류하는 식이다. 국정원 측은 “‘문, 새정치 위원회 발족’이란 글을 ‘문재인 반대’로 지목하는 등 4217건의 글은 ‘야당·야당후보 지지’를 ‘비판’으로, 또는 ‘여당·여당후보 비판’을 ‘지지’로 오(誤)분류했다”고 덧붙였다.
 
 
  “檢, 숫자에 연연 말아야”
 
  ‘121만 건’이란 숫자는 파급력이 컸다. 이 숫자가 나오자 민주당은 황교안(黃敎安) 법무장관과 남재준(南在俊)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한 보수언론은 사설을 통해 “‘일부 개인의 일탈 행위’라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설명은 그 규모와 방식으로 볼 때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거 개입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에 국정원 측을 옹호하던 상당수 국민이 ‘대선 개입 정황’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논리적 허점이 공개되면서 ‘121만 건’이란 숫자에 대한 신빙성도 그만큼 낮아지고 있다. 성급한 기소와 반복된 내용 변경은 이미 국가적 분열을 초래한 상태다.
 
  ‘개인적 일탈’이든 ‘조직적 개입’이든 일부 국정원 직원이 문제가 될 만한 트위터 글을 게시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직접 작성 139건과 리트윗을 합해 총 2233건을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내놓은 121만 건 중 93%가 선거·정치와 무관하다고 국정원 측이 주장했다면, 최소 7%는 문제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기초로 수사를 강화해 최종 계정과 글을 특정하고, 거기다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히면 된다.
 
  북한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비롯해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직접 운영 친북 사이트,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 등을 거점으로 무차별 대남(對南)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정보전사’로 불리는 북한의 사이버심리전 요원들은 반미(反美)·친북(親北) 성향이 강한 게시물을 대량 작성하는 등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진보세력으로 위장해 남남(南南)갈등을 조장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명확하지 않은 근거로 국가기관의 대북심리전 역량을 무력화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안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 검찰이 보다 정확하고 섬세한 수사를 해야 하는 이유다.
 
  한 좌 성향 신문은 최근 재판에서 고전하는 검찰을 두고 “‘121만 건’ 방대한 양에 발목 잡힌 검찰”이라고 표현했다. 변호인이 검찰에 “핵심쟁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소사실을 빨리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재판부가 거듭 요청한 것처럼, 검찰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정확한 트위터 글 내용과 작성자, 그리고 작성 경위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히면 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다수 전문가는 “검찰이 규모에 집착할수록 역풍을 맞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도 ‘정확한 진실’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판단은 재판부와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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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계문    (2014-01-19) 찬성 : 79   반대 : 72
국정원댓글을 대선개입이라고 몰고간 것은 제2의 김대업병풍사건같은 음모가 미수에 끝친 것이 아닌가 싶네요세상사는사필귀정(事必歸正)이 아니던 가요

2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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