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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평양發 마약 커넥션의 내막

국가기관이 헤로인ㆍ필로폰 밀조ㆍ밀매를 주관하는 세계 유일의 사례 연구

이홍    h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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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적 추싱號가 북한을 경유, 두 번에 걸쳐 부산항에 141kg의 필로폰 나르다 적발
● 매월 필로폰, 헤로인 각각 1t씩 생산(탈북자 증언)
● 노동당 39호실이 마약 제조·밀매의 총본산
● 북한 함정에서 헤로인 구입한 대만 順吉發號 사건 내막
● 1995년 독일에서 수입한 에페드린 15t은 2억 명 감기 치료할 수 있는 분량
● 마약 밀매로 한 해에 4억 달러 정도 외화 수입 가능
두 번이나 마약을 실어나른 중국 배
  2001년 11월2일 검찰과 세관 합동수사팀은 중국 船籍(선적) 추싱號가 부산항에 내려놓은 컨테이너 속에서 필로폰(일명 히로뽕) 91kg을 찾아 내 압수했다. 필로폰 91kg은 당시까지 국내에서 적발한 것으로는 최대규모로 약 300만 명이 일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필로폰 압수 규모를 볼 때 엄청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사당국의 발표가 없었다. 당연히 국내언론에선 이 사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50여 일이 지난 후인 그 해 12월27일 검찰은 비로소 공식적인 발표를 했다.
 
  『필로폰 91kg을 압수했는데 그 필로폰은 두만강 부근 국경지대의 중국지역에 위치한 벽돌공장으로 위장한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졌으며 최종 행선지는 필리핀으로 밝혀졌다』는 것이 검찰 발표의 요지였다. 발표에선 그 배의 출항지가 북한이었다는 점과 배의 이름, 후속조치 내용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그 배의 출항지가 함경북도 나진이었다는 사실은 2002년 4월에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실이 밝혀질 때 검찰의 한 관계자는 『2001년 말 검찰 내부에서 북한과의 분쟁 가능성을 들어 출항지 등을 공개하지 말자는 의견이 제기됐다』면서 『마약 운송선의 이름과 출항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검찰 자체 판단인지 다른 기관이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햇볕정책이란 명목으로 북한의 비위를 건드릴 어떤 조처도 피하려 했던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6월4일 국내 신문들은 「부산항에서 수천억대 필로폰 적발」이란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 나진을 출항한 중국 선적 추싱호가 부산항에 내려놓은 컨테이너에서 필로폰 50kg을 적발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사건 역시 검찰이나 세관 측이 발표한 것이 아니었다. 기자들이 냄새를 맡고 쓴 기사였다.
 
 
 
 北韓産 추정과 北韓産과의 차이
 
  두 사건은 닮은 점이 너무 많다. 우선 필로폰을 실어 나른 배가 추싱호로 같다. 추싱호는 중국 선적의 2000t급 정기화물선으로 열흘에 한 번 정도 북한 나진과 부산을 오가는 배다. 컨테이너 속에서 필로폰을 적발했다는 점도 동일하다. 2001년 당시에는 컨테이너의 물품 속에 필로폰이 숨겨져 있었다. 중국산 당면 13t이 육로를 통해 나진까지 운송됐고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로 포장된 것이었다. 이번 사건에선 어떤 물품과 섞여 있었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첩보에 의해 우리 수사팀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추싱호가 부산항에 입항하자마자 탐색에 나서 적발해 냈다는 점도 동일하다. 수사팀은 이 배에 실린 필로폰이 110kg이란 첩보를 갖고 있어 나머지 60kg이 어디로 갔는지 현재 수사 중이다. 그리고 수사당국이 언론에 사건 전모를 밝히는 데 소극적이란 점도 비슷하다.
 
  두 사건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국내 마약 수사당국이 갖고 있는 시각이 그대로 나타난다. 『배가 북한 항구를 출항한 것은 사실이지만 필로폰 자체가 북한산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申炫秀(신현수) 대검 마약과장(부장검사)은 『두 사건에서 피의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고 검찰로선 피의자가 없는 사건을 다룬 만큼 북한산 여부를 판정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申과장은 『그동안 외국에서 나온 사례나 정황을 볼 때 개인적으로는 북한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있다는 心證(심증)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수사를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 검찰로선 현재까지 북한산 마약의 존재를 확정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한, 헤로인·필로폰 매월 1t씩 생산
 
  국내에선 북한산 마약의 존재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최근 외국에선 북한산 마약 관련 사건이 속출하면서 관심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터진 북한 관련 국제 마약사건만 해도 큰 것이 5개나 확인돼 있다. 2000년 2월 일본 시마네에서 북한산 필로폰 250kg을 적발한 것을 비롯해 ▲2002년 1월 북한에서 일본으로 해상운송 중이던 필로폰 151kg을 압수한 사건 ▲2002년 7월 북한 함정이 대만 어선에 헤로인 198봉지를 전달한 것을 대만경찰이 적발한 사건 ▲지난 4월 호주 경찰이 북한 선적 봉수호를 검색하면서 헤로인 125kg(50kg은 배에서 발견했고 75kg은 육지에서 찾아냈다)을 적발한 사건 ▲6월4일 부산항 필로폰 적발 사건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면면들이다. 적발된 사건마다 모두 필로폰이나 헤로인이 100kg이 넘는 초대형인 것이 특징이다.
 
  미국 상원은 지난 5월20일 재무관리-예산-국제안보 소위원회에서 「마약-위조지폐-무기확산에 관한 북한 커넥션」이란 청 문회를 열어 탈북자 2명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이 중 북한의 前 고위관리라고 밝힌 한 탈북자의 마약 관련 증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외화획득을 위해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으며 생산된 마약을 일본과 한국에 대량으로 팔고 있다. 金日成은 1980년대 초 함경북도 현지시찰에서 일제시대부터 양귀비를 재배했던 곳에서 다시 재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1997년 말에는 다음해부터 협동농장마다 10정보씩을 양귀비 재배에 할당하라는 지시가 중앙에서 내려왔다.
 
  북한은 헤로인과 필로폰을 매월 각각 1t씩 생산하며 생산된 헤로인은 336g 단위로 포장해 태국산으로 위장하고 있다. 필로폰은 1kg 단위로 파는데 생산국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북한은 마약을 중국과의 국경선을 통해 중국, 홍콩, 마카오, 러시아 등지에 팔고 있으며 서해와 동해를 통해 국제 마약밀매업자와 거래하고 있다.
 
  2001년 11월 남한 당국이 부산항에서 압수한 다량의 필로폰도 남한 당국은 그 마약이 중국산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은 북한산일 가능성이 높다>
 
 
 
 노동당 39호실이 마약 관장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외국 언론들도 「北韓發 마약」에 대한 특집기사를 많이 쓰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6월9일자에서 「Kim’s Rackets(金正日의 부정한 돈벌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의 「REAL(리얼)」이란 잡지도 「북조선 이권의 진상」이란 별책부록을 통해 「북조선이 만들고 야쿠자가 파는 각성제(필로폰), 그 밀매의 실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타임誌의 내용은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는 못했으나 그동안 북한 당국이 마약을 제조·밀매하는 과정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다음은 그 중요내용이다.
 
  <▲북한의 가장 큰 돈줄은 마약으로 러시아, 중국, 대만, 한국, 일본에 판다. 일본이 가장 큰 소비국으로 일본 내 유통 필로폰 중 3분의 1이 북한산이다. 북한산 필로폰은 질이 좋고 포장이 잘 돼 있는 편이다.
 
  ▲1977년 이래 20명이 넘는 북한 외교관이 마약에 관련돼 적발됐다. 관련국은 이집트, 베네수엘라, 잠비아, 라오스, 에티오피아 등 10개국이 넘는다.
 
  ▲지난 4월 호주 경찰에 적발된 봉수호에선 헤로인 50kg이 나왔고 선원 30여 명중 한 명이 노동당원이었다.
 
  ▲노동당 39호실이 외화획득의 총본산으로 마약제조·밀매에 관련이 있다. 이들은 대성총국이란 회사를 운영하며 빈 스타뱅크, 마카오 조광무역 등 해외에 9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탈북자의 증언으로는 지난 6년간 10억 달러를 마약으로 벌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원래 양귀비 재배를 통한 헤로인 제조에 먼저 눈을 떴으나 1990년대 말 홍수와 한발로 양귀비밭이 타격을 받게 되자 이후 필로폰 생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잡지는 북한산 마약이 최근 국제적인 중요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마약생산 등을 통해 외화획득이 가능했기 때문이고, 결국 마약 등 불법적 외화획득 수단의 차단 없이는 대량살상 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제는 북한산 마약을 단순히 「마약과의 전쟁」이란 차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汎세계적 전략목표인 「대량살상무기 확산금지」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 공작선 휴대전화로 야쿠자들과 연락
 
   일본 「REAL」誌에 실린 기사는 일본內에서 북한과 밀착관계를 갖고 있는 組暴 야쿠자 조직에 대한 추적이 주요 내용이다. 이 기사는 북한산 마약이 일본에 뿌리를 내리는 일차적인 여건으로 야쿠자 조직內에 在日교포가 많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일본에 있는 전국적인 24개 폭력조직중 네 개 조직을 在日교포 출신 두목이 지배하고 있으며, 야쿠자 구성원 중 2할이 在日교포이고 이 중 절반이 조총련계라는 것이다. 일본 폭력조직에 한국계가 많다는 점과 함께 이들의 수입원 중 중요한 것이 마약거래라는 점 때문에 북한과의 커넥션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 기사는 2001년 12월 일본 함정의 추적을 받다가 오미오지와 앞바다에서 침몰한 북한 공작선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싣고 있다.
 
  <침몰한 북한 공작선은 2002년 9월 기중기선을 이용해 인양됐는데 배 안에서 상륙용 소형 배, 수중 스쿠터, 휴대전화 등이 발견됐다. 휴대전화의 통화처를 추적한 결과 관동지방의 폭력단 멤버 외에 在日 조선-한국인의 휴대전화도 포함되었다. 야마구치 구미(注: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 계열의 한 간부는 『휴대전화 수신처 6곳 중 2건이 야마구치 구미 계열이고, 3건이 관동 지역 구미와의 통화였다. 그 공작선은 일본에 공작원을 상륙시키거나 데려오는 외에 일본 야쿠자에게 전화해서 각성제를 주문받거나 물건 인도를 위한 연락을 하는 임무를 띤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필로폰을 밀수·판매하는 조직이 권총도 끼워 팔기 때문에 같이 취급한다. 북한제로 알려진 이 권총은 舊소련의 토카레프를 기본으로 한 「68식」과 벨기에 FN社의 M1900을 기본으로 한 「64식」 두 가지가 있다.
 
  ▲金正日의 장남 김정남은 2001년 5월 도미니카 공화국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다가 국외 퇴거조치 당했는데 2000년 10월12일 「판시온」이란 중국 이름으로 밀입국한 바 있다. 그는 이때 전국 2위 폭력조직인 스미기치(住吉) 계통의 단체와 접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북한산 필로폰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97년 4월 북한 화물선 지손2호에서 70kg의 필로폰을 적발한 때부터이다. 당시 이 배에는 난수표와 암호문을 숨긴 북한 노동당원 2명이 타고 있었다.
 
  ▲이전에는 도인회나 규슈의 폭력단이 북한산 필로폰을 밀수해 왔으나 지금은 스미기치카이(住吉會), 이나가와카이(稻川會), 마쓰바카이(松葉會) 등 관동지역 조직들이 들여와 전국적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북한 함정에서 헤로인 인수
 
   1995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이 관련된 것으로 확인된 국제적 마약사건<표 참조>을 보면 흐름의 변화가 나타난다. 1990년대 말까지 북한의 마약 밀매에는 주로 외교관이나 무역관계자들이 개입했다. 그 이후는 외교관들이 배제된 채 해상을 통한 본격적인 공급체제로 들어서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적발된 사건은 모두 해상을 통한 마약 밀매였다. 특히 2002년 7월 대만 인근 해역서 일어난 順吉發號 사건은 북한 당국이 마약밀매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 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順吉發號 사건은 2002년 7월2일 대만 북부 선아오항에서 북한산 헤로인 198봉지를 압수하고 대만 밀매업자 9명을 구속시킨 사건이다. 그 후 이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 軍당국의 조직적인 개입이 밝혀져 충격을 준 바 있다. 대만 선적인 順吉發號는 북위 38~40도 사이의 북한 해역에서 북한 함정을 만나 그 함정 갑판에서 헤로인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 함정에는 정복을 입은 북한 해군 장병이 근무하고 있었고 여단장급 장교가 밀수범들을 도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 외에도 1997년 4월 일본에서 일어난 지손2호 사건, 올해 4월 호주에서 일어난 봉수호 사건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한 노동당원들이 적발되면서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 사실이 노출되었다.
 
 
 
 학생들 동원해 양귀비 진액 채취
 
  탈북자 증언을 종합해 봐도 북한産 마약은 당국의 주도하에 제조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북한 같은 폐쇄체제인 곳에서 더구나 金正日의 의지가 곧 국가의 지도이념이 되는 곳에서 金正日의 허가와 관장 없이 마약생산은 불가능한 것이다. 북한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2000년 초에 탈출한 A씨는 이렇게 말한다.
 
  『1999년에 나는 우리 반 학생들을 데리고 오후마다 청진 인근 협동농장에서 일하러 간 적이 있다. 당시 우리 학생들이 한 작업은 양귀비에서 진액을 뽑아 통에 모으는 일이었다. 양귀비는 「백도라지」, 「피라미돈」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모은 진액은 기관에서 수집해 갔고 이것이 청진 인근에 있는 나남제약공장으로 옮겨진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남한에서 보내 온 화학비료가 양귀비 재배에 쓰이는 것을 그 때 알았다.
 
  金正日은 1998년 초 「마약으로 자본주의를 평정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마약을 생산하는 것은 외화획득이 최우선의 목적이긴 하지만 그 부수효과로 미국·일본 같은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들을 마약으로 마비시켜 내부로부터 무너뜨리겠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산 마약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는 곳은 「노동당 39호실」이란 게 정설이다. 金正日 비자금과 黨자금 조성을 위한 외화획득이 主목적인 39호실은 대성총국 등을 운영하며 마약, 송이버섯, 산삼, 인삼 등을 외국에 팔고 필요물자를 구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이 획득하는 외화는 북한의 구조상 국가의 몫이라기보다는 金正日 개인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산과 유통이 일관체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즉 인민무력부, 사회안전부, 국가안전보위부 등 북한의 권력기관들이 독자적으로 마약을 생산·유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金正日을 위한 충성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이면 묵인할 수밖에 없고 북한 내부에 부패가 만연돼 있어 간부들의 몫챙기는 방법으로도 마약생산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은 종류가 수없이 많지만 현재 북한이 제조·밀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헤로인과 필로폰 두 가지다. 헤로인은 양귀비 꽃봉오리에 흠집을 내서 나온 아편 진액을 말려 정제한 것으로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자연산 마약이다. 현재 동남 아시아의 「황금의 트라이앵글」 지역,아프가니스탄, 중남미 등지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며 미국·유럽 등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반면 필로폰은 에페드린이란 물질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지는 화학제품이다. 일본의 나가기 하세요시 박사는 1886년 이 물질을 기초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의 학문적 명칭)을 합성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각성 효과가 뛰어나 戰時 군인이나 군용물자를 만드는 근로자에게 유용하다는 판단하에 1941년 대일본제약이 「히로뽕(필로폰의 일본식 표현)」이란 이름으로 대량으로 제조했다. 필로폰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민간에게 방출되면서 급격히 확산됐다. 중독성 환자가 수십만 명으로 늘어나자 일본 정부는 1951년 「각성제 단속법」을 제정해 단속하기 시작했다.
 
  일본內 생산이 타격을 받게 되자 1950년대 중반부터 필로폰 생산기지는 홍콩과 한국으로 이동했다. 초기에는 일본 기술자가 현지 출장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콩과 한국에서의 단속이 강화되자 대만으로 이동했고 다시 중국의 廣東(광동), 上海(상해), 福建省(복건성) 등으로 공급원이 바뀌었다. 중국은 아편전쟁의 악몽이 있기 때문에 아편 단속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각성제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 점차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필로폰이 미국에도 파고들어
 
   이로 인해 헤로인 공급지인 트라이앵글 지역과 중국 雲南省(운남성)이 공급거점으로 커 나갔고 북한도 1990년대 중반부터 필로폰 공급지로 등장, 지금은 가장 안정적인 공급거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필로폰은 미국이나 유럽에선 「아이스」,「크리스털」이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으나 아직은 헤로인이나 코카인보다 유통규모가 훨씬 작다. 대신 일본·한국·대만 등 東北亞권에선 필로폰이 마약류의 主流를 이루고 있고 일본이 가장 큰 소비국이자 피해국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미국·유럽 지역에서도 필로폰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각성제류는 필로폰 외에도 코카인이 있다. 코카인은 남미지역에서 나는 코카잎에서 추출·정제한 자연산 마약이다. 자연산이기 때문에 高價일 수밖에 없다. 코카인은 일단 사용을 하면 중독성이 높은 반면 필로폰은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약하면서 각성효과는 코카인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유럽의 低소득층에선 비싼 코카인 대신 필로폰을 점차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헤로인과 코카인의 원료기지인 동남아 트라이앵글 지역과 콜롬비아 등 남미지역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러나 미국도 최근 필로폰의 국내 확산을 만만찮은 위협으로 인식하게 됐고 그 중심에 북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산 마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美 국무성은 1999년 2월 발표한 「국제 마약 대책 전략보고」에서 『북한은 중국과의 국경 근처를 중심으로 4500~7000정보의 양귀비 밭을 갖고 있다. 이 규모로 볼 때 아편의 추정 생산량은 30~45t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귀비밭 규모의 추정은 첩보위성을 통한 사진을 판독함으로써 가능하다. 4500~7000정보 규모에,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집단농장 내에 있는 양귀비 밭이 포함된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양귀비 재배면적을 줄이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탈북자 A씨는 『최근에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양귀비 재배지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도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많은 식량을 얻어 먹는 판국에 마약문제로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고 말한다.
 
  양귀비 재배 지역은 위성사진으로 금방 판명 나는 이상 국제적 마찰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이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마약 생산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는 없다. 북한으로선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한 필로폰이란 무기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주관한 北韓産 필로폰은 최고 품질
 
   필로폰은 제조과정에서 엄청나게 냄새가 난다. 그래서 단속에 노출되기 쉽다. 북한은 다른 나라와 달리 국가 당국이 개입하고 있어 제조 과정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런 여유 때문에 제품의 純度(순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북한산 필로폰은 순도 99%가 넘는 高품질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 야쿠자 같은 필로폰 밀매업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질이 좋고 안정적인 공급원이란 장점 때문에 북한 당국과 줄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즉 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하기 위해 필수적인 에페드린을 독일, 인도,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이 끊임없이 필로폰 제조 의심을 받아온 것도 다량의 에페드린을 수입하는 과정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에페드린을 대량 유입한 첫 사례는 1995년 독일(또는 인도)에서 15t을 수입한 것이 꼽힌다. 에페드린은 진해 거담, 기관지 확장, 해열 진통에 효과가 있어 감기약에 많이 쓰인다. 북한이 수입한 15t이란 물량은 북한 인구 2200만 명이 모두 감기가 걸렸을 때 치료하는 데 쓰이는 분량의 10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1998년 5월 북한이 인도에서 2.5t 분량의 에페드린을 수입했다는 것은 탈북자들의 진술과 일본 경찰의 자료로 사실임이 확인됐다. 북한 외교당국의 고위관리 출신인 B씨는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1998년 보위사령부 산하의 수정회사란 위장 마약 제조회사가 인도로부터 에페드린 2.5t을 수입했다. 에페드린은 인도에서 태국의 방콕공항에 도착했고 이 화물을 실어 나를 북한 비행기도 당시 현지에 있었다. 이때 태국 정부가 이의를 제기했다. 화물내용에 대해 미리 신고를 하지 않아 압수한다는 것이었다. 북한 측은 이 원료물질이 감기약 제조용이라고 우겼다. 결국 태국 정부는 6개월 후에 이 물건을 북한 측에 넘겨 주었다』(일본 REAL지는 이 내용과 관련된 기사에서 다소 다른 표현을 하고 있다. 일시는 1997년 5월이고 수입요청은 북한 화학공업성 약품산업총국에서 했으며 수입물량은 8t이라는 것이다. 또 인도에서 에페드린을 판매한 회사는 KREB라고 밝히고 있다-편집자 注)
 
  유엔 산하 마약기구는 마약으로 전용이 가능한 원료물질의 국제적 이동에 대해선 회원국에 감시·보고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북한은 마약기구에 가입해 있지 않아 이런 물질의 이동에 대해 보고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독일, 태국, 중국 등은 모두 마약기구 가맹국이다. 이들로선 에페드린처럼 필로폰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물질의 이동을 감시하고 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북한 측 의도가 노출되기 쉽다. 태국 정부도 북한 측 의도를 읽었기 때문에 압수한 것이지만 결국 외교적 분쟁이 귀찮으니까 6개월이 지난 후에 물건을 돌려준 것이다.
 
  북한은 그 이후로는 에페드린 수입이 노출된 적이 없다. 이것은 필로폰 제조를 중지했다기보다는 제3者를 내세운 위장거래나 암시장에서의 거래를 선택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산 마약은 대부분 국영 제약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얘기다. 북한에는 市郡지역마다 크고 작은 제약공장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평양의 만년제약공장, 함경북도 나남제약공장, 평안남도 순천제약공장 등이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북자 A씨는 『평양 만년제약공장은 우황청심환 등 東醫學(우리의 한의학)계통 약을 만드는 데서 가장 큰 곳이다. 나남·순천제약공장은 마이신 등 洋藥(양약)을 만드는 곳으로 그 시설규모가 북한서 1,2위를 다툰다. 나는 나남제약공장에서 마약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확실히 들었지만 만년공장과 순천공장이 그런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 정보당국의 분석으로는 만년공장이 가장 규모가 큰 마약 제조처이며 1995년 에페드린 15t을 수입한 곳도 만년제약공장이라고 한다. 순천제약공장과 흥남제약공장, 두만강 주변에서도 필로폰과 헤로인이 제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마약기술자는 누구인가. 헤로인이나 필로폰도 역시 제조 노하우가 있게 마련이다. 그동안 한국의 필로폰 제조 기술자들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범죄와의 전쟁」 와중에 대부분 소탕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으로 가 현지에서 제조에 나선 사람도 있다. 북한은 이들 한국인 필로폰 제조 기술자 중 두 명을 북한으로 불러들여 제작에 임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헤로인은 역시 동남아시아가 主특기인지라 태국인이 맡고 있다는 설이 있다.
 
 
 
 최근엔 러시아-북해도 루트 이용
 
  필로폰이나 헤로인이 국제적 감시망에 놓인 불법제품인 이상 공개적으로 사고 팔 수는 없다. 그런 만큼 각국의 폭력·지하조직들이 이들을 은밀히 다루고 있으며 제조업자인 북한으로선 이들과의 교류가 불가피하다. 일본의 야쿠자, 중국의 삼합회, 대만의 죽련방 등이 이런 지하조직의 대표들이다. 한국의 조직폭력배는 아직 이들에 상응할 만한 세력이 없어 마약 밀매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산 마약이 공급되는 루트는 크게 다섯 가지가 꼽힌다. 첫째 마카오 조광무역 등 자체조직을 통한 거래, 둘째 동해를 통한 일본으로의 공급, 셋째 서해를 통한 대만·홍콩 등으로의 공급, 넷째 중국 丹東 등 국경지역에서의 직거래, 다섯째 한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의 공급 등이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를 경유해 북해도를 거쳐 일본 본토로 들어가는 루트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설이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동해를 통한 일본으로의 공급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필로폰 소비국이고 폭력조직이 잘 짜여 있는 나라인 만큼 북한으로선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대상이다. 북한과 일본 사이에는 비록 非정기적이지만 만경봉호 등 배가 오갈 수 있고 活魚(활어) 수출을 통해 물자의 교류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서해를 통한 대만·홍콩 등과의 거래는 2002년 順吉發號 사건으로 이미 잘 드러나 있다. 이 사건을 볼 때 북한 배가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기보다는 어선을 위장한 다른 나라 밀수선이 북한 영해로 들어가 마약을 접수하는 형식이 일상화돼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 丹東 등 국경도시를 통한 거래는 한국과 관련이 깊다. 현재 국내에 유입되는 필로폰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가져오는 것인데 이 중 상당수가 북한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국내 마약 수사당국은 다섯 건의 북한산 추정 필로폰 사건을 다룬 바 있다.
 
 
 
 北韓産 「추정」 필로폰 사건
 
  1997년 대구에서 필로폰 7kg를 압수한 사건을 시작으로 같은 해 대구에서 1.1kg 압수사건, 1998년 8월 서울에서 50g 압수사건, 1999년 2월 서울에서 600g 압수사건, 2002년 11월 성남에서 27kg을 11차례에 걸쳐 밀반입한 안모씨를 구속한 사건 등이다. 이 사건의 범인들이 중국 靑島(청도), 丹東 등에서 필로폰을 북한 사람으로부터 구입했다는 진술을 함으로써 「북한산 추정 필로폰 사건」으로 분류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북한산이라고 확정한 사건은 하나도 없다.
 
  한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것은 추싱호가 2001년 11월에 했던 방식이다.
 
  한국 검찰은 이 사건에서 적발된 필로폰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최종 목적지는 필리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경찰청의 마약담당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 국내 폭력조직은 두 가지 금기사항이 있다. 칼은 쓰지만 권총으로 무장하지 않는 것과 북한과의 직거래 형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권총으로 무장하고 북한과 마약거래를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 순간 박살이 난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결국 마약을 대개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해 들여오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일본 경유 마약은 너무 비싸 들어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
 
  추싱호를 통해 필리핀으로 갈 마약이 부산에서 적발된 것은 한국이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한국이 안보 상황 때문에 검문·검색이 아주 강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한국을 경유한 컨테이너나 물품에 대해선 크게 걱정을 안 하는 편이다. 그 점을 이용해 최근에는 한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마약을 보내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현재 국내 마약 중독률은 1만 명당 20명으로 미국(1만 명당 400명)이나 유럽, 일본에 비해 아주 낮은 편이다』
 
 
 
 마약 팔아 1년에 4억 달러 챙겨
 
  북한은 필로폰이나 헤로인 등 마약을 제조·밀매함으로써 과연 얼마나 벌고 있는 것인가. 정확한 통계를 알 방법이 없긴 하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중요 정보가 있는 탈북자의 증언으로는 북한이 매월 헤로인과 필로폰을 각각 1t씩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필로폰의 경우 도매가격이 육상에선 1kg당 1만 달러(약 1200만원), 해상에선 1만5000달러(약1800만원)에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밀수입돼 실수요자에게 팔릴 때는 수십 배로 뛴다.
 
  이런 도매가격으로 추정할 때 북한이 1년간 생산한 필로폰 12t을 모두 판다고 가정하면 약 1억2000만 달러 정도가 된다. 헤로인은 필로폰보다 2~3배 비싼 만큼 연간 12t을 모두 판다면 3억 달러 전후다. 북한은 미얀마,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 3위의 헤로인 수출국이라고 한다. 결국 북한이 모든 자원을 동원해 마약 제조·밀매로 얻어 낼 수 있는 외화는 연간 4억 달러(약 4800억원) 전후다. 그나마 생산한 것을 다 팔지도 못할 것이고 액수는 그 이하일 수밖에 없다.
 
  이 액수는 북한으로선 적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갖 욕을 다 먹고, 초등학생까지 동원해 양귀비 진액을 추출하는 처절한 노동착취의 과정을 거치고, 전투하듯 다른 나라 경찰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벌어들이는 代價로선 적다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런 불장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너무나 크다는 反證(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특별검사팀이 수사하고 있는 「對北 送金 사건」에서 DJ의 訪北(방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썼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액수는 북한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총동원돼 1년 내내 고생하며 마약으로 번 돈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 金正日이 DJ의 訪北을 마다할 리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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