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개인정보 노출 사태로 정치권 호출 이어져
⊙ ‘쿠팡 특별법’ 등 입법 이어지지만 소모적 논쟁에 그친다는 지적도

- 사진=쿠팡 홈페이지
한국 유통시장에서 쿠팡은 이제 단순한 전자상거래 기업으로만 보기 어렵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쿠팡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은 소비의 속도를 바꿨고, 주문 버튼 하나로 다음 날 물건을 받는 일은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서 쿠팡은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새벽배송 논쟁’이 쏘아올린 논란은 지난해 대규모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며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게 됐고, 각종 규제 논쟁의 단골 소재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에서는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도 번지는 분위기다. 쿠팡은 왜 정치권의 줄호출을 받게 됐고 한 기업의 경영 문제가 왜 번번이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쿠팡은 언제부터 정치권의 단골 호출 대상이 된 것일까.
새벽배송 논란이 쏘아올린 작은 공

사진=월간조선
쿠팡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른 계기 중 하나는 새벽배송 문제였다. 민주노총 택배노조 등은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이유로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은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발생한 쿠팡 퀵플렉서 사망 사건 등 잇따른 과로사 문제가 제기되면서 확산됐다. 노동자와 소비자, 정치권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공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해당 문제는 단순 쿠팡만의 문제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쿠팡 로켓배송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와 계약 방식이 제각각일 정도로 쿠팡 물류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은 다양한 고용지위를 가지고 있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공급체계와 고용양식도 복잡하다.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CFS)' 소속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집품‧포장해 간선차량에 싣는다. 이 상품들은 또다른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CLS)가 운영하는 지역별 물류터미널을 거친다. 하나의 상품이 배송노동자에게 제공되기 전에 쿠팡, CLS와 CFS라는 두 자회사와 대리점을 비롯한 여러 업체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로켓배송의 주 공정은 CFS와 CLS라는 두 자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쿠팡은 간선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 외에는 직고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물류 운영의 상당 부분이 자회사와 협력 구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노동환경 개선 논의 역시 복합적인 고용 구조를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야간 고정근무를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점을 들어 노동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산업 전반의 배송 체계와 소비자 편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맞선다.
정치권에서는 주로 과로사 문제와 새벽배송 제한 여부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최근에는 대형마트가 온라인 주문에 한해 영업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에도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해석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도 나온다.
기업마다 달라지는 정치권 메시지?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와 별도로 쿠팡은 지난해 말 약 3367만 명 회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을 겪었다. 이름과 연락처, 배송지 정보 등 일부 민감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파장이 컸다. 수사 결과, 중국 국적의 전직 개발자가 내부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무단 접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그인 시 발급되는 인증 토큰(JWT) 검증 체계의 허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쿠팡은 내부 유출자를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보완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대준 대표이사는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당시 임시 대표였던 해롤드 로저스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정보 유출을 한 직원에 대해) 퇴사 당시 모든 접근 권한을 회수했지만, 해당 인물이 정보를 빼돌려 결국 한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청문회와 합동조사 등이 이어졌고, 정부는 유출 규모가 3300만 건을 넘는다고 발표했다.
유출범의 국적이 중국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관련 질문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쿠팡의 범죄 행위자가 중국 사람이다. 어쩌라고요?”라며 “근거 없고 불필요하면 혐오 선동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엄히 제재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말하며 혐오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표현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개인정보 보호와 외국인 범죄 문제가 동시에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상징성을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다이소가 깨끗한나라와 함께 '10매 1000원' 생리대를 선보인다는 기사에 "깨끗한 나라에 감사하다"고 답변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X(옛 트위터) 갈무리
정치권과 쿠팡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는 생리대 가격 논쟁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생리대 가격 문제를 언급하자,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통해 관련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이후 지난 26일 다이소가 ‘100원 생리대’를 출시하자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치권의 메시지가 특정 기업의 행보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과, 단순한 정책 홍보 차원이라는 해석이 함께 제기됐다.
이밖에도 쿠팡을 둘러싼 소송과 입법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집단소송법 개정안과 정보보안 패키지 법안, 다크패턴 규제 법안,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온플법), 이른바 ‘쿠팡 특별법’으로 불리는 징벌적 과징금 강화 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다양한 규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플랫폼 산업 전반을 겨냥한 입법이라는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 쿠팡이 주요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모양새다.
쿠팡은 지금 한국사회의 여러 갈등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기업은 어느새 규제와 정치의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기업의 보안 관리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에 대한 법적‧제도적 책임을 묻는 일은 당연하다.
다만 논쟁이 특정 기업을 둘러싼 공방에만 머무른다면 근본적인 해법은 찾기 어렵다. 플랫폼 경제 시대에 소비자 편익과 노동 보호, 산업 경쟁과 공정 규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어떤 균형을 잡을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면, 논쟁은 다른 기업으로 옮겨갈 뿐이다. 쿠팡 논란은 결국 그 기준을 묻는 사례로 남고 있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