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취소 조윤제 대사에게 통보... 美의 '정의용 패싱'? : 월간조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한미동맹의 실질적인 공식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25일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볼턴 라인은 ‘미북정상회담 취소’라는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담이 취소된 뒤에도 두 사람 사이에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소식 역시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취임한 볼턴 보좌관의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과 정 실장 사이의 긴밀했던 관계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란 게 매체의 설명이다.

정의용 실장은 미북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앞둔 지난 21일 방미(訪美)길에서 기자들에게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지금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고 확신했다. ‘조선닷컴’은 “그 시점에 볼턴 보좌관은 미북정상회담을 중단시켜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볼턴 보좌관은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으로부터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는 발언을 들은 뒤였다. 김계관의 발언을 접한 볼턴 보좌관이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는 불문가지란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두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대립했고, 두 차례나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에 맞서 미북정상회담 무용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해 왔다고 한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회담 준비를 위한 사전 실무 협상장에 나오지도 않고 아무런 연락도 없으니 미국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눈여겨볼 것은 회담 취소 사실을 조윤제 주미대사에게 알린 점이다. 볼턴 보좌관은 회담 취소 사실을 전달하면서 정 실장이 아닌 조윤제 대사를 선택했다. ‘조선닷컴’은 “백악관은 회담 취소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동시에 우리 정부에 알렸지만, 그 경로가 주미대사였기 때문에 청와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최소 1~2단계가 추가됐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윤제 대사(왼쪽).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보가 주미 한국대사관으로 와서 우리에게 전달하는 데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트위터를 보고 회담 취소 사실을 최초로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25일 정오까지 쏟아진 ‘언제 미북정상회담 취소가 통보됐나’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났던 한 청와대 관계자는 “NSC가 정리한 후에야 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 NSC가 열린 뒤에야 조윤제 주미대사라는 전달 경로를 밝혔다. 청와대는 회담이 취소된 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 사이의 전화통화 사실을 묻는 질문을 받아도 즉답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오후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전화 통화를 했냐’는 물음에 대해 “여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하고 있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김정은의 단독회담이라 할 수 있는 3대3 회담에 정의용 실장은 배석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 양옆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