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홍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물류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미군함에 이어 민간선박까지 공격하자 코로나 엔데믹 이후 정상화됐던 해상물류비용까지 다시 치솟고 있다. 홍해는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지나는 수에즈 운하의 관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23일(현지 시각) 후티 반군이 미군함과 민간선박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한 지난 10월 7일 이후 각각 14·15번째 공격이다.

홍해를 둘러싼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세계 10대 해운사 모두 홍해 항로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가고 있다. 희망봉 우회 항로는 홍해 항로에 비해 뱃길이 5000㎞ 이상 길다. 화물 도착일도 7~10일 늦어진다. 

물류 비용 역시 불어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영국까지 해상운임은 이달 중순까지 2400달러(40피트 컨테이너기준) 수준에서 최근 1만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도에서 미국 동부해안까지 운임은 2000달러에서 7000달러로 치솟았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 차질로 국제 운임과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18일 미 해군 5함대를 주축으로 하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 설립을 발표하고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캐나다·바레인 등과 다국적 함대를 꾸리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24일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Maersk)가 홍해 항로 운항을 재개한다는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에 대해 "업계 전체에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지난 15일부터 홍해 항로 운행을 중단했다. 다만 머스크는 이번 성명에서 정확한 운행 재개일은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국내 기업 수출 차질이나 국내 물가 상승 등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21일 주요 선사 및 해운 단체들과 만나 홍해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운항을 권고했다. 업계 역시 정부 권고안을 받아들이며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22일 유럽-아시아 노선의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운항을 결정했다. HMM 측은 본지 통화에서 "우회 운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HMM과 같은 해운 동맹에 속해 있는 독일의 하파크로이트(Hapag-Lloyd)가 우회 운항을 최소 18일간 지속한다고 결정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HMM의 우회 운항 역시 내달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내 해운사 중 HMM·SK해운·현대LNG해운이 희망봉 우회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 해운사 모두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