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기자는 22대 총선을 반년 앞둔 시점에서 정치평론가들에게 총선 전망을 물었다. 대부분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유불리를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그때와는 달라진 점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도 여야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조금이나마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평론가들도 꽤 있었는데, 이유는 세 가지였다. 1) 서울이 인구고령화와 높은 부동산가격 등으로 여당에 유리한 분위기가 되고 있다 2) 여야 모두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여당이 세제개편 등으로 유권자들에게 ‘당근’을 줄 수 있다 3) 진보세력 사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과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수도권 판세를 볼 때 최다 의석을 보유한 경기도는 여전히 민주당이 우세이지만, 48석이 있는 서울은 여야가 엇비슷하거나 여당이 조금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수성향의 평론가들도, 진보성향의 평론가들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고 양 정당의 주요 인사들도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이 같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강서구가 보수정당에게 ‘험지’로 불리긴 하지만 다수의 보수정당 의원들이 탄생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구청장을 차지한 지역이다. 그리고 여당에서 지도부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해 후보를 도왔다. “힘있는 여당 후보가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정책적 뒷받침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 17%p라는 큰 차이로 패배했다. ‘여야가 팽팽한 구도이며 서울에서는 여당이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과 주장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물론 이번 보궐선거는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윤석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장관급 인사가 민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지난번 국민의힘이 이겼던 지역에서 이번에는 17%p 차이로 졌다는 것은 서울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로 국민의힘에 쇄신론이 불거질 것은 자명하다. 보수의 위기감은 더 확산될 것이고, '물갈이론'도 힘을 얻을 전망이다. 한동훈 법무장관을 향한 출마요구도 더 거세질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이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받아들여 개선한다면 총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보궐선거 승리로 우쭐해진 더불어민주당 역시 방심한다면 다시 위기로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