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심장병 앓는 캄보디아 소년을 안고 찍은 사진을 두고 야권 지지 성향 인사들이 영화배우이면서 자선 활동가였던 오드리 헵번을 따라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건희 여사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병을 앓는 소년의 집을 방문했다. 캄보디아 외교 당국이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 동행한 각국 정상 배우자를 대상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방문을 기획했지만, 김 여사는 관광 대신 심장병 환자를 방문했다. 김 여사는 캄보디아 소년에게 “건강해져서 한국에서 만나자”라며 잘 이겨내 달라고 격려했다. ‘생활고’를 겪는 소년의 가족에게는 “반드시 희망은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야 한다”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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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현지 일정 사진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김 여사가 병세가 완연하고, 손발이 앙상하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조차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캄보디아 소년을 안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발육이 좋지 않고, 영양 상태가 나쁘고, 심지어 병 때문에 야윈 아이를 만나면 자연스레 안는 동작이 나올 수밖에 없고, 김 여사를 수행한 이들은 각종 장면을 연이어 찍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잘 나온 사진을 공개하기 마련인데, 그 중 구도가 비슷한 사진을 놓고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했다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황교익씨는 13일, 이와 관련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각국 정상 배우자들은 회의 주최 국가의 의사를 존중하여 앙코르와트를 단체로 방문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만 혼자서 심장병 앓는 아이를 만나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했다”며 “캄보디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김건희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행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 외교 무대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해주기 바란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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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씨는 대표적인 ‘친(親)이재명’ 인사로 알려졌다. 2021년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 쿠팡 물류창고에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화하러 간 소방관이 실종된 상황에서 도정 총괄 책임자였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황씨의 유튜브 채널 ‘황교익TV’에 올릴 ‘떡볶이 먹방 영상’을 찍었고, 황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할 정도의 ‘친분’이 있는 사이다.
그런데 익히 알다시피 오드리 헵번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다. ‘가장 아름다운 20세기 여배우’로 꼽히기도 한다. 배우 은퇴 후에는 제3세계 오지를 다니며 자선 활동을 하는 등 아름다운 노년을 보냈다.
‘세계적인 명배우이자 자선 활동가’가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과 김 여사가 사진이 풍기는 인상이 비슷하다고 여겨 ‘헵번 코스프레’라고 한다면, 과연 유효한 ‘김건희 비난’이 될 수 있을까. 혹여 김 여사 사진을 보고 오드리 헵번을 떠올렸다가 이내 스스로 ‘정신 승리’를 위해 ‘코스프레’라고 애써 깎아내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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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진 구도에 그렇게도 집착하며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 운운하는 자들을 보며 떠올린 사진이 있다. 2012년 11월 26일,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소재 여성병원에 가서 신생아를 안고 웃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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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당시 문재인 후보는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를 껴안으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장갑도 착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남의 아이를 안고, 카메라 앞에 서서 윗니를 드러내며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려운 미소를 지었다. 이때 문 후보는 누굴 따라서 이 같은 행동을 하며 사진을 찍었을까. 김건희 여사 사진을 보며 '오드리 헵번'을 떠올릴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한 자들은 이 사진을 보며 누구를 연상할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