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이슈가 되고 있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지난 6일 언급하기 시작해 이준석 대표가 동조하면서 폐지론이 일었지만, 당내 여성 의원인 조수진 최고위원과 대선주자 윤희숙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소속인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전 청와대 대변인, 17,19대 국회의원)은 7일 <월간조선>과 만나 "야당 내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나온 것은 현 정부의 여성가족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2016년 1월까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그는 "여성가족부의 중점 업무는 여성 우대보다는 양성평등과 청소년-가족문제이고 그동안 여가부는 소외계층을 위한 역할을 해 왔다"며 "다만 이번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가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여성문제만 강조해 젠더갈등을 부추기면서 부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내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다.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원래 여성가족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 장관 시절 내가 중점을 뒀던 것은 양성평등, 청소년, 가족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들어 여성가족부가 이런 역할은 소홀히 하면서 젠더 이슈-성소수자 이슈 등에 집중하고 다른 정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여성가족부가 잘못 인식되는 쪽으로 굉장히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

-대선주자들과 당 대표가 직접 폐지론을 이야기했는데.

"여성가족부가 국민 사이에서 페미니스트 부처로 비춰진다고 본 것 아닐까 소외받는 계층을 위해 다른 부처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부처인데 그 점이 이번 정부 들어 잘못 인식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과거 80년대의 이념에 빠져 있고, 여성이 절대약자라는 당시의 인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시대가 바뀌었다. 너무 안타깝다."

-여가부 폐지론에는 반대하나. 

"여성가족부가 해 왔던 업무는 어느 부처에서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 해내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이름이나 부처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여성가족부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여성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계속 여성이 앞에 들어가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이름을 바꿀 필요도 있다. 나는 청소년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다."

-여가부 장관 시절 중점을 둔 정책은 무엇이었나.

"양성평등과 청소년 문제에 힘을 쏟았다. 특히 새롭게 한 것은 학교밖청소년 지원정책이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령기 청소년이 30만명이 넘고 매년 6만명 이상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들에게도 학교에서 행하는 진로-진학-취업교육, 기초학력 유지, 건강검진 등이 필요하지만 받지 못하고 있어 청소년증을 만들고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셧다운제(게임시간제한) 때문에 남성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는데.

"셧다운제 역시 청소년업무의 연장선상에서 만든 것이다. 제도권 밖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관시절 양성평등정책은.

"기존의 여성평등법을 양성평등법으로 바꿨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오히려 남성에게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법과 규칙이 있았다. 예를들면 육아휴직 등이다. 아빠도 육아휴직을 쓰고 회사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해 일-가정의 양립을 돕도록 제도로 만들었다.  남녀가 수령하는 재해보험금의 차이 등 불평등도 시정했다. 또 이혼시 아빠들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부분도 시정했다."

-33세로 국회에 입성, 재선을 하고 청와대 대변인과 장관까지 지내는 등 정치권에 오래 있었는데. 여가부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남녀는 함께 가야하는 평등한 존재인데, 최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현 정부는 과거 정치권의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에 남녀갈등까지 추가했다. 갈라치기를 하다 못해 남녀갈라치기까지 자행하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