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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기술' 세계적 권위자, '특허 빼돌렸다'는 혐의 벗었다

법원, 김진수 교수에게 무죄 선고... 공소사실 성립 않는다고 판단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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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교수는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는 건 강력한 힘이다. 향후 유전자 가위 기술로 세상이 송두리째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 전반, 특히 먹거리는 물론 건강과 외모까지 거의 모든 삶의 양식이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8년 초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김진수 전 단장. 사진=조선DB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김진수 전 유전체교정연구단장(現 기초과학연구원(IBS) 수석연구위원)을 상대로 제기된 특허 출원 절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김진수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구창모)는 4일 김진수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단장이 받은 혐의는 ▲국가 지원을 받아 연구한 특허 기술 3건을 자신이 창업해 주주로 있는 툴젠의 성과로 포장해 이전 ▲직무발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서울대·IBS 재식 시 성과를 툴젠으로 이전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에 사용 재료비를 IBS의 연구비로 결제 ▲IBS에서 8600만원 상당의 시료를 구입한 뒤 툴젠의 생산에 사용 등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공소사실이 모두 성립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허 기술 출원 과정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특허 기술에 대해 직무발명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절차나 의무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툴젠 측은 논란이 시작된 2018년 이전 2011년에 주식 10만주를 서울대 발전기금 형식으로 출연했고, 논란 후 3만주를 추가 기부하고 서울대와의 기술 제품 수익 공유·연구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IBS 단장으로 취임 후 IBS 사업비로 결제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IBS 사업비로 결제된 해당 비용은 현재 변제 절차가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무죄 판결에 대해 김 전 단장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건이라 재판부에서 고생이 많았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IBS 관계자는 무죄 판결에 대해 "김진수 수석연구위원이 단장으로서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게 할 수있도록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진수 전 단장과 관련한 의혹은 2018년 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겨레21'에서 '세계적 과학자가 수천억대 특허를 빼돌렸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법원이 김 전 단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들의 의혹 제기가 사실 무근임이 드러난 것이다.


김 전 단장은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김 전 단장을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로 선정했고, 2020년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A.다우드나가 유전자 가위에 대한 기여로 노벨화학상을 받을 때 김진수 전 단장이 함께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단장의 주요 성과로는 인간배아 유전자의 변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이 역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김 전 단장은 서울대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1997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삼성 생명과학 연구소(Samsung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에서 재직 1999년 생명공학기업 툴젠을 공동창업했다. 2005년부터는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있다가 2014년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으로 취임했다.


다음은 2018년 초 《월간조선》과 김진수 전 단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유전자가위 기술로 세상이 송두리째 바뀔 것”

 

유전자 가위 기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김진수(54)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으로부터 유전자가위 기술을 둘러싼 여러 문제의 해법을 들어보았다. 김진수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ㆍ석사를 마친 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메디슨)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진수 교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위한 인간 배아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추세지만 우리나라에선 다양한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기술이 완성돼 있지 않으면서 왜 위험하게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연구를 하는 건데 ‘기술을 다 완성한 뒤 위험성이 없고, 효용성이 확인된 다음에 적용하라’고 하면,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 생명윤리법 자체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연구조차 하지 말라는 식으로 돼 있다. 그러는 사이 외국은 계속해서 기술을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단 논란이 많은 인간 배아세포에 대한 실험은 뒤로 미루고 유전자가위 기술을 응용한, 성인을 위한 치료제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생명윤리법이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공청회에서 논의된 규제 완화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진수 교수의 설명이다.

 

“희소 난치병 22가지 외에 다른 질병에 대한 연구도 허용하겠다는 건데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잔여 배아’에 한해서만 연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잔여 배아는 인공수정 클리닉에서 보관하고 있어 유전자형을 알 수가 없다.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그 돌연변이를 유전자가위로 교정해야 하는데 유전자형을 모르면 정상인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어 연구를 진행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자신의 정자나 난자를 연구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연구 목적으로 배아를 만드는 행위 자체를 불법화하고 있지 않나.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겠다고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 ‘포지티브 규제’는 ‘~만 할 수 있다’고 ‘네거티브 규제’는 ‘~는 못하게 한다’이다.

네거티브 규제가 훨씬 완화된 것이긴 하나 유전자가위 기술은 잔여 배아만으론 아무것도 못한다는 게 맹점이다. 잔여 배아만이 아닌 새로운 배아를 통해 유전자가위 기술의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어도 도움이 안 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생명윤리법을 개정해 성인에 대한 유전자가위를 치료 부문은 법령 개정을 통해 완화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인간배아에 대한 논의는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일단 성인에 대한 임상실험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당사자와 부모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전병으로 절박해 하는 이들의 의견을 정부와 국회가 수렴한다면, 유전자가위 기술 적용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수 교수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GMO”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선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GMO 농작물이 활발히 재배돼 한국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미국에선 유전자가위 기술로 재배된 GMO 농작물이 규제 대상이 아닌데, 한국에서 이를 GMO 규제대상에 포함하면 자칫 통상마찰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교수는 또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인이 소액의 장비만 갖추면 곤충이나 어류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다. 유전자가 편집된 생물을 생태계에 방출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아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김진수 교수는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는 건 강력한 힘이다. 향후 유전자가위 기술로 세상이 송두리째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 전반, 특히 먹거리는 물론 건강과 외모까지 거의 모든 삶의 양식이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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