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를 향해 했던 성적 언동이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결정한지 6개월 만의 결론이다. 

인권위는 25일 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했으며 약 5시간 만에 의결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과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이같은 결론을 낸 근거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증거자료와 참고인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했고 상급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희롱과 연관된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젊은 여성만을 관행처럼 비서로 발탁하는 서울시 비서 운용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20~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왔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업무 등 사적 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하는 등 잘못된 성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또 인권위는 서울시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런 서울시의 행위를 피해자의 2차 피해로 명시했다.

인권위는 심의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등 관계 기관에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개선 권고를 의결했다. 서울시는 이날 “인권위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공식 입장을 오는 26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