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갤럽 조사, 시·도지사 중 시민 지지율(긍정평가) 74%로 독보적 1위
⊙ “중공업도시 울산을 첨단산업과 문화의 도시로 만들 터”
⊙ “2014 지방선거 당시 다들 자의반 타의반 출마… 잠룡들 득실대는 시·도지사 전체회의는
늘 불꽃튀는 경쟁의 場”
⊙ “州知事 행정경험 후 대통령 도전하는 미국式 정치모델 바람직”
金起炫
⊙ 57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 대구지법,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 역임.
⊙ 17·18·19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대변인, 정책위의장 역임.
⊙ “중공업도시 울산을 첨단산업과 문화의 도시로 만들 터”
⊙ “2014 지방선거 당시 다들 자의반 타의반 출마… 잠룡들 득실대는 시·도지사 전체회의는
늘 불꽃튀는 경쟁의 場”
⊙ “州知事 행정경험 후 대통령 도전하는 미국式 정치모델 바람직”
金起炫
⊙ 57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 대구지법,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 역임.
⊙ 17·18·19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대변인, 정책위의장 역임.
2014년 7월 임기를 시작한 민선6기 광역단체장 중에는 유난히 대권주자를 일컫는 ‘잠룡(潛龍)’이 많다. 야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있고, 여권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누구 하나 빼놓기 힘들 정도로 중앙정치권에서 맹활약하던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이들 사이에서 높은 실적 및 지지도를 무기로 저변을 넓혀 가는 인물이 3선 의원 및 여당 대변인·정책위의장 출신인 김기현 울산시장이다. 그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65.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영남권이지만 노동자 계층이 많아 야권 성향이 강한 울산에서 지금까지 시장으로 선출된 인물 중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15년 하반기 갤럽이 조사한 전국 시·도지사 직무평가에서 그는 긍정적 평가(지지) 74%로 전국 시·도지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같은 조사에서 2014년 하반기, 2015년 상반기에 이어 계속 7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며 세 번째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여당 시·도지사들의 인기가 시들한 데다 울산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조선·석유화학·자동차 산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시민들에게 유독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들어 울산 및 경남지역 언론들은 김 시장에 대해 “그의 높은 지지율은 폭넓은 중앙 인맥을 바탕으로 최대 규모의 국가예산 확보, 투자유치 등의 성과에다 현장 시정(市政)을 통한 소통에 역점을 둔 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잇달아 분석하고 있다.
한 지역언론은 “차차기 대선(大選) 새누리당 잠룡인 남경필·홍준표 지사가 그동안 여러 가지 구설로 추락하면서 김기현 시장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야권에 박원순 안희정 김두관 등 시·도지사 출신의 유력 잠룡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도 경쟁력 있는 김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 출신의 기자의 한 지인도 “울산시민들은 대구·경북, 포항, 부산 등 영남권 주요 지역이 모두 정권을 잡아 봤는데 제일 잘사는 울산은 소외되고 있다는 마음이 있다”며 “학력, 경력, 성과 등으로 볼 때 김기현 시장은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시장도 다른 시·도지사들처럼 대권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를 여의도 국회 인근 한 빌딩의 울산시 서울본부에서 만났다.
돈 끌어오는 데 남다른 재주
김기현 시장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생하긴 했지만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았다는 그의 첫인상은 ‘동안(童顔)의 모범생’이었다. 인터뷰에 배석한 울산시 서울본부 박인규 국장은 “울산은 고래가 많아 고래도시로 불리기도 하는데, 시장님은 소통능력, 친화력 등 여러가지로 볼 때 스마트한 돌고래 같은 이미지”라고 했다. 울산은 중공업 중심의 산업도시인 만큼 먼저 각종 경제적 성과와 실적에 대해 질문했다.
—전세계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투자유치 실적이 늘었다고요.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지난 한 해(2015) 동안 외국기업 15개사를 비롯해 총 73개사 3조399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2634명의 고용을 창출했지요. 취임하고 1년반 동안 이뤄 낸 투자유치가 총 6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2015년에는 외국인투자유치 최우수지자체로 선정돼 대통령 기관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비결이라면 제가 그동안 출장만 지구 네 바퀴에 맞먹는 16만km를 다닐 정도로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도 했고, 울산에 제조업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보니 기업이 투자하도록 설득하기가 수월하기도 했습니다. 인구가 많고 수도권이라는 장점이 있는 경기도를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투자유치 실적은 울산이 독보적입니다.”
—중앙정부의 예산도 많이 받아 냈다고 들었습니다.
“중앙정부가 울산을 부자 지자체로 인식해서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작년 예산확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울산시가 지난해 국가예산을 2조3103억원 확보했는데 이는 울산 역대 최고의 예산입니다. 이런 점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울산의 주력사업들이 성장세가 더딥니다.
“맞습니다. 특히 업종 특성상 저유가와 중국경제 위축 등으로 수출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이 2014년 5726억 달러에서 2015년 5269억 달러로 전년대비 7.9% 감소했는데 울산의 수출액은 같은 기간 924억 달러에서 730억 달러로 21% 감소했어요. 울산에는 다른 제조업은 많은데 성장여력이 있는 전자 및 정보통신기술(IT) 분야가 2차전지(SDI 울산공장) 정도에 불과해 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만으로 먹고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해 첨단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 지원하고 있습니다.”
—첨단산업이라면 무엇이 있습니까.
“지난해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이미 시작한 것이 3D프린팅, 게놈(유전자)산업이고 석유화학 관련 신소재개발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3D프린팅산업은 조선, 자동차 등 울산의 주력산업과 직접 연관되는 것이고 전세계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데다 고부가가치가 예상되는 산업이어서 향후 울산의 주력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미 2015년에 3D프린팅 사업과 관련해 국고지원을 83억원 받았고, 지원금은 올해부터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유전자분석 및 질병예측, 치료 등을 하는 게놈산업은 ‘바이오산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사업으로, 올해 ‘1만명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해 본격 육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고민
다른 지역 사람들은 울산 하면 공업도시 또는 ‘잘사는 도시’로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도 계속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울산시민들은 환경이나 안전 등에 대한 고민이나 불만이 없을까.
—울산은 소득수준이 높고 일자리가 많아 주변지역에서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문제는 없습니까.
“인구는 계속 늘고 있는데 인구증가율이 작년에 약간 줄었습니다. 연 5000~1만명 정도가 울산으로 들어옵니다.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는데 인구는 늘어나니 일자리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기 영향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것 아닌가요.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가 일자리를 줄이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시작하면 협력업체,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시는 첨단산업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청년실업률도 높다면서요.
“울산의 청년실업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중공업 등 제조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근로자들의 비중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청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의 과제죠.”
—공단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적지 않은데 안전이나 환경 문제는.
“안전관리를 위해 ‘국가산단안전관리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드론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사고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유해화학물질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누출 감시 및 사후대응 시스템도 구축했고요.
그런데 제도보다 안전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의식입니다. 제도와 법이 있어도 사람들이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식이 높아져서 2015년에는 안전사고 건수가 2014년의 6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 추세를 몰아 안전교육과 안전시설 등 안전 관련 투자를 늘리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울산을 공업도시로 인식하고 있는데 주민 사이에서 문화나 교육 등의 욕구가 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울산시민들은 문화에 대한 욕구와 목마름이 있습니다. 소득수준에 비해 문화적 인프라가 약해요. 그동안 시립도서관도 없어서 이제야 새로 짓고 있고, 시립미술관도 설립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또 시청자미디어센터, 어린이테마파크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술관, 공연장 등 하드웨어뿐만이 아니라 콘텐츠도 충실하게 하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을 지역으로 유입시키는 계획도 만들었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에 뿌리박고 살 수 있도록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입니다. 산악영화제, 산업기술박물관 등을 개최하고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그동안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했던 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도 적극 추진하려 합니다.”
미국 시애틀이 모델로 삼을 도시
—전국적으로 불황과 위기를 말하는데, 울산은 재정형편이 좋아 여유로운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울산은 1960년대 공업화 이후 50여년 동안 성장만 계속해 왔는데, 2011년을 고점으로 울산의 성장 및 수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출마하려던 시점은 이미 위기에 들어선 상태였어요. 4년을 재직한다면 그동안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이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였습니다. 울산의 주력 업종이 예전처럼 장밋빛인 게 아니니까요.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석유화학 분야 신소재 개발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새로운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재정자립도는 매우 높습니다.
“사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운영을 잘했다기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덜 받고 있다는 얘깁니다. 자립도가 높다는 걸 자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재정건전성이죠. 투자를 유치하고 R&D, 첨단산업 등 미래지향적인 재정을 구성하려 합니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다른 광역단체와 경쟁해야 하겠습니다.
“그 분야에서 우리의 라이벌은 늘 경기도였습니다. 인구가 많고 수도권이라는 장점이 있어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고, 계속 유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강력하게 떠오르는 라이벌이 충남입니다. 수도권 규제로 인해 충남이 많은 득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기존에 보유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첨단산업 및 R&D 시설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에 임기 4년은 짧지 않겠습니까.
“심각한 위기가 있으면 반등도 있습니다. 반등할 힘을 만들어 놓는다면 그래도 의미있는 성과가 되지 않을까요.”
—다른 도시 중 닮고 싶은 모델이 있다면.
“모델로 삼을 만한 도시를 꼽자면 미국 시애틀이 있습니다. 시애틀은 연안에 위치한 조선업 중심의 공업도시이면서도 문화와 예술, 소비산업이 골고루 발달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또 아마존,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문화사업과 첨단산업이 잘 어우러져 있지요. 울산도 그렇게 경쟁력 있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행정가인가, 정치인인가
그는 ‘성과에 강한’ 정치인이다. 2004년 국회에 입성해 2006년부터 한나라당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6년 연속 선정된 바 있고, NGO 모니터단이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8회에 걸쳐 선정됐다. 시·도지사들을 대상으로 지지도, 업무수행능력, 실적 등을 조사하면 항상 1~2위에 랭크되곤 한다.
—시민들이 중앙정치인 출신 시장에게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까.
“최근 갤럽과 리얼미터 조사 결과 지지도가 각각 74%, 68% 나왔어요. 두 조사 모두 1~3등을 저와 안희정 충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가 차지하고 있지요. TK(대구·경북)도 아니고 야권 성향이 강한 울산에서, 게다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중앙정치권에서 많은 일을 하다 온 사람이라는 기대감도 있고, 향후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는데, 어느 쪽이 적성에 맞는지요.
“솔직히 둘 다 좋아요. 근데 광역단체장은 행정가라기보다는 정치인의 성격이 강합니다. 업무를 일일이 챙기기보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입니다. 또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고 의회나 정부를 상대하는 등 정무적 역할도 많이 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자치 역사가 20년을 넘어가고 민선6기가 출범하면서 지방자치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송하진 전북지사와 김관용 경북지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앙정치권 출신 아닙니까. 잠룡으로 불리기도 하고요. 이번 민선6기를 계기로 향후 우리나라의 지방정치 분위기가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주지사 출신들이 그 경력을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하지 않습니까. 지방자치는 우리 지역의 살림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 국가살림의 일부를 나눠서 한다는 개념이거든요. 지방자치와 중앙정치의 융합 및 커뮤니케이션이 강해지고 있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대권 도전하려는 시·도지사가 특히 많은 이유?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여당의 위기상황에서 본인을 비롯해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등 떠밀려’ 출마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다들 자의반 타의반이었죠. 저 역시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어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김 시장은 정치권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을 일관되게 ‘국회식물화법’이라고 불렀다.
—여당 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등을 거쳤는데, 현재 정치권에 대한 견해는.
“답답합니다. 국회 권력은 제가 처음 국회에 입성한 때(2004년)보다 훨씬 강화됐는데 계속 싸우고만 있는 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요. ‘국회식물화법’ 때문에 정부와 여당도 정책을 펼 수 없고 야당은 비난만 하고, 어느 쪽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 아닙니까. 무책임 정치의 극치이고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시·도지사회의에서 모이면 답답하다는 얘기도 합니까.
“많이 합니다. 그래서 다음 또는 다다음 대선 나올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웃음)”
—잠룡들이 우글거리니 모이면 기싸움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쟁점이 있으면 논쟁이 엄청난 수준으로 붙습니다.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강하게 달려들어요. 분위기는 늘 핫(hot)합니다. 회의를 앞두고 며칠간은 남들의 참석 여부에도 신경전이 벌어지고요. 민선6기에서는 시·도 간 경쟁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치열합니다. 전 이런 분위기가 국가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봐요.”
—본인도 대선에 도전할 계획인지요.
“일단은 시장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만, 지역주민 지지도 74%가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울산시민들은 시장이 자랑스럽다, 울산 출신으로 대한민국에서 큰 역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제대로 된 사람 한 번 키워 보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장 임기를 마치면 재선에 도전합니까. 아니면 바로 정치권으로 돌아갈 생각입니까.
“비슷한 선수나 경력의 다른 의원들에 비해서는 나이가 많지 않은 편이어서 여러 가지 기회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 울산지역 의원들 중에서는 제가 나이순으로 막내입니다. 할 일이 많아요. 아직 임기 후의 일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치인 중 2018년 지방선거 하마평 무성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기현 시장은 몇 번이나 ‘큰 정치를 하겠다’고 언급했고, 대선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대권주자급 정치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리스마는 보이지 않았지만, 조용히 성과를 쌓으며 때를 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김 시장은 울산 정가에서도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필자는 받았다. ‘부울경’이라 불리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정가는 오는 4월 13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미 과열된 분위기다.
사실 총선은 광역단체장과 직접적 관계도 없고 단체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그러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선가도의 일환으로 측근들에게 출격명령을 내리고 경남지역 지역구를 다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고, 친박 핵심이었던 서병수 시장이 친박 후보들을 막후 지원할까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기현 시장 역시 총선을 통해 지지세력을 쌓아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20대 총선에서 3~4선 의원이 탄생할 경우 이들 다선 의원이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 지역정가가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의 김정훈 이진복 박민식 김세연 의원, 울산 박대동 의원, 경남 조해진 윤영석 박대출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인에게 광역단체장이라는 자리는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해 탐낼 만한 자리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3선에 광역단체장이라는 고지를 차지한 김 시장은 앞으로 어떤 정치적인 길을 택할까. 인터뷰 후 그는 서울 모처에서 열리는 재경울산향우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그를 지지하는 고향 사람들의 기를 받으러 나서는 듯한 모습이다.⊙
이들 사이에서 높은 실적 및 지지도를 무기로 저변을 넓혀 가는 인물이 3선 의원 및 여당 대변인·정책위의장 출신인 김기현 울산시장이다. 그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65.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영남권이지만 노동자 계층이 많아 야권 성향이 강한 울산에서 지금까지 시장으로 선출된 인물 중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15년 하반기 갤럽이 조사한 전국 시·도지사 직무평가에서 그는 긍정적 평가(지지) 74%로 전국 시·도지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같은 조사에서 2014년 하반기, 2015년 상반기에 이어 계속 7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며 세 번째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여당 시·도지사들의 인기가 시들한 데다 울산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조선·석유화학·자동차 산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시민들에게 유독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들어 울산 및 경남지역 언론들은 김 시장에 대해 “그의 높은 지지율은 폭넓은 중앙 인맥을 바탕으로 최대 규모의 국가예산 확보, 투자유치 등의 성과에다 현장 시정(市政)을 통한 소통에 역점을 둔 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잇달아 분석하고 있다.
한 지역언론은 “차차기 대선(大選) 새누리당 잠룡인 남경필·홍준표 지사가 그동안 여러 가지 구설로 추락하면서 김기현 시장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야권에 박원순 안희정 김두관 등 시·도지사 출신의 유력 잠룡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도 경쟁력 있는 김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 출신의 기자의 한 지인도 “울산시민들은 대구·경북, 포항, 부산 등 영남권 주요 지역이 모두 정권을 잡아 봤는데 제일 잘사는 울산은 소외되고 있다는 마음이 있다”며 “학력, 경력, 성과 등으로 볼 때 김기현 시장은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시장도 다른 시·도지사들처럼 대권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를 여의도 국회 인근 한 빌딩의 울산시 서울본부에서 만났다.
돈 끌어오는 데 남다른 재주
김기현 시장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생하긴 했지만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았다는 그의 첫인상은 ‘동안(童顔)의 모범생’이었다. 인터뷰에 배석한 울산시 서울본부 박인규 국장은 “울산은 고래가 많아 고래도시로 불리기도 하는데, 시장님은 소통능력, 친화력 등 여러가지로 볼 때 스마트한 돌고래 같은 이미지”라고 했다. 울산은 중공업 중심의 산업도시인 만큼 먼저 각종 경제적 성과와 실적에 대해 질문했다.
—전세계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투자유치 실적이 늘었다고요.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지난 한 해(2015) 동안 외국기업 15개사를 비롯해 총 73개사 3조399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2634명의 고용을 창출했지요. 취임하고 1년반 동안 이뤄 낸 투자유치가 총 6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2015년에는 외국인투자유치 최우수지자체로 선정돼 대통령 기관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비결이라면 제가 그동안 출장만 지구 네 바퀴에 맞먹는 16만km를 다닐 정도로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도 했고, 울산에 제조업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보니 기업이 투자하도록 설득하기가 수월하기도 했습니다. 인구가 많고 수도권이라는 장점이 있는 경기도를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투자유치 실적은 울산이 독보적입니다.”
—중앙정부의 예산도 많이 받아 냈다고 들었습니다.
“중앙정부가 울산을 부자 지자체로 인식해서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작년 예산확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울산시가 지난해 국가예산을 2조3103억원 확보했는데 이는 울산 역대 최고의 예산입니다. 이런 점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울산의 주력사업들이 성장세가 더딥니다.
“맞습니다. 특히 업종 특성상 저유가와 중국경제 위축 등으로 수출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이 2014년 5726억 달러에서 2015년 5269억 달러로 전년대비 7.9% 감소했는데 울산의 수출액은 같은 기간 924억 달러에서 730억 달러로 21% 감소했어요. 울산에는 다른 제조업은 많은데 성장여력이 있는 전자 및 정보통신기술(IT) 분야가 2차전지(SDI 울산공장) 정도에 불과해 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만으로 먹고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해 첨단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 지원하고 있습니다.”
—첨단산업이라면 무엇이 있습니까.
“지난해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이미 시작한 것이 3D프린팅, 게놈(유전자)산업이고 석유화학 관련 신소재개발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3D프린팅산업은 조선, 자동차 등 울산의 주력산업과 직접 연관되는 것이고 전세계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데다 고부가가치가 예상되는 산업이어서 향후 울산의 주력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미 2015년에 3D프린팅 사업과 관련해 국고지원을 83억원 받았고, 지원금은 올해부터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유전자분석 및 질병예측, 치료 등을 하는 게놈산업은 ‘바이오산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사업으로, 올해 ‘1만명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해 본격 육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고민
다른 지역 사람들은 울산 하면 공업도시 또는 ‘잘사는 도시’로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도 계속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울산시민들은 환경이나 안전 등에 대한 고민이나 불만이 없을까.
—울산은 소득수준이 높고 일자리가 많아 주변지역에서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문제는 없습니까.
“인구는 계속 늘고 있는데 인구증가율이 작년에 약간 줄었습니다. 연 5000~1만명 정도가 울산으로 들어옵니다.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는데 인구는 늘어나니 일자리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기 영향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것 아닌가요.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가 일자리를 줄이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시작하면 협력업체,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시는 첨단산업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청년실업률도 높다면서요.
“울산의 청년실업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중공업 등 제조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근로자들의 비중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청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의 과제죠.”
—공단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적지 않은데 안전이나 환경 문제는.
“안전관리를 위해 ‘국가산단안전관리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드론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사고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유해화학물질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누출 감시 및 사후대응 시스템도 구축했고요.
그런데 제도보다 안전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의식입니다. 제도와 법이 있어도 사람들이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식이 높아져서 2015년에는 안전사고 건수가 2014년의 6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 추세를 몰아 안전교육과 안전시설 등 안전 관련 투자를 늘리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울산을 공업도시로 인식하고 있는데 주민 사이에서 문화나 교육 등의 욕구가 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울산시민들은 문화에 대한 욕구와 목마름이 있습니다. 소득수준에 비해 문화적 인프라가 약해요. 그동안 시립도서관도 없어서 이제야 새로 짓고 있고, 시립미술관도 설립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또 시청자미디어센터, 어린이테마파크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술관, 공연장 등 하드웨어뿐만이 아니라 콘텐츠도 충실하게 하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을 지역으로 유입시키는 계획도 만들었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에 뿌리박고 살 수 있도록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입니다. 산악영화제, 산업기술박물관 등을 개최하고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그동안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했던 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도 적극 추진하려 합니다.”
미국 시애틀이 모델로 삼을 도시
—전국적으로 불황과 위기를 말하는데, 울산은 재정형편이 좋아 여유로운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울산은 1960년대 공업화 이후 50여년 동안 성장만 계속해 왔는데, 2011년을 고점으로 울산의 성장 및 수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출마하려던 시점은 이미 위기에 들어선 상태였어요. 4년을 재직한다면 그동안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이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였습니다. 울산의 주력 업종이 예전처럼 장밋빛인 게 아니니까요.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석유화학 분야 신소재 개발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새로운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재정자립도는 매우 높습니다.
“사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운영을 잘했다기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덜 받고 있다는 얘깁니다. 자립도가 높다는 걸 자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재정건전성이죠. 투자를 유치하고 R&D, 첨단산업 등 미래지향적인 재정을 구성하려 합니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다른 광역단체와 경쟁해야 하겠습니다.
“그 분야에서 우리의 라이벌은 늘 경기도였습니다. 인구가 많고 수도권이라는 장점이 있어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고, 계속 유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강력하게 떠오르는 라이벌이 충남입니다. 수도권 규제로 인해 충남이 많은 득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기존에 보유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첨단산업 및 R&D 시설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에 임기 4년은 짧지 않겠습니까.
“심각한 위기가 있으면 반등도 있습니다. 반등할 힘을 만들어 놓는다면 그래도 의미있는 성과가 되지 않을까요.”
—다른 도시 중 닮고 싶은 모델이 있다면.
“모델로 삼을 만한 도시를 꼽자면 미국 시애틀이 있습니다. 시애틀은 연안에 위치한 조선업 중심의 공업도시이면서도 문화와 예술, 소비산업이 골고루 발달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또 아마존,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문화사업과 첨단산업이 잘 어우러져 있지요. 울산도 그렇게 경쟁력 있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성과에 강한’ 정치인이다. 2004년 국회에 입성해 2006년부터 한나라당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6년 연속 선정된 바 있고, NGO 모니터단이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8회에 걸쳐 선정됐다. 시·도지사들을 대상으로 지지도, 업무수행능력, 실적 등을 조사하면 항상 1~2위에 랭크되곤 한다.
—시민들이 중앙정치인 출신 시장에게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까.
“최근 갤럽과 리얼미터 조사 결과 지지도가 각각 74%, 68% 나왔어요. 두 조사 모두 1~3등을 저와 안희정 충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가 차지하고 있지요. TK(대구·경북)도 아니고 야권 성향이 강한 울산에서, 게다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중앙정치권에서 많은 일을 하다 온 사람이라는 기대감도 있고, 향후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는데, 어느 쪽이 적성에 맞는지요.
“솔직히 둘 다 좋아요. 근데 광역단체장은 행정가라기보다는 정치인의 성격이 강합니다. 업무를 일일이 챙기기보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입니다. 또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고 의회나 정부를 상대하는 등 정무적 역할도 많이 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자치 역사가 20년을 넘어가고 민선6기가 출범하면서 지방자치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송하진 전북지사와 김관용 경북지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앙정치권 출신 아닙니까. 잠룡으로 불리기도 하고요. 이번 민선6기를 계기로 향후 우리나라의 지방정치 분위기가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주지사 출신들이 그 경력을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하지 않습니까. 지방자치는 우리 지역의 살림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 국가살림의 일부를 나눠서 한다는 개념이거든요. 지방자치와 중앙정치의 융합 및 커뮤니케이션이 강해지고 있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대권 도전하려는 시·도지사가 특히 많은 이유?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여당의 위기상황에서 본인을 비롯해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등 떠밀려’ 출마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다들 자의반 타의반이었죠. 저 역시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어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김 시장은 정치권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을 일관되게 ‘국회식물화법’이라고 불렀다.
—여당 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등을 거쳤는데, 현재 정치권에 대한 견해는.
“답답합니다. 국회 권력은 제가 처음 국회에 입성한 때(2004년)보다 훨씬 강화됐는데 계속 싸우고만 있는 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요. ‘국회식물화법’ 때문에 정부와 여당도 정책을 펼 수 없고 야당은 비난만 하고, 어느 쪽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 아닙니까. 무책임 정치의 극치이고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시·도지사회의에서 모이면 답답하다는 얘기도 합니까.
“많이 합니다. 그래서 다음 또는 다다음 대선 나올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웃음)”
—잠룡들이 우글거리니 모이면 기싸움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쟁점이 있으면 논쟁이 엄청난 수준으로 붙습니다.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강하게 달려들어요. 분위기는 늘 핫(hot)합니다. 회의를 앞두고 며칠간은 남들의 참석 여부에도 신경전이 벌어지고요. 민선6기에서는 시·도 간 경쟁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치열합니다. 전 이런 분위기가 국가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봐요.”
—본인도 대선에 도전할 계획인지요.
“일단은 시장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만, 지역주민 지지도 74%가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울산시민들은 시장이 자랑스럽다, 울산 출신으로 대한민국에서 큰 역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제대로 된 사람 한 번 키워 보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장 임기를 마치면 재선에 도전합니까. 아니면 바로 정치권으로 돌아갈 생각입니까.
“비슷한 선수나 경력의 다른 의원들에 비해서는 나이가 많지 않은 편이어서 여러 가지 기회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 울산지역 의원들 중에서는 제가 나이순으로 막내입니다. 할 일이 많아요. 아직 임기 후의 일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기현 시장은 몇 번이나 ‘큰 정치를 하겠다’고 언급했고, 대선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대권주자급 정치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리스마는 보이지 않았지만, 조용히 성과를 쌓으며 때를 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김 시장은 울산 정가에서도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필자는 받았다. ‘부울경’이라 불리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정가는 오는 4월 13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미 과열된 분위기다.
사실 총선은 광역단체장과 직접적 관계도 없고 단체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그러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선가도의 일환으로 측근들에게 출격명령을 내리고 경남지역 지역구를 다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고, 친박 핵심이었던 서병수 시장이 친박 후보들을 막후 지원할까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기현 시장 역시 총선을 통해 지지세력을 쌓아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20대 총선에서 3~4선 의원이 탄생할 경우 이들 다선 의원이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 지역정가가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의 김정훈 이진복 박민식 김세연 의원, 울산 박대동 의원, 경남 조해진 윤영석 박대출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인에게 광역단체장이라는 자리는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해 탐낼 만한 자리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3선에 광역단체장이라는 고지를 차지한 김 시장은 앞으로 어떤 정치적인 길을 택할까. 인터뷰 후 그는 서울 모처에서 열리는 재경울산향우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그를 지지하는 고향 사람들의 기를 받으러 나서는 듯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