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년 동안 우리 재단은 북한을 방문해오고 있다”
⊙ “최근 북한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재생에너지와 도시 관리법이다”
⊙ “우리는 북한에 정치교육을 하고 있다”
⊙ “최근 북한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재생에너지와 도시 관리법이다”
⊙ “우리는 북한에 정치교육을 하고 있다”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 독일의 재단으로 정치교육을 제3국에 지원하는 재단이다. 이들은 독일정부의 공금을 토대로 사업을 한다. 북한도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이 지원하는 국가중 하나이다.
프리드리히나우만(Friedrich Naumann)재단은 지난 6월 11일,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북한의 개발역량 강화와 국제협력을 위한 지식 공유’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장마당 문화와 북한 내 여성의 사회진출과 같은 주제를 다뤘다.
기자가 라스 안드레 리히터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의 대표를 만난 것도 이 학술회의에서였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기자에게 부탁하길, 자신의 재단이 북한과 남한 사이에 위치한 제3기관(guest)으로서 양쪽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민감한 사항들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재단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우리 재단은 정치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그리고 지원 대상국에 대해 능력개발과 민주주의 훈련을 합니다. 추가적으로 정치적인 관념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자유주의를 지향하고 민주주의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시장경제, 법의 지배와 개인주의를 도모하도록 합니다.
우리 재단은 1958년 설립되어 현재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독일 재단이다 보니 특별히 통일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부터는 북한을 직접 방문해서 그들을 돕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슈와 민주주의를 교육한다고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합니까. 나우만재단이 정의하는 정치적인 이슈와 민주주의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자유주의재단으로서 분권화(decentralization)를 지향합니다. 정치·경제·행정적 문제들이 가장 단위가 낮은 지역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원을 하기에 앞서 현지 지역사회를 조사합니다. 그 다음에 지방정부를, 그리고 중앙정부를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국제적인 범위로 확대합니다. 이 방식을 북한과도 하고 있습니다.”
매년 2~4회 북한 방문
—나우만재단은 북한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우리는 보통 일 년에 2회에서 4회 북한을 정기 방문합니다. 방문해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능력배양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의 카운터파트들과 함께 기획합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경제에 관한 것들입니다. 많은 북한의 정부관계자들이 이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합니다.
저희는 이런 프로그램들의 기획을 마치면, 독일의 유명한 전문가들을 초빙합니다. 보통은 독일 대학의 교수나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이며, 프로그램의 주제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우리는 이런 독일의 전문가들이 평양까지 가도록 해 줍니다.
최근에는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독일 전문가들이 방북하는 과정에 문제는 없었습니까.
“제가 기억하는 최근 동안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독일에는 우리가 관리하는 교수와 전문가 조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북한에 교육을 할 의향이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대다수는 북한을 돕고 싶다고 하며 북한에 가겠다는 의사를 보냅니다.
특히 우리가 추진하는 프로그램 중 경제개방(economic opening)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이런 교육과정을 일종의 훈련이라고 봐야 하나요.
“예, 정치적 교육(political education)이죠. 훈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에게 이런 전문가집단을 연결해 줄 뿐입니다. 교육내용을 특정방향으로 조종하거나 사주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교육내용은 전문가들의 고유권한이고 그들이 직접 하는 것입니다.
저희와 달리, 조선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와 같은 다른 재단에서는 직접적으로 재단이 북한에 강의를 합니다.
물론 간혹 저희가 강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주로 ‘오늘날의 독일’이라는 주제로 최근 독일이 어떤지에 대한 내용을 알려줄 뿐입니다.”
—독일정부가 재단의 프로그램을 지지하나요.
“평양에 있는 독일대사관은 규모는 작지만 벌써 30년째 북한에 있습니다. 통일된 독일은 북한과 외교적인 협력관계를 2001년에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2002년부터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것이지요.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북한에 있는 독일대사관의 대사를 만나서 특정 이슈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지원을 받습니다.”
주로 북한의 관련 전문가를 교육
—북한에 대한 정치교육에서 교육이 가지는 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 교육 과정에서 독일 정부가 책이나 장비 등을 북한에 제공하기도 하나요.
“우리 재단의 주된 목적은 ‘지식’입니다. 한때 우리는 독일의 법률책을 가져다준 적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 재단이 북한에서 만든 프로그램인 재생에너지 과정을 위해서 ‘독일의 에너지관련 법규’를 가져다준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교육을 통해 얻어 낸 결과물은 있었나요. 북한에서 어떤 변화를 목격했습니까.
“대강 하나의 프로그램에 50여 명의 수강생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배웠냐?’ ‘무엇을 얻었냐?’고 물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끔 그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무언가 배웠다’고 말을 합니다. 우리가 프로그램 운영을 마치고, 6개월 뒤 방문하면 ‘지난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당신들의 재단이 가르쳐준 건축기술을 가지고 이번에 평양시내에 건물을 지었다’는 말을 해 준 적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나우만재단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건축물의 난방시스템 제작방법을 배웠다’고 하면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일종의 피드백입니다.”
—교육 프로그램 참석자는 누구인가요. 공직자인가요, 과학자인가요.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주제에 부합되는 북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석해서 강의를 듣습니다.”
—여러 차례 정치적 교육(political education), 정치적 대담(political dialogue)을 언급했는데요. ‘정치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우리 재단 자체가 정치재단(political foundation)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궁극적인 이유이지요. 우리는 전통적인 비정부단체(NGO)가 아닙니다. 물론 비정부단체로 볼 수는 있습니다만, 오히려 비영리단체(NPO)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전하는 기술적인 지원(물리적인 장비를 포함한 지원)은 우리의 주된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주된 목표는 능력배양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치재단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다른 장비 부분의 지원은 다른 비정부기관에서 이미 하고 있습니다.”
“햇볕정책의 아이디어는 뛰어나”
기자는 라스 안드레 리히터 씨가 말한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의 정치이념을 그들 재단의 홍보물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우만재단의 창립자인 티오도르 호이스(Theodor Heuss)는 ‘민주주의는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기보다는 민중의 교육과 민주신념의 기초가 낳은 결과물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나우만재단은 민주주의가 가지는 자유(freedom)에 입각해 사람들을 교육시킴으로써 참된 의미를 일깨운다고 써 놓았다.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을 정치적인 잣대로 보았을 때, 나우만재단은 우익인가요, 아니면 좌익인가요. 제가 나우만재단과 제휴를 맺고 있는 파트너 기관들을 보아하니 아시아자유민주이사회(Council of Asian Liberals and Democrats), 아시아경제자유네트워크(The Economic Freedom Network Asia)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약간 자유민주주의적인 기관들인데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볼 때, 좌익에 가깝지 않나요.
“이들은 중립적입니다. 보수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사회주의적인 좌익도 아닙니다. 이들을 정치적으로 좌냐 우냐고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각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어떤 기관은 조금 더 좌익일 수도 있고, 더 우익일 수도 있으니까요.
—김대중 대통령 시절 햇볕정책을 추진했잖아요. 그런데도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부분은 매우 민감한 내용이라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여기 서울에 손님으로 온 것이고 저는 이곳에서의 현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주장이 맞다 혹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자가 개인적인 생각을 표명해 달라고 하자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 이 햇볕정책은 잘 알려진 것이고 우리는 이 정책을 매우 자랑스럽게(very proud) 여기고 있습니다. 최소한 해당 정책으로 인한 결과를 떠나서 이것에 대한 아이디어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독일에서도 시행했던 정책과 유사합니다. 1960년대 말부터 특히 70년대 초, 서독(西獨)에 만연해 있던 정책입니다.
최소한 이 독일의 정책에 비추어볼 때, 김대중의 정책이 독일이 이전에 추진했던 정책과 매우 유사하여 기뻤습니다. 제 생각에 햇볕정책은 이러한 독일의 정책을 일부분 수정하여 한국의 정서에 맞게 적용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에게 제 개인적인 답변 혹은 공식적인 답변을 원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남과 북 간의 대화채널을 열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며, 이 햇볕정책이 대화의 통로를 보장한다는 면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현 박근혜 정권의 신뢰프로세스도 남과 북의 신뢰를 쌓자는 좋은 정책인 것 같습니다.”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지지하고 싶어”
—독일의 과거 분단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통일에 대해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현재 한반도의 상황이 독일의 상황과 같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독일의 경우만 보자면, 양국은 통일을 하기 전까지 다른 정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통일 이후에도 그 다름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본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아직도 동독과 서독 간의 임금차이는 존재합니다. 오늘날 독일이 통일된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통일을 함에 있어서) 우리가 했던 이런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 독일의 기본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보면, 1940년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아직도 자기 스스로를 서독과 동독으로 구분지어 살고 있습니다. 독일이 통일되었음에도 ‘나는 서독인이다’ 혹은 ‘동독인이다’라고 의식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이것은 한반도에 있어서도 어려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지나친 애국심과 애족심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과거 전쟁의 역사를 통한 지나친 애국심이 잘못된 독일의 자부심을 낳게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통일된 이후 독일인 모두 통일된 하나의 독일이라는 의식이 있지만 지나친 독일인의 자부심은 없습니다. 독일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이런 면에서 독일보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더 강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통일을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떻습니까.
“통일은 매우 복잡한 사안입니다. 통일은 연합(confederation)과는 달리 그 이상의 것입니다.
통일을 법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통일되기 이전에 동독에서는 투표를 통해 구성된 국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국회가 서독에 귀속되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것이 법적으로 처리된 사항입니다. 이런 문제는 통일을 앞둔 두 국가가 법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 것인가부터 결심해야 합니다. 즉, 두 독일이 서로 만나서 새로 만드는 헌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 새로운 헌법이 어떻게 과거 두 국가의 헌법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는 동독이 서독의 헌법안에 속해지기를 희망했습니다. 어떻게 통일된 독일이 공동의 의회와 헌법을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는 이 답변을 하고 잠시 뒤에 독일의 통일이 유럽에 미친 영향과 유럽이 독일의 통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언급했다.
“독일의 통일은 유럽의 시각에서 보자면 유럽 통합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유럽은 독일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나아가 통일된 후의 독일은 중립적인 독일(neutral Germany)이 되기를 유럽은 원했습니다.”
—통독에 대한 유럽의 지지를 동북아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세부사항은 모릅니다만 이러한 정책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던 햇볕정책처럼 이것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이런 그녀의 정책이 어찌 보면 유럽의 통합정책(European Integration)과 흡사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정치적 재단으로서 북한을 방문했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북한에 교육을 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나우만재단은 북한이 민주주의(democratic) 국가가 되기를 원하나요.
“물론 그렇게 되는 것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김정은의 정부는 국민을 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그들이 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정확히 북한이 민주주의화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북한의 인권만 보장된다면, 현재와 같은 정부를 그대로 두어도 좋다는 말입니까.
“이 부분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평양에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수가 늘어나”
그는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자신이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북한과 남한을 오가는 손님의 입장으로서 북한 측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엔 답변을 거절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가족도 모두 한국에 살고 있습니까.
“예, 제 가족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자녀 중 한 명은 이곳에서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태어난 독일의 작은 도시보다 서울이라서 좋지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빈곤층이 부자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빈곤층의 수가 더 많기 때문이며 이는 민주주의가 다수를 곧 최고의 힘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 말에 동의하나요.
“이 부분은 한반도나 독일의 관계를 떠나서 말하고 싶네요. 저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플라톤보다 더 뛰어난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이 꼭 맞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 질문은 본질적으로 사회에 빈곤층이 더 많다는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왜 빈곤층이 더 많아야 하나요? 아마도 그가 살던 시대에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상황을 지금 우리의 현실과는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이 문장의 상황을 북한에는 적용이 가능할까요.
“우리 재단은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지지합니다. 물론 이것은 자본주의를 지향한다는 것과는 다른 맥락입니다. 자유시장이라 함은 특정한 규칙(specific rules)이 있는 시장경제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제원리는 중산층을 확대시킵니다. 그리고 이런 중산층의 확대를 통해서 빈곤층과 부자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산층이 확대되는 상황이 북한에서도 발생하고 있나요.
“제 생각에 최소한 평양에서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를 포함하여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전문가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기에도 그렇던가요.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런 것 같네요. 저희가 중산층의 확대를 가늠하는 잣대는 자동차와 휴대전화같이 눈에 띄는 물질의 풍요로움입니다. 그런데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수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보이는 것들이 중산층의 증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 외에도 10년 이상 북한을 방문한 제 주위의 사람들이 말하길 자동차의 대수가 더 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의 머릿속에는 나우만재단과 같은 지원이 폐쇄적인 북한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링거주사로 작용할지, 아니면 북한 정권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프리드리히나우만(Friedrich Naumann)재단은 지난 6월 11일,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북한의 개발역량 강화와 국제협력을 위한 지식 공유’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장마당 문화와 북한 내 여성의 사회진출과 같은 주제를 다뤘다.
기자가 라스 안드레 리히터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의 대표를 만난 것도 이 학술회의에서였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기자에게 부탁하길, 자신의 재단이 북한과 남한 사이에 위치한 제3기관(guest)으로서 양쪽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민감한 사항들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재단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우리 재단은 정치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그리고 지원 대상국에 대해 능력개발과 민주주의 훈련을 합니다. 추가적으로 정치적인 관념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자유주의를 지향하고 민주주의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시장경제, 법의 지배와 개인주의를 도모하도록 합니다.
우리 재단은 1958년 설립되어 현재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독일 재단이다 보니 특별히 통일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부터는 북한을 직접 방문해서 그들을 돕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슈와 민주주의를 교육한다고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합니까. 나우만재단이 정의하는 정치적인 이슈와 민주주의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자유주의재단으로서 분권화(decentralization)를 지향합니다. 정치·경제·행정적 문제들이 가장 단위가 낮은 지역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원을 하기에 앞서 현지 지역사회를 조사합니다. 그 다음에 지방정부를, 그리고 중앙정부를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국제적인 범위로 확대합니다. 이 방식을 북한과도 하고 있습니다.”
매년 2~4회 북한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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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이 주관한 북한 관련 포럼의 발표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운데 정장차림에 넥타이를 한 사람이 라스 안드레 리히터 대표이다. |
“우리는 보통 일 년에 2회에서 4회 북한을 정기 방문합니다. 방문해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능력배양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의 카운터파트들과 함께 기획합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경제에 관한 것들입니다. 많은 북한의 정부관계자들이 이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합니다.
저희는 이런 프로그램들의 기획을 마치면, 독일의 유명한 전문가들을 초빙합니다. 보통은 독일 대학의 교수나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이며, 프로그램의 주제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우리는 이런 독일의 전문가들이 평양까지 가도록 해 줍니다.
최근에는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독일 전문가들이 방북하는 과정에 문제는 없었습니까.
“제가 기억하는 최근 동안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독일에는 우리가 관리하는 교수와 전문가 조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북한에 교육을 할 의향이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대다수는 북한을 돕고 싶다고 하며 북한에 가겠다는 의사를 보냅니다.
특히 우리가 추진하는 프로그램 중 경제개방(economic opening)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이런 교육과정을 일종의 훈련이라고 봐야 하나요.
“예, 정치적 교육(political education)이죠. 훈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에게 이런 전문가집단을 연결해 줄 뿐입니다. 교육내용을 특정방향으로 조종하거나 사주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교육내용은 전문가들의 고유권한이고 그들이 직접 하는 것입니다.
저희와 달리, 조선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와 같은 다른 재단에서는 직접적으로 재단이 북한에 강의를 합니다.
물론 간혹 저희가 강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주로 ‘오늘날의 독일’이라는 주제로 최근 독일이 어떤지에 대한 내용을 알려줄 뿐입니다.”
—독일정부가 재단의 프로그램을 지지하나요.
“평양에 있는 독일대사관은 규모는 작지만 벌써 30년째 북한에 있습니다. 통일된 독일은 북한과 외교적인 협력관계를 2001년에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2002년부터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것이지요.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북한에 있는 독일대사관의 대사를 만나서 특정 이슈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지원을 받습니다.”
주로 북한의 관련 전문가를 교육
—북한에 대한 정치교육에서 교육이 가지는 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 교육 과정에서 독일 정부가 책이나 장비 등을 북한에 제공하기도 하나요.
“우리 재단의 주된 목적은 ‘지식’입니다. 한때 우리는 독일의 법률책을 가져다준 적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 재단이 북한에서 만든 프로그램인 재생에너지 과정을 위해서 ‘독일의 에너지관련 법규’를 가져다준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교육을 통해 얻어 낸 결과물은 있었나요. 북한에서 어떤 변화를 목격했습니까.
“대강 하나의 프로그램에 50여 명의 수강생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배웠냐?’ ‘무엇을 얻었냐?’고 물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끔 그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무언가 배웠다’고 말을 합니다. 우리가 프로그램 운영을 마치고, 6개월 뒤 방문하면 ‘지난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당신들의 재단이 가르쳐준 건축기술을 가지고 이번에 평양시내에 건물을 지었다’는 말을 해 준 적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나우만재단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건축물의 난방시스템 제작방법을 배웠다’고 하면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일종의 피드백입니다.”
—교육 프로그램 참석자는 누구인가요. 공직자인가요, 과학자인가요.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주제에 부합되는 북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석해서 강의를 듣습니다.”
—여러 차례 정치적 교육(political education), 정치적 대담(political dialogue)을 언급했는데요. ‘정치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우리 재단 자체가 정치재단(political foundation)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궁극적인 이유이지요. 우리는 전통적인 비정부단체(NGO)가 아닙니다. 물론 비정부단체로 볼 수는 있습니다만, 오히려 비영리단체(NPO)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전하는 기술적인 지원(물리적인 장비를 포함한 지원)은 우리의 주된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주된 목표는 능력배양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치재단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다른 장비 부분의 지원은 다른 비정부기관에서 이미 하고 있습니다.”
“햇볕정책의 아이디어는 뛰어나”
기자는 라스 안드레 리히터 씨가 말한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의 정치이념을 그들 재단의 홍보물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우만재단의 창립자인 티오도르 호이스(Theodor Heuss)는 ‘민주주의는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기보다는 민중의 교육과 민주신념의 기초가 낳은 결과물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나우만재단은 민주주의가 가지는 자유(freedom)에 입각해 사람들을 교육시킴으로써 참된 의미를 일깨운다고 써 놓았다.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을 정치적인 잣대로 보았을 때, 나우만재단은 우익인가요, 아니면 좌익인가요. 제가 나우만재단과 제휴를 맺고 있는 파트너 기관들을 보아하니 아시아자유민주이사회(Council of Asian Liberals and Democrats), 아시아경제자유네트워크(The Economic Freedom Network Asia)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약간 자유민주주의적인 기관들인데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볼 때, 좌익에 가깝지 않나요.
“이들은 중립적입니다. 보수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사회주의적인 좌익도 아닙니다. 이들을 정치적으로 좌냐 우냐고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각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어떤 기관은 조금 더 좌익일 수도 있고, 더 우익일 수도 있으니까요.
—김대중 대통령 시절 햇볕정책을 추진했잖아요. 그런데도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부분은 매우 민감한 내용이라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여기 서울에 손님으로 온 것이고 저는 이곳에서의 현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주장이 맞다 혹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자가 개인적인 생각을 표명해 달라고 하자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 이 햇볕정책은 잘 알려진 것이고 우리는 이 정책을 매우 자랑스럽게(very proud) 여기고 있습니다. 최소한 해당 정책으로 인한 결과를 떠나서 이것에 대한 아이디어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독일에서도 시행했던 정책과 유사합니다. 1960년대 말부터 특히 70년대 초, 서독(西獨)에 만연해 있던 정책입니다.
최소한 이 독일의 정책에 비추어볼 때, 김대중의 정책이 독일이 이전에 추진했던 정책과 매우 유사하여 기뻤습니다. 제 생각에 햇볕정책은 이러한 독일의 정책을 일부분 수정하여 한국의 정서에 맞게 적용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에게 제 개인적인 답변 혹은 공식적인 답변을 원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남과 북 간의 대화채널을 열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며, 이 햇볕정책이 대화의 통로를 보장한다는 면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현 박근혜 정권의 신뢰프로세스도 남과 북의 신뢰를 쌓자는 좋은 정책인 것 같습니다.”
—독일의 과거 분단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통일에 대해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현재 한반도의 상황이 독일의 상황과 같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독일의 경우만 보자면, 양국은 통일을 하기 전까지 다른 정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통일 이후에도 그 다름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본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아직도 동독과 서독 간의 임금차이는 존재합니다. 오늘날 독일이 통일된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통일을 함에 있어서) 우리가 했던 이런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 독일의 기본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보면, 1940년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아직도 자기 스스로를 서독과 동독으로 구분지어 살고 있습니다. 독일이 통일되었음에도 ‘나는 서독인이다’ 혹은 ‘동독인이다’라고 의식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이것은 한반도에 있어서도 어려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지나친 애국심과 애족심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과거 전쟁의 역사를 통한 지나친 애국심이 잘못된 독일의 자부심을 낳게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통일된 이후 독일인 모두 통일된 하나의 독일이라는 의식이 있지만 지나친 독일인의 자부심은 없습니다. 독일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이런 면에서 독일보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더 강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통일을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떻습니까.
“통일은 매우 복잡한 사안입니다. 통일은 연합(confederation)과는 달리 그 이상의 것입니다.
통일을 법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통일되기 이전에 동독에서는 투표를 통해 구성된 국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국회가 서독에 귀속되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것이 법적으로 처리된 사항입니다. 이런 문제는 통일을 앞둔 두 국가가 법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 것인가부터 결심해야 합니다. 즉, 두 독일이 서로 만나서 새로 만드는 헌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 새로운 헌법이 어떻게 과거 두 국가의 헌법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는 동독이 서독의 헌법안에 속해지기를 희망했습니다. 어떻게 통일된 독일이 공동의 의회와 헌법을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는 이 답변을 하고 잠시 뒤에 독일의 통일이 유럽에 미친 영향과 유럽이 독일의 통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언급했다.
“독일의 통일은 유럽의 시각에서 보자면 유럽 통합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유럽은 독일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나아가 통일된 후의 독일은 중립적인 독일(neutral Germany)이 되기를 유럽은 원했습니다.”
—통독에 대한 유럽의 지지를 동북아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세부사항은 모릅니다만 이러한 정책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던 햇볕정책처럼 이것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이런 그녀의 정책이 어찌 보면 유럽의 통합정책(European Integration)과 흡사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정치적 재단으로서 북한을 방문했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북한에 교육을 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나우만재단은 북한이 민주주의(democratic) 국가가 되기를 원하나요.
“물론 그렇게 되는 것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김정은의 정부는 국민을 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그들이 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정확히 북한이 민주주의화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북한의 인권만 보장된다면, 현재와 같은 정부를 그대로 두어도 좋다는 말입니까.
“이 부분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평양에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수가 늘어나”
그는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자신이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북한과 남한을 오가는 손님의 입장으로서 북한 측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엔 답변을 거절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가족도 모두 한국에 살고 있습니까.
“예, 제 가족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자녀 중 한 명은 이곳에서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태어난 독일의 작은 도시보다 서울이라서 좋지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빈곤층이 부자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빈곤층의 수가 더 많기 때문이며 이는 민주주의가 다수를 곧 최고의 힘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 말에 동의하나요.
“이 부분은 한반도나 독일의 관계를 떠나서 말하고 싶네요. 저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플라톤보다 더 뛰어난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이 꼭 맞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 질문은 본질적으로 사회에 빈곤층이 더 많다는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왜 빈곤층이 더 많아야 하나요? 아마도 그가 살던 시대에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상황을 지금 우리의 현실과는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이 문장의 상황을 북한에는 적용이 가능할까요.
“우리 재단은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지지합니다. 물론 이것은 자본주의를 지향한다는 것과는 다른 맥락입니다. 자유시장이라 함은 특정한 규칙(specific rules)이 있는 시장경제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제원리는 중산층을 확대시킵니다. 그리고 이런 중산층의 확대를 통해서 빈곤층과 부자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산층이 확대되는 상황이 북한에서도 발생하고 있나요.
“제 생각에 최소한 평양에서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를 포함하여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전문가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기에도 그렇던가요.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런 것 같네요. 저희가 중산층의 확대를 가늠하는 잣대는 자동차와 휴대전화같이 눈에 띄는 물질의 풍요로움입니다. 그런데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수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보이는 것들이 중산층의 증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 외에도 10년 이상 북한을 방문한 제 주위의 사람들이 말하길 자동차의 대수가 더 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의 머릿속에는 나우만재단과 같은 지원이 폐쇄적인 북한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링거주사로 작용할지, 아니면 북한 정권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