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성 매각 담당자 증언 단독 입수, “원래는 0원에 팔려고 했다”
⊙ KT 관계자들, “부문장 전결 한도 금액이 5억이기 때문에 5억에 넘긴 것” 의혹 제기
⊙ KT, “KT 직원 위성 팔다 ABS로 옮겼지만, ABS는 KT의 경쟁사 아니므로 문제 없다”
⊙ KT 관계자들, “부문장 전결 한도 금액이 5억이기 때문에 5억에 넘긴 것” 의혹 제기
⊙ KT, “KT 직원 위성 팔다 ABS로 옮겼지만, ABS는 KT의 경쟁사 아니므로 문제 없다”
- 지난 2006년 8월 무궁화위성 5호를 발사하는 모습. 이번 헐값 매각으로 문제가 된 위성은 이보다 7년 전에 발사한 무궁화 위성 3호다.
지난해 10월 31일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KT가 무궁화위성 3호를 헐값에 외국 기업에 넘긴 사실을 공개했다. 3000억원 넘게 투자해 쏘아 올린 위성을 발사 11년 후 5억원(50만달러)에 넘겼다는 사실에 여론은 들끓었다. 위성을 구매한 회사는 홍콩에 있는 ABS라는 위성 관련 기업이다.
‘강남 아파트 전세보다 싼 가격에 위성을 팔았다’ ‘우리 집보다 싼 가격에 인공위성을 넘겼다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KT 임원들은 1급수’라며 결백을 자신한 이석채 전 KT회장은 그후 다른 이유지만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성 매각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기자는 당시 위성 매각 주체였던 위성사업단(현재는 KT SAT)의 전·현직 직원들, 그외 KT 다른 부서의 전·현직 임직원들로부터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특히 위성 매각에 직접 참여한 인사에게 단독으로 매각 관련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우주는 아직 무법의 공간”
위성 매각 사건의 배경과 개요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 1995년, 한국 최초의 상업용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위성 1호를 발사했다. 이후 현재까지 2, 3, 5, 6호를 연이어 발사했다(숫자 4는 불길한 숫자라는 이유로 위성 명칭에서 빠졌다).
1호는 발사 직후 문제가 발생해 본래의 연료수명보다 조기에 임무를 마치고 프랑스의 위성회사에 임대했다. 이 위성회사는 정지궤도를 확보하기 위해, 즉 ‘알박기’용으로 1호를 6년간 빌렸고, 그 대가로 약 16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임대기간이 끝난 후 완전히 수명이 다한 1호는 폐기됐다.
2호와 3호는 각각 지난 2009년 7월과 2010년 5월 ABS사에 팔렸다. 5호와 6호는 각각 동경 113도와 동경 116도에서 통신위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게 바로 3호다.
ABS는 애초에 동경 116도에 위치를 잡고 있던 2호를 동경 75도로 옮겨서 사용 중이다. 3호는 KT가 쏘아 올린 위치인 동경 116도에 그대로 두고 영업 중이다.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업 중이라는 의미다.
무궁화위성 3호 매각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논란점은 2가지다. 첫째, 위성과 함께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궤도까지 같이 넘겨준 결과가 초래된 게 아닌가. 둘째, 왜 하필 5억원에 팔았는가다.
첫째, ‘위성과 함께 궤도도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는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서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적도에서 약 3만6000km 상공(정확히는 3만5785km)의 고도를 정지궤도라고 한다. 정지궤도가 통신위성의 궤도로 유용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영국의 과학소설가 아서 C. 클라크를 기려 ‘클라크궤도’라 부르기도 한다. 정지궤도상의 물체는 지구의 자전과 같은 주기로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았을 때는 항상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전파를 계속 쏠 수 있으므로 통신위성, 방송위성 등의 궤도로 많이 쓰인다.
정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위성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띄우고자 하는 지역이 몰려 있다. 예를 들면 육지 자체가 별로 없고 띄엄띄엄 작은 섬만 존재하는 태평양 상공에는 위성이 많이 있을 이유가 없다. 반면 유럽이나 북미 상공 같은 경우는 너도 나도 위성을 띄우려 하기 때문에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일찌감치 정지궤도 확보의 중요성에 눈을 뜬 미국 같은 나라는 북미 상공이 아닌 다른 지역의 상공에도 여기저기 위성을 쏘아 올려놨다고 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의 김방엽 박사에게 궤도확보 방법에 대해 물었다. 김 박사의 설명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정지위성의 배치에 대한 조정을 하는 국제기구이죠. 위성발사 5년 전에 ITU에 ‘어디 어디에 이런 주파수로 위성을 올리려 한다’고 알리면, ITU는 모든 위성 보유국에 통보를 합니다. 그러면 그 나라들이 자신들의 위성과 전파간섭의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죠. 전파간섭의 소지가 있는 나라가 있다면 일일이 협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다른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ITU에 ‘기술적으로 문제 없는데도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고 알린 다음 그냥 쏘아 올리면 됩니다.”
한반도에 가장 가까운 정지궤도 자리는 동경 113도와 동경 116도다. 한국은 무궁화 1, 2호를 쏘아 올려 그 자리를 확보해 놓았다. 현재 113도에는 5호가, 동경 116도에는 3호와 6호가 올라가 있다. 동경 116도에 2대의 위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궁화 3호와 6호, 전파충돌 가능성
문제는 주파수다. 3호와 6호는 같은 주파수를 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같은 궤도에서 같은 주파수를 쓰는 위성이 인접해 있으면 ‘전파간섭’이 발생한다. 전파를 쏘는 안테나 빔의 방향이 다르면 발생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전파간섭 가능성 때문에 향후 위성발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궁화위성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정선종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의 설명이다.
“무궁화 3호와 6호는 같은 궤도에서 같은 주파수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발사할 때는 둘 다 KT가 소유한 위성이므로 조정 절차가 필요 없었지요. 그런데 이제 3호가 ABS 소유로 되지 않았습니까. 상황이 달라진 거지요. 현재 ABS는 3호의 빔 안테나 방향을 서아시아 쪽으로 돌려 놓고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6호와 전파간섭이 없는 것이지, 동일 궤도에 동일 주파수를 쓰고 있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약 10년 후에 6호가 수명이 다 돼서 후속으로 위성을 발사하려면, 같은 자리를 나눠 쓰고 있는 ABS사와 조정을 해야겠지요. 이때 ABS사가 조정을 거부하거나 태만하게 임하면 그만큼 차질이 생기는 거예요.”
이에 대해 KT SAT의 정해경 경영전략실장은 “무궁화 3호의 경우 정확히는 115.9도에 위치하고 있고, 주파수가 같아도 빔 안테나의 방향이 다르므로 문제가 안 된다”고 답했다.
위성사업단에서 일했던 다른 관계자도 “ITU에 궤도를 등록하고 7년 이내에만 쏘아 올리면 된다. 먼저 등록한 사람이 우선이다. 매각하면서 궤도 문제도 챙기지 않았겠나”라고 주장했다.
위성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궤변’이라고 말했다. 정 전 원장은 “우주 공간은 미국 개척시대의 서부와 같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아직 정해진 법이 확립된 게 아니기 때문에 ‘먼저 맡은 나라가 임자’라는 얘기다.
항공우주연구원의 김 박사도 “좀 단순하게 말하자면 원하는 궤도로 그냥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도 되긴 하다”고 했다.
그 전에 매각한 무궁화 1, 2호의 경우는 어떨까. 무궁화 1호의 경우엔 매각이 아닌 대여였기 때문에 궤도 문제와 관련이 없다. 무궁화 2호도 마찬가지다. 구매한 ABS사가 다른 위치로 옮겨서 쓰고 있기 때문에 궤도와는 관련이 없다.
빔 안테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 2호와 달리 3호는 가변 빔 안테나를 갖추고 있다. 지금은 서아시아 방향을 향해 있지만 언제든 다시 한국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ABS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무궁화 3호의 안테나를 다시 한반도 방향으로 돌려서 영업을 펼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KT 부문장 전결 한도가 5억원”
그렇다면 5억원에 매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KT의 해명은 이렇다. 3호를 팔 때, 매각가 5억원과 별도로 약 200억원의 기술지원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기술지원이란 KT가 관제 대행 등을 해 주는 것을 뜻한다. 즉, ABS에 위성을 팔고, 운용기간 동안 KT가 위성관제를 해 주면서 그 대가로 200억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KT는 앞으로 들어올 관제대행 비용 200억원을 실질적인 매각수입으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매각에 직접 참여했던 인사 A씨에게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의 설명이다.
“3호를 팔면서 아이디어를 냈어요. 매각을 하되 이게 회계상에서 ‘자산을 판 수입’이 아니라 ‘영업의 매출’로 잡힐 수 있도록 관제대행 부분을 빼서 계약한 거예요. 사실 처음에는 위성 자체는 0원에 팔고 관제 등 기술지원 명목으로 전액 받는 형식으로 계약하려고 했어요. 이석채 회장님도 이 아이디어에 대해 ‘기발하다’고 하셨습니다.”
여러 명의 KT 관계자들은 이 답변이 ‘둘러대는 얘기’라고 말했다. A씨가 매각 담당자이기 때문에 후에 져야 할지도 모를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 낸 설명이라는 것이다. 5억원으로 정해진 진짜 이유는, KT 내에서 부문장이 전결할 수 있는 금액 한도가 5억원인데, 여기에 맞춰 정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KT와 A씨의 주장이 옳다면, 별도로 관제를 대행해 주는 데 드는 비용은 없어야(0원) 한다. ABS사는 2010년 5월 무궁화 3호 매입을 알리며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무궁화 3호 위성을 앞으로 11년에서 13년은 더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은 KT가 11년에서 13년간 ABS의 관제를 대행해 줘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과연 10년 이상 관제를 해 주는 데 드는 비용이 0원일까? 해외에는 상업위성의 관제를 전문으로 대행해 주는 회사들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행 용역만으로도 수입이 짭짤하다고 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KT가 사실상의 매각대가라고 설명하는 200억원은, 그냥 관제를 대행하는 용역을 수주받은 대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KT와 A씨의 말대로 5억원이 아닌 200억원에 매각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계약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KT 측은 무궁화 3호의 수명이 다 되어 매각하는 게 최선이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궁화 3호로 ABS는 얼마만큼의 수입을 어떻게 올리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등의 기관에 중계기를 임대해 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방부는 위성 중계기를 어디에 쓸까. 바로 ‘드론(Drone, 무인비행물체)’이다. 미국은 드론 보유대수를 계속 늘리고 있는데, AP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까지 약 1만5000대의 드론을 보유할 것으로 예측된다. 드론 중에서도 정찰용 드론은 정지궤도 위성을 통해 지상통제소에서 통제한다. 위성중계기 하나가 정찰용 드론 1대를 지원하므로 단순히 따져 봐도 미 국방부는 많은 수의 정지궤도상의 중계기가 필요할 터이다.
현재 무궁화 3호의 안테나 빔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지역을 향해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주된 거점지역으로 미국의 드론이 자주 출격하는 곳이다.
KT, “글로벌 마케팅 능력 없어서 위성 판 것”
정 전 원장은 “중계기 1대당 1년에 최소 150만 달러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 전 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3호기에는 33개의 중계기가 있으므로 1년에 500억원,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0년이면 최소 5000억원은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묻자 KT SAT의 정 실장은 “KT는 ABS처럼 (중계기 임대) 마케팅을 할 역량이 없다”고 했다. A씨는 “토머스 최는 대단한 사람”이라며 “KT는 토머스 최처럼 글로벌 위성 시장에서 마케팅을 할 능력도, 인맥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궁화 3호는 한반도의 남쪽 정도밖에 못 비추는 위성이라 다른 해외 위성업체에 사 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을 듣기도 했다. KT가 무궁화 3호를 가지고 스스로 마케팅을 했으면 200억원도 못 번다”고도 했다.
KT를 잘 아는 관계자들과 위성 관계자들은 이 답변에 대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KT SAT가 기존의 위성사업단에서 자회사 형태로 따로 독립한 이유가 바로 ‘글로벌 마케팅 강화’다. 그러면 그동안 마케팅을 강화한다며 동남아 등 해외 곳곳에 지사를 만든 이유는 뭐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주장은 KT가 글로벌 위성 시장에 진출한다며 2010년 ABS와 ‘콘도샛(Condosat)’ 계약을 맺은 것과 배치된다. 이 계약은 ABS가 쏘아 올리는 위성 ABS-2에 장착된 중계기 중 일부를 분양받는 계약이었다. 총 89기 중 8기의 중계기를 분양받았다.
당시 KT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보면 이렇다.
〈KT네트워크 부문 김성만 부사장은 이번 콘도샛 사업을 통하여 국내 고객 대상 위주였던 위성사업을 해외로 확대하여 글로벌 위성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고 말했다.〉
KT는 중계기 분양 대가로 ABS에 얼마를 냈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ABS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백만 달러 규모 계약(multi-million dollar deal)’이라고 명시했다. ABS-2는 지난 2월 6일 발사됐다.
무궁화 3호는 1, 2호와 달리 큰 비용을 들여 ‘가변 안테나’, 즉 전파를 쏘는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안테나를 단 것이 큰 특징이다. 무궁화 3호 발사 당시인 1999년 한국통신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이계철 사장은 무궁화 3호 위성은 서비스 지역이 한반도로 제한된 1, 2호와는 달리 가변빔 안테나 기술을 채택, 서비스 지역을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함으로써 2000년부터 15년간 이 지역에 본격적인 디지털위성방송 시대를 열어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해외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쏘아 올린 위성이라는 의미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KT는 본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위성을 활용해 ‘글로벌 마케팅’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이 위성은 ABS에 넘기고 ABS로부터 다른 중계기를 구입해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는 쪽을 택했다는 얘기다.
복수의 위성 관계자들은 ‘KT가 ABS에 무궁화 3호를 팔면서 이 위성으로 10여 년간 향후 최소 5000억원은 벌 수 있다는 점을 과연 몰랐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궁화 3호 계약에 최소 1000억원가량의 ‘킥백(kickback)’이 있지 않았겠냐는 얘기가 해외 위성업계에 돌았다고 한다. 킥백은 커미션을 뜻하는 은어다.
한국 정부에 매각신고, 몰라서 안 했다?
인공위성은 전략물자에 해당한다. 전략물자를 사고팔 때는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 위성 매각 당시, 미국 정부에는 신고를 했으면서 한국 정부엔 알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몰랐다’고 했다. A씨의 설명이다.
“무궁화 1호를 계약할 때는 KT가 민영화되기 전이므로 신고를 했습니다. 2호 매각부터는 민영화 이후이므로 우리 정부에는 안 해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2호, 3호 다 안 했어요. 미국은 위성 제조국이므로 신고한 것이에요.”
말하자면 일부러 안 한 모럴해저드(moral hazard)가 아니라 몰라서 안 한 ‘브레인해저드(brain hazard)’라는 거다.
과연 그럴까. KT 출신인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KT의 사내 변호사가 2명가량이었는데 이석채 회장 취임 후 수십 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십 명으로 구성된 KT의 법무팀은 위성 매각 같은 중요한 사업에 임하면서 국내법 검토도 제대로 안 했다는 걸까.
무궁화 2호와 3호를 구입해 간 ABS는 어떤 회사일까. ABS의 대표는 재미교포다. 이름은 토머스 최(Thomas Choi). 토머스 최를 포함한 등기이사 3명 중 2명이 한국계 인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토머스 최는 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니다가 미국으로 넘어간 이민 1.5세이다.
토머스 최는 그레그 다프너(Daffner)와 함께 홍콩에 ABS를 설립했다. 다프너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장기간 일했던 인사라고 한다. 다프너와 오랜 기간 알고 지냈다는 인사는 “다프너가 미국 국방부 등 고급 고객과 ABS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위성 헐값 매각 보도가 나온 후 KT에서 위성을 팔던 직원이 ABS로 옮겼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바로 김원철 박사의 얘기다. KT 위성사업단에서 근무했던 김 박사는 ABS로 옮겨 가 현재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KT에서 일하며 ABS에 무궁화위성을 파는 역할을 한 사람이 ABS로 옮겨 갔는데 문제가 없는 걸까. KT SAT 관계자는 “ABS는 KT의 경쟁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답했다.
현재 무궁화 3호 매매계약에 대한 건은 뉴욕의 국제상사중재재판소(ICC)에서 중재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KT가 정부의 매각 무효 결정에 따라 ABS로부터 재매입하려는 데 대해 ABS 측이 지난해 말 중재신청을 한 것이다. 현재는 KT와 ABS 양측의 중재인들이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SAT 관계자는 “중재 결과, KT가 ABS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위성을 되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궁화 3호 위성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이없는 매각으로 국부(國富)가 유출된 데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강남 아파트 전세보다 싼 가격에 위성을 팔았다’ ‘우리 집보다 싼 가격에 인공위성을 넘겼다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KT 임원들은 1급수’라며 결백을 자신한 이석채 전 KT회장은 그후 다른 이유지만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성 매각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기자는 당시 위성 매각 주체였던 위성사업단(현재는 KT SAT)의 전·현직 직원들, 그외 KT 다른 부서의 전·현직 임직원들로부터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특히 위성 매각에 직접 참여한 인사에게 단독으로 매각 관련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우주는 아직 무법의 공간”
위성 매각 사건의 배경과 개요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 1995년, 한국 최초의 상업용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위성 1호를 발사했다. 이후 현재까지 2, 3, 5, 6호를 연이어 발사했다(숫자 4는 불길한 숫자라는 이유로 위성 명칭에서 빠졌다).
1호는 발사 직후 문제가 발생해 본래의 연료수명보다 조기에 임무를 마치고 프랑스의 위성회사에 임대했다. 이 위성회사는 정지궤도를 확보하기 위해, 즉 ‘알박기’용으로 1호를 6년간 빌렸고, 그 대가로 약 16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임대기간이 끝난 후 완전히 수명이 다한 1호는 폐기됐다.
2호와 3호는 각각 지난 2009년 7월과 2010년 5월 ABS사에 팔렸다. 5호와 6호는 각각 동경 113도와 동경 116도에서 통신위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게 바로 3호다.
ABS는 애초에 동경 116도에 위치를 잡고 있던 2호를 동경 75도로 옮겨서 사용 중이다. 3호는 KT가 쏘아 올린 위치인 동경 116도에 그대로 두고 영업 중이다.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업 중이라는 의미다.
무궁화위성 3호 매각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논란점은 2가지다. 첫째, 위성과 함께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궤도까지 같이 넘겨준 결과가 초래된 게 아닌가. 둘째, 왜 하필 5억원에 팔았는가다.
첫째, ‘위성과 함께 궤도도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는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서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적도에서 약 3만6000km 상공(정확히는 3만5785km)의 고도를 정지궤도라고 한다. 정지궤도가 통신위성의 궤도로 유용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영국의 과학소설가 아서 C. 클라크를 기려 ‘클라크궤도’라 부르기도 한다. 정지궤도상의 물체는 지구의 자전과 같은 주기로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았을 때는 항상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전파를 계속 쏠 수 있으므로 통신위성, 방송위성 등의 궤도로 많이 쓰인다.
정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위성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띄우고자 하는 지역이 몰려 있다. 예를 들면 육지 자체가 별로 없고 띄엄띄엄 작은 섬만 존재하는 태평양 상공에는 위성이 많이 있을 이유가 없다. 반면 유럽이나 북미 상공 같은 경우는 너도 나도 위성을 띄우려 하기 때문에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일찌감치 정지궤도 확보의 중요성에 눈을 뜬 미국 같은 나라는 북미 상공이 아닌 다른 지역의 상공에도 여기저기 위성을 쏘아 올려놨다고 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의 김방엽 박사에게 궤도확보 방법에 대해 물었다. 김 박사의 설명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정지위성의 배치에 대한 조정을 하는 국제기구이죠. 위성발사 5년 전에 ITU에 ‘어디 어디에 이런 주파수로 위성을 올리려 한다’고 알리면, ITU는 모든 위성 보유국에 통보를 합니다. 그러면 그 나라들이 자신들의 위성과 전파간섭의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죠. 전파간섭의 소지가 있는 나라가 있다면 일일이 협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다른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ITU에 ‘기술적으로 문제 없는데도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고 알린 다음 그냥 쏘아 올리면 됩니다.”
한반도에 가장 가까운 정지궤도 자리는 동경 113도와 동경 116도다. 한국은 무궁화 1, 2호를 쏘아 올려 그 자리를 확보해 놓았다. 현재 113도에는 5호가, 동경 116도에는 3호와 6호가 올라가 있다. 동경 116도에 2대의 위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궁화 3호와 6호, 전파충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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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9월 당시 한국통신이었던 KT는 무궁화위성 3호를 발사했다. 3호 위성은 11년 후 5억원에 홍콩 기업으로 넘어갔다. |
“무궁화 3호와 6호는 같은 궤도에서 같은 주파수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발사할 때는 둘 다 KT가 소유한 위성이므로 조정 절차가 필요 없었지요. 그런데 이제 3호가 ABS 소유로 되지 않았습니까. 상황이 달라진 거지요. 현재 ABS는 3호의 빔 안테나 방향을 서아시아 쪽으로 돌려 놓고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6호와 전파간섭이 없는 것이지, 동일 궤도에 동일 주파수를 쓰고 있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약 10년 후에 6호가 수명이 다 돼서 후속으로 위성을 발사하려면, 같은 자리를 나눠 쓰고 있는 ABS사와 조정을 해야겠지요. 이때 ABS사가 조정을 거부하거나 태만하게 임하면 그만큼 차질이 생기는 거예요.”
이에 대해 KT SAT의 정해경 경영전략실장은 “무궁화 3호의 경우 정확히는 115.9도에 위치하고 있고, 주파수가 같아도 빔 안테나의 방향이 다르므로 문제가 안 된다”고 답했다.
위성사업단에서 일했던 다른 관계자도 “ITU에 궤도를 등록하고 7년 이내에만 쏘아 올리면 된다. 먼저 등록한 사람이 우선이다. 매각하면서 궤도 문제도 챙기지 않았겠나”라고 주장했다.
위성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궤변’이라고 말했다. 정 전 원장은 “우주 공간은 미국 개척시대의 서부와 같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아직 정해진 법이 확립된 게 아니기 때문에 ‘먼저 맡은 나라가 임자’라는 얘기다.
항공우주연구원의 김 박사도 “좀 단순하게 말하자면 원하는 궤도로 그냥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도 되긴 하다”고 했다.
그 전에 매각한 무궁화 1, 2호의 경우는 어떨까. 무궁화 1호의 경우엔 매각이 아닌 대여였기 때문에 궤도 문제와 관련이 없다. 무궁화 2호도 마찬가지다. 구매한 ABS사가 다른 위치로 옮겨서 쓰고 있기 때문에 궤도와는 관련이 없다.
빔 안테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 2호와 달리 3호는 가변 빔 안테나를 갖추고 있다. 지금은 서아시아 방향을 향해 있지만 언제든 다시 한국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ABS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무궁화 3호의 안테나를 다시 한반도 방향으로 돌려서 영업을 펼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KT 부문장 전결 한도가 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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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9일 ABS가 배포한 보도자료. KT가 ABS로부터 중계기를 분양받는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는 콘도샛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
매각에 직접 참여했던 인사 A씨에게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의 설명이다.
“3호를 팔면서 아이디어를 냈어요. 매각을 하되 이게 회계상에서 ‘자산을 판 수입’이 아니라 ‘영업의 매출’로 잡힐 수 있도록 관제대행 부분을 빼서 계약한 거예요. 사실 처음에는 위성 자체는 0원에 팔고 관제 등 기술지원 명목으로 전액 받는 형식으로 계약하려고 했어요. 이석채 회장님도 이 아이디어에 대해 ‘기발하다’고 하셨습니다.”
여러 명의 KT 관계자들은 이 답변이 ‘둘러대는 얘기’라고 말했다. A씨가 매각 담당자이기 때문에 후에 져야 할지도 모를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 낸 설명이라는 것이다. 5억원으로 정해진 진짜 이유는, KT 내에서 부문장이 전결할 수 있는 금액 한도가 5억원인데, 여기에 맞춰 정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KT와 A씨의 주장이 옳다면, 별도로 관제를 대행해 주는 데 드는 비용은 없어야(0원) 한다. ABS사는 2010년 5월 무궁화 3호 매입을 알리며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무궁화 3호 위성을 앞으로 11년에서 13년은 더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은 KT가 11년에서 13년간 ABS의 관제를 대행해 줘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과연 10년 이상 관제를 해 주는 데 드는 비용이 0원일까? 해외에는 상업위성의 관제를 전문으로 대행해 주는 회사들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행 용역만으로도 수입이 짭짤하다고 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KT가 사실상의 매각대가라고 설명하는 200억원은, 그냥 관제를 대행하는 용역을 수주받은 대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KT와 A씨의 말대로 5억원이 아닌 200억원에 매각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계약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KT 측은 무궁화 3호의 수명이 다 되어 매각하는 게 최선이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궁화 3호로 ABS는 얼마만큼의 수입을 어떻게 올리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등의 기관에 중계기를 임대해 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방부는 위성 중계기를 어디에 쓸까. 바로 ‘드론(Drone, 무인비행물체)’이다. 미국은 드론 보유대수를 계속 늘리고 있는데, AP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까지 약 1만5000대의 드론을 보유할 것으로 예측된다. 드론 중에서도 정찰용 드론은 정지궤도 위성을 통해 지상통제소에서 통제한다. 위성중계기 하나가 정찰용 드론 1대를 지원하므로 단순히 따져 봐도 미 국방부는 많은 수의 정지궤도상의 중계기가 필요할 터이다.
현재 무궁화 3호의 안테나 빔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지역을 향해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주된 거점지역으로 미국의 드론이 자주 출격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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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ABS와 KT는 콘도샛 계약을 맺었다. 왼쪽이 당시 KT네트워크 부문 부사장이었던 김성만 전 부사장이고 오른쪽은 ABS의 대표 토머스 최. |
이에 대해 묻자 KT SAT의 정 실장은 “KT는 ABS처럼 (중계기 임대) 마케팅을 할 역량이 없다”고 했다. A씨는 “토머스 최는 대단한 사람”이라며 “KT는 토머스 최처럼 글로벌 위성 시장에서 마케팅을 할 능력도, 인맥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궁화 3호는 한반도의 남쪽 정도밖에 못 비추는 위성이라 다른 해외 위성업체에 사 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을 듣기도 했다. KT가 무궁화 3호를 가지고 스스로 마케팅을 했으면 200억원도 못 번다”고도 했다.
KT를 잘 아는 관계자들과 위성 관계자들은 이 답변에 대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KT SAT가 기존의 위성사업단에서 자회사 형태로 따로 독립한 이유가 바로 ‘글로벌 마케팅 강화’다. 그러면 그동안 마케팅을 강화한다며 동남아 등 해외 곳곳에 지사를 만든 이유는 뭐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주장은 KT가 글로벌 위성 시장에 진출한다며 2010년 ABS와 ‘콘도샛(Condosat)’ 계약을 맺은 것과 배치된다. 이 계약은 ABS가 쏘아 올리는 위성 ABS-2에 장착된 중계기 중 일부를 분양받는 계약이었다. 총 89기 중 8기의 중계기를 분양받았다.
당시 KT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보면 이렇다.
〈KT네트워크 부문 김성만 부사장은 이번 콘도샛 사업을 통하여 국내 고객 대상 위주였던 위성사업을 해외로 확대하여 글로벌 위성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고 말했다.〉
KT는 중계기 분양 대가로 ABS에 얼마를 냈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ABS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백만 달러 규모 계약(multi-million dollar deal)’이라고 명시했다. ABS-2는 지난 2월 6일 발사됐다.
무궁화 3호는 1, 2호와 달리 큰 비용을 들여 ‘가변 안테나’, 즉 전파를 쏘는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안테나를 단 것이 큰 특징이다. 무궁화 3호 발사 당시인 1999년 한국통신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이계철 사장은 무궁화 3호 위성은 서비스 지역이 한반도로 제한된 1, 2호와는 달리 가변빔 안테나 기술을 채택, 서비스 지역을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함으로써 2000년부터 15년간 이 지역에 본격적인 디지털위성방송 시대를 열어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해외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쏘아 올린 위성이라는 의미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KT는 본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위성을 활용해 ‘글로벌 마케팅’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이 위성은 ABS에 넘기고 ABS로부터 다른 중계기를 구입해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는 쪽을 택했다는 얘기다.
복수의 위성 관계자들은 ‘KT가 ABS에 무궁화 3호를 팔면서 이 위성으로 10여 년간 향후 최소 5000억원은 벌 수 있다는 점을 과연 몰랐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궁화 3호 계약에 최소 1000억원가량의 ‘킥백(kickback)’이 있지 않았겠냐는 얘기가 해외 위성업계에 돌았다고 한다. 킥백은 커미션을 뜻하는 은어다.
한국 정부에 매각신고, 몰라서 안 했다?
인공위성은 전략물자에 해당한다. 전략물자를 사고팔 때는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 위성 매각 당시, 미국 정부에는 신고를 했으면서 한국 정부엔 알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몰랐다’고 했다. A씨의 설명이다.
“무궁화 1호를 계약할 때는 KT가 민영화되기 전이므로 신고를 했습니다. 2호 매각부터는 민영화 이후이므로 우리 정부에는 안 해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2호, 3호 다 안 했어요. 미국은 위성 제조국이므로 신고한 것이에요.”
말하자면 일부러 안 한 모럴해저드(moral hazard)가 아니라 몰라서 안 한 ‘브레인해저드(brain hazard)’라는 거다.
과연 그럴까. KT 출신인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KT의 사내 변호사가 2명가량이었는데 이석채 회장 취임 후 수십 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십 명으로 구성된 KT의 법무팀은 위성 매각 같은 중요한 사업에 임하면서 국내법 검토도 제대로 안 했다는 걸까.
무궁화 2호와 3호를 구입해 간 ABS는 어떤 회사일까. ABS의 대표는 재미교포다. 이름은 토머스 최(Thomas Choi). 토머스 최를 포함한 등기이사 3명 중 2명이 한국계 인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토머스 최는 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니다가 미국으로 넘어간 이민 1.5세이다.
토머스 최는 그레그 다프너(Daffner)와 함께 홍콩에 ABS를 설립했다. 다프너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장기간 일했던 인사라고 한다. 다프너와 오랜 기간 알고 지냈다는 인사는 “다프너가 미국 국방부 등 고급 고객과 ABS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위성 헐값 매각 보도가 나온 후 KT에서 위성을 팔던 직원이 ABS로 옮겼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바로 김원철 박사의 얘기다. KT 위성사업단에서 근무했던 김 박사는 ABS로 옮겨 가 현재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KT에서 일하며 ABS에 무궁화위성을 파는 역할을 한 사람이 ABS로 옮겨 갔는데 문제가 없는 걸까. KT SAT 관계자는 “ABS는 KT의 경쟁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답했다.
현재 무궁화 3호 매매계약에 대한 건은 뉴욕의 국제상사중재재판소(ICC)에서 중재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KT가 정부의 매각 무효 결정에 따라 ABS로부터 재매입하려는 데 대해 ABS 측이 지난해 말 중재신청을 한 것이다. 현재는 KT와 ABS 양측의 중재인들이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SAT 관계자는 “중재 결과, KT가 ABS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위성을 되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궁화 3호 위성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이없는 매각으로 국부(國富)가 유출된 데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