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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르포

제주 은갈치 잡이 16시간 동행기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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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등을 밝히고 은갈치를 낚아 올리는 어부. 몸에 상처가 나면 은빛 광택이 사라지기 때문에 손낚시로 잡는 채낚기 어업을 한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깔린 제주의 밤바다. 환하게 불을 밝힌 고깃배에서는 은빛 파닥거림이 물결친다. 제주 바다의 신사, 은갈치다. 미끼가 달린 낚싯줄을 바다에 던지면 검푸른 바다에서 눈부신 은빛 갈치가 퍼덕이며 올라온다.
 
  여름의 제주 바다는 갈치와 한치를 잡는 배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맛이 고소하고 영양이 높은 제주의 은갈치를 6월 초부터 11월까지 잡는데, 어부들은 이 시기를 ‘농번기’라 불렀다. 겨울과 봄 동안 쉬었던 어부들은 오랜만에 나가는 갈치 낚시에 한껏 흥이 올라 있었다.
 
제주시 앞바다에 한치와 갈치를 잡으러 나간 고깃배들이 불을 밝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제주 은갈치 낚시는 성산포항에서 출발해 남동쪽으로 20여 마일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다. 항구를 떠나 배를 타고 2시간 정도를 달리면 닿는 거리다. 야행성의 갈치 낚시는 해질무렵부터 시작해 해 뜨기 전 새벽까지 이루어지지만,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 오후 3시면 대부분의 갈치잡이 배가 바다로 향한다. 오후 5시. 낚시 포인트에 닿자마자 어부들은 낚시 준비를 마치고 이른 저녁 식사를 한다. 높이 일렁이는 파도에 시동을 멈춘 배가 요동친다. 그 안에서도 어부들은 익숙한 일인 듯 “오늘은 파도가 높네” 한마디만 하고 식사에 열중한다. 배를 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는 선주(船主)는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며 일찌감치 조타실 안 좁은 공간에 몸을 뉘었다.
 
12시가 넘어가면서부터 조류를 타고 올라온 은갈치들이 많아지자 낚시에 속도가 붙는다. 갈치 낚시는 보통 수심 30~40m에서 시작되는데 자정을 넘기며 조류를 만난 갈치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수심 10~20m까지 올려 갈치를 잡는다.
  저녁 8시.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저 멀리 고기잡이 배들이 불을 밝혔다. “우리도 일찍 시작합시다.” 갈치 한 마리라도 다른 어선에 뺏길까, 어부들은 서둘러 집어등을 켜고 배 귀퉁이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귀하신 몸, 은갈치는 행여 은빛 광택에 상처라도 날까 봐 손낚시로 잡아 올린다. 손낚시라고 해서 낚싯대 하나를 던져 한 마리씩 잡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낚싯대에 16개에서 20개 정도의 낚싯바늘을 연결해 한 번에 여러 마리의 갈치를 낚는다. 갈치 낚시의 미끼는 주로 냉동 꽁치를 쓴다. 꽁치의 포를 떠서 야광 찌가 달린 낚싯바늘에 끼운다. 갈치 낚시는 보통 수심 30~40m에 줄을 드리운다. 갈치가 머리를 위로한 채 몸을 세우고 이동하기 때문에 낚싯바늘을 수심 중간층 정도까지만 내리는 것이다. 수온이 올라가면 수심 10~20m에서 갈치 낚시가 이루어진다. 집어등을 밝히고 갈치를 유인하면 낚싯대 하나에 줄줄이 사탕처럼 은갈치가 매달려 올라온다.
 
동트기 전 새벽 4시. 갈치잡이를 끝낸 어부들이 배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갈치들의 활동량이 많은 자정이 가까워지자 어부들의 손이 더욱 분주해진다. 한 마리 갈치라도 더 낚기 위해 어부들은 미끼를 손질하고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워 바다에 던지고 다시 낚싯줄을 감는 과정을 쉼 없이 반복한다. ‘단순 노동’이라며 갈치 낚시가 지겹다 손사래치지만 몸이 토실토실하고 은빛 고운 갈치가 올라올 때면 어부들의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갈치가 좋아하는 꽁치를 낚싯바늘에 걸고 야광 찌를 달면 갈치 낚시 준비는 끝이다.
  하늘색이 푸르스름하게 물들어 가는 새벽 4시. 어부들이 낚싯대를 정리하고 항구로 돌아 갈 채비를 한다. 밤새 잡은 갈치를 아이스박스에 넣고 낚싯바늘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아 빵과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5시가 조금 넘었을까. 선장이 집어등을 끄고 뱃머리를 항구로 돌린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잠깐 선잠이 들었나 보다. 어느새 얼굴 위로 붉은 아침 햇살이 쏟아진다. “뱃멀미 안 했어? 배 낚시가 쉽지 않지? 고생 많았네!” 환하게 웃는 어부의 얼굴에 밤새도록 드센 파도에 시달렸던 기억이 사르르 녹는다.⊙
 
오징어가 낚싯줄에 걸렸다. 어부는 “오징어랑 한치도 낚아 볼까? 뭐든 많이 잡히면 좋지” 하며 껄껄 웃었다.

항구를 향해 달리기를 2시간여. 멀리 수평선 위로 동이 터온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쉬는 어부의 얼굴에 고단함이 묻어 난다.

성산포항으로 향하는 갈치잡이 배들. 저 멀리 우뚝 선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성산포항에 도착하자마자 크기별로 정리된 은갈치를 위탁판매자에게 넘긴다. 여기까지가 어부들이 할 일이다.

성산포항으로 들어가기 전 배 위에서 갈치를 선별한다.

나무 박스 안에 가지런히 담긴 갈치들.

배에서 은갈치를 내리자마자 항구에서는 판매가 이루어진다. 상인들이 몰려와 저마다 값을 부르며 좋은 가격에 은갈치를 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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